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창동계올림픽을 기회로 강릉은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발돋움할 것
⊙ 2020년 목표로 전국 최초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건설 중
⊙ 마그네슘, 리튬, 티타늄 등 비철금속 중심지로 급부상
최명희
⊙ 56세.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 졸업.
⊙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부·내무부·행정자치부 근무, 양구군수·강원도 산업경제국장·
강릉시 부시장·민선 4기 강릉시장 역임.
⊙ 상훈: 홍조근정훈장.
⊙ 2020년 목표로 전국 최초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 건설 중
⊙ 마그네슘, 리튬, 티타늄 등 비철금속 중심지로 급부상
최명희
⊙ 56세. 고려대 법대 행정학과 졸업.
⊙ 제21회 행정고시 합격. 건설부·내무부·행정자치부 근무, 양구군수·강원도 산업경제국장·
강릉시 부시장·민선 4기 강릉시장 역임.
⊙ 상훈: 홍조근정훈장.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새로운 도약을 준비 중인 강원도 강릉시. 최명희(崔明熙·56) 강릉시장은 “앞으로 7년 후에 동계올림픽이 열리지만 올해를 제외하면 실제로 준비할 수 있는 기간은 5년 남짓밖에 되지 않는다”며 “성공적인 올림픽을 치를 수 있게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과 시민의 단합된 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설상(雪上)과 빙상(氷上)으로 이루어진 동계올림픽의 7경기(15개 종목) 중 빙상 3경기(5개 종목)를 강릉에서 연다. 강릉시는 4개의 빙상경기장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고, 현재의 강릉실내체육관은 리모델링 후 컬링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최명희 시장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올림픽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치르느냐’, ‘올림픽을 통해 어떻게 강릉의 발전을 이루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올림픽을 통해 강릉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동계올림픽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던 법안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태산이라 마음이 조급합니다. 또한 고급 호텔을 포함한 숙박·여가·문화공연 시설을 새롭게 갖춰 관광도시로서의 모습을 구축해야 합니다. 저는 동계올림픽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국가행사이기 때문에 경기장과 기반시설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 시장은 “지난 7월 말 강릉실내체육관에서 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축하공연을 열었는데 7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며 “시민의 열정과 변함없는 지역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저는 우리 시정(市政)의 목표를 ‘새로운 미래 10년을 향한 도약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 시작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연 것입니다. 강릉의 1000년 역사에 가장 큰 금자탑을 쌓은 것이죠. 시장으로서 무척 기쁘고 뿌듯한 한 해입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강릉은 국제적인 동계스포츠 도시, 관광도시로 발전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강릉발전과 ‘강원도 시대’를 열어 나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서울~강릉 간 철도건설은 숙원사업”
최명희 시장은 “지난 동계올림픽 개최지 선정과정에서 평창군민과 강릉시민, 강원도민들의 단합된 힘을 보았을 것”이라며 “동계올림픽 개최를 위한 시민의 단합된 열망이 개최지 결정 투표 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들의 마음을 결정적으로 움직였다”고 평가했다.
“강릉 시민의 동계올림픽 개최 열정은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저는 두 번(4기, 5기)의 민선시장을 거치면서 이러한 시민의 단합된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강릉 시민의 단합된 힘의 원천은 바로 ‘절박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이 방한(訪韓)하기 일주일 전 강릉과 평창 일대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최 시장은 “당시 강릉시민이 모두 거리로 나와서 실사단이 방문하기 전에 그 눈을 모두 치웠다”고 말했다.
“강릉이 면적으로만 보면 서울의 두 배 크기입니다. 평창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눈으로 인한 교통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릉시와 시민이 똘똘 뭉쳐 눈을 치운 것이죠. 이미 두 번의 동계올림픽 도전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시도(市道) 같았으면 세 번째 도전에 대해 별로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원도민과 강릉시민은 ‘이번이 아니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절박함에서 우러난 ‘올림픽 염원’이란 진정성이 결국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과 남아공에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봅니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정부가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착공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은 오는 11월 착공해 2017년 개통할 예정입니다.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사업은 1992년 대선(大選) 때부터 선거 때마다 공약사항으로 나온 것입니다. 강릉시민과 강원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죠. 그런데 대통령 선거만 끝나면 철도건설 약속은 사실상 백지화되거나 미뤄지기를 반복했습니다. 2008년 9월에는 원주~강릉 복선전철 착공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강릉시민 2만5000명이 모여서 집회를 가졌습니다. 강릉시가 생기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때 제가 공직생활 동안 처음으로 삭발까지 했습니다. 철도에 대한 강릉시민의 열망이 이 정도로 높았던 것입니다. 강릉시민은 만약 이번에 동계올림픽 유치가 또 실패하면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약속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강릉 간 철도건설이 왜 그렇게 중요한 강릉의 숙원사업입니까.
“지난 수십 년간 강릉과 강원도 동해안이 안고 있던 가장 큰 현안은 교통문제였습니다. 현재 서울을 오가는 영동고속도로가 있지만, 아시다시피 주말이면 차가 너무 밀려서 서울에 한번 가는데 보통 5~7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고속전철이 생기면 서울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서울에서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까 강릉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없고, 설사 기업이 자리를 잡아도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했습니다. 서울~강릉 간 고속철도 건설은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입니다.”
최 시장은 “강릉은 관광도시인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서울~강릉 간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릉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벌써 기업투자 유치 움직임이 이는 등 올림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거점도시는 강릉이 돼야”
―철도 외에도 강릉에 여러 가지 SOC 사업이 계획되어 있더군요. 동계올림픽을 통한 기대효과는 무엇입니까.
“이번 동계올림픽으로 철도와 도로확충 같은 SOC 사업, 올림픽 기반시설을 위한 민자유치 등을 포함하면 약 14조75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상합니다. 5개의 빙상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촌에 약 7100억원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조기에 완공해 수도권과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예정입니다. 현재 철도 외에도 추진 중인 주요 SOC 사업으로 영동고속도로 확장(신갈~호법, 2011년 완공), 동서고속도로 건설(홍천~양양, 2014년 완공), 동해고속도로(부산~속초, 2015년 완공), 제2영동고속도로(경기도 광주~원주)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던 관광 인프라 사업도 탄력을 받고, 기업유치나 신성장 동력산업 유치가 상당한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명희 시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릉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릉에 투자하는 SOC 사업은 비단 강원도와 강릉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환(環)동해 물류망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기간(基幹)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환동해권의 경제규모가 2007년 5조8000억 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12조2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극동지역에 원유 213억 배럴이 매장돼 있고, 천연가스는 세계 매장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논의가 일고 있는 데 대해 최 시장은 “가스관은 러시아~북한의 동해 지역~강릉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며 “가스관뿐 아니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베리아 철도와 가스관은 북한에서 원산~철원을 거쳐 서울로 연결하는 것이 좀 더 경제적이지 않습니까.
“개성이나 철원은 군사·안보적인 문제 때문에 가스관이나 철도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해 쪽은 수도권보다 안보적 문제가 덜하고, 이미 기존 동해선 철도가 있으니까 금강산에서 고성까지만 이으면 러시아까지 곧바로 연결할 수가 있습니다. TSR이 북한을 거쳐 강릉으로 연결되면 강릉은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환동해 경제권의 물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철도를 통해 이송한 물품이나 가스를 강원도에서 서울이나 전국으로 보내려면 물류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서울~강릉 간 고속철만 연결하면 서울까지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부산으로도 배나 철도, 도로를 통해 바로 내려보낼 수가 있어서 물류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또한 TSR을 통해 육로로 유럽까지 곧바로 수출하는 것이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을 논의할 때 반드시 남북 철도연결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동해 지역엔 속초나 삼척, 울진, 포항 등 여러 경쟁 도시도 존재합니다. 강릉이 물류 중심지로 적합한 이유가 있습니까.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지가 되려면 일단 지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가까워야 하는데, 강릉이 제격입니다. 또한 해변에 대규모 복합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는 넓은 평야지대가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에서 평지가 발달한 항구를 가진 곳은 강릉밖에 없습니다. 환동해 경제권과 남북통일에 대비해 강릉을 물류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합니다.”
경제올림픽,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을 위해
최명희 시장은 “동계올림픽의 경제적 효과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우리의 문화를 세계에 널리 알려 관광도시로서 강릉의 위치를 굳히는 것”이라며 “그래서 평창동계올림픽을 ‘경제올림픽’은 물론이고, ‘환경올림픽’과 ‘문화올림픽’으로 치를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나 관광객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지역 사람들입니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나서 서울의 모 부처(部處)에 계신 분이 “서울~강릉 간 고속철을 연결하면 평창과 강릉에서 경기 관람을 마친 관광객이 서울에 가서 오페라도 보고 호텔에도 머물며 쇼핑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서양인들이 동양의 먼 나라에 와서 자기들 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 같은 것을 보고 싶어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강원도 안에 머물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시장은 “극장의 예술공연 프로그램도 한국적인 내용으로 구성하고, 관광객이 한옥에서 잠을 자고 템플스테이를 하는 등 한국의 전통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경제올림픽’, ‘문화올림픽’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환경올림픽’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릉시는 국가 정책 사업으로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를 조성 중이다. 강릉시 경포 일원 1만8300여㎡에 사업비 1조3600여억원을 들여 탄소 제로화(化)를 추구하는 녹색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릉시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1단계 사업은 2012년까지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업을 시행한다. 경포 생태습지 복원이나, 물 재사용 시범사업, 녹색길 조성사업 등이다. 2단계는 녹색도시 인프라 구축과 지역의 녹색문화 관광자원을 연결(네트워크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자전거 10대 거점도시 육성이나, 경포천 지방하천 정비, 전기차 도입 등이다. 마지막 3단계 사업은 녹색기술 산업을 선점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신(新)재생에너지 복합단지, 폐금속 자원화시설 등이 그것이다. 최 시장의 설명이다.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녹색도시를 한번 만들어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업입니다. 강릉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새로운 신도시 형태로 짓는 게 아니라, 기존 도시를 녹색도시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 골자입니다. 조성할 녹색도시에는 전기자동차 외에는 들어갈 수 없게 녹색교통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면, 외부 방문자들은 녹색도시 입구에 마련된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자전거나 전기차 혹은 기타 방법으로 도시 안에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죠.”
최 시장은 “저탄소 녹색도시는 구획을 정해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당분간 현지 주민들의 불편이 따르는 사업이니만큼 거주민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국가사업이니만큼 현재의 50%에 머무는 예산지원을 80%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산업 중심도시로 부상(浮上) 중
최 시장은 “지난 민선 4기 때에는 강릉의 관광지 정비사업에 시정의 역량을 투입했다”며 “남은 민선 5기 동안은 강릉의 산업화 기반을 확충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강릉은 명실상부한 동해안 최고의 관광지지만, 기반시설이 너무 취약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4년간 강릉을 제대로 된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강릉 경포해수욕장도 내년이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광으로는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광 1번지인 천년 고도(古都) 경주를 한번 보세요. 경주도 관광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우니까 방폐장(저준위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강릉의 미래 10년을 위한 ‘10대 미래중점전략과제’를 선정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 시장이 밝힌 10대 미래중점전략과제 중에는 강릉을 ‘비철금속(非鐵金屬) 소재 특화 산업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비철금속은 철 이외의 모든 금속을 지칭하는 말로, 잘 알려진 금·은을 비롯해 공업재료로 쓰이는 니켈·마그네슘·알루미늄 등을 말한다. 철(鐵)에 비해 희귀하고, 만드는 데 공정 절차와 에너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비싼 것이 특징이다. 강릉과 비철금속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강릉시는 옥계면 주수리 일대에 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중에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 포스코가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초경량 자동차 부품의 원료가 되는 마그네슘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독점공급이다 보니까 항상 수급불안과 가격급등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마그네슘 원료인 백운석이 석회석 광산에서 나오는데 강원도 옥계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옥계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완공하면 2018년까지 연간 10만t 규모의 마그네슘을 생산할 계획이다. 강릉시는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연간 5000억원의 매출과 1000여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시장은 “또한 지난 7월에는 옥계산업단지에서 리튬추출연구센터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며 “연구소를 완성하면 2014년까지 연간 10t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며 이후 본격적인 투자를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물 1t에 0.17g 정도 미량(微量)의 리튬이 녹아 있는데, 리튬추출연구센터는 이를 뽑는 연구를 진행한다. 리튬은 원자력소재와 2차전지, 수소저장합금 등의 원료가 된다. 최 시장의 설명.
“강릉시는 포스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과 힘을 합쳐 희소금속 경쟁력 우위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앞으로 옥계산업단지는 마그네슘 제련기술을 바탕으로 티타늄, 지르코늄(임플란트, 인공관절 등에 쓰임) 등의 희소금속 소재 연관산업 100여 개를 유치할 예정입니다. 옥계지역은 머지않아 국내 최초의 비철금속 생산단지이자 소재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겁니다.”
“기초단체장은 정당공천 불필요”
최명희 강릉시장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양구군수·강원도 산업경제국장·강릉시 부시장·강원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06년 4기 민선시장 선거에서 강릉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선출직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2010년 6월에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광역·기초단체장 가운데 최고 득표율(79.57%)로 당선되었다.
강원도는 영남이나 호남처럼 특정정당이 몰표를 가져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최고 득표율 당선은 화제를 모았다. 최 시장은 “민선 5기 선거에서 최다 득표율은 4기 때 추진했던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고향 분들의 뜻이 아니겠느냐”며 “실제로 시장직을 해 보니 기초자치단체장은 노력의 90%를 행정업무에 쏟아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에서 정치적 포지션은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저는 기초단체장의 정당(政黨) 공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을 해 보니까 시장이나 군수직은 순수한 행정업무를 요구하는 자립니다. 이런 직책까지 공천제로 해 놓으면 시장·군수들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가 있습니다. 기초단체장이 오직 맡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됐으면 합니다.”⊙
▣ 강릉과 커피축제
커피농장, 커피박물관… 커피의 모든 게 있어요
매년 커피 축제가 열린다고? 다른 나라 얘기가 아니다. 강릉시 얘기다.
강릉 커피축제는 2009년 10월 ‘10월의 마지막 밤을 강릉커피축제와 함께’라는 표어로 처음 시작됐다. 올해 3회째를 맞는데,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하여 2011년 10월 21~30일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커피축제 기간에 강릉 바리스타(커피전문가) 클래식, 유명 커피전문가 초청 세미나, 커피원두 로스팅(볶는 것) 및 드립(추출) 체험, 커피 기기(器機) 전시회, 커피박물관 기행, 커피와 재즈콘서트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접할 수 있다.
강릉에서 왜 커피축제가 열리는 것일까. 몇년 전부터 강릉에 커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 강릉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커피전문점 100여 개가 수백 m씩 늘어선 거리(안목)가 있고, 강릉시 전체에는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200여 개가 된다”고 말했다. 단위면적당 커피전문점이 가장 많은 곳이 강릉이라는 것이다.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은 “강릉에는 신라 화랑들이 차를 달여 마셨던 국내 유일의 차 유적인 다구(茶具)가 남아 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전통이 깊은 곳”이라며 “백두대간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물맛이 좋아 차 문화가 발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다도 교실이 가장 활성화된 곳도 강릉이라는 것이다. 커피도 결국 차의 일종이기 때문에 강릉에서 커피문화가 꽃피운 것은 전통과 현재의 차 문화가 ‘문화적인 랑데뷰’를 한 것이라고 이 사무국장은 설명한다.
현재 강릉이 커피의 고장이 된 데에는 유구한 차 문화 외에도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커피라고는 ‘인스턴트 다방커피’가 전부이던 1980년대 말, 원두를 진하게 볶아 우려내는 일본식 커피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바로 ‘커피 1세대’라고 불리는 재일교포 박이추씨 외 3~4명이 일본의 원두커피 기술을 익혀 국내에 퍼뜨린 것. 그중에 박씨가 1988년 서울 대학로에서 ‘보헤미안’이란 커피전문점을 열었다가, 2001년 강원도 강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부터 강릉에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강릉의 커피전문점 중 보헤미안을 비롯, 커피커퍼, 테라로사, 하슬라아트월드 등은 커피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알 만큼 많이 알려진 원두커피 전문점들이다. 강릉의 커피 명가들 중에도 커피커퍼(대표 김준영)는 아주 색다른 존재다. 커피커퍼는 2010년 4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체 커피농장에서 상당량(40kg)의 상업용 커피 생산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농장은 강릉시 왕산면의 맑고 깊은 계곡(왕산골)에 자리 잡고 있다. 강릉시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다. 커피커퍼에는 방문 손님이 커피와 관련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커피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카페, 커피를 볶아 내는 로스팅, 약 3만 그루의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는 온실 농장이 갖춰져 있다. 농장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27년생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커피나무의 수명은 평균 30년 정도라고 한다.
커피커퍼에는 커피박물관도 갖추고 있는데, 박물관에 전시한 커피 관련 희귀 유물은 커피커퍼 대표인 김준영씨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것이라고 한다. 작은 커피잔 하나, 오래된 커피 그라인더(원두 분쇄기)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녔다고 하니 김 대표의 커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박물관이다.
심지은 커피커퍼 기획실장은 “커피나무는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인 커피벨트(coffee belf)에서만 자라는 열대식물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커피 수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커피커퍼가 생산한 커피는 상업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최초의 커피 생산 성공이란 상징 때문에 커피커퍼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커피커퍼에는 커피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과 단체 체험객, 커피를 배우려는 학생이 하루에 100명 정도 꾸준히 방문한다.⊙
설상(雪上)과 빙상(氷上)으로 이루어진 동계올림픽의 7경기(15개 종목) 중 빙상 3경기(5개 종목)를 강릉에서 연다. 강릉시는 4개의 빙상경기장을 새로 건설할 예정이고, 현재의 강릉실내체육관은 리모델링 후 컬링 경기장으로 사용한다.
최명희 시장은 “요즘 나의 최대 관심사는 ‘올림픽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치르느냐’, ‘올림픽을 통해 어떻게 강릉의 발전을 이루어 낼 것인가’ 하는 것”이라면서 “올림픽을 통해 강릉을 세계적인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는 것이 목표”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려면 법적·제도적인 뒷받침이 먼저 이루어져야 합니다. 현재 국회에서 동계올림픽지원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인데, 8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키려던 법안이 계속 미뤄지고 있습니다. 갈 길은 멀고 할 일은 태산이라 마음이 조급합니다. 또한 고급 호텔을 포함한 숙박·여가·문화공연 시설을 새롭게 갖춰 관광도시로서의 모습을 구축해야 합니다. 저는 동계올림픽은 범정부 차원에서 추진하는 중요한 국가행사이기 때문에 경기장과 기반시설 건설에 소요되는 비용은 모두 정부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봅니다.”
최 시장은 “지난 7월 말 강릉실내체육관에서 동계올림픽 유치기념 축하공연을 열었는데 7000여명의 시민이 참여했다”며 “시민의 열정과 변함없는 지역 사랑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말했다.
“올해 초 저는 우리 시정(市政)의 목표를 ‘새로운 미래 10년을 향한 도약의 해’로 정했습니다. 그 시작을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연 것입니다. 강릉의 1000년 역사에 가장 큰 금자탑을 쌓은 것이죠. 시장으로서 무척 기쁘고 뿌듯한 한 해입니다.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으로 강릉은 국제적인 동계스포츠 도시, 관광도시로 발전할 교두보를 마련한 것입니다. 이 좋은 기회를 잘 살려 강릉발전과 ‘강원도 시대’를 열어 나가는 계기로 삼겠습니다.”
“서울~강릉 간 철도건설은 숙원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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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희 강릉시장은 추석명절을 맞아 지난 9월 8일 노인복지센터, 아동센터와 장애인들이 일하고 있는 ‘사랑의 일터’등을 방문해 원생 등을 격려했다. |
“강릉 시민의 동계올림픽 개최 열정은 저도 놀랄 정도였습니다. 저는 두 번(4기, 5기)의 민선시장을 거치면서 이러한 시민의 단합된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피부로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강릉 시민의 단합된 힘의 원천은 바로 ‘절박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이 방한(訪韓)하기 일주일 전 강릉과 평창 일대에 기록적인 폭설이 내렸다. 최 시장은 “당시 강릉시민이 모두 거리로 나와서 실사단이 방문하기 전에 그 눈을 모두 치웠다”고 말했다.
“강릉이 면적으로만 보면 서울의 두 배 크기입니다. 평창 실사단이 방문했을 때 눈으로 인한 교통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강릉시와 시민이 똘똘 뭉쳐 눈을 치운 것이죠. 이미 두 번의 동계올림픽 도전에서 실패했기 때문에 다른 시도(市道) 같았으면 세 번째 도전에 대해 별로 고운 시선을 보내지 않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강원도민과 강릉시민은 ‘이번이 아니면 미래는 없다’는 절박함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절박함에서 우러난 ‘올림픽 염원’이란 진정성이 결국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과 남아공에서 IOC 위원들의 마음을 움직였다고 봅니다.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정부가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 착공을 서두르겠다고 발표했는데요.
“네, 원주~강릉 간 복선전철은 오는 11월 착공해 2017년 개통할 예정입니다.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사업은 1992년 대선(大選) 때부터 선거 때마다 공약사항으로 나온 것입니다. 강릉시민과 강원도민의 오랜 숙원사업이었죠. 그런데 대통령 선거만 끝나면 철도건설 약속은 사실상 백지화되거나 미뤄지기를 반복했습니다. 2008년 9월에는 원주~강릉 복선전철 착공에 대한 약속을 지키라고 강릉시민 2만5000명이 모여서 집회를 가졌습니다. 강릉시가 생기고 가장 많은 인파가 몰렸다고 합니다. 그때 제가 공직생활 동안 처음으로 삭발까지 했습니다. 철도에 대한 강릉시민의 열망이 이 정도로 높았던 것입니다. 강릉시민은 만약 이번에 동계올림픽 유치가 또 실패하면 원주~강릉 간 철도건설 약속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서울~강릉 간 철도건설이 왜 그렇게 중요한 강릉의 숙원사업입니까.
“지난 수십 년간 강릉과 강원도 동해안이 안고 있던 가장 큰 현안은 교통문제였습니다. 현재 서울을 오가는 영동고속도로가 있지만, 아시다시피 주말이면 차가 너무 밀려서 서울에 한번 가는데 보통 5~7시간이 걸립니다. 하지만 고속전철이 생기면 서울까지 한 시간이면 갈 수 있습니다. 교통이 불편하고 서울에서 접근성이 너무 떨어지다 보니까 강릉에 투자하려는 기업도 없고, 설사 기업이 자리를 잡아도 물류비용이 너무 많이 발생했습니다. 서울~강릉 간 고속철도 건설은 이 모든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었던 것입니다.”
최 시장은 “강릉은 관광도시인데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도 서울~강릉 간 철도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강릉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 벌써 기업투자 유치 움직임이 이는 등 올림픽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거점도시는 강릉이 돼야”
―철도 외에도 강릉에 여러 가지 SOC 사업이 계획되어 있더군요. 동계올림픽을 통한 기대효과는 무엇입니까.
“이번 동계올림픽으로 철도와 도로확충 같은 SOC 사업, 올림픽 기반시설을 위한 민자유치 등을 포함하면 약 14조7500억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예상합니다. 5개의 빙상경기장과 선수촌, 미디어촌에 약 7100억원을 투자합니다. 그리고 대규모 국책사업을 조기에 완공해 수도권과 접근성을 대폭 개선할 예정입니다. 현재 철도 외에도 추진 중인 주요 SOC 사업으로 영동고속도로 확장(신갈~호법, 2011년 완공), 동서고속도로 건설(홍천~양양, 2014년 완공), 동해고속도로(부산~속초, 2015년 완공), 제2영동고속도로(경기도 광주~원주) 등이 있습니다. 그 밖에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우리 시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고 있던 관광 인프라 사업도 탄력을 받고, 기업유치나 신성장 동력산업 유치가 상당한 현실로 다가올 것입니다.”
최명희 시장은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릉이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관광도시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강릉에 투자하는 SOC 사업은 비단 강원도와 강릉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며 “환(環)동해 물류망을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국가적으로도 무척 중요한 기간(基幹)산업”이라고 강조했다. 강원도는 환동해권의 경제규모가 2007년 5조8000억 달러였지만, 2020년에는 12조2000억 달러가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또한 러시아 극동지역에 원유 213억 배럴이 매장돼 있고, 천연가스는 세계 매장량의 3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 논의가 일고 있는 데 대해 최 시장은 “가스관은 러시아~북한의 동해 지역~강릉으로 연결하는 것이 가장 경제적이고 현실적”이라며 “가스관뿐 아니라 시베리아 횡단철도(TSR) 연결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베리아 철도와 가스관은 북한에서 원산~철원을 거쳐 서울로 연결하는 것이 좀 더 경제적이지 않습니까.
“개성이나 철원은 군사·안보적인 문제 때문에 가스관이나 철도를 연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동해 쪽은 수도권보다 안보적 문제가 덜하고, 이미 기존 동해선 철도가 있으니까 금강산에서 고성까지만 이으면 러시아까지 곧바로 연결할 수가 있습니다. TSR이 북한을 거쳐 강릉으로 연결되면 강릉은 육지와 바다를 아우르는 환동해 경제권의 물류 중심지가 될 수 있습니다.”
―철도를 통해 이송한 물품이나 가스를 강원도에서 서울이나 전국으로 보내려면 물류비용이 더 많이 발생하지 않을까요.
“천만의 말씀입니다. 서울~강릉 간 고속철만 연결하면 서울까지 1시간이면 충분합니다. 부산으로도 배나 철도, 도로를 통해 바로 내려보낼 수가 있어서 물류비용이 훨씬 적게 듭니다. 또한 TSR을 통해 육로로 유럽까지 곧바로 수출하는 것이 물류비가 적게 든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래서 저는 남북~러시아 가스관 연결을 논의할 때 반드시 남북 철도연결 문제도 같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동해 지역엔 속초나 삼척, 울진, 포항 등 여러 경쟁 도시도 존재합니다. 강릉이 물류 중심지로 적합한 이유가 있습니까.
“환동해 경제권의 중심지가 되려면 일단 지리적으로 북한과 러시아, 중국, 일본 등과 가까워야 하는데, 강릉이 제격입니다. 또한 해변에 대규모 복합물류단지를 건설할 수 있는 넓은 평야지대가 있어야 하는데, 강원도에서 평지가 발달한 항구를 가진 곳은 강릉밖에 없습니다. 환동해 경제권과 남북통일에 대비해 강릉을 물류 거점도시로 육성해야 합니다.”
경제올림픽, 문화올림픽, 환경올림픽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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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6월 10일 강릉시 옥계면 옥계산업단지에서 열린 포스코 마그네슘 제련 공장 착공식(왼쪽에서 네 번째가 최명희 강릉시장). |
“동계올림픽 참가 선수나 관광객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북미지역 사람들입니다.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나서 서울의 모 부처(部處)에 계신 분이 “서울~강릉 간 고속철을 연결하면 평창과 강릉에서 경기 관람을 마친 관광객이 서울에 가서 오페라도 보고 호텔에도 머물며 쇼핑도 할 수 있다”고 하더군요. 서양인들이 동양의 먼 나라에 와서 자기들 나라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오페라 같은 것을 보고 싶어 할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강원도를 찾은 관광객들이 강원도 안에 머물면서 가장 한국적인 것을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게 해 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 시장은 “극장의 예술공연 프로그램도 한국적인 내용으로 구성하고, 관광객이 한옥에서 잠을 자고 템플스테이를 하는 등 한국의 전통을 느끼고 체험할 수 있도록 다양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시장은 ‘경제올림픽’, ‘문화올림픽’ 못지않게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환경올림픽’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릉시는 국가 정책 사업으로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를 조성 중이다. 강릉시 경포 일원 1만8300여㎡에 사업비 1조3600여억원을 들여 탄소 제로화(化)를 추구하는 녹색도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강릉시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2020년까지 3단계로 나누어 진행한다. 1단계 사업은 2012년까지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로서 기본적으로 갖추어야 할 사업을 시행한다. 경포 생태습지 복원이나, 물 재사용 시범사업, 녹색길 조성사업 등이다. 2단계는 녹색도시 인프라 구축과 지역의 녹색문화 관광자원을 연결(네트워크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자전거 10대 거점도시 육성이나, 경포천 지방하천 정비, 전기차 도입 등이다. 마지막 3단계 사업은 녹색기술 산업을 선점해 지역발전과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췄다. 신(新)재생에너지 복합단지, 폐금속 자원화시설 등이 그것이다. 최 시장의 설명이다.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한마디로 우리나라에도 제대로 된 녹색도시를 한번 만들어 다른 도시들이 벤치마킹할 수 있도록 하자는 사업입니다. 강릉의 저탄소 녹색시범도시는 새로운 신도시 형태로 짓는 게 아니라, 기존 도시를 녹색도시로 새롭게 탈바꿈시키는 것이 골자입니다. 조성할 녹색도시에는 전기자동차 외에는 들어갈 수 없게 녹색교통 시스템을 도입했습니다. 예를 들면, 외부 방문자들은 녹색도시 입구에 마련된 대형 주차장에 차를 세워 놓고, 자전거나 전기차 혹은 기타 방법으로 도시 안에 들어가야만 하는 것이죠.”
최 시장은 “저탄소 녹색도시는 구획을 정해서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당분간 현지 주민들의 불편이 따르는 사업이니만큼 거주민이 협조해 주지 않으면 성공하기 어렵다”며 “국가사업이니만큼 현재의 50%에 머무는 예산지원을 80%로 올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비철금속 산업 중심도시로 부상(浮上)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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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2월 18일 평창동계올림픽 실사단이 강릉을 방문하자 최명희 강릉시장이 시민들과 어울려 환영하고 있다(오른쪽에서 세 번째가 최 시장). |
“강릉은 명실상부한 동해안 최고의 관광지지만, 기반시설이 너무 취약합니다. 그래서 저는 지난 4년간 강릉을 제대로 된 관광도시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강릉 경포해수욕장도 내년이면 완전히 새롭게 탈바꿈할 것입니다. 하지만 관광으로는 지역경제가 발전하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관광 1번지인 천년 고도(古都) 경주를 한번 보세요. 경주도 관광만으로는 먹고살기가 어려우니까 방폐장(저준위방사성 폐기물처분장)을 유치해서라도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려고 하잖습니까. 그래서 저는 민선 5기 시장에 취임하면서 강릉의 미래 10년을 위한 ‘10대 미래중점전략과제’를 선정해서 추진하고 있습니다.”
최 시장이 밝힌 10대 미래중점전략과제 중에는 강릉을 ‘비철금속(非鐵金屬) 소재 특화 산업도시’로 육성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끌었다. 비철금속은 철 이외의 모든 금속을 지칭하는 말로, 잘 알려진 금·은을 비롯해 공업재료로 쓰이는 니켈·마그네슘·알루미늄 등을 말한다. 철(鐵)에 비해 희귀하고, 만드는 데 공정 절차와 에너지 소비량이 많기 때문에 비싼 것이 특징이다. 강릉과 비철금속이 도대체 무슨 연관이 있을까. 이에 대해 최 시장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현재 강릉시는 옥계면 주수리 일대에 일반산업단지를 조성 중에 있습니다. 현재 이곳에 포스코가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짓고 있습니다. 초경량 자동차 부품의 원료가 되는 마그네슘은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80%를 차지하고 있는데, 독점공급이다 보니까 항상 수급불안과 가격급등 위험에 노출돼 있습니다. 마그네슘 원료인 백운석이 석회석 광산에서 나오는데 강원도 옥계에 비교적 풍부하게 매장되어 있습니다.”
옥계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완공하면 2018년까지 연간 10만t 규모의 마그네슘을 생산할 계획이다. 강릉시는 공장을 본격 가동하면 연간 5000억원의 매출과 1000여명의 고용창출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 시장은 “또한 지난 7월에는 옥계산업단지에서 리튬추출연구센터 건립 기공식을 가졌다”며 “연구소를 완성하면 2014년까지 연간 10t의 리튬을 추출할 수 있는 공장을 구축할 예정이며 이후 본격적인 투자를 하게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물 1t에 0.17g 정도 미량(微量)의 리튬이 녹아 있는데, 리튬추출연구센터는 이를 뽑는 연구를 진행한다. 리튬은 원자력소재와 2차전지, 수소저장합금 등의 원료가 된다. 최 시장의 설명.
“강릉시는 포스코,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과 힘을 합쳐 희소금속 경쟁력 우위 확보와 일자리 창출에 힘을 기울일 것입니다. 앞으로 옥계산업단지는 마그네슘 제련기술을 바탕으로 티타늄, 지르코늄(임플란트, 인공관절 등에 쓰임) 등의 희소금속 소재 연관산업 100여 개를 유치할 예정입니다. 옥계지역은 머지않아 국내 최초의 비철금속 생산단지이자 소재산업의 중심지로 떠오를 겁니다.”
“기초단체장은 정당공천 불필요”
최명희 강릉시장은 정통 행정관료 출신이다. 강릉에서 태어나 고려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나서 1977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양구군수·강원도 산업경제국장·강릉시 부시장·강원도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쳤다. 2006년 4기 민선시장 선거에서 강릉시장에 당선됨으로써 선출직 공직자의 길을 걷게 된 것이다. 2010년 6월에 치른 지방선거에서는 광역·기초단체장 가운데 최고 득표율(79.57%)로 당선되었다.
강원도는 영남이나 호남처럼 특정정당이 몰표를 가져가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그의 최고 득표율 당선은 화제를 모았다. 최 시장은 “민선 5기 선거에서 최다 득표율은 4기 때 추진했던 일을 잘 마무리하라는 고향 분들의 뜻이 아니겠느냐”며 “실제로 시장직을 해 보니 기초자치단체장은 노력의 90%를 행정업무에 쏟아야 하는 자리”라고 말했다. 기초자치단체장의 업무에서 정치적 포지션은 1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저는 기초단체장의 정당(政黨) 공천제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일을 해 보니까 시장이나 군수직은 순수한 행정업무를 요구하는 자립니다. 이런 직책까지 공천제로 해 놓으면 시장·군수들이 본연의 업무를 소홀히 할 수가 있습니다. 기초단체장이 오직 맡은 일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됐으면 합니다.”⊙
▣ 강릉과 커피축제
커피농장, 커피박물관… 커피의 모든 게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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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최초로 커피 수확에 성공한 커피커퍼의 전경. 커피 박물관과 카페, 농장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
강릉 커피축제는 2009년 10월 ‘10월의 마지막 밤을 강릉커피축제와 함께’라는 표어로 처음 시작됐다. 올해 3회째를 맞는데, 강릉시가 주최하고 강릉문화재단이 주관하여 2011년 10월 21~30일 10일간 열릴 예정이다.
커피축제 기간에 강릉 바리스타(커피전문가) 클래식, 유명 커피전문가 초청 세미나, 커피원두 로스팅(볶는 것) 및 드립(추출) 체험, 커피 기기(器機) 전시회, 커피박물관 기행, 커피와 재즈콘서트 등 커피와 관련된 다양한 행사를 접할 수 있다.
강릉에서 왜 커피축제가 열리는 것일까. 몇년 전부터 강릉에 커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강릉시 관계자는 “현재 강릉에는 해안도로를 따라 커피전문점 100여 개가 수백 m씩 늘어선 거리(안목)가 있고, 강릉시 전체에는 크고 작은 커피전문점이 200여 개가 된다”고 말했다. 단위면적당 커피전문점이 가장 많은 곳이 강릉이라는 것이다.
강릉문화재단 이종덕 사무국장은 “강릉에는 신라 화랑들이 차를 달여 마셨던 국내 유일의 차 유적인 다구(茶具)가 남아 있을 정도로 차에 대한 전통이 깊은 곳”이라며 “백두대간 심산유곡에서 흘러내리는 물맛이 좋아 차 문화가 발달했다”고 말했다. 현재 전국에서 다도 교실이 가장 활성화된 곳도 강릉이라는 것이다. 커피도 결국 차의 일종이기 때문에 강릉에서 커피문화가 꽃피운 것은 전통과 현재의 차 문화가 ‘문화적인 랑데뷰’를 한 것이라고 이 사무국장은 설명한다.
현재 강릉이 커피의 고장이 된 데에는 유구한 차 문화 외에도 몇 가지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 커피라고는 ‘인스턴트 다방커피’가 전부이던 1980년대 말, 원두를 진하게 볶아 우려내는 일본식 커피문화가 우리나라에 들어오게 된다. 바로 ‘커피 1세대’라고 불리는 재일교포 박이추씨 외 3~4명이 일본의 원두커피 기술을 익혀 국내에 퍼뜨린 것. 그중에 박씨가 1988년 서울 대학로에서 ‘보헤미안’이란 커피전문점을 열었다가, 2001년 강원도 강릉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때부터 강릉에 원두커피를 파는 커피전문점의 역사가 시작됐다고 한다.
강릉의 커피전문점 중 보헤미안을 비롯, 커피커퍼, 테라로사, 하슬라아트월드 등은 커피에 조금만 관심이 있는 사람은 다 알 만큼 많이 알려진 원두커피 전문점들이다. 강릉의 커피 명가들 중에도 커피커퍼(대표 김준영)는 아주 색다른 존재다. 커피커퍼는 2010년 4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자체 커피농장에서 상당량(40kg)의 상업용 커피 생산에 성공해 화제를 모았다.
커피커퍼가 운영하는 농장은 강릉시 왕산면의 맑고 깊은 계곡(왕산골)에 자리 잡고 있다. 강릉시에서 자동차로 약 20분 거리다. 커피커퍼에는 방문 손님이 커피와 관련한 여러 가지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커피의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카페, 커피를 볶아 내는 로스팅, 약 3만 그루의 커피나무 묘목이 자라는 온실 농장이 갖춰져 있다. 농장에는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27년생 커피나무가 자라고 있다. 커피나무의 수명은 평균 30년 정도라고 한다.
커피커퍼에는 커피박물관도 갖추고 있는데, 박물관에 전시한 커피 관련 희귀 유물은 커피커퍼 대표인 김준영씨가 전 세계를 돌며 수집한 것이라고 한다. 작은 커피잔 하나, 오래된 커피 그라인더(원두 분쇄기) 하나를 구입하기 위해 전 세계를 다녔다고 하니 김 대표의 커피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는 박물관이다.
심지은 커피커퍼 기획실장은 “커피나무는 북위 25도와 남위 25도 사이인 커피벨트(coffee belf)에서만 자라는 열대식물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커피 수확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커피커퍼가 생산한 커피는 상업성이 많이 떨어지지만, 최초의 커피 생산 성공이란 상징 때문에 커피커퍼의 명성을 높여 주었다. 커피커퍼에는 커피를 체험하고자 하는 관광객과 단체 체험객, 커피를 배우려는 학생이 하루에 100명 정도 꾸준히 방문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