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포공항, ‘2010년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중형공항 부문 1위, 전체 6위 차지
⊙ 7년 연속 흑자, 타임오프 등 勞使관계 원만하게 처리
⊙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내는 수익으로 11개 공항 적자 보전(補塡), 적자공항에 세금 안 들어가”
⊙ 베이징·동남아 근거리 국제선 확보, 항행안전장비 개발 및 수출, 공항운영 컨설팅으로 활로 모색
成始喆
⊙ 62세. 건국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국가정책과정)·
서울대 경영대학원(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병무청장·원호처장·교통부장관 비서관,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항공기술훈련원장,
부산지사장·기획본부장·관리본부장·부사장 역임.
⊙ 상훈; 은탑산업훈장 (2009년), 국가경쟁력대상 CEO최고대상(2009년).
⊙ 7년 연속 흑자, 타임오프 등 勞使관계 원만하게 처리
⊙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내는 수익으로 11개 공항 적자 보전(補塡), 적자공항에 세금 안 들어가”
⊙ 베이징·동남아 근거리 국제선 확보, 항행안전장비 개발 및 수출, 공항운영 컨설팅으로 활로 모색
成始喆
⊙ 62세. 건국대 경영학과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서울대 행정대학원(국가정책과정)·
서울대 경영대학원(최고경영자과정) 수료.
⊙병무청장·원호처장·교통부장관 비서관, 한국공항공사 울산지사장, 항공기술훈련원장,
부산지사장·기획본부장·관리본부장·부사장 역임.
⊙ 상훈; 은탑산업훈장 (2009년), 국가경쟁력대상 CEO최고대상(2009년).
한국공항공사(사장 성시철)의 영문(英文) 표기는 ‘Korea Airports Corporation’이다. ‘공항’을 단수(單數·Airport)가 아니라 복수(複數·Airports)로 표기한 데서도 알 수 있듯이 한국공항공사는 인천국제공항을 제외한 국내의 모든 공항을 관리하는 회사다. 한국공항공사가 관리하는 공항은 김포·김해·제주·대구·광주·청주·양양·무안·울산·여수·사천·포항·군산·원주공항 등 모두 14개. 항공기 안전운항을 책임지는 10개 항공무선표지소를 관리하는 항로시설본부와 항공 전문 인력을 육성하는 항공기술훈련원을 운영하는 것도 이 회사의 몫이다.
한국공항공사의 전신(前身)은 1980년 설립된 국제공항관리공단.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 국제선 기능이 인천공항으로 옮겨간 이듬해인 2002년 한국공항공사로 재(再)출발했다.
성시철(成始喆·62)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국제공항관리공단 창립 직후부터 31년을 이 회사와 함께해 왔다. 그동안 그가 거친 공사 내 보직은 모두 19개. 우리나라 공(公)기업 CEO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낙하산’이라는 말은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하지만 2008년 성시철 사장이 CEO 자리에 올랐을 때, 한국공항공사는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생긴 것이 원인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던 김포공항은 약간의 국제선 기능을 갖춘 국내선 위주의 공항이 됐다. 핵심인력을 포함해 이 회사 인력의 20%가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옮겨갔다. 김포공항 시설의 77%가 유휴시설이 됐다. 회사 수익은 70% 가까이 줄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그가 이사가 되어 공항운영본부장·관리본부장을 맡으면서 회사 경영의 중추가 된 무렵이었다. 이후 그에게는 ‘껍데기만 남고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어져 가는’ 회사를 살리는 임무가 맡겨졌다.
그 후 10년. 김포공항은 죽지 않았다. 지난 1월 15일 김포공항은 국제공항협회(ACI)의 ‘2010년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중형공항(연간 이용객 기준 1500만~2500만명인 공항)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중형공항 부문 평가에 참여한 공항은 모두 23개였다. 김포공항은 종합평가에서도 평가대상 151개 공항 중 6위를 차지했다.
김포공항뿐이 아니다. 김포공항 등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도 정부가 시행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최상위 수준인 ‘우수등급’을 획득했고, 3년 연속으로 한국능률협회 주관 ‘한국의 경영대상’ 종합대상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및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도 2년 연속으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1월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2011년도 경영자율권 신규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만한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7년 연속 흑자(黑字)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에는 매출액 4853억원, 당기순이익 593억원(예상)을 기록했다. 금년에는 9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 및 보안분야에서도 5년 연속 사고율 ‘0’를 기록하고 있다.
공항터미널에 병원 등 유치
봄기운이 느껴지기 시작하던 2월말 성시철 한국공항공사 사장을 만났다.
―여기서만 30년 넘게 일하다가 사장까지 올랐으니, ‘낙하산’ 소리는 안 듣겠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가 내부 업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섭이 심하다’ ‘결재받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업무를 해 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탄력성 있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인천공항 개항 후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는 쇼핑센터가 될 뻔했다면서요.
“사실 김포공항을 국내선 공항으로만 운영한다면, 연간 33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현재의 국내선 청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경우 소용이 없어지는 국제선 청사는 전부 상업시설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수도권 인구가 1000만명 이상 되는 경우에는 대개 투 포트(Two Port) 시스템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개나 돌발사태 등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김포공항에 국제선 예비기능을 남겨 두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선 청사의 반은 남기고 나머지 반은 상업시설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스카이시티’ 사업. 1단계는 김포공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E-마트, 아웃렛, 영화관 CGV, 컨벤션센터, 그리고 척추전문병원인 서울우리들병원(구 김포공항우리들병원) 등이 들어왔다. 특히 국제선 화물터미널 청사 자리에 들어온 우리들병원은 국내는 물론 해외환자들까지 유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의료관광’의 성공사례가 된 것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는 국제선 청사 전면(前面)의 녹지지역 19만4874㎡(5만9000여평)에 복합문화 공간인 스카이파크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하 5층, 지상 9층으로 구성되는 스카이파크에는 롯데호텔과 롯데마트, 영화관 등이 들어온다. 올해 10월이면 건물공사 및 테마공원 조성이 끝나고 문을 열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기 이착륙 안전 및 소음 완충을 위한 목적으로 공항 외곽에 확보해 놓은 99만5896㎡(약 30만평)의 녹지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치면 내년에 공사에 들어가 2013년 마친다.
이처럼 유휴시설을 수익사업에 활용하면서, 금년도 예산 가운데 한국공항공사 수익에서 비(非)항공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3.6%에 달하게 됐다.
타임오프 등 원만하게 해결
이와 함께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전(全) 직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305명의 정원 감축을 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노사(勞使)관계. 낙하산으로 내려온 CEO들이 노조(勞組)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일부 내주는 노사협약을 체결하거나 과도한 복지혜택을 주는 일이 흔했다.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2009년 12월 경영권 및 인사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단체협약 31개 조항을 고치고 55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대폭적인 개정을 했다. 작년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임에도 보충협약을 통하여 창립기념일을 휴일에서 삭제했다.
노동계의 현안인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근로면제시간을 고용노동부 고시(告示)보다 2000시간 적은 8000시간으로 합의했다. 근로시간면제 대상자는 풀타임 3명, 파트타임 3명으로 고용노동부 고시보다 파트타임 대상자를 1명 적게 합의했다.
성시철 사장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맺어 온 것에 대해 “제가 30여년 간 이 회사에 있다 보니 회사업무와 직원들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노조와도 스스럼없는 대화가 가능했고, 과거 IMF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립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의 결속력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이용승객의 70%가 비즈니스맨
하지만 한국공항공사의 본업은 역시 공항운영. 아무리 부대시설을 잘 활용하고, 구조조정을 열심히 해도, 공항이 살아야 회사의 존재가치가 있게 된다.
다행히 한국공항공사의 주축인 김포공항이 살아났다. 김포공항은 작년에 1440만명의 국내선 여객과 316만명의 국제선 여객을 처리했다(인천공항은 국내선 53만명, 국제선 3294만명). 현재 김포공항은 국내 7개 노선 하루 300편, 국제 4개 노선 하루 48편을 운항하고 있다(인천공항은 국내선 3개 노선 하루 6편, 국제선은 170개 노선 하루 602편).
김포공항의 강점은 서울 도심과 가깝다는 점이다. 특히 2009년 7월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김포공항~논현동) 개통과 작년 12월 코레일공항철도 완공은 김포공항으로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성시철 사장은 “도심에서 접근하는 시간이 30~40분, 비용이 1달러 이내인 공항은 세계적으로 김포공항이 유일하다”면서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김포공항을 ‘비즈포트(Biz-Port)’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중 70% 이상이 비즈니스맨이다. 덕분에 2003년 60만명이던 김포공항의 국제선 여객은 연평균 22%씩 신장했고, 평균 탑승률은 83%를 넘어섰다.
특히 김포-하네다 노선은 김포공항의 ‘효자(孝子)노선’이다. 2003년 생긴 이 노선은 새로 출발한 김포공항의 첫 번째 국제노선이었다. 김포공항과 마찬가지로 하네다 공항도 도쿄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큰 장점이다. 두 공항의 강점이 만나면서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편수는 2006년 5836편에서 2010년 6323편으로, 승객은 141만4537명에서 188만4512명으로, 탑승률은 74.0%에서 87.9%로 높아졌다. 성시철 사장은 “김포-하네다 노선은 프레스티지 좌석이 먼저 예약이 끝날 정도의 황금노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포공항에서 나가는 국제선은 일본 하네다 노선 외에도 오사카(2009년)·나고야(2010년) 노선, 중국 상하이 홍차오(2009년) 노선이 있다. 성시철 사장의 바람은 김포-베이징 노선이 열리는 것이다. 그는 “정부간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김포-베이징 노선이 열리면 반경 2000㎞ 안에 있는 서울-베이징-도쿄가 1일 생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의 또 다른 강점은 선진화된 공항운영 시스템이다. 앞에서 언급한 ‘2010년 세계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김포공항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동출입국심사 등 u-Airport 시설 덕분에 국제선 출국 소요시간은 15분54초, 입국 소요시간은 10분15초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16분 입국 12분보다도 빠른 것이다. 이 부문의 국제기준은 출국 60분 입국 45분, 우리 정부의 권고기준은 출국 45분 입국 40분이다.
“마을버스도 보조금 주는데…”
2010년의 경우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선 공항의 이용객 수는 4041만명. 저가항공사 운항 증가, 제주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전년(前年) 대비 운항은 0.4% 줄었지만, 여객은 11.9% 증가했다. 같은 해 국제선 이용객은 731만명으로 국제선도 세계경기 회복, 국제선 증편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운항은 20.5%, 여객은 30.6% 증가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에는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구석이 있다. 바로 흑자를 보는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의 만성적인 적자(赤字)문제다. 성시철 사장에 의하면 3개 흑자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에서는 각각 연간 11억~70억원, 모두 합쳐서 48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공항의 적자문제는 공사나 성 사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은 문을 닫은 예천공항이 ‘유학성 공항’이라고 불렸고, 무안공항이 ‘한화갑 공항’이라고 불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공항들은 ‘정권실세’를 등에 업은 ‘정치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적자공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인지, 성시철 사장은 “적자공항이 아니라 공익(公益)공항으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지방민의 교통편의, 지역균형 발전, 안보상의 이유(김해·대구·청주·광주·사천·포항·군산·원주공항은 군비행장이기도 함)로 유지하는 공항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항이 전부 흑자를 내는 나라는 없어요. 우리나라나 외국 할 것 없이 교통사업에 국가에서 보조를 해 주는 경우는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철도의 경우, 과거 경부선에서 흑자를 내서 중앙선·호남선·장항선 등을 운영했습니다. 지금도 도서(島嶼)지방을 운항하는 여객선에는 나라에서 보조금을 주잖아요? 지방자치단체서 보조금을 줘 가면서 마을버스가 제 시간에 운행되도록 하는 것이나 서울시가 버스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도 주민의 교통복지를 위해서입니다. 공익공항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성 사장은 “얼마 전 한 용역연구 결과에 의하면 양양·울산·여수공항에서 연간 2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나지만, 이들 공항을 유지하는 데서 나오는 경제적 유발효과는 6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공익공항에 세금 안 들어간다”
―아무리 ‘공익공항’이라고 해도 국민의 혈세(血稅)를 쏟아부어 가면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공익공항에는 세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내는 흑자로 적자를 메우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공항을 유지하기 위해 조례(條例)를 제정해 자기 지역 여행사가 항공기 승객을 모집해 오면 보조금을 주거나, 일정 탑승률 미만인 경우 좌석권을 구매해 주는 경우는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항공사에 연간 1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양양공항에 주 4편의 국제선을 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에 접근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있느냐가 개최지 결정의 중요한 요소거든요.”
―그래도 적자공항의 구조조정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청주공항의 민항시설(터미널, 계류장, 주차장 등) 운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10일 공항운영권 예비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2개 업체가 등록했습니다. 4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6월 말까지는 매각계약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선정되는 업체는 30년간 공항 운영권을 갖게 됩니다. 능력 있는 민간업체가 운영권을 맡게 되면, 특화(特化)된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청주공항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방공항 중에는 과감하게 문을 닫는 공항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일 쟁점이 되는 것이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통합 문제입니다. 2008년 무안공항을 열 때 일단 무안공항은 국제선, 광주공항은 국내선으로 하되,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면 광주공항의 국내선 기능도 무안공항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공항 국내선 탑승객의 80%가 광주시민인 상황에서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가 나서서 수차례 조정을 꾀했지만, 잘 안되네요. 우리 공사로서는 두 공항이 통합되면 연간 4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장기적으로 두 공항을 합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결정할 문제죠. 밀양으로 가건 부산 가덕도로 가건 간에 동남권 신공항이 생기면, 우리 공사가 운영하는 공항 가운데 대구·울산·포항·김해·사천공항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로서는 신공항 건설에 참여해서 투자도 하고 운영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KTX의 도전
한국공항공사, 국내선 항공에는 또 하나의 커다란 도전자가 있다. 바로 작년 10월 2단계 개통(동대구~부산 130.8㎞)을 완료한 KTX가 바로 그것이다. KTX 2단계 개통으로 부산~서울 소요시간은 2시간40분에서 2시간18분으로 22분 단축됐다.
2010년 6월에 나온 한 자료에 의하면 KTX 2단계 개통시 김포공항을 비롯해 김해·울산·포항노선의 항공수요는 24~25%, 한국공항공사의 수익은 연간 65억원(착륙료 18억원, 여객이용료 4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KTX 2단계 개통 이후 16주가 경과한 지난 2월 20일 현재 김포-김해노선 수요는 전년동기(前年同期) 대비 0.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김포-포항노선은 21.1%, 김포-울산노선은 37%나 감소했다.
성시철 사장은 “어차피 국내선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김포공항 비즈포트화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동남아 근(近)거리 노선을 확충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은 공사가 개발한 각종 항행안전장비의 수출과 해외공항운영 컨설팅.
한국공항공사는 항공기 이착륙에 필수안전시설인 계기착륙시설(ILS) 등 항행안전장비 8종을 자체 개발 완료했고, 현재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 등 3종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국방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TACAN은 작년 11월 시제품(試製品) 개발을 끝냈고, 올해 안으로 상용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ILS 등의 개발로 인한 수입대체효과는 124억여 원.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에 47대를 수출해 114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는 2010년 세계적인 시장조사 및 컨설팅회사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 (Frost & Sullivan)’사(社)가 주관하는 ‘올해의 항행안전시설 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성시철 사장은 “2015년까지 항행안전장비 분야에서 세계 3대 메이커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30년간의 공항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공항 컨설팅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2007년에는 몬테네그로 티밧공항 시설개선사업에 참여했고, 2009년 11월부터는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 개선사업 사전(事前)타당성 조사 및 기술자문 용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콜롬비아 항공청에서 발주한 콜롬비아 북·동부지역 6개 공항 운영컨설팅 사업(15년간)을 수주했다.
성시철 사장은 “우리는 200만명에서부터 1500만명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항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면서 “동남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는 그런 중소 규모의 공항이 많은데, 이들 나라에 항행안전장비를 수출하고 운영 및 기술 컨설팅을 해 주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의 전신(前身)은 1980년 설립된 국제공항관리공단.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문을 열면서 국제선 기능이 인천공항으로 옮겨간 이듬해인 2002년 한국공항공사로 재(再)출발했다.
성시철(成始喆·62) 한국공항공사 사장은 국제공항관리공단 창립 직후부터 31년을 이 회사와 함께해 왔다. 그동안 그가 거친 공사 내 보직은 모두 19개. 우리나라 공(公)기업 CEO들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는 ‘낙하산’이라는 말은 그와는 거리가 먼 얘기다.
하지만 2008년 성시철 사장이 CEO 자리에 올랐을 때, 한국공항공사는 커다란 어려움에 처해 있었다. 2001년 인천국제공항이 생긴 것이 원인이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공항이던 김포공항은 약간의 국제선 기능을 갖춘 국내선 위주의 공항이 됐다. 핵심인력을 포함해 이 회사 인력의 20%가 인천국제공항공사로 옮겨갔다. 김포공항 시설의 77%가 유휴시설이 됐다. 회사 수익은 70% 가까이 줄어들었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그가 이사가 되어 공항운영본부장·관리본부장을 맡으면서 회사 경영의 중추가 된 무렵이었다. 이후 그에게는 ‘껍데기만 남고 국민들의 뇌리에서 잊어져 가는’ 회사를 살리는 임무가 맡겨졌다.
그 후 10년. 김포공항은 죽지 않았다. 지난 1월 15일 김포공항은 국제공항협회(ACI)의 ‘2010년 세계공항서비스평가’(ASQ)에서 중형공항(연간 이용객 기준 1500만~2500만명인 공항)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중형공항 부문 평가에 참여한 공항은 모두 23개였다. 김포공항은 종합평가에서도 평가대상 151개 공항 중 6위를 차지했다.
김포공항뿐이 아니다. 김포공항 등을 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도 정부가 시행한 공기업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2년 연속 최상위 수준인 ‘우수등급’을 획득했고, 3년 연속으로 한국능률협회 주관 ‘한국의 경영대상’ 종합대상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의 청렴도 측정 및 부패방지 시책평가에서도 2년 연속으로 최우수기관으로 선정됐다. 지난 1월에는 기획재정부로부터 ‘2011년도 경영자율권 신규기관’으로 선정됐다.
한국공항공사가 이런 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그만한 ‘실적’이 있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7년 연속 흑자(黑字)를 기록하고 있다. 2010년에는 매출액 4853억원, 당기순이익 593억원(예상)을 기록했다. 금년에는 91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안전 및 보안분야에서도 5년 연속 사고율 ‘0’를 기록하고 있다.
공항터미널에 병원 등 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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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객만족 원패스(One pass) 시설을 둘러보는 성시철 사장. 선진운영시스템에 힘입어 김포공항은 2010년 ASQ평가에서 중형공항 부문 1위를 차지했다. |
―여기서만 30년 넘게 일하다가 사장까지 올랐으니, ‘낙하산’ 소리는 안 듣겠습니다.
“직원들 입장에서는 제가 내부 업무를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간섭이 심하다’ ‘결재받기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다른 한편으로는 많은 업무를 해 봤기 때문에 시행착오를 줄이고, 탄력성 있게 일을 해 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을 겁니다.”
―인천공항 개항 후 김포공항 국제선 청사는 쇼핑센터가 될 뻔했다면서요.
“사실 김포공항을 국내선 공항으로만 운영한다면, 연간 3300만명의 여객을 처리할 수 있는 현재의 국내선 청사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그 경우 소용이 없어지는 국제선 청사는 전부 상업시설로 바뀌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외국의 경우를 보면, 수도권 인구가 1000만명 이상 되는 경우에는 대개 투 포트(Two Port) 시스템으로 하고 있습니다. 결국 안개나 돌발사태 등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할 수 없는 경우에 대비해 김포공항에 국제선 예비기능을 남겨 두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국제선 청사의 반은 남기고 나머지 반은 상업시설로 개발하기로 했습니다.”
이것이 ‘스카이시티’ 사업. 1단계는 김포공항의 유휴공간을 활용하는 사업으로, E-마트, 아웃렛, 영화관 CGV, 컨벤션센터, 그리고 척추전문병원인 서울우리들병원(구 김포공항우리들병원) 등이 들어왔다. 특히 국제선 화물터미널 청사 자리에 들어온 우리들병원은 국내는 물론 해외환자들까지 유치하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의료관광’의 성공사례가 된 것이다.
현재 한국공항공사는 국제선 청사 전면(前面)의 녹지지역 19만4874㎡(5만9000여평)에 복합문화 공간인 스카이파크 조성 사업을 진행 중이다. 지하 5층, 지상 9층으로 구성되는 스카이파크에는 롯데호텔과 롯데마트, 영화관 등이 들어온다. 올해 10월이면 건물공사 및 테마공원 조성이 끝나고 문을 열 전망이다.
한국공항공사는 항공기 이착륙 안전 및 소음 완충을 위한 목적으로 공항 외곽에 확보해 놓은 99만5896㎡(약 30만평)의 녹지에 18홀 규모의 대중골프장을 조성하는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올 상반기 중 국토해양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와 환경영향평가 등을 마치면 내년에 공사에 들어가 2013년 마친다.
이처럼 유휴시설을 수익사업에 활용하면서, 금년도 예산 가운데 한국공항공사 수익에서 비(非)항공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63.6%에 달하게 됐다.
타임오프 등 원만하게 해결
이와 함께 한국공항공사는 2009년 전(全) 직원의 약 15%에 해당하는 305명의 정원 감축을 하는 등 구조조정에도 노력을 기울였다.
우리나라 공기업의 고질적인 문제 중 하나는 노사(勞使)관계. 낙하산으로 내려온 CEO들이 노조(勞組)와 타협(?)하는 과정에서 경영권을 일부 내주는 노사협약을 체결하거나 과도한 복지혜택을 주는 일이 흔했다.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2009년 12월 경영권 및 인사권을 제한하는 불합리한 단체협약 31개 조항을 고치고 55개 조항을 삭제하는 등 대폭적인 개정을 했다. 작년에는 단체협약 유효기간임에도 보충협약을 통하여 창립기념일을 휴일에서 삭제했다.
노동계의 현안인 타임오프제와 관련해, 한국공항공사 노사는 근로면제시간을 고용노동부 고시(告示)보다 2000시간 적은 8000시간으로 합의했다. 근로시간면제 대상자는 풀타임 3명, 파트타임 3명으로 고용노동부 고시보다 파트타임 대상자를 1명 적게 합의했다.
성시철 사장은 원만한 노사관계를 맺어 온 것에 대해 “제가 30여년 간 이 회사에 있다 보니 회사업무와 직원들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노조와도 스스럼없는 대화가 가능했고, 과거 IMF사태, 인천국제공항공사 설립 등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직의 결속력이 강해졌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포공항 이용승객의 70%가 비즈니스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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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하철 5호선과 9호선, 공항철도가 통과하는 김포공항은 도심에서 30~40분 내에 1달러 이내의 비용으로 접근할 수 있다. |
다행히 한국공항공사의 주축인 김포공항이 살아났다. 김포공항은 작년에 1440만명의 국내선 여객과 316만명의 국제선 여객을 처리했다(인천공항은 국내선 53만명, 국제선 3294만명). 현재 김포공항은 국내 7개 노선 하루 300편, 국제 4개 노선 하루 48편을 운항하고 있다(인천공항은 국내선 3개 노선 하루 6편, 국제선은 170개 노선 하루 602편).
김포공항의 강점은 서울 도심과 가깝다는 점이다. 특히 2009년 7월 서울지하철 9호선 1단계 구간(김포공항~논현동) 개통과 작년 12월 코레일공항철도 완공은 김포공항으로의 접근성을 더욱 높였다.
성시철 사장은 “도심에서 접근하는 시간이 30~40분, 비용이 1달러 이내인 공항은 세계적으로 김포공항이 유일하다”면서 “이러한 강점을 바탕으로 김포공항을 ‘비즈포트(Biz-Port)’로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김포공항을 이용하는 승객 중 70% 이상이 비즈니스맨이다. 덕분에 2003년 60만명이던 김포공항의 국제선 여객은 연평균 22%씩 신장했고, 평균 탑승률은 83%를 넘어섰다.
특히 김포-하네다 노선은 김포공항의 ‘효자(孝子)노선’이다. 2003년 생긴 이 노선은 새로 출발한 김포공항의 첫 번째 국제노선이었다. 김포공항과 마찬가지로 하네다 공항도 도쿄 도심으로의 접근성이 큰 장점이다. 두 공항의 강점이 만나면서 김포-하네다 노선 운항편수는 2006년 5836편에서 2010년 6323편으로, 승객은 141만4537명에서 188만4512명으로, 탑승률은 74.0%에서 87.9%로 높아졌다. 성시철 사장은 “김포-하네다 노선은 프레스티지 좌석이 먼저 예약이 끝날 정도의 황금노선”이라고 말했다.
현재 김포공항에서 나가는 국제선은 일본 하네다 노선 외에도 오사카(2009년)·나고야(2010년) 노선, 중국 상하이 홍차오(2009년) 노선이 있다. 성시철 사장의 바람은 김포-베이징 노선이 열리는 것이다. 그는 “정부간 협상을 해야 하는 문제이긴 하지만, 김포-베이징 노선이 열리면 반경 2000㎞ 안에 있는 서울-베이징-도쿄가 1일 생활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포공항의 또 다른 강점은 선진화된 공항운영 시스템이다. 앞에서 언급한 ‘2010년 세계공항 서비스 평가’에서 김포공항이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자동출입국심사 등 u-Airport 시설 덕분에 국제선 출국 소요시간은 15분54초, 입국 소요시간은 10분15초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출국 16분 입국 12분보다도 빠른 것이다. 이 부문의 국제기준은 출국 60분 입국 45분, 우리 정부의 권고기준은 출국 45분 입국 40분이다.
“마을버스도 보조금 주는데…”
2010년의 경우 한국공항공사가 운영하고 있는 국내선 공항의 이용객 수는 4041만명. 저가항공사 운항 증가, 제주 관광객 증가 등으로 전년(前年) 대비 운항은 0.4% 줄었지만, 여객은 11.9% 증가했다. 같은 해 국제선 이용객은 731만명으로 국제선도 세계경기 회복, 국제선 증편 등의 영향으로 전년 대비 운항은 20.5%, 여객은 30.6% 증가했다.
이런 실적에도 불구하고 한국공항공사에는 남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아픈 구석이 있다. 바로 흑자를 보는 김포·김해·제주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11개 공항의 만성적인 적자(赤字)문제다. 성시철 사장에 의하면 3개 흑자공항을 제외한 나머지 공항에서는 각각 연간 11억~70억원, 모두 합쳐서 480억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다고 한다.
물론 이들 공항의 적자문제는 공사나 성 사장의 책임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금은 문을 닫은 예천공항이 ‘유학성 공항’이라고 불렸고, 무안공항이 ‘한화갑 공항’이라고 불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이 공항들은 ‘정권실세’를 등에 업은 ‘정치논리’에 의해 만들어진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적자공항’이라는 따가운 눈총을 의식해서인지, 성시철 사장은 “적자공항이 아니라 공익(公益)공항으로 불러 달라”고 주문했다. 지방민의 교통편의, 지역균형 발전, 안보상의 이유(김해·대구·청주·광주·사천·포항·군산·원주공항은 군비행장이기도 함)로 유지하는 공항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느 나라도 공항이 전부 흑자를 내는 나라는 없어요. 우리나라나 외국 할 것 없이 교통사업에 국가에서 보조를 해 주는 경우는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철도의 경우, 과거 경부선에서 흑자를 내서 중앙선·호남선·장항선 등을 운영했습니다. 지금도 도서(島嶼)지방을 운항하는 여객선에는 나라에서 보조금을 주잖아요? 지방자치단체서 보조금을 줘 가면서 마을버스가 제 시간에 운행되도록 하는 것이나 서울시가 버스사업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것도 주민의 교통복지를 위해서입니다. 공익공항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해 주면 좋겠습니다.”
성 사장은 “얼마 전 한 용역연구 결과에 의하면 양양·울산·여수공항에서 연간 200억원 가량의 적자가 나지만, 이들 공항을 유지하는 데서 나오는 경제적 유발효과는 6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공익공항에 세금 안 들어간다”
―아무리 ‘공익공항’이라고 해도 국민의 혈세(血稅)를 쏟아부어 가면서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요.
“공익공항에는 세금이 들어가지 않습니다. 김포·김해·제주공항에서 내는 흑자로 적자를 메우고 있습니다.
다만 지방자치단체에서 지방공항을 유지하기 위해 조례(條例)를 제정해 자기 지역 여행사가 항공기 승객을 모집해 오면 보조금을 주거나, 일정 탑승률 미만인 경우 좌석권을 구매해 주는 경우는 있습니다. 평창동계올림픽을 추진하고 있는 강원도에서는 항공사에 연간 10억원의 보조금을 지급해 양양공항에 주 4편의 국제선을 띄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동계올림픽 개최지에 접근할 수 있는 국제공항이 있느냐가 개최지 결정의 중요한 요소거든요.”
―그래도 적자공항의 구조조정은 필요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청주공항의 민항시설(터미널, 계류장, 주차장 등) 운영권 매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2월 8~10일 공항운영권 예비인수의향서를 접수한 결과 2개 업체가 등록했습니다. 4월 중으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6월 말까지는 매각계약을 완료할 계획입니다. 선정되는 업체는 30년간 공항 운영권을 갖게 됩니다. 능력 있는 민간업체가 운영권을 맡게 되면, 특화(特化)된 마케팅 활동 등을 통해 청주공항이 더 발전할 수 있게 되리라 믿습니다.”
―지방공항 중에는 과감하게 문을 닫는 공항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지금 제일 쟁점이 되는 것이 무안공항과 광주공항의 통합 문제입니다. 2008년 무안공항을 열 때 일단 무안공항은 국제선, 광주공항은 국내선으로 하되, 광주-무안 간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나면 광주공항의 국내선 기능도 무안공항으로 이전할 계획이었습니다. 하지만 광주공항 국내선 탑승객의 80%가 광주시민인 상황에서 광주시와 전라남도의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토해양부가 나서서 수차례 조정을 꾀했지만, 잘 안되네요. 우리 공사로서는 두 공항이 통합되면 연간 40억원을 절감할 수 있게 됩니다. KTX 호남선이 개통되면 장기적으로 두 공항을 합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건 우리가 뭐라고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닙니다. 정부가 결정할 문제죠. 밀양으로 가건 부산 가덕도로 가건 간에 동남권 신공항이 생기면, 우리 공사가 운영하는 공항 가운데 대구·울산·포항·김해·사천공항이 영향을 받게 됩니다. 우리로서는 신공항 건설에 참여해서 투자도 하고 운영도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KTX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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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공항공사는 작년 11월 콜롬비아 항공청에서 발주한 6개 공항 운영컨설팅 사업을 수주했다. 맨 왼쪽이 성시철 사장. |
2010년 6월에 나온 한 자료에 의하면 KTX 2단계 개통시 김포공항을 비롯해 김해·울산·포항노선의 항공수요는 24~25%, 한국공항공사의 수익은 연간 65억원(착륙료 18억원, 여객이용료 47억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KTX 2단계 개통 이후 16주가 경과한 지난 2월 20일 현재 김포-김해노선 수요는 전년동기(前年同期) 대비 0.2% 감소하는 데 그쳤지만, 김포-포항노선은 21.1%, 김포-울산노선은 37%나 감소했다.
성시철 사장은 “어차피 국내선 수요는 계속 줄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김포공항 비즈포트화에 더욱 힘을 기울이고 동남아 근(近)거리 노선을 확충하는 한편, 새로운 수익모델을 개발해 어려움을 타개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새로운 수익모델은 공사가 개발한 각종 항행안전장비의 수출과 해외공항운영 컨설팅.
한국공항공사는 항공기 이착륙에 필수안전시설인 계기착륙시설(ILS) 등 항행안전장비 8종을 자체 개발 완료했고, 현재 전술항행표지시설(TACAN) 등 3종의 개발을 추진 중에 있다. 국방분야에서도 활용 가능성이 높은 TACAN은 작년 11월 시제품(試製品) 개발을 끝냈고, 올해 안으로 상용제품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ILS 등의 개발로 인한 수입대체효과는 124억여 원. 이미 사우디아라비아 등 12개국에 47대를 수출해 114억원의 외화를 벌어들였다.
이러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한국공항공사는 2010년 세계적인 시장조사 및 컨설팅회사인 ‘프로스트 앤드 설리번 (Frost & Sullivan)’사(社)가 주관하는 ‘올해의 항행안전시설 개발자상’을 수상했다. 성시철 사장은 “2015년까지 항행안전장비 분야에서 세계 3대 메이커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공항공사는 지난 30년간의 공항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공항 컨설팅 사업도 추진 중이다. 지난 2007년에는 몬테네그로 티밧공항 시설개선사업에 참여했고, 2009년 11월부터는 필리핀 세부 막탄공항 개선사업 사전(事前)타당성 조사 및 기술자문 용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작년 11월에는 콜롬비아 항공청에서 발주한 콜롬비아 북·동부지역 6개 공항 운영컨설팅 사업(15년간)을 수주했다.
성시철 사장은 “우리는 200만명에서부터 1500만명까지 다양한 규모의 공항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면서 “동남아나 중남미, 아프리카 등에는 그런 중소 규모의 공항이 많은데, 이들 나라에 항행안전장비를 수출하고 운영 및 기술 컨설팅을 해 주면, 새로운 수익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