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대한민국 대표 문학상 수상작가를 찾아서 ② 金源一 : 월간조선

씨앗의 이름도 모르고 한 주먹의 꽃씨를 땅에 뿌렸다. 얼마 후 땅에는 예쁘고 다양한 색깔의 꽃이 피었다. 장미, 국화, 튤립, 과꽃, 붓꽃, 채송화, 봉선화…. 색깔과 모양과 향기로 분류하여 꽃에 이름을 붙였다. 생각도 없고 말도 없이 피어나는 꽃은 오로지 자연의 법칙에만 순응하다 죽는다. 영장류 인간만 정신세계가 있어 가치판단을 할 수 있다. 그런 인간을 성별에 따라, 나이에 따라 분류해 보자. 그는 남자이다. 나이는 몇 살이다. 이름은 아무개이다. 그보다 세부적인 분류를 하려니 그의 생각, 그가 노출한 사상이 자유롭지 못한 시대가 있었다. 지나치게 드러내어 가족과 집단의 순리를 역행하고, 그로 인해 신체적 정신적으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사상가들이 존재했다. 이 땅에 불행한 그들의 영혼을 위로하고 따뜻하게 만나 주었던 작가 한 명이 있다.

1984년 제16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은 김원일 작가의 《환멸을 찾아서》였다. 김원일 작가는 《마당 깊은 집》으로 독자에게 친숙한 작가다. 수상작 《환멸을 찾아서》는 6·25전쟁 때 미처 가족을 챙기지 못한 채 북(北)으로 가서 북에서 겪은 삶의 편린을 담은 내용이다. 볼셰비키 청년 혁명가, 인민이 주인이 되는 평등사회, 그러나 그가 꿈꾸는 이상국가는 북에서도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 당(黨)의 부름과 숙청을 거듭하다 흐르는 세월에 그의 몸도, 푸르렀던 정신도 늙어 버렸다. 회복이 어려운 병든 몸으로 요양원에서 자신의 지난 생애를 추적하는 비망록을 쓴다. 인간이 그어 놓은 이념의 선을 끝내 넘지 못하고 평생 남한 땅에 남겨 둔 가족과 재회하지도 못한 채 고독하게 죽어 갈 운명에 처한 마지막 절규가 비망록의 근간을 이룬다. 가족에 대한 죄책감과 참회가, 읽을수록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소설이다. 한 시대에 분단 소설로 널리 인기를 모았다.

김원일 작가는 대한민국 대표 문학상을 여러 차례 받았다. 어린 시절의 고난이 생명력이 되어 생활력이 강했던 작가는 직장생활을 하며 꾸준하게 글을 썼다. 전업작가가 된 시기가 불과 얼마 안되었다. 태풍의 꼬리는 여전히 남아 굵은 비가 내리던 날, 김원일 작가가 30년 넘게 살고 있는 서울 강남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내려 출구를 찾아가는데, 지하는 화려한 상가로 번잡하다. 눈부신 물건에서 눈을 뗄 수 없다. 싸이의 ‘강남스타일’ 노래가 흘러나온다. 발매 50여일 만에 유튜브 조회 1억 건수가 넘었다고 매스컴에 요란하다. ‘근육보다 사상이 울퉁불퉁한 사나이’라는 가사가 있다. 여자를 유혹하는 데 적당한 사상은 오히려 매력이 될 수 있는 것 같다. 카우보이 밀짚모자를 쓰고 파이프 대신 우산을 들고 나온 작가도 사상이 울퉁불퉁 강남스타일을 꿈꿀까!

“越北한 아버지에 대한 원망과 그리움으로 펜을 잡았을 것”

1984년 동인문학상 수상작 《환멸을 찾아서》.

―수상작 《환멸을 찾아서》는 망망대해에 떠다니는 낡은 비망록에 남로당에서 활동을 하다 북으로 간 좌경 민족주의자의 회의적인 글들이 적혀 있는데, 극단적인 이데올로기가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까.

“해방공간과 6·25전쟁 전후는 가족(개인)보다 사상(집단)의 삶 문제가 중요했던 시대였습니다. 특히 남자(지식인)의 경우는 좌나 우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시대였습니다. 또한 지금처럼 급성장한 시대에서는 불투명한 사상론자에게 별 관심이 없지만, 그때는 명찰처럼 붙어 다니는 때였죠. 그렇다 보니 어느 쪽에서 기득권을 잡느냐에 따라 개인의 삶이 송두리째 변해 버리는 불운의 시대였다고 봐요.”

―아버지도 그 시대의 사상가로 알려져 있는데 어떤 분이었습니까.

“제 아버지도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서 어떤 사상이든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해요. 그 당시 남로당 경남도당 부위원장이었어요. 그쪽에서 지하활동을 하다 궤멸 직전에 있던 서울시당의 소환을 받았는데, 전쟁이 나자 지상으로 복귀해 성동구 임시인민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서울시당 재정부 부부장으로 활동했답니다. 하지만 9월 연합군의 인천상륙 때는 구로 지역 방위선 후방부 부책임자로 동분서주하다 인민군 철수 때 가족을 챙길 경황도 없이 마지막 철수팀 일원으로 월북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아버지가 갑자기 월북하여 남아 있는 가족들의 고생이 말이 아니었겠네요.

“그렇지요.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제가 장남이었기에 생활에 대한 책임이 다른 형제보다 많았어요. 전쟁 속에서 누구나 겪었던 고생이지만, 드러내 놓고 활동하는 사상가의 가족들은 그 고생이 더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철이 들어서야 가정을 버릴 수밖에 없었던 그분의 사상이랄까, 삶의 한 방식을 이해하지만, 아마도 처음 동기는 원망과 그리움으로 펜을 잡았을 겁니다. 제 아버지도 그 시대의 지식인으로서 어느 한쪽 사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을 테죠. 그러다 보니 가정에는 등한시할 수밖에 없었을 테고요. 아버지만이 아니라 그 시대 지식인이 걸어야 했던 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의 주인공이랄 수 있고, 비망록을 쓴 사상가 박중렬은 월북한 그 부친을 투사(投射)한 듯한데 맞습니까.

“맞습니다. 마치 사실인 듯, 그렇다고 전부가 사실은 아닌 것이 소설이지만, 월북한 아버지를 생각하고 쓴 건 맞아요. 제 소설의 전부가 그런 아버지, 그런 가족, 그런 주변인이 주류를 이루고 있지요.”

―이데올로기 때문에 가족까지 포기하는 것이 과연 타당한 선택일까요.

“당시로서는 어쩔 수 없는 운명적 상황이었고, 나름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면 가족의 행복도 거기에 포함된다고 여기지 않았을까요. 대(大)를 위해 소(小)를 희생하겠다는 각오로 신념을 불태웠을 테고요. 하지만 그들이 맞선 것은 오히려 커지고 변화하여 그 시대보다 풍요롭고 자유로워진 것은 부인할 수 없잖아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이 전부이고 진짜 같지만, 그것도 몽매일 수 있는데, 그마저 깨닫지 못하고 평생 난고 속에 사는 것이 이데올로기의 그림자가 아닐까 싶어요. 어떤 이념이든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강물을 흐린다는 속담처럼, 한 가정에 색다른 인물이 있다면, 주변인의 갈등이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6·25 人共 치하를 문학적으로 복원하려 노력”

―그래서인지 선생님 소설은 6·25전쟁을 비롯하여 이념갈등, 분단문제를 많이 다루고 있는데, 체험적인 요소도 들어 있다고 봐야 하겠네요.

“저는, 경상도 사람으로 알고 있지만, 사실은 6·25전쟁의 인공(人共)시절 3개월을 8세 때부터 서울에서 체험했습니다. 그때 받은 강렬한 기억을 뇌리에서 지울 수 없고 그 상처가 더러 남아서 늘 그 시대를 회상하며 살고, 그 시대를 문학적으로 복원하려 노력해 왔습니다. 제 글에 해방직후와 6·25전쟁을 배경으로 쓴 것이 많아요. 그것은 경험의 회상이고, 가족공동체가 파괴된 가정의 복원이며, 아버지에 대한 연민과 그리움을 풀어 보고자 시작한 글쓰기가 지금껏 이르렀다고 봐야죠.”

―기억하고 있는 전쟁 체험 몇 가지만 말해 주세요.

“6월 28일 인민군의 아침 서울입성 장면, 유엔군 비행기의 서울시내 폭격, 인천상륙 작전으로 연합군의 서울탈환 장면, 나는 실제 그 현장을 체험했습니다. 누나와 함께 피란민 무개열차로 귀향하던 초겨울 추위 등, 가족의 이산과 수많은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너무 굶었던 피란살이 체험은 잊을 수 없죠. 영화나 드라마에서 봤던 장면은 사실 겉치장입니다.”

―지금 이곳 강남대로는 선생님 집과 가까운 장소인데, 문인이 강남에 사는 것에 대한 사람들의 선입견은 없나요.

“저는 강남에 산 지가 30년 넘었어요. 신혼 때는 홍제동 쪽, 다음은 미아리, 세 번째는 사당동, 1980년대부터 서초동에서 살았죠. 작가는 어디에 사느냐란 환경이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제가 이곳으로 이사를 올 때만 해도 이 일대가 전부 허허벌판이었어요. 집도 없고 천지에 포장마차만 널려 있었어요. 6·25 때 도강증이 없으면 강을 못 건넌다고 해서 항상 무의식중에 강을 건너가 살아야 고향 가기가 쉽겠다는 생각이 들었나 봐요. 그 당시 1980년대 초는 어머니와 형제들이 대구에 살고 있었기에 명절 때 고향 가기가 쉬웠죠. 그리고 사람은 자기 살던 곳을 쉽게 못 떠나니까 정착을 한 거죠. 애들도 여기서 초등학교부터 다녔고요.”

―《마당 깊은 집》에는 연약한 모성성을 억압하고 부성적 생존의지가 강한 현실주의자 어머니가 등장하는데요. 만약 우리나라에 최초 여성대통령이 당선하면 어떤 여인상이 되어야 할까요.

“저의 어머니는 남편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어요. 아버지가 일제 때부터 독립운동을 했기 때문에 고초를 많이 겪었지요. 해방된 뒤에는 사회주의 운동가로 활동했기에 지서에 붙들려 가서, 제 단편소설 《어둠의 혼》에도 나오지만 고초를 많이 겪었지요. 어머니가 실신한 상태로 풀려나는 장면도 여러 번 목격했어요.

어머니는 학교를 안 다닌 사람이었지만 사리분별이 있었고, 생활력이 강했지요. 자식 넷을 먹이고 공부시키느라 고생이 말이 아니었어요. 형제들을 바느질해서 공부시켰어요. 어머니가 편하게 웃는 모습을 한 번도 못 봤어요. 강하고 어찌 보면 무서운 어머니였어요.

만약 대통령이 여자가 된다면 우리 어머니 같은 사람을 바라지 않아요. 여성 대통령은 모성의 자애스러움과 섬세함, 남성의 강인함을 함께 갖추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의미에서 여성성과 남성성을 겸비한 대통령이 되었으면 해요. 무엇보다 지금 남북이 대치 상태에 있는 이상, 어떤 경우가 있더라고 전쟁과 같은 무력적인 충돌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자전적 소설을 많이 쓰게 된 이유

―지금도 총성 없는 전쟁은 계속되고 있는데, 전쟁을 막고 평화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길은 있나요.

“전쟁을 막아야 하는 방법이 여러 가지인데, 한쪽이 너무 강하면, 쥐도 궁지에 몰리면 저항하듯, 평지풍파를 일으킬 수 있어요. 상호 평화로운 시대를 구상하고 건설하여 조화로운 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봐요. 제 자신은 사실상 평화론자이고 온건주의자입니다.”

―《노을》에서 좌익 폭동을, 《어둠의 혼》에서 좌익 총살을, 《겨울 골짜기》에서 거창 양민 학살을, 《푸른혼》에서 인혁당 사건을 다루었는데, 언론의 자유가 억압당했을 때는 작품에 규제도 있었겠네요.

“두세 번 문제가 된 것이 있지만 별 탈은 없었습니다. 제가 앞서도 언급했지만, 저는 불편부당한 이념에서는 자유롭고 평화주의자이고 온건주의자입니다. 하지만 소설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지요. 표현의 자유 속에 사상은 한낱 인물을 움직이는 조종에 불과하다고 할까요. 또한 작가가 자기 사상에 묶여 글을 쓰면 안 되고요. 작가는 전지전능한 신이 되어야만 소설속 인물을 심도 있게 다룰 수 있다고 봐요. 그걸 제재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고요.”

―자전 에세이에도 어머니한테 매를 많이 맞고 자랐다고 했는데, 어머니가 왜 그렇게 때렸을까요.

“저는 어머니의 엄격한 훈육 아래 성장해서, 오랫동안 데려다 키운 자식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는 제가 특별히 말썽을 부리거나 말을 안 들어서 매를 들었다기 보다 제 정신을 올바르게 키우려 매를 들었어요. 사상에 미쳐 처자식도 버린 아버지와 같은 인간을 만들지 않으려고 무진 애를 썼어요. 더구나 제가 장남이어서 아버지를 닮지 않게 하려고 훈련시켰어요.

어머니는 남편을 평생 증오하셨어요. 아버지가 남한에 온다면 당장 신고해서 감옥에서 살게 해야 한다는 악담을 퍼부었어요. 제 경우 문학적 재능은 아버지에게서 물려받았겠지만, 생활력은 어머니한테 물려받은 거예요.”

―거의 자전적 소설을 많이 썼는데, 이것만은 감추고 싶은 치부가 있을 텐데, 그것도 가감없이 드러냈나요.

“사실상 처음 습작시절에는 프랑스 실존주의 문학에 심취했어요. 막다른 상황에 이른 인간실존 문제를 가공으로 이야기를 쓰다가 자전적인 내용인 《어둠의 혼》부터 소설은 만들어 쓰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결국은 자기의 삶, 그 진실을 담아 써야 한다고 자각했어요.”

―선생님의 문학세계는 유년의 기억이 전부라, 어찌 보면 항상 과거에 살고 계실 듯한데, 그러면 현실과의 괴리감 같은 것은 없나요.

“목요일 날 친구들 만나는 외에는 사실 외출도 잘 안 해요. 책을 읽고 글만 쓰는 골방생활에 익숙해졌어요. 내 소설이 유년시절을 즐겨 다루다 보니 요즘 세상이야기에는 내 생활 외에 문학적으로는 별 관심이 없어요. 제 소설에 찻집에 앉아 커피 마시며 음악 듣는 낭만적인 장면을 그려 본 적이 별로 없어요. 해방공간이 소설의 전부이다 보니 그런 분위기를 그릴 형편도 못 되었고요.”

―소설에 그런 장면이 없다고 해서 재미없다 현대적이지 못하다, 그런 느낌은 주지 않아요. 왜일까요.

“글쎄요. 독자의 생각 나름이겠지요. 사랑이야기에 달콤하고 낭만적인 장면은 없어도 사실 독자층은 의외로 넓습니다. 그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 충실하고 독자가 몰입하고 공감까지 하며 책을 읽기 때문 아닐까요. 그래도 대중적인 성향의 소설이 많이 읽히지만, 제가 쓰는 다소 무거운 주제의 소설을 좋아하는 소수의 독자가 따로 있겠다 싶습니다.”

“내 문학의 5~6할은 술”

김원일처럼 월북한 아버지를 둔 작가 이문열은 김원일 작가의 절친한 친구다.

―연애소설이 거의 없죠? 작가의 성격과 무관하지 않을 것 같은데요.

“나이 50에 이르자 사람들이 저보고 연애소설 한 편 안 쓰냐고 하길래 쓰려면 못 쓸 일이 없다 싶어 《사랑의 길》이라고, 조선조 말기에 두 남녀가 종교와 사랑 사이에서 갈등을 겪다 파국에 이르는 장편소설 한 편을 썼지요.”

―현실에서도 종교 때문에 남녀가 갈등할 수 있잖아요. 평소 종교관은요.

“저는 기독교인입니다. 그러나 종교 다원주의 쪽이랄까, 모든 종교는 믿을 자유가 있지요. 그러나 저는 예수의 삶과 그 고뇌를 존경하는 분명한 기독교인입니다.”

―무척 애주가라고 소문나 있어요. 술 때문에 실수했던 에피소드는.

“사실 술을 무척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합니다만, 큰 실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술을 먹어도 대체로 전 과정을 다 기억해요. 젊었을 때는 한때 소주 5병 정도도 마셔 봤습니다. 서정주 선생은 ‘내 문학의 8할은 바람’이라고 했어요. 제 문학의 5~6할은 술이라고 할 만큼 술을 좋아했어요. 지금은 술 마시는 양이 아주 줄어 2차는 거의 못합니다만 문학적으로 얻은 것은 많았어요. 술을 마시고 글을 쓰면 안 마시고 쓸 때보다 영감이 훨씬 잘 떠올랐다고 할까요.”

―문단의 평을 들어 보면 선생님은 술을 좋아하지, 여자는 좋아하지 않는다고요.

“어머니가 아버지를 증오해서 그 영향을 많이 받은 것 같습니다. 젊었을 때 한때는 신부가 되려고도 했고요. 그런 질문은 왜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인기 문인도 아닌데….(웃음)”

―사모님하고 성격차이는 없습니까.

“아내는 철저한 보수적인 기독교 신앙인데, 젊은 날 저는 허구헌 날 술 먹고 늦게 들어오죠. 지금은 제가 많이 양보하고, 서로 편하게 삽니다. 늙으면 서로가 서로를 닮아 간다고 하지 않습니까.”

―가장 친한 작가는 누군가요.

“특별히 친한 작가는 없고, 매주 목요일에 문학과지성사라는 출판사에 나가지요. 그곳에서 인연을 맺고 만나는 친구들이 가까운 친구입니다. 그들하고 지금까지 30년을 만나고 있으니까요.”

―이문열 작가와는 절친이시죠.

“문열이와는 대구에서부터 잘 아는 사이입니다. 제가 먼저 서울로 올라오고 문열이가 나중에 왔는데, 서울에 와서도 서초동 한동네에서 살았지요. 지금도 가깝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 친구나 나나 부친이 월북자라, 편모슬하에서 고생하며 성장한 환경도 비슷하고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초등학교를 졸업했다면서요. 인연이 있나요.

“제가 노 대통령의 초등학교 4년 선배인데, 만난 적은 전혀 없습니다. 노 대통령이 태어난 곳이 봉하산 밑의 봉하마을인데, 봉하산은 200m도 안돼요. 서울 남산보다 낮은 산이지요. 읍내에서 5리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저는 읍내 출신이었고요. 초등학교 시절 그리로 소풍을 다녔어요. 제가 나온 초등학교를 김영삼 전 대통령 부인, 노무현 전 대통령 부인도 나왔어요. 유명한 만화가 김용환 형제분도 나왔고요.”

“생각과 삶이 일치하지 않으면 가짜 진보”

100만부 이상 나간 대표작 《마당 깊은 집》.

―봉하산과 추억이 많이 있을 텐데, 거기에서 노 대통령이 사고가 났을 때 심정이 남달랐겠네요.

“평민 대통령도 그렇게 죽을 수 있구나 싶었지 별다른 느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생명을 함부로 버린다는 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기독교는 자살을 금기시합니다.”

―모든 이념주의자의 딜레마일 테지만, 진보에도 가짜 진보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요.

“지금 우리 사회에는 가짜 진보가 많아요. 생각과 삶이 일치하지 않고, 얼굴 내세우기, 대중 선동만 일삼는 사람들이죠. 진짜 진보는 밖으로 드러내지 않고, 낮은 자리의 사람들을 진정으로 염려하는 사람이죠. 그리고 자기가 믿는 신념에 올곧게 가는 사람이 진정한 진보주의자랄까요.”

―한국의 대표 순수문학 작가 중의 한 분인데, 훌륭한 작가가 되기 위해 순수문학을 지망하고 있는 습작생이 많아요. 그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작품은 우선 너무 만들어져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자기 얘기를 쓰되 진실을 담아 내야 합니다. 얘기를 쓰되 진실이 있어야 하고, 픽션(가공) 이라 해서 가공과 거짓말은 다릅니다. 소설가는 사실 소수자이고 외로운 사람들이에요. 대중이 좋아하는 문학은 소모품입니다. 나만이 쓸 수 있는 소설, 그 속에서 진실이 담겨 있는 그런 얘기를 써야 합니다. 이런 소설을 생각하며 집필하면 반드시 장래가 열립니다. 이걸 쓰면 베스트셀러가 되어 돈이 될까 하고 쓰면 안 돼요. 의외로 진지하고 순수한 독자가 따로 있습니다. 그들은 작품의 진실 여부를 꿰뚫지요.”

―어떤 책이 가장 많이 팔렸나요.

“물론 《마당 깊은 집》입니다. 100만 부 이상은 나갔을 겁니다.”

―소설을 쓰지 않을 때는 어떤 취미로 소일을 합니까.

“간혹 바둑 두기와 사군자를 치는 외에, 독서 정도랄까. 참, 배구와 프로야구 좋아합니다. 저는 만년 롯데 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