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明博 회고록 총괄 집필 金斗宇前 홍보수석 : 월간조선

이명박(李明博) 전(前) 대통령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출간 후 회고록에 대한 언론의 관심은 뜨거웠지만 책 내용에 대한 여야 정치권의 반응은 비판적이다. 여야 정치권이 전직 대통령의 회고록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이례적이다.

대북(對北) 협상의 막전막후를 향후 남북 관계에 대한 고려 없이 섣부르게 공개한 것 아니냐는 비판에서부터 회고록 발간이 너무 빠른 것 아니냐는 비난까지 모처럼 여야가 한편이 돼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을 비판했다. 청와대가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과 관련해 유감을 표명하는 일도 있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발간을 두고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이(親李)계를 결집하기 위한 포석이라느니 국회에서 벌어질 자원외교 국정조사를 앞두고 일종의 지침을 주기 위한 것이라느니 등의 해석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의 이런 비판은 회고록이 시중에 본격적으로 배포되기 전 언론보도를 근거로 한 것들이다. 지난 2월 2일 발매 예정이었던 회고록은 사전에 내용을 입수한 언론들이 보도에 나서면서 배포 날짜가 지난 1월 30일로 당겨졌다. 정치권의 회고록에 대한 비판의 대부분은 책이 본격적으로 배포되기 직전에 집중돼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청와대의 유감 표명이나 정치권의 비판적 반응에 대해 “회고록을 읽어보면 오해가 많이 풀릴 것”이라는 반응을 내놓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을 총괄 집필한 김두우(金斗宇) 전 청와대 홍보수석을 만나 회고록을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정치권을 중심으로 한 우리 사회의 논란에 대한 입장을 들어봤다. 마침 김 수석을 만난 날은 류길재(柳吉在) 통일부 장관이 전날 서울시내 한 호텔에서 열린 우리은행 초청 강연에서 이 전 대통령 회고록을 공개 비판한 내용이 보도된 날이었다.

류 장관은 이 강연에서 이 전 대통령이 남북대화에 관해 벌어진 일들을 언급한 것에 대해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 된다. 알고 있다고 해서 다 이야기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면서 이 전 대통령 정부가 통일부를 없애려 했던 것을 거론했다.

“2008년에 통일부가 없어질 뻔했다. 지금도 직원들은 그 트라우마를 갖고 있다. 본부 직원 80명의 옷을 벗겼다. 말이 안 된다.”

김 수석은 전날 있었던 류 장관의 그 발언을 거론하며 화가 치미는 듯했다.

“참, 현직 장관으로서 격을 잃은 발언이에요. 장관이 할 이야기가 있고 안 할 이야기가 있지, 전직 대통령이 회고록을 내놓았으면 비록 불편한 내용이 있어서 비판하게 되더라도 완곡하게 표현할 일이지 ‘통일부를 없애려고 했으면서 무슨 통일을 이야기하느냐’고 하는 식은 곤란하죠. 외교부와 통일부를 합친다고 통일 얘기를 못 한다는 것은 무슨 논리냐 이거죠. 서로 예의는 지켜야죠. 또 그런 발언을 하기에는 적절한 자리도 아니었다고 봅니다.”

정치적 고려?

서울 종로구의 한 대형 서점에 놓여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이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 예정 시기와 회고록 내용의 사전 공개 시기를 놓고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 영향을 끼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사전에 예고한 출간 예정일이었던 2월 2일은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일이었고, 회고록 전문을 언론에 사전 공개한 1월 28일은 새누리당 경선관리위원회가 원내대표 경선 날짜를 2월 2일로 공고한 날이었기 때문이다.

이 전 대통령 측이 친박(親朴)계인 이주영·홍문종 의원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승리할 경우 내년 총선에서 친이계의 입지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해 범친이계로 분류돼 온 원유철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내세운 유승민 의원의 원내대표 당선을 돕기 위해 회고록을 공개했다는 것이다. 정말 이 전 대통령 측은 그런 정치적 고려에 맞춰 회고록을 발간한 것일까.

—혹시 김 수석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생각입니까.

“(웃음) 저는 그런 계획이 없습니다.”

흔히 정치인들이 이런 질문을 할 때 잘 구사하는 ‘지금으로서는’ 하는 식의 유보적 표현도 없이 김 수석은 “계획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회고록 발간에 대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친이계 공격의 서막이다, 친이계를 더 강화하려는 하나의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 활용을 하시는 분들은 있을 수가 있겠죠. 그러나 이명박 전 대통령께서는 그런 생각이 없습니다. 실제로 새누리당 내에 친이계 의원이 몇 명이나 됩니까. 열 명도 되지 않는 상황입니다. 친이계가 총반격을 한다? 그런 것들은 과잉 해석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대통령께서 정치적 목적이 있었다면 아마 정책 회고록이 아닌 정치 회고록을 쓰셨겠죠. 이번 회고록은 정책 회고록입니다.”

김 수석은 이 전 대통령의 이번 회고록이 정책 회고록임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명박 정부가 집행했거나 집행하려 했던 정책 추진 과정의 성공과 실패를 담았다는 것이다.

—미리 예고했던 공개 날짜보다 앞서 공개한 것은 책 홍보를 위해 의도적으로 언론 플레이를 한 것 아닙니까.

“의도는 없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 한 일간지가 회고록 내용을 사전에 입수한 것을 알게 되면서 부랴부랴 다른 언론사에도 내용을 공개한 겁니다. 1월 28일 저녁에 언론사에 회고록 내용을 보내줬는데 사실 그 당시 저는 이 대통령을 모시고 부부동반으로 해외에 나가 있었습니다. 회고록 작업에 참여했던 다른 분들도 함께였습니다. 원래 우리의 계획은 제가 금요일(30일) 아침에 귀국해서 회고록 공개를 준비한 후 토요일에 전체 회의를 열고 일요일에 회고록 출판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는 것이었습니다.”

—발간 시기가 자원외교 국정조사라든지, 박근혜 대통령의 인기 하락이라든지, 이런 시기를 맞췄다는 이야기도 나왔는데요.

“회고록 발간은 예정대로 진행한 겁니다. 제가 2013년 10월경부터 회고록 회의에 참여하기 시작했는데 그때 총괄 집필 책임을 맡으면서 완성할 수 있는 시기를 2014년 12월 또는 2015년 1월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그렇게 예정대로 된 겁니다. 우리가 그 시기에 대통령 지지율이 어떻게 되리라는 걸 어떻게 알겠습니까. 작년 11월부터 자원외교 국정조사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고민은 좀 했죠. 국정조사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걸 그냥 내도 되느냐, 안 되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내부 논의도 있었습니다. 그때 이야기된 것은 그렇다고 연기를 하면 언제까지 연기를 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이걸 2016년 1월에 냈다고 생각해 보고 2017년 1월에 냈다고 가정해 보세요. 내년에 내면 총선이 연결돼요. 그러면 총선 개입 논란에 휩싸이게 되고 그 다음해는 대선 개입 논란을 피할 길이 없게 됩니다. 그렇게 따지면 낼 시기가 없죠. 발간 시기에 대한 시비는 일종의 정치적인 공세라고 봅니다.”

—좀 더 후에 회고록을 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왜 그렇게 일찍 냈느냐 하는 이야기인 것 같은데요. 우리가 누차 이야기했지만 외국에서는 당연히 퇴임한 지 1년에서 3년 사이에 다 냅니다. 전임 대통령이 회고록을 냈다고 해서 그 시기를 문제 삼지도 않습니다. 또 정책 위주가 아닌 정치 위주의 회고록을 냈다면 좀 더 신중해야겠지만 정책 회고록이기 때문에 우리는 현 정부도 참고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솔직히 발간 시기에 대해서는 그렇게 고민을 하지 않았습니다.”

대북 비밀송금 노무현 대통령은?

2015년 1월 30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 출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책 소개 및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이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2012년 1월 원자바오 중국 총리와 만나 “북한은 젊은 사람(김정은)이 권력을 잡아 앞으로 50~60년은 더 집권할 텐데 걱정”이라고 했고, 원자바오는 “역사의 이치가 그렇게 되겠습니까”라고 답했다는 등의 외교 비사를 공개했다.

—원자바오 총리와 회담 때의 비사 공개는 중국 측의 양해를 구한 것인지요.

“그런 걸 따로 (양해) 구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런 과정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회고록 회의에 참여한 장관과 수석들이 제기하지는 않았으니까요. 우리 대통령도 퇴임했지만 그분들도 퇴임한 후라 공개해도 될 만한 시점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내막은 그것보다 훨씬 깊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중 가장 논란이 됐던 것은 북한 김정일이 5차례나 정상회담을 요청했다는 등의 남북대화 관련 비화들이다.

—남북 관계 비화 공개를 놓고 기밀누설죄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하는 일도 있었는데요. 공개할 때 이런 파장을 예상하지는 않았습니까.

“남북 문제를 풀어가는 입장에서 현 정부가 불편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활용 여부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이 비화를 공개할 때 상당 부분 자제했습니다. 이번에 이 비화를 공개한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임하던 시절에 야당이나 재야단체나 심지어 보수 진영 일부에서도 ‘왜 정상회담을 하지 않느냐’ 하는 비난이 많았습니다. ‘이래서 정상회담을 못 한 거다, 이 원칙을 지키기 위해서 못 한 거다’라고 공개했더니 이번에는 비밀 공개라고 공격하는 겁니다. 이 대통령은 처음부터 끝까지 남북 문제에 대해선 확고한 원칙을 지키려고 애쓰셨습니다. 절대 퍼주기는 안 된다는 것이죠. 우리가 계속 퍼주었지만 결과적으로 연평해전 같은 무력도발은 끊임없이 일어났단 말이에요. 그러면서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고 실험하고 이런 상황이 돼버렸단 말입니다. 이 대통령께서도 정치인인데 남북정상회담을 안 하고 싶었을까요? 저는 속으로는 하고 싶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러나 대통령은 나는 정상회담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이야기를 재임 중에 누차 하셨습니다.”

—이런 공개가 박근혜 정부의 대북 협상력을 줄였다는 비판인데요.

“과거 정부처럼 뒷거래로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대라고 봅니다. 정상회담을 위해 비자금을 만들고 했더라면 아마 이명박 대통령도 청문회에 서게 됐을지도 모릅니다. 특검을 받아야 했을지도 모르고요. 지금 시대도 마찬가지라고 봅니다. 이제는 그런 뒷거래에 의한 남북 협상은 그만둘 때가 됐다는 거죠. 북한은 끊임없이 갑의 입장 또는 조공을 받는 듯한 자세를 취해왔습니다. 남쪽에서 지원을 받는 것을 지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당연한 대가를 받는다는 생각을 가져왔잖아요. 그렇게 지원받고는 무력도발하고 무력도발이 있으면 달래려고 협상을 합니다. 협상을 하면 거기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고 우리는 대가를 지불하고 이런 과정이 악순환처럼 되풀이됐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끊자는 것이 대통령의 생각이었던 거죠. 지금 비밀을 공개했다고 공격하는 사람들은 그 시절에 왜 대북 대화를 하지 않느냐고 공격했던 사람들이 대부분입니다.”

전직 대통령 관련 이야기를 뺀 이유

회고록을 쓴 뒤 가족과 사이판으로 여행을 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 1월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 대가를 요구했다는 사실도 공개했는데 김대중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서는 대북 비밀송금 특검이 있었습니다. 몰래 돈을 보내준 게 밝혀졌었죠. 이번에 회고록에서 공개한 내용을 통해 유추해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남북정상회담 때도 북한이 돈을 요구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이런저런 정보는 있었습니다만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비극적인 죽음을 맞았기 때문에 지금 와서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봅니다.”

—회고록 출판과 관련해 기자회견 할 때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사망 관련 부분은 썼다가 뺐다고 했는데 굳이 뺄 필요가 있었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국민장으로 하느냐 국장으로 하느냐 하는 논란이 있었습니다. 이 대통령께서는 주변 반대에도 국장으로 결정했습니다. 사실 김대중 대통령에 대한 국장은 돌아가시기 일주일 전쯤 결정이 됐습니다. 그 결정에는 제가 개입돼 있습니다. 다만 당시 수석들이 잘 모르고 있었을 뿐이죠. 왜냐하면 당시 수석들은 대부분 반대였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사망과 관련한 부분은 어떤 내용이었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에 소환받기 전 이 대통령께서 하신 일들이 있습니다. 검찰이 소환을 위해 봉하마을에 간 것은 한 번뿐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검찰이 한 번만 가고 소환을 하죠. 이 대통령께서는 ‘전직 대통령을 함부로 소환하고 이래서는 안 된다, 전직 대통령에 대해서 예우를 갖춰서 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검찰에서 돌아온 답은 ‘전직 대통령도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법 앞에서는 평등할 수 있지만 예의나 예우는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저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지금도 유감으로 생각하는데 그런 등등에 대해 썼었습니다.”

—왜 뺐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했거나 지지하는 사람들 입장에서 보면 결과적으로 이명박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죽였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이 대통령이 노 대통령을 위해 이런 걸 하고 저런 걸 했다고 한들 곁가지에 불과할 뿐입니다. 본질은 노무현 대통령의 자살로 나타났거든요. 결국 회고록 집필 논의에 참여한 전직 수석이나 장관들이 토론 끝에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한 이 대통령의 배려는 상대방에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 될 거다, 상대방에서는 전혀 반대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는데 우리가 이렇다고 한들 이게 논란이 될 뿐이지 의미가 없다’ 하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써놨다가 결국은 접은 겁니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 수사기록도 봤습니까.

“수사기록을 따로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대통령의 세종시 문제는 왜 건드렸습니까.

“세종시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언급한 부분은 딱 한 줄 나옵니다. 세종시 수정안의 실패를 설명하는 여러 부분 중 극히 작은 부분에 해당합니다. 그런데 그 부분에 대해 청와대에서 회고록이 시중에 나오기 전에 반응이 나왔습니다. 아마도 제가 보기에는 전체를 볼 시간이 없었으니까 언론에 나온 걸 보고 판단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회고록을 집필할 때 어떤 부분이 가장 논란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까.

“경제 분야에서는 크게 없을 것이고 4대강과 자원외교 같은 분야였습니다.”

형님 이상득 이야기를 할 수 없는 까닭

문희상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비대위원장이 1월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회고록과 관련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야당은 회고록이 아니고 참회록을 썼어야 했다고 하는데요.

“회고록은 참회록이 될 수가 없죠. 어떤 회고록 중에 참회록이 있습니까. 회고록 자체는 본인이 과거에 했던 일들을 회고를 하면서 작성하는 것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못 판단했던 일들만을 회고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때 이러이러한 일들을 했는데 하다 보니까 이런 문제가 있었고 이래서 결국은 실패했다. 세종시 문제도 결국은 실패한 정책에 대한 기록 아닙니까. 실패한 정책들도 회고록에 있습니다. 물론 성공한 정책들이 더 많죠. 야당이나 비판자들은 그 성공한 정책을 인정하기가 싫은 거죠. 정치적인 공세의 일환으로 봐야겠죠.”

—정두언 의원은 회고록 발간을 두고 ‘매를 벌었다’고 표현했는데요.

“정 의원은 정 의원 나름대로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고 난 이후로는 많은 부분에서 불만이 많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고요. 어쨌든 대선 때의 문제로 인해서 구속까지 됐고 결국은 무죄로 나왔지만 그런 과정들이 있지 않습니까. 본인으로서는 불만이 많겠죠.”

—회고록에서는 형인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요.

“안 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단순하죠. 형님 문제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엄격한 공인의 입장에서는 그렇겠지만 대통령께서 형님에 대해서 부정적인 언급을 했다고 생각해 보시죠. 그렇다고 해서 이 회고록을 참회했다고 할까요? 아닙니다. 한국적인 풍토에서는 만약 그렇게 했다면 형제 간의 의리도 저버렸다고 얘기했을 겁니다.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사람들이 말하기는 좋죠. 언론은 그렇게 비판할 수도 있다고 봐요. 형님 이야기를 넣을 수 없었던 가장 큰 이유는 정치 회고록이 아닌 정책 회고록이기 때문이었다고 보면 됩니다.”

—김 수석께서 “이 대통령께서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언젠가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 대통령의 뜻인가요?

“저도 기자 생활 오래했지만 참…. 제가 실패한 개혁에 대해 기자들과 이야기하면서 나는 ‘개헌 부분이 회고록에 언급돼 있는지 기억이 분명치 않다. 못다한 개혁이 들어 있다’고 말한 한참 뒤에 ‘정치적인 이 대통령의 철학이나 견해를 담은 이야기를 할 기회가 언젠가는 올 것이다’고 말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섞인 겁니다. 지금 이 대통령이 개헌 문제에 대해서 이야기하시는 순간 정치개입이 됩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현실 정치에 개입하는 것 자체에는 자제를 해야 하고 주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편드는 꼴이 되니까요. 이건 제가 말을 바꾸는 것이 아니고 잘못된 부분을 고치는 겁니다. 그런데 한번 보도가 잘못 나가니까 잘 안 고쳐지더군요.”

—자원외교 국정조사가 열려 증인으로 출석을 요구받으면 이명박 대통령께서 출석할까요?

“지금 대통령께서 ‘출석한다. 안 한다’를 이야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봅니다. 국회에서 여야가 증인 문제를 논의하고 있으니까 거기에 대해서 가부를 이야기하는 것은 너무 앞서가는 일 아닌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대통령이 출석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봅니다. 대통령에게 증인으로 나오라는 건 정치공세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정책 문제를 가지고 국조에 나오라고 한다면 앞으로 어떤 대통령도 자유롭지 못할 겁니다. 그런 전례를 만드는 것은 옳지 않다고 봅니다.”

읽어보고 비판하라

—회고록을 집필하면서 여러 나라 대통령들의 회고록을 참고했을 텐데 가장 많이 참고한 외국 지도자 회고록은?

“참고는 했지만 내용을 참고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회고록을 작성한 것도 최초고요.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을 겁니다. 장관이나 수석을 지낸 참모 10~15명이 매주 모여서 서너 시간씩 토의하면서 만든 회고록은 없을 겁니다. 이명박 회고록은 이명박 참모들의 집단적인 기억인 셈이죠. 외국에서도 그렇게는 안 합니다. 외국에서는 자기들 기록을 그냥 가지고 나가서 쓰죠. 클린턴 회고록을 보면 매일매일의 깨알 같은 일정이 다 나타나잖아요. 하지만 이건 정책 회고록이잖습니까.”

—정책 회고록이라고 하면 후임 정권에 훈수를 두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고 보이는데요.

“훈수 둔다고 생각하면 좀 나쁜 의미로 받아들여질 것 같고 적어도 참고는 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정책 회고록을 냈는데 언론은 정치만 보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이 회고록의 특징 중 하나가 부록인데요.

“부록은 제 이름으로 냈습니다. 대통령의 일상과 청와대에서 벌어진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썼습니다.”

—부록을 낸 것도 대통령 회고록으로서는 최초인가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총괄 집필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부록을 냈다는 것도 특이한 형식이죠.”

—이 정도의 파장은 예상했습니까.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도 파장이 더 컸습니다. 왜냐하면 정치적인 부분을 뺐기 때문이죠. 역대 대통령들은 정치적인 부분을 다 넣었거든요. 내부적으로 이래가지고 이슈가 되겠느냐, 관심이 있겠느냐, 이런 지적이 끊임없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정책만 가지고도 이 정도의 논란이 이는 것은 뜻밖이에요. 다만 이 책을 보면서 비판을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상대방이 어떤 철학과 어떤 논리와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집행을 했다는 걸 정확히 알고서 비판을 해야지 읽어보지도 않고서 비판을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대통령 회고록이 여야로부터 동시 공격을 받은 예도 드문데요.

“그런 사례는 없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지금 정치 구도가 어떻게 돼 있는가를 보여주는 거죠. 그게 친이 세력이라는 게 얼마나 숫자가 적은지도 보여주는 거고요. 여기에는 폭로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중국 정상과 만났을 때 얘기도 워딩 몇 마디고 북한과의 이야기도 이미 대부분 다 언론에 조금씩은 거론됐던 이야깁니다. 심지어 북한에서 밀사가 내려오고 다시 올라가서 죽고 하는 이야기도 다 언론에 조금씩은 나왔어요. 그런 정도의 수준에서 했어요. 그나마 이름을 명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해서 이름도 빼고 하는 작업도 거쳤고 원래 있었던 내용도 다 공개를 못 한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