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경제연구소, 서울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 21조~24조원으로 분석
⊙ 미국 경제의 강점은 復原力…현재의 위상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
⊙ 서울 정상회의는 G7 국가 밖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
司空壹
⊙ 1940년생.
⊙ 경북중·고,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UCLA대 대학원 석사·박사.
⊙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 산업연구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재무부장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 고려대 석좌교수. 現 한국무역협회 회장.
⊙ 미국 경제의 강점은 復原力…현재의 위상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
⊙ 서울 정상회의는 G7 국가 밖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
司空壹
⊙ 1940년생.
⊙ 경북중·고, 서울대 상대 졸업. 미국UCLA대 대학원 석사·박사.
⊙ 미국 뉴욕대 경제학 교수, 산업연구원장, 청와대 경제수석 비서관, 재무부장관,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 제17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 위원장,
국가경쟁력강화 위원장, 고려대 석좌교수. 現 한국무역협회 회장.
서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지난 11월 12일 ‘서울 선언’을 채택하면서 막을 내렸다. 11일부터 이틀간 열린 G20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은 세계 경제가 강하고 지속가능한 균형 성장을 달성할 수 있도록 공조하자는 ‘서울 액션 플랜’에 합의했다.
주요국 간 가장 이견이 컸던 환율 문제 등 회의 성과와 관련, ‘진전’과 ‘임시 봉합’이라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세계 외교 무대에서 변방에 있던 대한민국이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 등 G7 국가 밖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향상’이라는 성과를 안겨준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로 지난해 11월부터 바쁜 시간을 보낸 사공일(司空壹)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일요일인 11월 14일 오전에 만났다.
그동안 G7, G20 등 전 세계 주요 국가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같은 상설기구가 설치된 적은 없었다. 정부는 서울이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후 청와대·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 등에 산재돼 있던 관련 조직을 일원화하고, 국내외 전문가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2009년 11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발족 후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사공일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같은 상설기구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 G20 정상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됐고, 성공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가 IMF 개혁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선진국들의 IMF 지분 중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고 유럽 국가들이 가진 9명의 이사 의석 중 2석을 신흥개도국들에 양보하는 IMF 개혁방안을 승인했다.
사공일 위원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해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바젤3(은행의 기본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한 국제협약) 도입 등 이번 정상회의 이전에 이미 합의한 것들을 포함해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의제로 제안했던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을 위한 개발과 금융안전망 확충 등에 관해서도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자평(自評)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내놓은 의제에 대해, “G20에 속하지 않는 17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의 주요 관심사를 다루어줌으로써 세계 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으로서 G20의 정당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시적 가이드라인 시한 정하는 데 진통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 주제를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으로 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국가 간, 지역 간, 각 사회계층 간 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다 함께 성장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이죠. 그런데 후발 개도국들에 기회는 주어야죠. 능력도 길러주고요. 우리가 제안한 개발 문제도 단순히 원조만 주어서 절대 빈곤을 퇴치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고기를 나눠주기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르쳐주자는 것이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년간의 액션 플랜을 세웠고 이 개발 어젠다는 계속 추진될 겁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모델만을 제시한다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말고도 경제개발에 성공한 나라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나라들의 경험도 함께 제시해야죠. 성공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한 경험도 함께 제공이 돼야죠. 다만 우리나라는 기적적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이 경제개발 문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상 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난관은 없었습니까.
“가장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문제는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의 주도적인 사전 노력으로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타결이 됐습니다. 따라서 선언문 채택 과정에서의 난관은 각국의 경상수지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지속 가능한 경상수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 환율 외에 국가적, 지역적 환경을 모두 고려해 만들기로 한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만드느냐에 관한 시한 문제였지요. 일부 국가가 시한을 정하는 것 자체에 강한 반대를 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어느 나라의 반대가 가장 심했습니까.
“중국이 소극적이었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가 중재를 잘했고 우리 대통령도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중재를 했고요. 사실 합의는 이런 중재를 통해 극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민들 가운데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자신들의 직접적인 삶과는 관련이 없는 세계 정상들만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지요.
“주요 민간연구소의 추계를 보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얻는 광고효과는 2002월드컵의 3배 정도 될 것이라고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非)G7 국가인 한국이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냄으로써 한국을 쳐다보는 세계인의 시각이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서울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1조~24조원의 직간접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연구원의 같은 분석 결과는 31조원이 넘었다.
국민과의 소통이 제일 힘들었다
―2008년 11월 제1차 워싱턴 G20 정상회의 때부터 이번의 제5차 서울 G20 정상회의 때까지 우리나라의 G20 정상회의 준비의 총책임을 맡아왔는데, 이 일과 관련해 몇 개국을 방문했습니까.
“헤아릴 수 없죠.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과 IMF, 세계은행, WTO, OECD, UN 등 중요 국제기구를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일주일 동안에 미국에서 유럽을, 유럽에서 미국을 들르는 등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도 있었습니다. 해외 출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외국의 관계자들과 화상회의, 전화통화,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한 의견 교환 기회를 수시로 갖는 것이었습니다.”
사공일 위원장은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 등 주요 국제기관과 주요국의 정·관·재(政官財)계 인사들과 교류가 깊다.
―국제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적 친분이 정상회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죠.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통해서 주요국들의 입장이나 생각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겁니까.
“G20의 의의와 그 중요성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국민과의 소통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사공일 위원장은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사공일 위원장의 고민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었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데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코미디 토크쇼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진담 반 농담 반의 아이디어를 냈다. 방송인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MBC 텔레비전의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두고 한 말이었다. 농반진반의 아이디어였지만 사공일 위원장은 직접 출연을 결심하고 가능한지를 알아봤다. “서울 G20 정상회의,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은 없고…”라는 대사도 준비했다. 당시 유행했던 한 중소기업인의 광고 대사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를 패러디한 대사였다.
방송사의 출연 자격 요건 등의 사정으로 결국 코미디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은 무산됐지만 사공일 위원장이 서울 G20 정상회의 홍보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격렬한 환율 논쟁 잘 막아
―회의 개최 전부터 민노총 등의 G20 정상회의 반대 시위가 있었습니다. 회의 개최에 가장 비협조적인 집단이나 단체는 어디였습니까.
“우리 준비위원회는 NGO라든지 국내외 노조 등과도 소통하고 토론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G20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적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하자는 포럼임을 이해하는 한 그 누구도 반대할 논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로 인해 크게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회의 기간 동안 국민들의 협조에는 만족하는지요.
“대만족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우리 국민들께 G20의 중요성과 그 의미만 잘 알리면 G20의 성공을 위한 국민적 협조와 적극적 참여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회의기간 중 자동차 홀짝제를 강제로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고요. 이번에 국민들께서 자발적 홀짝제에 동참하시는 걸 보셨죠? 외국 취재진과 내한 인사들이 정말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갔을 겁니다.”
―둘째 날에는 회의장 부근 교통정체가 있었는데요.
“회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경호 문제는 어땠습니까.
“경찰도 안전과 시민생활 불편 최소화라는 목표의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번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 시에 저도 경험했습니다만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너무 컸습니다.”
―환율 문제와 관련,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임시 봉합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가장 신경을 썼던 의제는 어떤 겁니까.
“각국의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동되는 환율 논쟁 때문에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서울 정상회의가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균형·불균형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하나의 정책 수단인 환율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격돌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회원국들에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중 간 격렬한 환율논쟁을 막고 G20이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에 논의의 초점을 두게 하는 데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했고 또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G20 정상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세계 금융위기 때 G20 정상들이 모임을 가지지 않았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됐을 것으로 보는지요.
“만약 G20을 통한 긴밀한 국제공조가 없었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공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신속한 국제 공조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을 겁니다.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실업자가 225만명 추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G20을 통한 국제공조는 이렇게 일자리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게다가 우리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가 향상돼 우리 수출 가격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지고 제값을 받게 된다면 그만큼 우리 국민 모두의 실질소득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사공일 위원장의 설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 줄였다고 칩시다. 금년에 우리나라 수출액을 45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500억 달러의 1%면 우리 돈으로 50조원가량이 됩니다. 10%면 500조원 아닙니까. 똑같은 물량을 수출하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인다면 그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게 되는 전기가 됐을 겁니다.”
―국제금융기구 개편 문제 등 많은 의제가 다뤄졌습니다. 합의까지 가장 어려웠던 의제는 어떤 의제였습니까.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번 서울 정상회의 때도 합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지난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합의가 됐습니다. 물론 그 회의 전에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정상 간 논의에서 실무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이어져 왔지요. 대통령께서 경주 회의에 참석해 이런 문제에 합의를 못 이르면 모든 교통수단을 동결하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연설도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사공일 위원장이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과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비즈니스 서밋’이다.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는 정부 차원의 모임이고 거기에 일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회의였습니다. 민간 부문의 참여는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G20 정상회의 과정에서 우리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위해 비즈니스 서밋을 제안하게 된 거죠.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는 G20 국가를 중심으로 120명의 최고 기업인들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세계 주요 기업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120명씩이나 모여본 사례가 없습니다. 이들은 12개국의 G20 정상들과 직접 만나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물론 아셈이나 에이펙 회의에서도 CEO 서밋이 있었지만 일회성으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비즈니스 서밋은 각국 정상들이 모일 때 한 번 모이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12개 의제별 분과에서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에서도 비즈니스 서밋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비즈니스 서밋이 G20 정상회의의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를 잡고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기록되게 되는 것이죠.”
―2009년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다음 정상회의가 서울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비화는 많은데 아직 다 말할 수는 없고요. 대통령께서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데 조마조마한 순간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올림픽처럼 유치를 하는 데 경합하는 나라가 많고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마조마하다는 것은 G20 정상회의가 존속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처음에는 G20 존속의 중요성을 여타 회원국들에 설득하려 노력했고 제2차 런던 정상회의 이후부터는 서울 유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의 깊게 챙긴 의제나 준비상황은 어떤 것들이었습니까.
“G20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의전적인 성격의 여타 정상회의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첫날 업무만찬에서 시작돼 업무오찬과 마지막 오후세션에서 합의문을 채택할 때까지 열띤 논쟁이 계속되는 회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장인 대통령은 모든 G20 의제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도 매사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든 의제와 준비상황 전반에 관해서 챙기고 또 챙겼습니다.”
―대통령이 회의장 꽃병의 무늬 등을 지적하며 교체를 지시하는 일도 있었는데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긴 건 아닙니까.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단순한 꽃병 무늬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고유한 문화에 관한 코멘트였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동감한 적절한 코멘트였습니다.”
미국 월남전 이후 쇠락의 길
―임의적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를 항구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와 사무국 설치를 놓고 경쟁을 한다는 말도 있던데요.
“그건 정확한 건 아니고요. 저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무국 설치 등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하고 될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이전에 열린 4차례의 G20 정상회의가 위기감 때문에 단합이 됐지만 위기감에서 벗어난 후에는 단합이 안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G20의 장래를 위해서 서울 정상회의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위기 이후에도 G20이 제대로 작동이 될 수 있고 기능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했기 때문에 사무국 설치 문제는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G20의 제도화는 필요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 간 의견 불일치 등으로 언쟁이 벌어지는 등 아슬아슬했던 순간은 없었는지요.
“지난번 정상회의 때까지는 다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양자 간 직접 언쟁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靑山)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이 이끌던 글로벌 리더십이 쇠퇴하고 있다고 봅니까.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 점차 약화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60년대 월남전 이후 미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쇠락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절대적 위상은 오늘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등장과 한국과 같은 신흥경제국의 등장으로 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큰 저력은 복원력(復原力)입니다. 미국 경제와 달러화의 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입니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완전히 내준 때는 1950년대 중반입니다. 기축통화가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중국 경제는 2007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가 됐고 금년 2분기에는 일본까지 추월해 2위의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올해 GDP가 5조740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되는데 이는 세계 경제 GDP(62조~64조 달러로 추산)의 9%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학계와 금융계에서는 대략 2030년경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세계 역사상 중국은 청나라 중기에서 덩샤오핑의 개혁 이전까지 140여 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간 세계 GDP의 20% 이상을 항상 생산해 냈고 1800년대 중에는 33%를 차지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13억명이라는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의 경제규모는 갈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위상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겁니까.
“지금 전 세계 교역량을 보면 경제 위기 이전까지의 상황으로 회복이 안된 상태입니다. 회복되고는 있지만 미약한 편이라고 볼 수 있죠.”
―더블딥의 가능성이 제기되곤 하는데요.
“그런 우려가 있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률적으로 낮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회복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경제는 금년에 6% 가까운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여러 위험 요인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금년 중에 위기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6000달러를 풀기로 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누구도 이 문제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정확히 얘기 못할 겁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잘되는 것이 세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경기부양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죠. 그런데 달러가 기축통화인데 많이 찍어내면 대외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죠. 약화된 달러가 몰려들게 될 신흥경제국으로서는 위험한 자본의 유출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죠.”
대통령의 경제 멘토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법적 존속기간은 내년 5월까지다. 사공일 위원장은 내년 1월 말까지 서울 G20 정상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묶은 백서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G20 정상회의 일이 끝난 후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답은 “쉬고 싶다”였다.
“일단은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장으로 있는 무역협회 일에도 전념을 해야겠죠.”
관계와 정계 사람들은 사공일 위원장을 가리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말이 저에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참 듣기 거북합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국가를 위한 봉사의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저는 진짜 주어진 일에 항상 전념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봉사 여부를 떠나서 그런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름 때문에 ‘사백일’, ‘포제로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사공일 위원장. 그는 자신에 대해 ‘올드 패션’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싫어한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면 젊어도 ‘올드 패션’이고 낡은 세대 아닌가”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재무부 장관 시절 과천 재무부 청사의 401호 방을 쓰게 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공일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방은 어딜까.⊙
주요국 간 가장 이견이 컸던 환율 문제 등 회의 성과와 관련, ‘진전’과 ‘임시 봉합’이라는 엇갈리는 평가가 나오고 있지만, 국내적으로 이번 정상회의의 가장 큰 성과는 세계 외교 무대에서 변방에 있던 대한민국이 세계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됐다는 점일 것이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미국·일본·독일·프랑스·영국·이탈리아·캐나다 등 G7 국가 밖에서 열린 첫 G20 정상회의다. ‘대한민국의 국격(國格) 향상’이라는 성과를 안겨준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로 지난해 11월부터 바쁜 시간을 보낸 사공일(司空壹)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위원장을 일요일인 11월 14일 오전에 만났다.
그동안 G7, G20 등 전 세계 주요 국가 정상회의가 열렸지만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같은 상설기구가 설치된 적은 없었다. 정부는 서울이 2010년 G20 정상회의 개최지로 확정된 후 청와대·기획재정부·외교통상부 등에 산재돼 있던 관련 조직을 일원화하고, 국내외 전문가와의 협조체제를 강화하기 위해 대통령 직속으로 2009년 11월,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발족 후 옥상옥(屋上屋)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듯 사공일 위원장은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 같은 상설기구가 있었기 때문에 서울 G20 정상회의가 효율적으로 진행됐고, 성공적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 눈에 띄는 성과 중 하나가 IMF 개혁이다. 회의에 참석한 정상들은 선진국들의 IMF 지분 중 6%를 신흥국으로 이전하고 유럽 국가들이 가진 9명의 이사 의석 중 2석을 신흥개도국들에 양보하는 IMF 개혁방안을 승인했다.
사공일 위원장은 서울 G20 정상회의에 대해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바젤3(은행의 기본자본 요건을 대폭 강화한 국제협약) 도입 등 이번 정상회의 이전에 이미 합의한 것들을 포함해서 많은 성과가 있었다”면서, “더욱 중요한 것은 우리나라가 의장국으로서 새로운 의제로 제안했던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을 위한 개발과 금융안전망 확충 등에 관해서도 중요한 합의를 도출했다는 점도 큰 성과”라고 자평(自評)했다. 그는 또 우리나라가 G20 정상회의 의장국으로서 내놓은 의제에 대해, “G20에 속하지 않는 170개국 이상의 개발도상국과 신흥경제국의 주요 관심사를 다루어줌으로써 세계 경제에 관한 최상위 포럼으로서 G20의 정당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예시적 가이드라인 시한 정하는 데 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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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11월 11일 오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개막총회에 참석한 이명박 대통령이 개막총회에 최경환 지경부장관, 사공일 위원장, 손경식 대한상의회장(비즈니스 서밋 공동조직위원장)과 함께 이동하고 있다. |
“이번에 다섯 번째로 열리는 서울 G20 정상회의에서는 위기 이후 세계 경제가 나아가야 할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국가 간, 지역 간, 각 사회계층 간 다 함께 성장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입니다.”
―다 함께 성장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요.
“물론이죠. 그런데 후발 개도국들에 기회는 주어야죠. 능력도 길러주고요. 우리가 제안한 개발 문제도 단순히 원조만 주어서 절대 빈곤을 퇴치하자는 차원이 아닙니다. 고기를 나눠주기보다는 고기를 잡는 방법에 대해서 함께 논의하고 서로의 경험을 공유하고 가르쳐주자는 것이죠. 하루아침에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다년간의 액션 플랜을 세웠고 이 개발 어젠다는 계속 추진될 겁니다.”
―대한민국의 경제개발 경험과 모델만을 제시한다는 겁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말고도 경제개발에 성공한 나라들이 있지 않습니까. 그런 나라들의 경험도 함께 제시해야죠. 성공한 경험뿐만 아니라 실패한 경험도 함께 제공이 돼야죠. 다만 우리나라는 기적적으로 경제개발에 성공했기 때문에 한국이 경제개발 문제를 얘기하는 것 자체가 굉장한 설득력이 있습니다.”
―정상 선언문 채택 과정에서 난관은 없었습니까.
“가장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문제는 대통령을 위시한 한국의 주도적인 사전 노력으로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에서 타결이 됐습니다. 따라서 선언문 채택 과정에서의 난관은 각국의 경상수지의 적정성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예시적 가이드라인(지속 가능한 경상수지 여부를 평가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기준, 환율 외에 국가적, 지역적 환경을 모두 고려해 만들기로 한 가이드라인)을 언제까지 만드느냐에 관한 시한 문제였지요. 일부 국가가 시한을 정하는 것 자체에 강한 반대를 표해 어려움을 겪었지만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는 준비가 돼야 한다고 합의했습니다.”
―어느 나라의 반대가 가장 심했습니까.
“중국이 소극적이었죠.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독일 메르켈 총리가 중재를 잘했고 우리 대통령도 정상회의 의장으로서 중재를 했고요. 사실 합의는 이런 중재를 통해 극적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국민들 가운데는 서울 G20 정상회의가 자신들의 직접적인 삶과는 관련이 없는 세계 정상들만의 모임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우리 국민의 삶에는 어떤 영향을 준다고 보는지요.
“주요 민간연구소의 추계를 보면 G20 정상회의를 개최함으로써 우리나라가 얻는 광고효과는 2002월드컵의 3배 정도 될 것이라고 합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비(非)G7 국가인 한국이 G20 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해 냄으로써 한국을 쳐다보는 세계인의 시각이 분명 달라질 것입니다.”
삼성경제연구소가 서울 G20 정상회의의 경제적 효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1조~24조원의 직간접적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무역연구원의 같은 분석 결과는 31조원이 넘었다.
국민과의 소통이 제일 힘들었다
―2008년 11월 제1차 워싱턴 G20 정상회의 때부터 이번의 제5차 서울 G20 정상회의 때까지 우리나라의 G20 정상회의 준비의 총책임을 맡아왔는데, 이 일과 관련해 몇 개국을 방문했습니까.
“헤아릴 수 없죠. 미국, 중국, 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 주요국과 IMF, 세계은행, WTO, OECD, UN 등 중요 국제기구를 수시로 방문했습니다. 지구를 몇 바퀴 돌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때로는 일주일 동안에 미국에서 유럽을, 유럽에서 미국을 들르는 등 지구 한 바퀴를 도는 일도 있었습니다. 해외 출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외국의 관계자들과 화상회의, 전화통화, 이메일 교환 등을 통한 의견 교환 기회를 수시로 갖는 것이었습니다.”
사공일 위원장은 파스칼 라미 WTO 사무총장, 스트라우스 칸 IMF 총재, 로런스 서머스 미국 국가경제위원장 등 주요 국제기관과 주요국의 정·관·재(政官財)계 인사들과 교류가 깊다.
―국제적으로 갖고 있는 개인적 친분이 정상회의 준비에 많은 도움이 됐겠습니다.
“많은 도움이 됐죠. 개인적인 신뢰관계를 통해서 주요국들의 입장이나 생각을 파악하는 데 많은 도움을 받았죠.”
―정상회의를 준비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어떤 겁니까.
“G20의 의의와 그 중요성을 일반 국민들에게 알리는 일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역시 국민과의 소통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과의 소통의 어려움을 이야기하면서 사공일 위원장은 이런 일화를 들려주었다.
사공일 위원장의 고민 중 하나가 국민들에게 G20 정상회의의 의미와 중요성을 효과적으로 알리는 일이었다. 효과적인 홍보를 위해 각종 아이디어를 짜내고 있는데 이명박(李明博) 대통령이 코미디 토크쇼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보는 것은 어떻겠느냐고 진담 반 농담 반의 아이디어를 냈다. 방송인 강호동씨가 진행하는 MBC 텔레비전의 ‘무릎팍 도사’라는 프로그램을 두고 한 말이었다. 농반진반의 아이디어였지만 사공일 위원장은 직접 출연을 결심하고 가능한지를 알아봤다. “서울 G20 정상회의, 참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은 없고…”라는 대사도 준비했다. 당시 유행했던 한 중소기업인의 광고 대사 “산수유, 남자한테 참 좋은데 직접 말하기도 그렇고…”를 패러디한 대사였다.
방송사의 출연 자격 요건 등의 사정으로 결국 코미디 토크쇼 프로그램 출연은 무산됐지만 사공일 위원장이 서울 G20 정상회의 홍보에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격렬한 환율 논쟁 잘 막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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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오찬에서 사공일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우리 준비위원회는 NGO라든지 국내외 노조 등과도 소통하고 토론하는 노력을 해왔습니다. G20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위기를 넘어 다 함께 성장’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계적 빈곤을 퇴치하기 위해 국제공조를 하자는 포럼임을 이해하는 한 그 누구도 반대할 논리를 찾을 수 없기 때문에 반대로 인해 크게 어려움을 느낀 적은 없습니다.”
―회의 기간 동안 국민들의 협조에는 만족하는지요.
“대만족입니다. 저는 처음부터 우리 국민들께 G20의 중요성과 그 의미만 잘 알리면 G20의 성공을 위한 국민적 협조와 적극적 참여가 있을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회의기간 중 자동차 홀짝제를 강제로 실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이었습니다.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생각하셨고요. 이번에 국민들께서 자발적 홀짝제에 동참하시는 걸 보셨죠? 외국 취재진과 내한 인사들이 정말 좋은 인상을 갖고 돌아갔을 겁니다.”
―둘째 날에는 회의장 부근 교통정체가 있었는데요.
“회의에 지장을 줄 정도는 아니었다고 봅니다.”
―경호 문제는 어땠습니까.
“경찰도 안전과 시민생활 불편 최소화라는 목표의 조화를 잘 이루었다고 봅니다. 특히 지난번 캐나다 토론토 정상회의 시에 저도 경험했습니다만 일반 시민들의 불편이 너무 컸습니다.”
―환율 문제와 관련, 일부에서는 이번 정상회의에서 진전이 이루어졌다고 하고 일부에서는 임시 봉합이라고 평가하기도 합니다. 가장 신경을 썼던 의제는 어떤 겁니까.
“각국의 정치적 동기가 강하게 작동되는 환율 논쟁 때문에 경주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회의와 서울 정상회의가 매몰되지 않도록 하는 데 최선의 노력을 경주했습니다.
의장국으로서 우리나라가 경상수지 균형·불균형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야지 하나의 정책 수단인 환율 문제에만 초점이 맞추어진 격돌은 피해야 한다는 점을 미국과 중국 그리고 다른 회원국들에 이해시키고 설득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미·중 간 격렬한 환율논쟁을 막고 G20이 세계 경제의 지속 가능한 균형성장에 논의의 초점을 두게 하는 데 의장국으로서 한국이 리더십을 발휘했고 또한 성공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G20 정상들이 모이지 않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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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G20 비즈니스 서밋’ 오찬에서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와 사공일 위원장이 함께 입장하고 있다. |
“만약 G20을 통한 긴밀한 국제공조가 없었다면 2008년의 금융위기는 1930년대의 대공황에 버금가는 대공황으로 악화될 수도 있었습니다. 신속한 국제 공조가 없었다면 아마 우리나라는 아직도 세계 경제의 마이너스 성장과 함께 마이너스 성장을 겪고 있을 겁니다. 국제무역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실업자가 225만명 추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합니다. G20을 통한 국제공조는 이렇게 일자리를 통해 우리 국민 모두의 삶에 영향을 줍니다. 게다가 우리의 국격과 브랜드 가치가 향상돼 우리 수출 가격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어지고 제값을 받게 된다면 그만큼 우리 국민 모두의 실질소득이 크게 올라가는 것이지요.”
이어지는 사공일 위원장의 설명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1% 줄였다고 칩시다. 금년에 우리나라 수출액을 4500억 달러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4500억 달러의 1%면 우리 돈으로 50조원가량이 됩니다. 10%면 500조원 아닙니까. 똑같은 물량을 수출하면서도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인다면 그 정도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겁니다.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는 우리나라가 세계 시장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줄이고 코리아 프리미엄 효과를 누리게 되는 전기가 됐을 겁니다.”
―국제금융기구 개편 문제 등 많은 의제가 다뤄졌습니다. 합의까지 가장 어려웠던 의제는 어떤 의제였습니까.
“IMF 지분과 이사 수 조정 문제는 많은 사람이 이번 서울 정상회의 때도 합의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런데 지난 경주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회의에서 합의가 됐습니다. 물론 그 회의 전에 우리나라는 의장국으로서 정상 간 논의에서 실무자 수준에 이르기까지 많은 노력이 이어져 왔지요. 대통령께서 경주 회의에 참석해 이런 문제에 합의를 못 이르면 모든 교통수단을 동결하겠다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연설도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사공일 위원장이 이번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과로 꼽는 것 중의 하나가 ‘비즈니스 서밋’이다.
“지금까지 G20 정상회의는 정부 차원의 모임이고 거기에 일부 국제기구가 참여하는 회의였습니다. 민간 부문의 참여는 제한적이었죠. 그래서 G20 정상회의 과정에서 우리가 민간기업의 참여를 위해 비즈니스 서밋을 제안하게 된 거죠. 이번 비즈니스 서밋에는 G20 국가를 중심으로 120명의 최고 기업인들이 모였습니다. 이렇게 세계 주요 기업의 인물들이 한꺼번에 120명씩이나 모여본 사례가 없습니다. 이들은 12개국의 G20 정상들과 직접 만나 논의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물론 아셈이나 에이펙 회의에서도 CEO 서밋이 있었지만 일회성으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이번의 비즈니스 서밋은 각국 정상들이 모일 때 한 번 모이는 단순한 행사가 아니라 12개 의제별 분과에서 보고서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다음 의장국인 프랑스에서도 비즈니스 서밋을 준비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만든 비즈니스 서밋이 G20 정상회의의 중요한 또 하나의 과정으로 자리를 잡고 계속 이어질 것입니다. 코리아 이니셔티브로 기록되게 되는 것이죠.”
―2009년 미국 피츠버그 G20 정상회의에서 다음 정상회의가 서울로 결정되는 과정에서 어려움은 없었습니까.
“비화는 많은데 아직 다 말할 수는 없고요. 대통령께서도 G20 정상회의를 유치하는 데 조마조마한 순간이 많았다고 하셨는데 그 이유는 올림픽처럼 유치를 하는 데 경합하는 나라가 많고 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조마조마하다는 것은 G20 정상회의가 존속될 것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 때문이었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처음에는 G20 존속의 중요성을 여타 회원국들에 설득하려 노력했고 제2차 런던 정상회의 이후부터는 서울 유치를 위해 노력했습니다.”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명박 대통령이 주의 깊게 챙긴 의제나 준비상황은 어떤 것들이었습니까.
“G20 정상회의는 단순한 외교의전적인 성격의 여타 정상회의와는 확연히 다릅니다. 첫날 업무만찬에서 시작돼 업무오찬과 마지막 오후세션에서 합의문을 채택할 때까지 열띤 논쟁이 계속되는 회의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의장인 대통령은 모든 G20 의제에 대해 소상히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평소에도 매사에 철저한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모든 의제와 준비상황 전반에 관해서 챙기고 또 챙겼습니다.”
―대통령이 회의장 꽃병의 무늬 등을 지적하며 교체를 지시하는 일도 있었는데 너무 세세한 것까지 챙긴 건 아닙니까.
“그 자리에서 대통령의 말씀은 단순한 꽃병 무늬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이나 일본과는 다른 한국의 고유한 문화에 관한 코멘트였습니다. 저도 그 자리에서 동감한 적절한 코멘트였습니다.”
미국 월남전 이후 쇠락의 길
―임의적 모임이라고 할 수 있는 G20 정상회의를 항구적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내년 G20 정상회의 의장국인 프랑스와 사무국 설치를 놓고 경쟁을 한다는 말도 있던데요.“그건 정확한 건 아니고요. 저는 이번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나면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사무국 설치 등 제도화에 대한 논의가 돼야 하고 될 것이라고 말해 왔습니다. 일부 회의론자들은 이전에 열린 4차례의 G20 정상회의가 위기감 때문에 단합이 됐지만 위기감에서 벗어난 후에는 단합이 안 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저는 G20의 장래를 위해서 서울 정상회의가 꼭 성공해야 한다고 봤습니다. 위기 이후에도 G20이 제대로 작동이 될 수 있고 기능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자는 것이었습니다. 서울 정상회의가 성공했기 때문에 사무국 설치 문제는 이제 논의를 시작해야 하고 어디에 설치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차후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G20의 제도화는 필요하고 그렇게 되리라고 봅니다.”
―회의 기간 중 각국 정상 간 의견 불일치 등으로 언쟁이 벌어지는 등 아슬아슬했던 순간은 없었는지요.
“지난번 정상회의 때까지는 다소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만 이번에는 양자 간 직접 언쟁이 벌어지는 일은 없었습니다.”
―중국이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글로벌 리더십의 위기’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靑山)학원대 교수는 “미국의 몰락이 시작됐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미국이 이끌던 글로벌 리더십이 쇠퇴하고 있다고 봅니까.
“미국의 세계적 위상이 점차 약화돼 온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닙니다. 1960년대 월남전 이후 미국의 경제는 상대적으로 쇠락해 왔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절대적 위상은 오늘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을 위시한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의 등장과 한국과 같은 신흥경제국의 등장으로 위상이 상대적으로 줄어들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미국 경제의 큰 저력은 복원력(復原力)입니다. 미국 경제와 달러화의 위상은 앞으로도 상당기간 유지될 것입니다. 영국의 파운드화가 기축통화로서의 자리를 완전히 내준 때는 1950년대 중반입니다. 기축통화가 시장에서 하루아침에 바뀌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앞으로 세계 경제에서 중국의 위상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중국 경제는 2007년 독일을 추월해 세계 3위가 됐고 금년 2분기에는 일본까지 추월해 2위의 경제대국이 됐습니다. 올해 GDP가 5조7400억 달러 규모로 전망되는데 이는 세계 경제 GDP(62조~64조 달러로 추산)의 9% 정도를 차지합니다. 그리고 학계와 금융계에서는 대략 2030년경이면 중국이 미국을 추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세계 역사상 중국은 청나라 중기에서 덩샤오핑의 개혁 이전까지 140여 년을 제외하고는 항상 세계에서 가장 큰 경제대국이었습니다. 지난 2000년간 세계 GDP의 20% 이상을 항상 생산해 냈고 1800년대 중에는 33%를 차지하는 시기도 있었습니다. 13억명이라는 인구를 갖고 있는 중국의 경제규모는 갈수록 성장할 수밖에 없고 그만큼 세계 시장에서 위상은 강해질 수밖에 없는 거죠.”
―세계 경제는 회복되고 있는 겁니까.
“지금 전 세계 교역량을 보면 경제 위기 이전까지의 상황으로 회복이 안된 상태입니다. 회복되고는 있지만 미약한 편이라고 볼 수 있죠.”
―더블딥의 가능성이 제기되곤 하는데요.
“그런 우려가 있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확률적으로 낮다고 봅니다.”
―우리 경제는 회복하고 있는 겁니까.
“우리 경제는 금년에 6% 가까운 성장을 예상하고 있어 OECD 국가 중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 전체적으로는 여러 위험 요인이 있지만 대체적으로 금년 중에 위기상황은 벗어난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미국이 경제 부양을 위해 6000달러를 풀기로 했습니다.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다면.
“이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누구도 이 문제가 세계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칠 거라고 정확히 얘기 못할 겁니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이런 발언을 했습니다. 미국 경제가 잘되는 것이 세계 경제 전체에 도움이 된다는 말인데 맞는 말입니다. 그런 면에서 미국이 경기부양 조치를 해야 한다는 것은 맞는 말이죠. 그런데 달러가 기축통화인데 많이 찍어내면 대외적인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죠. 약화된 달러가 몰려들게 될 신흥경제국으로서는 위험한 자본의 유출입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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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즈니스 서밋에 참가한 각국 CEO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는 사공일 위원장. |
대통령의 경제 멘토
서울 G20 정상회의 준비위원회의 법적 존속기간은 내년 5월까지다. 사공일 위원장은 내년 1월 말까지 서울 G20 정상회의와 관련된 내용을 묶은 백서를 낼 계획이라고 한다. G20 정상회의 일이 끝난 후 그의 계획은 무엇일까. 답은 “쉬고 싶다”였다.
“일단은 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가 회장으로 있는 무역협회 일에도 전념을 해야겠죠.”
관계와 정계 사람들은 사공일 위원장을 가리켜 이명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고 말한다.
“대통령의 경제 멘토라는 말이 저에게는 어울리지도 않고 제 스스로 그렇게 생각해 본 적도 없습니다. 주변에서 그런 이야기를 할 때 참 듣기 거북합니다.”
그에게 마지막 질문을 던졌다. “앞으로도 국가를 위한 봉사의 기회가 주어지면 어떻게 할 것인가” 하고.
“저는 진짜 주어진 일에 항상 전념을 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살아오고 있습니다. 국가에 대한 봉사 여부를 떠나서 그런 자세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이름 때문에 ‘사백일’, ‘포제로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사공일 위원장. 그는 자신에 대해 ‘올드 패션’이라고 지칭하는 것을 싫어한다.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도 모르고, 공부도 안 하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라면 젊어도 ‘올드 패션’이고 낡은 세대 아닌가” 하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가 재무부 장관 시절 과천 재무부 청사의 401호 방을 쓰게 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사공일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는 다음 방은 어딜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