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군·구 중 처음으로 대규모 국제대회 유치
⊙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문경새재 일대에서 ‘2011년 전통 찻사발 축제’ 열려
⊙ 중소 농촌도시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인구 늘고 땅값 상승 중
申鉉國
⊙ 57세. 영남대 식품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 석사. 태국 아시아 공과대 대학원
환경공학 박사.
⊙ 환경처 오수관리과장, 환경부 폐기물정책과장, 환경부 공보관, 한국과학기술원 대우교수 역임.
⊙ 저서 : 《환경과학총론》 《인간 환경론》 《수 처리기술 핸드북》 등.
⊙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문경새재 일대에서 ‘2011년 전통 찻사발 축제’ 열려
⊙ 중소 농촌도시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인구 늘고 땅값 상승 중
申鉉國
⊙ 57세. 영남대 식품공학과 졸업. 한국과학기술원 생물공학 석사. 태국 아시아 공과대 대학원
환경공학 박사.
⊙ 환경처 오수관리과장, 환경부 폐기물정책과장, 환경부 공보관, 한국과학기술원 대우교수 역임.
⊙ 저서 : 《환경과학총론》 《인간 환경론》 《수 처리기술 핸드북》 등.
지난 20여 년 사이 경북 문경시만큼 얼굴을 바꾼 도시도 사례를 찾기 어렵다. 문경은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탄광도시로 명성을 날렸다. 이후 석탄산업이 쇠퇴하면서 희망이 사라진 도시가 되어갔다. 먹고살 만한 일자리가 없어지자 전성기 때 16만명에 달하던 인구는 반 토막이 났다. 문경은 우리나라의 고만고만한 전형적인 농촌도시가 되는 듯했다.
하지만 최근 문경이 문화·관광·체육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문경에서는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의 이전 공사가 한창이다. 2015년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릴 전망이다. ‘군인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는 25개 종목에서 참가선수단 규모가 1만명이 넘는 대규모 국제대회다. 여태까지 국내에서 기초 자치단체 중 이 정도로 큰 규모의 국제체육대회 유치에 성공한 적은 없다.
문경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 숫자만 해도 연간 400만명이나 된다. 문경새재 관광지 내에 조성된 드라마 촬영장은 국내 대다수 사극(史劇)의 배경이 된 지 오래다. 문경은 드라마 촬영장에 그치지 않고, 아예 동북아 영상 문화산업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하에 거대한 규모의 영상문화복합단지를 조성 중이다.
문경의 활기는 가장 먼저 인구증가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문경시의 인구는 가장 적었던 2007년 말의 7만4000여 명보다 2600여 명이 늘어났다. 문경 인구는 2008년 3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된 후 지금까지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10만명 미만의 중소 농촌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찾기 어려운 사례다.
이러한 문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신현국(申鉉國) 시장이다. 신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 공천에 탈락하자 신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57%가 넘는 지지율로 재선(再選)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문경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이 걸렸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IC를 빠져나가서 5분 안에 문경시로 직행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신 시장은 기자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일부터 1박2일간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실사단 5명이 문경을 방문해 현지 실사를 했습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최종 개최지는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CISM 정기총회에서 133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되지만, 우리 문경이 99% 확정된 상태입니다. 메숫세릿(Mesut CERIT) 실사 단장이 직접 ‘문경 개최는 확정적’이라며 ‘A+를 줘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시장실 한쪽 벽면에 걸린 대형 벽걸이 TV에서는 실사 당시 문경 시민이 실사단을 환영하는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실사단을 맞는 문경 시민의 환영 분위기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실사단 환영 열기에 뒤지지 않았다.
“실사단이 문경을 방문했을 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려 2만여 명의 시민이 연도에 나와 실사단을 환영했습니다. 현재 문경시 인구가 7만7000명인데 3분의 1이 나와서 환영을 한 것이죠. 문경시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행사로 기록됐습니다. 시민의 열화와 같은 환영을 접한 실사단이 깜짝 놀라더군요. 실사를 마친 후 실사단장은 ‘감동적’, ‘환상적’, ‘충격적’이란 말로 소감을 밝혔습니다. 실사단장은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 국제행사를 치르는 문경 시민들의 열의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문경은 CISM 역사상 가장 준비가 잘된 개최 후보지로 평가받았습니다.”
‘군인 올림픽’ 유치 성공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올해 7월 브라질에서 제5회 대회를 연다. 문경 유치가 유력한 제6회 대회는 2015년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8일간 치러진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단체는 133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2015년 대회는 문경을 중심으로 상주, 김천, 안동, 영주, 포항 등 도내 6개 도시의 경기장과 연습장 등지에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정식종목은 축구, 농구, 골프, 육상, 수영, 태권도, 복싱 등 25개이며, 육군 5종(수류탄 투척·장애물), 해군 5종(구명수영·수륙횡단), 공군 5종(탈출·사격 등)과 같은 일반 스포츠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군사종목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신 시장과의 일문일답.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좀 생소합니다. 흥행성이 있는 대회인지요.
“있다마다요. 비교적 잘 알려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대학생들이 선수로 참여하는 대회입니다. 이에 비해 군인체육대회는 대한민국의 상무부대 선수처럼 각국의 수준급 선수들이 실력을 겨룹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와 군인체육대회 대표 선수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군인체육대회 메달리스트가 중복되는 비율도 4분의 1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5년 대회는 문경이 단독으로 후보지 신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경쟁도시가 8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유치 활동을 벌이자 모두 중도 포기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사전에 모두 ‘아웃’시켰습니다. 특히 올해 대회(5회 브라질 대회) 결정 당시 터키가 근소한 표차로 브라질에 패했습니다. 분패한 터키는 2015년 대회(6회 대회)를 유치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상 문경의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습니다. 나머지 경쟁 후보 도시들도 비슷한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경쟁도시들의 ‘기 꺾기’ 전략을 펼친 게 성공한 것이죠.”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벨기에 CISM 사무국을 방문해서 선전 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동원할 수 있는 국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신 시장의 설명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주관부서는 국방부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와 우리 문경시가 혼연일체가 되어서 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는 2015년 대회 유치의 사전 포석 작업으로 2011년 CISM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2011년 총회에서 2015년 대회 개최지가 결정되거든요. 또한 우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CISM의 핵심 위원들에게 다음 개최지는 한국의 문경이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경쟁도시들은 한국 정부와 문경시의 조직적인 유치 활동에 버거움을 느끼던 차에 CISM 총회까지 서울로 결정나자, ‘2015년 대회는 확실히 한국으로 가겠구나’하며 후보신청을 포기한 것입니다.”
신 시장은 “문경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단독 후보 신청이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대회 유치 준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됩니까.
“당장 500~600세대 규모의 선수촌 아파트를 지어야 합니다. 또한 5성급 호텔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5성급 호텔은 현재 경북에서는 경주 외에는 없을 정도로 중소도시에서 짓기가 어렵습니다. 5성급 호텔이 문경에 들어서게 되면 앞으로 문경은 그야말로 관광 중심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대회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가 8000억원, 간접적 가치(방위산업 박람회 등)가 9000억원 등 모두 1조7000억원의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자리도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4200개 정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를 계기로 ‘2013년 세계군인태권도 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며 “앞으로 꾸준한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 유치를 통해 문경의 위상이 높아지고,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를 통해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과 우리의 평화 의지를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또한 경북 북부의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와 연계해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마련 중입니다.”
국군체육부대 유치 평가에서 100점 만점 획득
작은 농촌도시에 불과한 문경이 세계군인체육대회라는 국제적인 행사를 유치할 수 있었던 것은 문경에 들어서고 있는 국군체육부대 덕이 크다. 현재 경기도 성남에 있는 국군체육부대는 2007년 4월 진천군, 괴산군, 영주시, 문경시 4개 시·군(市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문경시 호계면으로 이전이 최종 확정됐다.
국군체육부대의 이전으로 문경에는 45만 평(약 140만9000㎡) 규모에 야구장, 축구장, 실내경기장 등 국제규격을 갖춘 29개의 신설 경기장이 들어서게 된다. 공사비는 모두 4000억원 규모이며 2012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는 30% 정도 진척되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과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가 확정되면 문경은 스포츠 도시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국군체육부대의 경기장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낭비는 없고, 생산성은 높은 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 이야기가 나오자 신 시장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제가 시장에 취임하고 나서 국군체육부대가 지방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3개 경쟁 시·군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문경은 경쟁 시·군보다 무려 6개월이나 늦게 유치활동을 시작한 것이죠. 사실 저 자신조차 1%의 가능성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신 시장은 “서울의 어떤 시설이 지방으로 이전된다고 하면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유치를 하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경쟁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체육부대 유치 후보지 신청을 낼 때 경북에서는 이미 영주시가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도지사님이 나서서 ‘우리 경북은 영주로 밀어주자’며 만류를 할 정도였어요. 저는 문경의 미래가 달린 일이었기 때문에 지사님께 ‘지켜봐 달라’며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보지 신청을 하려고 보니 서류 제출일까지 기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더군요. 밤을 새워 서류를 준비하고 나서 간신히 접수를 했습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후보지 자격을 얻었습니다.”
속성으로 유치 신청 서류를 만들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그는 웃으면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다른 시·군들은 수천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유치 신청서를 멋지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공직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어떤 보고서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잘 띄고, 감동을 이끌어내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진을 풍부하게 써서 심사위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양적으로도 타 시·군의 보고서를 압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우리의 정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신 시장은 “유치전이 끝난 후 국방부의 후보지별 최종 평가결과가 발표되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100점 만점에 문경시가 100점을 받은 것이다. 신 시장의 말이다.
“준비를 한 우리도 평가결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0점 만점’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점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문경은 국토의 신(新) 중심지로 서울에서 1시간 반, 대구와 대전이 1시간 거리에 있어 교통과 접근성이 편리하다. ▲고산분지라서 스포츠 훈련의 최적지다. ▲후보지가 배산임수형의 정남향의 명당이다. ▲인근에 ‘진호 국제 양궁장’ 등 다양한 체육 기반 시설이 있다. ▲5분 거리에 종합병원, 학교, 시장 등 도시문화 생활권이 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 등을 내세우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때 체육부대원 300명에게 큰절
―그렇다고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무슨 비장의 무기라도 있었습니까.
“경쟁 시·군도 비슷한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는 누가 진정성을 보이고, 상대를 감동시키고,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집니다. 평가 마지막에 후보지의 시장과 군수님들이 직접 체육부대 관계자들 앞에서 3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기 전 참석한 체육부대원 300명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큰절이 효과를 본 것입니까.
“제가 발표 마지막 차례였습니다. 앞서 세 분의 시장·군수님들의 발표가 이미 90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중이 상당히 지루해 할 시간이죠. 저는 이 상태로 그냥 발표를 하면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분위기를 제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머리를 좀 썼습니다. 바로 큰절을 올리기로 한 것이죠. 저는 ‘절 좀 한다고 해서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니고, 점수 따는 데 도움된다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마음으로 큰절을 했습니다.”
신 시장이 큰절을 하며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아도 청중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신 시장은 일어나서 “만약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으로 오면 지금 큰절을 한 정성으로 여러분을 잘 모시겠습니다”하고 웅변을 하듯이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러자 ‘와~’하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오더군요. 지루하고 딱딱하던 프레젠테이션 자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확 바뀌었습니다. 저는 더욱 신이 나서 발표를 했습니다. 마칠 때까지 박수를 5번 받았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여건에서도 문경이 우수한 점수를 받았겠지만,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는 것은 심사하는 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군체육부대와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느낀 점은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감동시키고, 진정성을 보여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 유치에 성공한 이후 신현국 시장은 크고 작은 각종 시설을 문경으로 유치하는 데 잇달아 성공한다. ▲STX 리조트 ▲서울대 병원 연수원 ▲숭실대 연수원 연구소 ▲글로벌 선진학교 문경 캠퍼스 유치 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 알루텍 공장, 성신산업 철도차량 제조공장, 신세계엔지니어링 공장, 럭스코 태양광 모듈 문경 공장 등 크고 작은 제조 공장도 문경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신 시장은 “내가 취임한 후 국제체육대회와 대규모 연수원 시설, 공장 유치에 연속해서 성공하자 시민들이 저를 이른바 ‘유치의 달인’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동안 문경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진심을 시민들이 알아주었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록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객실이 200개나 되는 STX 리조트 유치도 제가 직접 나서서 성공했습니다. 이 리조트 유치 덕분에 ‘관광 문경’이란 팻말을 내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세계군인체육대회 만찬회에 이 시설이 없었으면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서울대 병원 연수원은 공사비가 300억원 가깝게 투입되고, 객실이 200개가 넘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의사, 간호사, 일반 직원들이 연수원을 다녀가면 문경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문경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엄청나게 큽니다.”
―글로벌 선진학교는 무엇인지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특수학교로 글로벌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영어 대안 학교입니다. 올해 275명이 입학했습니다. 앞으로 전교생이 1000명 정도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물이 문경의 기를 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이죠. 문경 같은 시골 도시에서 대형 기관과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학교도 유치에 성공하기까지 참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유치에 성공한 모든 사업 하나하나에 저와 우리 시청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배어 있습니다.”
“사과, 오미자, 한우를 문경 특산물로 육성”
―문경의 ‘찻사발 축제’가 유명하던데요.
“문경은 예부터 전통 도자기가 발달한 곳입니다. 경기도 여주나 이천도 도자기가 유명하지만, 그쪽은 주로 생활 도자기를 많이 생산합니다. 이에 반해 문경은 전통·예술 도자기류를 주로 생산합니다. 전국 도예명장 일곱 명 중 세 명이 문경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문경요’를 이은 천한봉 선생입니다. 찻사발 축제는 이런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개최하는 것입니다. ‘2011년 전통 찻사발 축제’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9일간 문경새재 일대에서 열립니다.”
도자기뿐 아니라 문경은 최근 사과 주산지로 부각되고 있다. 문경시는 문경산(産) 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사과축제를 개최한다. 한 달 내내 열리는 사과 축제도 신 시장이 기획했다. 사과 축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경새재 일대에서 열린다. 신현국 시장은 “가을철 주말에는 하루에 1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문경새재를 찾는다”며 “이들이 현장에서 사가거나 나중에 택배로 주문하는 사과의 양만 해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문경은 사과 생산량(재배면적)으로 보면 전국 6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은 영주, 안동, 의성, 청송, 충주 순입니다. 하지만 판매 수입(농가소득) 순위는 영주, 안동에 이어 문경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판매수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재배면적은 6위에 그치는데, 판매수익이 3위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만큼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죠. 문경 사과는 맛과 당도가 좋고, 소비자들에게 고품질 사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경 사과의 명성이 퍼지게 된 것도 결국 축제를 통해서입니다.”
신 시장은 “사과 외에도 문경의 오미자는 전국 생산량의 4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며 “사과, 오미자, 문경 한우 3가지가 문경의 주력 특산물”이라고 소개했다.
“약돌을 갈아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약돌한우’를 문경 한우의 고유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약돌돼지’는 이미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가은읍에서 생산되는 약돌은 게르마늄(Ge)·셀레늄(Se)·세륨(Ce)·홀뮴(Ho) 등의 특수성분을 함유한 거정질(巨晶質) 화강암(페그마타이트)입니다. 이것을 갈아 돼지에게 먹이니 고기에서 냄새가 안 나고 육질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소고기는 원래 냄새가 잘 안 나기 때문에 냄새 제거 효과는 돼지고기보다 약합니다. 하지만 약돌에 다양한 항생제 성분이 있어 항생제 대신 약돌 가루를 소 사료에 섞어 먹인 약돌한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현국 시장은 앞으로 문경을 영상·문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문경은 2009년부터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신 시장의 설명.
“현재 문경에는 사극 촬영장이 있지만, 문경에서 찍는 야외 촬영 분량은 평균 3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문경에 짓고 있는 영상문화복합단지가 완성되면 장르를 불문한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 제작이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영상·문화시설, 관광·레저·숙박시설, 체험시설 등이 들어서게 됩니다. 현재 1단계 사업이 착공되었는데, 2013년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문경은 동북아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신 시장은 “현재 문경의 관광은 1일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이 아쉽다”며 “앞으로 호텔, 콘도, 온천, 워터파크, 스키장, 골프장, 사파리 등의 관광 시설을 갖춰 문경을 명실상부한 관광 휴양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는 인구 10만~15만명 정도 수준의 도시 중에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많습니다. 문경도 궁극적으로 그런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처음 시장직에 취임한 2006년만 해도 문경은 활기가 없는 폐광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경은 인구도 늘고, 땅값과 아파트 값도 오르는 등 하루하루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 마음속에 ‘우리 문경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 같아 시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하지만 최근 문경이 문화·관광·체육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문경에서는 현재 국군체육부대(상무)의 이전 공사가 한창이다. 2015년에는 ‘세계군인체육대회’가 열릴 전망이다. ‘군인올림픽’으로 불리는 세계군인체육대회는 25개 종목에서 참가선수단 규모가 1만명이 넘는 대규모 국제대회다. 여태까지 국내에서 기초 자치단체 중 이 정도로 큰 규모의 국제체육대회 유치에 성공한 적은 없다.
문경을 찾는 관광객은 연간 500만명에 이른다. 이 중 문경새재를 찾는 관광객 숫자만 해도 연간 400만명이나 된다. 문경새재 관광지 내에 조성된 드라마 촬영장은 국내 대다수 사극(史劇)의 배경이 된 지 오래다. 문경은 드라마 촬영장에 그치지 않고, 아예 동북아 영상 문화산업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목표하에 거대한 규모의 영상문화복합단지를 조성 중이다.
문경의 활기는 가장 먼저 인구증가로 확인된다. 지난해 말 문경시의 인구는 가장 적었던 2007년 말의 7만4000여 명보다 2600여 명이 늘어났다. 문경 인구는 2008년 34년 만에 처음으로 증가세가 된 후 지금까지 3년 연속 증가하고 있다. 10만명 미만의 중소 농촌도시에서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찾기 어려운 사례다.
이러한 문경의 변화를 이끌고 있는 주인공은 신현국(申鉉國) 시장이다. 신 시장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되었다. 이후 2010년 지방선거 공천에 탈락하자 신 시장은 무소속으로 출마했고, 57%가 넘는 지지율로 재선(再選)에 성공했다. 서울에서 문경까지는 버스로 1시간30분이 걸렸다. 생각보다 가까웠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점촌·함창 IC를 빠져나가서 5분 안에 문경시로 직행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았다.
신 시장은 기자가 도착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세계군인체육대회’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3월 2일부터 1박2일간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실사단 5명이 문경을 방문해 현지 실사를 했습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 최종 개최지는 오는 5월 서울에서 개최되는 CISM 정기총회에서 133개 회원국의 투표로 결정되지만, 우리 문경이 99% 확정된 상태입니다. 메숫세릿(Mesut CERIT) 실사 단장이 직접 ‘문경 개최는 확정적’이라며 ‘A+를 줘도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했습니다.”
시장실 한쪽 벽면에 걸린 대형 벽걸이 TV에서는 실사 당시 문경 시민이 실사단을 환영하는 동영상이 방영되고 있었다. 실사단을 맞는 문경 시민의 환영 분위기는 평창의 동계올림픽 실사단 환영 열기에 뒤지지 않았다.
“실사단이 문경을 방문했을 때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무려 2만여 명의 시민이 연도에 나와 실사단을 환영했습니다. 현재 문경시 인구가 7만7000명인데 3분의 1이 나와서 환영을 한 것이죠. 문경시 역사상 가장 많은 인파가 모인 행사로 기록됐습니다. 시민의 열화와 같은 환영을 접한 실사단이 깜짝 놀라더군요. 실사를 마친 후 실사단장은 ‘감동적’, ‘환상적’, ‘충격적’이란 말로 소감을 밝혔습니다. 실사단장은 ‘이번 방문의 가장 큰 목적이 국제행사를 치르는 문경 시민들의 열의를 보기 위한 것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문경은 CISM 역사상 가장 준비가 잘된 개최 후보지로 평가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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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2일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CISM) 실사단이 문경을 방문하여 열렬한 환영을 받았다. 신현국 문경시장(맨 왼쪽)이 메숫세릿 실사단장(왼쪽 두 번째) 일행을 안내하고 있다. |
‘군인 올림픽’ 유치 성공
199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처음 열린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올해 7월 브라질에서 제5회 대회를 연다. 문경 유치가 유력한 제6회 대회는 2015년 5월 29일부터 6월 5일까지 8일간 치러진다. 이 대회를 주최하는 세계군인스포츠위원회는 벨기에 브뤼셀에 본부를 두고 있다. 이 단체는 133개 회원국을 두고 있다.
2015년 대회는 문경을 중심으로 상주, 김천, 안동, 영주, 포항 등 도내 6개 도시의 경기장과 연습장 등지에서 나눠 진행될 예정이다. 정식종목은 축구, 농구, 골프, 육상, 수영, 태권도, 복싱 등 25개이며, 육군 5종(수류탄 투척·장애물), 해군 5종(구명수영·수륙횡단), 공군 5종(탈출·사격 등)과 같은 일반 스포츠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군사종목이 포함돼 있다. 다음은 신 시장과의 일문일답.
―세계군인체육대회는 좀 생소합니다. 흥행성이 있는 대회인지요.
“있다마다요. 비교적 잘 알려진 유니버시아드 대회는 대학생들이 선수로 참여하는 대회입니다. 이에 비해 군인체육대회는 대한민국의 상무부대 선수처럼 각국의 수준급 선수들이 실력을 겨룹니다. 아프리카와 중동 국가들의 경우 국가대표 선수와 군인체육대회 대표 선수가 겹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와 군인체육대회 메달리스트가 중복되는 비율도 4분의 1에 달한다고 합니다.”
―2015년 대회는 문경이 단독으로 후보지 신청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경쟁도시가 8개나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사전에 치밀한 계획을 세워 유치 활동을 벌이자 모두 중도 포기했습니다. 사실상 우리가 사전에 모두 ‘아웃’시켰습니다. 특히 올해 대회(5회 브라질 대회) 결정 당시 터키가 근소한 표차로 브라질에 패했습니다. 분패한 터키는 2015년 대회(6회 대회)를 유치하려고 많은 준비를 했지만, 막상 문경의 상대가 안된다는 것을 알고 포기했습니다. 나머지 경쟁 후보 도시들도 비슷한 이유로 포기했습니다. 결국 우리가 경쟁도시들의 ‘기 꺾기’ 전략을 펼친 게 성공한 것이죠.”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를 유치하기 위해 벨기에 CISM 사무국을 방문해서 선전 활동을 펼치기도 하고, 동원할 수 있는 국내외의 인적 네트워크를 총동원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신 시장의 설명이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주관부서는 국방부입니다. 그러니까 정부와 우리 문경시가 혼연일체가 되어서 대회 유치에 성공한 것입니다. 우리는 2015년 대회 유치의 사전 포석 작업으로 2011년 CISM 총회가 서울에서 개최되도록 하는 데 많은 노력을 쏟았습니다. 2011년 총회에서 2015년 대회 개최지가 결정되거든요. 또한 우리는 기회가 날 때마다 CISM의 핵심 위원들에게 다음 개최지는 한국의 문경이라는 것을 알렸습니다. 경쟁도시들은 한국 정부와 문경시의 조직적인 유치 활동에 버거움을 느끼던 차에 CISM 총회까지 서울로 결정나자, ‘2015년 대회는 확실히 한국으로 가겠구나’하며 후보신청을 포기한 것입니다.”
신 시장은 “문경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기회였기 때문에 단독 후보 신청이었지만 끝까지 마음을 놓지 않고 대회 유치 준비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쏟아부었다”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의 경제적 효과는 얼마나 됩니까.
“당장 500~600세대 규모의 선수촌 아파트를 지어야 합니다. 또한 5성급 호텔도 유치할 계획입니다. 5성급 호텔은 현재 경북에서는 경주 외에는 없을 정도로 중소도시에서 짓기가 어렵습니다. 5성급 호텔이 문경에 들어서게 되면 앞으로 문경은 그야말로 관광 중심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인프라를 갖추게 되는 것입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는 대회 개최에 따른 직접적인 경제적 가치가 8000억원, 간접적 가치(방위산업 박람회 등)가 9000억원 등 모두 1조7000억원의 경제적인 효과가 발생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일자리도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4200개 정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를 계기로 ‘2013년 세계군인태권도 대회’ 유치에도 성공했다”며 “앞으로 꾸준한 국제적인 스포츠 대회 유치를 통해 문경의 위상이 높아지고, 지역경제가 크게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군인체육대회를 통해 지구상 유일의 분단국가인 한국의 현실과 우리의 평화 의지를 널리 알릴 계획입니다. 또한 경북 북부의 관광자원을 활성화하기 위해 다른 지자체와 연계해 다양한 문화·관광 프로그램을 마련 중입니다.”
국군체육부대 유치 평가에서 100점 만점 획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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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2년 12월 문경시 호계면에 들어설 국군체육부대 조감도. 45만 평 규모의 대지에 스포츠 인프라가 완벽하게 구축된다. |
국군체육부대의 이전으로 문경에는 45만 평(약 140만9000㎡) 규모에 야구장, 축구장, 실내경기장 등 국제규격을 갖춘 29개의 신설 경기장이 들어서게 된다. 공사비는 모두 4000억원 규모이며 2012년 완공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는 30% 정도 진척되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과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가 확정되면 문경은 스포츠 도시로 급부상하게 되는 것이다.
신 시장은 “세계군인체육대회는 국군체육부대의 경기장을 그대로 활용하기 때문에 낭비는 없고, 생산성은 높은 대회가 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 이야기가 나오자 신 시장은 할 말이 많은 듯 보였다.
“제가 시장에 취임하고 나서 국군체육부대가 지방으로 이전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하지만 그때는 이미 다른 3개 경쟁 시·군은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문경은 경쟁 시·군보다 무려 6개월이나 늦게 유치활동을 시작한 것이죠. 사실 저 자신조차 1%의 가능성도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국군체육부대를 유치했으니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습니다.”
신 시장은 “서울의 어떤 시설이 지방으로 이전된다고 하면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유치를 하려고 달려들기 때문에 경쟁이 상상을 초월한다”고 말했다.
“우리가 체육부대 유치 후보지 신청을 낼 때 경북에서는 이미 영주시가 준비를 마친 상태였습니다. 도지사님이 나서서 ‘우리 경북은 영주로 밀어주자’며 만류를 할 정도였어요. 저는 문경의 미래가 달린 일이었기 때문에 지사님께 ‘지켜봐 달라’며 정중하게 거절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후보지 신청을 하려고 보니 서류 제출일까지 기간이 일주일도 남지 않았더군요. 밤을 새워 서류를 준비하고 나서 간신히 접수를 했습니다. 정말 우여곡절 끝에 후보지 자격을 얻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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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9년 8월 가진 국군체육부대 시설공사 기공식 모습. |
“다른 시·군들은 수천만 원의 용역비를 들여 유치 신청서를 멋지게 만들었지만 우리는 그럴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저는 공직 생활을 오래 했기 때문에 어떤 보고서가 심사위원들의 눈에 잘 띄고, 감동을 이끌어내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짧은 시간이었지만, 사진을 풍부하게 써서 심사위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양적으로도 타 시·군의 보고서를 압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우리의 정성을 부각시켰습니다.”
신 시장은 “유치전이 끝난 후 국방부의 후보지별 최종 평가결과가 발표되자 깜짝 놀랐다”고 한다. 100점 만점에 문경시가 100점을 받은 것이다. 신 시장의 말이다.
“준비를 한 우리도 평가결과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100점 만점’이라는 것은 불가능한 점수라고 생각했거든요. 저는 ▲문경은 국토의 신(新) 중심지로 서울에서 1시간 반, 대구와 대전이 1시간 거리에 있어 교통과 접근성이 편리하다. ▲고산분지라서 스포츠 훈련의 최적지다. ▲후보지가 배산임수형의 정남향의 명당이다. ▲인근에 ‘진호 국제 양궁장’ 등 다양한 체육 기반 시설이 있다. ▲5분 거리에 종합병원, 학교, 시장 등 도시문화 생활권이 있다. ▲국군체육부대 이전을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것 등을 내세우며 유치에 총력을 기울였습니다.”
프레젠테이션 때 체육부대원 300명에게 큰절
―그렇다고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요. 무슨 비장의 무기라도 있었습니까.
“경쟁 시·군도 비슷한 조건을 내세웠기 때문에 힘든 싸움이었습니다. 비슷한 상황에서는 누가 진정성을 보이고, 상대를 감동시키고, 최선을 다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라집니다. 평가 마지막에 후보지의 시장과 군수님들이 직접 체육부대 관계자들 앞에서 30분 동안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하기 전 참석한 체육부대원 300명에게 큰절을 올렸습니다.”
―큰절이 효과를 본 것입니까.
“제가 발표 마지막 차례였습니다. 앞서 세 분의 시장·군수님들의 발표가 이미 90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청중이 상당히 지루해 할 시간이죠. 저는 이 상태로 그냥 발표를 하면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할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그래서 일단 분위기를 제 쪽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머리를 좀 썼습니다. 바로 큰절을 올리기로 한 것이죠. 저는 ‘절 좀 한다고 해서 체면이 깎이는 것도 아니고, 점수 따는 데 도움된다면 못할 게 뭐가 있느냐’는 마음으로 큰절을 했습니다.”
신 시장이 큰절을 하며 한참 동안 일어나지 않아도 청중으로부터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신 시장은 일어나서 “만약 국군체육부대가 문경으로 오면 지금 큰절을 한 정성으로 여러분을 잘 모시겠습니다”하고 웅변을 하듯이 큰소리로 외쳤다고 한다.
“그러자 ‘와~’하는 함성과 박수가 터져나오더군요. 지루하고 딱딱하던 프레젠테이션 자리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확 바뀌었습니다. 저는 더욱 신이 나서 발표를 했습니다. 마칠 때까지 박수를 5번 받았습니다. 물론 객관적인 여건에서도 문경이 우수한 점수를 받았겠지만, 평가에서 100점 만점을 받았다는 것은 심사하는 분들에게 진심 어린 감동을 주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군체육부대와 세계군인체육대회 유치에 성공하면서 느낀 점은 ‘지성(至誠)이면 감천(感天)’이라는 것입니다. 정말 정성을 가지고, 상대를 감동시키고, 진정성을 보여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국군체육부대 유치에 성공한 이후 신현국 시장은 크고 작은 각종 시설을 문경으로 유치하는 데 잇달아 성공한다. ▲STX 리조트 ▲서울대 병원 연수원 ▲숭실대 연수원 연구소 ▲글로벌 선진학교 문경 캠퍼스 유치 등이 그것이다. 그 밖에 알루텍 공장, 성신산업 철도차량 제조공장, 신세계엔지니어링 공장, 럭스코 태양광 모듈 문경 공장 등 크고 작은 제조 공장도 문경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했다.
신 시장은 “내가 취임한 후 국제체육대회와 대규모 연수원 시설, 공장 유치에 연속해서 성공하자 시민들이 저를 이른바 ‘유치의 달인’이라고 부르고 있다”며 겸연쩍은 표정을 지었다. 그는 “그동안 문경의 발전을 위해 노력했던 진심을 시민들이 알아주었기 때문에 지난 지방선거에서 비록 무소속으로 출마했지만 재선에 성공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객실이 200개나 되는 STX 리조트 유치도 제가 직접 나서서 성공했습니다. 이 리조트 유치 덕분에 ‘관광 문경’이란 팻말을 내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번 세계군인체육대회 만찬회에 이 시설이 없었으면 낭패를 볼 뻔했습니다. 서울대 병원 연수원은 공사비가 300억원 가깝게 투입되고, 객실이 200개가 넘습니다. 서울대 병원의 의사, 간호사, 일반 직원들이 연수원을 다녀가면 문경의 홍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문경에 미치는 직간접적인 경제 효과도 엄청나게 큽니다.”
―글로벌 선진학교는 무엇인지요.
“기독교 재단이 운영하는 특수학교로 글로벌 리더를 발굴하고 육성하기 위해 설립한 영어 대안 학교입니다. 올해 275명이 입학했습니다. 앞으로 전교생이 1000명 정도로 늘어날 예정입니다. 대한민국을 이끌어나갈 핵심 인물이 문경의 기를 받으며 자라고 있는 것이죠. 문경 같은 시골 도시에서 대형 기관과 학교를 유치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이 학교도 유치에 성공하기까지 참 힘든 일이 많았습니다. 이처럼 유치에 성공한 모든 사업 하나하나에 저와 우리 시청 직원들의 눈물겨운 노력이 배어 있습니다.”
“사과, 오미자, 한우를 문경 특산물로 육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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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경시는 관광객이 제일 많이 찾는 매년 10월 초부터 말까지 한 달 동안 사과축제를 개최한다. |
“문경은 예부터 전통 도자기가 발달한 곳입니다. 경기도 여주나 이천도 도자기가 유명하지만, 그쪽은 주로 생활 도자기를 많이 생산합니다. 이에 반해 문경은 전통·예술 도자기류를 주로 생산합니다. 전국 도예명장 일곱 명 중 세 명이 문경에 터를 잡고 있습니다. 그중 한 분이 ‘문경요’를 이은 천한봉 선생입니다. 찻사발 축제는 이런 문경의 전통 도자기 문화를 계승·발전시키기 위해 개최하는 것입니다. ‘2011년 전통 찻사발 축제’는 4월 30일부터 5월 8일까지 9일간 문경새재 일대에서 열립니다.”
도자기뿐 아니라 문경은 최근 사과 주산지로 부각되고 있다. 문경시는 문경산(産) 사과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매년 10월 사과축제를 개최한다. 한 달 내내 열리는 사과 축제도 신 시장이 기획했다. 사과 축제는 관광객이 많이 찾는 문경새재 일대에서 열린다. 신현국 시장은 “가을철 주말에는 하루에 1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문경새재를 찾는다”며 “이들이 현장에서 사가거나 나중에 택배로 주문하는 사과의 양만 해도 엄청나다”고 말했다.
“문경은 사과 생산량(재배면적)으로 보면 전국 6위에 불과합니다. 우리나라 사과 생산량은 영주, 안동, 의성, 청송, 충주 순입니다. 하지만 판매 수입(농가소득) 순위는 영주, 안동에 이어 문경이 3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작년에 판매수익이 1000억원을 돌파했습니다. 재배면적은 6위에 그치는데, 판매수익이 3위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만큼 비싸게 팔린다는 것이죠. 문경 사과는 맛과 당도가 좋고, 소비자들에게 고품질 사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문경 사과의 명성이 퍼지게 된 것도 결국 축제를 통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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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축제를 방문한 신현국 문경시장. |
“약돌을 갈아 섞은 사료를 먹여 키운 ‘약돌한우’를 문경 한우의 고유 브랜드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약돌돼지’는 이미 상당부분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가은읍에서 생산되는 약돌은 게르마늄(Ge)·셀레늄(Se)·세륨(Ce)·홀뮴(Ho) 등의 특수성분을 함유한 거정질(巨晶質) 화강암(페그마타이트)입니다. 이것을 갈아 돼지에게 먹이니 고기에서 냄새가 안 나고 육질도 부드러워졌습니다. 소고기는 원래 냄새가 잘 안 나기 때문에 냄새 제거 효과는 돼지고기보다 약합니다. 하지만 약돌에 다양한 항생제 성분이 있어 항생제 대신 약돌 가루를 소 사료에 섞어 먹인 약돌한우를 생산하고 있습니다.”
신현국 시장은 앞으로 문경을 영상·문화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를 위해 문경은 2009년부터 영상문화관광복합단지를 조성하고 있다. 신 시장의 설명.
“현재 문경에는 사극 촬영장이 있지만, 문경에서 찍는 야외 촬영 분량은 평균 30% 정도에 그치고 있습니다. 문경에 짓고 있는 영상문화복합단지가 완성되면 장르를 불문한 영화와 드라마, 뮤직비디오, 광고 제작이 모두 한곳에서 이루어질 수 있습니다. 이곳에는 영상·문화시설, 관광·레저·숙박시설, 체험시설 등이 들어서게 됩니다. 현재 1단계 사업이 착공되었는데, 2013년 완료될 예정입니다. 이 시설이 완공되면 문경은 동북아 문화 콘텐츠 산업의 전진기지가 될 것입니다.”
신 시장은 “현재 문경의 관광은 1일 관광에 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많이 아쉽다”며 “앞으로 호텔, 콘도, 온천, 워터파크, 스키장, 골프장, 사파리 등의 관광 시설을 갖춰 문경을 명실상부한 관광 휴양도시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해외에는 인구 10만~15만명 정도 수준의 도시 중에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가 많습니다. 문경도 궁극적으로 그런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처음 시장직에 취임한 2006년만 해도 문경은 활기가 없는 폐광촌이나 다름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문경은 인구도 늘고, 땅값과 아파트 값도 오르는 등 하루하루 활기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시민 마음속에 ‘우리 문경도 뭔가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 것 같아 시장으로서 큰 보람을 느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