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天安門 사태 시위 참가했던 샤밍(夏明) 뉴욕시립대 교수의 중국 민주화 가능성 진단 : 월간조선

“시진핑(習近平)이 벌이고 있는 반(反)부패 운동은 충성심이 약한 관료나 당원을 몰아내기 위한 것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관료사회는 새로운 당 지도부에 충성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포퓰리즘 정치를 통해 국민들로부터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이 사용하는 전통적인 정치전략입니다.”

중국의 양회(兩會·전인대와 정협)를 통해 시진핑 호(號)가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시진핑은 지난해 11월 공산당 총서기로 선출된 후부터, 반부패 기치를 내걸고 중국 전역을 반부패 운동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에 앞서, 후진타오(胡錦濤) 전(前) 국가주석과 원자바오(溫家寶) 전 총리도 “중국의 민주화가 시급하다”며 민주주의 중국을 주창했다. 지난 몇 개월 동안 이들 중국의 전・현직 지도부의 말과 행동을 놓고, 일각에서는 “중국이 이제 민주주의를 위해 용틀임하는 것 아니냐”고 말하기도 한다. 2011년 세계 제2의 경제대국으로 올라선 중국. 시진핑 시대 10년 동안 공산독재 국가가 아닌 서구 형태의 민주주의 국가로 변화할 수 있을까.

이러한 기자의 질문에 대해, 샤밍 뉴욕시립대 교수는 “중국공산당의 영어 약자 CPC는 부패(Corruption) 오염(Pollution) 범죄(Crime)를 의미한다”며 “1989년 톈안먼(天安門) 학살 이후,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를 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해졌다”고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샤밍 교수는 중국 상하이의 명문대인 푸단대(復旦大)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조교수를 하던 1989년 톈안먼에서 민주화 운동이 일어나자, 며칠 동안 차를 갈아타며 베이징에 올라가 톈안먼 시위에 동참했다. 시위 도중 중국 공안에 연행돼 구금을 당하고 풀려나자 푸단대를 그만두고 도미, 뉴욕 템플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97년부터 뉴욕시립대(the City University of New York)에서 정치학 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샤밍 교수와 전화와 이메일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반부패 활동은 정치전략의 일환

—후진타오 전 주석이나 원자바오 전 총리도 여러 차례 중국이 민주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고 시진핑 주석이 반부패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행하고 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반부패 정책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중국 공산당은 반부패 활동을 전통적인 정치전략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반부패 활동은 동시에 여러가지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요. 첫째, 몇몇 고위 인사들, 특히 지방정부와 중앙정부에서 일하는 고위 인사들 가운데 믿을 수 없고 충성도가 낮은 인사들을 숙청할 수 있습니다. 둘째, 이를 지켜보는 중국의 관료사회는 몸을 사릴 수밖에 없어요. 신지도부에게 바로 충성을 다하게 만드는 겁니다. 셋째, 이러한 포퓰리즘 정치를 통해 국민들로부터는 정통성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시진핑이 하는 일은 전임자들이 했던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중국 언론 보도를 보면, 중국 국민들이 시진핑 주석의 정책에 크게 동감하고 ‘시 주석은 중국을 부패의 수렁에서 꺼내고 민주주의를 할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듯합니다.

“부정과 부패는 오늘날 중국에서 없앨 수 없습니다. 부패가 중국 공산당의 생존수단, 공산당 체제의 토대이기 때문입니다. 반부패라는 수사(修辭·rhetoric)는 중국 정치에서 ‘위선(僞善)’입니다. 저는 중국 국민들이 ‘시진핑의 반부패 활동을 통해 중국에서 부패가 근절될 것이라고 믿는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습니다. 시진핑은 반부패 활동을 포함해 정치적인 민주화를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입니까.

“최근 보시라이(薄熙來) 사건을 보세요. 충칭(重慶)에서 최근 보시라이의 측근 황치판(黃奇帆)이 시장으로 재선임됐습니다. 그는 보시라이-왕리쥔(王立軍)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인물입니다. 이를 근거로 볼 때, 시진핑은 보시라이와 그의 측근들에 대해 대수술을 할 생각이 없는 겁니다. 최근 《블룸버그》, 《뉴욕타임스》 등 서구 언론이 시진핑 일가, 원자바오, 리커창(李克强) 일가의 부패 문제를 폭로했습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서구 언론이 제시한 실마리를 따라가서 이를 제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중국 국민들은 시진핑이 말한 ‘파리’와 ‘호랑이’를 둘 다 잡겠다는 말에 회의적인 거죠.”

평등 국가에서 가장 빠르게 과두체제 국가로 전락

2013년 2월 25일 티베트인들의 분신에 관해 의견을 발표하는 샤밍 교수. 오른쪽 두 번째 잡지를 들고 있는 사람.

—중국인이지만 서구에서 공부한 시각으로 볼 때, 중국의 민주주의 정도는 어느 정도입니까.

“저는 이런 질문에 항상 이렇게 말합니다. 앞서 말했듯이 중국 공산당을 의미하는 CPC는 부패, 오염, 범죄의 약자(略字)라고요. 현재 중국 공산당은 모든 경제 부분을 철저하게 중앙정부가 장악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말할 것도 없습니다. 선거가 전혀 없으니까요. 중국 공산당의 장악력은 기존 선진국의 발전 역사와 비교할 때 훨씬 더 철저하게 광범위합니다. 중국 공산당은 반대당이 없고, 여론, 미디어를 철저히 통제합니다. 게다가 종교가 없기 때문에 도덕적인 제약 조건도 없습니다. 그래서 중국의 부패와 인권통제 등이 서구 선진국이 과거 겪었던 정도보다 훨씬 더(much, much) 심한 겁니다.”

—제3세계 국가나 한국 등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중국과 비슷한 경험이 있지 않나요.

“중국은 이미 세계 제2의 경제대국입니다. 이런 나라를 제3세계 국가들과 비교를 할 수 없다고 봅니다. 경제대국이 됐으면 거기에 맞는 정책을 펴야죠. 중국은 1989년뿐 아니라 지난 2008년에도 중국 민초(grassroots)들의 민주화 요구를 근절하기 위해 유혈 폭력을 사용했습니다. 공산당의 엘리트들은 세계 최대 인적 자원과 제2의 경제를 탈취하는 데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았습니다. 여기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중국은 1980년대 사회주의 아래에서도 평등주의(egalitarian) 국가였습니다. 그런데 현재는 사회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최악인 국가 가운데 하나가 됐어요. 이렇게 빠른 속도로 과두제(寡頭制·oligarchy)로 전락하는 게 놀라울 정도입니다.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나 3세계 국가들에서조차 볼 수 없는 현상입니다. 특히 다른 3세계 국가와 달리, 중국 공산당의 엘리트들은 정권이 바뀌어도 옛날 권력자들이 없어지지 않아요. 신구 권력자들이 눈덩이처럼 굴러가며 몸집이 커집니다.”

폭력을 믿은 덩샤오핑 때문에 중국의 민주주의 후퇴

—중국에서 이런 문제들이 나타나는 구조적인 이유는 뭡니까.

“당연히, 중국 공산당의 1당 독재가 오랫동안 유지되기 때문이죠. 아무런 선거나 여론의 압박도 받지 않고, 국제적인 여론에조차 신경쓰지 않는 ‘덩치 큰 깡패 국가(biggest rogue state)’가 돼 버려서 아무도 막을 수 없습니다. 또 몇몇 정치적인 리더에 복종하도록 만드는 정치 체제, 국가가 전적으로 통제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통해, 큰 사업은 모두 정치인들에게 우유를 공급하는 젖소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뿐만 아니라 외환통제와 국민들의 저축을 탈취하도록 만든 은행과 금융 시스템도 구조적인 문제입니다. 이런 구조적인 이유 때문에, 현재 공산당 정치인들은 자신의 가족들 배만 채우기 위해 돈, 집, 여자, 지위, 학위 등 모든 자원을 끊임없이 빨아들이는 강탈자(insatiable grabbers) 집단이 됐습니다. 또 정부 관료들은 지난 1980년대에 만든 헌법, 인민의회 체제, 시민사회 같은 도덕, 통치 체제, 기초 법률, 역동적인 시장경제 등을 갉아먹는 메뚜기 떼(a crowd of locusts)가 됐어요.”

—그러면 시진핑 정권은 중국의 이러한 모순을 해결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키기 위해 어떤 조치를 가장 먼저 취해야 합니까.

“정치인들과 공무원들이 돈을 횡령하고 부정한 짓을 저지르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최고지도자가 직접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공산당은 정부와 거리를 두고, 정부는 경제계와 거리를 두며, 언론은 권력으로부터 독립하고, 국민들은 선거·투표를 통해 정치적인 힘을 갖도록 해야지요. 그런데 중국에서 이런 체제가 실현 가능하겠습니까?”

—중국의 민주주의 미래에 대해 전망해 주세요.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학살로 마무리하면서 중국은 민주주의 국가에서 멀어져, 폭력적이고 권위적이며 단순한 해결방법에 의지하는 국가가 됐어요. 탱크와 총을 정치적인 토론 대신 사용하면서 반대 목소리는 조용해졌습니다. 야만적인(brutal) 정권은 더욱 호전적이 됐고, 정부 관료들은 겁에 질리거나 철면피(brazen)로 변했어요.

모두 덩샤오핑 때문입니다. 덩은 1978년 중국 공산당 제11차 3중(中) 전회(全回)에서 개혁·개방을 선언하고, 미국 카터 대통령을 만났을 때 ‘20여 년만 기다려 주면 중국은 민주주의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덩과 그의 당은 그 약속을 어겼습니다. 덩과 그의 후계자들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주의가 아니라, ‘중국식 민주주의’로 변질시켜 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중국 공산당은 민주주의 사회를 건설할 수 없습니다. 덩샤오핑은 그의 동료였던 후야오방(胡耀邦)이나 자오쯔양(趙紫陽)같이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나 비전이 없었습니다. 그는 폭력을 믿었어요. 그래서 그는 1989년에 그렇게 했고, 그의 후계자들이 계속 중국을 통치하고 있습니다. 나는 그들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습니다.”⊙

샤밍 교수는 누구인가?
중국 상하이 출신인 샤밍 교수는 현재 미국 뉴욕시립대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상하이 명문 푸단대에서 정치학 학사·석사를 마치고, 톈안먼 사태 후 중국 정치에 실망해 도미(渡美), 뉴욕 템플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지 워싱턴 시구어 센터, 우드로 윌슨 국제센터, 국립 싱가포르 대학교 동아시아 연구센터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는 중국 정치와 관련된 수십 권의 저서를 출판했으며, 영국 BBC 방송의 월드 뉴스에 고정 필자로 활동하고 있다. 2009년 미국 영화 아카데미상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오른 ‘중국의 인재(人災) 쓰촨성의 눈물’의 공동 제작자로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