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李晟漢 경찰청장 : 월간조선

이성한(李晟漢) 경찰청장은 지난 3월 29일 취임했다. 부산경찰청장이던 그가 3월 중순께 경찰청장 내정자로 지명됐을 때 세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으나 경찰 내부에서는 고개를 끄덕이는 인사가 많았다.

왜 이 청장의 내정 소식을 듣고 경찰 안과 바깥의 반응이 달랐을까. 그 답은 한 일간지가 ‘경찰청장 내정자 이성한’을 소개하는 인물평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그 인물평에서는 이 청장을 이렇게 소개하고 있다.

“꼼꼼하고 성실하며 정치색이 없다.”

‘꼼꼼하고 성실하며 정치색이 없는 사람’이 외부에 널리 알려진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정치색이 없다’는 말에 방점을 두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꼼꼼하고 성실하니’ 내부의 평가는 후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 청장의 꼼꼼함은 기자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인터뷰어(interviewer)와 인터뷰이(interviewee)로 우리가 만났을 때 사전에 준비한 질문과 답은 50개가 넘었다. 정확히 54개였다. 답변 도중 그는 가끔씩 이미 작성한 답변을 들춰보기도 했는데 곳곳에 형광펜 자국이 보였다. 사전에 꼼꼼하게 답변을 숙지한 흔적들이었다. 꼼꼼함은 당연히 성실함을 수반한다.

가끔은 그가 미처 답변 준비를 못 했을 질문도 던져보았다. 그의 답변에는 주저함이 없었다. 다양한 수치가 포함돼 있어서 답변이 어려울 것으로 짐작되는 질문에도 그는 막힘이 없었다.

이 청장은 1983년에 경찰 간부 31기로 경찰에 입문했다. 정치색이 없다는 그가 꼼꼼함과 성실함만으로 경찰 입문 30년 만에 10만 경찰의 수장이 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그에게는 꼼꼼함과 성실함 외에 하나가 더 있었다. 조용해서 보이지 않았던 그의 장점. 굳이 수식어를 붙이자면 ‘조용한 강함’이라고 할까. 그랬다. 그에게는 ‘조용한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이 청장의 답변은 정책과 관련된 것 외에는 대부분 간단명료했다. 거기서 받은 인상은 정리가 잘 된 사람이라는 것과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강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위 현장마다 나타나는 똑같은 사람들

2013년 6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7회 청룡봉사상 시상식에서 이성한 경찰청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현(現) 정부가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부처명을 변경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안전’이 국정 키워드로 강조되고 있습니다. 그 일환으로 경찰도 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폭력, 불량식품 등 4대 사회악 척결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는데요.

“전국 경찰관서에 ‘4대 사회악 근절’ 추진본부를 설치, 분야별 감축목표 관리제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성폭력의 경우 미 검거율 목표가 14.7%였는데 7.6%로 낮췄고, 학교폭력의 경우는 피해 경험률을 8.0%로 설정했는데 결과는 2.2%로 대폭 낮추는 등 체감치안 관련 지표들이 모두 개선되고 있습니다.”

—경찰이 정부의 국정 키워드인 4대 사회악 근절에만 치중한 나머지 여타 민생현안에는 자칫 소홀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습니다.

“4대 사회악 근절은 여성, 아동 등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국민들 사이에 특히 불안감이 높은 성폭력, 학교폭력을 근절하는 것으로 경찰의 기본 업무이자 민생치안의 요체입니다. 4대 사회악과 민생치안이 별개의 문제가 아니라는 거죠. 실제 민생치안과 직결되는 살인, 강도, 강간, 절도, 폭력 등 5대 범죄의 검거율도 4대 사회악 근절에 나서면서 모두 높아졌습니다.”

이성한 청장이 4대 사회악 근절만큼이나 심혈을 기울이는 일이 집회시위 현장에서의 법질서 확립이다. 집회 및 시위와 관련해 이 청장은 여러 번 ‘엄정 대응’을 강조했다.

—보통 정부 출범 첫해에는 집회나 시위가 늘어나는데요.

“과거 사례를 보면 정부 출범 첫해에는 집회·시위가 전년대비 평균 18% 가량 증가합니다. 금년에도 3월에서 7월까지 정부 출범 이후 5개월간 집회 건수는 동기간 대비 16.6% 늘어났습니다. 우리 경찰은 엄정 대응을 원칙으로 하고 있는데 지난 8월 15일 서울 도심에서 기습적으로 도로를 점거하거나 가두시위 등 불법행위를 한 시위대 301명을 현장 검거하기도 했습니다.”

—엄정 대응한다고 하지만 피부로 느끼는 것은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특히 집회 시 발생하는 소음에 대해서 더욱 그렇습니다.

“집회 현장에 소음측정요원을 배치하고 있지만 현행 소음 규정으로는 국민의 불편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경찰의 기준 이하 소음유지명령을 따랐는지 확인하는 데만 최소 4회 이상 측정에 시간만 30분 이상 걸리도록 돼 있습니다. 측정 시간이 길다 보니 소음 측정할 때 볼륨을 잠시 낮추는 방법으로 얼마든지 빠져나갈 수 있는 거죠. 소음기준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집시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서울 덕수궁 앞 쌍용차 관련 시위는 언제까지 내버려둘 생각입니까.

“쌍용차 범대위의 불법 천막 농성장은 지난 4월 4일 철거했습니다. 그런데 이후에도 범대위 측이 공무원이나 경찰을 폭행하는 불법행위를 반복해 5월 31일 이후의 집회는 금지하고 있습니다. 집회 금지 이후 미사나 기도회 등 종교행사와 다른 단체가 집회를 하고 있는데 불법집회로 변질될 경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관리할 것입니다.”

—덕수궁 앞에서 천막을 치고 농성하던 중 천막에서 화재가 발생해 덕수궁 담벼락이 그을리는 등 피해가 있었습니다. 문화재 부근에서의 시위나 집회를 금지하는 법을 추진할 생각은 없습니까.

“그렇지 않아도 논의가 있었는데 천연기념물도 문화재에 들어가는 등 논의할 문제가 많더군요. 고민하고 있습니다.”

—밀양 송전탑 문제 등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사회갈등 현안 해결을 위해 경찰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습니까.

“밀양 송전탑 문제는 국회 권고에 따라 산업부와 한전에서 주민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주민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마찰 방지 등 준법 분위기 조성에 노력하고 있습니다. 주민 측에는 공사방해 등 불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설득하고 있고 한전 측에는 주민과 대화·협상 후 공사를 재개토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저도 현장에 가볼 생각입니다.”

—사회적 갈등 현안이 있는 시위 현장에는 외부 세력 개입이 잦은데 그들의 개입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방법은 없습니까.

“현재로서 묘안은 없습니다. 어디든지 집단 민원이 있으면 똑같은 사람들이 옵니다. 제주 강정마을이나 밀양 송전탑이나 서울광장이나 늘 시위에 단골로 참여하는 외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게 시위현장마다 따라다니는 사람들은 뭐 해 먹고산답니까.

“저도 그게 궁금합니다.”

—좀 알아보시죠.

“잘못 알아보다가는 민간인 사찰이 될 수도 있으니까….”

3면적 관계를 고려한 집회 및 시위 관리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이 청장 앞에 놓인 자료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집회시위현장에서의 법질서 확립 방안은?>이라고 적힌 자료였는데 자료 제목 밑에 있는 ‘3면적 관계를 고려한 집회시위 관리’라는 말이 눈에 들어왔다.

—3면적 관계를 고려한 집회·시위 관리라는 게 무슨 이야기입니까.

“그동안 우리 경찰은 집회·시위 관리를 경찰과 집회 참가자 간 양자 대립 관계로만 봐 왔습니다. 그런 관행에서 탈피해 집회 현장 주변에 있는 일반국민도 당사자로 포함해서 3면적 관계로 집회·시위를 보자는 것이죠. 집회 때문에 피해를 보는 국민들이 많지 않습니까. 극심한 교통정체를 야기하는 불법 도로 점거, 확성기를 이용한 과도한 소음 유발 등 집회와 상관없는 국민들의 피해가 만만치 않다고 봅니다. 시위·집회로 인한 국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합법촉진, 불법필벌’의 대응 기조를 강력히 유지해 나갈 생각입니다. 도로 무단 점거 등 불법 집회나 시위는 절대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인식을 확산해 나갈 것입니다.”

—아직도 파출소 난동, 경찰관 폭행을 비롯한 공권력의 권위를 훼손하는 범죄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장제압 및 형사처벌은 물론이고 민사상 책임까지 물을 생각입니다. 더 이상 경찰이 공권력에 도전하는 불법 앞에 쭈뼛거릴 이유가 없습니다. 엄정한 법집행을 위해 최근에 경찰서 난동자들을 구속하는 사례가 늘고 있고 허위신고에 대한 형사처벌과 손해배상 청구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범법자가 두려워하는 경찰이 될 때 대다수의 국민이 편해진다고 봅니다.”

집회 참석 인원은 어떻게 추산하나

-페르미 추정법 적용해 참석자 수 계산

집회 참석 인원수를 보도할 때마다 언론은 주최 측 주장 000명, 경찰 추산 000명이라고 밝힌다. 주최 측 주장 집회 참석 인원과 경찰 추산 집회 참석 인원의 차는 적게는 2~3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벌어진다. 항상 주최 측이 주장하는 참석 인원이 경찰 추산보다 많다.

인터뷰 중 집회문화의 개선을 강조하던 이성한 총장이 들고 있던 자료 하나를 보여주었는데 집회 참석 인원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를 설명하는 자료였다. 이 자료를 토대로 경찰이 어떻게 집회 참석 인원을 추산하는지 소개한다.

경찰이 집회 참석 인원을 추산하는 방식은 ‘페르미 추정법’이다.

페르미 추정법은 1938년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이탈리아 물리학자 엔리코 페르미가 도입한 수학적 추정 이론이다. 셀 수 없이 많은 객체의 수를 계산할 때 기초 단위 면적 내 객체 수에 객체가 분포한 총 면적을 곱하여 추정치를 구하는 방식이다. 실측 실험을 통해 파악한 통상 밀도는 평(3.3m2)당 앉아 있을 때 6명, 서 있을 때 10명이라고 한다. 집회가 통상적인 집회 밀도 수준을 벗어날 경우에는 평당 인원 기준을 보정해 추산치를 산정한다.

예를 들어 문화제 형태로 참석 인원이 드문드문 앉아 있는 경우는 평당 4명으로, 월드컵 응원같이 밀착된 상태는 평당 15명까지 적용하는 식이다. 여기에 동원차량 수(버스 1대당 30여 명), 출입구로 분당 몇 명씩 유입이 되는지의 유입 속도, 단위조직별 참여 현황 등이 보충적으로 적용된다.

경찰은 대규모 집회 시 정보관들이 집회장소 및 주변 고층건물에 입체적으로 배치돼 집회 인원을 종합, 집계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경찰의 추산과 집회 주최 측이 주장하는 참석 인원이 불일치하는 이유는 왜일까. 이유는 이렇다.

주최 측은 통상 단위 조직별로 집회에 참석하겠다고 상부에 보고한 예정인원을 토대로 집회 인원을 추산한다. 실제 참석했는지 확인이 어렵기 때문에 참석 인원 숫자가 부풀려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급적 집회를 이슈화해야 하는 주최 측 입장에서는 집회 참석 인원을 의도적으로 과장하는 경향도 있다.

또한 경찰의 추산은 순간 최대인원 추산 방식인 반면 주최 측은 유동인원까지 포함한 연(延)인원 추산방식이라는 점도 차이를 만드는 원인이다.

서울광장을 예로 집회 참석 인원을 추산하는 방법을 알아보자.

서울광장은 잔디광장이 1983평이고 석재보도가 2007평으로 총 3990평이다. 1평당 6명을 기준으로 잡으면 서울광장의 총 수용 인원은 2만3940명이다. 지난 7월 6일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정원 규탄대회의 참석 인원을 경찰은 4500명으로 추산했는데 그 이유는 이렇다.

당시 집회 참가자들은 잔디광장 중 절반이 넘는 1050평과 무대 앞 석재보도 100평을 차지해 총 1150평을 점유했다. 이날 밀도는 밀집 형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평당 4명으로 계산했다. 점유면적에 평당 4명을 곱하면 4600명인데 이 가운데 집회를 구경하는 시민, 기자, 경찰 인력을 제외하고 4500명으로 계산했던 것이다.

관광경찰 10월에 배치한다

지난 3월 30일 경기 경찰청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는 이 청장.

“국민 눈높이에서 일하겠다.” 이 청장이 취임 이후 내세운 슬로건 중 하나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청장으로서 사기 진작 등 현장 직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는 것 또한 중요한 것 같은데요.

“맞습니다. 제가 말하는 ‘눈높이 치안’을 위해서는 현장 경찰의 역할이 매우 중요합니다. 저는 우리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눈높이 치안을 자발적으로 실천해 나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있었던 우수실천사례를 발굴하고 묵묵히 최선을 다하는 인재들을 발굴해 격려함으로써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경찰은 2008년 이후 사실상 인원이 동결됐습니다. 현 정부가 경찰 2만명 증원을 국정과제로 제시했는데 가능할까요.

“현재 우리나라는 경찰 1명이 담당해야 할 국민이 498명입니다. 독일 320명, 프랑스 347명 등 선진국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반면 소득 및 국민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민의 안전욕구는 높아지고 있습니다. 국가재정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결단을 내려주신 데 감사하며, 그 의미를 잘 헤아리고 있습니다.”

—제가 2만명 증원이 가능하냐고 물어본 이유는 갑자기 2만명을 증원해도 지금 당장 적절한 인원배치가 이루어질 수 있는가 때문입니다.

“우수한 인재를 뽑아 철저하게 교육시켜 민생치안 현장에 배치하겠습니다.”

—10만 경찰의 수장인 경찰청장이 차관급인 것은 문제 아닙니까.

“저희도 그 부분에 대해서 아쉬움을 갖고 있습니다. 국가정책의 많은 부분이 치안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국무회의에 저희 경찰도 배석한다면 국가정책에 걸맞은 치안정책을 수립하는 데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 수요에 맞춰 관광경찰을 도입한다고 들었습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공동으로 관광경찰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우선 올 10월부터 서울에서 실시하고 내년에는 부산, 인천 등지로 확대해 나갈 생각입니다.”

—10월부터 실시할 계획이면 벌써 인원을 선발했겠네요.

“공모를 통해 101명을 선발했습니다.”

—경쟁률이 치열했을 것 같은데요.

“202명이 지원했는데 외국어 면접 등 자격심사가 좀 까다로워서인지 2대 1 정도였습니다.”

—외국인 관광객을 위해 관광경찰제도를 도입했는데 반면 국내 체류 외국인이 증가하면서 그들이 저지르는 범죄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인데요.

“10개 지방청에 국제범죄수사대를 설치하고 있습니다. 외국인 밀집지역을 중심으로는 외국인 조직범죄수사팀과 외사범죄정보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국내 체류 외국인들이 저지르는 범죄 유형의 특징이 있습니까.

“국가별로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마약, 어떤 나라는 도박, 또 어디는 폭행 연루자가 많습니다.”

—국내에서 활동하는 외국인 폭력조직이 있습니까.

“외국인 폭력조직에 관한 추측성 보도는 있었지만 아직까지 국내 폭력조직 수준의 지휘통솔체계 등을 갖춘 외국인 폭력조직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이 청장이 취임한 이후 도입한 제도 가운데 관광경찰제도도 신선하지만 ‘착한운전마일리지’ 제도도 눈길을 끈다. 지난 8월 1일부터 시행된 이 제도는 무(無)위반, 무사고를 서약하고 이를 실천할 경우 착한운전 마일리지 10점을 적립해 운전자가 운전면허 정지처분 등을 받게 될 경우 벌점을 감경해 주는 제도다.

—‘착한운전마일리지’에는 현재 몇 명이 가입했습니까.

“하루 평균 2만8000여 명이 가입하고 있습니다. 도입 한 달 만인 지난 9월 1일 현재 90만929명이 가입했습니다.”

대북 풍선 날리기 득과 실을 고려했으면

—북한 인권 관련 민간단체들이 대북(對北) 심리전 차원의 일환으로 대북 풍선 날리기를 할 때 경찰이 제지하기도 하는데 민간단체들이 북한으로 풍선을 날려 보내는 일이 국민의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아니잖습니까.

“북한은 민간단체의 대북 풍선 날리기에 대해 2012년에는 2차례 위협을 했고 금년 6월에도 민간단체들이 풍선을 날려 보내려고 한 지역인 임진각 지역에 대해 포격을 하겠다고 위협을 했습니다. 국민 전체적으로는 몰라도 북한이 포격을 하겠다고 공언한 그 지역의 주민들은 얼마나 불안하겠습니까. 그러니까 그 해당 지역 주민들이 나서서 풍선을 못 날리게 막고 하는 것이죠.”

—풍선 날리기의 대북 심리전 효과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굳이 막아야 합니까.

“대북 심리전 효과를 거두면서도 지역 주민들이 불안해하지 않는 방법이라면 좋겠죠.”

—과거에는 경찰이 영남위원회 사건 등 굵직한 간첩단을 적발한 사례들이 있었는데 요즘은 경찰에서 간첩을 잡았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간첩단까지는 아니더라도 2008년 이후 현재까지 탈북자 위장 간첩 4명 등 총 13명의 간첩을 검거했습니다. 솔직히 말해 저희 경찰이 과거에 가졌던 보안 역량에 비해 현재는 인원이 축소되는 등 많이 약화된 게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안을 강화하는 쪽으로 업무를 추진해 나가고 있습니다.”

—간첩 관련 정보는 수집하고 있는 거죠?

“그럼요. 저도 간첩 용의자가 활동하는 사진을 보고받은 적이 있는데요.”

—어디서 찍은 사진인데요.

“장소는 말씀드릴 수 없지만 국내외를 포함해서 우리 경찰은 관련 정보를 수집하고 있습니다.”

—여러 건을 내사하고 있다는 얘기네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공안 사건이라는 게 일반 사건처럼 한두 달 내에 끝나는 게 아니고 심지어 긴 것은 7년, 8년까지 시간을 투자해 수사를 해야 하는 사건이라서 담당 국장이 바뀌고 청장이 바뀐 후에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습니까.

“국가의 존립과 안전을 지키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근간입니다. 국가보안법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국정원 댓글 수사 진실 밝혀질 것

지난 7월 25일 열린 국회 국정원국정조사특위 경찰청 기관보고에 출석한 이성한 경찰청장.

인터뷰는 국정원 댓글 사건을 주제로 넘어갔다. 이성한 총장은 자세를 가다듬을 정도로 조심스럽게 이야기했다.

—‘이석기 사건’으로 요즘은 잦아든 감이 없지 않지만 이른바 ‘국정원 댓글’ 사건 때문에 경찰 수장으로서 마음고생이 많았을 텐데요.

“이 사건에 대해 저희 경찰은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국정조사로까지 이어졌습니다. 경찰의 책임자로서 송구스런 일입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과 관련해 검찰과 경찰의 입장이 다른 부분들이 꽤 있는 것 같습니다.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점에서 경찰이나 검찰이나 본질적으로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경찰은 이 사건을 수사할 때 범죄 행위를 소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거의 없는 상태에서 수사에 착수했지만 철저히 수사했습니다. 다만 시효가 임박함에 따라 그때까지 확보한 자료들을 토대로 심층적으로 검토해 국정원법 위반 기소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했습니다. 검찰은 보강수사를 통해 선거법 위반까지 기소하게 된 것이고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재판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선거를 사흘 앞둔 지난해 12월 16일에 중간수사 결과를 발표했는데 너무 서두른 것 아닙니까.

“당시 서울경찰청에서는 사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고 정치권에서도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발표를 안 하기에는 부담스러운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우선 중간수사 발표를 하기로 한 겁니다. 서울청은 컴퓨터 증거분석 결과가 나오는 대로 신속하게 국민들에게 알려야 한다고 판단해 분석 종료 직후인 그날 밤 11시경 보도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보고받았습니다.”

—중간수사 결과 발표 시기가 적절했다고 보는 겁니까.

“그 시점에서는 불가피했다고 생각합니다만 관점에 따라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겠죠.”

—국정원 댓글 분석과정이 담긴 CCTV 내용이 조작 내지는 왜곡이 있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이 대목은 자세히 설명드리겠습니다. 우리 경찰은 분석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모든 과정을 녹화했는데 그 분량이 127시간가량 됩니다. 이것이 오히려 경찰이 분석 결과를 조작 또는 왜곡했다는 의혹의 근거 자료로 활용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경찰은 분석과정을 모두 녹화한 원본 CD 2부(72개×2)를 만들어 보관하다가 검찰이 압수수색할 때 1부를 제출했고 이후에 국정원조사특위에 남아 있는 원본을 사본으로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전체 대화 내용과는 달리 검찰 등에서 발표한 내용에는 대화 일부만 발췌하거나 분석관의 의도와는 다르게 해석한 부분 등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조작, 왜곡 여부에 대해서는 재판과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결과적으로 보면 검찰은 경찰의 조사가 축소 내지는 은폐됐다는 입장인 것 같은데요.

“축소, 은폐 의혹과 관련해서는 당사자들이 검찰수사 결과에 대해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이 역시 현재 진행 중인 재판과정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규명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권은희 과장의 외압 주장은?

—그 당시 그 상황에서는 국정원 댓글 관련 경찰의 수사가 완벽 혹은 철저했다고 보는 겁니까.

“우리 경찰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철저하고 공정한 수사를 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범죄 행위를 소명할 수 있는 증거자료가 부족하고 관련자들의 인적사항이 특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인터넷 사이트 압수수색, 통신수사와 계좌추적 등을 통해 관련 증거물을 확보하고 고발된 피의자 외의 추가 피의자를 확인하고 입건하는 등 주어진 상황과 여건하에서 철저히 수사했다고 생각합니다.”

—수사 실무를 맡았던 권은희 당시 수서경찰서 수사과장은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서울청 등에서 수서경찰서에 수사지도나 의견 제시, 언론보도 내용 등에 대한 사실확인 등 정상적이고 통상적인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권 과장이 이 부분을 간섭으로 받아들인 측면이 있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국정원 댓글 사건 국정조사 당시 외압을 주장하는 권은희 과장과 다른 수사관들의 사건을 보는 시각이 다른 이유는 뭐 때문인지요.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사건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이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국회의 국정조사에서 있었던 증인의 발언 내용 등에 대해 청장으로서 견해를 밝히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그렇다면 요즘도 경찰이 수사를 할 때 외압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요즘같이 통신매체가 발달하고 투명해진 시대에 수사에 대해 외압을 행사해 수사 내용과 결론에 영향을 주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특히 경찰의 경우 사건을 마음대로 종결할 수 없고 검찰로 사건을 송치해 재차 수사가 이루어지게 되고 주장이 대립된 양 당사자가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편을 들 수도 없을뿐더러 수사 이의제도, 수사관 교체요청제 등 다양한 견제장치도 마련돼 있어 어렵다고 봅니다. 설령 누군가가 수사팀에 전화를 하거나 압력을 행사한다고 해도 마음대로 수사내용이나 결론을 바꿀 수 없고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쉽게 외부로 드러나게 돼 국민들께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내가 ‘성 접대 동영상’을 안 본 이유

—금년 상반기 우리 사회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이른바 ‘윤중천 성(性)접대 로비 의혹’ 사건의 결과를 보면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鼠一匹)이라는 지적이 있을 정도로 그 요란함에 비해 수사결과는 미미했는데 원인이 뭐라고 보는지요.

“지난 3월 14일 언론에 그 사건이 보도된 이후 의혹이 증폭돼 가는 과정에서 유언비어 차단을 위해 경찰이 신속히 내사에 착수했습니다. 이 사건 수사에는 경찰이 끌려 들어가다시피 했던 측면이 없지 않아 국민들이 원하는 수사 결과를 충분히 이끌어내지 못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하지만 건설브로커 윤씨 등 2명을 구속하고 관련자 16명을 불구속 송치하는 등 제한된 여건하에서도 나름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이 사건 수사 도중 김학의 전(前) 법무부차관의 이름이 특정돼 언론에 보도되는 등 경찰이 수사 내용을 유출했다는 의혹도 있었습니다.

“청장에 취임한 직후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던 이 사건에 대해 확인을 해봤는데 김 전 차관의 실명이나 수사 내용을 우리 내부에서 유출한 사실은 없습니다. 제가 청장에 취임한 이후 이 사건과 관련해서 언론창구를 단일화하고 수사보안 및 인권침해 소지가 없도록 수사 홍보 매뉴얼에 따라 최소한 필요한 범위 내에서 언론 인터뷰에 응하도록 했습니다. 보안을 얼마나 중요시했느냐 하면 심지어 사건 관련 동영상 원본을 우리 경찰이 확보했을 때 저도 안 봤습니다. 수사 관련자들도 그 동영상을 볼 때는 확인서를 쓰고 보도록 했습니다. 현재까지 그 동영상 원본은 유출되지 않고 잘 보관되고 있습니다.”

—정말 그 동영상을 안 봤습니까. 궁금하지 않았습니까.

“궁금한 건 있었지만 그걸 일부러 봐야 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동영상이 왔다갔다하는 과정에서 유출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고 해서 안 봤습니다. 안 보는 게 거기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것 같기도 했고요.”

—사건 초기에 수사 개시를 놓고 현장 경찰과 경찰 간부 간에 갈등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정상적인 지휘보고 절차에 따라 수사를 개시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 사건을 놓고 검찰과 경찰이 파워게임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경찰은 수사 초기단계부터 검찰 고위직 등 특정인에 대한 비위 수사를 목적으로 수사를 진행한 것이 아니고 건설브로커 윤씨의 여러 불법 행위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파워게임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2013년 7월 17일 오후 이성한 경찰청장이 경찰 간부 폭행사건 진상조사차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을 방문한 민주당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경찰로서는 나름 성과를 거뒀다고 하지만, 이 사건의 수사 결과를 놓고 볼 때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 논의가 시기상조 아니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사건 하나하나를 놓고 따질 것이 아니라 어떤 수사 시스템이 국민을 위해 나은 것인가를 놓고 따져야 한다고 봅니다. 시기상조라는 말과 같이 어떤 특정한 때를 기다려서 논의할 문제는 아니죠. 운전면허를 땄는데 위험하다고 운전 못 하게 하면 평생 운전을 못 하게 됩니다. 운전을 하면서 새로운 것도 배우고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깨우쳐 나가야 운전이 능숙해지는 것 아닙니까. 저희 경찰은 지난 6월 28일 각계각층의 외부 전문가로 구성한 경찰수사 제도개선위원회를 만들어 경찰수사의 공정성과 전문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논의하고 있습니다. 9월 말까지는 제도 개선 권고안이 나올 것으로 봅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문제가 어떤 결론이 나길 원하는지요.

“궁극적으로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고 보지만 우선 그 전 단계로 송치 전에는 경찰이 책임수사를 하고 송치 후에는 검찰이 보완수사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정부 추진 기구와 이를 관리·감독할 컨트롤 타워 설치를 지속적으로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루속히 경찰과 검찰이 호송·인치에 대한 MOU라도 먼저 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현재 국무조정실에 호송·인치 MOU에 대한 경찰의 최종 입장을 제출해 놓고 있습니다.”

—호송·인치에 대한 검찰과 경찰의 입장은 어떤 겁니까.

“경찰은 조속히 호송·인치에 관한 MOU를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검찰은 우리와는 다른 입장입니다.”

—검찰이 MOU 체결에 소극적인 이유는 뭡니까.

“경찰 유치장에 범인을 인치해 두었다가 수사 시 필요하면 전화 한 통화로 우리 경찰이 범인을 검찰까지 데려다 주고 수사가 끝나면 데려오는 기존의 제도가 검찰로서는 편하기 때문이죠. 구치소로 호송하는 일도 마찬가지고요. 우리는 검찰이 인력이 부족하면 그 인력을 줄 테니까 범인의 호송 업무를 검찰이 자신들의 책임하에 하라는 거죠.”

정치색이 없는 이유

지난 7월 중순경 일부 언론에 새누리당 중진의원이 경찰 간부를 폭행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6월 중순경 국회의원과 경찰청장을 포함한 경찰 간부들이 참석한 회식자리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다.

이 보도가 나간 후 민주당은 당 차원의 징계, 해당 의원의 의원직 사퇴 등을 요구했다.

—정말 폭행이 있었습니까.

이 청장은 손사래부터 쳤다.

“잘못 알려진 겁니다. 그 자리는 국회 현안보고 후 여야 의원과 경찰청 일부 국장이 참석한 격려성 행사 자리였어요. 상호 주장하는 바에 따라서 다소 언성이 높아질 수는 있었겠지만 폭행 같은 물리적 충돌은 있을 수 없었어요.”

—그래도 어느 정도 근거가 있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거 아닌가요?

“여당 의원만 있었던 자리도 아니고… 여야 의원과 경찰 간부 여럿이 합석한 자리에서 폭행은 가능하지도 않아요. 해당 언론사는 ‘지난 6월 17일 경찰청 간부들과 국회의원들이 회식을 가진 것은 사실이나 보도와 같이 폭행을 당한 사실이 없고, 이로 인해 개인과 경찰조직의 명예가 실추됐다’고 반론보도한 바 있습니다.”

—정치색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데 일부러 조심하면서 살아온 겁니까.

이 청장은 아주 원론적인 답변을 했다.

“지난 30년 공직 생활 동안 정책부서와 참모, 지휘관을 두루 거치면서 매사 치우침 없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신중하게 업무를 처리하다 보니 그런 평을 듣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청장은 인터뷰 중 자주 ‘법과 원칙’이라는 말을 했다. 그가 취임 이후 경찰이 지향해야 할 3대 핵심가치 중 하나도 ‘원칙’이라는 말이 들어가는데 ‘원칙 중심 신뢰치안’이 그것이다. 30년 공직생활 동안 원칙을 고집했다는 이성한 청장. 그러나 상당수 국민은 아직도 법과 원칙이 살아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간극을 그가 얼마나 메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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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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