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직생활 동안 陸·海·空을 넘나든 교통·물류전문가
⊙ “우리나라는 다른 교통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뒤처진 ‘교통후진국’”
⊙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년 10조원 넘어
⊙ 55세. 고려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美 인디애나대 행정학 석사.
⊙ 행정고시 23회, 건교부 도시철도과장·주택관리실장,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장 등 역임.
⊙ 現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 “우리나라는 다른 교통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뒤처진 ‘교통후진국’”
⊙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년 10조원 넘어
⊙ 55세. 고려대 경영학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졸업. 美 인디애나대 행정학 석사.
⊙ 행정고시 23회, 건교부 도시철도과장·주택관리실장, 해양수산부 해운물류국장,
국토해양부 항공안전본부장 등 역임.
⊙ 現 교통안전공단 이사장.
2007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1만1662건으로, 차량 1만 대당 사고건수는 영국의 2배, 프랑스의 5배에 이른다. 같은 기간 교통사고로 인해 6166명이 사망했고, 33만6000명이 부상당했다. 1일 단위로 환산하면 일 평균 579건에 17명이 죽고, 920명이 다쳤는데, 1시간 동안 무려 39명의 사상자가 속출한 셈이다. 2007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따른 재해자 9만147명(사망 2406명, 부상 7만7292명, 업무상 질병 요양자 1만449명)의 3.7배다.
이명박 정부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2012년)’ 프로젝트를 국정(國政)과제로 선정했다. 1991년 1만3459명이던 사망자 수가 50% 감소한 것은 13년이 지난 2004년이었고, OECD 평균(16년)에 비춰 굉장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1981년 7월에 설립돼 자동차 검사를 비롯해 교통안전교육과 대(對)국민 홍보를 하는 공기업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ICAO로부터 항공안전기준 이행률 98.82% 받아
현재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정상호(鄭象虎ㆍ55) 전(前)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장이다. 정 이사장은 공직생활 동안 육(陸)ㆍ해(海)ㆍ공(空)을 넘나든 교통ㆍ물류전문가다. 그는 특히 항공안전본부장 재직 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국제기준이행률이 ‘98.82%’를 받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기존 최고기록 ‘96%’를 갈아치운 놀라운 결과였을 뿐 아니라, 지난 2001년 ICAO 평가에서 53위(79.79%)를 기록하고, 미(美)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기준 미달)을 받은 지 7년 만에 이뤄낸 쾌거(快擧)였다. 이로써 추락한 국위를 다시 세우고, 우리 항공사의 자유로운 국제선 취항 및 노선 확충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정 이사장은 2008년 7월에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초(超)일류 교통안전 전문기관 실현’을 목표로 세우고, ‘혁신(革新)’에 박차(拍車)를 가했다. 한편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달성하는 데도 전략적 접근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기자는 4월 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정상호 이사장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지난 3년은 ‘고객을 향한 변화’의 시간이었다고 자평(自評)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28년의 공직생활 동안 자동차, 철도, 해운, 항공 등 여러 보직을 경험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닌, ‘변화’였습니다. 따라서 이사장에 취임하고서 우리의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정부위탁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교통안전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인력 수급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체질을 ‘일 잘하는 강소(强小)조직’으로 변모시키려 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후 한 달 동안 현황을 파악한 정 이사장은 ‘위기’임을 직감했다. 당시 교통안전공단은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된 조직문화, 하락하는 시장점유율, 교통사고 통계 관리 미흡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008년 9월 1일, 정 이사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자동차검사 시장점유율 사상 최저로 떨어져
“2008년 7월 당시, 정부에서 ‘교통사고 사상자 줄이기’를 국정과제로 내걸었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할 일이 많이 생겼습니다. 자연스레 인력수요가 증가했지만 ‘공공기관 선진화’ 방침으로 상황은 열악했습니다. 그리고 우리 공단 매출의 74%를 차지하는 자동차검사에서 시장 점유율이 12년째 하락해 24%까지 내려간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정부의 경영평가에서도 C등급을 받아, 직원들의 사기가 말이 아니었습니다. 사람 없고, 돈 없고, 사기(士氣)마저 없다면 ‘총체적인 위기’ 아닙니까. 그래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혁신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혁신’은 정 이사장과 공단 임직원이 함께 개발한 ‘혁신시계(Innovation Clockㆍ4C모델)’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혁신시계란 ▲공감대 형성(Consensus Building) ▲제도 개선(Change System) ▲절차 개선(Change Process) ▲문화 바꾸기(Change Culture) 등의 순서로 구성된 주기(週期)로, 혁신가속화 시스템이다. 정 이사장은 “모든 조직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4C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부 구성원이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해야 추진동력이 확보되고, 이를 통해 핵심제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 개선된 제도를 올바르게 운용하기 위해 전사(全社)적 업무환경도 변화시킨 뒤, 4C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통해 ‘상시(常時)적 혁신’을 체화(體化)시키는 것입니다.”
정 이사장이 취임 이후 전개한 ‘경영혁신’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첫째, 자동차검사 점유율이 올라갔다. 2008년 9월 24.7%로 하락해 최저점을 기록한 점유율이 현재는 30%로 상승했다. 정 이사장은 “민간과 이원화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며 “공익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인 30%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공단의 재무상태가 호전됐다. 2008년 당기순손실 34억원에서, 2009년 98억원, 2010년에도 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2010년도 98억원의 흑자를 봤지만, 19억원이 성과급으로 나가 재무제표상으로는 당기순이익이 79억원이다. 셋째, 노동생산성이 향상됐다. 2010년 1인당 부가가치창출액이 2008년(8825만원) 대비 19% 증가한 1억500만원이다. 외부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2009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A등급, 노사문화 우수기업, 2회 연속 녹색안전경영대상에 선정됐다. 인재개발 우수기관 인증, 철도항공안전분야 국제인증, 자동차검사 ISO 9001/14001 인증도 받았다.
사업용 사망사고의 26%가 1000개 지점에서 발생
하지만 정상호 이사장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업(業)의 본질’이 바뀐 것이다. 정 이사장은 단순히 자동차검사 서비스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교통안전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는 취임 후 전국 13곳의 지사장에게 “이제부터 지사의 성과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라고 말하며 ‘사망자 줄이기’ 결과에 따라 상벌(賞罰)을 적용했다. 정 이사장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교통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뒤처진 ‘교통후진국’입니다. 한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인데, 2008년에 우리나라는 2.93명으로 OECD 평균인 1.4명의 2배가 넘었습니다. 지난해는 2.6명을 기록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년 10조원을 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사고비용은 2007년 10조3441억원, 2008년 10조8135억원, 2009년 11조7774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사고비용의 경우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1%. 중형차 58만9000대를 살 수 있고, 73만9818가구에 연간 최저 생계비(2009년, 1592만원)를 지원할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 ‘교통사고’로 ‘증발(蒸發)’했다.
정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달성을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규제 권한을 가진, 사업용 자동차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다.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중 18%가 사업용 차량 사고입니다. 하지만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률로 따지면, 사업용 운전자가 자가용 운전자보다 5배 높습니다. 도로 등의 환경요인도 작용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운수업계 여건의 열악함과 운전자의 안전의식 부재(不在)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통계를 분석해 보니, 전(全) 운수업체 1만여 개 중 사고발생 상위 1000개 업체가 전체 업체 사망사고의 62.7%를 차지했고, 전체 사업용 사망사고의 26%가 1000개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1000개 업체와 1000개 지점을 추출해 각각 20%씩 줄이면 사업용 교통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 ‘1000사 2020 프로젝트’를 개발해 추진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사고 감소를 위해 과학적 모델로 접근한 것은 이 모델이 최초입니다.”
‘1000사 2020 프로젝트’ 시행 후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자 감소
2009년 ‘1000사 2020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올해 3년째를 맞는다. 정 이사장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자가 연평균 0.9% 증가했습니다. ‘1000사 2020 프로젝트’를 시행한, 2009년은 전년(1161명) 대비 7.2%(84명) 감소한, 1077명이었습니다. 2010년(979명)은 9.1%(98명) 등으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공단의 목표는 ‘24%(235명) 줄이기’로, 이는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의 72%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 다발(多發) 운수업체 1500개ㆍ취약지점 2000개를 재선정, 각각 30%를 낮추기 위해 ‘1000사 3030’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경과를 보면, 국정과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률은 16% 줄어든 반면, 전체 사망률은 6.2%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사업용이 3~5년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용 사고를 50% 줄이면 전체 사고도 3~5년 후에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통계적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전체 사고 사망률이 작년에 5.7% 줄었다”며 “감소 효과가 가속화되는 추세여서 올해는 10%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호 이사장은 “개인의 운전습관은 ‘인격(人格)’이고,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국격(國格)’”이라며 “우리나라의 교통품격이 향상되면 교통안전 수준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일반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3대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공단은 사고차량의 후방추돌 등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로드 서포터즈(공단 임직원이 사고현장 관리)’, 경제ㆍ환경ㆍ생명을 살리는 ‘경제운전’, TS문화벨트(전 좌석 안전띠 매기)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띠 매기’를 강조하고 싶은데, 선진국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80%지만, 우리는 6%입니다. ‘TS문화벨트’를 실천하면 한 해 600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인터뷰 말미에, 정상호 이사장은 “몽골민족에게 ‘꿈’을 심어준 칭기즈칸을 존경한다”면서 앞으로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칭기즈칸은 100만명 남짓한 몽골 인구로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소수였지만 칭기즈칸이 제시한 비전으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칭기즈칸 같은 능력은 없지만, 그의 리더십을 닮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꿈꾸면 단순한 꿈이지만, 1000명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공단 규모가 1000명인데, 그들과 함께 ‘초일류 교통안전 전문기관 실현’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2012년)’ 프로젝트를 국정(國政)과제로 선정했다. 1991년 1만3459명이던 사망자 수가 50% 감소한 것은 13년이 지난 2004년이었고, OECD 평균(16년)에 비춰 굉장히 파격적인 도전이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최일선에서 뛰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은 1981년 7월에 설립돼 자동차 검사를 비롯해 교통안전교육과 대(對)국민 홍보를 하는 공기업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ICAO로부터 항공안전기준 이행률 98.82%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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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안전공단의 주수입원은 자동차 검사 수수료로, 매출의 74%를 차지한다. |
현재 교통안전공단 이사장은 정상호(鄭象虎ㆍ55) 전(前) 건교부 항공안전본부장이다. 정 이사장은 공직생활 동안 육(陸)ㆍ해(海)ㆍ공(空)을 넘나든 교통ㆍ물류전문가다. 그는 특히 항공안전본부장 재직 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로부터 우리나라의 항공안전 국제기준이행률이 ‘98.82%’를 받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기존 최고기록 ‘96%’를 갈아치운 놀라운 결과였을 뿐 아니라, 지난 2001년 ICAO 평가에서 53위(79.79%)를 기록하고, 미(美)연방항공청(FAA)으로부터 항공안전 2등급 판정(기준 미달)을 받은 지 7년 만에 이뤄낸 쾌거(快擧)였다. 이로써 추락한 국위를 다시 세우고, 우리 항공사의 자유로운 국제선 취항 및 노선 확충을 뒷받침할 수 있게 됐다.
정 이사장은 2008년 7월에 이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초(超)일류 교통안전 전문기관 실현’을 목표로 세우고, ‘혁신(革新)’에 박차(拍車)를 가했다. 한편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를 달성하는 데도 전략적 접근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올렸다. 기자는 4월 7일 오전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에 있는 교통안전공단에서 정상호 이사장을 만났다. 정 이사장은 “지난 3년은 ‘고객을 향한 변화’의 시간이었다고 자평(自評)하고 싶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는 28년의 공직생활 동안 자동차, 철도, 해운, 항공 등 여러 보직을 경험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할 때마다 가장 필요한 것은 ‘지식’이 아닌, ‘변화’였습니다. 따라서 이사장에 취임하고서 우리의 고객인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얻고자 ‘변화’를 시도했습니다. 정부위탁업무를 포함해 다양한 교통안전 업무를 수행해야 하지만, 인력 수급은 원활하지 않았습니다. 교통안전공단의 체질을 ‘일 잘하는 강소(强小)조직’으로 변모시키려 했습니다. 앞으로도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겠습니다.”
취임 후 한 달 동안 현황을 파악한 정 이사장은 ‘위기’임을 직감했다. 당시 교통안전공단은 연공서열 위주의 경직된 조직문화, 하락하는 시장점유율, 교통사고 통계 관리 미흡 등 숱한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 2008년 9월 1일, 정 이사장은 ‘비상경영’을 선포했다.
자동차검사 시장점유율 사상 최저로 떨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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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통안전공단은 자동차 검사 및 교통안전문화를 전파하는 공기업으로,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는다. 사진은 공단설립 첫해인 1981년 가두 캠페인 모습. |
교통안전공단의 ‘혁신’은 정 이사장과 공단 임직원이 함께 개발한 ‘혁신시계(Innovation Clockㆍ4C모델)’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혁신시계란 ▲공감대 형성(Consensus Building) ▲제도 개선(Change System) ▲절차 개선(Change Process) ▲문화 바꾸기(Change Culture) 등의 순서로 구성된 주기(週期)로, 혁신가속화 시스템이다. 정 이사장은 “모든 조직의 혁신이 성공하려면 4C가 있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내부 구성원이 혁신의 필요성에 공감해야 추진동력이 확보되고, 이를 통해 핵심제도를 개선할 수 있습니다. 또 개선된 제도를 올바르게 운용하기 위해 전사(全社)적 업무환경도 변화시킨 뒤, 4C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을 통해 ‘상시(常時)적 혁신’을 체화(體化)시키는 것입니다.”
정 이사장이 취임 이후 전개한 ‘경영혁신’은 큰 변화를 일으켰다. 첫째, 자동차검사 점유율이 올라갔다. 2008년 9월 24.7%로 하락해 최저점을 기록한 점유율이 현재는 30%로 상승했다. 정 이사장은 “민간과 이원화된 시장에서 점유율을 무작정 올릴 수는 없다”며 “공익성과 수익성이 조화를 이루는 지점인 30%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둘째, 공단의 재무상태가 호전됐다. 2008년 당기순손실 34억원에서, 2009년 98억원, 2010년에도 79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실현했다. 2010년도 98억원의 흑자를 봤지만, 19억원이 성과급으로 나가 재무제표상으로는 당기순이익이 79억원이다. 셋째, 노동생산성이 향상됐다. 2010년 1인당 부가가치창출액이 2008년(8825만원) 대비 19% 증가한 1억500만원이다. 외부평가도 긍정적으로 변했다. ‘2009년 공기업 경영평가’에서 A등급, 노사문화 우수기업, 2회 연속 녹색안전경영대상에 선정됐다. 인재개발 우수기관 인증, 철도항공안전분야 국제인증, 자동차검사 ISO 9001/14001 인증도 받았다.
사업용 사망사고의 26%가 1000개 지점에서 발생
하지만 정상호 이사장이 꼽은 가장 큰 변화는 ‘업(業)의 본질’이 바뀐 것이다. 정 이사장은 단순히 자동차검사 서비스를 하는 곳이 아니라 ‘교통안전문화’를 전파하는 곳으로 생각했다. 그는 취임 후 전국 13곳의 지사장에게 “이제부터 지사의 성과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라고 말하며 ‘사망자 줄이기’ 결과에 따라 상벌(賞罰)을 적용했다. 정 이사장의 말이다.
“우리나라는 다른 교통선진국에 비해 20년 이상 뒤처진 ‘교통후진국’입니다. 한 국가의 교통안전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 중 하나가 ‘자동차 1만 대당 사망자 수’인데, 2008년에 우리나라는 2.93명으로 OECD 평균인 1.4명의 2배가 넘었습니다. 지난해는 2.6명을 기록해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교통사고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이 매년 10조원을 넘는 점 등을 고려했을 때 경각심을 늦추면 안 됩니다.”
우리나라 도로교통사고비용은 2007년 10조3441억원, 2008년 10조8135억원, 2009년 11조7774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09년 사고비용의 경우 당시 국내총생산(GDP)의 1.1%. 중형차 58만9000대를 살 수 있고, 73만9818가구에 연간 최저 생계비(2009년, 1592만원)를 지원할 수 있는 막대한 금액이 ‘교통사고’로 ‘증발(蒸發)’했다.
정 이사장은 ‘교통사고 사상자 절반 줄이기’ 달성을 위해 교통안전공단이 규제 권한을 가진, 사업용 자동차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했다. 정 이사장의 설명이다.
“우리나라 교통사고 중 18%가 사업용 차량 사고입니다. 하지만 1만 대당 교통사고 사망률로 따지면, 사업용 운전자가 자가용 운전자보다 5배 높습니다. 도로 등의 환경요인도 작용하지만, 가장 큰 원인은 운수업계 여건의 열악함과 운전자의 안전의식 부재(不在)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중점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통계를 분석해 보니, 전(全) 운수업체 1만여 개 중 사고발생 상위 1000개 업체가 전체 업체 사망사고의 62.7%를 차지했고, 전체 사업용 사망사고의 26%가 1000개 지점에서 발생했습니다. 이 1000개 업체와 1000개 지점을 추출해 각각 20%씩 줄이면 사업용 교통사고 사망률을 절반으로 낮출 수 있겠다는 계산에서 ‘1000사 2020 프로젝트’를 개발해 추진했습니다. 국가 차원에서 사고 감소를 위해 과학적 모델로 접근한 것은 이 모델이 최초입니다.”
‘1000사 2020 프로젝트’ 시행 후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자 감소
2009년 ‘1000사 2020 프로젝트’가 시행된 지 올해 3년째를 맞는다. 정 이사장은 “성공적”이라고 평가하며 이렇게 말했다.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자가 연평균 0.9% 증가했습니다. ‘1000사 2020 프로젝트’를 시행한, 2009년은 전년(1161명) 대비 7.2%(84명) 감소한, 1077명이었습니다. 2010년(979명)은 9.1%(98명) 등으로 감소폭이 확대되고 있습니다. 올해 공단의 목표는 ‘24%(235명) 줄이기’로, 이는 ‘사업용 차량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 줄이기’의 72%를 달성하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사고 다발(多發) 운수업체 1500개ㆍ취약지점 2000개를 재선정, 각각 30%를 낮추기 위해 ‘1000사 3030’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하지만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감소 경과를 보면, 국정과제를 달성하기에는 부족한 듯 보인다. 2008년부터 2010년까지 사업용 차량사고 사망률은 16% 줄어든 반면, 전체 사망률은 6.2%에 그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 이사장은 “사업용이 3~5년 선행하는 경향이 있다”며 “사업용 사고를 50% 줄이면 전체 사고도 3~5년 후에 절반으로 감소한다는 통계적 가설을 제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전체 사고 사망률이 작년에 5.7% 줄었다”며 “감소 효과가 가속화되는 추세여서 올해는 10%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상호 이사장은 “개인의 운전습관은 ‘인격(人格)’이고, 한 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은 ‘국격(國格)’”이라며 “우리나라의 교통품격이 향상되면 교통안전 수준도 선진국 대열에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선진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일반 차량 운전자를 대상으로 3대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다”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현재 공단은 사고차량의 후방추돌 등 2차 사고 예방을 위한 ‘로드 서포터즈(공단 임직원이 사고현장 관리)’, 경제ㆍ환경ㆍ생명을 살리는 ‘경제운전’, TS문화벨트(전 좌석 안전띠 매기)를 범국민운동으로 확산시키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안전띠 매기’를 강조하고 싶은데, 선진국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80%지만, 우리는 6%입니다. ‘TS문화벨트’를 실천하면 한 해 600명의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옵니다.”
인터뷰 말미에, 정상호 이사장은 “몽골민족에게 ‘꿈’을 심어준 칭기즈칸을 존경한다”면서 앞으로의 ‘꿈’에 대해 얘기했다.
“칭기즈칸은 100만명 남짓한 몽골 인구로 세계를 제패했습니다. 소수였지만 칭기즈칸이 제시한 비전으로 뭉쳤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저는 비록 칭기즈칸 같은 능력은 없지만, 그의 리더십을 닮고 싶습니다. ‘한 사람이 꿈꾸면 단순한 꿈이지만, 1000명이 꿈꾸면 현실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공단 규모가 1000명인데, 그들과 함께 ‘초일류 교통안전 전문기관 실현’이라는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