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 창원시 주민 61.5%가 “행정통합 잘된 일”, 64.9%가 “박완수 시장 업무수행 긍정적”
⊙ 국가가 굳은 의지 갖고 행정통합 추진해야… 자율통합에 맡기면 힘들어질 것
박완수
⊙ 56세. 방송대·경남대 행정학과 졸업, 경남대 행정학 박사.
⊙ 제23회 행시 합격. 합천군수, 경남 농정국장·경제통상국장, 김해 부시장.
⊙ 民選 19~20代 창원시장, 창원시장(창원·마산·진해 통합).
⊙ 국가가 굳은 의지 갖고 행정통합 추진해야… 자율통합에 맡기면 힘들어질 것
박완수
⊙ 56세. 방송대·경남대 행정학과 졸업, 경남대 행정학 박사.
⊙ 제23회 행시 합격. 합천군수, 경남 농정국장·경제통상국장, 김해 부시장.
⊙ 民選 19~20代 창원시장, 창원시장(창원·마산·진해 통합).
지난해 7월 1일, 공식 출범한 통합 창원시가 도시경쟁력 강화를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 정부가 추진 중인 행정체제 개편의 첫 번째 모델인 창원시는 지역(舊창원·마산·진해)별 균형발전계획을 내놓고 행정력을 집중하고 있다.
통합 창원시는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인구는 110만명이고 면적은 744㎢로 서울보다 넓다.
통합 당시 지역 여론은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통합 창원시에 대해 향후 10년간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2014년을 목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최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시군구 통합기준을 발표했다.
현재 市통합 찬성률 60% 넘어
현재 창원시는 광역시 수준의 거대(巨大)도시다. 새로운 시 청사와 신설 야구장, 그리고 통합시 상징물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지역간 이해가 맞서고 있지만 전체적인 통합행정은 큰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
창원시는 각종 국제행사를 연달아 치러 왔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는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을 연다. 창원의 핵심브랜드 사업인 ‘누비자(자전거 공영시스템)’가 세계 유명 도시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박완수(朴完洙) 창원시장과 주민들을 만나 창원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통합 1년3개월째인 현재, 통합에 대한 지역여론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1주년을 기념해 창원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민 1046명 중 61.5%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잘됐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5.7%에 불과했다. 통합 후 창원시의 시정 변화에 대해 57.0%가 긍정적으로, 21.4%가 부정적으로 봤다. 박완수 시장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에서는 64.9%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15.2%만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지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대체로 비슷했다.
박완수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이런 규모의 ‘통합’은 처음입니다. 마산과 진해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였습니다. 문화적으로 다른 점이 많은데 그런 도시들이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애당초 많은 갈등요인을 갖고 있었지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초기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시정 전반이 안정돼 가고 있습니다. 통합에 협조해 온 시민들 덕분이죠.”
―통합 초기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지역별로 집단민원이 쏟아졌어요. 서로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고 했지요. 공무원들은 자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숭숭했고요.”
―가장 어려운 점을 든다면.
“지역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죠. 문제만 있으면 ‘통합’ 때문이라고 공격하곤 했어요.”
박 시장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분들이 갈등을 조장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첫째는 공무원 사회였습니다. 신분 때문이었죠. 둘째는 언론입니다. 사소한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통합’이 원인이라고 몰았어요. 지금은 그런 기사가 대부분 사라졌어요. 마지막으로 일부 야권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입니다. 그들은 정치적 이유로 저를 비판하곤 했어요.”
‘따로국밥 따로 먹지 말라’
―시청 공무원들은 통합행정의 일꾼인데 통합 초기 이들을 어떻게 다뤘습니까.
“신분상의 불안함을 덜어 줬어요. 공무원은 태생적으로 변화를 싫어해요.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은 당분간 없다고 약속했어요. 이게 분위기를 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창원시의 비전을 설명하며 ‘우리가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통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시민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요. 공무원들이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많이 만들었어요. 공무원합창대회가 대표적이죠. 반응이 좋았습니다.”
―‘따로국밥 따로 먹지 말라’고 했다는데 무슨 말입니까.
“같은 부서에 창원·마산·진해 출신들을 골고루 섞었어요. 단합을 위해서였죠.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갈 때마다 지역별로 따로 간다는 얘기가 들렸어요. 전(全) 직원들에게 생중계되는 간부회의에서 ‘이제 우리는 한식구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시민도 연다’고 했죠.”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뒤로 배척할 수도 있을 텐데요.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된 후 10년이 지나도 내무부 출신이냐, 총무처 출신이냐를 따졌습니다. 시간이 흘러야 해요. 통합 직후 시청 인사발령을 몇 차례 했는데 인터넷에 ‘마산 출신이 많이 됐다’ ‘진해 출신이 많이 됐다’는 평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지금은 안 그래요.”
―시장(市長)으로서 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제가 원래 창원시장 출신 아닙니까. 초기에 마산·진해 공무원들은 ‘박 시장이 창원 공무원 편을 들 것이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의식해 인사(人事)를 공정하게 했습니다. 불만 요소를 없앴죠. 진해 출신이 사퇴하면 진해 출신을 우선적으로 승진시켰어요. 공무원 노조와도 꾸준히 대화를 했고요.”
―통합 초기 마산·진해 주민들도 “박 시장이 창원지역만 챙길 것이다”고 예상했다더군요.
“그 예상을 깼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통합 창원시 62개 읍·면·동 중에서 마산과 진해를 집중적으로 돌았어요. 주민들과 자주 얼굴을 맞댔습니다. 얼마 전 몇몇 기업인을 만났는데 마산 사람들이 초기 6개월 동안은 ‘마산’이라는 이름이 없어졌다는 데 대해 불평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올해부터 마산이 달라지는 걸 느끼면서 여론은 반전됐습니다. 초기 6개월 동안과 올해 6월 이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지금도 졸속 통합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연결된 자칭 ‘시민단체’ 일부가 그런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여론을 바꾸지는 못해요.”
―창원·마산·진해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통합 창원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舊) 창원시민은 통합의 중심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죠. 마산 역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요. 다만 진해의 경우 처음 분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군사도시라서 그런지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요.”
균형발전委 통해 지역 縣案 해결
―통합 후 시정(市政)의 제1원칙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지역민원 해결이었지요. 제가 현장방문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창원시청 사이트에 시민의 소리가 있는데 내가 다 읽고 해결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이 경남도, 부산시, 대전시, 수원시보다 많았어요. 특히 경남도에 비해 3배 정도였습니다. ‘모기 잡아 달라’ ‘매미 잡아 달라’는 사소한 민원부터 큰 민원까지 다양했죠. 열린시장실을 만들어 민원을 집중적으로 챙겼습니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고질적인 민원은 ‘가르마’를 타는 식으로 해결했어요.”
―통합 직후 ‘창원시 균형발전 시민협의회 운영조례’를 만들었더군요.
“화합균형발전위원회는 창원 시정의 핵심입니다. 지역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균형발전위원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지역 축제도 결정합니다. 지역 현안사업도 다룹니다. 균형발전위원회는 시민정서 화합과 지역통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박완수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마산 르네상스’ ‘진해 블루오션’ ‘창원 스마트’가 그것이다.
박 시장은 지역산업 고도화를 위해 기존의 창원공단을 재조정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마산자유무역지역 1단계 확장사업도 착수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육성자금도 확대했다. 시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복지지원금을 상향조정하고, 세금이나 각종 수수료는 하향조정했다. 출산양육지원금의 경우, 통합 전 마산시는 740만원을, 진해시는 150만원을, 창원시는 50만원을 지급했는데 통합 후에는 가장 높은 마산시를 기준으로 일괄 지급하고 있다.
―통합 후 각종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재원(財源)인데 어떻게 마련할 생각입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지역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현재 지역별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마산은 도시 재생에, 진해는 군(軍)부지 재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 대책도 내놓았어요. 다행히 시 의회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창원시의회의 정당 비율은 한나라당이 6, 민노당이 4 정도입니다.”
―기자가 직접 만난 창원시 5개 구(區) 주민들에 따르면, 창원시 전체 주민들은 통합 효과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연합니다.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특히 마산 사람들은 통합만 되면 도시 전체가 확 바뀌는 걸로 생각했어요. 6개월, 1년이 지나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으니 그렇게 반응하는 겁니다. 저는 시민들을 만나면 ‘대한민국 지자체 역사상 이 같은 통합은 전례가 없다.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요. 창원·마산·진해는 산업·문화·역사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특성이 합쳐지면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해요.”
국가는 행정개편 당위성 국민에게 강조해야
―하지만 시 청사·신설 야구장과 같은 지역간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입지 발표가 늦어지면 갈등의 골이 심화되지 않을까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신중히 해결할 겁니다. 공청회를 통해 시민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의회의 입장도 중요해요. 청사 소재지 선정은 의회 의결 사항입니다.”
―청사(廳舍)를 서로 유치하려는 것은 시(市)의 권한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차라리 지역 구청장에게 행정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통합 직후 구청이 발족할 때 많은 권한을 이양했고 지난 1월에도 추가로 했습니다. 물론 현재 구청장의 지위가 약한 측면이 있어요. 중앙정부와 논의해 구청장 직급을 3급으로 격상하고 구청에 ‘국(局)’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본청이 관장하는 각종 사업도 과감하게 줄여 구청으로 이관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시청 유치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상당히 줄어들 겁니다.”
―창원이 프로야구 제9구단을 유치하면서 신설 야구장의 위치도 뜨거운 현안이더군요.
“야구장 건립은 2015년까지 하기로 KBO와 약속했습니다. 관련 보고서가 연말에 나옵니다. 새 구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000억~20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지원하기로 했고, 경남도 또한 200억~3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어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는 타(他) 지자체는 창원시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제대로 안되면 행정체제 개편은 ‘없던 얘기’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작년 창원시 통합을 앞두고 전남 여수 출신의 김충조(金忠兆) 민주당 의원이 창원이 지역구인 권경석(權炅錫) 의원에게 ‘절대 통합하지 말라. 10년이 지나도 애를 먹을 것이다’고 했다고 해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죠. 행정통합은 하나의 개혁이기 때문에 저항을 수반합니다. 통합 후의 행정효율은 잘 보이지 않고 불편한 것은 금방 드러납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그런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이유로 행정체제 개편은 국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민주적 절차는 밟아야죠.”
―중앙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야 행정개편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물론입니다. 행정구역을 바꾸는 이유가 뭡니까. 국가와 지방의 미래를 생각할 때 지방행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국가가 굳은 의지로 나서야지요.”
―기초적 얘기입니다만 창원과 마산, 진해가 합치면서 얻는 효과는 뭡니까.
“우선 행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죠. 비용을 절감한다는 말입니다. 각종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를 줄여 남는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지요. 도시 살림이 커져 지역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이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중앙정부는 자율성만 내세우고 행정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정치욕심 위해 자리 이용하는 사람 있다”
―통합 창원시의 경우 1년이 지난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요. 복지 수당이 늘어났고, 도로가 확장되고 있고 있어요. 대중교통도 편리해졌고 녹지공간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행정규모가 커지면서 굵직한 사업도 힘을 받고 있지요. 과거 진해시의 경우 해군 시설운전학부 부지(敷地)를 처리하지 못했는데 통합 창원시가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습니다.”
―경남도와 업무협의는 잘됩니까. 김두관(金斗官) 경남지사는 친노(親盧) 진영의 핵심인데요.
“창원시가 커지면서 경쟁의식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경남은 창원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지요. 과거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우리도 경남도와 갈등을 일으켜 좋을 게 없습니다.”
―지난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김두관 지사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광역이든 기초든 지자체 단체장은 정치인이면서도 동시에 행정가입니다. 맡은 행정업무를 충실히 하는 게 주민들에 대한 의무죠. 정치적 욕심을 위해 단체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하면 안 됩니다. 물론 김두관 지사를 두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단체장 자리를 기반으로 그보다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것은 지양해야죠. 도지사는 도의 살림을 책임지고, 시장은 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 행보는 자제하고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올해 비가 많이 왔는데 낙동강 주변의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창원에도 낙동강이 흘러가는데 매년 큰 수해(水害)를 입었어요. 올 여름에는 이상하게도 예년 같은 피해가 없었어요. 도내(道內) 시장·군수들의 모임에서 단체장들이 한결같이 ‘피해가 없어졌다. 물이 아주 잘 빠졌다’고 하더군요.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김두관 지사가 이런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군요.”
―박 시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경남에서 계속 근무해 왔습니다. 나중에 경남지사까지 생각하고 있습니까.
“삶이 원하는 대로 되던가요. 그냥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겁니다.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도민들이 길을 터 주면 하는 것이고 시장직도 제대로 못하면 이 자리도 물러나야죠. 저는 요즘 우리나라가 전진하지 못하는 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봐요. 그들은 현재의 일에 충실하지 않고 자기의 미래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자 크게 늘어
―10월 21일 창원에서 큰 축제가 열리더군요.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이라는 행사입니다. 창원이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유치한 겁니다. 창원은 국내 자치단체 중 국제기구에 가입한 수가 14개로 가장 많아요. 두 행사를 주최하는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도 그중 하나입니다. 창원 하면 ‘공업도시’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 창원에 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 겁니다. 통합 전 창원시는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녹지가 아주 많아요. UNEP가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한 이유가 분명 있어요. 2008년부터 자전거 공영시스템(누비자)을 시작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달리는 기분이 아주 상쾌해요. 창원은 살기 좋은 환경도시입니다. 이런 게 널리 알려져 국제행사가 창원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누비자는 마산, 진해까지 확대됐습니까.
“작년부터 마산과 진해에 자전거 터미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어요. 현재 230여 자전거터미널에 4000여 대의 자전거가 통합 창원 도심을 달리고 있습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새벽에 대리운전하는 아저씨, 시장을 오가는 아줌마 등 시민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어요.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누비자 자전거를 이용한 후부터 이용자가 급증했습니다.”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을 계기로 창원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우선 창원시가 생태환경도시로서 세계 주요 도시를 이끌어 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창원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생태교통’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자전거는 가장 대표적인 생태교통 수단입니다. 세계자전거축전을 계기로 자전거 산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자전거와 함께 전기스쿠터와 전기자동차도 새롭게 확충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전기차량의 가격이 비싸다는 거죠. 전기스쿠터 한 대당 가격이 국산(國産)은 300만원, 중국산은 100만원입니다. 정책적 차원에서 생산단가 인하와 정부보조금 지급이 필요해요.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현(現)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들어맞습니다.”⊙
▣ 창원시 5개 區民들의 목소리
“통합에 기대 높은 만큼 뭔가 이뤄져야”
▲강영석 마산회원구 회원1동 주민자치위원장
통합은 마산을 주축으로 추진됐다. 마산이 오래된 도시여서 통합 후 규모의 경제를 기대했다. 통합되고 나니까 지금까지 마산은 뭐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좁고 주거시설이 열악하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침체됐다. 통합을 앞두고 마산 사람들은 기대를 많이 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1년밖에 안됐으니 벌써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 아무튼 지켜볼 생각이다.
▲육덕권 성산구 성주동 주민자치부위원장
성산구는 구(舊)창원시 소속이었다. 솔직히 우리 지역 사람들은 통합을 반대했다. 마산과 진해의 자립도가 워낙 낮아 결국 창원 예산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합 후 정부가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사례들이 잘 홍보된다면 여론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통합으로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다는 것이다. 창원, 마산, 진해 모두 올랐다. 창원시가 시민경제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
▲김성근 진해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
통합 전 대표적인 반대론자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창원보다 부산 쪽에 더 가깝다. 경제적으로 부산에 흡수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창원과 통합할 바에야 부산과 통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합을 하고 난 후 주민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구 진해시 시절 운동장 하나 만들 돈이 없었다. 그런데 행정구역 통합으로 예산 지원이 즉각 이뤄지고 있다. 문화의 거리도 올해 말 완공한다. 진해는 하나씩 혜택을 보고 있다. 창원의 미래를 놓고 생각한다는 통합은 긍정적이다.
▲장영기 의창구 바르게살기운동의창구협의회장
통합에 찬성하다 지금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창구는 과거 창원시 소속이었는데 통합으로 시(市) 예산이 마산이나 진해로 들어가는 것 같아 손해를 보는 기분이다. 과거 의창군이 창원시와 통합할 때는 혜택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통합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돼야 한다. 현재 창원시의 현안인 시 청사와 신설 야구장의 입지 문제는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지속하면 지역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김미윤 마산합포구 지역민
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런데 주민투표가 아닌 시의원들 투표로 통합해 아쉽다. 어쨌든 통합됐으니까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마산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시 명칭을 뺏긴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 건립할 시 청사는 마산에 들어서야 한다. 현재 마산은 너무 침체돼 있다. 도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상권(商圈)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북적대야 도시가 살아난다. 그리고 국화축제나 가고파축제와 같은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현재 문화행사는 창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통합의 긍정적 효과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통합 창원시는 전국 228개 기초자치단체 중 규모 면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인구는 110만명이고 면적은 744㎢로 서울보다 넓다.
통합 당시 지역 여론은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대체로 찬성하는 분위기였다. 정부는 통합 창원시에 대해 향후 10년간 각종 인센티브를 약속했다. 2014년을 목표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정부는 최근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시군구 통합기준을 발표했다.
현재 市통합 찬성률 60% 넘어
현재 창원시는 광역시 수준의 거대(巨大)도시다. 새로운 시 청사와 신설 야구장, 그리고 통합시 상징물을 어디에 두느냐를 놓고 지역간 이해가 맞서고 있지만 전체적인 통합행정은 큰 무리 없이 추진되고 있다.
창원시는 각종 국제행사를 연달아 치러 왔다. 오는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는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을 연다. 창원의 핵심브랜드 사업인 ‘누비자(자전거 공영시스템)’가 세계 유명 도시로부터 인정을 받은 것이다.
박완수(朴完洙) 창원시장과 주민들을 만나 창원의 미래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통합 1년3개월째인 현재, 통합에 대한 지역여론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합 1주년을 기념해 창원시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주민 1046명 중 61.5%가 행정구역 통합에 대해 “잘됐다”고 답했다. 부정적 답변은 25.7%에 불과했다. 통합 후 창원시의 시정 변화에 대해 57.0%가 긍정적으로, 21.4%가 부정적으로 봤다. 박완수 시장에 대한 업무수행 평가에서는 64.9%가 긍정적으로 답했고, 15.2%만이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이 같은 수치는 지역 언론사가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와 대체로 비슷했다.
박완수 시장은 여론조사 결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 역사상 이런 규모의 ‘통합’은 처음입니다. 마산과 진해는 오랜 역사를 가진 도시였습니다. 문화적으로 다른 점이 많은데 그런 도시들이 하나가 됐다는 점에서 애당초 많은 갈등요인을 갖고 있었지요. 지난 1년을 돌이켜보면 초기에 우려했던 것과 달리 시정 전반이 안정돼 가고 있습니다. 통합에 협조해 온 시민들 덕분이죠.”
―통합 초기의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지역별로 집단민원이 쏟아졌어요. 서로 ‘이것 해 달라, 저것 해 달라’고 했지요. 공무원들은 자리에 대한 불안감으로 뒤숭숭했고요.”
―가장 어려운 점을 든다면.
“지역 정치인들이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죠. 문제만 있으면 ‘통합’ 때문이라고 공격하곤 했어요.”
박 시장은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할 분들이 갈등을 조장해 어려움이 많았다”고 했다.
“첫째는 공무원 사회였습니다. 신분 때문이었죠. 둘째는 언론입니다. 사소한 시비가 불거질 때마다 ‘통합’이 원인이라고 몰았어요. 지금은 그런 기사가 대부분 사라졌어요. 마지막으로 일부 야권 정치인과 시민단체들입니다. 그들은 정치적 이유로 저를 비판하곤 했어요.”
| ▣ 창원시의 위상 ⊙ 인구 109만명(기초단체 중 전국最多·통합 후 1만명 증가·울산광역시와 인구 비슷) ⊙ 면적 744㎢(서울605·대전540·수원121) ⊙ 수출 235억 달러(부산123·대구51·수원·73) ⊙ GRDP 29조원(대전24·광주22·수원21) ⊙ 재정 2조3000억원(대전2조7000·울산2조1000·수원1조5000) |
‘따로국밥 따로 먹지 말라’
―시청 공무원들은 통합행정의 일꾼인데 통합 초기 이들을 어떻게 다뤘습니까.
“신분상의 불안함을 덜어 줬어요. 공무원은 태생적으로 변화를 싫어해요. 조직 통폐합이나 인력 감축은 당분간 없다고 약속했어요. 이게 분위기를 살리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습니다. 저는 창원시의 비전을 설명하며 ‘우리가 시민을 위해 열심히 일해야 한다. 공무원들이 통합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시민들에게 바로 영향을 미친다’고 했지요. 공무원들이 서로 친해질 기회를 많이 만들었어요. 공무원합창대회가 대표적이죠. 반응이 좋았습니다.”
―‘따로국밥 따로 먹지 말라’고 했다는데 무슨 말입니까.
“같은 부서에 창원·마산·진해 출신들을 골고루 섞었어요. 단합을 위해서였죠. 그런데 점심을 먹으러 갈 때마다 지역별로 따로 간다는 얘기가 들렸어요. 전(全) 직원들에게 생중계되는 간부회의에서 ‘이제 우리는 한식구다. 우리가 먼저 마음을 열어야 시민도 연다’고 했죠.”
―겉으로는 친한 척하면서 뒤로 배척할 수도 있을 텐데요.
“내무부와 총무처가 통합된 후 10년이 지나도 내무부 출신이냐, 총무처 출신이냐를 따졌습니다. 시간이 흘러야 해요. 통합 직후 시청 인사발령을 몇 차례 했는데 인터넷에 ‘마산 출신이 많이 됐다’ ‘진해 출신이 많이 됐다’는 평들이 많이 올라왔어요. 지금은 안 그래요.”
―시장(市長)으로서 통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했나요.
“제가 원래 창원시장 출신 아닙니까. 초기에 마산·진해 공무원들은 ‘박 시장이 창원 공무원 편을 들 것이다’고 생각했어요. 이를 의식해 인사(人事)를 공정하게 했습니다. 불만 요소를 없앴죠. 진해 출신이 사퇴하면 진해 출신을 우선적으로 승진시켰어요. 공무원 노조와도 꾸준히 대화를 했고요.”
―통합 초기 마산·진해 주민들도 “박 시장이 창원지역만 챙길 것이다”고 예상했다더군요.
“그 예상을 깼습니다. 지난 1년 동안 통합 창원시 62개 읍·면·동 중에서 마산과 진해를 집중적으로 돌았어요. 주민들과 자주 얼굴을 맞댔습니다. 얼마 전 몇몇 기업인을 만났는데 마산 사람들이 초기 6개월 동안은 ‘마산’이라는 이름이 없어졌다는 데 대해 불평이 많았다고 하더군요. 올해부터 마산이 달라지는 걸 느끼면서 여론은 반전됐습니다. 초기 6개월 동안과 올해 6월 이후의 분위기는 많이 달라요.”
―지금도 졸속 통합이라고 비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까.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과 연결된 자칭 ‘시민단체’ 일부가 그런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여론을 바꾸지는 못해요.”
―창원·마산·진해 주민들의 얘기를 들어보니 ‘통합 창원시’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걸 느꼈습니다.
“구(舊) 창원시민은 통합의 중심이라는 자긍심을 갖고 있어요. 향후 전망에 대해서도 긍정적이죠. 마산 역시 침체된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다는 기대가 높아요. 다만 진해의 경우 처음 분위기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어요. 군사도시라서 그런지 변화의 폭이 크지 않아요.”
균형발전委 통해 지역 縣案 해결
―통합 후 시정(市政)의 제1원칙은 어떤 것이었습니까.
“지역민원 해결이었지요. 제가 현장방문을 하면서 주민들에게 ‘창원시청 사이트에 시민의 소리가 있는데 내가 다 읽고 해결하겠다’고 했어요. 그랬더니 사이트에 올라오는 글이 경남도, 부산시, 대전시, 수원시보다 많았어요. 특히 경남도에 비해 3배 정도였습니다. ‘모기 잡아 달라’ ‘매미 잡아 달라’는 사소한 민원부터 큰 민원까지 다양했죠. 열린시장실을 만들어 민원을 집중적으로 챙겼습니다. 과거부터 존재했던 고질적인 민원은 ‘가르마’를 타는 식으로 해결했어요.”
―통합 직후 ‘창원시 균형발전 시민협의회 운영조례’를 만들었더군요.
“화합균형발전위원회는 창원 시정의 핵심입니다. 지역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균형발전위원회는 예산을 심의하고 지역 축제도 결정합니다. 지역 현안사업도 다룹니다. 균형발전위원회는 시민정서 화합과 지역통합에 결정적 역할을 하고 있어요.”
박완수 시장은 지역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별로 특화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마산 르네상스’ ‘진해 블루오션’ ‘창원 스마트’가 그것이다.
박 시장은 지역산업 고도화를 위해 기존의 창원공단을 재조정하고, 포화상태에 이른 마산자유무역지역 1단계 확장사업도 착수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소상공인·중소기업에 대한 육성자금도 확대했다. 시민의 복지향상을 위해 복지지원금을 상향조정하고, 세금이나 각종 수수료는 하향조정했다. 출산양육지원금의 경우, 통합 전 마산시는 740만원을, 진해시는 150만원을, 창원시는 50만원을 지급했는데 통합 후에는 가장 높은 마산시를 기준으로 일괄 지급하고 있다.
―통합 후 각종 사업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재원(財源)인데 어떻게 마련할 생각입니까.
“선택과 집중을 해야죠. 지역경제 활성화가 최우선 과제입니다. 현재 지역별 사업이 진행 중입니다. 마산은 도시 재생에, 진해는 군(軍)부지 재개발에 집중하고 있어요. 재래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별도 대책도 내놓았어요. 다행히 시 의회도 대부분 동의하고 있습니다. 현재 창원시의회의 정당 비율은 한나라당이 6, 민노당이 4 정도입니다.”
―기자가 직접 만난 창원시 5개 구(區) 주민들에 따르면, 창원시 전체 주민들은 통합 효과가 피부에 크게 와 닿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당연합니다. 기대가 너무 크기 때문이죠. 특히 마산 사람들은 통합만 되면 도시 전체가 확 바뀌는 걸로 생각했어요. 6개월, 1년이 지나도 눈에 확 들어오는 게 없으니 그렇게 반응하는 겁니다. 저는 시민들을 만나면 ‘대한민국 지자체 역사상 이 같은 통합은 전례가 없다.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 서로 최선을 다하자’고 말해요. 창원·마산·진해는 산업·문화·역사적으로 다른 특성을 갖고 있어요. 이런 다양한 특성이 합쳐지면 예상을 뛰어넘는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이라 확신해요.”
| ▣ 생태교통 창원총회 및 세계자전거축전 행사개요 ⊙ 주제 지속가능한 도시를 위한 미래교통 ⊙ 기간 2011년 10월 21~24일(4일간) ⊙ 장소 창원컨벤션센터·풀만호텔·창원광장·창원시 일원 ⊙ 인원 5만여명(국내외 주요 도시 市長·전문가·시민) ⊙ 주최 창원시,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 ⊙ 참가도시 오덴세(덴마크), 멜버른·브리즈번·에들레이드(호주), 도야마(일본), 코프리니카(크로아티아), 서울시, 수원시, 순천시 ⊙ 주요행사 생태교통연맹 결성, 자전거 퍼레이드, 크리테리엄 사이클경기, 자전거 제품 전시회, 체험행사 ⊙ 생태교통 개념 친환경적이고 지속 가능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걷기, 자전거 타기처럼 인간의 힘으로 움직이는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재생에너지(태양열·풍력)에 의한 전기교통수단을 사용하자는 것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도 포함된다. |
국가는 행정개편 당위성 국민에게 강조해야
―하지만 시 청사·신설 야구장과 같은 지역간 이해관계가 걸린 사안을 생각하면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입지 발표가 늦어지면 갈등의 골이 심화되지 않을까요.
“모두가 공감할 수 있게 신중히 해결할 겁니다. 공청회를 통해 시민의 의견도 들어야 하고 의회의 입장도 중요해요. 청사 소재지 선정은 의회 의결 사항입니다.”
―청사(廳舍)를 서로 유치하려는 것은 시(市)의 권한이 그만큼 막강하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차라리 지역 구청장에게 행정권한을 대폭 이양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통합 직후 구청이 발족할 때 많은 권한을 이양했고 지난 1월에도 추가로 했습니다. 물론 현재 구청장의 지위가 약한 측면이 있어요. 중앙정부와 논의해 구청장 직급을 3급으로 격상하고 구청에 ‘국(局)’을 설치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본청이 관장하는 각종 사업도 과감하게 줄여 구청으로 이관하고 있어요. 그렇게 되면 시청 유치에 대한 시민들의 욕구가 상당히 줄어들 겁니다.”
―창원이 프로야구 제9구단을 유치하면서 신설 야구장의 위치도 뜨거운 현안이더군요.
“야구장 건립은 2015년까지 하기로 KBO와 약속했습니다. 관련 보고서가 연말에 나옵니다. 새 구장을 만드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대략 1000억~2000억원으로 추정됩니다. 이와 관련해 중앙정부가 지원하기로 했고, 경남도 또한 200억~300억원을 지급하기로 약속했어요.”
―행정체제 개편과 관련해 통합 얘기가 나오고 있는 타(他) 지자체는 창원시를 유심히 보고 있습니다. 창원시가 제대로 안되면 행정체제 개편은 ‘없던 얘기’가 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작년 창원시 통합을 앞두고 전남 여수 출신의 김충조(金忠兆) 민주당 의원이 창원이 지역구인 권경석(權炅錫) 의원에게 ‘절대 통합하지 말라. 10년이 지나도 애를 먹을 것이다’고 했다고 해요. 그만큼 어렵다는 얘기죠. 행정통합은 하나의 개혁이기 때문에 저항을 수반합니다. 통합 후의 행정효율은 잘 보이지 않고 불편한 것은 금방 드러납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그런 부담을 지지 않으려고 해요. 이런 이유로 행정체제 개편은 국가가 의지를 갖고 추진해야 합니다. 물론 민주적 절차는 밟아야죠.”
―중앙정부가 강력히 추진해야 행정개편이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이군요.
“물론입니다. 행정구역을 바꾸는 이유가 뭡니까. 국가와 지방의 미래를 생각할 때 지방행정에 문제가 있기 때문에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히 국가가 굳은 의지로 나서야지요.”
―기초적 얘기입니다만 창원과 마산, 진해가 합치면서 얻는 효과는 뭡니까.
“우선 행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죠. 비용을 절감한다는 말입니다. 각종 사업에 대한 중복투자를 줄여 남는 돈으로 다른 사업을 할 수도 있지요. 도시 살림이 커져 지역발전을 위해 과감한 투자도 할 수 있어요. 그런데 이런 장점들이 부각되지 못해 안타깝습니다. 국민들이 행정체제 개편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어요. 중앙정부는 자율성만 내세우고 행정개편의 당위성을 강조하지 않아 아쉽습니다.”
“정치욕심 위해 자리 이용하는 사람 있다”
―통합 창원시의 경우 1년이 지난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성과를 내고 있습니까.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요. 복지 수당이 늘어났고, 도로가 확장되고 있고 있어요. 대중교통도 편리해졌고 녹지공간도 확대되고 있습니다. 행정규모가 커지면서 굵직한 사업도 힘을 받고 있지요. 과거 진해시의 경우 해군 시설운전학부 부지(敷地)를 처리하지 못했는데 통합 창원시가 이 문제를 깔끔히 해결했습니다.”
―경남도와 업무협의는 잘됩니까. 김두관(金斗官) 경남지사는 친노(親盧) 진영의 핵심인데요.
“창원시가 커지면서 경쟁의식이 생겼는지 모릅니다. 경남은 창원시를 빼놓고 얘기할 수 없지요. 과거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봐요. 우리도 경남도와 갈등을 일으켜 좋을 게 없습니다.”
―지난해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김두관 지사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광역이든 기초든 지자체 단체장은 정치인이면서도 동시에 행정가입니다. 맡은 행정업무를 충실히 하는 게 주민들에 대한 의무죠. 정치적 욕심을 위해 단체장이라는 자리를 이용하면 안 됩니다. 물론 김두관 지사를 두고 말하는 건 아니지만, 단체장 자리를 기반으로 그보다 더 높은 자리로 가기 위해 동분서주(東奔西走)하는 것은 지양해야죠. 도지사는 도의 살림을 책임지고, 시장은 시의 살림을 책임지는 것 아닙니까. 정치적 행보는 자제하고 주민들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올해 비가 많이 왔는데 낙동강 주변의 피해 규모는 얼마나 됩니까.
“창원에도 낙동강이 흘러가는데 매년 큰 수해(水害)를 입었어요. 올 여름에는 이상하게도 예년 같은 피해가 없었어요. 도내(道內) 시장·군수들의 모임에서 단체장들이 한결같이 ‘피해가 없어졌다. 물이 아주 잘 빠졌다’고 하더군요. 4대강 사업을 반대했던 김두관 지사가 이런 결과를 어떻게 이해할지 모르겠군요.”
―박 시장은 행정고시로 공직에 입문한 후 경남에서 계속 근무해 왔습니다. 나중에 경남지사까지 생각하고 있습니까.
“삶이 원하는 대로 되던가요. 그냥 주어진 일에 열심히 하는 겁니다. 시장직을 충실히 수행하다가 도민들이 길을 터 주면 하는 것이고 시장직도 제대로 못하면 이 자리도 물러나야죠. 저는 요즘 우리나라가 전진하지 못하는 데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크다고 봐요. 그들은 현재의 일에 충실하지 않고 자기의 미래만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이용자 크게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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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원시는 자전거 공영시스템인 ‘누비자’로 생태교통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이라는 행사입니다. 창원이 중앙정부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유치한 겁니다. 창원은 국내 자치단체 중 국제기구에 가입한 수가 14개로 가장 많아요. 두 행사를 주최하는 ICLEI(자치단체국제환경협의회)도 그중 하나입니다. 창원 하면 ‘공업도시’를 연상하겠지만 실제로 창원에 와 보면 그렇지 않다는 걸 느낄 겁니다. 통합 전 창원시는 대표적인 계획도시로 녹지가 아주 많아요. UNEP가 ‘살기 좋은 도시’로 선정한 이유가 분명 있어요. 2008년부터 자전거 공영시스템(누비자)을 시작했는데 자전거를 타고 도심을 달리는 기분이 아주 상쾌해요. 창원은 살기 좋은 환경도시입니다. 이런 게 널리 알려져 국제행사가 창원에서 열리게 된 겁니다.”
―누비자는 마산, 진해까지 확대됐습니까.
“작년부터 마산과 진해에 자전거 터미널을 설치하고 있습니다. 자전거 수도 꾸준히 늘리고 있어요. 현재 230여 자전거터미널에 4000여 대의 자전거가 통합 창원 도심을 달리고 있습니다. 출퇴근하는 직장인과 새벽에 대리운전하는 아저씨, 시장을 오가는 아줌마 등 시민 대부분이 이용하고 있어요. 2009년 이명박 대통령이 누비자 자전거를 이용한 후부터 이용자가 급증했습니다.”
―생태교통창원총회와 세계자전거축전을 계기로 창원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우선 창원시가 생태환경도시로서 세계 주요 도시를 이끌어 간다는 데 큰 의미가 있어요. 창원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생태교통’을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자전거는 가장 대표적인 생태교통 수단입니다. 세계자전거축전을 계기로 자전거 산업을 확대하고 새로운 자전거 문화를 만들어 갈 생각입니다. 자전거와 함께 전기스쿠터와 전기자동차도 새롭게 확충할 생각입니다. 문제는 국내에서 제작하는 전기차량의 가격이 비싸다는 거죠. 전기스쿠터 한 대당 가격이 국산(國産)은 300만원, 중국산은 100만원입니다. 정책적 차원에서 생산단가 인하와 정부보조금 지급이 필요해요. 녹색성장을 주도하는 현(現) 정부의 정책방향과도 들어맞습니다.”⊙
▣ 창원시 5개 區民들의 목소리
“통합에 기대 높은 만큼 뭔가 이뤄져야”
▲강영석 마산회원구 회원1동 주민자치위원장통합은 마산을 주축으로 추진됐다. 마산이 오래된 도시여서 통합 후 규모의 경제를 기대했다. 통합되고 나니까 지금까지 마산은 뭐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길은 좁고 주거시설이 열악하다. 한마디로 도시 전체가 침체됐다. 통합을 앞두고 마산 사람들은 기대를 많이 했다.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1년밖에 안됐으니 벌써부터 많은 것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는 것을 안다. 아무튼 지켜볼 생각이다.
▲육덕권 성산구 성주동 주민자치부위원장성산구는 구(舊)창원시 소속이었다. 솔직히 우리 지역 사람들은 통합을 반대했다. 마산과 진해의 자립도가 워낙 낮아 결국 창원 예산을 가져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통합 후 정부가 여러 가지 인센티브를 주고 있어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사례들이 잘 홍보된다면 여론은 더욱 좋아질 것이다. 통합으로 한 가지 걱정되는 게 있다. 부동산 가격이 너무 오른다는 것이다. 창원, 마산, 진해 모두 올랐다. 창원시가 시민경제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 주길 바란다.
▲김성근 진해구 주민자치위원장협의회장통합 전 대표적인 반대론자였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은 창원보다 부산 쪽에 더 가깝다. 경제적으로 부산에 흡수돼 있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창원과 통합할 바에야 부산과 통합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통합을 하고 난 후 주민들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구 진해시 시절 운동장 하나 만들 돈이 없었다. 그런데 행정구역 통합으로 예산 지원이 즉각 이뤄지고 있다. 문화의 거리도 올해 말 완공한다. 진해는 하나씩 혜택을 보고 있다. 창원의 미래를 놓고 생각한다는 통합은 긍정적이다.
▲장영기 의창구 바르게살기운동의창구협의회장통합에 찬성하다 지금은 반대하는 입장이다. 의창구는 과거 창원시 소속이었는데 통합으로 시(市) 예산이 마산이나 진해로 들어가는 것 같아 손해를 보는 기분이다. 과거 의창군이 창원시와 통합할 때는 혜택을 많이 봤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면 통합 창원시가 광역시로 승격돼야 한다. 현재 창원시의 현안인 시 청사와 신설 야구장의 입지 문제는 빨리 결정해야 한다. 이것이 지속하면 지역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다.
▲김미윤 마산합포구 지역민통합의 필요성은 인정한다. 그런데 주민투표가 아닌 시의원들 투표로 통합해 아쉽다. 어쨌든 통합됐으니까 모든 지역이 골고루 발전해야 한다. 마산 사람 입장에서 볼 때 시 명칭을 뺏긴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앞으로 새로 건립할 시 청사는 마산에 들어서야 한다. 현재 마산은 너무 침체돼 있다. 도시 재생사업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눈에 보이는 것은 없다. 무엇보다 상권(商圈)을 살리는 것이 중요하다. 사람이 북적대야 도시가 살아난다. 그리고 국화축제나 가고파축제와 같은 문화예술 행사에 대한 지원도 늘어나야 한다. 현재 문화행사는 창원 중심으로 이뤄진다. 통합의 긍정적 효과는 주민들의 자치의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