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민-최우석의 유쾌한 직설 ①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 : 월간조선

운동권의 한 계파인 제헌의회(CA· Constituent Assembly) 그룹의 거두(巨頭)로 활동한 1980년대부터 민병두 그의 이름 앞에는 ‘전략통’ ‘기획통’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그는 ‘전략·기획통’으로 통한다. 80년대 운동권 1세대에서 언론사 정치부장을 거쳐 지금은 야당 국회의원이지만 ‘전략’ ‘기획’과 관련한 일은 늘 그의 몫이었다. 실제 2004년 정치권에 입문한 민 의원은 열린우리당 총선기획단 수석단장(2004년 3월), 열린우리당 기획위원회 위원장(2004년 6월),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선대위 전략기획본부장(2007년 10월), 민주당 전략홍보본부장(2013년 5월) 등 당의 전략 기획을 담당했다. 지금도 그는 전략, 기획 파트에서 일을 하고 있다. 재선(再選)인 민 의원의 현 직책은 새정치민주연합 민주정책연구원 원장. 민주정책연구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의 싱크탱크다.

민 의원을 인터뷰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그의 최근 발언 때문이었다. 민 의원은 10월 28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민이 원하는 ‘강한 야당’은 장외에서 싸우는 야당이 아니라, 원내에서 잘 싸우는 야당”이라고 했다. 이 이야기는 당내 친노(친노무현) 강경파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민 의원은 운동권 출신이긴 하지만 ‘투사형’과는 거리가 있다. 그런 그가 당내 최대 세력인 친노를 정조준한 것으로 보이는 발언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11월 7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민 의원에게 이와 관련한 질문부터 던졌다.

親盧 관련 질문에 민감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국민, 현재 야권의 장외투쟁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의원이 유민 아빠 김영오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국민이 원하는 ‘강한 야당’은 장외에서 싸우는 야당이 아니라, 원내에서 잘 싸우는 야당”이라는 발언은 민생을 외면하는 친노 강경파에 대한 일침으로 들립니다.

“윤여준(尹汝寯) 선생이 해준 이야기를 한 것인데, 그렇게 해석되나요?”

—윤여준 전 장관이 해준 이야기라니요.

“윤여준 선생이 저에게 이회창 총재 때 이야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김대중 정부 때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이 야당이었지 않습니까. 그때 이회창 총재가 ‘강한 야당은 밖에서 싸우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했나 봐요. 그래서 장외투쟁을 강하게 했는데 예상외로 여론이 싸늘했던 것이죠. 그때 윤 선생이 ‘아 우리가 시그널(Signal)을 잘못 읽었구나’라고 느꼈대요. 저도 비슷한 생각인데, 과거 독재 반독재 시대에는 국민 다수가 장외투쟁을 지지해 줬지만 현재는 그렇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어떤 특정 계파를 겨냥한 발언이 아닙니다.”

—특정 계파를 겨냥한 발언이 아니라면 특정인을 지목한 것입니까.

“특정인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씀인지.”

—세월호 문제와 관련 문재인(文在寅) 의원의 단식(斷食) 선언 이후 여야 협상으로 흐르던 야당 내부 기류가 강경투쟁 쪽으로 바뀐 만큼 문 의원을 지적한 발언이었느냐는 질문입니다.

“그렇게 몰고 가지 마세요. 문재인 의원을 겨냥한 발언 아닙니다. 저는 싸움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냥 저희가 젊었을 때 익숙하게 해왔던, 단식·삭발·장외투쟁 같은 방식이 지금 대중의 정서와는 맞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 것뿐입니다.”

문 의원은 지난 8월 19일 세월호 유족 김영오씨의 단식을 말리러 갔다가 동조 단식을 시작했다. 김씨는 8월 28일 단식을 중단했고, 단식 중단을 명분으로 시작했던 문 의원의 단식도 10일 만에 끝났다.

—문 의원의 단식이 박영선(朴映宣) 비대위원장 체제 흔들기는 아니었다는 말이군요.

“일각에서 모든 문제를 정치게임으로 보는 시각이 있는데 이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문 의원의 단식을 ‘현 권력을 흔들기 위해서다’ ‘당을 흔들고 정치 전면에 나서려고 한다’ 등의 정치게임으로 보는 것이 상황을 오도(誤導)한 것이지요. 문 의원 자체는 자신의 생각과 동기가 굉장히 순수하신 분입니다. 당시 단식도 유민 아빠 김영오씨를 살리기 위해 한 것입니다.”

“당의 온정주의가 굉장히 강해”

—그래도 문 의원이 민 의원의 강한 야당과 관련한 발언을 들었다면 오해했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

“제 발언을 들었는지 기사로 접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이후에도 반갑게 악수를 청하고 하던데요.”

—원론적인 이야기를 한 것인데 기자들이 확대 해석했다는 이야기네요.

“사실 라디오 인터뷰 발언은 민주정책연구원에서 펴낸 보고서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 - 제3의 길 이후〉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왔습니다. 자기 회고적, 반성적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10분 안에 설명하려다 보니 말이 약간 꼬였습니다. 그래서 (오해를 살 만한 발언이) 나온 것 같습니다.”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 - 제3의 길 이후〉 보고서에는 최근 대정부 극단 투쟁과 거리를 둬야 한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 있다.

—라디오 인터뷰 발언과는 별개로 친노 강경파에 대한 견해는 어떻습니까.

“꼭 친노가 강경한 게 아니고, 이슈마다 (강경파의 종류는) 다르다고 봅니다. 그리고 어떠한 결정이든 강경파 온건파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이 야당의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강경파가 생각하는 투쟁의 방식에도 긍정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고, 반대로 온건파가 생각하는 것에도 긍정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안에서는 싸우면 국민이 불안해하는 만큼 싸움은 상대를 향해서 하고 내부에서는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슈를 ‘박영선 원내대표 사퇴’로만 좁혀 본다면 강경파와 온건파가 내부에서 싸운 것 아닙니까.

“지금까지 저희는 지도부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뭐 친노가 그래서(흔들어서) 바뀐 경우도 있지만 지도부가 못해서, 아니면 다른 이유로 물러난 경우도 많습니다. 제가 꼭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당내 노선투쟁보다는 상대(새누리당)와의 노선투쟁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말씀을 잘 안 하려 하는데 친노 강경파의 영향력이 그만큼 막강한 모양이죠.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김현 의원 사례만 봐도 친노 강경파라 당에서 봐주고 있다는 이야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건 아닙니다. 특정인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그렇지만, 우리 당의 온정주의가 굉장히 강합니다. (친노라서가 아니라) ‘저 친구는 동지니까’ 이렇게 생각하는 것입니다.”

김현 의원은 노무현 정부 당시 청와대 춘추관장을 지낸 대표적 친노 의원이다.

김한길·안철수 합당의 과정

예전부터 그를 만나면 꼭 묻고 싶은 게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탄생의 비화(話)였다. 민 의원은 막후에서 안철수(安哲秀) 의원의 독자 신당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合黨)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안철수 의원과의 합당을 생각한 게 언제쯤입니까.

“2013년 12월 6일 국정원 개혁특위 구성 결의안이 통과됐습니다. 활동기간이 12월 6일부터 2014년 2월 28일까지 3개월가량이었는데 국정원 특위에서 아무 성과를 내지 못하면 우리(당시 민주당)가 신당(안철수 신당) 태풍에 밀려갈 것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서 대표에게 국정원 개혁특위 활동을 확실히 마무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국정원 개혁 법안 마련에 사활을 건 것이지요. 다행히 2013년 12월 31일 국정원 개혁특위 전체회의에서 국정원 개혁 관련 7개 법안이 가결됐고, 2014년 1월 1일 본회의를 통과했습니다. 한 고비(국정원 개혁 법안 본회의 처리) 넘기다 보니 여유가 생겼습니다. 그때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지요.”

—김한길 대표도 합당에 적극적이었습니까.

“합당은 김한길 대표와 안철수 대표가 99% 다 한 것입니다. 제가 한 것이라고는 김 대표에게 통합이 필요하다는 확신을 주는 이야기를 한 것이 전부였습니다.”

—합당 과정에서 김 전 대표가 안 의원에게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했는데, 당시 무공천이 민주당 당론으로 정해지긴 했지만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압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무엇을 믿고 안 의원에게 기초선거 무공천을 약속한 것입니까.(합당 전 민주당 내부에서는 기초선거 정당 공천을 둘러싼 논란이 한창이었다. 2013년 7월 20일부터 24일까지 선거인단 14만7128명을 대상으로 전(全) 당원 투표를 시행한 결과(폐지 67.7%-5만1729명, 유지 32.3%-2만4641명)에 따라 정당 공천 폐지를 당론으로 추인했지만, 다수의 의원은 결과에 동의하지 않았다.)

“한번은 김 대표가 합당 논의를 위해 안 의원을 만나러 가기 전날 ‘저쪽(안철수 의원)에서는 어떤 조건을 내걸까?’라고 묻더군요. 그래서 ‘무공천을 걸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그랬더니 김 대표가 굉장히 고민을 하더군요. 제가 ‘우선 만나보세요. 그 이야기를 안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라고 했더니, 알았다고 하더군요. 김 대표가 안 의원을 만난 뒤에 저에게 ‘진짜 무공천을 합당 조건으로 걸던데 어떻게 했으면 좋겠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받아야 한다. 안 받으면 통합이 안 된다. 통합이 안 되면 우리가 쓸려나간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해서 무공천 약속을 하게 된 것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무공천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정말 지키려고 했지요. 저는 두 대표에게 신뢰를 걸자고 했습니다. 그래야만 시그널이 분명하다고요. 그러지 않으면 후퇴하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는데, 이 경우 자승자박(自繩自縛)이 되지 않겠느냐는 반론이 나와서 그렇게는 하지 못했지요. 조금 더 버텼다면…. 역사라는 게 복기해 보면 후회스러운 점도 있고 그런 것이죠.”

—일각에서는 김 대표가 기초 공천 무공천 방침이 철회될 것을 예상했음에도 합당을 밀어붙였고, 정치 신인인 안 의원이 이를 읽어내지 못해 정치적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건 아닐 겁니다. 일부에서 그 양반이 굉장히 전략적인 사람이라서 철저히 계산된 정치를 한다고 보는 경우가 있는데 내가 본 김한길 대표는 약속과 신뢰에 대해 대단히 무거운 책임감을 갖고 사는 사람입니다. 김 대표를 따르는 국회의원들이 있는 것도 그런 신뢰가 있기 때문일 겁니다. 얼마 전 김 대표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에게 부채의식이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진심일 겁니다.”

“나도 안철수 의원에게 부채의식 느껴”

민 의원은 막후에서 안철수 의원의 독자 신당인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 밑그림을 그렸다. 2014년 3월 2일 안철수, 김한길 전 대표는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실제 김 전 대표는 11월 2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 대표와 관련 이같이 밝혔다.

“합당이 양 세력에 모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안 전 대표에게는 부채의식이 있다. 합당 이전과 비교해 안 전 대표의 지지도와 호감도가 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부터 쌓아가는 게 진짜라고 생각한다. 짧은 기간 동안 남들이 몇 년 걸려야 할 일들을 압축 경험했으니 그것이 모두 자산이 될 것이다. 그만한 저력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요즘도 자주 전화와 문자로 연락한다. 외통위 미주(美洲) 국감 때문에 해외에 가 있는 동안에도 몇 차례 문자를 주고받았다.”

—기초선거 무공천이 무산되면서 안 의원은 ‘철수(撤收) 정치’라는 오명을 남겼는데, 안 의원 입장에서는 억울했을 것 같습니다.

“김 대표의 인터뷰처럼 우리 입장에서는 안 의원에게 부채의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요한 자산인데, 잘해서 앞으로 발돋움하게 해줘야 하는데…. 선거 결과가 안 좋아서 물러나게 됐는데 ‘그게 하나의 공부하는 과정이었다’라고 털고 넘기는 것 또한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은 시련 속에서 성장하는 것이니까요.”

—지금 상황으로 보면 합당의 결과가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것 같습니다.

“합당이 양 세력에 모두 도움이 될 거라고 믿었는데 결과적으로 지금 그렇지 못한 것이 안타까운 것은 사실입니다. 다만 통합을 하지 않았다면 분노에 떠는 수없이 많은 국민이 제3지대로 많이 향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민 의원 말대로 7·30 재보선 패배 책임을 지고 김한길·안철수 공동대표가 물러났는데요. 공천만 잘했으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었던 선거였는데, 왜 국민이 납득할 수 없는 공천을 한 것입니까.

“공천 문제는 제가 관여를 안 해서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공천 결과를 접하고 어떤 느낌을 받았습니까.

“저는 남에 대해 비판하거나 평가하는 것이 싫습니다.”

당 지도부는 지난 7·30 재보선 때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과 관련해 경찰 지휘부의 수사 축소를 주장했다가 법원에 의해 ‘거짓’이라는 1심 판결을 받은 권은희 전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을 광주 광산을 지역에 전략적으로 공천해 ‘보은(報恩)’ 논란을 일으켰다. 이 결정은 보수층 결집을 초래했다.

민 의원이 바라본 潘基文 총장

민 의원은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권력 의지가 약하다고 평가했다. 2013년 8월 22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모습.

반기문(潘基文) 유엔사무총장은 요즘 정치권의 뜨거운 관심 대상이다. 각종 대선 후보 지지율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17일부터 이틀간 한길리서치에서 시행한 조사 결과를 보면 반 총장은 39.7%의 지지를 얻어, 박원순(朴元淳) 서울시장(13.5%),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9.3%), 김무성(金武星) 새누리당 대표(4.9%),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4.2%)을 멀찌감치 따돌렸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역대 차기 대선을 앞둔 비슷한 시점에 지지율 30%를 넘긴 후보는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인지 여당과 야당 모두 반 총장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는 모습이다. 10월 29일 새누리당 친박계 의원들은 ‘차기 대권 전망’ 세미나를 개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여권의 차기 대안으로 생각하자”고 했다. 엿새 뒤인 11월 3일에는 동교동계 원로인 새정치민주연합 권노갑(權魯甲) 상임고문이 자신의 회고록 《순명》 출판기념회에서 “반 총장의 측근이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게 타진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차기 대선을 3년이나 앞둔 상황에서 연말 정국에 불어닥친 ‘반기문 신드롬’은 장밋빛만은 아니다. ‘중도층 여론’이 정치 불신 탓에 옮겨간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대선주자 1위 반기문’의 실체와 가능성을 어떻게 보고 있을까.

—반기문 총장이 대선에 나올 것 같습니까.

“과거 고건 전 총리와 비슷한 경우인 것 같습니다. 본인의 권력 의지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지지율은 유지가 안 됩니다. 저는 반기문 총장이 권력 의지를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반 총장이 왜 권력 의지를 가지고 있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는지요.

“정치판은 총성이 난무하고 빗발치는 전쟁터나 다름없습니다. 권력이라고 하는 것은 세력이 움직여 나가는 것입니다. 그런데 혼자 정당에 들어가서 후보가 될 수 있겠습니까. 후보가 된다 하더라도 집단을 통제 못 하는 한 사람이 세상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그분도 이 점을 잘 알기에 (대선 출마에 대해)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으로 보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대선에는 안 나올 것이다?

“저는 그분이 권력 의지가 있을까 하는 데에 회의적입니다.”

—권노갑 고문은 “반 총장의 측근이 ‘새정치민주연합 대선 후보로 나왔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내게 타진했다”고 밝혔는데요. 권력 의지가 없다면 이런 이야기가 왜 나온 것일까요. 권 고문의 말이 거짓일까요.

“전혀 없는 얘기를 하셨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측근들이 저쪽(새누리당) 사람처럼 분류되는 것보다는 범야권 후보로 분류되는 게 낫겠다는 판단하에 이야기한 것 같은데, 이것만으로 반 총장의 권력 의지가 ‘강하다’고 볼 수는 없는 것 같습니다.”

朴元淳 시장이 스마트폰 정당 주장하는 이유

이야기는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정치인 중 차기 대권주자 지지율이 가장 높은 박원순 서울시장으로 이어졌다.

—박원순 시장이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이 스마트폰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는데요. 재선에 성공한 박 시장의 관심이 점점 당내 정치 쪽으로 옮겨가는 것 같지 않습니까.

“그게 아니고, 본인이 디지털 퍼스트(Digital First) 개념이 강합니다. 디지털 소통이 오프라인 소통보다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이지요.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정당이 되려면 디지털 유목민들이 와서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의 발언입니다.”

박 시장은 지난 10월 26일 서울 광진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서울시당 2차 전당원토론회에 참석 “우리가 손바닥 안의 정당, 휴대폰 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며 “새정치민주연합이 ‘국민의 정당’이 되려면 온라인·스마트폰 정당이 돼야 한다”고 했다. 그는 10월 12일 서울시당 1차 전당원토론회에서도 “인터넷 정당을 통해 투명하고 개방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럴 수 있지만 당내 세력이 미비한 박 시장이 당 대선 후보 경선을 대비, 자신의 지지자를 당내로 끌어들이기 위해 스마트폰 정당 이야기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실제 그런 생각이 있다면 본인한테 마이너스가 되지 않겠습니까. 시정에 전념하지 않은 걸로 비치니까요.”

—그래도 대권에 꿈이 있다면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지금은 그럴 시기가 아니라고 봅니다. 차기 총선 때까지는요. 그리고 제가 아는 박 시장은 정치적으로 계산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박원순 시장이 새정치민주연합과 이념적, 정책적으로 잘 맞는 인물인가요.

“잘 맞겠죠. 박 시장은 진보적이지만 중도층도 동의하지 않습니까.”

—중도층은 오히려 안희정(安熙正) 충남지사 같은 사람과 더 공감대를 갖고 있는 것 아닌가요.

“안 지사는 성장과 관련해서는 보수 쪽 담론을 안고 가는데요. 각자의 장단점이 있는 것이지요.”

—개인적 성향은 박 시장과 안 지사 중 누구와 맞습니까.

“그것보다는 진보세력이 집권하기 위해 대중에게 몇 가지 답을 줘야 합니다. 특히 진보세력은 ‘성장론’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는 것을 잘 설명해야 합니다. 보수 진영은 성장이 이뤄지면 분배는 저절로 이뤄진다는 이른바 ‘낙수효과’를 강조하는데 실제 그렇지 않습니다. 대기업 중심의 수출 확대가 내수 활성화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저희 진보는 저소득층의 소비 증대가 전체 경기를 부양시킨다는, 즉 아래서부터 물이 뿜어져 올라가는 분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것이 진보세력이 가진 성장론이지요. 우리가 가진 고유한 가치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그 외형을 넓혀가는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봅니다.”

—지난 201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김두관(金斗官) 후보를 지지했는데, 이번에도 점찍어 놓은 분이 있나요.

“제가 당직자 아닙니까. 민주정책연구원장은 당을 위해서 일하는 사람입니다.”

—당시에는 당직자가 아니라 김두관 후보를 도운 것입니까. 김 후보의 지지율이 3% 정도밖에 안 됐는데 무엇이 ‘전략통’인 민 의원의 마음을 움직인 것입니까.

“옛날 이야기인데요. 그냥 많이 찾아와서 도운 것입니다. 저와 김 후보 중간에 있는 분이 저에게 내 부탁 한 번만 들어달라고 이야기도 하고 해서요.”

민 의원은 문재인 의원과 김두관 후보의 러브콜을 동시에 받았지만 김 후보를 돕기로 한 이유에 대해 2012년 6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넘고 박근혜를 넘으려면 외연 확대가 있어야 하는데 문 의원은 친노라는 대중적 정치세력은 있지만,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비욘드 노무현’이 가능할지 확신을 주지 못하고 있다. 김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을 뛰어넘을 수 있는 확장자를 가지고 있다.”

“무상급식 논란은 홍준표 지사의 계획적인 액션”

지난 11월 10일 민 의원이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의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하고 있다.

민 의원은 《월간조선》과의 인터뷰 직전에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가 부담을 지자체에 전가해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교육감들이 예산 부족을 이유로 누리 과정(만 3~5세 무상보육) 편성을 거부하자, 황우여(黃祐呂) 교육부 장관이 “(교육감들은) 무상급식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고 밝힌 것을 두고 한 말이다.

누리 과정은 이명박 정부 당시인 2012년 만 5세에 전면 도입했고, 2013년 만 3~4세까지로 확대됐다. 무상급식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金相坤) 전 경기교육감이 2010년 도입한 후 다른 시도교육청으로 확산됐다.

—실제 박근혜 정부가 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할 것으로 보는지요.

“오늘 제가 질의했을 때 정홍원 총리가 ‘무상급식 문제도 꼭 필요한 사람에게는 당연히 해야겠지만 능력 있는 사람에게는 절약해서 복지에 대한 분배를 좀 더 합리적이고 지혜롭게 할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복지정책 전면 수정을 위해) 치밀하게 준비를 해왔다고 봅니다. 무상급식을 흔들면 전체적인 복지를 축소한다는 시그널로 비치기 때문에 복지국가로 가는 데 있어 굉장히 잘못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정부는 재정 임계치에 도달했음을 솔직히 인정하고 증세를 얘기해야 합니다. 복지재원 전체를 파악하고 지출 포트폴리오를 새로 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무상보육과 무상급식 둘 다 포기하지 않으려면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이야기인데 결국 국민에게 덤터기를 씌우는 거 아닙니까.

“저희가 이야기하는 증세는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하자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10년간 가계 소득은 2배가량 올랐는데 기업 소득은 18배가 올랐다’ 그렇다면 기업이 더 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닙니까. 물론 데이터가 정확해야 하겠지요. 그렇지 않으면 이념 논쟁이 될 테니까요.”

야권은 이명박 정부 시절 단행한 ‘부자 감세’를 원상회복하지 않아 심각한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반면 여권은 복지 예산이 너무 빠른 속도로 증가해서 국가 재정에 과도한 부담을 주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정치권에 무상복지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보편적 복지’가 당론인 새정치민주연합에서도 기존의 보편적 복지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는데요.

“어떤 분야의 보편적 복지는 수정할 부분도 있으며 연구원에서 복지 재원을 어떻게 재분배해 사회적 효용성을 높일 것인가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합니다. 전문가들 만나서 논의를 해봐야 하는데 어떤 부분은 선별적 복지로 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경남교육감이 경남도의 지원 예산에 대한 감사를 거부하자 홍준표(洪準杓) 경남도지사는 “그렇다면 무상급식 예산을 못 대겠다”고 했습니다.

“홍 지사는 말이 안 되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뭐가 말이 안 된다는 이야기죠.

“홍 지사가 ‘급식감사 없는 예산은 없다’는 원칙에 따라 내년 무상급식 예산을 편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감사 권한은 감사원과 지방의회에만 있습니다.”

—학교급식조례에 ‘도지사는 지원된 급식 경비가 목적대로 사용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지 않습니까.

“그 양반(홍준표)이 원체 세니까, 언론도 그 사람 말이 맞다고 생각하는데 도(道)에는 감사 권한이 없습니다.”

—투명한 예산 집행을 입증하기 위해 교육청이 도의 감사 요구를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교육청은 도와 시·군의 지원이 없을 경우 22만명의 학생이 지원을 못 받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도는 지원이 없더라도 내년도 학교 무상급식은 교육청 예산으로 소득계층 상위 34%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학생에게 무상급식이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교육청 입장에서는 ‘감사 자격이 없는 집단이 감사하겠다고 하는 것은 의도적이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지요.”

—교육청이 ‘감사를 받아도 안 줄 게 뻔한데 뭣 하러 받느냐’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것이군요.

“그렇지요. 제가 홍 지사랑 선거를 두 번 치러봤지 않습니까(18·19대 서울 동대문을 총선). 계획적인 정치적 액션입니다. 중앙정부가 이럴(복지정책을 전면 수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거라 감을 잡고 앞장선 측면도 있겠고요.”

경남교육청은 지난 11월 10일 경남도가 무상급식 감사의 근거로 삼는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과 경남도 보조금 관리 조례, 경상남도 행정감사규칙 등에는 도의 감사 권한이 없다며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근혜 대통령을 수첩공주라고 얕잡아 봐서는 안 돼”

—최근 박근혜 대통령을 수첩공주라고 얕잡아 봐서는 안 된다고 말했는데요.

“우리는 늘 박근혜 정치에 대해서 수첩공주다, 수첩 보고 한다(고 낮잡아본다), 물론 그런 측면도 있지만 이회창 시대 30% 중반의 지지율, 지금 새누리당은 40% 중반 지지율을 갖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그런 지지율을 갖고 있다고 했을 때 단순히 수첩공주라고 깎아내리는 것보다는 박근혜를 넘어선 우리의 어떤 대안, 우리의 수권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뜻입니다.”

—현재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율이 새누리당과 비교했을 때 20%P 정도 차이가 나는데요. 민주정책연구원 원장으로 지지율 회복에 대한 고민을 좀 하고 계신가요.

“많은 고민을 합니다. ‘대중의 트렌드(Trend)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 과거와 지금은 어떻게 다른가’ 등을 분석하는데 새정치민주연합이 솔루션(Solution) 있는 정당이 될 수 있게 좌파적 솔루션을 많이 제시하려 합니다.”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지요.

“항상 지금이 선거라는 생각을 가지고 행동에 임해야 합니다. 우리 당 사람들이 가진 두 가지 잘못된 편견이 있는데 첫 번째는 ‘우리의 지지율은 20%지만 선거 때가 되면 30% 초중반대까지는 간다’이고, 두 번째는 ‘새누리당이 유지하는 지지율 40%는 견고하지 않을 것이다’입니다. 제가 10년 전부터 한 얘기가 ‘중도유권자들은 특별히 이념적이지 않다’입니다. 중도유권자들은 정당의 정책 결정 신속성, 공고성, 일관성, 책임성 등을 봅니다. 거기에 우리가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현 정권에 대해 단순히 비판하고 공격하고, 실정을 파헤치는 것만으로 우리가 집권이 가능할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해봐야 합니다. 우리가 수권정당으로 비치기 위해서는 독자적인 솔루션을 갖는 정당으로 국민에게 비쳐야 합니다. 그리고 보통 일반적인 국민하고 아주 활성화된 소수가 있는데요. 가령 인터넷은 1%가 글을 올리고 9%가 댓글을 올리고 90%가 관망을 하는데, 1~9%의 소수의 목소리와 관망하는 다수 90%의 목소리를 어떻게 반영할 것이냐 하는 고민도 해야 합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국정조사 증인으로 나와야”

—청와대와 여당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공무원연금 개혁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합니까.

“공무원연금 개혁은 찬성하지만, 정부여당안은 연금액을 많이 깎고, 소득재분배 효과는 미미한 ‘하박상박’ 구조라는 비판이 나오는 만큼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생각해 놓은 것이라도 있습니까.

“연세대 교수가 퇴직 공무원이 받을 수 있는 연금 최고액을 월 350만원으로, 최저액을 150만원(2015년 기준)으로 못 박자고 이야기하던데요. 이런 방안 아닐까요.”

새정치민주연합은 김진수 연세대 교수가 내놓은 연금 상·하한제(하한 150만원, 상한 350만원)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런 움직임과 관련,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 TF팀장인 이한구(李漢久) 의원은 “하위직 공무원의 월급을 약 30%가량 올려줘야 가능한 안”이라며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안 처리와 이명박(李明博) 정부 시절 4대 강 사업에 대한 국정조사를 함께 다루는 ‘빅딜설’이 제기되던데요. 가능한 것인가요.

“빅딜할 성격은 아니지요.”

—야당은 이명박 정부의 소위 ‘사자방(4대강·자원외교·방산비리) 국정조사’를 원하고 있는데 빅딜이 없으면 새누리당이 절대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은데요.

“국민적인 분노가 있으면 받아들일 것입니다.”

—국민적 분노가 크게 일어나지 않는다면요.

“아무래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걸려 있으니까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크겠지요.”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증인으로 나와야 할까요.

“나와야지요. 이명박 대통령이 4대 강에 대해 어떤 판단을 했고, 그 많은 반대가 있음에도 왜 밀어붙였고, 형제가 자원외교에 왜 이렇게 허튼 돈을 썼는지를 설명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민 의원이 지난 10월 31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이명박 전 대통령이 추진한 자원외교는 임기 5년간 총 40조원이 투입됐으나, 이 중 35조원의 손실이 발생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자원외교를 내세워 임기 5년간 49차례 84개국을 방문해 자원외교를 진두지휘했으나, 외국과 MOU를 정식으로 체결한 것은 단 1건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