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英晳
⊙ 1967년 서울 출생.
⊙ 서울고,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졸업.
⊙ 대우국민차 영업관리팀, (주)대우 자동차수출부문, 대우자동차(주) 베네룩스 판매법인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GM대우 유럽지역 본사 마케팅팀장,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크라이슬러 LLC 한국·일본시장 총괄 담당 역임.
⊙ 1967년 서울 출생.
⊙ 서울고, 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졸업.
⊙ 대우국민차 영업관리팀, (주)대우 자동차수출부문, 대우자동차(주) 베네룩스 판매법인
세일즈마케팅 디렉터, GM대우 유럽지역 본사 마케팅팀장,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영업마케팅
총괄 부사장, 크라이슬러 LLC 한국·일본시장 총괄 담당 역임.
安英晳(안영석·42)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은 국내 수입차 업계의 최연소 CEO(최고경영자)다. 지난해 5월, 41세에 크라이슬러코리아 사장에 취임한 그는 1992년 대우자동차에 입사한 뒤 16년 만에 수입차 회사 CEO에 올랐다.
안 사장은 대우국민차 영업기획을 시작으로 수출기획팀, 亞中東(아중동)영업본부, 베네룩스 판매법인 주재원을 지냈고, 대우차가 GM에 인수된 후에는 GM대우의 유럽마케팅팀장을 맡았다. 대우차 신입사원 시절 그는 ‘티코’ 중고차를 중동지역에 대당 300만원에 500대나 판매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4년 GM대우를 떠나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이사로 옮겼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6년 7월 그를 미국 본사 이사로 불러들여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지역 마케팅 총괄 책임을 맡겼다.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역법인 부사장이 본사의 주요 시장 책임자로 승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후 2년 만에 부사장,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안 사장의 강점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2005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당시, 전시장 정면의 아파트 외벽에 대형 크라이슬러 현수막을 내걸어 브랜드 이름을 알렸고, 철통 같은 보안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2004년 10월 대형세단 ‘300C’ 신차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안 사장은 매일 영업사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런 실용적 마케팅 덕분에 매년 20~30%씩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완성차 업계의 재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업체의 몰락이다.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은 지난 6월 크라이슬러로부터 자동차 엔진, 소형차 제조기술 등을 이전받는 대가로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로써 크라이슬러는 신속파산 보호절차에 돌입한 지 42일 만에 ‘크라이슬러그룹 LLC’라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안영석 사장은 “피아트는 중소형차 부문의 피아트, 란치아 브랜드에서부터 프리미엄 수퍼카인 알파 로메오 브랜드, 그리고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드림 카’라 불리는 페라리, 마세라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크라이슬러의 포트폴리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차 개발 기간 3~5년가량 단축
―피아트가 크라이슬러를 인수하게 된 이유는.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제휴했는데, 이 기간 동안 두 회사는 기술 공유에 제약이 많았고, 신제품 출하 시기를 놓치는 등 7~8년간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피아트와의 전략적 제휴 필요성이 제기됐죠.”
―양사 간의 제휴로 두 회사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인수를 통해 북미 전역의 크라이슬러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고, 1200여 개의 크라이슬러 딜러망을 통한 판매기지를 확보하게 됐어요. 크라이슬러는 南美(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강점이 있는 피아트의 판매망을 이용해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습니다.”
안 사장은 “피아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크라이슬러는 신차 개발 기간을 3~5년가량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는 친환경, 고효율, 고품질의 차세대 차종을 개발 중”이라며 “이 차종이 향후 크라이슬러의 주력 차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피아트와의 전략적 제휴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 차종도 판매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어떤 차종을 도입할 건가요.
“피아트 차량은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해 도입할 브랜드와 차종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진척상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겁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피아트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소형차인 피아트 500, 국내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그란데 푼토, 브라보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아트 차종은 모두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특성을 지녀, 특별한 개성과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피아트 차종은 기존에 수입되던 高價(고가)의 이탈리아 차종들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층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겁니다.”
크라이슬러, 지난해 국내 수입차 업계 7위
지난해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수입차 업계 7위를 차지했다. 안 사장은 “크라이슬러는 북미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선 36개월째 판매량이 늘었으며, 크라이슬러 코리아도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4.2% 증가한 2868대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실적이 늘어난 이유는 강세를 보이던 일본 수입차들이 엔고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차량을 비롯해 고연비 디젤 차량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디젤의 경우 리터당 15.2km이며, 수입차 가운데 1등급으로 연비가 가장 우수합니다. 크라이슬러 300C 디젤 역시 대형 세단 중 최고 수준인 리터당 11.9km나 됩니다.”
안 사장은 “지난 8월, 크라이슬러의 준중형 세단 차량인 2010년형 세브링이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의 안전성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면서 “고객들이 세브링 디젤의 연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100m당 15.2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쉬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했다.
안 사장이 생각하는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일까.
“크라이슬러는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로서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는 게 장점입니다. 대형 세단 300C, 중형 세단 세브링이 대표 차종이죠. 지프 브랜드는 4륜구동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대명사로 67년간을 이어온 기술력과 성능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닷지는 野性(야성)의 거친 매력을 발산하는 브랜드입니다.”
한국에서 SUV의 대명사는 크라이슬러의 ‘지프(Jeep)’다. 20~30대 젊은층에 인기가 높은 지프 브랜드의 시승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크라이슬러는 2004년부터 동북아 지역 최초로 오프로드 프로그램인 ‘지프 캠프’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안 사장은 그랜드체로키를 타고 진흙탕과 바위투성이인 강원도 평창의 황병산 지프 캠프를 다녀왔다고 한다.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현재 판매 중인 전 차종을 대상으로 신차 구입 1년 이내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리비가 차값의 20%를 초과하고, 본인 과실이 49% 이하이면 새 차로 바꿔주는 ‘프리미엄 어슈런스(Premium Assurance)’라는 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안 사장은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4년 시행하는 동안 70명이 넘게 혜택을 보았다”면서 “얼마 전 한 고객은 1년이 되는 날 사고를 당해 새 차로 교환해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남의 시선 의식하는 구매 패턴
“크라이슬러 코리아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신차 교환 프로그램은 수입차 업계에서 저희가 유일하게 제공하고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소모성 부품의 경우 2년, 13만km 주행까지 보증하고 있습니다.”
―수입차 업계에서 볼 때,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
“미국 소비자들은 실리적인 면을 중시하고,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원하죠. 한국 소비자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구매형태를 보이고, 자동차가 자신의 ‘스타일’을 대표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안 사장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실용성’과 ‘성능’ 위주로 차량을 구매하는 추세가 늘고 있어 크라이슬러와 같은 중저가 수입차 브랜드에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안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02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현재 6%대의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2015년경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사장은 2006년 11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미 크라이슬러 본사의 한국·일본시장 총괄책임자로 활동하면서 현지의 자동차 관계자들이 한국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싸게 잘 만드는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처럼 국가브랜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크라이슬러 지분 55%를 가진 최대 주주이고, 미 정부도 8%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쌍용차 노조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미국의 자동차 노조와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근로 환경이 많이 달라요. 미국과 유럽은 失職(실직)을 하더라도 재취업이 용이한 반면, 한국은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투쟁 상황이 벌어진다고 봅니다. 자동차 업계의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노조 활동은 순수하게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크라이슬러그룹LLC
크라이슬러는 미국 캔자스에서 기관차 엔지니어의 아들로 태어난 월터 크라이슬러(1875~1940)가 설립했다. 1912년 뷰익 공장의 매니저로 GM에 합류한 그는 사업부 사장을 거쳐 맥스웰모터社(사)에 입사, ‘병든 자동차 회사를 치료하는 의사’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맥스웰모터는 그의 노력으로 회생했고, 社名(사명)을 크라이슬러코퍼레이션으로 변경했다.
크라이슬러는 1924년 6기통 엔진에 4륜 유압브레이크를 최초로 장착한 자동차 ‘크라이슬러 식스’를 선보였고, 1928년 닷지브라더스를 인수해 ‘빅3’로 부상했다. 크라이슬러는 전 세계 최초의 유선형 자동차인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1934), 1955년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300마력 엔진 ‘크라이슬러 300’ 등을 생산했다.
1960년대에는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닷지와 플리머스의 ‘머슬카’, 역대 가장 성공한 차종인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생산했다. 크라이슬러는 2차 세계대전부터 쌓아온 레저용 차량의 대명사 지프(JEEP) 브랜드를 1987년 합병했다. 1980년대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전설적인 CEO 아이아코카의 지휘 아래 부활,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전격 합병, 다임러크라이슬러로 공식 출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으나 기업문화가 맞지 않는 등 성과는 미흡했다. 2007년 5월, 다임러 측은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매각하며 결별했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크라이슬러의 판매는 부진했고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를 맞아 지난 4월 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지난 6월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고 크라이슬러그룹LLC로 변신했다. 현재는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모파 브랜드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안 사장은 대우국민차 영업기획을 시작으로 수출기획팀, 亞中東(아중동)영업본부, 베네룩스 판매법인 주재원을 지냈고, 대우차가 GM에 인수된 후에는 GM대우의 유럽마케팅팀장을 맡았다. 대우차 신입사원 시절 그는 ‘티코’ 중고차를 중동지역에 대당 300만원에 500대나 판매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2004년 GM대우를 떠나 다임러크라이슬러코리아 이사로 옮겼다. 다임러크라이슬러는 2006년 7월 그를 미국 본사 이사로 불러들여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지역 마케팅 총괄 책임을 맡겼다. 당시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역법인 부사장이 본사의 주요 시장 책임자로 승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그 후 2년 만에 부사장, 사장으로 고속 승진했다.
안 사장의 강점은 톡톡 튀는 아이디어다. 2005년 경기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서울모터쇼 당시, 전시장 정면의 아파트 외벽에 대형 크라이슬러 현수막을 내걸어 브랜드 이름을 알렸고, 철통 같은 보안으로 유명한 서울 중구 정동의 주한 미 대사관저에서 2004년 10월 대형세단 ‘300C’ 신차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안 사장은 매일 영업사원들을 만나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다고 한다. 이런 실용적 마케팅 덕분에 매년 20~30%씩 매출이 신장하고 있다고 한다. 작년 하반기 글로벌 금융위기로 촉발된 세계 완성차 업계의 재편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세계 자동차 업계의 판도 변화를 가속화하는 요인은 GM, 포드, 크라이슬러 등 미국 ‘빅 3’업체의 몰락이다.
이탈리아 피아트그룹은 지난 6월 크라이슬러로부터 자동차 엔진, 소형차 제조기술 등을 이전받는 대가로 크라이슬러의 지분 20%를 인수했다. 이로써 크라이슬러는 신속파산 보호절차에 돌입한 지 42일 만에 ‘크라이슬러그룹 LLC’라는 글로벌 자동차기업으로 재탄생했다.
안영석 사장은 “피아트는 중소형차 부문의 피아트, 란치아 브랜드에서부터 프리미엄 수퍼카인 알파 로메오 브랜드, 그리고 전 세계 자동차 마니아들로부터 ‘드림 카’라 불리는 페라리, 마세라티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어 크라이슬러의 포트폴리오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차 개발 기간 3~5년가량 단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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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10월 21일 캐슬린 스티븐스 주한미국대사가 미국 자동차 업체인 크라이슬러의 신차 발표회에 참석해 신차 출시를 축하한다는 문구를 한글로 쓰고 있다. |
“크라이슬러가 다임러 벤츠와 제휴했는데, 이 기간 동안 두 회사는 기술 공유에 제약이 많았고, 신제품 출하 시기를 놓치는 등 7~8년간 독자적인 기술개발이 활발히 이뤄지지 못했습니다. 새로운 기술개발과 소비자 트렌드를 따라잡기 위해 피아트와의 전략적 제휴 필요성이 제기됐죠.”
―양사 간의 제휴로 두 회사는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습니까.
“피아트는 크라이슬러 지분 인수를 통해 북미 전역의 크라이슬러 생산라인을 활용할 수 있고, 1200여 개의 크라이슬러 딜러망을 통한 판매기지를 확보하게 됐어요. 크라이슬러는 南美(남미)와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강점이 있는 피아트의 판매망을 이용해 강력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게 됐습니다.”
안 사장은 “피아트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반으로 크라이슬러는 신차 개발 기간을 3~5년가량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미 크라이슬러와 피아트는 친환경, 고효율, 고품질의 차세대 차종을 개발 중”이라며 “이 차종이 향후 크라이슬러의 주력 차종이 될 것”이라고 했다.
―피아트와의 전략적 제휴로 크라이슬러는 피아트 차종도 판매하게 됩니다. 언제부터, 어떤 차종을 도입할 건가요.
“피아트 차량은 국내 시장상황을 고려해 도입할 브랜드와 차종을 검토 중입니다. 한국과 유럽연합(EU)의 자유무역협정(FTA) 진척상황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해 내년 상반기 중 구체적인 방향을 정할 겁니다.”
―국내 소비자들이 좋아할 만한 피아트 모델은 어떤 것들이 있습니까.
“소형차인 피아트 500, 국내 마니아들에게 잘 알려진 그란데 푼토, 브라보 등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피아트 차종은 모두 이탈리아 특유의 디자인 특성을 지녀, 특별한 개성과 스타일을 원하는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봅니다. 피아트 차종은 기존에 수입되던 高價(고가)의 이탈리아 차종들과 달리 합리적인 가격으로 일반 소비자층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겁니다.”
크라이슬러, 지난해 국내 수입차 업계 7위
지난해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수입차 업계 7위를 차지했다. 안 사장은 “크라이슬러는 북미시장을 제외한 글로벌 시장에선 36개월째 판매량이 늘었으며, 크라이슬러 코리아도 올해 들어 8월까지 전년 동기보다 14.2% 증가한 2868대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판매실적이 늘어난 이유는 강세를 보이던 일본 수입차들이 엔고에 따른 가격 상승으로 타격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최근 들어 하이브리드 차량을 비롯해 고연비 디젤 차량들이 속속 출시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의 세브링 디젤의 경우 리터당 15.2km이며, 수입차 가운데 1등급으로 연비가 가장 우수합니다. 크라이슬러 300C 디젤 역시 대형 세단 중 최고 수준인 리터당 11.9km나 됩니다.”
안 사장은 “지난 8월, 크라이슬러의 준중형 세단 차량인 2010년형 세브링이 미국 고속도로 안전협회의 안전성 테스트에서 최고점을 받았다”면서 “고객들이 세브링 디젤의 연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업계 최초로 100m당 15.2원을 현금으로 돌려주는 ‘캐쉬백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했다.
안 사장이 생각하는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브랜드의 특징은 무엇일까.
“크라이슬러는 가장 대중적인 브랜드로서 세련된 디자인과 합리적인 가격을 갖췄다는 게 장점입니다. 대형 세단 300C, 중형 세단 세브링이 대표 차종이죠. 지프 브랜드는 4륜구동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의 대명사로 67년간을 이어온 기술력과 성능이 트레이드 마크입니다. 닷지는 野性(야성)의 거친 매력을 발산하는 브랜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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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슬러 세브링 디젤 |
크라이슬러 코리아는 현재 판매 중인 전 차종을 대상으로 신차 구입 1년 이내에 사고가 발생할 경우 수리비가 차값의 20%를 초과하고, 본인 과실이 49% 이하이면 새 차로 바꿔주는 ‘프리미엄 어슈런스(Premium Assurance)’라는 교환 프로그램을 실시하고 있다.
안 사장은 “신차 교환 프로그램을 4년 시행하는 동안 70명이 넘게 혜택을 보았다”면서 “얼마 전 한 고객은 1년이 되는 날 사고를 당해 새 차로 교환해 준 사례도 있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남의 시선 의식하는 구매 패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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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슬러는 2004년부터 동북아 지역 최초로 오프로드 프로그램인 ‘지프 캠프’ 행사를 열고 있다. 지난 6월 21일, 강원도 평창의 황병산에서 열린 지프 캠프. |
―수입차 업계에서 볼 때, 한국 소비자들은 어떤 특성을 갖고 있습니까.
“미국 소비자들은 실리적인 면을 중시하고, 럭셔리 브랜드보다는 튼튼하고 안전한 차를 원하죠. 한국 소비자들은 남들의 시선을 의식하는 구매형태를 보이고, 자동차가 자신의 ‘스타일’을 대표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안 사장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실용성’과 ‘성능’ 위주로 차량을 구매하는 추세가 늘고 있어 크라이슬러와 같은 중저가 수입차 브랜드에는 좋은 기회”라고 했다.
안 사장은 국내 수입차 시장은 2002년 이후 가파르게 성장해 현재 6%대의 점유율을 확보했으며, 2015년경에는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수입차 비중이 15%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안 사장은 2006년 11월부터 2008년 5월까지 미 크라이슬러 본사의 한국·일본시장 총괄책임자로 활동하면서 현지의 자동차 관계자들이 한국차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살펴봤다고 한다. 그는 “외국인들은 한국 자동차에 대해 ‘싸게 잘 만드는 차’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한국 자동차 업체들의 경우,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일본처럼 국가브랜드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미자동차노조(UAW)는 크라이슬러 지분 55%를 가진 최대 주주이고, 미 정부도 8% 지분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근 쌍용차 노조 사태를 보며 어떤 생각이 들었습니까.
“미국의 자동차 노조와 한국의 자동차 노조는 근로 환경이 많이 달라요. 미국과 유럽은 失職(실직)을 하더라도 재취업이 용이한 반면, 한국은 재취업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극단적인 투쟁 상황이 벌어진다고 봅니다. 자동차 업계의 ‘노동의 유연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노조 활동은 순수하게 노조원들의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크라이슬러그룹L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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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라이슬러 창업자 월터 크라이슬러. |
크라이슬러는 1924년 6기통 엔진에 4륜 유압브레이크를 최초로 장착한 자동차 ‘크라이슬러 식스’를 선보였고, 1928년 닷지브라더스를 인수해 ‘빅3’로 부상했다. 크라이슬러는 전 세계 최초의 유선형 자동차인 ‘크라이슬러 에어플로우’(1934), 1955년 미국에서 만든 최초의 300마력 엔진 ‘크라이슬러 300’ 등을 생산했다.
1960년대에는 한국 팬들에게도 낯익은 닷지와 플리머스의 ‘머슬카’, 역대 가장 성공한 차종인 ‘크라이슬러 미니밴’을 생산했다. 크라이슬러는 2차 세계대전부터 쌓아온 레저용 차량의 대명사 지프(JEEP) 브랜드를 1987년 합병했다. 1980년대 부도 위기를 맞았지만 전설적인 CEO 아이아코카의 지휘 아래 부활, 미국 3대 자동차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1998년 독일의 다임러벤츠와 전격 합병, 다임러크라이슬러로 공식 출범하면서 시너지효과를 기대했으나 기업문화가 맞지 않는 등 성과는 미흡했다. 2007년 5월, 다임러 측은 크라이슬러 지분 80.1%를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 캐피털 매니지먼트에 매각하며 결별했다. 이미 경쟁력을 잃은 크라이슬러의 판매는 부진했고 글로벌 경제위기 파고를 맞아 지난 4월 말 파산보호 신청을 했다.
지난 6월 크라이슬러는 피아트와 전략적 제휴 계약을 맺고 크라이슬러그룹LLC로 변신했다. 현재는 크라이슬러, 지프, 닷지, 모파 브랜드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