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새 정부에 ‘DMZ 평화적 이용’ 제안한 孫基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 : 월간조선

2013년 7월 27일은 정전 60 주년 기념일이다. 이날 비무장지대(DMZ)에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것 같다. 정부가 반기문(潘基文) 유엔사무총장과 6·25참전 22개국 대표가 참석하는 ‘정전 60주년 기념행사’를 판문점 일대에서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유일 분단국의 DMZ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최근 손기웅(孫基雄) 통일연구원 북한인권연구센터 소장이 ‘DMZ의 평화적 이용’을 국가전략으로 제안했다. 새 정부가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한반도 평화안정, 나아가 통일을 촉진하려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들이다.

손 소장이 수행한 프로젝트 이름은 ‘신정부 국가전략 DMZ 평화적 이용’이다. 그는 “새 정부 출범과 정전 60주년을 맞아 통일연구원이 DMZ에 관한 국가 4대 중점전략과 3개 중요사업을 마련한 것”이라며 “정전 60주년 당일, 전 세계인들은 DMZ의 모습을 생중계로 지켜보며 대한민국 대통령의 통일 호소를 듣게 될 것”이라고 했다.

1989년 11월 독일 베를린자유대 대학원생 시절, 베를린 장벽 붕괴 현장을 보고 귀국한 그는 통일연구원에 들어가 통일독일의 군통합 등을 연구하며 우리나라 통일 문제를 연구했다. 손 소장은 43개 접경포럼 단체들이 참여한 국내 최대의 DMZ 관련 단체인 ‘코리아DMZ협의회’ 사무총장과 한국DMZ학회장을 맡고 있다.

“하천 평화적 이용하자”고 北에 제의

강원도 화천의 무명용사를 기리는 비목 위에 얹어진 낡은 철모. 6·25전쟁 당시 숨진 국군의 희생을 상기시킨다.

지난 11월 13일 광화문 인근의 한국DMZ학회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을 때, 서너 평 남짓한 학회 공간은 DMZ 관련 자료들로 넘쳤다. 2011년 코리아DMZ협의회 명의로 발간한 저널 《the DMZ(비무장지대)》를 보이며 “김귀곤(金貴坤) 서울대 교수, 이춘호(李春鎬) EBS 이사장(DMZ미래연합 대표) 등 뜻있는 분들이 힘을 모아 주셔서 국내 최대의 DMZ 관련 단체가 탄생했다”며 “DMZ 세미나를 개최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유엔은 정전협정의 당사자로서 DMZ 문제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습니까.

“유엔의 DMZ 관리라는 입장은 60년 전과 큰 차이가 없어요. DMZ와 관련해 남북 협력사업을 하려면, 정전협정의 한쪽 당사자인 유엔군사령관(주한미군사령관)의 협조를 받아야 합니다. DMZ 사업을 국가전략으로 추진하려면, 유네스코를 통해 유엔의 협력을 이끌어내야 하고, DMZ를 관통하는 공유하천 문제는 제네바의 유엔본부를 통해야 합니다.”

—DMZ를 관통해 흐르는 북한강과 임진강을 남북이 공유(共有)하고 있습니다. DMZ 활용 측면에서 이 문제를 북한측과 논의해 본 적이 있나요.

“하천(河川)과 관련한 국제회의에서 남북한 간 마주칠 일은 거의 없습니다. 임진강과 북한강 등 남북을 가로질러 흐르는 하천은 ‘국제 하천’이 아니고 ‘공유 하천’이기 때문이죠. 반면, 북한은 중국과 두만강·압록강을 공유하고 있어, 국제 하천 회의의 주요 멤버로 참여해 왔습니다. 얼마전 제3국의 도움으로 남북이 만난 자리에서 북한측에 ‘남북간 하천을 평화적으로 이용하자’고 제의한 적이 있습니다.”

DMZ 평화적 이용은 남북관계 풀어갈 ‘첫 단추’

손기웅 소장은 “이 프로젝트를 아이디어 차원에서 새 정부가 채택한다면, DMZ가 남북관계를 풀어 가는 물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의 말이다.

“새 정부에서 누군가가 북한측과 접촉해 ‘서해상에서 발생한 불행한 사태에 대해 쌍방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한 상황에서도 남북은 새로운 남북관계의 조성을 위해 갈등과 분쟁의 상징인 육상(陸上)의 DMZ에서 시범사업을 추진키로 합의했다’는 합의문을 내면 어떨까요? 해상(海上)에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해 북한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없었지만, 충돌 가능성이 더 높은 육상 DMZ에서 남북이 처음으로 평화적 이용에 대해 합의한다면,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녹여줄 첫 단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에서 강조한 4대 중점전략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DMZ 연구를 하다 보면, DMZ에 맞는 사업을 해야 한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4대 중점전략으로 파주에 세계평화문화타운을 만들고, 물류의 중심지였던 철원지역에는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합니다. 금강산댐의 대응댐인 평화의댐에 평화생태호수공원을 마련하고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정하는 겁니다. 금강산과 설악산이 만나는 고성(高城)에는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자는 거고요.”

손기웅 소장은 프로젝트에서 파주 접경지역과 DMZ, 그리고 북한측 접경지역 일대에 세계평화문화타운을 조성하는 계획을 넣었다. 이곳에 6·25전쟁에 관계했던 모든 국가가 참여해 서로 화합하고 협력할 수 있는 평화문화타운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손 소장은 “초기에는 참전 16개국과 한국 유엔에서 출발한다”면서 “결국엔 우리를 지원했던 67개국에다, 북한과 중국·러시아까지 포함하는 6·25의 모든 참전국이 교류하는 장이 될 것”이라고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파주 북방의 남북한 지역에 걸쳐 호리병 형태의 세계문화타운을 조성해야 합니다. 참전국들이 자국의 문화를 소개하는 전시관과 체험관, 야외공연장 및 숙박시설을 세울 것이고, 남측지역을 중심으로 세계평화문화타운을 형성할 겁니다. 타운의 중간 지점인 DMZ 내에 동양평화(東洋平和)를 외쳤던 안중근(安重根) 의사의 기념공원을 조성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한반도 평화정착과 동북아, 그리고 세계 평화와 공동번영을 염원하는 ‘상징지역’이 될 수 있을 겁니다.”

북한 근로자 출퇴근형 산업단지 건설

손기웅 소장이 DMZ 프로젝트에서 심혈을 기울인 부분은 철원 평화산업단지라고 한다. 손 소장은 “남북 철원 DMZ와 접경지역에 걸쳐 호리병 형태의 남측 중심 평화산업단지를 조성해 국가 성장동력 창출과 한반도 평화안정에 기여하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철원 평화산업단지는 개성공단처럼 북한쪽에 위치해 관리·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며 ”남북한 인력이 DMZ를 오가며 교류하는 새로운 개념의 남북경협(南北經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손 소장은 산업단지 조성과 함께 경원선(京元線)과 금강산선(金剛山線)의 복원을 시도하고, 국토 균형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고 했다.

—개성공단 건설을 위해 경의선 통로를 뚫어 인적·물적 교류를 하고 있습니다만, 또 철원지역에 공단을 조성하게 되면 DMZ의 생태계가 위태로워지지 않을까요.

“제한적으로 통로를 뚫는다면 환경단체들도 크게 문제삼지 않을 겁니다. 산업단지의 중심은 백마고지(白馬高地) 전망대 일대 남측 철원의 평야지대입니다. 북측지역에 위치할 평화산업단지는 남측 단지를 보완·지원하는 형태를 띨 겁니다. 다시 말해 북측 산업단지는 남측으로 출퇴근할 북측 근로자의 숙소와 부대시설을 설치하게 됩니다. 남한지역에만 산업단지를 건설하면, 북한은 주민들을 남쪽지역으로 출퇴근하는 것을 꺼릴 것입니다.”

손 소장은 “남측 철원지역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북측 철원지역에서 철도와 도로를 이용해 통근하게 된다”며 “이를 명분으로 남북철도 연결과 개통을 요구하고, 향후 경원선의 복원과 금강산선 연결, 그리고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했다.

손 소장은 “만일 남·북·러 천연가스관 연결사업이 가시화된다면, 북한과 러시아 국경에서 가스관 연결사업 시공과 동시에 남북 철원을 통과하는 가스관 연결사업 시공을 남북 철원 DMZ에서도 동시에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철원에 들어설 산업단지는 어떤 성격입니까.

“일제시대에는 철원 역사(驛舍)가 부산보다 컸을 만큼, 철원은 물류의 중심지였습니다. 통일이 되면 철원은 물류의 중심지로 개발될 수밖에 없습니다. 철원지역은 철원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농식품 가공산업, 청정IT(정보기술)산업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게 바람직할 것입니다. 또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대북(對北) 비료지원이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대북지원용 비료생산 시설과 농기계 생산 시설을 지어야 할 겁니다. DMZ를 거쳐 대북 비료지원이 시행될 경우, 북측 철원평야를 대상으로 하는 남북 공동 농업(農業)협력도 생각해 볼 만합니다.”

고성에 유엔기구 유치 도전해 볼만

손 소장의 프로젝트에는 고성에 유엔환경기구(UNEP·UN Environment Program)를 유치하는 구상도 들어 있다. 남한의 설악산국립공원과 북한의 금강산국립공원이 만나고 남북 고성(高城)의 중간에 위치하는 지역으로, 현재 동해선 철도와 도로가 연결되는 지역에 유치한다는 것이다.

—유엔의 국제기구가 분쟁지역의 한복판에 들어서는 게 과연 가능한 일일까요.

“최근 인천 송도에 유엔의 녹색기후기금(GCF)을 유치한 것처럼, 치밀하게 유치작업을 하면 불가능한 일만은 아닙니다. 유엔의 기구를 새로 만들기도 쉽지 않고, 기존의 유엔기구를 옮기는 것도 어려운 일입니다. 유엔기구 가운데 유일하게 사무국이 제3세계에 있는 유엔환경기구를 주목했어요. 유엔환경기구 사무국이 케냐 나이로비에 있는 바람에 현재 유엔총회에서 이전(移轉)에 관한 논의가 오가고 있답니다.”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한다면, 그 자리는 어디가 적당하다고 봅니까.

“설악산과 금강산이 만나는 동해안의 통일전망대 앞 DMZ 안에 유엔환경기구를 유치하는 겁니다. 동북아지역의 환경문제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스모그와 황사(黃砂)의 가해자는 중국, 피해자는 북한과 한국, 그리고 일본입니다.”

—이번에 수행한 프로젝트를 차기 정부에서 어떻게 활용하길 바랍니까.

“DMZ에 관한 이런 정도의 구체적이고도 큰 밑그림은 드물어요. 아직까지 DMZ를 한 번도 평화적으로 이용한 사례는 없기 때문이죠.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면, 우선 정전협정에서 평화체제로의 이행이 선행돼야 할 뿐 아니라, 각종 군사적인 합의도 따라야 하고,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는 겁니다. 새 정부는 5년 임기 중에 실행 가능한 것부터 완성시킨다는 자세로 추진했으면 합니다.”

—실제로 정부에서 DMZ 평화적 이용에 관한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데 어떤 점이 장애가 될까요.

“역대 정부도 DMZ 평화적 이용을 국정과제로 선정해 놓고도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환경부 등 모든 부처들의 업무가 얽혀 제대로 추진하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직속으로 위원회를 만들어 일사불란하게 추진해야 될 겁니다. DMZ에 관련한 정책에 대해 정부 부처 실무자들은 처음엔 ‘아이디어 좋다’고 하다가 나중에는 ‘너무 이상적’ ‘황당하다’고 반응해요. 국방부는 DMZ를 관할하고는 있지만, 남북문제이기 때문에 통일부와의 협의문제가 있는 등 독자적으로 처리하기 힘든 문제들이 현실적으로 있기 때문이죠. 그만큼 쉽지 않습니다.”

대한민국의 서베를린 될까

—북한과의 DMZ협상에서 유념해야 할 것을 꼽는다면.

“1970년대부터 지금까지 평화시 건설, 접경생물권 보존지역, 물류센터 등 수많은 DMZ 관련 제안들이 나왔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제의가 우리에게 도움이 됐지, 북한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던 겁니다. 예컨대 김대중(金大中) 정부 시절, ‘DMZ 전역을 유네스코 접경생물권 보존지역으로 지정하자’, ‘DMZ 내에 물류센터를 크게 건설하자’는 것을 국가전략으로 들고 나왔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북한은 자신들의 군사력을 후방으로 배치해야 했습니다.

안(案)이 국가전략으로 채택되는 과정에서 북한을 아는 전문가가 1명이라도 가담했더라면 이건 절대 국가전략으로 채택되지 않았을 겁니다. 상징적 의미만 있지, 실행력은 제로였으니까요. 북한이 보기엔 남쪽이 DMZ를 완전 무력화하겠다는 시도로밖에 안 보였을 테니까요. 우리만 좋아하면 뭐합니까, 상대도 좋아야지. 앞으로 남북간 DMZ 협상의 물꼬를 트기 위해선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문화적, 환경적으로도 모두 타당해야 실행력이 생기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북한만 좋은 일을 구태여 왜 하냐고 할 텐데요.

“그럼, 전 이렇게 얘기합니다. 초기에는 협력을 통해 북한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고요. 일단 물꼬를 터 놓으면 그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게 돼 있습니다. 통일연구원에서 일하면서 어떡하면 지속 가능한 통로를 통해 단기적으론 남북이 지속적으로 교류하고, 중장기적으로 북한이 변하게 할까를 고민했습니다. 해답은 초기엔 그 사람들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북이 경의선과 동해선을 터 준 것도 군사적 부담이 없고 돈이 생기니까 받아들였던 겁니다. 이번 프로젝트의 착안점은 ‘호리병 전략’에 있습니다. 호리병 모양을 한 DMZ를 중심으로 남북한 지역에 평화문화타운, 평화산업단지를 건설하게 되니 남북한 모두 불만이 줄어드는 거죠. 차기 정부가 개성공단, 철원공단, 파주평화문화타운 등을 성사시킨다면, 이 지역들은 대한민국의 서베를린(West-Berlin·동독안의 서독영토)이 될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개혁개방에 나서는 대신 은하3호를 발사하는 등 강경드라이브를 선택하고 있습니다. DMZ 평화적 이용에 쉽사리 동조할 것 같지 않습니다만.

“사회주의권에서 가장 잘살던 동독 주민들이 서독을 택한 이유가 뭔지 아십니까? 서독과 교류를 하다 보니 서독이 낫다고 판단한 거죠. 동독과 형제국 북한도 처음엔 남한과 절대 협력하지 않겠다고 이를 악물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땠나요? 1990년대 들어 문을 닫는 대신, 우리의 화해 제스처를 받아들여 개성공단을 열었습니다. 왜냐고요? 돈이 필요하니까요. 남북관계에서 북한은 이해득실(利害得失)을 따집니다. 이번 프로젝트는 철저하게 북한의 심리를 꿰뚫어 보고 만든 겁니다. 철원 평화산업단지도 임의로 철원을 찍은 것이 아니라 북한 입장에서 군사적으로 부담이 적고, 경원선으로 석탄을 우리쪽에 현물상환하는 것까지 고려한 겁니다. 북한과 협상할 때, 이 사업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하면 그들도 어쩔 수 없이 마음을 움직일 것입니다.”

2013년 7월 27일 ‘DMZ 투데이’ 행사 기획해야

비무장지대 내 무명용사 묘지. 매장된 13만여 전사자중 지금까지 6600여 구의 유해가 수습・안장됐지만, 미수습 전사자의 5%에 불과하다. 북한과 비무장지대의 4만여 구는 손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손기웅 소장은 “정전협정 60주년을 맞아 DMZ 내 특정지역을 대상으로 6·25전쟁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하는 작업을 제안했다”면서 “북한은 물론, 미국, 중국 등 6·25전쟁 관련 모든 국가들의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새 정부 출범후 남북군사실무회담 또는 남북장성급군사회담을 개최해 유해발굴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면서 “남북한이 실무협의체 구성을 합의하면 국회비준과 관련법을 제정해 DMZ 내 유해 공동발굴을 위한 남북실무협의회를 구성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아마도 DMZ 내 6·25전쟁 최대 격전지가 시범 발굴지역으로 선정돼 공동조사와 시범 발굴을 하게 될 것”이라며 “유해발굴이 일회성이 아니라 지속적이고 장기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손 소장은 프로젝트에서 대성동에 유엔평화병원 설립도 제안했다. 손 소장은 “DMZ에 위치한 남북 마을인 대성동과 기정동 사이에 유엔평화병원을 건립해 남북한 주민은 물론 남북한 군인들도 이용하도록 해 상호화해와 협력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그는 “DMZ에 유엔이란 조직이 있다는 상징성 못지않게, 만약 남북 간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대치되더라도 유엔군과 미군(美軍)은 철수하지만, 유엔평화병원만은 한반도에 남게 된다”며 “유엔이라는 초국가적 조직이 공산세력 침략의 보호막이 돼 주는 셈”이라고 했다.

—잘못하면, DMZ에 병원을 건립하는 것은 정치적인 것이라는 비판을 받을 것 같은데요.

“DMZ의 유엔평화병원은 남북한 모두가 무장을 버리고 함께 얼굴을 대할 수 있는 장소가 될 것입니다. 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정치적이라고 폄하해서는 안 됩니다. 병원 건립을 위해 유엔평화병원재단 한국본부의 체계적인 홍보와 설득을 통해 국민들의 호응과 참여 속에 ‘DMZ내 유엔평화병원건립안’(가칭)을 정부 차원의 유엔 정식안건으로 상정해 유엔의 결의(resolution)를 받도록 외교적 노력을 해야 할 겁니다. 새 정부 임기내에 병원을 완공해 진료를 시작한다는 목표로 추진하면 가시적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프로젝트의 하이라이트는 2013년 7월 27일, 정전협정 조인 60주년을 맞아 DMZ 남방한계선에 위치한 남한측 주요 군 전망대에서 DMZ 전지역을 방송카메라로 촬영하고, 이를 전 세계에 생중계한다는 것이다. 이벤트 이름은 ‘DMZ 투데이’. 손 소장은 “7월 27일 오전 10시, 대한민국의 새 대통령이 전세계 국민들에게 DMZ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주고,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우리의 의지, DMZ의 평화적 이용의 의미를 천명하며 통일을 호소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DMZ 현장 영상을 전 세계에 생중계하는 것보다 리얼리티가 강한 것도 없을 것”이라며 “통일연구원에서 만든 이 프로젝트가 새 정부에서 북한을 변화시키는 한 알의 밀알이 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