陳翼喆
⊙ 62세.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美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수료.
북경서울문화 무역관장, 서울시 공보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APEC 연구소 연구원,
서울시 환경국장·재무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 역임. 現 서울 서초구 구청장.
⊙ 62세. 건국대 행정학과 졸업. 서울대 행정학 석사. 美 컬럼비아대 비즈니스스쿨 수료.
북경서울문화 무역관장, 서울시 공보관, 대통령비서실 행정관, APEC 연구소 연구원,
서울시 환경국장·재무국장·상수도사업본부장 역임. 現 서울 서초구 구청장.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는 신중해야 합니다. 진정으로 구민(區民)을 위한 정책이 무엇인지, 행정가가 아닌 구민의 입장에서 바라보고 선택해야죠.”
진익철(陳翼喆) 서초구청장의 표정은 단호했다. 서초구가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키로 한 데에는 진 구청장의 이런 신중함이 깔려 있다.
서울시 서초구가 오는 11월 1일부터 일반 가정에서 음식물을 버릴 때 전용 봉투를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다. 서울시 강남구·종로구·강서구는 지난 6월 2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앞서 가는’ 서초구가 이들보다 다섯 달 늦게 동참한 이유는 진익철 구청장이 지난 7~9월 두 달간 구내 18개 동을 일일이 찾아다녀서다. 어찌 보면 손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만한 일을 두고, 그는 일일이 구민 의견을 구했다. ‘행정가가 아닌 구민 편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취임 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단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30여 년을 보낸 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7월, 제5대(代) 민선(民選) 구청장으로 뽑혔다. 취임 4년차를 맞은 그는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보였다.
버려진 우면동 땅에 삼성전자 유치
“일을 차근차근 하다 보니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구민들과 대화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한 만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잘 정착될 겁니다. 오늘 보니 우면동 공사도 100%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더군요. 기대가 됩니다. 오는 2015년 5월이면 서초구에 세계적인 디자인센터가 들어섭니다.”
진익철 구청장이 설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면동 공사’는 진 구청장이 취임 직후부터 1년 동안 공들여 일궈 낸 성과다. 땅값이 비싼 서초구에는 사실상 버려진 땅이 있었다. 우면동 167-2 일대였다. 이곳은 지난 2005년 9월에 건설교통부로부터 연구시설 용지로 지정이 됐다. 하지만 240%라는 낮은 용적률, 4~5층으로 층수를 제한해서 어느 기업도 땅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진익철 구청장은 취임한 이후부터 청와대·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서울시 등 관계 기관의 문턱을 수없이 드나들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나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원칙은 원칙이지만 고지식한 원칙주의는 없어져야 합니다. 제 눈에 우면동 부지는 기업체에서 탐낼 만한 훌륭한 땅이었습니다. 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신분당선, 양재대로 등을 갖춘 교통·물류의 중심 도시 아닙니까. 코트라, 현대자동차연구센터, LG전자연구소가 있습니다. 입지 조건이 훌륭한 땅이 방치된 것은, 자연부락의 조망권을 보장한다며 각종 규제를 해서였습니다. 규제만 풀리면 서초구나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체 모두에 윈윈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규제를 풀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규제를 푸는 것은 늘 리스크가 따릅니다. ‘괜한 일을 벌여서 오해나 사지 않을까’ 싶은 공무원 심리도 읽혔습니다. 하지만 임기 내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끈질기게 쫓아다녔습니다. 그 지역 자연부락민들이 청장실에 찾아와서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자연적으로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式)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이 해결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말이 좋지, 사실상 시간 낭비 아닙니까. 최근 문제가 됐던 밀양 송전탑 공사와 마찬가지입니다. 큰 원칙과 대의 앞에서 주저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진 구청장이 관계부처 관계자들을 쫓아다닌 지 1년 만인 지난 2011년 8월, 국토해양부는 이 부지에 대한 용적률을 240%에서 360%로, 층고 4~5층을 10층 이하로 완화했다. 삼성전자가 10만평의 이 땅을 2000억원에 샀고,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오는 2015년 5월이 되면, 이곳에 총 6개 동의 삼성전자 디자인·소프트웨어 연구센터가 들어선다.
서초구는 이 공사가 진행되는 2년9개월간 총 70만명의 건설인력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공사가 완료되면 1만명의 석·박사급 인재가 서초구 우면 지역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초구가 교육·문화의 도시를 넘어 과학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 방에 CCTV 달아
결과는 핑크빛이지만, 진 구청장이 이 규제를 완화시키면서 가슴 답답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평생 공무원 생활을 한 그에게 ‘공무원의 문제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즉각 답이 돌아왔다.
“공무원은 자기 업무만, 규정에 나온 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원인 입장에서 보면 어떤 문제가 한 부서가 아니라 여러 부서 관할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민원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해야 할 일만 딱 하는 겁니다. 또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부서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구청에서라도 이런 일을 없애고자 취임한 후에 칸막이부터 걷어 냈습니다.”
진 구청장이 취임한 후에 서초구청에는 ‘현안회의’라는 것이 생겼다. 구청의 주요 현안에 대해 주무관부터 팀장·과장·부구청장·구청장이 한자리에 앉아 토론을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 변호사, 중앙부처 공무원이 참석해 현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토론 준비에 바쁜 부서는 툴툴거렸지만, 진 구청장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서초구는 민선 5기 출범 후에 총 313회의 현안회의를 통해 88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다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정책도 나왔다.
“서초구에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인 강남대로가 있습니다. 일부에서 이런 지역에서,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에서 흡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토론 끝에 금연거리를 만들고,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남대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90% 줄었습니다. 과태료가 구청 재정으로 들어와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습니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과지요.”
그뿐이 아니다. 정책의 결정과정은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된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진 구청장의 방 한편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구청장 방과 썩 어울리지 않는 물건인 듯싶어 물었더니 진 구청장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정책과정을 저부터 공개하고 스스로 감시한다는 뜻에서 CCTV를 설치했습니다. 만약 제 방을 방문한 누군가가 손에 어떤 서류를 쥐고 가려 하면 말없이 손가락으로 CCTV를 가리킵니다. 다른 말이 필요없죠(웃음).”
진익철 구청장은 취임 이후에 구청 내의 모든 수의계약을 전자공개입찰로 전환했다. 과거 구청은 2000만원 이하의 용역이나 물품 구매는 수의계약으로 처리해 왔다.
진 구청장은 “단순한 사무용품 구매에까지 입찰을 적용하면 불편이 따르지만, 비리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전자공개입찰 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같은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모두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오랜 기간 같은 보직을 맡으면, 지역의 실권 세력이나 특정 업체와 결탁이 쉬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초구는 각 부서에서 업무추진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던 레미콘 공장 문을 36년 만에 닫게 하기도 했다.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남태령까지 이어진 과천대로 일대 지역에는 (주)렉스콘이라는 회사 소유의 땅이 있었다. (주)렉스콘은 용지 중 일부를 지난 1976년 4월부터 레미콘 제조시설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장용지 중 일부가 서울시에 수용됐고, (주)렉스콘은 다른 용지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며 설립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초구는 이를 허가하지 않아 구청과 해당 기업의 소송으로 불거졌다. 법원은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 줬고, 결국 회사는 종전의 공장 운영까지 전면 포기하게 됐다. 도심 한복판에 만들어진 레미콘 공장으로 인해 소음과 분진에 시달렸던 서초구 주민들이 더 이상 시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우면동 산사태’ 계기로 서초구 산·계곡 정비
서초구에는 다른 구(區)와 달리 마권발매소를 찾을 수 없다. 서초구와 한국마사회의 1년에 걸친 법정 공방에서 서초구가 승리해서다. 지난 2009년 11월, 한 건축주가 서초구의 교대역 출구 주변에 있는 지하 6층~지상 11층 규모의 건축심의를 신청했다. 서초구는 법에 따라 건축허가를 내줬다. 그런데 이 건축주가 지난 2010년 12월 한국마사회에 토지를 팔아 버렸다. 진익철 구청장은 마사회가 이 땅을 사들인 만큼, 이곳에 짓기로 한 회의장이 마권장외발매소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진 구청장의 얘기다.
“애당초 건축허가를 낸 이유는 문화 및 집회시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사회가 주인이 되면 건물용도가 위락시설로 분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대역은 유동인구가 많고, 학교·주거지가 밀집한 곳인데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권장외발매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도 뜨거웠습니다. 구민과 구청이 하나가 되어 마사회를 상대로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서초구는 서초역에서 강남역에 이르는 서초로변의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마권발매소 진입 저지에 나섰다. 마사회는 구청의 이런 관리계획변경 등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결국 재판부는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 줬다. 서초구에서 마권발매소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초구가 매년 겪어 온 고질병인 ‘홍수피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했다. 서초구의 강남역 일대는 1998년부터 상습침수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지역은 인근인 강남구 논현동에 비해 해발고도가 17m 이상 낮다. 여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바로 옆 강남구 빗물과 서초구 빗물이 강남역으로 집중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진익철 구청장은 일본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난방지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근래 들어 최악의 홍수피해 참사로 여겨지는 지난 2011년 7월의 ‘우면동 산사태’ 사건 때 황급히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진익철 구청장의 공이 컸다. ‘우면동 산사태’는 지난 2011년 7월 27일, 시간당 수십m의 폭우가 쏟아지며, 우면산 인근 주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이다. 진 구청장은 재해가 발생하자마자 이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청와대에 건의했다. 서초구가 ‘부자구’의 이미지가 강한 탓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제 판단으로 우면산 산사태는 엄연한 자연재해였고, 특별재난지역이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를 인정받아 1200억원의 세금을 받았습니다. 그 세금으로 우면산 일대를 복구하고, 서초구의 산사태 위험지역, 계곡을 재정비했습니다. 서초구는 녹지 면적이 60%에 달합니다. 현재의 기술력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거듭났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여전히 서초구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심도 터널은 강남역에서 한강에 이르는 곳까지 지하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진 구청장은 “강남역 일대는 한강, 반포천보다 낮아서 반복적으로 침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대심도 터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1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친·외손주 돌보는 서초구 할머니는 시간당 6000원 받는다
진익철 구청장은 기업체 유치, 재난지역 선포, 마사회와의 소송 등 굵직한 일에서부터 구민 개개인의 일상을 챙기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지금은 여러 다른 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손주돌보미’ 제도는 서초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아이돌보미 제도를 시행했지만, 혜택을 받는 이는 저소득층에 한정돼 있었다. 진 구청장의 얘기다.
“서초구민이 43만명인데 하루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10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큰일이다 싶어서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출산장려 정책 중 하나로 ‘아이돌보미’를 시행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자녀가 있는 구청의 엄마 직원 의견을 듣고, 또 손주를 둔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서로 윈윈이 될 수 있겠다 싶더군요. 엄마들은 자녀를 돌봐줄 사람들을 찾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소일거리 차원에서, 또 아이들을 챙기면서 얻는 보람이 크다며 돌보미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서초구청은 65세 이하의 여성을 대상으로 50시간에 걸쳐 아이돌보미 교육을 시키고, 필요한 가정에 파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둘 이상의 아이를 둔 가정이 신청하면 돌보미를 보냈고, 또 이들 돌보미에게 시간당 6000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렇게 돌보미 제도가 안착될 즈음, ‘구청장에게 바란다’는 코너에 한 의견이 접수됐다. ‘현재 손주를 보고 있는 친할머니·외할머니도 손주돌보미로 인정해서 시간당 6000원의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진익철 구청장의 얘기다.
“현안회의에 안건을 내놨더니 첨예하게 대립되더군요.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건 당연한데 굳이 지원을 해야 하느냐’와 ‘할머니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돌보미이니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결국 노인복지와 가족공동체 회복을 위해서 지원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물론 부정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수급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토록 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2011년 1월, 서초구에는 기존의 ‘아이돌보미’ 제도를 확대한 ‘손주돌보미’ 사업이 시행됐다. 자신의 친·외손주를 돌보는 ‘손주돌보미’ 할머니는 시행 첫해 25명뿐이었다. 지난 2012년 123명, 올해는 총 170명으로 늘었다. 서초구에 자신의 손주를 돌보고, 구청에서 매달 최대 24만원을 수령하는 할머니들이다. 서초구는 이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현재 할머니들의 교육시간을 종전의 50시간에서 25시간으로, 가능 연령은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
진익철 구청장은 “‘아이돌보미 서비스’로 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겨 마음이 편하고,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초구의 출산율은 지난 2012년 전년보다 17.5%가 늘었다. 서울시 자치구 중 출산율 증가면에서 1위였다. 서초구는 ‘2010년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 경진대회’, ‘2012년 일·가정균형 경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초구의 24곳에는 이동보건소가 있다. 간호사, 운동처방사 등 보건 공무원 80여 명이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각종 검사와 상담을 무료로 해 주는 것이다. 주민들이 찾아가야 하는 보건소가 아니라, 보건소가 주민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건강한 아파트 만들기 사업’의 일부로 시작됐는데, 첫해에는 2개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됐지만, 2011년 8곳, 2012년 12곳 등 대상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조사를 통해,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서초구를 ‘행복지수 1위 구’로 선정하기도 했다.
재임 동안 꽤 이력에 남을 만한 일들을 해 낸 진 구청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그리고 매일 두 발목에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구청으로 출근한다. 주민들을 섬기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의식(儀式)이다.⊙
진익철(陳翼喆) 서초구청장의 표정은 단호했다. 서초구가 서울시의 25개 자치구 중에서 맨 마지막으로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키로 한 데에는 진 구청장의 이런 신중함이 깔려 있다.
서울시 서초구가 오는 11월 1일부터 일반 가정에서 음식물을 버릴 때 전용 봉투를 사용하는 ‘음식물쓰레기 종량제’를 실시한다. 서울시 강남구·종로구·강서구는 지난 6월 2일부터 이 제도를 시행해 왔다. ‘앞서 가는’ 서초구가 이들보다 다섯 달 늦게 동참한 이유는 진익철 구청장이 지난 7~9월 두 달간 구내 18개 동을 일일이 찾아다녀서다. 어찌 보면 손쉽게 의사결정을 내릴 만한 일을 두고, 그는 일일이 구민 의견을 구했다. ‘행정가가 아닌 구민 편에서 의사결정을 한다’는 취임 초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단다. 행정고시에 합격한 뒤 서울시 공무원으로 30여 년을 보낸 진 구청장은 지난 2010년 7월, 제5대(代) 민선(民選) 구청장으로 뽑혔다. 취임 4년차를 맞은 그는 하고 싶은 말도, 하고 싶은 일도 많아 보였다.
버려진 우면동 땅에 삼성전자 유치
“일을 차근차근 하다 보니 벌써 3년이 넘었습니다. 구민들과 대화를 통해 신중하게 결정한 만큼 ‘음식물쓰레기 종량제’가 잘 정착될 겁니다. 오늘 보니 우면동 공사도 100%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더군요. 기대가 됩니다. 오는 2015년 5월이면 서초구에 세계적인 디자인센터가 들어섭니다.”
진익철 구청장이 설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우면동 공사’는 진 구청장이 취임 직후부터 1년 동안 공들여 일궈 낸 성과다. 땅값이 비싼 서초구에는 사실상 버려진 땅이 있었다. 우면동 167-2 일대였다. 이곳은 지난 2005년 9월에 건설교통부로부터 연구시설 용지로 지정이 됐다. 하지만 240%라는 낮은 용적률, 4~5층으로 층수를 제한해서 어느 기업도 땅을 사겠다고 나서지 않았다. 진익철 구청장은 취임한 이후부터 청와대·국토해양부·건설교통부·서울시 등 관계 기관의 문턱을 수없이 드나들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지나친 규제는 완화돼야 한다는 확고한 생각이 있었습니다. 원칙은 원칙이지만 고지식한 원칙주의는 없어져야 합니다. 제 눈에 우면동 부지는 기업체에서 탐낼 만한 훌륭한 땅이었습니다. 서초구가 경부고속도로, 신분당선, 양재대로 등을 갖춘 교통·물류의 중심 도시 아닙니까. 코트라, 현대자동차연구센터, LG전자연구소가 있습니다. 입지 조건이 훌륭한 땅이 방치된 것은, 자연부락의 조망권을 보장한다며 각종 규제를 해서였습니다. 규제만 풀리면 서초구나 이곳에 입주하는 기업체 모두에 윈윈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규제를 풀기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텐데요.
“만나는 사람마다 한결같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규제를 푸는 것은 늘 리스크가 따릅니다. ‘괜한 일을 벌여서 오해나 사지 않을까’ 싶은 공무원 심리도 읽혔습니다. 하지만 임기 내에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끈질기게 쫓아다녔습니다. 그 지역 자연부락민들이 청장실에 찾아와서 격렬하게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혹자는 자연적으로 갈등이 해소될 때까지 기다리자는 식(式)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일이 해결되기를 기다린다는 것은 말이 좋지, 사실상 시간 낭비 아닙니까. 최근 문제가 됐던 밀양 송전탑 공사와 마찬가지입니다. 큰 원칙과 대의 앞에서 주저해선 안된다고 생각해서 밀어붙였습니다.”
그렇게 진 구청장이 관계부처 관계자들을 쫓아다닌 지 1년 만인 지난 2011년 8월, 국토해양부는 이 부지에 대한 용적률을 240%에서 360%로, 층고 4~5층을 10층 이하로 완화했다. 삼성전자가 10만평의 이 땅을 2000억원에 샀고, 총 1조3000억원을 투자키로 했다. 오는 2015년 5월이 되면, 이곳에 총 6개 동의 삼성전자 디자인·소프트웨어 연구센터가 들어선다.
서초구는 이 공사가 진행되는 2년9개월간 총 70만명의 건설인력 일자리가 생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또 공사가 완료되면 1만명의 석·박사급 인재가 서초구 우면 지역에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초구가 교육·문화의 도시를 넘어 과학도시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청장 방에 CCTV 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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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초구 중앙노인복지관에서 열린 지난 5월 8일 어버이날 행사에 참석한 진익철 구청장. |
“공무원은 자기 업무만, 규정에 나온 대로 판단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민원인 입장에서 보면 어떤 문제가 한 부서가 아니라 여러 부서 관할로 얽혀 있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런 민원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내가 해야 할 일만 딱 하는 겁니다. 또 리스크를 감수하는 일을 잘 하지 않습니다. 부서 간 보이지 않는 칸막이로 인해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구청에서라도 이런 일을 없애고자 취임한 후에 칸막이부터 걷어 냈습니다.”
진 구청장이 취임한 후에 서초구청에는 ‘현안회의’라는 것이 생겼다. 구청의 주요 현안에 대해 주무관부터 팀장·과장·부구청장·구청장이 한자리에 앉아 토론을 하는 것이다. 필요에 따라서는 지역 주민, 변호사, 중앙부처 공무원이 참석해 현안에 대해 난상토론을 벌인다. 토론 준비에 바쁜 부서는 툴툴거렸지만, 진 구청장의 생각엔 변함이 없었다. 서초구는 민선 5기 출범 후에 총 313회의 현안회의를 통해 886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토론을 하다 보니, 기대하지 않았던 뜻밖의 정책도 나왔다.
“서초구에는 하루 유동인구가 100만명인 강남대로가 있습니다. 일부에서 이런 지역에서, 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주변에서 흡연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습니다. 토론 끝에 금연거리를 만들고, 이를 어길 시에는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폈습니다. 결과적으로, 강남대로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는 사람이 90% 줄었습니다. 과태료가 구청 재정으로 들어와 일석이조의 효과를 봤습니다. 여러 부서의 사람들,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서 나온 결과지요.”
그뿐이 아니다. 정책의 결정과정은 투명하게 외부에 공개된다. 인터뷰를 위해 찾은 진 구청장의 방 한편에는 폐쇄회로(CC)TV가 설치돼 있었다. 구청장 방과 썩 어울리지 않는 물건인 듯싶어 물었더니 진 구청장이 이렇게 말했다.
“모든 정책과정을 저부터 공개하고 스스로 감시한다는 뜻에서 CCTV를 설치했습니다. 만약 제 방을 방문한 누군가가 손에 어떤 서류를 쥐고 가려 하면 말없이 손가락으로 CCTV를 가리킵니다. 다른 말이 필요없죠(웃음).”
진익철 구청장은 취임 이후에 구청 내의 모든 수의계약을 전자공개입찰로 전환했다. 과거 구청은 2000만원 이하의 용역이나 물품 구매는 수의계약으로 처리해 왔다.
진 구청장은 “단순한 사무용품 구매에까지 입찰을 적용하면 불편이 따르지만, 비리를 막는다는 차원에서 전자공개입찰 원칙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또 그는 같은 부서에서 3년 이상 근무한 공무원은 모두 다른 부서로 이동시켰다. 오랜 기간 같은 보직을 맡으면, 지역의 실권 세력이나 특정 업체와 결탁이 쉬울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서초구는 각 부서에서 업무추진을 위해 사용하는 비용에 대해서도 홈페이지를 통해 모두 공개하고 있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있던 레미콘 공장 문을 36년 만에 닫게 하기도 했다. 지하철 4호선 사당역에서 남태령까지 이어진 과천대로 일대 지역에는 (주)렉스콘이라는 회사 소유의 땅이 있었다. (주)렉스콘은 용지 중 일부를 지난 1976년 4월부터 레미콘 제조시설로 운영해 왔다. 그런데 최근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건설공사가 시작되면서 공장용지 중 일부가 서울시에 수용됐고, (주)렉스콘은 다른 용지에 새로운 공장을 짓겠다며 설립 승인을 신청했다. 하지만 서초구는 이를 허가하지 않아 구청과 해당 기업의 소송으로 불거졌다. 법원은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 줬고, 결국 회사는 종전의 공장 운영까지 전면 포기하게 됐다. 도심 한복판에 만들어진 레미콘 공장으로 인해 소음과 분진에 시달렸던 서초구 주민들이 더 이상 시달리지 않게 된 것이다.
‘우면동 산사태’ 계기로 서초구 산·계곡 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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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익철 구청장이 서초구 서초3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구민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
“애당초 건축허가를 낸 이유는 문화 및 집회시설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마사회가 주인이 되면 건물용도가 위락시설로 분류돼야 하지 않겠습니까. 교대역은 유동인구가 많고, 학교·주거지가 밀집한 곳인데 이런 시설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마권장외발매소 건립에 반대하는 주민들 목소리도 뜨거웠습니다. 구민과 구청이 하나가 되어 마사회를 상대로 싸움에 들어갔습니다.”
서초구는 서초역에서 강남역에 이르는 서초로변의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하면서까지 마권발매소 진입 저지에 나섰다. 마사회는 구청의 이런 관리계획변경 등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냈고, 1심과 2심 재판이 진행됐다. 결국 재판부는 서초구청의 손을 들어 줬다. 서초구에서 마권발매소를 찾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진익철 구청장은 서초구가 매년 겪어 온 고질병인 ‘홍수피해’에 대한 대비책 마련에도 박차를 가했다. 서초구의 강남역 일대는 1998년부터 상습침수 위험지역으로 지정된 곳이다. 이 지역은 인근인 강남구 논현동에 비해 해발고도가 17m 이상 낮다. 여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면, 바로 옆 강남구 빗물과 서초구 빗물이 강남역으로 집중 유입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진익철 구청장은 일본에서 관련 부처 공무원, 교수 등 전문가들을 초청해 재난방지 국제 콘퍼런스를 개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섰다.
근래 들어 최악의 홍수피해 참사로 여겨지는 지난 2011년 7월의 ‘우면동 산사태’ 사건 때 황급히 국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었던 데에는 진익철 구청장의 공이 컸다. ‘우면동 산사태’는 지난 2011년 7월 27일, 시간당 수십m의 폭우가 쏟아지며, 우면산 인근 주민 18명의 목숨을 앗아간 재난이다. 진 구청장은 재해가 발생하자마자 이곳이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청와대에 건의했다. 서초구가 ‘부자구’의 이미지가 강한 탓에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하는 것을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되면 국가의 세금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국민 세금을 투입할 수 없다며 반대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제 판단으로 우면산 산사태는 엄연한 자연재해였고, 특별재난지역이 될 정도로 심각한 일이었습니다. 청와대에서 이를 인정받아 1200억원의 세금을 받았습니다. 그 세금으로 우면산 일대를 복구하고, 서초구의 산사태 위험지역, 계곡을 재정비했습니다. 서초구는 녹지 면적이 60%에 달합니다. 현재의 기술력을 총동원했기 때문에 재해로부터 안전한 도시로 거듭났다고 자부합니다.”
그는 여전히 서초구에 대심도 터널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심도 터널은 강남역에서 한강에 이르는 곳까지 지하터널을 만드는 것이다. 진 구청장은 “강남역 일대는 한강, 반포천보다 낮아서 반복적으로 침수가 발생할 수밖에 없어서 대심도 터널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이 터널을 만들기 위해서는 1300억원이 들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친·외손주 돌보는 서초구 할머니는 시간당 6000원 받는다
진익철 구청장은 기업체 유치, 재난지역 선포, 마사회와의 소송 등 굵직한 일에서부터 구민 개개인의 일상을 챙기는 소프트웨어적인 부분까지 세심한 배려를 하고 있다.
지금은 여러 다른 구에서 시행되고 있는 ‘손주돌보미’ 제도는 서초구가 전국에서 최초로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 2007년부터 국가사업으로 아이돌보미 제도를 시행했지만, 혜택을 받는 이는 저소득층에 한정돼 있었다. 진 구청장의 얘기다.
“서초구민이 43만명인데 하루에 태어나는 신생아가 10명이 되지 않았습니다. 큰일이다 싶어서 구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습니다. 출산장려 정책 중 하나로 ‘아이돌보미’를 시행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자녀가 있는 구청의 엄마 직원 의견을 듣고, 또 손주를 둔 할머니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서로 윈윈이 될 수 있겠다 싶더군요. 엄마들은 자녀를 돌봐줄 사람들을 찾고 있었고, 할머니들은 소일거리 차원에서, 또 아이들을 챙기면서 얻는 보람이 크다며 돌보미를 하고 싶어했습니다.”
서초구청은 65세 이하의 여성을 대상으로 50시간에 걸쳐 아이돌보미 교육을 시키고, 필요한 가정에 파견하자는 데 의견을 모았다.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둘 이상의 아이를 둔 가정이 신청하면 돌보미를 보냈고, 또 이들 돌보미에게 시간당 6000원의 수당을 지급했다. 이렇게 돌보미 제도가 안착될 즈음, ‘구청장에게 바란다’는 코너에 한 의견이 접수됐다. ‘현재 손주를 보고 있는 친할머니·외할머니도 손주돌보미로 인정해서 시간당 6000원의 수당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다.
진익철 구청장의 얘기다.
“현안회의에 안건을 내놨더니 첨예하게 대립되더군요. ‘자신의 손주를 돌보는 건 당연한데 굳이 지원을 해야 하느냐’와 ‘할머니는 믿고 맡길 수 있는 최고의 돌보미이니 지원해야 한다’는 의견이 팽팽했습니다. 결국 노인복지와 가족공동체 회복을 위해서 지원하자고 결정했습니다. 물론 부정으로 양쪽에서 동시에 수급하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토록 했습니다.”
이렇게 지난 2011년 1월, 서초구에는 기존의 ‘아이돌보미’ 제도를 확대한 ‘손주돌보미’ 사업이 시행됐다. 자신의 친·외손주를 돌보는 ‘손주돌보미’ 할머니는 시행 첫해 25명뿐이었다. 지난 2012년 123명, 올해는 총 170명으로 늘었다. 서초구에 자신의 손주를 돌보고, 구청에서 매달 최대 24만원을 수령하는 할머니들이다. 서초구는 이 제도를 더욱 활성화하기 위해서 현재 할머니들의 교육시간을 종전의 50시간에서 25시간으로, 가능 연령은 65세에서 70세로 늘렸다.
진익철 구청장은 “‘아이돌보미 서비스’로 친정어머니께 아이를 맡겨 마음이 편하고, 어머니께 미안한 마음을 조금이나마 덜었다는 얘기를 들을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는 알 수 없지만, 서초구의 출산율은 지난 2012년 전년보다 17.5%가 늘었다. 서울시 자치구 중 출산율 증가면에서 1위였다. 서초구는 ‘2010년 아이낳기좋은세상운동 경진대회’, ‘2012년 일·가정균형 경진대회’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서초구의 24곳에는 이동보건소가 있다. 간호사, 운동처방사 등 보건 공무원 80여 명이 아파트 단지를 찾아가 각종 검사와 상담을 무료로 해 주는 것이다. 주민들이 찾아가야 하는 보건소가 아니라, 보건소가 주민을 먼저 찾아가는 것이다.
이 사업은 지난 2009년 ‘건강한 아파트 만들기 사업’의 일부로 시작됐는데, 첫해에는 2개 아파트 단지에서 시작됐지만, 2011년 8곳, 2012년 12곳 등 대상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서울시 산하 서울연구원은 조사를 통해, 지난 2010년과 2011년에 서초구를 ‘행복지수 1위 구’로 선정하기도 했다.
재임 동안 꽤 이력에 남을 만한 일들을 해 낸 진 구청장이지만, 그는 여전히 바쁘다. 그리고 매일 두 발목에 2kg짜리 모래주머니를 차고 구청으로 출근한다. 주민들을 섬기는 마음가짐을 잊지 말자는 차원에서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하는 의식(儀式)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