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인터뷰

시장경제·발전론 중시하는 프랑스 知識人 기 소르망(Guy Sorman)

“中, 체제 모순으로 韓·美·日의 하도급 국가로 남을 것”

  • 글 : 백승구 월간조선 기자  eaglebs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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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北韓, 위협적 존재 됐음에도 한국인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아
⊙ 박근혜 대통령, 北에 인도적 도움 주는 것 외 할 게 없어
⊙ 여성의 사회진출 늘어나면 이혼율 낮아지고 경제력은 향상돼
⊙ 기부는 사회적 진보 가져와… 한국을 덜 공격적인 나라로 만들어
⊙ 나는 평생 배우는 학생, 젊은이와 대화하며 새로운 시각 갖춰

기 소르망(Guy Sorman)
⊙ 70세. 유대계 프랑스인. 프랑스 동양어대학 일본어 전공. 소르본대학 문학박사.
    국립행정학교(ENA) 졸업. 불로뉴-빌랑쿠르시 부시장(명예직), 프랑스 총리실 전망위원회
    위원장 역임. 국립행정학교·모스크바대학·베이징 대외무역대학 등 세계 주요 대학 초빙교수.
    《르 피가로》 《월스트리트 저널》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
⊙ 《열린 세계와 문명 창조》 《20세기를 움직인 사상가들》 《진보와 그의 적들》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 《중국이라는 거짓말》 《Made in USA》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 등 출간.
‘세계적 석학(碩學)’이란 수식어가 붙는 70대(代)의 논객(論客)을 만나자마자 이렇게 물었다.
 
  ―문화비평가, 문명충돌 전문가, 대학교수, 칼럼니스트, 철학자, 중국전문가 등 당신에 대한 수식어가 아주 많습니다. 어느 것이 가장 마음에 듭니까.
 
  “그런 것은 남들이 붙인 겁니다. 나는 그저 학생일 뿐입니다. 세계를 돌아다니며 젊은이들을 많이 만나는데 그들과 대화를 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됩니다. 사람들이 나를 좋게 평가한다면 아마도 꾸준히 배우기 때문이 아닐까요.”
 
  유대계 프랑스 지식인(知識人) 기 소르망(Guy Sorman)은 명성(名聲)과 달리 자신을 낮췄다. ‘유럽의 지성’이니 ‘세계적 석학’이니에 대한 평가는 다를 수 있겠지만 분명한 것은 그가 현실을 직시하고 끊임없이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구사회는 그를 두고 ‘미래를 꿰뚫어보는 통찰력이 뛰어나다’고 평한다. 그는 자크 아탈리(Jacques Attali·프랑스 경제학자 겸 문화비평가), 존 나이스비트(John Naisbitt·미국 미래학자)와 함께 세계를 무대로 왕성하게 활동하는 저술가 중 한 명이다.
 
 
  미국 사회는 인류를 위한 실험실
 
최근 출간한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에서 그는 “기부는 사회적 진보를 가져온다”고 강조했다. 지난 4월 2일 주한(駐韓)프랑스문화원에서 열린 국내 출판기념회 모습.
  최근 저서(著書) 《세상을 바꾸는 착한 돈》(문학세계사)의 국내 출간을 기념해 방한(訪韓)한 그를 지난 4월 2일 주한(駐韓)프랑스문화원에서 단독으로 만났다.
 
  ―이번에 낸 책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습니까.
 
  “후한 인심(人心)에 관한 책입니다. 기부문화가 발달한 미국에서 인심이 어떻게 펼쳐지는가에 대해 썼습니다. 기부는 어떤 특별한 문화권에서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부문화를 다루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요.
 
  “저의 주장을 일부 수정 보완하기 위해 이 책을 냈습니다. 그동안 국가주의자들과 시장경제주의자들, 자본주의자들 사이의 충돌에 의해 사회가 움직인다고 생각했어요. 사회의 중요한 단면을 보지 못한 것입니다. 후한 인심, 즉 기부도 인간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어요. 기부를 하는 동기는 중요하지 않아요. 사회적 보호망에서 벗어난 사람들이 기부자들의 기부금을 통해 덕을 본다는 것이 중요해요. 국가주의자나 자본주의자가 할 수 없는 부분을 그들이 하는 겁니다. 기부는 미국 사회의 중요한 구성요소입니다. 미국 성인의 90%가 기부활동에 참여합니다. 연간 수십억 달러를 기부하는 갑부(甲富)가 있는가 하면, 매달 자신의 유무급 휴가를 이용해 자원봉사를 하거나 지정단체에 소액 기부금을 보내는 평범한 이들도 있습니다.”
 
  ―그동안 세상에 내놓은 책이 아주 다양합니다. 중국, 미국 등 국가별로 분석한 책도 있고 경제, 문화 등 분야별로 낸 책도 있습니다. 지난 2004년에 출간한 《Made in USA》에 이어 이번에는 미국의 기부문화에 관한 책을 냈는데 미국 사회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무엇입니까.
 
  “미국 사회는 ‘인류를 위한 일종의 실험실’입니다. 미국은 지난 20세기부터 수많은 혁신을 시도해 왔습니다. 미국 스스로 실험실 역할을 수행해 온 것이지요. 프랑스 정치철학자 알렉시스 토크빌(Alexis De Tocqueville)이 1831년 《미국의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의 미래를 예견한 것처럼, 현재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미래의 우리에게 현실이 될 겁니다. 중국이나 인도 등 신흥 발전 국가가 있지만,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나라로 미국만큼 좋은 사례는 없어요. 물론 저의 얘기에 유념해야 할 점은 미국 사회가 더 좋다거나 혹은 우리보다 우수하다는 등 어떤 가치판단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객관적으로 미국 사회를 쳐다볼 뿐입니다.”
 
  ―미국의 기부문화가 한국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는 뭡니까.
 
  “한국은 서구사회와 비교할 때, 기부행위가 활발한 나라는 아닙니다. 절이나 교회에서 기부행위가 이뤄지고 있지만, 그 액수는 미미하다고 봐요. 한국 사람들은 ‘왜 기부를 해야 하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기부는 국가나 시장과는 다른 방식으로 사회적 진보를 가져옵니다. 이것이 기부의 힘입니다. 한국 사회가 인자함, 너그러움, 인심에 관심을 더 많이 가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세련된 형태로 발전할 것이라 생각해요. 기부는 한국을 덜 공격적인 나라로 만들 겁니다. 나눔, 박애적 기부활동이야말로 미래가 불투명한 한국의 젊은이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수 있다고 봅니다.”
 
 
  “나는 낙관주의자·발전주의자· 자유주의자”
 
  기 소르망은 이념적으로 시장경제와 세계화를 중시하는 자유주의자로 분류된다. 그의 사상적 뿌리는 프랑스 전통 자유주의와 계몽주의이다. 인간의 이성과 과학의 발전, 물질적 진보가 인간의 행복과 자유 그리고 풍요를 보장해 준다고 그는 믿고 있다. 2012년 발간한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에서 “인류는 이전보다 더 만족할 만한 삶을 살고 있으며 미래의 진보를 낙관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스스로에 대해 “나는 낙관주의자, 발전주의자, 자유주의자이지 도박이나 예언을 일삼는 허풍쟁이가 아니다”고 했다.
 
  한편, 좌파의 이중성에 대해 과감히 비판한다. 이 때문에 국내 좌파 쪽에서는 그를 두고 ‘프랑스 민족주의에 젖은 국수주의자’라고 폄하한다.
 
  그는 서양 지식인 중 대표적인 친한파(親韓派)이다. 1985년 처음 한국을 방문한 후 지난 30년 동안 수십 차례 들러 한국 사회를 들여다봤다. 축적된 지식과 경험을 통해 그는 한국 사람이 아니면서 한국 사람보다 더 심도 있게 한국 사회를 꿰뚫고 있다.
 
  그는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에 대해 《어느 낙관론자의 일기》에 이렇게 적었다.
 
  <한국은 전통문화를 그대로 이어가면서 경제, 정치, 교육, 사회 모든 분야에서 현대화를 이뤄낸 유일한 민족이다. (중략) 한국인들은 과거 잦은 외침과 식민지배 그리고 외부 이데올로기에 시달려 왔으며 이 때문에 자신들의 문명에 단단한 ‘갑옷’을 입혀야 했다. 한국인은 이 갑옷을 절대 벗는 일 없이 자기 문명을 발전시켜 왔다.>
 
  그는 한국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그럼에도 한국은 아직 유럽과 미국인들의 눈에 중국이나 일본과 다른 문명권으로 자리 잡지 못하는 것 같다. 이는 스스로 자초한 바가 크다. 한국인들은 자신들의 오래고도 복잡한 역사와 특이한 문화를 서양인들과 공유하길 주저하거나 거부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한국이 일본을 뒤쫓아가는 시대는 끝났다”며 “한국 문명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기 위해 문화국가라는 브랜딩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30년 동안 한국을 수십 차례 방문하며 쌓은 식견이 상당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한국 사회의 장단점과 발전방안, 한반도의 미래에 대해 묻고자 합니다. 30년 전과 지금을 비교할 때 한국 사회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가장 크게 변한 것이 ‘여성’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입니다. 과거에는 한국 여성이 사회에 나와 일하는 것이 힘들었습니다. 물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여성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많이 바뀌었어요. 아래로부터의 발전이 있었던 거죠. 물론 한국 사회는 여성을 더 많이 활용해야 합니다. 기업은 여성 고용률을 높여야 해요. 앞으로 한국의 미래는 여성과 젊은이들에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세대갈등·고령화·빈부격차·低출산
 
  ―현재 한국은 이념적으로 나뉘어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봅니까.
 
  “우선 세대 갈등을 들 수 있습니다. 한국은 20대(代)와 50대라는 두 개의 계층으로 나뉘어 있어요. 20대와 50대의 사고(思考)방식이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보여요. 빈부격차도 심합니다. 특히 경제적으로 발전한 계층은 그렇지 못한 계층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매우 심각한 수준이에요. 한국의 경우, 미국에서 말하는 중산층이 없어요. 중산층은 이데올로기와 모든 것을 포용할 수 있는 계층인데 한국에는 이게 없다는 게 문제입니다.”
 
  기 소르망은 인구의 고령화와 저(低)출산, 외국 근로자 증가 현상도 거론했다.
 
  “인구는 급속히 늙어가고 있고 여성들은 아이를 낳지 않아요. 근로자에 대한 직업 교육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노동력도 줄고 있어요. 힘든 일은 하지 않으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대체 인력이 외국에서 수입됩니다. 이 숫자가 늘어나면 사회적 혼돈이 발생하는 등 사회 풍속에 큰 변화가 와요. 이민층과 기존의 한국인 사이에 갈등이 심해집니다. 이런 요소를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국가 발전의 관건이 될 겁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이혼율과 자살률이 1위입니다. 그동안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룩했지만, 그것이 모두의 행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해결책이 뭘까요.
 
  “원인부터 분석해야죠. 이혼율은 남녀 간의 불평등이 심하기 때문입니다. 여성이 사회에서 활발히 활동하면 사회 속에서 존재감을 갖게 되고 평등의식도 높아집니다. 그렇게 되면 가족 내 불평등이 줄어듭니다. 이혼율도 낮아져요. 여성이 집에 있는 경우 아이를 많이 낳고 가정살림을 잘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여성 자신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커지고 결국 부부 사이는 나빠집니다. 출산율도 낮아져요. 과거에는 여성 대부분이 집에서 살림해도 별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어요. 여성의 지적 수준, 자신에 대한 존재감 등이 과거와 완전히 다르죠.
 
  자살의 경우, 한국에는 젊은층과 노년층에서 많이 발생합니다. 이는 한국 유교 전통에서 나쁜 요소만 남고, 좋은 요소는 사라졌기 때문이라고 봐요. 나쁜 요소는 노인들의 권위이고, 좋은 요소는 노인에 대한 젊은이들의 존경심입니다. 현실에서 노인들은 대접을 받으려 하지만 젊은이들은 그들을 존경하지 않습니다. 젊은이들의 자살에는 대입(大入)과 취직에 대한 스트레스가 크게 작용하는 듯합니다.”
 
 
  한반도 주변국, 남북통일 원하지 않아
 
2008년 5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기 소르망 박사를 접견하고 있다. 기 소르망은 대통령 자문기구인 미래기획위원회에 민간위원으로 참여했다.
  기 소르망은 북한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식 변화도 발전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했다.
 
  “30년 전에는 통일에 대한 열망이 강했습니다. 이산가족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북한을 포용해야 한다는 사람도 한정돼 있고, 통일도 가슴으로 원하는 것이 아니라 학술적 연구, 이론화의 대상일 뿐입니다. 특히 북한이 더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음에도 한국 사람들은 아무도 무서워하지 않아요. 미국이 한국을 보호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중국의 영향력하에 있는 북한이 한국을 함부로 공격할 리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북한의 미래를 어떻게 전망합니까.
 
  “한국의 대북(對北)정책이 남북관계 또는 북한 정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겠지만 큰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솔직히 남북한이 통일하기 쉽지 않다고 생각해요. 물론 북한에 의한 거대한 무력 충돌도 없을 겁니다. 오래전에 프랑스 정부에서 일할 때 북한을 담당한 적이 있습니다. 북한에도 직접 가봤는데 갈 때마다 안타까운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북한 주민들은 어떤 함정에 빠진 사람들처럼 보였어요.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북한이 중국의 일부가 되어간다는 점입니다. 북한은 현재 핵을 갖고 있습니다. 이게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에요. 중국은 남북이 하나가 돼 핵을 갖는 것을 바라지 않아요. 오히려 북한을 미국, 일본과 협상하기 위해 지금처럼 지렛대로 계속 활용할 겁니다.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패권을 갖고자 해요. 남북관계에서 큰 변화를 원하지 않습니다.”
 
  ―올해 초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며 통일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통일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한다고 봅니까.
 
  “박 대통령이 통일에 대해 말하고는 있지만, 북한에 인도적 도움을 주는 것 이외에는 할 게 별로 없다고 봐요. 한반도가 통일되려면 남북한, 미국, 일본, 중국 등이 같이 논의해야 합니다. 그런데 중국이 이를 원하지 않아요. 자기네 국경에 친미(親美) 국가가 있는 것을 원하겠습니까. 한국에는 미군(美軍)이 있기 때문에 중국이 절대 바라지 않지요. 또 남한도 진심으로 통일을 바라는 것 같지 않아요. 일본도 한반도가 통일되면 군사적, 경제적으로 자신들과 비슷한 큰 나라가 생기기 때문에 원하지 않을 겁니다. 미국도 현실적으로 한반도 통일에 걸림돌이 많다고 생각해요. 결과적으로 아무도 통일을 원하지 않아요. 재미있는 것은 한국 사람들은 대통령이 매우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나 미국이나 유럽 사람들은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만 생각해요. 대통령에 대한 관점이나 대통령의 권한에 대한 시각이 다릅니다.”
 
  ―한국 사람들은 북한에 대해 같은 민족이면서 동시에 군사안보적으로 적(敵)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까운 가족이 북한에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 한 세대가 지난 지금은 먼 친척이 있는 정도이거나 혹은 나와는 더는 상관없는 존재라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정감(情感)이 사라진 것이지요. 현재 이산가족 대부분이 80~90대입니다. 이제 이산가족이 만나도 서로 얼굴을 몰라보는 경우도 있어요.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첨언하면, 독일이 통일하고, 동유럽이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될 무렵 사회주의 국가에 살았던 사람들이 자유주의, 민주주의에 적응하기에는 3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 예측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훨씬 빨리 통합되었어요. 남북한도 마찬가지입니다. 만약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람은 자유민주주의에 빨리 적응할 거예요. 내가 북한에 갈 때마다 북한과 남한 간 차이가 별로 없다는 점을 발견했어요. 남한과 북한 사람은 역시 같은 민족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농담처럼 하나 더 말하자면, 한국과 북한의 가장 큰 공통점은 남북 지도자 모두 슬로건을 중요시한다는 겁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창조경제, 경제민주화, 국민행복 등을 국민에게 내걸었는데 북한도 정치, 사회적 슬로건을 굉장히 많이 내세워요. 한민족의 특성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기 소르망의 思想的 특징
 
“낙관론자와 회의론자는 공존할 수 없다”

 
  기 소르망은 ‘발전’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갖고 있다. ‘발전’의 기준이 되는 것은 우리 인간이 발을 딛고 서 있는 이 땅의 현실이며, 현재 우리는 과거 이데올로기의 재앙이나 절대빈곤에서 벗어나 지난 세기보다 풍족한 삶을 살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아직도 전쟁, 가난, 영양실조 등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인류는 더 효율적이고 민주적인 정책을 통해 그 희망을 이루어나가야 한다고 그는 강조한다.
 
  그는 “낙관론자와 회의론자는 공존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상주의와 관념주의,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환경주의, 종교적 근본주의의 모습을 띤 모든 폭력과 독재를 반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중국과 북한에 대해 아주 비판적이다.
 
  기 소르망은 2006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중국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벗겼다. 중국에 직접 머물며 중국 지도자와 공산당 간부는 물론 농민, 일반 시민, 노동자, 기업인, 반체제 인사 등을 만나 중국을 심층적으로 진단했다. 그가 내린 결론은 이랬다. 일반 국민의 종교적 욕구 증가, 약탈당한 농민들과 실업자들의 데모, 부패, 만연한 거짓말, 지식인층의 저항에 의해 중국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 시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기 소르망은 자유주의와 시장경제를 중시한다. 2008년 《경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 세상의 부(富)와 가난이라는 경제현상을 이해하기 위한 세 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자유경제, 세계화, 경제정책이 그것이다. 그는 “경제는 하나의 학문이며 그 목적은 좋은 정책과 나쁜 정책을 구분해 주는 것”이라며 “20세기 당시 나쁜 경제정책 때문에 많은 나라가 전염병보다 큰 희생을 치르며 막대한 손해를 입었다”고 했다. 그는 자유경제와 세계화, 좋은 경제정책으로 세계는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했다.
 
  기 소르망은 세계화, 글로벌화를 강조한다. 2010년에 내놓은 《Wonderful World》는 세계화를 심층적으로 진단한 보고서이다. 자유주의자이자 세계화 옹호론자인 그는 세계가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화롭게 세계화라는 큰길로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절대빈곤으로 고통받는 이들이 경제적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길은, 사회주의를 빙자한 포퓰리즘이 아니라 자유로운 경제체제와 올바른 정책뿐이라고 했다.
 
  G2로서의 중국, 규모에서 오는 통계적 환상에 불과
 
  ―2010년에 쓴 《Wonderful World》라는 책에서 ‘세계화는 거스를 수 없는 추세’라고 강조했습니다. 한국은 글로벌화, 세계화를 통해 경제적 발전을 이룩했는데 한국 사회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까.
 
  “네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먼저 한국은 경제 규모에 비해 외교가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국제정치, 국제사회에서 한국의 지위를 높일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둘째, 문화외교가 약해요. K-pop이 유명하다고 하지만 유럽에서는 여전히 한국 문화를 잘 몰라요. 한국을 널리 알리는 정책을 펴야 합니다. 셋째, 한국의 경제가 대기업에 편중돼 있어요. 그동안 대기업이 한국 경제 발전에 기여한 부분은 아주 커요. 이제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처럼 작고 강하면서 창의적인 기업을 세우는 데 노력해야 해요. 마지막으로 여성의 경제활동 비율을 높여야 해요. 여성의 사회진출이 두 배 이상 늘어나면 한국의 경제력도 두 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2006년 《중국이라는 거짓말》을 통해 중국의 부패를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작년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등장하면서 부패척결을 강조하고 있는데요, 중국의 개혁정책이 성공할 것이라 봅니까.
 
  “부패 개혁 문제는 마오쩌둥(毛澤東) 시절에도 나왔습니다. 지도자가 부패를 해결하겠다고 해서 부패가 척결되는 게 아닙니다. 중국은 공산주의 국가입니다. 그 사회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공산당 사람들과 친해야 합니다. 국가적, 사회적 시스템에서 원천적으로 오류가 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되지 않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농민 비율을 50%에서 25%로 줄이고 나라 전체를 산업화하겠다고 했지만 큰 어려움에 빠질 겁니다. 자본주의, 시장경제 모델과 공산당의 중앙집권적 시스템은 충돌하게 돼 있습니다. 중국의 미래에 모순이 있는 겁니다. 중국 내 시장경제를 주창하는 세력과 공산주의 세력 중 어느 쪽의 힘이 세지느냐에 중국의 미래가 좌우됩니다. 개인적으로 중국 공산당 중심의 권위주의적 체제가 계속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중국은 미국이나 한국, 일본의 하도급 국가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중국이 만든 G2라는 개념은 인공적인 개념에 불과해요. 중국을 대국(大國)이라 생각하는 것은 규모에서 오는 통계적 환상일 뿐입니다. 예를 들어 국가의 발전 가능성을 판단할 때 특허 출원 수가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는데 세계적으로 미국이 1등이고, 일본이 2등, 유럽이 3등, 한국이 4등입니다. 중국은 한참 뒤에 있어요. 특허 건수만 봐도 중국은 아직 멀었습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집권 이후 일본 사회가 우경화하는 데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개인적으로 일본 시민은 우경화하고 있지 않다고 봅니다. 일본 정부만 우경화했지요. 일본과 한국 간 정치적인 대화만 오가는 데 대해 굉장히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수년 전부터 얘기했던 것인데, 민간 차원의 교류가 많아졌으면 합니다. 일본의 지식인이나 대학가에서는 일본의 과거 행위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민간 교류가 많아진다면 양국 관계가 나아질 것이라 봐요. 그런데 양국 정부는 민족주의를 자극하는 정치적인 담화만 내놓아요. 양국의 관계 회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내가 아는 일본 사람들은 모두 평화주의자입니다. 독도 문제만 보더라도 그래요. 한국의 대통령과 정치인이 독도에 가기 전에는 일본 국민은 독도가 당연히 한국 땅이라 생각했어요. 그런데 독도 문제가 정치적으로 비화하면서 일본 정치인들이 독도를 일본 땅이라고 주장하자 일본 국민도 그 주장에 동조하기 시작한 겁니다.”
 
 
  싫어하는 사람 책 반드시 읽어
 
  기 소르망은 각종 자료와 통계 수치를 들며 인터뷰에 응했다. 그의 의견에 일부 반대 논리를 대자 굳이 반박하려 하지 않았다. 자신이 연구하고 내린 결론이라며 개인적 견해임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관심 지역에 대해 반드시 현지를 방문한다고 했다. ‘여행’과 ‘현지 취재’를 통해 사유(思惟)의 폭을 넓힌다는 것이다. 그는 현실에 근거해 생각하고 관련 지식을 끊임없이 늘려나갔다. 70세에도 역동적으로 활동하며 글로벌 지식인으로서의 권위를 잃지 않는 비결에 대해 물었다.
 
  “첫째, 심리적 안정을 주는 가족의 덕을 자주 보고 있습니다. 특히 아내는 내가 잘난 척을 하면 바로 깎아내려요. 두 번째 비결은 스포츠, 도박, 연애를 안 한다는 겁니다. 대신 말하고, 읽고, 쓰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냅니다. 내가 좋아하는 책도 읽지만, 내가 싫어하는 사람의 글도 반드시 읽습니다. 흔히 사람들은 자기 생각과 같거나 비슷한 내용의 책을 읽습니다. 그건 자신의 생각을 더욱 좁게 만들죠. 개인적으로 폴 크루그먼(Paul Krugman·프린스턴대학 경제학 교수)의 주장을 반대하는데, 그가 쓴 책이나 《뉴욕타임스》 칼럼을 반드시 찾아 읽습니다. 그의 글을 통해 내 생각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책을 마련합니다. 세상 누구도 완벽한 진리를 소유하지 못합니다. 어떤 측면에서는 진리라는 것도 상대적입니다. 나는 세상에 대한 객관적 인식을 갖고자 노력합니다.”
 
  컴퓨터 자판이 아니라 아직도 만년필로 글을 쓴다는 그에게 “어떤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꾸준히 노력하는 지식인다운 대답이 나왔다.
 
  “매일 쓰는 글이 가장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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