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의 中國化’ 막기 위해 통일운동 서둘러야”
⊙ “分權型 대통령제 바람직, 개헌논의는 대통령이 주도해야”
⊙ “親李系와 先統聯은 무관”
朴世逸
⊙ 63세. 서울대 법대 졸업. 美코넬대 경제학 석사·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교수,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정책위의장, 제17대 국회의원 역임.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저서: 《위대한 선진 행복한 통일》 《창조적 세계화론》 《대한민국국가전략》 《공동체자유주의》
(공저) 《대한민국선진화전략》 등.
⊙ “分權型 대통령제 바람직, 개헌논의는 대통령이 주도해야”
⊙ “親李系와 先統聯은 무관”
朴世逸
⊙ 63세. 서울대 법대 졸업. 美코넬대 경제학 석사·박사.
⊙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법대 교수, 대통령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장·정책위의장, 제17대 국회의원 역임.
現 한반도선진화재단 이사장.
⊙ 저서: 《위대한 선진 행복한 통일》 《창조적 세계화론》 《대한민국국가전략》 《공동체자유주의》
(공저) 《대한민국선진화전략》 등.
지난 6월 6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선진통일연합(상임의장 박세일·이하 선통연) 창립대회가 열렸다. 40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행사에는 백선엽(白善燁) 전 육군참모총장, 김수한(金守漢) 전 국회의장, 이홍구(李洪九) 전 국무총리, 정대철(鄭大哲) 민주당 상임고문, 장기표(張琪杓) 신문명정책연구원장 등이 축사를 했다. 현역 정치인으로는 황우여(黃祐呂) 한나라당 원내대표, 김문수(金文洙) 경기도 지사가 참석해 축사를 했다.
선통연 상임의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이날 “현재에 안주하고 다가오는 통일의 기회를 두려워하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분단과 추락의 악몽만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통일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패배의식과 내부 분열, 그리고 표류하는 국가사회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선통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이름대로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 통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두 가지 이유에서 선통연을 단순한 시민운동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하나는 박세일 교수의 이력이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있다가 김영삼(金泳三) 정권 시절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으로 ‘세계화(世界化)’라는 화두(話頭)를 우리 사회에 던졌었다. 제17대 국회 때에는 전국구(全國區)로 등원(登院),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지만, 2005년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열린우리당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타협하자 이에 항의해 당직과 의원직을 던졌다. 이후 그는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설립해 ‘선진화(先進化)’와 관련된 정책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가 주장한 ‘공동체자유주의’는 뉴라이트운동의 이념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 들어와서는 국무총리 후보로 수차 거론됐다. 4·27 재보선 이후에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국가지도층, 국가적 목표 제시 못하고 있어”
다른 하나는 선통연의 방대한 조직이다. 선통연은 6월 초까지 전국 65개 지역조직과 2개 해외조직(워싱턴DC, 뉴욕), 3개 직능조직(불자연합, 여성경제인연합, 북한인연합) 등 70개 조직을 건설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취약지역인 전남·광주에도 광주전남연합을 비롯해 8개의 광역 및 시·군 단위 조직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회원은 1만여 명. 금년 중 1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세일 교수가 선통연을 기반으로 새로운 보수(保守)정당을 건설하거나, 대선(大選)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연대(連帶)할 가능성, 심지어 내년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정치적 행보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은 그와 선통연을 향한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통연 창립대회가 있은 다음 날인 지난 6월 7일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개인사무실에서 박세일 상임의장을 만났다.
―작년 지방선거나 지난 4·27 재보궐 선거의 이슈는 복지 등 민생(民生)문제였습니다. ‘선진’과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談論)이 일반 국민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까요.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국가지도층이 산업화·민주화 이후 국가적인 목표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방향이 보이면 괜찮은데, 그러지 못하니 국민들이 불안과 불만, 갈증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얘기하는 선진과 통일은 학자들이 말하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국민들의 그러한 갈증을 풀어주자는 것입니다.”
“價値 중심의 정치 되어야”
―그렇다 해도 왜 방대한 전국적 조직을 가진 국민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이미 2006년에 쓴 《대한민국 선진화전략》이라는 책에서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3개 그룹이 등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진화정책방향을 연구하는 ‘선진화 정책세력’ ▲선진화를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체인 ‘선진화 국민운동’ ▲선진화 정책과 국민의 의지를 정치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선진화 정치세력’이 그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을 통해 선진화 정책을 만드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선진화 국민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선진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 앞장설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저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정책집단을 만들고 국민운동을 하는 것은 제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되겠죠. 하지만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선진화 정치세력은 기존 정치권 안에서 나오기를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지금 정치권 안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현재의 정치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선진과 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나오려면 정치가 이익(利益)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가치(價値)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통합형 정치 내지 공치(共治)를 할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이 나와야 합니다.”
―대통령제의 속성상 ‘승자독식의 정치’는 불가피하고, 그 때문에 개헌(改憲)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의원내각제나 분권형(分權型) 대통령제를 통해 권력분산을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문화와 리더십입니다. 링컨은 자신과 당내 경선(競選)에서 경쟁했던 사람들은 물론 반대당인 민주당 사람들까지 내각에 참여시켰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선에서 자신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국무장관을 맡기지 않았습니까.”
“李在五 개헌은 절차적 문제 있어”
―정치권에서는 교수님이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개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표현은 어떻든 간에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2003년 동아시아연구원 소속 학자들과 함께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쓸 때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 본인에게도 부담이 되고, 국가경영에도 마이너스입니다.”
한동안 개헌논의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때문에 박세일 교수가 작년부터 선통연 조직에 나서자 “박세일 교수가 개헌문제에서 이재오 장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 떠돌았다. 이 이야기를 박 교수에게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오 장관이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헌이 필요하다고 해도 절차적 합리성과 적법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재오 장관의 개헌 주장은 그 점에서 문제가 있어요.”
박 교수는 “개헌은 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대통령이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과 개헌의 기본철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그 후 대통령 소속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헌법개정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여야가 합의한 큰 내용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개헌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받아들이자’는 데 정치권이 미리 합의를 해야겠죠. 이 합의를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개헌안을 대통령과 여야에 보고하고, 큰 문제가 없는 한 여야가 이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몇몇 교수나 이재오 장관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논의한 것은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결여된 상태에서 제가 이재오 장관과 호흡을 맞춘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얘기죠.”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국가원수(元首)인 대통령과 내각의 수장(首長)인 총리 간의 갈등으로 국정운영이 표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개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당개혁입니다. ‘가치 중심의 정당’ ‘공치의 리더십이 등장하는 정당’이 나와야, 불필요한 대결과 갈등이 줄어들고, 건전한 정책경쟁과 국정운영에서 공동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 ‘분권형 대통령제’도 의미가 있고, 선진화도 가능합니다. 도덕적·정신적 기초 없이는 어떤 제도를 들여오든 나쁜 부분만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주대환·장기표·임혁백·김호기는 합리적 진보”
―앞에서 ‘국민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는데, 좌우(左右) 이념갈등이 극심한 우리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 사회에서 이념갈등이 생산적이지 못하고 파괴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첫째 ‘올바른 보수’ ‘올바른 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적(利己的)인 수구(守舊)보수는 ‘건강한 보수’가 아닙니다. 종북(從北)좌파도 진정한 진보가 아닙니다.
둘째,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나와서 ‘가치정치’가 아니라 ‘이익정치’만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지역·계층·이념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그리고 인기영합적 정책만 양산하면서 오로지 득표전쟁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보수와 진보가 토론을 하다 보면 70~80%는 수렴이 가능합니다. 나머지 20~30% 정도는 건강한 차이입니다.”
―그 20~30%의 차이라는 게 대한민국의 국체(國體)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차이니까, 그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가 말한 것은 올바른 진보와 보수를 전제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만났을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보수의 절대다수는 ‘개혁적 보수’입니다. 진보적인 국민의 절대다수는 ‘합리적인 진보’입니다. 이는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50% 이상이 ‘소득분배’가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50% 이상은 ‘성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국민의 다수는 ‘개혁적 보수’거나 ‘합리적 진보’인데 정치권이나 학계가 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정계(政界)·시민사회계·학계 인사 중에서 ‘합리적인 진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던가요.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좀 그렇지만, 정치인으로는 민주당의 ‘뉴 민주당 플랜’을 만들었던 김효석 의원,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하다가 지금 사회민주주의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주대환씨,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학계에서는 바른정책포럼을 하고 있는 임혁백 고려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등을 꼽을 수 있겠죠.”
박 교수는 “진보세력이 종북주의 세력과 연대하는 것은 자기패배적·자기부정적 행동”이라면서 “진보세력이 종북세력을 배척하지 않으면 진보의 정체성(正體性)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NGO·학자 출신 정치 참여 환영”
선통연은 지역조직 건설 과정에서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지역조직책임자 워크숍을 개최했다.박세일 교수도 6월 6일 선통연 창립대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통연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 운영을 꼽았다.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가 일본의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이나 미국의 리더십인스티튜트처럼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종의 정치사관학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
“국내에도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정치사관학교 내지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어떤 형태든지 정치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입니다.”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나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치사관학교 출신들이 장차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NGO나 학교에 있던 분들이 정치나 행정에 참여하는 것을 대찬성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인재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NGO 출신 인사의 국민과 소통했던 경험, 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연구한 학자의 경험은 굉장히 소중합니다. 정치나 행정에 참여해 그런 경험을 국가발전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정치와 행정에 참여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야 그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왜 하필이면 지금,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진과 통일’을 내건 방대한 전국조직에 착수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때문에 선진통일국민운동을 더 미룰 수 없었다”고만 말했다.
“작년 가을에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일본 정부와 관련 있는 안보연구소 전문가가 방중(訪中)했는데, ‘김정일(金正日) 이후의 격변기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관리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문제를 풀 의지와 능력을 가진 것은 중국뿐이 아니겠는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만약의 경우 북한을 접수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북한의 中國化’ 막아야”
―중국이 북한을 ‘접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중국이 북한에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화시킨다는 의미죠. 그렇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북한의 중국화(中國化)’가 진행될 것입니다. 북한에 친중변방(親中邊方) 정권이 들어서고 북한은 ‘제2의 티베트’가 되는 거죠. 그러면 대한민국은 영토가 크게 축소돼 동북아(東北亞)의 섬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남북한은 ‘새로운 분단’ 내지 ‘분단의 고착화’에 접어들고, 동북아에서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겠죠.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면서 ‘북한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문제는 우리가 풀겠다’는 의지를 주변국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선진통일 국민운동을 서두르게 된 것입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분단관리에만 치중했지 적극적인 통일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현상유지였던 거죠. 하지만 통일과정은 앞으로 5년 내에 시작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분단관리만 하면서 소극적으로 나가면 새로운 분단상황, 반(半)영구적 분단이 옵니다.”
―북한에서 쿠데타나 내전(內戰)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군이 단독으로 혹은 미군과 함께 북진(北進)해서 중국 대신 북한을 접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북한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 단독으로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를 관리하고 해체하는 데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받을 수는 있겠죠.”
―통일을 준비하는데 왜 방대한 지역조직이 필요합니까. 통일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순회강연 같은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지난 100년 동안의 우리 역사를 보면, 역사의 고비마다 국민운동이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구한말(舊韓末) 만민공동회, 애국계몽운동, 의병운동, 3·1운동, 4·19, 새마을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선진과 통일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진과 통일의 가치를 전파(傳播)하는 국민운동을 위해서는 풀뿌리 지역조직이 필요합니다.”
신당 창당설의 내막
―결국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권을 잡는 것이 지름길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표면적·가시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지도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현상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국민의 의식 변화이고, 그 위에서 정치가 논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국민운동이 중요한 것이죠.”
정치권에서는 한때 박세일 교수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에게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장기표 원장에게 물었을 때 그는 “정당을 만들자고 한 것은 박 교수가 아니고 나”라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묻자 박 교수도 같은 얘기를 했다.
“맞아요. 옛날부터 그 친구가 나한테 ‘당을 만들자’고 했어요. ‘국민운동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친구의 소신입니다. 우린 좋은 친구 사이지만, 이 점에서는 생각이 달랐어요.
얼마 전에도 내가 친이계(親李系)의 도움을 받아 선통연을 한다는 보도가 났던데,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지 모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깁니다.”
―그동안 학자, 청와대 참모, 싱크탱크 경영자로 살아왔는데, 대중운동을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지방을 다니면서, 그동안 제가 접하지 못했던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학교나 싱크탱크를 하면서 봤던 것과는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큰 공부가 됩니다.
선통연이라는 국민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운동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뛰어난 국민운동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될 만한 분들을 많이 찾아내고 그들이 앞장서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통연 상임의장 박세일 서울대 교수는 이날 “현재에 안주하고 다가오는 통일의 기회를 두려워하면, 우리에게는 새로운 분단과 추락의 악몽만이 기다리고 있다”면서 “통일을 어렵게 하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패배의식과 내부 분열, 그리고 표류하는 국가사회의 리더십”이라고 말했다.
선통연의 궁극적인 목표는 그 이름대로 대한민국의 선진화와 한반도 통일이다.
하지만 많은 이가 두 가지 이유에서 선통연을 단순한 시민운동으로 보지 않고 있다.
하나는 박세일 교수의 이력이다. 그는 서울대 교수로 있다가 김영삼(金泳三) 정권 시절 정책기획수석비서관·사회복지수석비서관으로 ‘세계화(世界化)’라는 화두(話頭)를 우리 사회에 던졌었다. 제17대 국회 때에는 전국구(全國區)로 등원(登院),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을 맡았지만, 2005년 박근혜(朴槿惠) 한나라당 대표가 열린우리당과 세종시 문제에 대해 타협하자 이에 항의해 당직과 의원직을 던졌다. 이후 그는 싱크탱크인 한반도선진화재단을 설립해 ‘선진화(先進化)’와 관련된 정책아이디어를 지속적으로 제시해 왔다. 그가 주장한 ‘공동체자유주의’는 뉴라이트운동의 이념적 토대가 되기도 했다. 이명박(李明博) 정부 들어와서는 국무총리 후보로 수차 거론됐다. 4·27 재보선 이후에는 한나라당 일각에서 비상대책위원장으로 그의 이름이 오르내리기도 했다.
“국가지도층, 국가적 목표 제시 못하고 있어”
다른 하나는 선통연의 방대한 조직이다. 선통연은 6월 초까지 전국 65개 지역조직과 2개 해외조직(워싱턴DC, 뉴욕), 3개 직능조직(불자연합, 여성경제인연합, 북한인연합) 등 70개 조직을 건설했다. 한나라당의 전통적 취약지역인 전남·광주에도 광주전남연합을 비롯해 8개의 광역 및 시·군 단위 조직을 만들었다. 현재까지 회원은 1만여 명. 금년 중 10만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박세일 교수가 선통연을 기반으로 새로운 보수(保守)정당을 건설하거나, 대선(大選)을 앞두고 한나라당과 연대(連帶)할 가능성, 심지어 내년 대선에서 보수 후보로 출마할 가능성까지 점치고 있다.
이에 대해 박 교수는 언론 인터뷰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정치적 행보는 없을 것”이라고 다짐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나 언론은 그와 선통연을 향한 의구심을 지우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선통연 창립대회가 있은 다음 날인 지난 6월 7일 서울 반포동에 있는 개인사무실에서 박세일 상임의장을 만났다.
―작년 지방선거나 지난 4·27 재보궐 선거의 이슈는 복지 등 민생(民生)문제였습니다. ‘선진’과 ‘통일’이라는 거대 담론(談論)이 일반 국민에게 얼마나 호소력이 있을까요.
“여야(與野)를 막론하고 국가지도층이 산업화·민주화 이후 국가적인 목표를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일상이 아무리 힘들어도 방향이 보이면 괜찮은데, 그러지 못하니 국민들이 불안과 불만, 갈증을 느끼고 있어요. 제가 얘기하는 선진과 통일은 학자들이 말하는 거대 담론이 아니라, 국민들의 그러한 갈증을 풀어주자는 것입니다.”
“價値 중심의 정치 되어야”
―그렇다 해도 왜 방대한 전국적 조직을 가진 국민운동을 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품는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이미 2006년에 쓴 《대한민국 선진화전략》이라는 책에서 ‘우리나라가 선진화되기 위해서는 3개 그룹이 등장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선진화정책방향을 연구하는 ‘선진화 정책세력’ ▲선진화를 시대적 과제라고 생각하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운동체인 ‘선진화 국민운동’ ▲선진화 정책과 국민의 의지를 정치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선진화 정치세력’이 그것입니다.
그동안 저는 한반도선진화재단을 통해 선진화 정책을 만드는 활동을 해왔습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해서 선진화 국민운동을 벌이는 것으로 보면 됩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선진화 정치세력’을 형성하는 데 앞장설 수도 있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저는 그런 능력이 없습니다. 정책집단을 만들고 국민운동을 하는 것은 제가 노력하면 어느 정도 되겠죠. 하지만 정치세력을 만드는 것은 특별한 능력을 필요로 합니다. 선진화 정치세력은 기존 정치권 안에서 나오기를 희망하고 기대합니다.”
―지금 정치권 안에서 그게 가능하다고 봅니까.
“현재의 정치권으로는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선진과 통일을 지향하는 정치세력이 나오려면 정치가 이익(利益) 중심의 정치가 아니라 가치(價値) 중심의 정치가 되어야 합니다. 승자독식(勝者獨食)의 정치가 아니라 국민통합형 정치 내지 공치(共治)를 할 수 있는 국가 리더십이 나와야 합니다.”
―대통령제의 속성상 ‘승자독식의 정치’는 불가피하고, 그 때문에 개헌(改憲)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의원내각제나 분권형(分權型) 대통령제를 통해 권력분산을 제도화하는 것도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제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치문화와 리더십입니다. 링컨은 자신과 당내 경선(競選)에서 경쟁했던 사람들은 물론 반대당인 민주당 사람들까지 내각에 참여시켰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경선에서 자신과 대결했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국무장관을 맡기지 않았습니까.”
“李在五 개헌은 절차적 문제 있어”
―정치권에서는 교수님이 이원집정부제(二元執政府制) 개헌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얘기가 있습니다.
“오래전부터 표현은 어떻든 간에 ‘분권형 대통령제’가 우리 사회에 바람직하다고 생각해 온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2003년 동아시아연구원 소속 학자들과 함께 《대통령의 성공조건》을 쓸 때 내린 결론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에게 권력이 너무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습니다. 이는 대통령 본인에게도 부담이 되고, 국가경영에도 마이너스입니다.”
한동안 개헌논의에 드라이브를 걸었던 이재오(李在五) 특임장관이 이원집정부제 개헌을 추진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었다. 때문에 박세일 교수가 작년부터 선통연 조직에 나서자 “박세일 교수가 개헌문제에서 이재오 장관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는 말이 정치권에 떠돌았다. 이 이야기를 박 교수에게 하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이재오 장관이 ‘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것이 논리적으로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개헌이 필요하다고 해도 절차적 합리성과 적법성이 있어야 합니다. 이재오 장관의 개헌 주장은 그 점에서 문제가 있어요.”
박 교수는 “개헌은 대통령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먼저 대통령이 여야 대표 및 국회의장과 개헌의 기본철학과 방향에 대해 합의해야 합니다. 그 후 대통령 소속으로 전문가들로 구성된 헌법개정준비위원회를 만들어 여야가 합의한 큰 내용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물론 ‘전문가들이 국민의 의견을 수렴해 만든 개헌안에 대해서는 여야의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있더라도 받아들이자’는 데 정치권이 미리 합의를 해야겠죠. 이 합의를 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만든 개헌안을 대통령과 여야에 보고하고, 큰 문제가 없는 한 여야가 이를 수용하는 것입니다.
저는 그동안 몇몇 교수나 이재오 장관이 분권형 대통령제에 대해 논의한 것은 나름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절차가 결여된 상태에서 제가 이재오 장관과 호흡을 맞춘다, 그런 건 있을 수 없는 얘기죠.”
―분권형 대통령제의 경우 국가원수(元首)인 대통령과 내각의 수장(首長)인 총리 간의 갈등으로 국정운영이 표류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개헌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정당개혁입니다. ‘가치 중심의 정당’ ‘공치의 리더십이 등장하는 정당’이 나와야, 불필요한 대결과 갈등이 줄어들고, 건전한 정책경쟁과 국정운영에서 공동책임을 지는 분위기가 나올 수 있습니다. 그래야 ‘분권형 대통령제’도 의미가 있고, 선진화도 가능합니다. 도덕적·정신적 기초 없이는 어떤 제도를 들여오든 나쁜 부분만 나타나게 될 것입니다.”
“주대환·장기표·임혁백·김호기는 합리적 진보”
―앞에서 ‘국민통합의 정치’를 강조했는데, 좌우(左右) 이념갈등이 극심한 우리 현실에서 그게 가능할까요.
“우리 사회에서 이념갈등이 생산적이지 못하고 파괴적으로 진행되는 이유는, 첫째 ‘올바른 보수’ ‘올바른 진보’가 없기 때문입니다. 이기적(利己的)인 수구(守舊)보수는 ‘건강한 보수’가 아닙니다. 종북(從北)좌파도 진정한 진보가 아닙니다.
둘째, ‘가짜 진보’와 ‘가짜 보수’가 나와서 ‘가치정치’가 아니라 ‘이익정치’만 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지역·계층·이념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그리고 인기영합적 정책만 양산하면서 오로지 득표전쟁만 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보수와 진보가 토론을 하다 보면 70~80%는 수렴이 가능합니다. 나머지 20~30% 정도는 건강한 차이입니다.”
―그 20~30%의 차이라는 게 대한민국의 국체(國體)를 인정하느냐 마느냐 하는 결정적인 차이니까, 그게 문제 아니겠습니까.
“제가 말한 것은 올바른 진보와 보수를 전제했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개혁적 보수’와 ‘합리적 진보’가 만났을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제가 보기에 우리나라 보수의 절대다수는 ‘개혁적 보수’입니다. 진보적인 국민의 절대다수는 ‘합리적인 진보’입니다. 이는 여론조사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자신이 보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 가운데 50% 이상이 ‘소득분배’가 중요한 문제라고 이야기합니다. 반대로 진보라고 생각하는 사람 가운데 50% 이상은 ‘성장’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국민의 다수는 ‘개혁적 보수’거나 ‘합리적 진보’인데 정치권이나 학계가 이를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것이 문제입니다.”
―지금까지 만난 정계(政界)·시민사회계·학계 인사 중에서 ‘합리적인 진보’라고 할 만한 사람이 있던가요.
“구체적으로 거론하기는 좀 그렇지만, 정치인으로는 민주당의 ‘뉴 민주당 플랜’을 만들었던 김효석 의원, 민노당 정책위의장을 하다가 지금 사회민주주의연대 활동을 하고 있는 주대환씨,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 학계에서는 바른정책포럼을 하고 있는 임혁백 고려대 교수, 김호기 연세대 교수, 김형기 경북대 교수 등을 꼽을 수 있겠죠.”
박 교수는 “진보세력이 종북주의 세력과 연대하는 것은 자기패배적·자기부정적 행동”이라면서 “진보세력이 종북세력을 배척하지 않으면 진보의 정체성(正體性)을 묻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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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월 6일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선진통일연합 창립대회에서 지역조직 기수단이 입장하자 내빈들이 박수를 치고 있다. 앞줄 왼쪽부터 백선엽, 김수한, 이홍구, 황우여, 정대철, 장기표, 김문수씨. |
“NGO·학자 출신 정치 참여 환영”
선통연은 지역조직 건설 과정에서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라는 이름의 지역조직책임자 워크숍을 개최했다.박세일 교수도 6월 6일 선통연 창립대회가 끝난 후 기자간담회에서 선통연의 역점 사업 가운데 하나로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 운영을 꼽았다.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가 일본의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이나 미국의 리더십인스티튜트처럼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일종의 정치사관학교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은 아닙니까.
“국내에도 차세대 정치지도자를 양성하는 정치사관학교 내지 교육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그에 관해서는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지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마 머지않아 어떤 형태든지 정치지도자 교육프로그램을 시작할 것입니다.”
―선진통일지도자아카데미나 한반도선진화재단에서 준비하고 있는 정치사관학교 출신들이 장차 지방선거나 국회의원 선거 등에 참여하는 데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아주 좋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NGO나 학교에 있던 분들이 정치나 행정에 참여하는 것을 대찬성하는 사람입니다. 우리 사회에는 인재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NGO 출신 인사의 국민과 소통했던 경험, 나라의 나아갈 방향을 연구한 학자의 경험은 굉장히 소중합니다. 정치나 행정에 참여해 그런 경험을 국가발전에 사용하는 것은 매우 좋은 일입니다. 다만 정치와 행정에 참여해서도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아야 그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래도 의문은 남는다. 왜 하필이면 지금, 정치권의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선진과 통일’을 내건 방대한 전국조직에 착수했느냐 하는 것이다. 그는 이에 대해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때문에 선진통일국민운동을 더 미룰 수 없었다”고만 말했다.
“작년 가을에 중국을 방문해서 중국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적이 있어요. 그가 이런 말을 하더군요. 일본 정부와 관련 있는 안보연구소 전문가가 방중(訪中)했는데, ‘김정일(金正日) 이후의 격변기에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와 생화학무기 등 대량살상무기 등에 대한 관리가 불안정해질 수도 있다’고 우려하면서 ‘그 문제를 풀 의지와 능력을 가진 것은 중국뿐이 아니겠는가’라고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이 이 문제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생각하고 만약의 경우 북한을 접수하는 게 옳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거예요.”
“‘북한의 中國化’ 막아야”
―중국이 북한을 ‘접수’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입니까.
“중국이 북한에 들어가서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화시킨다는 의미죠. 그렇게 된다면, 그다음에는 ‘북한의 중국화(中國化)’가 진행될 것입니다. 북한에 친중변방(親中邊方) 정권이 들어서고 북한은 ‘제2의 티베트’가 되는 거죠. 그러면 대한민국은 영토가 크게 축소돼 동북아(東北亞)의 섬으로 전락하고 말 것입니다. 남북한은 ‘새로운 분단’ 내지 ‘분단의 고착화’에 접어들고, 동북아에서는 ‘새로운 냉전’이 시작되겠죠.
그런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우리가 통일을 준비하면서 ‘북한에서 문제가 생길 경우 그 문제는 우리가 풀겠다’는 의지를 주변국에 보여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입니다. 때문에 정치적으로 오해의 소지가 있더라도 선진통일 국민운동을 서두르게 된 것입니다.”
―김대중(金大中) 정부의 햇볕정책이나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대북(對北)정책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합니까.
“그동안 우리나라 정치지도자들은 여야를 막론하고 분단관리에만 치중했지 적극적인 통일준비를 하지 않았습니다. 현상유지였던 거죠. 하지만 통일과정은 앞으로 5년 내에 시작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계속 분단관리만 하면서 소극적으로 나가면 새로운 분단상황, 반(半)영구적 분단이 옵니다.”
―북한에서 쿠데타나 내전(內戰) 등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국군이 단독으로 혹은 미군과 함께 북진(北進)해서 중국 대신 북한을 접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은데.
“북한에 어려운 상황이 발생할 경우, 대한민국 단독으로 북한을 안정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만 북한의 핵무기를 관리하고 해체하는 데는 미국과 중국의 협조를 받을 수는 있겠죠.”
―통일을 준비하는데 왜 방대한 지역조직이 필요합니까. 통일의 필요성을 얘기하는 순회강연 같은 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요.
“지난 100년 동안의 우리 역사를 보면, 역사의 고비마다 국민운동이 커다란 역할을 했습니다. 구한말(舊韓末) 만민공동회, 애국계몽운동, 의병운동, 3·1운동, 4·19, 새마을운동, 6월 민주항쟁 등….
선진과 통일을 위해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국 곳곳에서 지역에 뿌리를 내리고 주위 사람들에게 선진과 통일의 가치를 전파(傳播)하는 국민운동을 위해서는 풀뿌리 지역조직이 필요합니다.”
신당 창당설의 내막
―결국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는 정권을 잡는 것이 지름길 아니겠습니까.
“세상을 표면적·가시적으로 바꾸는 것이 정치지도자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역사의 현상 밑바닥에 흐르는 것은 국민의 의식 변화이고, 그 위에서 정치가 논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국민운동이 중요한 것이죠.”
정치권에서는 한때 박세일 교수가 장기표 신문명정책연구원장에게 새로운 정당을 만들자고 제안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이에 대해 장기표 원장에게 물었을 때 그는 “정당을 만들자고 한 것은 박 교수가 아니고 나”라고 말했었다. 이에 대해 묻자 박 교수도 같은 얘기를 했다.
“맞아요. 옛날부터 그 친구가 나한테 ‘당을 만들자’고 했어요. ‘국민운동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친구의 소신입니다. 우린 좋은 친구 사이지만, 이 점에서는 생각이 달랐어요.
얼마 전에도 내가 친이계(親李系)의 도움을 받아 선통연을 한다는 보도가 났던데, 누가 그런 소문을 퍼뜨리는지 모르지만, 전혀 근거 없는 얘깁니다.”
―그동안 학자, 청와대 참모, 싱크탱크 경영자로 살아왔는데, 대중운동을 해보니까 어떻던가요.
“지방을 다니면서, 그동안 제가 접하지 못했던 분들을 많이 만나면서 학교나 싱크탱크를 하면서 봤던 것과는 다른 우리 사회의 모습을 많이 보게 됩니다. 그런 것이 제 개인적으로는 큰 공부가 됩니다.
선통연이라는 국민운동을 전개하는 과정에서 많은 국민운동 지도자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자신이 뛰어난 국민운동가가 되지 못하더라도 그렇게 될 만한 분들을 많이 찾아내고 그들이 앞장서서 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