원자력 잠수함 사업단장 지낸 文根植 예비역 대령 : 월간조선

문근식(文根植·57) 솔트웍스 부사장(예비역 해군 대령)은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 수준의 잠수함 전문가다. 지난 2월 9일 만난 문 부사장은 “세상의 모든 배는 물속으로 들어갈 수 있으나, 스스로 물 위로 올라올 수 있는 배는 잠수함밖에 없다”면서 “디젤 잠수함은 해전의 양상을 바꿔놓았고, 원자력 잠수함은 해전의 종결을 앞당겼다”고 했다.

문 부사장이 1981년 해군 소위로 임관해 미 해군 대잠전학교에서 잠수함 잡는 훈련을 할 때만 해도 우리나라는 돌고래급 잠수정(200톤)을 만드는 잠수함 초보 국가에 불과했다. 그가 미국 군사유학을 마치고 돌아올 무렵, 우리 해군은 최초의 잠수함을 독일에서 도입하려 하고 있었다. 1990년 문 부사장은 독일 잠수함 인수 요원으로 파견돼 2년간 작업복을 입고 도면을 든 채 209급 잠수함의 장비와 계통들을 이해하기 위해 잠수함 바닥을 기어 다녔다.

그렇게 맺은 잠수함과의 운명은 그의 군 생활 32년 가운데 22년을 잠수함과 함께 부대끼며 살게 했다. 그 때문에 그는 잠수함 획득 사업, 건조, 운용을 두루 경험한 몇 안 되는 잠수함 장교로 손꼽힌다. 그는 잠수함 작전 분야에서도 화려한 경력을 자랑한다.

2012년 5월 해군 생활 마지막 근무지인 독일의 잠수함 도시 킬(Kiel)의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잠수함 사업 관리실장으로 파견생활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해군을 떠났다. 2012년 10월부터 매주 《국방일보》에 〈문근식의 Submarine World〉를 연재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는 본업 외에 사단법인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대외협력국장으로 활동하면서 ‘원자력 잠수함 전도사’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362사업단’

미국 코네티컷 주 그로턴 미 잠수함박물관에 영구 보존돼 있는 미국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

—우리 해군은 1, 2, 3함대, 제7기동전단, 제6항공전단 등에 이어 지난 2월 1일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함으로써 수상, 항공, 수중에 이르는 입체 작전과 합동 작전을 효율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바다에서 가장 공격적이고 위협적인 무기체계인 잠수함은 유사시 임무 해역 깊숙이 전개해 국가 전략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에 대표적인 전략무기로 꼽히고 있습니다. 잠수함사령부를 갖는 것은 북한뿐만 아니라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 주변국을 견제할 수 있도록 세력을 키우겠다는 국가적 의지입니다. 사령부 창설은 잠수함 관련 예산을 확보하고 미국과 작전 협조할 때도 유리하고요.”

—노무현 정부 때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의 실무를 맡았다고 알려졌는데, 사실인가요?

그는 대답 대신 “언론 인터뷰가 원잠 사업에 영향을 줄까 우려된다”면서도 “원자력 잠수함 보유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이제는 이야기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새로 구성된 군 수뇌부는 김대중(金大中) 정부가 수립한 잠수함 계획을 전면 백지화해 3500톤급의 디젤 추진 중잠수함(SSU) 독자 개발 계획을 세웠습니다. 조영길(曺永吉) 장관은 취임 직후인 2003년 3월 계룡대 해군본부를 방문해 문정일(文正一) 해군참모총장에게 ‘개인적으로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아버지 리코버(Hyman G. Rickover) 제독을 존경한다. 해군은 숙원 사업인 잠수함을 키워야 한다’며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기 시작했습니다.”

—조 장관은 왜 갑작스레 디젤 잠수함 건조에서 원잠 건조 계획으로 선회했을까요.

“조 장관은 합참 전력기획부장(소장) 시절부터 이지스함 사업 등 우리 군 첨단무기 전력증강 계획의 틀을 짠 전력의 대가(大家)입니다. 원자력 잠수함 좋다는 것을 다 아는 분이죠. 조 장관은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하면 전략적으로 북한을 지원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엄청난 위협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독도와 이어도 등 디젤 잠수함으로 방어하기 어려운 영토의 방어에도 효율적이라고 판단했을 겁니다.”

조영길 전 장관은 2009년 6월 기자와 만났을 때, 원자력 잠수함 추진 계획을 지시한 경위를 묻자, “북한이 NPT를 탈퇴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발하자 당시 합참 전력기획부장으로서 군 전력증강 사업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원자력연구소, 국방과학연구소(ADD)와 협력해 3000톤급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에 착수해 2008년 9월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증언했다.

조 전 장관은 “1994년 국방부는 480억원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용 비밀예산을 편성해 원자력연구소와 ADD에 전달했다”면서 “이에 맞춰 1300km 사거리의 잠수함 발사용 순항미사일(천룡)도 개발했다”고 했다.

—그동안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의 구체적 사업 이름은 공개되지 않았는데요, 일명 ‘362사업’으로 불렀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조 장관은 2003년 5월 초 ‘자주국방 비전보고’ 석상에서 원잠의 조기 획득을 지시했습니다. 결국 2003년 6월 2일 회의에서 국방부는 잠수함 장기소요 계획을 전면 수정해 SSU 사업을 포기하고 원자력 잠수함(SSX) 건조 사업으로 추진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이를 노무현 대통령에게 보고한 것을 기념해 ‘362사업’으로 불렀던 것입니다.”

—당시 조직은 어떻게 만들었습니까.

“당시 나대용함장을 마치고 대령으로 진급한 뒤 진해에서 배를 타고 있었어요. 개인적으로 국방대학교 고위정책과정을 이수하기 위해 지원해 있었는데, 어느 날 송영무(宋永武) 해군 기획관리참모부장(해군참모총장 역임)이 불러 ‘당신이 잠수함에 대해 가장 경험이 많으니 사업단장을 맡으라’고 하는 겁니다.”

—대통령께 보고한 내용은 어떤 것이었나요.

“국방부와 해군은 3조5000억원(척당 건조비 1조2000억원 추산)을 투입해 2006년부터 개념설계를 마친 뒤 2007년부터 건조에 착수해 2012년 2~3년 간격으로 3척을 실전배치한다는 계획을 수립해 보고했습니다. 즉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개념설계 허가가 떨어지고, 원자력 추진장치 개발 계획을 국방부 장관에게 별도로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이를 위해 해군은 2003년 6월 해군 조함단 내에 원자력 잠수함 전담부서인 362사업단을 설치해 설계 및 건조, 무장과 관련한 각종 현안 검토, 작전요구성능(ROC) 수립 등을 담당하도록 했고, ADD에 박모 박사를 팀장으로 하는 잠수함 설계팀을 두었고, 한국원자력연구소 산하에 김모 박사를 중심으로 한 원자력 추진기관 연구팀을 가동했습니다.”

선체는 프랑스 바라쿠다級을 모델로 삼아

—조 전 장관은 “한반도의 상황, 미래 안보상황을 볼 때 원자력 잠수함 건조시기를 최대한 앞당기기 위해 모든 방안을 강구하되, 미국과 문제가 야기되어서는 안 되므로 비밀리에 추진하라”고 지시했다면서요?

“원잠 사업을 비밀리에 추진한다고요? 말도 안 되는 이야깁니다. 조영길 장관은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면 그때 미국과 협의하려고 했을 겁니다. 해군-ADD-원자력연구소 등 유관기관이 모여 매일 머리를 맞대고 회의를 했습니다. 원자력 잠수함 건조는 국가적 사업임에도 해군 예산으로만 해야 하는데다, 디젤 잠수함 독자설계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2012년까지 원자력 잠수함을 바다에 띄우라는 지시를 하는 지휘부도 사업이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을 겁니다. 게다가 잠수함용 원자로를 개발하는 일도 어려운 일이었고, 핵연료를 계속 확보하는 것은 국제법적인 문제였습니다.”

—원잠 추진 사업에 대해 논란이 빚어지자 국방부는 국방연구원(KIDA)에 용역을 주어 사업타당성 검토를 했다고 하던데, 혹시 KIDA 보고서를 보셨습니까.

“보지는 못했지만, KIDA가 국방부에 보고했다는 내용을 들어보니 ‘미국을 배제한 채 비밀리에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었답니다. 조 장관은 심지어 ‘해군과 ADD를 하나로 묶어 사무실은 해군본부에 두더라도 실무자들은 ADD에서 연구복으로 갈아입고 ADD 요원으로 위장해 사업을 추진하라’ ‘예산은 건조단계 이전에는 ADD 연구개발비로 위장하라’ ‘원자력 잠수함은 국가 생존을 위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업이다. 사업 참여자는 목숨을 걸어야 한다’는 비장한 말까지 했습니다.”

문 부사장은 “ADD 잠수함 설계팀이 잠수함 선체(船體)와 스펙(제원)을 만드는 기술을 이미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원잠용 3000t급 선체를 만드는 일이 어렵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했으나, 잠수함을, 그것도 우리가 한 번도 운항 경험이 없는 최첨단 원자력 잠수함을 독자적으로 설계 개발한다는 것이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고 했다.

당시 우리의 잠수함 인프라는 외국이 설계한 디젤 잠수함의 도면을 가져다 건조 기술을 이전받아 겨우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원자력 잠수함의 선체 설계 문제가 걱정거리로 떠올랐다고 한다. 사정이 이렇게 되자 관계자들은 프랑스가 설계 작업을 하고 있는 바라쿠다급 차기 원자력 잠수함을 주목했다고 한다. 프랑스의 루비급 원자력 잠수함을 대체하게 될 이 잠수함은 수중 배수톤수가 4000t급으로 우리 군이 구상하는 스타일과 거의 비슷해 벤치마킹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것이다.

원자로는 러시아의 OKBM社 설계도면 도입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에 탄 미국 원자력 잠수함의 아버지 리코버 제독.

—원자력 잠수함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원자로의 확보는 어떻게 계획을 세웠습니까.

“이미 당시에는 원자로 설계기술을 러시아의 OKBM을 통해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었습니다(1993년 신재인 당시 원자력연구소장이 김시환 당시 원자력연구소 원자로연구소장과 함께 러시아 OKBM을 방문, 체르노빌 원전 건설에 참여한 러시아 핵물리학자 예브게니 아다모프 박사를 만나 원자력 잠수함 설계도면을 구입했다-편집자 주). 스마트(SMART) 원자로는 OKBM의 원천기술로 개발된 것입니다. OKBM은 구소련 시절부터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되는 원자로를 개발, 생산해 온 회사로, 이 회사가 제작한 원자로를 탑재한 쇄빙선이나 잠수함은 210척에 이릅니다. 스마트 원자로를 축소해 ‘최적화 과정’을 거치면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할 수 있는 겁니다.”

당시 사업단은 만약 국산 원자력 잠수함이 건조될 경우 원자력 추진 기관은 한국원자력연구소가 개발 중인 일체형 스마트 원자로를 탑재한다는 계획을 수립했다고 한다. 스마트는 한국원자력연구원 주도로 만들어진 원자로로 주요 기기를 하나의 압력용기 안에 배치해 안전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일체형 중소형 원자로다.

전기 출력은 대형 원전(1000MW 이상)의 10분의 1 이하인 100MW 수준이다. 2012년 7월 중소형 원전으로는 세계 최초로 표준설계 인허가를 획득했다. 이는 아직도 유일한 중소형 원전 인가(認可)로 남아 있다. 특히 해수담수화용으로 건설할 경우 스마트 1기로 무려 인구 10만명 규모 도시에 전기(9만kW)와 물(4만 톤)을 동시에 공급할 수 있다.

문 부사장은 “스마트 원자로의 기본개념에 대한 연구는 1994년 7월 시작됐다”면서 “3년간 기초기반 기술을 연구한 후 1997년 7월부터 3년에 걸쳐 개념개발이 진행됐으며, 2000년 4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원자로 기본설계가 끝난 상태였다”고 했다.

문 부사장은 “일부에서는 원자력연구소가 스마트 원자로 제작과 동시에 본격적으로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 제작을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완성된 스마트 원자로를 토대로 원자력 잠수함 탑재용 원자로를 개발하려 했었다”고 했다.

지금까지는 스마트 원자로가 순수한 국내 기술진에 의해 해수의 담수화 용도로 개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조영길 전 국방부 장관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것은 위장일 뿐 스마트 원자로의 핵심 기술은 러시아로부터 제공됐으며, 이 원자로를 잠수함에 탑재하는 계획이 비밀리에 추진되어 왔다”고 증언했었다.

문 부사장은 “스마트 원자로를 원자력 잠수함에 탑재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문제될 게 없다”면서 “스마트 원자로 파일럿(실증로)으로도 규모만 작게 하면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로 사용할 수 있다. 진동시험, 충격시험 등 각종 실전 테스트를 거친 후 잠수함 탑재가 가능하다”고 했다.

—원자력 잠수함 용도로 스마트 원자로를 연구하는 응용연구는 지금도 계속 진행되고 있습니까.

“자세하게 밝힐 수는 없지만, 지난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이 원자로 연구과제 책임을 맡고 있는 ADD에 응용연구를 계속하라는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를 제작하는 단계가 아니라, 선박용 원자로 제작 응용연구의 마지막 단계를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담수용 스마트 원자로를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로 만들기 위해서는 콤팩트하게 ‘최적화’하는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2020년을 목표로 쇄빙선 등 선박용 원자로 제작을 통해 일본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할 필요가 있습니다.”

농축도 20%짜리 핵연료 사용

—원자로가 해결된다 해도 이 원자로에 장전될 핵연료가 문제였을 것으로 보입니다만.

“자연 상태의 우라늄(U-235)은 농축도가 0.7% 정도, 발전용 원전 연료는 0.7~5%, 원자력 잠수함용 연료는 20~90%, 핵무기용은 농축도 95% 이상을 사용합니다. 우리 정부는 1973년 3월 한미원자력 협정, 1975년 4월 핵확산 금지조약(NPT) 가입 등으로 원자력 기술의 군사적 목적 전용을 금지하고 있고, NPT의 안전조치 수락 의무로 인해 핵연료의 비밀확보가 불가능합니다. 1992년 2월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으로 농축·재처리 등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문 부사장은 “스마트 원자로의 경우 국내의 다른 상업용 원전처럼 우라늄 농축도 5%(보통 4.95%)짜리를 사용하도록 설계가 됐다”면서 “한반도 비핵화 선언으로 인해 농축이나 재처리는 할 수 없지만,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 원료는 IAEA의 철저한 감시하에 연료를 도입해 가공하면 되므로 연료 확보에는 문제가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우라늄 농축도 20% 미만의 연료 사용은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겁니까.

“기술적인 차원에서 농축도 20%의 핵연료는 사용 후 재처리를 하지 않으면 다른 용도로의 전환이 불가능하다고 합니다. 따라서 사용 후 핵연료의 행방만 정확히 추적하면 문제 될 것이 없기 때문에 국제적으로 핵연료는 농축도 20%까지는 별다른 제약을 가하지 않습니다. 농축도 20%의 우라늄 원료를 IAEA의 철저한 감시하에 핵연료 공급국으로부터 구입해 연구소 안에서 핵연료 다발로 제조해 사용하고 있으며, 사용 후 핵연료는 엄격한 국제 사찰하에 처리하고 있습니다.”

현재 원자력 잠수함을 운용 중인 미국과 러시아는 농축도 90%짜리를 연료로 사용하고 있어 한 번 연료를 장전하면 함정수명이 다할 때까지 사용이 가능하다고 한다. 반면 중국과 프랑스의 원자력 잠수함은 농축도 20%짜리 연료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7년마다 원자로를 열어 연료를 재장전해야 하고, 잠수함 속력도 미국이나 러시아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2009년 4월 2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제2차 G20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해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원자력 잠수함용 원자로에 장전할 ‘핵연료’ 구입 문제를 논의했다고 합니다만.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라인이 영국 방문 전 주한영국대사관을 통해 ‘핵연료를 구입할 수 있는지 검토해 달라’고 영국 정부에 요청했고, 대사관은 이것을 본국에 보고한 것으로 보도됐습니다. 정상회담에서 고든 브라운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농축도 20% 미만의 우라늄 공급과 재처리까지 담당할 수 있다’는 의사를 표시했다더군요. 아무튼 이명박 정부는 전 세계로부터 저탄소 녹색성장의 선구자로 각광을 받았고, 스마트 원전의 응용연구를 추진하는 ADD와 원자력연구소를 통해 녹색성장을 상징하는 원자력을 부각시켜 응용연구를 마무리할 수 있는 기회라고 조언했습니다만, 큰 진전은 없었습니다.”

IAEA의 우라늄 농축 경고에 지레 겁먹은 국방부

2002년 10월 17일 켈리 미 국무부 동아태 담당 차관보가 방북 때 북한이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했다고 공식발표하면서 제2차 북핵위기는 시작됐다. 결국 미국이 2002년 11월 14일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집행이사회에서 북한에 중유 지원을 중단하자 북한은 IAEA 사찰단원을 추방하며 2003년 1월 10일 NPT를 탈퇴하고 영변 원자로의 재가동을 시작했다.

이 무렵, IAEA 사찰단이 서울에도 들이닥쳤다. 2000년 초 실시된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우라늄 분리 실험을 문제 삼은 것이다. IAEA는 당시 실험에서 분리된 우라늄 0.2g 중 절반인 0.1g을 갖고 2003년 9월 4일 출국한 데 이어, IAEA 2차 사찰단이 9월 19일 한국을 방문해 핵물질 실험에 대한 추가 조사를 실시했다.

2차 사찰단은 IAEA가 문제로 제기한 우라늄 변환 과정 등 핵물질 흐름에 대해 시료 채취 등을 통한 확인 조사를 벌였다. 당시 우라늄 분리 실험 결과 분리된 우라늄의 총량이 0.2g이고, 그 우라늄의 평균 농축도는 10% 정도였다.

3개월 후인 2004년 1월 26일 《조선일보》에 한국의 원자력 잠수함 개발 계획에 대한 기사가 실리자, 온 나라는 벌집을 쑤셔놓은 듯했다. 결국 국방부는 그런 계획이 없음을 공식 발표하는 선에서 진화함으로써 원자로 개발을 위해 기초 응용연구를 하던 조직마저 해체되는 비운을 맞았다.

—보도 직후 원장환(元章煥) 당시 국방부 획득정책관은 기자들과 만나 “원자력 잠수함은 한반도 비핵화 선언에 위배되기 때문에 IAEA의 사전 승인을 받지 않고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3500톤급 잠수함을 원자력 추진으로 건조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원잠 건조 계획을 전면 부인했습니다만.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 격이라고 할까요. 원자력 잠수함 사업이 출범하고 나서 이듬해 일간지에 그 사실이 보도됐고, IAEA가 우리의 우라늄 농축을 사찰하는 일이 벌어지자, 군 수뇌부는 패닉에 빠져 사업을 철회했던 것입니다. IAEA가 우리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에 대해 문제를 삼는 것이 아니었는데도 말이죠. 지금 생각하면 우라늄 추출로 인한 IAEA의 사찰은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을 추진하는 데 최고의 악재(惡材)로 작용했습니다.”

—미국의 견제로 사업단을 해체했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미국에 협력을 요청한 적도 없고, 미국 측은 한국 정부에 간여를 한 일도 없습니다.”

—언론 보도가 없었다면 사업이 비밀리에 잘 추진될 수 있었을까요.

“비밀리에 추진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예산만 놓고 보더라도, 국회에 보고하지 않고 어떻게 예산을 따올 수 있습니까. 군 지휘부가 원잠을 꼭 추진하려 했다면, 국방부장관이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국익을 위해 어쩔 수 없다’며 국회 국방위원들을 설득하고, 비닉(匿) 사업으로 갈 수 있도록 협조를 구했어야 합니다. 향후 원자력 잠수함 건조 사업을 추진하려면,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공개리에 국민적 컨센서스를 이뤄야 합니다.”

—사업단은 IAEA 사찰 직후 해체됐나요.

“3개월 후인 2004년 12월 말 해체했습니다. 조영길 장관 후임으로 2004년 7월 윤광웅(尹光雄) 장관이 부임하자, 해군 지휘부는 원자력 잠수함 사업을 계속 추진하기 곤란하다는 취지로 장관에게 보고하라고 했습니다. 후배들 볼 낯도 없어 ‘그렇게는 못 하겠다’고 버텼다가 혼도 많이 났습니다.

송영무 기참부장이 ‘잠수함 전문가인 문근식 대령을 비롯한 10여 명이 스터디한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 났다’고 상부에 보고했습니다. 대한민국의 첫 번째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은 소요군(해군)의 의지 부족과 군 지휘부의 책임회피로 속절없이 가라앉고 말았습니다.”

디젤 잠수함의 활약, 그러나…

1992년 10월 14일 해군은 숙원 사업인 첫 번째 잠수함을 갖게 됐다. 림팩 2004 훈련에 참가 중인 장보고함의 모습.

우리 해군은 1984년 12월 돌고래급 잠수정(200톤)을 인수했다. 8년 뒤인 1992년 독일에서 209급(1100톤) 잠수함을 들여왔으며, 이것이 우리 해군 제1호 잠수함인 장보고함이다. 1995년 잠수함사령부의 모체 격인 제9전단 창설 후부터 잠수함 세력 확대를 본격화했다. 그 결과 2007년 인수한 최초의 214급(1700톤) 잠수함인 손원일함 등을 포함해 209급 9척과 214급 3척 등 모두 12척의 잠수함을 해군은 보유하고 있다.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는 209급 디젤 잠수함으로 충분히 주변국 견제가 가능한데, 굳이 원자력 잠수함을 보유할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2002년 나대용함을 몰고 126일간 하와이 림팩(RIMPAC) 훈련을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만, 대한민국 해군 잠수함 승조원들의 수준은 강평회(Debriefing)에서 ‘스몰 벗 베스트(Small but Best)’라는 말을 들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북한이라는 적과 매일 대치하는 상황에서 전술·전기가 다져진 것 같습니다.

이종무함은 ‘최우수 정비함’으로 인정을 받았고, 박위함·나대용함은 물론이고 위성수신체계를 설치한 장보고함은 2004년 매복을 통한 가상전투에서 14척 15만 톤 정도를 격침시켜 디젤 잠수함으로서는 최고의 기량을 발휘했습니다. 전 세계에 50척 이상의 209급 잠수함을 수출한 독일의 HDW사는 209급 잠수함 운용국 중에서 우리 해군이 훈련과 정비 수준에서 가장 우수하다고 평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디젤 잠수함은 그 태생적 한계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림팩 훈련에서 미 해군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디젤 잠수함의 탐지와 공격능력을 고려해 100×100NM에 우리 잠수함을 배치하고 훈련 시나리오상 항모선단을 천천히 이동시켜 줍니다. 특히 원잠처럼 유리한 위치로 이동해 공격하는 것과 상대에게 발각됐을 때 빠른 속도로 현장을 이탈할 수 있는 능력은 원자력 잠수함만이 가능하다는 것을 훈련을 통해 실감했습니다. 결국 디젤 잠수함의 전과는 ‘메이저리그’가 아닌 ‘마이너리그’의 전과(戰果)일 뿐인 거죠.”

문 부사장은 “림팩에 참가하는 후배 함장들에게 ‘너희가 잘할수록 원자력 잠수함 도입이 늦어질 수도 있다’고 우스갯소리도 한다”고 했다.

해군은 2020년까지 설계부터 건조까지 우리나라 기술로 건조한 3000톤급(장보고Ⅲ) 잠수함을 도입할 계획이다. 대우조선해양은 2007년부터 6년간 개발과 설계 작업을 진행했고, 지난해 3월 ‘장보고-III사업단’을 신설하는 등 방위사업청과 해군의 유기적인 협력체를 구성했다.

지난해 11월 27일, 경남 거제 옥포조선소에서 황기철(黃基鐵) 해군참모총장과 고재호(高載浩) 대우조선해양 사장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함정 건조 시작을 알리는 강재 절단식이 열렸다. 이날부터 건조가 시작된 함정이 바로 2020년대 한반도 해역을 지킬 3000톤급 ‘장보고-Ⅲ’ 잠수함이다. 2018년 진수되는 장보고-Ⅲ는 2년간의 전력화 과정을 마친 뒤 2020년 2척이 실전배치될 예정이다.

문 부사장은 “장보고-Ⅲ 건조가 성공하면 우리나라는 잠수함을 자체적으로 설계하고 건조할 수 있는 12번째 국가가 된다”면서 “2018년 진수되는 장보고-Ⅲ 배치Ⅰ형이 성공하면 그 여세를 몰아 배치Ⅱ까지 6척을 건조하고, 배치Ⅲ형에는 추진기관으로 원자로를 넣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원자력 잠수함 플랫폼만 만들 수 있다면, 2년 이내에 원자로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서 “미국이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호(Nautilus, SSN-571)를 건조할 때 선체는 2.5년, 원자로를 넣은 데 8년이 걸렸다”고 했다.

장보고-Ⅲ는 사거리가 1500km에 달하는 국산 순항미사일 ‘천룡’을 탑재해 군의 전략적 타격능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위해 장보고-Ⅲ에는 수직발사관(VLS) 6기를 탑재해 신속한 발사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순항미사일은 레이더에 잘 포착되지 않아 북한 후방 지역의 전략적 목표물을 타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매일 배터리 충전을 위해 물 위로 떠오르는 불편 없이 수중에서 3주 이상 작전을 할 수 있다는 공기불요시스템(AIP)을 탑재한 디젤 잠수함이 원자력 잠수함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요.

“AIP 탑재 잠수함은 정치적 이유로 원잠을 갖지 못하는 나라가 선택한 과도기형 디젤 잠수함입니다. 즉 AIP는 잠수함의 동력원인 축전지 방전 후부터 저속으로 수중 체류시간을 연장시키는 보조 추진장치에 불과합니다. 저속에서 매복 감시 작전이나 피격 시 저속으로 회피할 수는 있으나, 공격 후 빠르게 현장을 이탈할 수는 없습니다. 따라서 AIP 잠수함은 원잠의 대안이 될 수 없습니다.”

원잠의 ‘원맨쇼’로 끝난 포클랜드 전쟁

포클랜드 전쟁에서 아르헨티나 주력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를 격침해 해상제해권을 확보한 영국의 원자력 잠수함 컨쿼러호(왼쪽).

미국은 1954년 이미 세계 최초의 원자력 잠수함 노틸러스함을 개발했고, 모든 시험이 성공적으로 종료된 1958년부터는 축전지를 충전해 추진하는 디젤 잠수함 생산을 중단하고 원자력 잠수함만 운용한다. 현재 미국에 이어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한 국가는 러시아, 영국, 프랑스, 중국, 인도 등 6대 강국이다.

문 부사장은 “세계의 잠수함 운용국가는 39개국 518척으로 이 가운데 원자력 잠수함은 약 30%(6개국 154척)”라며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에 인도가 2012년 원자력 잠수함 아리한트를 배치함으로써 총 6개국이 운용하고 있다”고 했다.

—디젤 잠수함 승조원의 꿈은 원자력 잠수함의 승조원이 되는 것이라면서요?

“당연하죠(웃음). 잠수함에 근무하는 동안 초계임무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면서 동물적 감각을 지닐 때까지 숙달해야 하는 훈련이 ‘비상경보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디젤 잠수함에서 필수적 훈련으로 선체를 물속에 두고 축전지 충전을 위해 물 밖에 스노클 마스트만 내어놓고 디젤엔진을 작동하다가 적의 군함이나 항공기를 만나면 ‘비상경보’를 외치면서 10여 초 만에 물속으로 숨어버리는 훈련입니다. 함장으로 있는 동안 우리는 언제쯤 축전지 충전을 하지 않고 연료 걱정 없이 바닷속에서 마음대로 기동하며 작전에만 몰두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을 갖게 될까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1982년 영국과 아르헨티나가 격돌한 포클랜드 전쟁은 원자력 잠수함의 전략, 전술적 가치가 한껏 드러난 전쟁인 것 같습니다.

“포클랜드 전쟁은 세계대전 이후에 등장한 원자력 잠수함이 활약한 최초의 전쟁이었어요. 영국의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과 비교할 수 없는 기동력과 은밀성으로 전쟁을 주도했습니다. 전쟁 초기 영국의 원자력 잠수함 5척은 영국 본토에서 8000마일(1만4400km)이나 떨어진 포클랜드까지 20노트 이상의 속도로 항해해 2주 만에 도착했습니다. 함께 출발한 오베론급 디젤 잠수함은 속력을 높이기 위해 수상항해(필요시 잠항)로 이동했는데도 5주나 걸려 작전해역에 도착하는 바람에 실제 작전에 도움을 주지 못했습니다.

또한 영국의 원정부대가 도착하기 전에 아르헨티나 해군의 주력 순양함 제너럴 벨그라노를 격침해 포클랜드 근해에서 해양통제권을 확보했습니다. 공격할 어뢰를 결정한 영국 원자력 잠수함 컨쿼러호의 함장은 제너럴 벨그라노함을 앞지른 후, 음파탐지를 피하기 위해 10노트의 속도로 지그재그 항해하면서 벨그라노함의 좌현 함수 위치로 1400야드(1280m)까지 접근해 MK-8어뢰를 3발 발사해 2발을 명중시켰습니다. 벨그라노는 대폭발을 일으키며 화염에 휩싸였습니다. 벨그라노의 피격을 뒤늦게 알아챈 아르헨티나 구축함 2척이 컨쿼러함에 폭뢰공격을 시도했으나, 컨쿼러는 원자력 잠수함의 고속 기동력을 발휘해 위협 현장을 무사히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영국 국방비가 절반으로 삭감되는 와중에도 원자력 잠수함의 활약에 깊은 인상을 받은 대처 수상은 원자력 잠수함에 대한 예산만은 어떻게든 지켜냈습니다. 반면, 포클랜드 전쟁에서 인상적인 결과를 남기지 못한 디젤 잠수함은 전부 퇴역시켰습니다.”

인도는 러시아, 일본은 미국에 求愛

함장 과정 훈련에 표적함으로 참가한 네덜란드 프리깃 트롬프(왼쪽)와 네덜란드 프리깃 트롬프를 공격하기 위해 잠망경으로 최종 확인하고 있는 필자.

문 부사장은 기자에게 ‘원자력 잠수함은 강대국의 전유물인가’라는 파워포인트 자료를 보이며, “어떤 잠수함 함장이든 전투 상황이 발생하면 적함에 들키지 않고 다가가 격침시키고 모른 척하며 현장을 유유히 이탈하고 싶어한다”고 했다.

그는 “미 해군의 에드워드 비치(Edward L. Beach) 대령의 말은 원자력 잠수함의 우수성을 한마디로 정리한다”고 했다.

“에드워드 대령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디젤 잠수함 함장으로 12차례 출동해 27척의 적함을 격침시켰고, 12척이 넘는 함정에 치명상을 입히는 등 미 의회 명예훈장과 해군 십자훈장을 받은 전쟁 영웅입니다. 그는 1960년 원자력 잠수함 트리톤(USS Triton) 함장으로 세계 최초로 잠항 항해로 세계 일주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가 세계 일주 기념식 석상에서 이렇게 말했죠. ‘제2차 세계대전은 해전과 지상전의 전통적인 개념의 마지막 전쟁이었다. 재래식 전쟁에서는 몇 사람의 용기 있고 능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전투를 이끌어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물속에서는 원하는 시간만큼 원하는 속도로 기동할 수 있으며, 대량의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원자력 잠수함이 개발된 지금, 제2차 세계대전 때 디젤 잠수함 간 전투를 논하는 것은 마치 ‘원탁의 기사’ 이야기나 ‘스페인의 무적함대’ 이야기를 하는 것처럼 돼버렸다’고 말입니다.”

문 부사장은 “이스라엘은 살아남기 위해 핵무기를 개발했고, 이제는 독일에서 도입한 디젤 잠수함도 핵탄두 순항미사일(SSGN)을 발사할 수 있게 개조했다”면서 “그렇다고 국제사회에서 어떤 불이익을 받은 적도 없다. 생존을 위한 몸부림은 그 어떤 규정이나 제재보다 명분이 강하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사례”라고 했다.

“인도는 제3차 인도-파키스탄 전쟁 때 미국 항모 기동전단의 무력시위에 위협을 느껴 1980년대 초 원자력 잠수함 건조 계획인 ATV(Advanced Technology Vessel, 선진기술함정) 개발 계획에 착수했습니다. 그러나 기술 경제적인 문제로 지지부진하다 1988년, 2010년 두 차례에 걸쳐 소련의 찰리-1급 순항미사일 원잠 1척을 임차했습니다. 2012년 인도는 원잠 사업 개시 32년 만에 러시아 야신급 원자력 잠수함을 모델로 아리한트급을 독자개발했습니다. 1917년 디젤 잠수함을 미국으로부터 도입했던 브라질도 프랑스와 원자력 잠수함 건조계약을 체결해 2025년 원잠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소류, 하루시오, 오야시오 등 4000톤급 디젤 잠수함 20척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언제쯤 원잠을 보유한다고 봅니까.

“개발하지 않았지만, 이미 선박용 원자로를 상선 무쓰에 탑재해 시험운용에 성공했습니다. 1992년 무쓰는 U-235 4.2kg으로 8만2000km 항해에 성공했습니다. 현재 일본은 정책만 결정되면 2년 내 원자력 잠수함 개발이 가능한 기술 수준을 확보했습니다. 영국 킹스칼리지 제프리 틸 교수가 쓴 《아시아의 해군력 팽창(Asia’s Naval Expansion)》에 보면,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을 임차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습니다. 아마도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하려는 ‘쇼맨십’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 부사장은 “일본은 비핵3원칙을 주장하는 나라이면서 우라늄 농축시설, 재처리 시설을 보유한 나라”라며 “1970년대 초부터 미국에 경제적 반대급부를 제공하면서 ‘원자력 총력외교’에 성공한 것을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인도의 원자력 산업 발전은 프랑스 등 미국의 원자력 독점에 반대하는 국가들과의 협력을 통해 이뤄졌습니다. 인도는 중국과 대립하고 미국과 불편한 관계 때문에 결국 러시아에 접근해 핵연료를 핵 폭발장치에 이용하지 않는다는 양국 간 보증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했습니다.”

원자력 잠수함, 정숙성 면에서 디젤 잠수함 못지않아

1976년에 취역한 미국의 원자력 잠수함 로스앤젤레스(USS Los Angeles).

—핵무기의 운반수단은 잠수함, 대륙간 탄도미사일, 그리고 전략폭격기를 들 수 있습니다. 삼축체제(Triad)라고도 하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위협적인 존재는 잠수함 아닐까요.

“첩보위성으로 감시가 가능한 탄도미사일이나 레이더에 걸리는 전략폭격기는 더 이상 위협이 될 수 없습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은밀성, 기습성, 그리고 최후까지 살아남아 일시 대량으로 공격할 수 있는 보복능력 때문에 강대국들이 매력을 느끼는 것입니다. 전략 원잠의 대표격인 미국의 오하이오급 잠수함 1척의 파괴력은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자폭탄 1600발과 맞먹는다고 합니다. 원잠의 건조비·운용비는 디젤 잠수함의 3~5배이지만, 전략적 가치는 10배 이상 월등합니다.”

—2004년 우리의 원자력 잠수함 건조를 담당한 사업단을 해체했을 때만 해도 북한은 핵실험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현재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습니다. 노태우(盧泰愚) 대통령 시절, 한반도 비핵화 선언은 휴지조각이 돼버렸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스라엘처럼 자위적 차원에서 원자력 잠수함의 보유가 절실한 것 같습니다.

“원자력 잠수함이 아닌 디젤 잠수함에서 잠대지(潛對地) 유도탄을 발사하는 것은 제약이 너무 많습니다. 지금 강대국은 원자력 잠수함에 핵탄두를 장착한 잠대지 유도탄을 싣고 다니면서 상대국의 핵기지를 노리며 핵전쟁을 억제하는 데 활용하고 있습니다. 강대국들은 이런 능력을 발휘하는 원잠을 갖고 ‘형님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기 때문에 중소 해군국이 원자력 잠수함을 갖는 것을 반대하고 있는 것입니다.”

—원자력 잠수함(20~25노트)은 KTX, 디젤 잠수함(6~8노트)은 완행열차에 비유할 수 있겠는데요, 북한 잠수함의 어뢰 공격에 대비해 우리 해군의 이지스함을 포함한 기동전단의 방어를 할 수 있을까요.

“디젤 잠수함은 속도가 느려 기동전단의 최전방에서 대잠임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미국의 항모 기동전투단 최전방에는 항상 2~3척의 원자력 잠수함이 기동전투단과 같은 속도(15~21노트)로 이동하면서 대잠 방호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잠수함은 고가의 전투함인 이지스함을 우선 노릴 겁니다.”

—원자력 잠수함은 디젤 잠수함에 비해 시끄럽다면서요?

“최신 원자력 잠수함은 발전된 소음흡수장치와 특수도료를 사용해 함 내부에서 발생하는 소음이 외부로 방출되지 않도록 하기 때문에 디젤 잠수함의 소음 수준과 유사할 정도로 조용합니다. 현역 시절, 미국 원자력 잠수함과 훈련을 하면서 직접 경험한 사실입니다. 디젤 잠수함은 평소 축전지를 70% 이상 유지해야 하므로 하루 최소 두 번 이상 스노클 항해를 해야만 합니다. 따라서 스노클을 실시하는 디젤 잠수함이 원자력 잠수함에 비해 더 많은 소음을 방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北이 잠수함에 탄도미사일 싣는 날

AIP를 탑재한 일본 소류급 잠수함 하쿠류(4200톤). 크기가 원자력 잠수함에 육박한다.

—북한이 최근 함경남도 신포조선소에서 2500톤급의 신형 잠수함을 건조 중인 것이 위성사진에 포착됐습니다. 특히 이 신형 잠수함에는 탄도미사일을 쏠 수 있는 수직 발사관이 탑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이 디젤 잠수함의 크기를 키우고 핵무기를 소형화해 탄도미사일에 실어 잠수함으로 발사하는 날, 우리는 물론이고 미국에게도 악몽이 될 겁니다.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을 싣게 되면,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도리가 없는 겁니다.”

—북한이 원자력 잠수함을 건조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돈이 없어요. 1조원이 넘는 잠수함을 북한이 무슨 재주로 건조합니까.”

—우리가 원자력 잠수함을 갖기 위해 넘어야 할 장애물로는 무엇이 있습니까.

“첫째는 기술 수준이고, 둘째는 핵연료의 안정적 확보이며, 셋째는 가장 중요한 요인인 국가적 의지입니다. 우리는 원자력 기술 세계 5위의 수준으로 기술적 문제는 쉽게 극복하리라 여겨지며, 핵연료는 오로지 함정의 추진체계에만 활용하기 위한 농축도 20% 미만(프랑스 원잠 루비급의 핵연료 농축도)을 사용한다면, 국제시장에서 상용(商用)으로 확보할 수 있습니다. 국가 원수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핵무기 개발 계획이 전혀 없음을 IAEA에 당당히 보고하고, 국제사회에 선포한 후 추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미국과도 적극적으로 협력해 중국의 위협을 앞세워 퇴역 예정 원자력 잠수함을 임대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代案)이 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자력 잠수함을 개발하려 할 때, 국제사회의 압력이 들어오면 어떻게 설득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한 것은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돼버렸습니다. 북한은 핵무기를 이용해 그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가 잠대함(潛對艦) 유도탄을 이용해 그들의 핵기지를 항상 노리고 있다고 하면 과연 그것이 통할까요. 참으로 답답합니다.

우리도 북한에 대응할 만한 치명적 무기체계 확보를 국가 차원에서 공론화해야 합니다. 이러한 치명적 무기는 그야말로 신속한 기동성을 바탕으로 전광석화(電光石火)같이 발사하고 적에게 발각됐을 때 신속하게 도망칠 수 있는 생존능력이 뛰어난 원자력 잠수함에서 발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