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61년 제정한 변리사법 제8조, 특허소송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명시
⊙ 재판부, 법정에 나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 없다고 통보했는데 왜 나왔나”
⊙ “변호사는 육군, 변리사는 공군… 전문분야는 공군, 마무리는 육군의 몫”
⊙ 공동대리권으로 한 발 양보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호사-변리사 윈-윈하자는 뜻
李祥羲
⊙ 73세. 서울대 약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약학 박사, 변리사.
⊙ 11·12·15·16대 국회의원, 과학기술처 장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역임.
⊙ 現 대한변리사회 회장,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 재판부, 법정에 나간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 없다고 통보했는데 왜 나왔나”
⊙ “변호사는 육군, 변리사는 공군… 전문분야는 공군, 마무리는 육군의 몫”
⊙ 공동대리권으로 한 발 양보한 변리사법 개정안은 변호사-변리사 윈-윈하자는 뜻
李祥羲
⊙ 73세. 서울대 약대 졸업, 서울대 대학원 약학 박사, 변리사.
⊙ 11·12·15·16대 국회의원, 과학기술처 장관, 한나라당 정책위의장,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의장 역임.
⊙ 現 대한변리사회 회장,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최근 변리사와 변호사의 소송대리권 논란이 뜨겁다. 변리사들은 지난 연말 헌법재판소에 “특허(이하 특허, 디자인, 상표, 실용신안 등 산업재산권 모두를 의미)관련 소송에서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주어야 한다”는 헌법소원을 냈고, 변리사와 변호사의 공동 소송대리권을 명시한 변리사법 개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중이다. 변호사들은 “소송대리권은 법적으로 변호사의 고유 권한”이라는 주장이다. 일견 직종 간의 밥그릇 싸움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무려 50년 동안 이어져 온 논쟁이기 때문이다.
변리사법엔 변리사도 특허소송 대리 가능
소송대리권이란 소송인을 대신해 소송을 전담하고, 법정에 설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소송 당사자 외에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가 유일하다고 상식처럼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민사소송법이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피고와 원고 등 당사자가 아니면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변호사에 국한하고 있다. 같은 법 88조에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특수관계로 대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등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88조에 따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소송대리권은 변호사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변리사법이다. 변리사(辨理士)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해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해야 할 사항에 관한 감정 기타의 사무를 업으로 하는 직업이다. 1961년 제정된 변리사법 제8조(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에 따르면 변리사 역시 특허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리사가 특허 관련 소송에서 대리인으로 인정받아 변론을 한 사례는 없다. 변리사들이 소송에 참여하려 해도 재판부로부터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인은 변호사에 한한다”고 구두로 통보받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실제로 변리사가 법정에 나섰다가 재판부가 “변리사가 대리할 수 없다고 이미 통보했는데 왜 나왔느냐”고 해 변론권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분명히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들이 특허소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변리사들의 주장이다.
왜 상충(相衝)하는 두 법(민사소송법과 변리사법)이 50년 동안 변하지 않으면서 한쪽 법 조항(변리사법 제8조)은 휴지가 됐을까. 또 변호사들이 ‘변호사 고유 영역’이라 주장하는 소송대리권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변리사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이상희(李祥羲)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대한변리사회 회장 외에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세계사회체육연맹 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부가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 막아
4선 국회의원과 장관(과학기술처)을 지낸 그가 2008년 2월 대한변리사회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거물급’ 회장을 반기는 사람도 많았지만, 젊은 변리사들의 반발도 있었다. 주요 보직을 거친 70대의 기성세대, 준원로급인 이 회장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변리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현직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후배들이 계속 올라와서 앉아야 할 자리에 나이 든 제가 앉아 있는 게 편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현안이 산적해 있어서 이를 해결해 줄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변인들이 설득하는데 제가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수십 년 동안 변리사회의 과제였습니다. 이걸 빨리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에서는 제8조 제1항에 단서를 추가해 “특허 등의 권리에 관한 침해소송의 경우에는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하고, 2항에서는 “1항의 단서에 따라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되는 변리사는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변리사법상 소송대리권이 있는데, 공동대리권을 규정한 개정법안은 오히려 변리사 스스로 한 발 물러난 것 아닙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그동안 현실적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가 없었어요. 재판부가 법정에 서지 말라고 하니까요. 법조인들은 변리사법이 50년 전 변리사 자격증 자체가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 법이어서 현재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일부 변리사들이 법정에 나가서 변론을 하겠다고 주장도 해 봤지만 법정에선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소송을 담당해야 할 변호사들이 이해당사자이니 소송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개정법안이 통과돼도 또 법조계가 반대하면 여전히 변리사 소송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지요.
“개정법안은 변호사들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개정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여론몰이 및 법조계와 의견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 발씩 양보하자는 것이니 법조계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죠.”
―지금까지처럼 소송과정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변리사가 꼭 소송대리를 해야겠다는 것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여지가 있습니다만.
“특허업무는 법과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변리사도 원래부터 법적인 업무를 하기 위한 자격증이고요. 소송대리권을 갖겠다는 첫 번째 이유는 변리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거죠. 변리사가 알아서 하면 한두 달 안에 끝날 특허관련소송인데, 매번 변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 길게는 2~3년씩 늘어져요. 업체 입장에서는 소송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가 엄청나게 커지는 겁니다. 대기업 특허팀이나 사업하는 분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특허소송이라는 게 얼마나 소모적이며 지겹고 어려운 싸움인지 다 압니다. 현행 시스템은 변호사나 변리사나 의뢰인이나 다 손해보는 겁니다. 문제는 각국과 FTA를 맺으면 국제적으로 특허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질 텐데, 우리 변호사들의 경쟁력이 없다는 거죠. 변호사들이 정 밥그릇 뺏기기 싫다면 공동대리라도 하자는 겁니다.”
―변호사들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면 세무사나 노무사 등의 전문직종에게도 같은 권리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데요.
“변리사가 다른 전문직종과 다른 점은, 해당 분야에서 ‘법원에 해야 할 업무’ 및 소송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법(변리사법)에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없던 것을 달라는 게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법을 지켜 달라는 것이죠. 다른 전문직종과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릅니다.”
―개정법안에 대해 변리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지금도 한 발 물러선 데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있고, 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행법상 법조인을 통한 소송이 불가능한 데다 법적으로 보장받고자 해도 법조인이 많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으니 어쨌든 가능한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법적투쟁 계기가 된 ‘백남준 미술관’ 사건
법안 발의와 별개로 최근 변리사의 소송대리 문제가 불거진 단초는 2010년 ‘백남준 미술관’ 사건이다. 예술가 백남준씨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대학교수 한모씨는 2001년 2월 ‘백남준 미술관’을 상표로 등록했는데, 경기문화재단이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를 건립하자 2010년 10월 “백남준 이름의 사용을 중단하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한씨가 당시 저명했던 백남준의 명성에 편승해 무단으로 출원·등록한 상표이므로 등록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고영회 변리사는 변리사법 8조에 의거, 소송대리인으로 법정에 나섰으나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변리사에게 변론권이 없다고 구두로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변리사의 변론을 막았다. 이에 고 변리사는 서울고등법원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고법은 같은 해 11월 “입법자들의 결단이 없는 한 현행 법조항만으로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하기 어렵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각하했고, 한 달 후 대한변리사회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변리사회는 청구서에서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부인한다고 해석하는 민사소송법 제87조는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변리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정한 헌법 제15조,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소송당사자인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 등에 각각 위배된다”고 밝혔다.
―변리사법 개정법안도 발의했고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등 변리사 소송대리권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개정법안은 17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에서 발의됐다가 사장됐어요. 최근 민주당이 변리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지지하겠다고 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행히 여론도 변리사들에게 호의적이고요. 내년이 총선인데,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변리사 소송대리권과 관련한 헌법소원은 아직 계류중입니까.
“반년 이상 계류상태입니다. 백남준 미술관 사건 당시 왜 분명한 법적 근거도 없이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금지하는지 그 이유라도 공식적인 문서로 밝혀 달라고 고등법원에 요청했는데도 ‘현행 법조항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길고 지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합니다.”
―변호사 취업난이 심해지고 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지면서 신규 법조인들도 이 싸움에 가세할 것이 뻔한데요.
“사실 공동 소송대리라는 건 변호사와 변리사가 윈-윈(win-win)하자는 겁니다. 지금 국내 변호사들은 FTA 이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요. 공동 소송대리를 하게 되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과정이 훨씬 정확하고 빨라집니다. 변리사에게 모든 소송대리권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지적재산권과 특허 관련 소송에서 효율성을 꾀하자는 건데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결국 국내 로펌과 로스쿨 졸업자들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국가와 개인을 위해 이익일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특허법 모르고 변리사 자격증 얻는 것은 모순
이상희 회장은 과학기술처 장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한국과학영재학회 회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대부로도 불린다. 그는 “국가발전의 기반인 과학기술을 우대하는 차원에서도 변리사에게 전문 분야의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리사들이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과학기술계에서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이공계의 위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첨단기술을 배우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의대 등 안정적인 분야만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변리사에게 전문분야에서 변호사와 같은 권리를 준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겁니다.”
―변호사들은 소송대리권을 가지려면 법학전문대학원에 가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변리사들은 변호사 자격을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변리사법에 규정된 (특허)소송대리권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는데 엉뚱한 비난을 하는거죠. 변리사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게 해 달라는 것일 뿐입니다.”
―최근 변리사회가 변호사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가입하지 않으면 특허청에 징계를 청구하겠다고 밝혀 법조계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면 변리사 자격증이 나오는데, 변리사로 활동하려면 특허청에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특허청에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 3400여 명이 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리사법 11조에 ‘(특허청에 등록한) 변리사는 변리사회에 가입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어요. 변호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를 계기로 사법시험 1, 2차에 특허법이 필수가 아닌데도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리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주는 현행법도 개선돼야 합니다.”
“이러다가 일본에 두뇌 종속된다”
이 회장은 세계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본과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근대화 당시 일본 내에서도 개혁반대파들이 많았지만 메이지유신을 통해 개혁을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개혁을 거부한 우리나라는 그보다 한참 뒤처졌고요. 현재 세계화와 개방에 가장 필수조건인 지적재산권 보호도 마찬가지 형편이에요. 일본은 10년 전 지적재산기본권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당시 일본에도 반대하는 세력이 많았어요. 하지만 언론과 사회 지도층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나섰고, 결국 2002년 법을 개정해서 변리사들이 특허소송을 맡을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일본은 지적재산권 소송을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공격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껏 IT강국, 콘텐츠 강국을 만들어 놨는데 이에 대한 법적 보호수단은 지나치게 미흡해요. 특허 관련 소송을 비전문가인 변호사가 맡고 있다 보면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효율성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일제시대처럼 일본과 한국이 ‘주인과 머슴’ 관계가 될 우려도 있단 말입니다. 예전엔 영토가 종속됐지만, 이제는 두뇌가 종속될 수 있어요.”
―지적재산권이 그 정도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나요.
“특허와 상표,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와 로열티를 가져오는지 이제 전국민이 다 알지 않습니까. 국내에서 명품(名品) 브랜드 만들자고 주장하고 한류(韓流) 띄우는 게 다 무엇 때문입니까. 국제경쟁력의 근원이 지적재산권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적재산권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두뇌를 중시하는 지식사회로 가고 있어요. 예전엔 미국이 알래스카라는 ‘영토’를 샀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우수한 두뇌들을 영입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에서 미국으로 와 과학기술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에게 영주권을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두뇌와 지식이 곧 재산입니다. 이를 재산으로 괴물 같은 선진국의 지식들이 전세계를 휘젓는 시대가 올 겁니다.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잖아요.”
해외로 진출하자
그는 “공동소송이 가능해지면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해외로 적극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 로펌 등 법률서비스 시장의 문도 완전히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 로펌에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나름 법이 아닌 타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기술분야에서 공동 소송대리가 불가능하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어요. 현재 국제분쟁의 대부분이 대기업들의 첨단기술과 관련된 것들인데, 이를 다룰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과학기술 인재들을 우대하고 공동소송도 가능하게 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맨으로 유명한 이 회장은 그답게 기발한 멘트로 끝을 맺었다. “남자들끼리 모여 살면 뭐합니까?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해요.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살아야 서로의 장점이 더 잘 살아나고, 완전한 구조가 되는 겁니다. 지적재산권 전쟁의 시대에 변호사와 변리사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변리사법엔 변리사도 특허소송 대리 가능
소송대리권이란 소송인을 대신해 소송을 전담하고, 법정에 설 수 있는 권리다. 현재 소송 당사자 외에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변호사가 유일하다고 상식처럼 알고 있다. 이에 대한 근거는 민사소송법이다. 민사소송법 제87조는 피고와 원고 등 당사자가 아니면서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는 경우를 변호사에 국한하고 있다. 같은 법 88조에 예외조항이 있긴 하지만, 특수관계로 대법원의 허가를 얻어야 하는 등 복잡하게 만들어 놓았다. 88조에 따라 변호사가 아닌 사람이 소송대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따라서 지금까지 소송대리권은 변호사 고유의 영역으로 여겨지고 있다.
문제는 변리사법이다. 변리사(辨理士)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해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해 해야 할 사항에 관한 감정 기타의 사무를 업으로 하는 직업이다. 1961년 제정된 변리사법 제8조(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에 따르면 변리사 역시 특허 관련 소송에 대해서는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변리사가 특허 관련 소송에서 대리인으로 인정받아 변론을 한 사례는 없다. 변리사들이 소송에 참여하려 해도 재판부로부터 “민사소송의 소송대리인은 변호사에 한한다”고 구두로 통보받는 것이 전부라는 것이다. 실제로 변리사가 법정에 나섰다가 재판부가 “변리사가 대리할 수 없다고 이미 통보했는데 왜 나왔느냐”고 해 변론권을 인정받지 못한 사례도 있었다. 분명히 법에 명시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변리사들이 특허소송에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변리사들의 주장이다.
왜 상충(相衝)하는 두 법(민사소송법과 변리사법)이 50년 동안 변하지 않으면서 한쪽 법 조항(변리사법 제8조)은 휴지가 됐을까. 또 변호사들이 ‘변호사 고유 영역’이라 주장하는 소송대리권을 줄기차게 요구하는 변리사들의 의도는 무엇일까. 이 같은 의문을 풀기 위해 이상희(李祥羲) 대한변리사회 회장을 국립과천과학관에서 만났다. 그는 현재 대한변리사회 회장 외에도 국립과천과학관 관장, 지식재산포럼 공동대표, 세계사회체육연맹 회장 등 다양한 직책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재판부가 변리사의 특허소송 대리 막아
4선 국회의원과 장관(과학기술처)을 지낸 그가 2008년 2월 대한변리사회 회장으로 취임했을 때 ‘거물급’ 회장을 반기는 사람도 많았지만, 젊은 변리사들의 반발도 있었다. 주요 보직을 거친 70대의 기성세대, 준원로급인 이 회장이 시대의 변화 속에서 변리사들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었다고 한다.
“사실 현직을 맡고 싶은 생각은 없었어요. 후배들이 계속 올라와서 앉아야 할 자리에 나이 든 제가 앉아 있는 게 편할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현안이 산적해 있어서 이를 해결해 줄 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주변인들이 설득하는데 제가 뭔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은 수십 년 동안 변리사회의 과제였습니다. 이걸 빨리 해결하고 싶었습니다.”
그는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변리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현안이라고 설명했다. 2008년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이 발의한 변리사법 개정안에서는 제8조 제1항에 단서를 추가해 “특허 등의 권리에 관한 침해소송의 경우에는 변호사와 공동으로 대리인이 될 수 있다”고 하고, 2항에서는 “1항의 단서에 따라 변호사와 공동으로 소송대리인이 되는 변리사는 대법원 규칙이 정하는 소정의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 변리사법상 소송대리권이 있는데, 공동대리권을 규정한 개정법안은 오히려 변리사 스스로 한 발 물러난 것 아닙니까. 이해가 가지 않는데요.
“그동안 현실적으로 소송대리를 할 수가 없었어요. 재판부가 법정에 서지 말라고 하니까요. 법조인들은 변리사법이 50년 전 변리사 자격증 자체가 일반화되지 않았을 때 만들어진 법이어서 현재 의미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물론 일부 변리사들이 법정에 나가서 변론을 하겠다고 주장도 해 봤지만 법정에선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야 하지 않습니까. 그리고 법적으로 해결하려고 해도 소송을 담당해야 할 변호사들이 이해당사자이니 소송을 할 수가 없는 겁니다.”
―개정법안이 통과돼도 또 법조계가 반대하면 여전히 변리사 소송대리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것 아닌지요.
“개정법안은 변호사들과 합의를 이끌어 내기 위한 방법이라고 봅니다. 개정법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여론몰이 및 법조계와 의견조율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 발씩 양보하자는 것이니 법조계가 이를 거부할 명분이 없도록 하는 게 목표죠.”
―지금까지처럼 소송과정에서 전문가의 역할을 하는 방법도 있지 않습니까. 변리사가 꼭 소송대리를 해야겠다는 것은 밥그릇 싸움으로 비칠 여지가 있습니다만.
“특허업무는 법과 떼어 놓을 수가 없습니다. 변리사도 원래부터 법적인 업무를 하기 위한 자격증이고요. 소송대리권을 갖겠다는 첫 번째 이유는 변리사의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일의 효율성을 높이자는 거죠. 변리사가 알아서 하면 한두 달 안에 끝날 특허관련소송인데, 매번 변호사가 반드시 있어야 하니까 길게는 2~3년씩 늘어져요. 업체 입장에서는 소송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손해가 엄청나게 커지는 겁니다. 대기업 특허팀이나 사업하는 분에게 한 번 물어보세요. 특허소송이라는 게 얼마나 소모적이며 지겹고 어려운 싸움인지 다 압니다. 현행 시스템은 변호사나 변리사나 의뢰인이나 다 손해보는 겁니다. 문제는 각국과 FTA를 맺으면 국제적으로 특허소송이 봇물처럼 쏟아질 텐데, 우리 변호사들의 경쟁력이 없다는 거죠. 변호사들이 정 밥그릇 뺏기기 싫다면 공동대리라도 하자는 겁니다.”
―변호사들은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인정하면 세무사나 노무사 등의 전문직종에게도 같은 권리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데요.
“변리사가 다른 전문직종과 다른 점은, 해당 분야에서 ‘법원에 해야 할 업무’ 및 소송대리권을 가진 사람이라고 법(변리사법)에 명시돼 있다는 겁니다. 없던 것을 달라는 게 아니고, 이미 만들어진 법을 지켜 달라는 것이죠. 다른 전문직종과는 케이스가 완전히 다릅니다.”
―개정법안에 대해 변리사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지금도 한 발 물러선 데 대한 불만이 내부적으로 있고, 제가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도 있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현행법상 법조인을 통한 소송이 불가능한 데다 법적으로 보장받고자 해도 법조인이 많은 국회를 통과할 수 없으니 어쨌든 가능한 방법을 찾자는 겁니다.”
| ▣ 현행법상 소송대리인에 관한 조항 [변리사법] 제2조 변리사는 특허 등에 관하여 특허청 또는 법원에 대하여 해야 할 사항의 대리 및 감정 기타 업무를 행한다. 제8조 변리사는 특허, 실용신안, 디자인 또는 상표에 관한 사항의 소송대리인이 될 수 있다. [민사소송법] 제87조 법률에 따라 재판상 행위를 할 수 있는 대리인 외에는 변호사가 아니면 소송대리인이 될 수 없다. |
법적투쟁 계기가 된 ‘백남준 미술관’ 사건
법안 발의와 별개로 최근 변리사의 소송대리 문제가 불거진 단초는 2010년 ‘백남준 미술관’ 사건이다. 예술가 백남준씨와 특별한 관계가 없는 대학교수 한모씨는 2001년 2월 ‘백남준 미술관’을 상표로 등록했는데, 경기문화재단이 2008년 백남준아트센터를 건립하자 2010년 10월 “백남준 이름의 사용을 중단하고 1000만원을 배상하라”며 민사소송을 냈다. 그러나 법원은 “한씨가 당시 저명했던 백남준의 명성에 편승해 무단으로 출원·등록한 상표이므로 등록 무효라고 봄이 상당하다”며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당시 고영회 변리사는 변리사법 8조에 의거, 소송대리인으로 법정에 나섰으나 재판부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미 변리사에게 변론권이 없다고 구두로 통보하지 않았느냐”고 변리사의 변론을 막았다. 이에 고 변리사는 서울고등법원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을 했다. 고법은 같은 해 11월 “입법자들의 결단이 없는 한 현행 법조항만으로는 변리사에게 소송대리권을 허용하기 어렵다”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각하했고, 한 달 후 대한변리사회는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를 제출했다.
변리사회는 청구서에서 “침해소송에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부인한다고 해석하는 민사소송법 제87조는 평등권을 규정한 헌법 제11조, 변리사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정한 헌법 제15조, 변리사를 소송대리인으로 선임해 공정하게 재판받을 소송당사자인 국민의 권리를 규정한 헌법 제27조 등에 각각 위배된다”고 밝혔다.
―변리사법 개정법안도 발의했고 헌법소원을 제출하는 등 변리사 소송대리권 문제가 급물살을 타고 있습니다.
“개정법안은 17대 국회에서도 민주당에서 발의됐다가 사장됐어요. 최근 민주당이 변리사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지지하겠다고 해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다행히 여론도 변리사들에게 호의적이고요. 내년이 총선인데, 이번 9월 정기국회에서 처리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변리사 소송대리권과 관련한 헌법소원은 아직 계류중입니까.
“반년 이상 계류상태입니다. 백남준 미술관 사건 당시 왜 분명한 법적 근거도 없이 변리사의 소송대리를 금지하는지 그 이유라도 공식적인 문서로 밝혀 달라고 고등법원에 요청했는데도 ‘현행 법조항으로 어렵다’는 답변만 나왔습니다. 헌법재판소가 이 길고 지루한 논쟁에 종지부를 찍었으면 합니다.”
―변호사 취업난이 심해지고 로스쿨 졸업생들이 쏟아지면서 신규 법조인들도 이 싸움에 가세할 것이 뻔한데요.
“사실 공동 소송대리라는 건 변호사와 변리사가 윈-윈(win-win)하자는 겁니다. 지금 국내 변호사들은 FTA 이후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보기 힘들어요. 공동 소송대리를 하게 되면 지적재산권 관련 소송과정이 훨씬 정확하고 빨라집니다. 변리사에게 모든 소송대리권을 주자는 것도 아니고, 지적재산권과 특허 관련 소송에서 효율성을 꾀하자는 건데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결국 국내 로펌과 로스쿨 졸업자들도 국제경쟁력을 갖춰야 하기 때문에 어느 쪽이 국가와 개인을 위해 이익일지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 ▣ 변리사 소송대리권 관련사건 일지 1961 변리사법 제정(제8조에 변리사의 소송대리인 자격 명시) 1966 서울고법, 특허소송에서 변리사도 소송대리 가능하다고 판결(서울고법 판결 64구10) 1998. 3. 특허법원 신설, 이후 특허법원에서는 변리사 소송대리 인정 2008. 11. 한나라당 이종혁 의원, 변리사법 개정안 발의 2009. 4. 변리사법 개정안 법사위로 이송(현재 계류중) 2010. 10. 고영회 변리사, 서울고등법원에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관련 위헌법률심판 제청신청 2010. 11. 고법, 고 변리사의 위헌법률심판제청 각하 2010. 12. 대한변리사회,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청구서 제출 2011. 7.과학단체 573개, 변리사의 소송대리권 인정하라는 성명서 발표 |
특허법 모르고 변리사 자격증 얻는 것은 모순
이상희 회장은 과학기술처 장관,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위원장, 한국과학영재학회 회장, 한국발명진흥회 회장 등을 거치며 우리나라 과학기술의 대부로도 불린다. 그는 “국가발전의 기반인 과학기술을 우대하는 차원에서도 변리사에게 전문 분야의 권리를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변리사들이 대부분 이공계 출신이다 보니 과학기술계에서도 변리사의 소송대리권을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는 이공계의 위상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첨단기술을 배우고 이끌어 나가야 하는데, 의대 등 안정적인 분야만 하려고 하지 않습니까. 변리사에게 전문분야에서 변호사와 같은 권리를 준다면 젊은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겁니다.”
―변호사들은 소송대리권을 가지려면 법학전문대학원에 가서 변호사 자격을 취득하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변리사들은 변호사 자격을 달라고 한 적 없습니다. 변리사법에 규정된 (특허)소송대리권을 인정하라는 것이었는데 엉뚱한 비난을 하는거죠. 변리사에게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게 해 달라는 것일 뿐입니다.”
―최근 변리사회가 변호사들에게 가입을 권유하는 공문을 보냈는데요. 가입하지 않으면 특허청에 징계를 청구하겠다고 밝혀 법조계의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현재 변호사 시험을 통과하면 변리사 자격증이 나오는데, 변리사로 활동하려면 특허청에 등록해야 합니다. 그런데 특허청에 변리사로 등록한 변호사 3400여 명이 변리사회에 가입하지 않고 있습니다. 변리사법 11조에 ‘(특허청에 등록한) 변리사는 변리사회에 가입 의무가 있다’고 명시돼 있어요. 변호사들이 법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이를 계기로 사법시험 1, 2차에 특허법이 필수가 아닌데도 사법시험을 통과한 사람에게 변리사 자격증을 자동으로 주는 현행법도 개선돼야 합니다.”
“이러다가 일본에 두뇌 종속된다”
이 회장은 세계화 흐름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일본과 한국의 근대화 과정을 되새겨 봐야 한다고도 말했다.
“근대화 당시 일본 내에서도 개혁반대파들이 많았지만 메이지유신을 통해 개혁을 이뤄내지 않았습니까. 개혁을 거부한 우리나라는 그보다 한참 뒤처졌고요. 현재 세계화와 개방에 가장 필수조건인 지적재산권 보호도 마찬가지 형편이에요. 일본은 10년 전 지적재산기본권을 마련했습니다. 물론 당시 일본에도 반대하는 세력이 많았어요. 하지만 언론과 사회 지도층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해 나섰고, 결국 2002년 법을 개정해서 변리사들이 특허소송을 맡을 수 있게 됐습니다. 현재 일본은 지적재산권 소송을 매우 신속하고 정확하게 처리합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의 공격도 거뜬히 막아낼 수 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는 어떻습니까. 기껏 IT강국, 콘텐츠 강국을 만들어 놨는데 이에 대한 법적 보호수단은 지나치게 미흡해요. 특허 관련 소송을 비전문가인 변호사가 맡고 있다 보면 2~3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비효율성도 문제지만,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일제시대처럼 일본과 한국이 ‘주인과 머슴’ 관계가 될 우려도 있단 말입니다. 예전엔 영토가 종속됐지만, 이제는 두뇌가 종속될 수 있어요.”
―지적재산권이 그 정도로 우리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나요.
“특허와 상표, 디자인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많은 가치와 로열티를 가져오는지 이제 전국민이 다 알지 않습니까. 국내에서 명품(名品) 브랜드 만들자고 주장하고 한류(韓流) 띄우는 게 다 무엇 때문입니까. 국제경쟁력의 근원이 지적재산권입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지적재산권에 대한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일본 등 선진국은 두뇌를 중시하는 지식사회로 가고 있어요. 예전엔 미국이 알래스카라는 ‘영토’를 샀지만, 지금은 해외에서 우수한 두뇌들을 영입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개발도상국에서 미국으로 와 과학기술 관련 석·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에게 영주권을 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두뇌와 지식이 곧 재산입니다. 이를 재산으로 괴물 같은 선진국의 지식들이 전세계를 휘젓는 시대가 올 겁니다. 우리도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잖아요.”
| ▣ 지적재산권이란 지식재산권이라고도 하며, 발명·특허·실용신안·상표·디자인 등의 산업재산권과 문학·음악·미술 작품 등에 관한 저작권의 총칭. 인간의 지식으로 만들어진 무형재산에 대한 재산권을 뜻한다. |
해외로 진출하자
그는 “공동소송이 가능해지면 변호사와 변리사가 함께 해외로 적극 진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미국 등 많은 국가와 FTA를 체결하면 로펌 등 법률서비스 시장의 문도 완전히 열리게 됩니다. 그런데 현재 국내 로펌에 국제경쟁력이 있다고 보십니까. 나름 법이 아닌 타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하고 있지만 기술분야에서 공동 소송대리가 불가능하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어요. 현재 국제분쟁의 대부분이 대기업들의 첨단기술과 관련된 것들인데, 이를 다룰 능력이 부족하다고 봅니다. 과학기술 인재들을 우대하고 공동소송도 가능하게 하면 시너지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아이디어맨으로 유명한 이 회장은 그답게 기발한 멘트로 끝을 맺었다. “남자들끼리 모여 살면 뭐합니까? 생산적이지도 못하고 행복하지도 못해요. 남자와 여자가 어울려 살아야 서로의 장점이 더 잘 살아나고, 완전한 구조가 되는 겁니다. 지적재산권 전쟁의 시대에 변호사와 변리사는 함께 가야 할 동반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