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축산업인들이 自力으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MB 農政’의 핵심”
⊙ “2012년까지 100억 달러의 농수축산물 및 식품 수출 달성이 목표”
⊙ 수입농산물인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단일회사 만들어 생산품질관리를 표준화한 것은 좋은 모델
⊙ “농수축산업의 규모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간척지를 기업농에 제공하여 국가 단위의 농작물
산업단지 개발 예정”
⊙ “일괄적인 농가 부채 탕감은 더 이상 안된다”
張太平
⊙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사.
⊙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경부 정책홍보실장,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역임.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 “2012년까지 100억 달러의 농수축산물 및 식품 수출 달성이 목표”
⊙ 수입농산물인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단일회사 만들어 생산품질관리를 표준화한 것은 좋은 모델
⊙ “농수축산업의 규모화를 위해 정부가 조성하는 간척지를 기업농에 제공하여 국가 단위의 농작물
산업단지 개발 예정”
⊙ “일괄적인 농가 부채 탕감은 더 이상 안된다”
張太平
⊙ 1949년 전남 무안 출생.
⊙ 서울대 사회학과 졸업, 서울대 대학원 석사.
⊙ 재정경제부 국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농림부 농업정책국장, 재경부 정책홍보실장,
국가청렴위 사무처장 역임.
취재지원 : 朴熙錫 月刊朝鮮 인턴기자
국가경쟁력 차원에서 한국의 농정(農政)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수입 농·수·축산물에 대한 우리 제품의 경쟁력이 날로 뒤처지고 있는 작금의 현상은 우리나라 정부 관료들이 1952년 유엔한국재건단(UNKRA:United Nations Korea Reconstruction Agency)이 내놓은 네이산 보고서의 ‘농업 우선 발전전략’을 거부하면서부터 비롯됐는지도 모른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시절 부흥부장관을 역임한 송인상(宋仁相) 효성 고문은 그의 자서전 <부흥과 성장>에서 네이산 보고서와 관련, ‘나는 그때 농업에 의해 한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구상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곤 했다’고 적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부흥부차관, 부흥부장관을 지내며 중요 산업정책을 입안, 집행했던 신현확(申鉉碻) 전 국무총리도 “그 시절 대부분의 정부 관료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정부 관리들은 네이산 보고서 내용에 적극 반대하는 한편, 한국민의 높은 교육수준과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공업화로 산업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가지도부가 산업화와 수출산업화를 통한 성장동력을 추진함으로써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상징되는 절대가난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그 결과 우리나라 농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농정은 어떤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농업의 활로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장태평(張太平)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찾았다. 실례되는 얘기지만 ‘태평’ 장관이 취임한 이후 두 해 연속으로 태풍이나 재해 없이 농어촌이 대풍(大豊)을 맞은 것은 장관 이름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경제부 출신의 세제 전문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부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시 전임 장관께서 촛불시위 여파로 갑작스럽게 물러나시면서 촛불사태를 급히 수습해야 할 상황이었고, 또 이명박 정부의 농정철학에 맞는 사람을 구하다 농업정책국장을 지낸 저를 발견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농협과 수협이 개혁되면 농수산 문제의 50%는 해결”
―이명박 농정을 말씀하셨는데, 한마디로 MB 농정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대통령께서는 중도실용주의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농정도 마찬가지죠. 실용은 효율성을, 중도는 서민들과 영세 계층을 돌봐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농업은 산업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려 다른 부문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다른 분야만큼 산업화시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기본이 중도실용입니다.”
―장관 재임 중 “이것만은 꼭 해결하고 싶다”고 꼽는 것이 있다면.
“우리 농업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농협과 수협의 개혁입니다. 이게 잘되면 농수산업 문제의 50%는 해결된다고 봐요. 정부 조직도 문제가 많습니다. 농·수·축산업 관련 기관의 역할 등을 바꿔줘야 합니다.”
그는 “농림수산부에 식품업무가 접목된 것은 역할 변경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농업과 수산업이 1차산업에 머물러 있었는데, 식품이 추가됨으로써 가공유통 시장까지 포함하여 업무 영역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장 장관은 “우리 농수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이유는 실물을 받쳐줄 수 있는 금융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현재 농업 관련 금융 시스템도 국영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즉 정부의 지원 금융을 예산으로 만들어 시·군(市·郡)에 배급하는 식으로 돼 있는데, 이제 그 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 분야도 손질을 충분히 해서 농업, 어업, 식품산업에 진출하려는 분들이 R&D 지원은 물론 자금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때문에 농수협 개혁은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거예요.”
장 장관은 또 기존의 국영 금융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제도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조합법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투자조합법이란 개념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껏 농업에선 투자조합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모태(母胎)펀드를 만들어 민관 합작형태의 투자조합이 구성되면 지원할 거예요. 예를 들면 땅이나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그 땅이나 과수원을 출자하여 거대 기업으로 만들고, 여기에 금융지원을 하여 경쟁력 있는 농업기업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소액 출자자들이 모여 거대 농업기업을 만들면 연구개발도 쉽게 지원받을 수 있고, 또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고, 과학영농도 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재임 중 우리 농식품산업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요즘 농협 개혁이 관심사인데요.
“작년 4월에 1단계 농협 개혁을 했습니다.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꾸었죠. 이사회는 조합장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했기 때문에, 주인인 조합장들이 자기들의 수요에 맞게 농협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협동조합이 비생산성 감추는 핑계돼선 안돼”
―그렇다면 농협 개혁에서 남은 과제는 무엇입니까.
“이번에는 농협의 본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죠. 현재 농협의 수익구조 중 금융 비중이 높다 보니 회장이 하는 업무의 80%가 금융업무이고, 10% 정도는 농협의 자회사 관련 업무죠.
이렇게 되다 보니 농협 본래의 업무, 즉 농민들의 공동구매, 공동출하, 공동방역, 농기계사업, 교육, 컨설팅 분야에 거의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세계에서 농협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는 “농협은 농협답게 본래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때 수수료가 굉장히 비쌉니다. 뉴질랜드의 키위 생산 농가조합인 제스프리는 수수료를 25%나 받습니다. 제스프리는 회원들을 위해 공동출하, 방제, 컨설팅 등 여러 업무를 하는데, 수수료가 25%나 되는 이유는 금융기능이나 수익사업이 없어 전적으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농민들은 불만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수수료를 지불한 만큼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 농협은 금융기능이나 수익사업 분야가 막강하니 나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농협은 거대 은행이 있어서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을 농민들을 위해 쓸 수 있지요. 또 농협에는 24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농민들을 대상으로 사업할 때 수수료를 적게 받고, 어떤 것은 무료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겁니다. 조합은 경제와 신용부문을 자회사로 만들어 돈을 못 벌어오면 경영진을 바꾸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자회사들이 돈을 벌어오면 연합회는 이미 말씀드린 업무만 열심히 하면 되도록 금융업무와 수익사업을 분리하자는 게 농협 개혁의 핵심입니다. 사업구조를 이런 식으로 개편하면 ‘우리에게도 진정으로 농민과 어민을 생각하는 농협과 수협이 있구나’라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농협과 수협의 금융분야 인프라나 경쟁력을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한다면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현재 농협과 수협의 금융분야는 국내 4대 은행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져 그만큼 수익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금융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데, 협동조합과 같이 있다 보니 냉철한 판단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문 금융기관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니까’라며 자신들의 비생산성을 변명하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지요.”
농협에서 금융 분리하면 1조원 이상 수익 올릴 수 있어
―농협에서 금융 부문을 분리하여 전문 금융기관으로 운영하면 현재보다 어느 정도나 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까.
“저는 1조원 이상 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농협에 전문가들을 대거 보내 조직을 좀 더 생산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내실을 다지는 것은 불가능합니까.
“농협은 본질적으로 민간자율 조직입니다. 독립법인인 단위조합이 모여 연합회를 결성한 것이 농협중앙회죠.
그런데 농협을 자율적인 조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금융 부문 때문입니다. 현재 농협 기능의 80%가 금융인데, 이런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농협법입니다. 국가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이죠.
사실 농협의 본래 임무는 누가 간섭하지 않고 알아서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금융분야를 분리해서 새로운 체제가 되면 농협이 훨씬 자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들도 이전보다 훨씬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농·수협 개혁 법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 말씀하신 성과들이 언제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까.
“2월에 국회 통과가 된다면, 1년 정도의 자산 실사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 분리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업무를 분리하고, 사람도 나누고, 지주회사도 신설해야 하고, 지분도 중앙회에서 지주사로 넘겨야 합니다. 최대한 업무를 빠르게 추진해도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겠지만 2~3년만 지나면 농·수협 개혁은 모두에게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검역에 문제 생기면 장관보다 언론에 먼저 알리게 돼 있어
―쌀이나 축산물은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민족정서나 국민감정과 결부돼 굉장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의 여진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이 사건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경제발전을 통해 국민소득이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개개인이 기대하는 생활수준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미처 그 부분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식량정책에서 기존의 ‘양적 안보’에 ‘질적 안보’가 추가된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식량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양적 확보 차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식량의 안전성 등 질적인 차원에서도 정책적 대응을 한다고는 했지만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차원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식품안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할 계획입니까.
“전에는 검역에 문제가 생기면 발표 여부에 대해 내부 결재를 받았습니다만 이제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 과정을 보면 검사팀이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언론과 관계기관에 통보가 돼 국민이 먼저 알게 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발생 사실을 장관에게 먼저 보고하고, 장관이 ‘발표하라’고 해야 그때 가서 언론에 발표되는 식이었죠.”
―미국산 쇠고기는 현재 얼마나 수입되고 있으며, 판매 현황은 어떻습니까.
“작년에 수입된 전체 쇠고기 중에서 미국산이 4만9974t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했습니다. 호주산이 11만6772t으로 59%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호주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작년 8월 이후 점차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생산자 중심 조직 권장
―우리도 농·수·축산물의 해외수출을 통해 국부창출을 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감합니다. 우선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조직화, 규모화가 절실해요. 현재 농가당 경지면적을 보면 1.45ha로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의 16분의 1에 불과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경쟁을 할 수 있는 농축산물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또 농산물의 최대 수요처인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식품기업(145개), 연구소(10개) 등을 한 곳에 집적하여 올해 64억 달러, 2012년까지 100억 달러의 농·수·축산물 및 식품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저희 부(部)의 목표입니다.”
―우리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카길 같은 농업기업이나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카길이나 네슬레 같은 대기업이 반드시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 장관은 “우리 농업 관련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이 될 수는 없지만, 장기 목표를 가지고 두 가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생산자 중심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년까지 전국대표조직을 28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품목의 농산물 수출업자들이 뭉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라고 권장합니다.
쌀의 경우 영세농들이 100ha 규모로 뭉쳐 조직을 만들면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그 결과 생산비가 22~30%까지 절감이 됐더군요. 현재와 같은 1~2ha의 영세한 규모의 농업으로는 효율성이나 생산성 향상,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농약사용 1위, 비료 사용 5위 국가입니다. 농업 규모가 100ha가 되면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농약이나 비료 사용을 지금보다 25%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농수산업이나 축산업에서 규모화 혹은 조직화로 성과를 보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성공사례 중의 하나가 파프리카 생산농가인데요. 파프리카는 원래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수입 농산물이고,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생산했던 야채입니다. 국내에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270곳 정도인데, 이들을 조합원으로 한 단일회사가 만들어져 모든 생산과 품질관리를 일괄적으로 단일화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 수출되어 현재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80%를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간척 농지, 영농기업에 우선 분양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국가 비용으로 조성해 주고 금융이나 세제(稅制), 토지 등에서 각종 혜택을 주어 왔습니다. 반면에 농어업이나 축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 아닙니까.
“맞는 지적입니다. MB 농정에서는 농업도 제조업처럼 체계적이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보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만금, 영산강 등에서 정부가 조성하고 있는 간척지가 꽤 많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간척한 땅을 1~2ha씩 농민들에게 쪼개서 임대를 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대규모로 땅을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장기 임대할 계획입니다.
농민들도 정부의 간척지를 이용하고 싶으면 100명이든 1000명이든 모여서 덩치를 키운 다음 법인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회사보다 우선권을 줄 것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조성된 간척지를 대규모로 제공한 다음 지역별 특성에 맞게 특화해서 벼 생산단지, 화훼 재배 단지, 과채류 수출 단지 등의 농작물 산업단지로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농작물 산업단지 개발계획은 어느 정도나 진척되고 있습니까.
“현재 관련부서에서 관련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새만금(700ha)에 초록마을, 농산무역, 동부하이텍 컨소시엄 등 3개 사업자, 영산강(713ha)에 한빛들, 장수체, 삼호용앙, 매봉합자회사 등 4개 사업자가 선정되어 사업자당 100ha 이상 대규모 영농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리보다 스위스가 人蔘으로 3배 더 수출”
장 장관은 “농·수·축산업과 식품산업은 기회의 산업”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통계를 보면 스위스가 커피와 코코아를 각각 9억 달러 정도 수출합니다. 심지어 인삼의 경우 전통적인 생산지인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1억 달러 정도인 데 비해 스위스는 인삼 관련 제품을 3억 달러나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삼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원래의 제품을 말려서 팔거나 가공하는 수준이 겨우 홍삼, 차, 과자 정도밖에 안돼요. 반면에 스위스는 인삼에서 특수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제품으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원가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R&D가 시급한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농식품 정책이 지금까지는 ‘먹는 것’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합을 일본에 연간 2000만 달러 정도 수출하고 있고, 장미도 엄청나게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 세계 화훼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장미의 경우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 품종입니다.”
장 장관은 “이 장미의 사례처럼 농·수·축산업 관련 R&D가 글로벌 시장에서 원하는,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연구자들이 자기 중심의 R&D를 계속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생산자 중심의 연구, 즉 장미 농가가 새 품종 개발을 요청하면 그 요구에 맞는 기술개발을 해 줘야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영농조합이나 회사가 정부에 기술요청을 하면 정부는 그걸 분류해서 공고하고, 연구자들이 ‘내가 연구하겠다’며 공모에 도전합니다. 영농조합은 R&D 경비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대신 성과평가에 직접 참여하여 현장 수요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공개 경쟁을 통해 최종 연구자를 결정해 농가와 같이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R&D를 활성화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 농수축산업 및 식품산업도 생명공학(BT)이나 IT산업과 접목하는 모습들이 관측됩니다. 대학의 농·수·축산업 관련 학과 이름도 농업생명과학대학 같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요.
“최근 농·수·축산업은 먹을거리의 생산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자생식물과 관련된 관상용 동식물 산업, 애완동물 시장 등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국가 전체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셰퍼드 등 애견을 연간 2조원 정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고, 파프리카 종자의 경우 같은 무게 금값의 두 배나 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G20을 韓食 세계화의 기회로”
―종자산업이나 생명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려면 농·수·축산업과 IT, BT의 융복합 등 관련학문의 유기적인 연결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우리는 지금까지 자동차, 조선 등 하드한 제조업으로 먹고살았습니다. 미래에는 소프트한 금융, 서비스로 먹고살아야 한다고들 하죠. 저는 그 중간쯤 되는 것이 ‘생명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요. 우리의 토질과 기후는 건강식품을 재배하기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몇 개국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국산 농식품은 홍보를 못해서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국산 돼지고기나 한우(韓牛)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데 일본산 돼지고기나 소고기인 와규(和牛)에 밀리고 있죠. 사과도 한국산은 동남아에서 1000원에 팔리는 반면 일본산은 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신경 쓸 예정이에요.”
―농업, 수산업, 축산업, 식품업 등의 인재양성도 시급한 것 같습니다.
“예전 한국농업대학을 농수산대학으로 바꿔 우리 부처 산하에 두었지요. 교육내용과 체계도 바꾸려고 합니다. 또 도(道)별로 기존 대학 1개교를 선정해 농식품 전문가를 길러내는 2년 과정의 마이스터대학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한식(韓食) 세계화도 이명박 정부의 화두 중 하나인데, 이 분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삼성경제연구소의 2009년 10대 히트상품 중에 막걸리가 1위를 차지했더군요.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에 93%가 공감하고 있고, 또 실현가능성도 70%의 국민이 공감하고 계십니다. 특히 올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한식 세계화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간소하고 품격 있는 식단 개발, 한식 체험행사 등을 통해 한식이 웰빙음식이라는 인식을 심어나갈 예정입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필수적인데, 우선 광주광역시에 김치연구소를 대규모로 만듭니다. 이곳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발효식품과 다양한 미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전북 익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런 관련 연구기관들에서 핵심 기술 연구와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선거가 있을 때마다 농어가 부채를 탕감해 주었습니다.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선량하게 일해서 열심히 빚을 갚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 우려가 높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농어가 부채 탕감을 거론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농가 부채 탕감’이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만 해가 갈수록 농가 부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농가 부채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MB 농정에서는 빚에 시달리는 농가의 경우 경영회생지원제도를 활용할 것입니다. 즉 자산이 있는 농가 중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큰 사람의 땅을 농지은행에서 매입해 주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시 그 사람에게 임대해 주는 제도입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농지를 환매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현재 경영회생자금을 연간 300억원 정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괄적으로 농가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더 이상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인드를 바꾸는 지역 리더 양성할 터”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 보면 농·수·축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MB 농정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농업인들이 자력(自力)으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MB 농정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농촌개발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지역 리더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내 힘으로 한다, 희망이 있다’고 하면 그게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시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쌀 생산은 되는데, 가공시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시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농산물 유통도 국가 직영에 가까운 구조인데, 앞으로는 민간이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영농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일부 기업이나 인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해외에서 영농을 하고 있는데, 해외 농업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주요 곡물의 4분의 3, 즉 연간 1400만t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식량안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장기적으로 지구촌이 식량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민간기업이 해외 식량개발을 주도하되, 정부는 이를 측면 지원하는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기본계획’을 지난해 6월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습니다. 올해는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해외농업개발 진출기업에 대해 시설투자, 컨설팅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지농장 개발뿐만 아니라 주요 곡물생산국의 대규모 저장 가공시설 확보 등 유통거점 확보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장 농어업인들에게서 가능성 발견”
그러나 장 장관의 희망찬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어촌의 현실은 척박하다. 정부의 끊임없는 농어촌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도농(都農) 간의 소득이나 생활만족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농어촌은 그 기반이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희망 잃은 노인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 시집 오는 한국 여자가 없어 국제결혼이 빈번한 결과 다문화(多文化)화되어 가는 농촌공동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없어 소외되어 가는 아이들….
과연 한국의 농어촌, 그리고 농·수·축산업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장태평 장관은 “농·수·축산업 및 식품산업은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기회의 산업이자 신성장동력 산업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세계 93위, 1인당 경지면적은 126위에 불과합니다만 농축산물 수출은 45위, 쌀 생산 15위, 배 생산 6위, 돼지사육 두수 17위, 단위면적당 곡물생산량 13위 등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현장의 농어업인들에게서 우리 농어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등 농업선진국들도 척박한 토양, 거친 기후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킴으로써 오늘과 같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어요. 우리 농어업도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경우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신성장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진 : 서경리
▣ 국회에 제출된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2009년 12월 16일 국회에 제출한 농협법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 NH경제, NH금융으로 분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합회가 NH경제, NH금융에 농협(NH) 명칭사용료(2%)를 부과하여 교육, 지도 및 산지유통 활성화 등 협동조합 고유목적사업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농협중앙회 수익사업을 자회사화하고, 기존 자회사를 묶어 NH경제지주(관련 경제 자회사 농협유통, 농협목우촌, 농협사료, 남해화학 등 총 13개)를 설립하여 국산 농축산물 유통을 선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을 각각 분리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NH증권 등을 묶어 NH금융지주를 신설하고 국내 1~2위권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승만(李承晩) 대통령 시절 부흥부장관을 역임한 송인상(宋仁相) 효성 고문은 그의 자서전 <부흥과 성장>에서 네이산 보고서와 관련, ‘나는 그때 농업에 의해 한국경제를 발전시킨다는 구상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곤 했다’고 적고 있다. 이승만 대통령 시절 부흥부차관, 부흥부장관을 지내며 중요 산업정책을 입안, 집행했던 신현확(申鉉碻) 전 국무총리도 “그 시절 대부분의 정부 관료는 우리나라가 산업화로 나가야 한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당시 정부 관리들은 네이산 보고서 내용에 적극 반대하는 한편, 한국민의 높은 교육수준과 풍부한 노동력을 이용하여 공업화로 산업발전을 이루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 국가지도부가 산업화와 수출산업화를 통한 성장동력을 추진함으로써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상징되는 절대가난에서 벗어나게 됐지만, 그 결과 우리나라 농업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서 퇴락의 길을 걷게 되는 값비싼 대가를 치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이명박(李明博) 정부의 농정은 어떤 방향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우리 농업의 활로는 어디서 찾아야 하는 것일까. 이에 대한 궁금증을 풀기 위해 장태평(張太平)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찾았다. 실례되는 얘기지만 ‘태평’ 장관이 취임한 이후 두 해 연속으로 태풍이나 재해 없이 농어촌이 대풍(大豊)을 맞은 것은 장관 이름과 연관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재정경제부 출신의 세제 전문가를 농림수산식품부로 부른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당시 전임 장관께서 촛불시위 여파로 갑작스럽게 물러나시면서 촛불사태를 급히 수습해야 할 상황이었고, 또 이명박 정부의 농정철학에 맞는 사람을 구하다 농업정책국장을 지낸 저를 발견하셨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농협과 수협이 개혁되면 농수산 문제의 50%는 해결”
―이명박 농정을 말씀하셨는데, 한마디로 MB 농정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대통령께서는 중도실용주의를 강조하고 계십니다. 농정도 마찬가지죠. 실용은 효율성을, 중도는 서민들과 영세 계층을 돌봐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농업은 산업화 과정에서 우선순위가 밀려 다른 부문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습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다른 분야만큼 산업화시켜 국제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 기본이 중도실용입니다.”
―장관 재임 중 “이것만은 꼭 해결하고 싶다”고 꼽는 것이 있다면.
“우리 농업의 시스템을 바꾸는 일을 완성하고 싶습니다. 우선 가장 중요한 것이 농협과 수협의 개혁입니다. 이게 잘되면 농수산업 문제의 50%는 해결된다고 봐요. 정부 조직도 문제가 많습니다. 농·수·축산업 관련 기관의 역할 등을 바꿔줘야 합니다.”
그는 “농림수산부에 식품업무가 접목된 것은 역할 변경 차원에서 상당히 의미 있는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농업과 수산업이 1차산업에 머물러 있었는데, 식품이 추가됨으로써 가공유통 시장까지 포함하여 업무 영역이 크게 넓어졌습니다.”
장 장관은 “우리 농수산업이 선진국에 비해 뒤처진 이유는 실물을 받쳐줄 수 있는 금융이 없었기 때문”이라면서 말을 이어갔다.
“현재 농업 관련 금융 시스템도 국영체제로 되어 있습니다. 즉 정부의 지원 금융을 예산으로 만들어 시·군(市·郡)에 배급하는 식으로 돼 있는데, 이제 그 틀을 바꿔야 합니다. 이 분야도 손질을 충분히 해서 농업, 어업, 식품산업에 진출하려는 분들이 R&D 지원은 물론 자금을 충분히 공급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때문에 농수협 개혁은 일석이조 이상의 효과가 있을 거예요.”
장 장관은 또 기존의 국영 금융체계 개선뿐만 아니라 새로운 금융제도를 창출하기 위해 투자조합법을 공표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투자조합법이란 개념은 일반에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지금껏 농업에선 투자조합이라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했는데, 이번에 모태(母胎)펀드를 만들어 민관 합작형태의 투자조합이 구성되면 지원할 거예요. 예를 들면 땅이나 과수원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그 땅이나 과수원을 출자하여 거대 기업으로 만들고, 여기에 금융지원을 하여 경쟁력 있는 농업기업을 만드는 방식입니다. 소액 출자자들이 모여 거대 농업기업을 만들면 연구개발도 쉽게 지원받을 수 있고, 또 생산비도 절감할 수 있고, 과학영농도 할 수 있는 등 많은 장점이 있습니다. 재임 중 우리 농식품산업이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구축하고 싶습니다.”
―요즘 농협 개혁이 관심사인데요.
“작년 4월에 1단계 농협 개혁을 했습니다. 회장 중심의 지배구조를 이사회 중심으로 바꾸었죠. 이사회는 조합장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했기 때문에, 주인인 조합장들이 자기들의 수요에 맞게 농협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중점을 뒀습니다.”
“협동조합이 비생산성 감추는 핑계돼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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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월 7일 최원병 회장(오른쪽 두 번째) 등 농협 간부들은 농협개혁방안을 발표하면서, 그간의 잘못들에 대해 사과했다. |
“이번에는 농협의 본래 기능을 강화시키는 것이 목적이죠. 현재 농협의 수익구조 중 금융 비중이 높다 보니 회장이 하는 업무의 80%가 금융업무이고, 10% 정도는 농협의 자회사 관련 업무죠.
이렇게 되다 보니 농협 본래의 업무, 즉 농민들의 공동구매, 공동출하, 공동방역, 농기계사업, 교육, 컨설팅 분야에 거의 신경을 쓰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전 세계에서 농협을 이런 식으로 운영하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습니다.”
그는 “농협은 농협답게 본래의 임무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국의 경우 농협이 농민들을 위해 어떤 일을 할 때 수수료가 굉장히 비쌉니다. 뉴질랜드의 키위 생산 농가조합인 제스프리는 수수료를 25%나 받습니다. 제스프리는 회원들을 위해 공동출하, 방제, 컨설팅 등 여러 업무를 하는데, 수수료가 25%나 되는 이유는 금융기능이나 수익사업이 없어 전적으로 수수료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도 농민들은 불만이 없습니다. 자기들이 수수료를 지불한 만큼의 도움을 받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렇다면 우리 농협은 금융기능이나 수익사업 분야가 막강하니 나름 경쟁력을 갖고 있는 셈이군요.
“그렇습니다. 우리 농협은 거대 은행이 있어서 이곳에서 나온 수익금을 농민들을 위해 쓸 수 있지요. 또 농협에는 24개의 자회사가 있는데, 이것도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농민들을 대상으로 사업할 때 수수료를 적게 받고, 어떤 것은 무료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 겁니다. 조합은 경제와 신용부문을 자회사로 만들어 돈을 못 벌어오면 경영진을 바꾸고, 전략적으로 관리하면 됩니다.
자회사들이 돈을 벌어오면 연합회는 이미 말씀드린 업무만 열심히 하면 되도록 금융업무와 수익사업을 분리하자는 게 농협 개혁의 핵심입니다. 사업구조를 이런 식으로 개편하면 ‘우리에게도 진정으로 농민과 어민을 생각하는 농협과 수협이 있구나’라고 피부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현재 농협과 수협의 금융분야 인프라나 경쟁력을 다른 금융기관과 비교한다면 어떻다고 생각합니까.
“현재 농협과 수협의 금융분야는 국내 4대 은행에 비해 비효율적이고 생산성이 떨어져 그만큼 수익도 적다고 생각합니다. 은행은 금융시장 논리에 의해 움직여야 하는데, 협동조합과 같이 있다 보니 냉철한 판단을 못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는 전문 금융기관이 아니라 협동조합이니까’라며 자신들의 비생산성을 변명하는 핑곗거리가 될 수 있지요.”
농협에서 금융 분리하면 1조원 이상 수익 올릴 수 있어
―농협에서 금융 부문을 분리하여 전문 금융기관으로 운영하면 현재보다 어느 정도나 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까.
“저는 1조원 이상 더 수익을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정부 차원에서 농협에 전문가들을 대거 보내 조직을 좀 더 생산적으로 이끌어 나가고 내실을 다지는 것은 불가능합니까.
“농협은 본질적으로 민간자율 조직입니다. 독립법인인 단위조합이 모여 연합회를 결성한 것이 농협중앙회죠.
그런데 농협을 자율적인 조직이라고만 할 수 없는 것이 금융 부문 때문입니다. 현재 농협 기능의 80%가 금융인데, 이런 금융업무를 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농협법입니다. 국가로부터 특별한 임무를 받았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정부의 규제를 받는 것이죠.
사실 농협의 본래 임무는 누가 간섭하지 않고 알아서 하면 그만입니다. 그런 점에서 보면 금융분야를 분리해서 새로운 체제가 되면 농협이 훨씬 자율적으로 운영이 가능해집니다. 수익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자회사들도 이전보다 훨씬 자율적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농·수협 개혁 법안이 2월 국회에서 통과된다고 가정할 경우 지금 말씀하신 성과들이 언제부터 나올 것으로 예상합니까.
“2월에 국회 통과가 된다면, 1년 정도의 자산 실사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 후에 분리작업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 말처럼 간단치 않습니다. 업무를 분리하고, 사람도 나누고, 지주회사도 신설해야 하고, 지분도 중앙회에서 지주사로 넘겨야 합니다. 최대한 업무를 빠르게 추진해도 1년 정도 걸릴 것으로 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과정을 거치겠지만 2~3년만 지나면 농·수협 개혁은 모두에게 ‘정말 잘했다’는 말을 들을 것입니다.”
검역에 문제 생기면 장관보다 언론에 먼저 알리게 돼 있어
―쌀이나 축산물은 우리나라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극히 일부에 불과하지만 민족정서나 국민감정과 결부돼 굉장히 민감한 사항입니다. 2008년 촛불시위의 여진이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데, 이 사건으로 얻은 것은 무엇입니까.
“경제발전을 통해 국민소득이 급격히 늘어나다 보니 개개인이 기대하는 생활수준도 많이 올라갔습니다. 식품안전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인데, 우리는 미처 그 부분을 인식하지 못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식량정책에서 기존의 ‘양적 안보’에 ‘질적 안보’가 추가된 것입니다. 그동안 정부가 식량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결과 양적 확보 차원에서는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그러나 식량의 안전성 등 질적인 차원에서도 정책적 대응을 한다고는 했지만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차원까지 도달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식품안전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어떤 대응을 할 계획입니까.
“전에는 검역에 문제가 생기면 발표 여부에 대해 내부 결재를 받았습니다만 이제는 시스템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이번 구제역 발생 과정을 보면 검사팀이 이상을 발견하는 즉시 언론과 관계기관에 통보가 돼 국민이 먼저 알게 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발생 사실을 장관에게 먼저 보고하고, 장관이 ‘발표하라’고 해야 그때 가서 언론에 발표되는 식이었죠.”
―미국산 쇠고기는 현재 얼마나 수입되고 있으며, 판매 현황은 어떻습니까.
“작년에 수입된 전체 쇠고기 중에서 미국산이 4만9974t으로 전체의 25.2%를 차지했습니다. 호주산이 11만6772t으로 59%를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호주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는 작년 8월 이후 점차 수입이 늘고 있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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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는 정부가 조성한 간척지를 영농법인에 우선 분양할 계획이다. 사진은 전남 해남 일대의 간척지. |
생산자 중심 조직 권장
―우리도 농·수·축산물의 해외수출을 통해 국부창출을 하는 시스템을 하루빨리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공감합니다. 우선 우리 농업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조직화, 규모화가 절실해요. 현재 농가당 경지면적을 보면 1.45ha로 농업선진국인 네덜란드의 16분의 1에 불과해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국제경쟁을 할 수 있는 농축산물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또 농산물의 최대 수요처인 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식품기업(145개), 연구소(10개) 등을 한 곳에 집적하여 올해 64억 달러, 2012년까지 100억 달러의 농·수·축산물 및 식품 수출을 달성하겠다는 것이 저희 부(部)의 목표입니다.”
―우리 농수산업과 식품산업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카길 같은 농업기업이나 네슬레 같은 식품기업이 나와야 하지 않을까요.
“저는 카길이나 네슬레 같은 대기업이 반드시 한국에서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장 장관은 “우리 농업 관련 기업들이 하루아침에 세계적인 규모의 대기업이 될 수는 없지만, 장기 목표를 가지고 두 가지를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첫번째는 생산자 중심 조직을 만들려고 합니다. 작년까지 전국대표조직을 28개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같은 품목의 농산물 수출업자들이 뭉쳐서 규모의 경제를 이루라고 권장합니다.
쌀의 경우 영세농들이 100ha 규모로 뭉쳐 조직을 만들면 지원을 해주고 있어요. 그 결과 생산비가 22~30%까지 절감이 됐더군요. 현재와 같은 1~2ha의 영세한 규모의 농업으로는 효율성이나 생산성 향상,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농약사용 1위, 비료 사용 5위 국가입니다. 농업 규모가 100ha가 되면 효율적인 시스템이 갖춰져 농약이나 비료 사용을 지금보다 25% 이상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농수산업이나 축산업에서 규모화 혹은 조직화로 성과를 보고 있는 곳이 있습니까.
“성공사례 중의 하나가 파프리카 생산농가인데요. 파프리카는 원래 우리 농산물이 아니라 수입 농산물이고, 내수보다는 수출 중심으로 생산했던 야채입니다. 국내에 파프리카 생산 농가가 270곳 정도인데, 이들을 조합원으로 한 단일회사가 만들어져 모든 생산과 품질관리를 일괄적으로 단일화했습니다. 그 결과 일본에 수출되어 현재 일본 파프리카 시장의 70~80%를 우리나라 기업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간척 농지, 영농기업에 우선 분양
―그동안 우리나라는 제조업에 대해서는 대규모 산업단지를 국가 비용으로 조성해 주고 금융이나 세제(稅制), 토지 등에서 각종 혜택을 주어 왔습니다. 반면에 농어업이나 축산업은 제조업에 비해 너무 무관심했던 것 아닙니까.
“맞는 지적입니다. MB 농정에서는 농업도 제조업처럼 체계적이고 전폭적으로 지원을 해보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현재 새만금, 영산강 등에서 정부가 조성하고 있는 간척지가 꽤 많습니다. 과거에는 정부가 간척한 땅을 1~2ha씩 농민들에게 쪼개서 임대를 했습니다만, 이제부터는 대규모로 땅을 쓰고자 하는 분들에게 우선적으로 장기 임대할 계획입니다.
농민들도 정부의 간척지를 이용하고 싶으면 100명이든 1000명이든 모여서 덩치를 키운 다음 법인을 만들라는 것입니다. 그러면 다른 회사보다 우선권을 줄 것입니다. 정부는 이처럼 조성된 간척지를 대규모로 제공한 다음 지역별 특성에 맞게 특화해서 벼 생산단지, 화훼 재배 단지, 과채류 수출 단지 등의 농작물 산업단지로 개발하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할 수 있는 농산물 생산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런 농작물 산업단지 개발계획은 어느 정도나 진척되고 있습니까.
“현재 관련부서에서 관련법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법이 국회를 통과하면 새만금(700ha)에 초록마을, 농산무역, 동부하이텍 컨소시엄 등 3개 사업자, 영산강(713ha)에 한빛들, 장수체, 삼호용앙, 매봉합자회사 등 4개 사업자가 선정되어 사업자당 100ha 이상 대규모 영농기업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우리보다 스위스가 人蔘으로 3배 더 수출”
장 장관은 “농·수·축산업과 식품산업은 기회의 산업”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통계를 보면 스위스가 커피와 코코아를 각각 9억 달러 정도 수출합니다. 심지어 인삼의 경우 전통적인 생산지인 우리나라 수출 규모가 1억 달러 정도인 데 비해 스위스는 인삼 관련 제품을 3억 달러나 수출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입니까.
“인삼 제품을 생산하는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우 원래의 제품을 말려서 팔거나 가공하는 수준이 겨우 홍삼, 차, 과자 정도밖에 안돼요. 반면에 스위스는 인삼에서 특수기능성 물질을 추출해 제품으로 만들어 팔기 때문에 원가보다 수십 배 높은 가격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농산물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방향으로 R&D가 시급한 상황이군요.
“그렇습니다. 농식품 정책이 지금까지는 ‘먹는 것’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습니다만, 이제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현재 국내에서 생산하는 백합을 일본에 연간 2000만 달러 정도 수출하고 있고, 장미도 엄청나게 수출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전 세계 화훼시장에서 큰 호평을 받은 장미의 경우 온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특수 품종입니다.”
장 장관은 “이 장미의 사례처럼 농·수·축산업 관련 R&D가 글로벌 시장에서 원하는, 소비자들을 충족시키는 쪽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연구자들이 자기 중심의 R&D를 계속해 온 측면이 없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생산자 중심의 연구, 즉 장미 농가가 새 품종 개발을 요청하면 그 요구에 맞는 기술개발을 해 줘야 합니다. 네덜란드에서는 영농조합이나 회사가 정부에 기술요청을 하면 정부는 그걸 분류해서 공고하고, 연구자들이 ‘내가 연구하겠다’며 공모에 도전합니다. 영농조합은 R&D 경비의 일정 부분을 분담하는 대신 성과평가에 직접 참여하여 현장 수요자가 원하는 결과를 도출할 수 있도록 연구방향을 유도하는 역할을 하고, 정부는 공개 경쟁을 통해 최종 연구자를 결정해 농가와 같이 연구하도록 지원하는 방식으로 R&D를 활성화하고 있어요.
―최근 들어 우리나라 농수축산업 및 식품산업도 생명공학(BT)이나 IT산업과 접목하는 모습들이 관측됩니다. 대학의 농·수·축산업 관련 학과 이름도 농업생명과학대학 같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데요.
“최근 농·수·축산업은 먹을거리의 생산뿐만 아니라 곤충이나 자생식물과 관련된 관상용 동식물 산업, 애완동물 시장 등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국가 전체의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날로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독일의 경우 셰퍼드 등 애견을 연간 2조원 정도 전 세계에 수출하고 있고, 파프리카 종자의 경우 같은 무게 금값의 두 배나 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습니다.”
“G20을 韓食 세계화의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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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4월 7일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식 세계화 2009 국제 심포지엄’. 왼쪽부터 전혜경 한식세계화연구단장, 대통령 영부인 김윤옥 여사, 장태평 장관, 스티븐슨 주한 美대사. |
“우리는 지금까지 자동차, 조선 등 하드한 제조업으로 먹고살았습니다. 미래에는 소프트한 금융, 서비스로 먹고살아야 한다고들 하죠. 저는 그 중간쯤 되는 것이 ‘생명산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생명산업은 차세대 성장동력이 될 수 있어요. 우리의 토질과 기후는 건강식품을 재배하기에 상당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흐르는 물을 그냥 마실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몇 개국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국산 농식품은 홍보를 못해서 해외에서 제대로 대접을 못 받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입니다. 국산 돼지고기나 한우(韓牛)는 맛이나 영양 면에서 세계적 수준인데 일본산 돼지고기나 소고기인 와규(和牛)에 밀리고 있죠. 사과도 한국산은 동남아에서 1000원에 팔리는 반면 일본산은 5000원에 팔리고 있습니다. 중국과 같은 거대한 시장이 우리 앞에 놓여 있는 만큼 앞으로는 적극적인 홍보 활동에 신경 쓸 예정이에요.”
―농업, 수산업, 축산업, 식품업 등의 인재양성도 시급한 것 같습니다.
“예전 한국농업대학을 농수산대학으로 바꿔 우리 부처 산하에 두었지요. 교육내용과 체계도 바꾸려고 합니다. 또 도(道)별로 기존 대학 1개교를 선정해 농식품 전문가를 길러내는 2년 과정의 마이스터대학을 운영할 계획입니다.”
―한식(韓食) 세계화도 이명박 정부의 화두 중 하나인데, 이 분야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삼성경제연구소의 2009년 10대 히트상품 중에 막걸리가 1위를 차지했더군요. 코리아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 한식 세계화의 필요성에 93%가 공감하고 있고, 또 실현가능성도 70%의 국민이 공감하고 계십니다. 특히 올 11월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한식 세계화의 기회로 적극 활용하고자 합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닌데요.
“간소하고 품격 있는 식단 개발, 한식 체험행사 등을 통해 한식이 웰빙음식이라는 인식을 심어나갈 예정입니다.
한식 세계화를 위해서는 관련 연구가 필수적인데, 우선 광주광역시에 김치연구소를 대규모로 만듭니다. 이곳에서는 김치를 비롯한 발효식품과 다양한 미생물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게 됩니다. 전북 익산에는 국가식품클러스터를 구축할 예정입니다. 이런 관련 연구기관들에서 핵심 기술 연구와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되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그동안 선거가 있을 때마다 농어가 부채를 탕감해 주었습니다. 이런 포퓰리즘 정책은 선량하게 일해서 열심히 빚을 갚는 국민들을 바보로 만들 우려가 높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 당시 농어가 부채 탕감을 거론했는데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농가 부채 탕감’이라는 표현은 없었습니다만 해가 갈수록 농가 부채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농가 부채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MB 농정에서는 빚에 시달리는 농가의 경우 경영회생지원제도를 활용할 것입니다. 즉 자산이 있는 농가 중 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큰 사람의 땅을 농지은행에서 매입해 주고, 저렴한 비용으로 다시 그 사람에게 임대해 주는 제도입니다. 나중에 여력이 생기면 농지를 환매해서 쓸 수 있기 때문에 인기가 좋습니다. 현재 경영회생자금을 연간 300억원 정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괄적으로 농가 부채를 탕감하는 것은 더 이상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마인드를 바꾸는 지역 리더 양성할 터”
―지금까지 말씀하신 것을 종합해 보면 농·수·축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내는 것이 MB 농정의 핵심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농업인들이 자력(自力)으로, 자율적으로 만들어 가도록 마인드를 바꾸는 것이 MB 농정의 핵심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농촌개발도 주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를 위해 지역 리더를 육성하는 데 집중하려고 합니다. ‘내 힘으로 한다, 희망이 있다’고 하면 그게 에너지가 되는 것입니다.
그 다음에 시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쌀 생산은 되는데, 가공시장이 없습니다. 그러니까 시장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농산물 유통도 국가 직영에 가까운 구조인데, 앞으로는 민간이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후 식량자원 확보를 위해 해외 영농을 언급한 적이 있습니다. 현재 일부 기업이나 인사들이 해외로 진출해 해외에서 영농을 하고 있는데, 해외 농업개발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주요 곡물의 4분의 3, 즉 연간 1400만t 정도를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서 식량안보는 대단히 중요한 과제 중의 하나입니다.
장기적으로 지구촌이 식량부족에 직면할 것이라는 판단하에 민간기업이 해외 식량개발을 주도하되, 정부는 이를 측면 지원하는 ‘해외농업개발 10개년 기본계획’을 지난해 6월 마련하여 추진 중에 있습니다. 올해는 240억원의 예산을 확보하여 해외농업개발 진출기업에 대해 시설투자, 컨설팅 지원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현지농장 개발뿐만 아니라 주요 곡물생산국의 대규모 저장 가공시설 확보 등 유통거점 확보도 추진할 계획입니다.”
“현장 농어업인들에게서 가능성 발견”
그러나 장 장관의 희망찬 메시지에도 불구하고, 우리 농어촌의 현실은 척박하다. 정부의 끊임없는 농어촌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도농(都農) 간의 소득이나 생활만족도 격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그 결과 현재 우리 농어촌은 그 기반이 서서히 붕괴되어 가고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 희망 잃은 노인들이 근근이 살아가는 모습, 시집 오는 한국 여자가 없어 국제결혼이 빈번한 결과 다문화(多文化)화되어 가는 농촌공동체, 다문화 가정 아이들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이 없어 소외되어 가는 아이들….
과연 한국의 농어촌, 그리고 농·수·축산업에 희망은 있는 것일까. 이 질문에 장태평 장관은 “농·수·축산업 및 식품산업은 부와 고용을 창출하는 기회의 산업이자 신성장동력 산업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 경지면적은 세계 93위, 1인당 경지면적은 126위에 불과합니다만 농축산물 수출은 45위, 쌀 생산 15위, 배 생산 6위, 돼지사육 두수 17위, 단위면적당 곡물생산량 13위 등 상당한 수준이라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현장의 농어업인들에게서 우리 농어업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네덜란드, 덴마크, 뉴질랜드 등 농업선진국들도 척박한 토양, 거친 기후 등 불리한 여건 속에서도 근본적인 체질개선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킴으로써 오늘과 같은 선진국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어요. 우리 농어업도 변화된 환경에 적절히 대응할 경우 고용이나 부가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신성장산업으로 거듭날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사진 : 서경리
▣ 국회에 제출된 농협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2009년 12월 16일 국회에 제출한 농협법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 NH경제, NH금융으로 분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우선 농협중앙회를 농협연합회로 명칭을 변경하고 연합회가 NH경제, NH금융에 농협(NH) 명칭사용료(2%)를 부과하여 교육, 지도 및 산지유통 활성화 등 협동조합 고유목적사업을 수행토록 한다는 것이다. 또 농협중앙회 수익사업을 자회사화하고, 기존 자회사를 묶어 NH경제지주(관련 경제 자회사 농협유통, 농협목우촌, 농협사료, 남해화학 등 총 13개)를 설립하여 국산 농축산물 유통을 선도하도록 할 계획이다.
나아가 신용사업과 공제사업을 각각 분리한 농협은행과 농협보험, NH증권 등을 묶어 NH금융지주를 신설하고 국내 1~2위권 금융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