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섭식행동을 증가시키는 호르몬을 조절하는 ‘식욕조절 유전자(mnb/DYRK1a)’ 발견
⊙ 다운증후군 원인으로 알려진 mnb 유전자… ‘생리조절’ 기능 확인
⊙ 생쥐와 초파리의 mnb 유전자를 저(低)발현시켰더니 먹이 섭취량이 20~30% 감소
⊙ 시판까지는 임상연구 등 절차 남아 있어
兪權
⊙ 52세. 연세대 생물학과, 미국 털리도(Toledo)대 세포생물학 석사,
미국 볼링그린(Bowling Green)주립대 발생유전학 박사.
⊙ 캘리포니아대 박사후 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 슈라이너 소아병원 수석연구원,
충남대 생물학부 겸임교수 역임. 現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 다운증후군 원인으로 알려진 mnb 유전자… ‘생리조절’ 기능 확인
⊙ 생쥐와 초파리의 mnb 유전자를 저(低)발현시켰더니 먹이 섭취량이 20~30% 감소
⊙ 시판까지는 임상연구 등 절차 남아 있어
兪權
⊙ 52세. 연세대 생물학과, 미국 털리도(Toledo)대 세포생물학 석사,
미국 볼링그린(Bowling Green)주립대 발생유전학 박사.
⊙ 캘리포니아대 박사후 연구원, 미국 캘리포니아 슈라이너 소아병원 수석연구원,
충남대 생물학부 겸임교수 역임. 現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
인체 내 ‘식욕(食慾)조절 유전자’의 존재가 처음으로 확인됐다. 이 유전자를 조절할 수 있다면, 배가 고파도 고픈 느낌이 안 들고, 아무리 먹어도 살이 안 찐다고 한다. 또 이 유전자를 통해 비만이나 대사(代謝·생물이 영양물질을 섭취하고 필요하지 않은 생성물을 몸 밖으로 배출시키는 작용)질환 치료도 가능하다.
식욕조절 유전자를 발견한 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과학연구센터 유권(兪權) 박사팀. 유 박사는 초파리와 생쥐의 수명과 비만, 노화연구를 10여 년째 해오고 있다. 유 박사팀은 지난 8월 초 유전학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로 꼽히는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식욕조절 유전자의 실체를 처음으로 알렸다.
기자는 대전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아 유 박사팀을 만났다. 연구실에는 연구원들과 함께 수많은 초파리와 생쥐가 더불어 살고 있었다. 그는 “초파리와 생쥐의 신경계에 존재하는 ‘식욕조절 유전자’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우선, 초파리를 통해 인간의 식욕 메커니즘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초파리는 유전학의 연구재로 많이 쓰입니다. 사람의 유전자와 70% 가량 비슷해요. 생쥐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고 다루기도 수월하지요.”
유전학 연구에 있어 교배(交配)를 통한 실험은 필수적이다. 좁은 장소에서 간단한 먹이로 기를 수 있는 초파리는 한 세대(60일)가 짧고 번식을 많이 한다. 연구의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유 박사는 한국초파리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초파리의 ‘식욕조절’ 기능을 추적하니 뜻밖에도 다운증후군(Down 症候群)의 원인이 되는 ‘mnb’라는 유전자가 있더라고 했다. mnb는 ‘작은 뇌(mini-brain)’를 의미하는 약어(略語)다.
“다운증후군은 신생아 800명 내지 1000명 중 한명꼴로 발견되는데, 이 다운증상과 관련된 유전자가 20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mnb는 그중 하나인데, 이 유전자가 결손되면 뇌 사이즈가 작아집니다. 그러니 mnb가 신경발생과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예측할 수 있지요. 우리 연구팀은 mnb 유전자가 다운증상뿐 아니라 식욕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지금까지 mnb 유전자에 섭식조절 기능이 있다는 보고는 학계에 전무(全無)합니다.”
다운증후군의 95%는 21번째 염색체 쌍이 3개인 ‘삼염색체증’을 보이는데 체형이 작고 비만환자가 많다는 점이 신체적 특징으로 꼽힌다. 향후 mnb 유전자를 계속 연구하다 보면 섭식행동뿐만 아니라 다운증상 치료도 가능할지 모른다.
다운증후군 유전자가 섭식행동에 관여
그렇다면 사람의 21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mnb(포유류에서는 DYRK1a) 유전자가 어떻게 섭식행동에 관여할까.
음식물을 먹고 마시는 활동(섭식행동)은 복잡한 ‘신경내분비 인자(因子)’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중 하나가 신경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굶었을 때, 동물에게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을 유도하고, 배불리 먹으면 밥숟갈을 놓게 만든다. 유 박사의 말이다.
“식욕을 느끼는 정신자극에 관여하고 섭식행동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는 것은, 혈당치의 저하에 따른 위의 수축, 후각이나 시각에서의 자극 등 신경자극의 결과들이죠. 이것들에 의해 공복감(空腹感)이 생겨 음식물을 섭취하고, 만복(滿腹)중추가 충분히 먹었다고 느끼면 식사를 중지합니다.”
―이런 섭식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동물이 음식물을 먹고 마시는 섭식행동은 여러 ‘신경내분비 인자’들에 의해 엄격히 조절됩니다. 그중 신경펩타이드(sNPF)는 식욕을 촉진하는 물질입니다.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을 낳는 까닭은 이 신경펩타이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경펩타이드의 조절이나 분자유전학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mnb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죠.”
유권 박사는 mnb 유전자가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펩타이드의 발현에 관여하는 것을, 지난 3년 동안 초파리와 생쥐를 통해 실험관찰했다. mnb와 섭식행동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mnb의 발현이 억제됐을 때 섭식행동이 감소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초파리와 생쥐를 통해 mnb 유전자 기능 확인
유권 박사 연구팀의 초파리와 생쥐를 활용한 동물실험을 살펴보자.
연구팀은 초파리에게 파란 색소를 첨가시킨 먹이를 30분 동안 먹였다. 초파리의 투명한 배를 통해 파란색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동하는지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mnb 유전자가 특정세포에 과량(過量)으로 존재하는 초파리는 정상에 비해 식욕이 왕성해져 먹이 섭취량이 60%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유 박사는 “요즘은 유전학이 발달돼 특정 신경세포에 mnb 유전자를 과(過)발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mnb를 저(低)발현시켰더니 식욕이 떨어져 먹이 섭취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mnb 유전자의 과소(過小)에 따라 초파리가 많이 먹기도 하고, 적게 먹기도 하는 것이었다.
유 박사는 이런 현상이 초파리에게서만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생쥐를 통해 다운증후군을 연구하는 인제대 송우주 교수에게 도움을 청했다.
이렇게 해서 대사과정을 연구하는 팀과 다운증후군을 연구하는 팀이 하나로 뭉쳤다.
“초파리의 mnb 유전자와 똑같은 것이 포유류의 DYRK1a 유전자입니다. 몇 년에 걸쳐 생쥐에게 DYRK1a 유전자를 많이 발현시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초파리에 나타난 것처럼 하루 평균 먹이 섭취량이 정상에 비해 20% 가량 증가하더군요. 그렇게 mnb와 DYRK1a가 식욕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mnb(DYRK1a) 유전자가 식욕과 관련된 일련의 행동들을 좌우했다는 얘기다. 계속된 그의 설명이다.
“비만의 결과로 생기는 성인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여러 대사질환이 모두 섭식행동, 그러니까 식욕조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mnb 유전자를 조절하는 방법과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연구과제입니다.”
―인간의 먹는 욕망이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배가 아무리 고파도 안 고프게 조절이 가능해요. 비슷한 예로, 외국에서는 운동을 안 해도 운동을 한 것과 같은 똑같은 효과를 낳게 하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운동을 안 해도 운동을 한 것처럼 살이 빠지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식욕조절 유전자’를 응용하면 많이 먹어도 전혀 살이 안 찌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혀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에요. mnb(DYRK1a) 유전자를 조절하면 가능해요.”
시판하기까지는 임상연구 등 거쳐야 할 과정 많아
신경세포에서 mnb가 신경펩타이드 발현을 조절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몸이 마른 이는 왕성한 식욕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 많이 먹어도 살이 찌지 않게끔 유전자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비만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할 경우 생기는 에너지 불균형 현상을 말한다. 과다 섭취된 영양소를 mnb 유전자를 통해 제어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면 비만의 고민을 덜지 모른다.
“mnb 유전자가 초파리에만 1만4000개가 있어요. 사람은 2만5000개나 됩니다. 초파리 유전자가 사람과 비교해 유전적으로 70% 유사합니다.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것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각 생명군은 유사한 게 많지요. 초파리의 실험 성공이 사람과 꼭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흡사하다고 할 수는 있어요.”
―식욕조절이 왜 중요한가요?
“식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살 안 찌기를 누구나 바랍니다. 그런데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큰 수단이 뭔지 아십니까? 소식(小食)입니다. 초파리와 생쥐를 상대로 먹이실험을 해봤지요. 생쥐의 평균수명은 2년인데 하루 식사량을 40% 가량 줄였더니 수명이 3년 가까이 늘어나더군요. 반대로 초파리는 60일 정도가 평균수명인데 식사량을 30~40% 줄이니 80~90일 동안 살았어요. 소식이 인간수명에 가장 큰 위력을 떨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식욕 유전자’를 조절하는 약을 만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mnb 유전자를 통해 식욕을 조절하는 약물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임상연구가 필요하고, 비만과 대사질환, 다운증후군 연구도 병행해야 합니다. 당장 상용화하기는 어렵더라도 다국적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신경펩타이드가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가를 계속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식욕조절 유전자를 발견한 이는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노화과학연구센터 유권(兪權) 박사팀. 유 박사는 초파리와 생쥐의 수명과 비만, 노화연구를 10여 년째 해오고 있다. 유 박사팀은 지난 8월 초 유전학 분야의 최고 국제학술지로 꼽히는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식욕조절 유전자의 실체를 처음으로 알렸다.
기자는 대전에 위치한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을 찾아 유 박사팀을 만났다. 연구실에는 연구원들과 함께 수많은 초파리와 생쥐가 더불어 살고 있었다. 그는 “초파리와 생쥐의 신경계에 존재하는 ‘식욕조절 유전자’의 비밀을 발견했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우선, 초파리를 통해 인간의 식욕 메커니즘을 유추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초파리는 유전학의 연구재로 많이 쓰입니다. 사람의 유전자와 70% 가량 비슷해요. 생쥐에 비해 비용도 저렴하고 다루기도 수월하지요.”
유전학 연구에 있어 교배(交配)를 통한 실험은 필수적이다. 좁은 장소에서 간단한 먹이로 기를 수 있는 초파리는 한 세대(60일)가 짧고 번식을 많이 한다. 연구의 좋은 재료가 아닐 수 없다. 유 박사는 한국초파리회 회원이기도 하다.
그는 이 초파리의 ‘식욕조절’ 기능을 추적하니 뜻밖에도 다운증후군(Down 症候群)의 원인이 되는 ‘mnb’라는 유전자가 있더라고 했다. mnb는 ‘작은 뇌(mini-brain)’를 의미하는 약어(略語)다.
“다운증후군은 신생아 800명 내지 1000명 중 한명꼴로 발견되는데, 이 다운증상과 관련된 유전자가 200개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mnb는 그중 하나인데, 이 유전자가 결손되면 뇌 사이즈가 작아집니다. 그러니 mnb가 신경발생과 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예측할 수 있지요. 우리 연구팀은 mnb 유전자가 다운증상뿐 아니라 식욕조절에도 관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어요. 지금까지 mnb 유전자에 섭식조절 기능이 있다는 보고는 학계에 전무(全無)합니다.”
다운증후군의 95%는 21번째 염색체 쌍이 3개인 ‘삼염색체증’을 보이는데 체형이 작고 비만환자가 많다는 점이 신체적 특징으로 꼽힌다. 향후 mnb 유전자를 계속 연구하다 보면 섭식행동뿐만 아니라 다운증상 치료도 가능할지 모른다.
다운증후군 유전자가 섭식행동에 관여
그렇다면 사람의 21번 염색체에 존재하는 mnb(포유류에서는 DYRK1a) 유전자가 어떻게 섭식행동에 관여할까.
음식물을 먹고 마시는 활동(섭식행동)은 복잡한 ‘신경내분비 인자(因子)’에 의해 결정되는데 그중 하나가 신경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이 굶었을 때, 동물에게 무의식적으로 먹는 것을 유도하고, 배불리 먹으면 밥숟갈을 놓게 만든다. 유 박사의 말이다.
“식욕을 느끼는 정신자극에 관여하고 섭식행동을 일으키는 방아쇠가 되는 것은, 혈당치의 저하에 따른 위의 수축, 후각이나 시각에서의 자극 등 신경자극의 결과들이죠. 이것들에 의해 공복감(空腹感)이 생겨 음식물을 섭취하고, 만복(滿腹)중추가 충분히 먹었다고 느끼면 식사를 중지합니다.”
―이런 섭식행동을 좌우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동물이 음식물을 먹고 마시는 섭식행동은 여러 ‘신경내분비 인자’들에 의해 엄격히 조절됩니다. 그중 신경펩타이드(sNPF)는 식욕을 촉진하는 물질입니다. 비만과 같은 대사성 질환을 낳는 까닭은 이 신경펩타이드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신경펩타이드의 조절이나 분자유전학적인 메커니즘이 밝혀지지 않았어요. 우리가 mnb 유전자가 원인이라는 사실을 처음 발견한 것이죠.”
유권 박사는 mnb 유전자가 섭식행동을 조절하는 신경펩타이드의 발현에 관여하는 것을, 지난 3년 동안 초파리와 생쥐를 통해 실험관찰했다. mnb와 섭식행동 간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mnb의 발현이 억제됐을 때 섭식행동이 감소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 신경펩타이드란?
신경펩타이드는 동물의 신경계에서 발현되어 내분비나 자율신경 제어, 섭식행동, 기억 등의 조절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초파리의 뇌 속에도 신경펩타이드가 있는데 성장과 수명, 대사, 섭식행동 등을 조절한다. |
초파리와 생쥐를 통해 mnb 유전자 기능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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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파리 섭식실험 모습. 초파리의 mnb 유전자가 식욕조절 핵심 유전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
연구팀은 초파리에게 파란 색소를 첨가시킨 먹이를 30분 동안 먹였다. 초파리의 투명한 배를 통해 파란색이 어떻게 변화하고 이동하는지 관찰했다.
이 과정에서 mnb 유전자가 특정세포에 과량(過量)으로 존재하는 초파리는 정상에 비해 식욕이 왕성해져 먹이 섭취량이 60% 이상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유 박사는 “요즘은 유전학이 발달돼 특정 신경세포에 mnb 유전자를 과(過)발현시킬 수 있는 기술이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mnb를 저(低)발현시켰더니 식욕이 떨어져 먹이 섭취량이 30% 이상 감소했다. mnb 유전자의 과소(過小)에 따라 초파리가 많이 먹기도 하고, 적게 먹기도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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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nb 유전자와 초파리의 먹이 섭취량 변화. |
이렇게 해서 대사과정을 연구하는 팀과 다운증후군을 연구하는 팀이 하나로 뭉쳤다.
“초파리의 mnb 유전자와 똑같은 것이 포유류의 DYRK1a 유전자입니다. 몇 년에 걸쳐 생쥐에게 DYRK1a 유전자를 많이 발현시켜 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초파리에 나타난 것처럼 하루 평균 먹이 섭취량이 정상에 비해 20% 가량 증가하더군요. 그렇게 mnb와 DYRK1a가 식욕조절 기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mnb(DYRK1a) 유전자가 식욕과 관련된 일련의 행동들을 좌우했다는 얘기다. 계속된 그의 설명이다.
“비만의 결과로 생기는 성인병, 고지혈증, 심혈관질환, 당뇨병 등 여러 대사질환이 모두 섭식행동, 그러니까 식욕조절과 관련이 있습니다. 이 mnb 유전자를 조절하는 방법과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향후 연구과제입니다.”
―인간의 먹는 욕망이 조절될 수 있다는 것인가요?
“그렇죠. 배가 아무리 고파도 안 고프게 조절이 가능해요. 비슷한 예로, 외국에서는 운동을 안 해도 운동을 한 것과 같은 똑같은 효과를 낳게 하는 약물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운동을 안 해도 운동을 한 것처럼 살이 빠지게 되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도 ‘식욕조절 유전자’를 응용하면 많이 먹어도 전혀 살이 안 찌게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전혀 불가능한 상상이 아니에요. mnb(DYRK1a) 유전자를 조절하면 가능해요.”
| ▣ 美 FDA, 13년 만에 처음 비만치료제 승인 미국 식품의약청(FDA)이 최근 비만치료제 알약 판매를 승인했다. FDA의 승인은 1999년 로슈사(社)의 ‘제니칼’ 이후 13년 만에 처음이다. 일부 비만치료제는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등 안전성에 문제가 제기돼 왔다. 그러나 미국 인구 중 과체중 내지 비만 인구가 3분의 2에 달하고, 이에 따른 정부의 의료비 예산지출이 급증해, FDA가 비만치료제를 승인한 것이다. 이번에 승인된 알약 ‘벨비크’는 소량의 식사에도 포만감을 느끼도록 뇌의 식욕 신호를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시험에서 비만환자의 체중이 평균 5% 감량됐다고 한다. mnb 유전자가 발견되기 전까지 뇌의 식욕 신호는, 식사 도중 인슐린과 렙틴 같은 호르몬들이 ‘음식물을 충분히 섭취했으니 그만 먹어야 한다’는 명령을 뇌의 시상하부(視床下部-자율신경계를 조절하는 기능을 한다)에 내린다는 메커니즘이었다. |
시판하기까지는 임상연구 등 거쳐야 할 과정 많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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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전학의 최고 학술지인 《플로스 제네틱스(PLoS Genetics)》에 실린 유권 박사 논문. |
비만은 오랜 기간에 걸쳐 에너지 소비량에 비해 영양소를 과다 섭취할 경우 생기는 에너지 불균형 현상을 말한다. 과다 섭취된 영양소를 mnb 유전자를 통해 제어하거나 몸 밖으로 배출할 수 있다면 비만의 고민을 덜지 모른다.
“mnb 유전자가 초파리에만 1만4000개가 있어요. 사람은 2만5000개나 됩니다. 초파리 유전자가 사람과 비교해 유전적으로 70% 유사합니다. 유전자가 비슷하다는 것은 ‘진화적으로 잘 보존되었다’는 표현을 쓰는데, 각 생명군은 유사한 게 많지요. 초파리의 실험 성공이 사람과 꼭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느 정도 흡사하다고 할 수는 있어요.”
―식욕조절이 왜 중요한가요?
“식욕은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입니다. 맛있고 기름진 음식을 먹어도 살 안 찌기를 누구나 바랍니다. 그런데 인간의 수명을 늘리는 가장 큰 수단이 뭔지 아십니까? 소식(小食)입니다. 초파리와 생쥐를 상대로 먹이실험을 해봤지요. 생쥐의 평균수명은 2년인데 하루 식사량을 40% 가량 줄였더니 수명이 3년 가까이 늘어나더군요. 반대로 초파리는 60일 정도가 평균수명인데 식사량을 30~40% 줄이니 80~90일 동안 살았어요. 소식이 인간수명에 가장 큰 위력을 떨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언제쯤 ‘식욕 유전자’를 조절하는 약을 만날 수 있을까. 유감스럽게도 당장 상용화되기는 어려울 듯하다.
“mnb 유전자를 통해 식욕을 조절하는 약물을 시판하기 위해서는 많은 임상연구가 필요하고, 비만과 대사질환, 다운증후군 연구도 병행해야 합니다. 당장 상용화하기는 어렵더라도 다국적 제약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이뤄지면 의외의 결과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저는 다양한 종류의 신경펩타이드가 어떻게 식욕을 조절하는가를 계속 연구해 볼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