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람] 李采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 월간조선

최근 세계 유력 언론들이 인천국제공항공사(사장 李采郁·이하 인천공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일간지 는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공항’이라고 했고, 영국 BBC는 ‘영국 히드로공항이 주목해야 할 공항’으로 보도했다. 러시아 국영일간지 <로시스카야 가제타>는 ‘공항이란 바로 이런 것이다’고 했고, 일본의 TBS는 ‘일본인을 위한 최적의 換乘(환승)공항’으로 평가했다.

도대체 인천공항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지난 8월 6일 인천공항 내의 하얏트호텔에 공항 상주기관과 항공사, 협력사의 고위 관계자 70여 명이 모였다. 영국의 항공서비스 전문 리서치 기관인 ‘스카이트랙스’가 주관하는 ‘2009 최우수공항상’의 수상자로 인천공항이 선정돼 시상식이 열린 것이다.

항공 서비스 조사와 관련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스카이트랙스는 작년 하반기부터 올 상반기까지 97개국의 여행객과 여행 전문가 900여만 명을 대상으로 도착·환승 등 39개 분야 만족도를 조사해 인천공항을 최우수공항으로 선정했다.

인천공항은 지난 4월에도 국제공항협의회(ACI)가 주관하는 세계공항서비스평가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ACI는 全(전) 세계 177개국 1700여 개 공항이 회원으로 구성돼 있는 유엔 자문기구다. 인천공항은 네덜란드 스키폴공항, 프랑스 샤를드골 공항, 싱가포르 창이공항 등과 경쟁해 넘버원이 됐다.

인천공항은 2006년부터 4년 연속 1위 자리에 올랐다. 전 세계 공항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뿐만 아니다. 미국 <글로벌 트래블러>誌(지)가 선정하는 세계 최고공항에 인천공항은 3년 연속 선정됐고, 프로스트앤설리반이 선정한 ‘2009 亞太(아태) 최고공항’, 루트디벨럽먼트社(사)가 주관하는 ‘2009 동북아 항공마케팅 최우수공항상’을 수상했다. 해외에서는 인천공항을 세계 항공업계의 ‘그랜드슬래머’라고 부른다.

2001년 개항한 인천공항은 지난해 매출 1조727억원을 기록, 순이익 1534억원을 냈다. 5년 연속 1000억원대 흑자다. 부채비율은 100%지만 개항 초기와 비교하면 사실상 빚이 없는 셈이다.

‘유쾌한 誤報’ 소동

2001년 4월 19일자 조선일보 태평로 칼럼. 당시 배명철 조선일보 사회부장이 ‘유쾌한 오보’라는 제목의 글에서 과장보도를 솔직히 시인했다.

인천공항 성공의 한복판에는 李采郁(이채욱·63) 사장이 있다. 그는 삼성물산 해외사업본부장, GE코리아 회장을 지낸 후 GE헬스케어 아시아성장시장 총괄본부 사장을 지내다 지난해 9월 인천공항 사장에 올랐다.

인천공항과 인천대교가 훤히 내다보이는 사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그에게 “취임 1주년을 기념해 그간의 얘기를 듣고 싶어 찾아왔다”고 했다. 이채욱 사장은 “민간기업 사장은 회사 홍보가 주요 업무다. 공기업은 사정이 다르다. 잘난 척하는 것으로 비칠 수도 있다”며 조심스러워했다.

―인천공항이 5년 연속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역대 사장들과 전·현직 직원들의 고생으로 맺은 결실입니다. 개항 당시 인천공항에 대해 얼마나 많은 비판이 있었습니까. 당시 언론은 ‘쓸데없이 돈만 낭비하는 엉터리 공항이 될 것’이라며 비난 수준으로 보도했죠. 하지만 언론이 여러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으면 지금의 인천공항은 없었을 거라 생각해요.”

당시 국내언론은 개항을 앞둔 인천공항을 ‘대혼란이 우려되는 부실투성이 공항’이라며 문제점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수하물 처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화물이 엉뚱한 곳으로 갈 확률이 높다’, ‘잦은 바다안개로 결항이 속출될 것’, ‘공항 접근도로가 한 곳뿐이어서 교통혼잡이나 교통사고로 자칫 정시 공항 도착이 어렵다’, ‘예정일에 공항을 개항하는 것이 무모한 모험이다’라고 기사화했던 것이다.

실제로 인천공항이 개항하기 하루 전 문을 연 그리스 아테네 신공항은 개항 사흘 만에 시스템 오작동과 운영미숙으로 비행기 운항이 대거 취소되고, 항공정보시스템이 다운됐다. 그에 앞서 2000년 12월 개항한 미국 샌프란시스코 신공항은 시스템 미비로 개항을 50여 일간 연기했다. 1998년 7월 개항한 홍콩의 첵랍콕공항은 수하물처리 시스템이 고장 나 40일 동안 항공기 운항이 지연되거나 비행기가 착륙하지 못하는 대혼란을 빚었다.

그러나 인천공항이 개항되고 한 달이 지나도록 항공사고는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언론의 과잉보도는 당시 인천공항의 성공적 개항을 두려워한 일본 공항 측의 공작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조선일보는 2001년 4월 19일자 태평로 칼럼에서 ‘유쾌한 오보’라는 제목으로 과장보도를 솔직히 시인했다. 칼럼을 쓴 裵明鐵(배명철) 당시 사회부장(現 조선일보 부산취재본부장)은 “인천공항의 잘잘못을 보도해 온 주무 부서의 책임자로서 고해성사를 하는 기분으로 이 글을 쓴다”며 “부끄럽지만 인천공항이 정상적으로 작동돼 그동안의 언론보도가 계속 부끄럽고 유쾌한 오보가 되기를 기원한다”고 했다.

―인천공항이 세계적인 상을 휩쓸고 있는데 가장 큰 경쟁력은 뭐라고 생각합니까.

“공항은 최첨단 장비와 기술, 소프트웨어가 집약된 장치산업입니다. 인천공항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유비쿼터스 공항이라고 할 수 있어요. 출입국 소요시간은 세계에서 가장 짧아요. 국제민간항공기구가 제시한 기준의 3분의 1 수준입니다. 이게 다 첨단기술 덕분이죠. 공항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 지금까지 4000여 명의 세계 공항 관계자들이 다녀갔습니다.”

관료적인 부분을 뜯어고치는 데 주력

지난 4월 포르투갈에서 열린 국제공항협의회가 주관한 세계최우수공항 시상식 장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평가에서 C등급을 받았는데요.

“조회 때 직원들에게 물었어요. ‘여러분도 C라고 생각합니까’라고 했더니 모두 ‘A입니다’라고 해요. 제가 그랬죠. ‘그럼 됐습니다. 우리 스스로가 1등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이 3등이라고 하면 우리의 생각이 잘못됐거나 외부 평가가 잘못됐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습니까. 열심히 합시다’라고요.

인천공항은 작년에 이어 두 번째 평가를 받았어요. 창사 이래 한 번도 안 받다가 관련 규정이 바뀌면서 평가대상이 된 겁니다. 변명으로 들리겠지만 평가기준이 기존 공기업에 맞춰져 있어요. 한국전력은 30년을 받아왔는데 평가준비팀이 별도로 있어요. 우리 회사에는 그런 팀이 없습니다. 준비팀을 둘 필요도 없고요.”

―공기업을 맡은 건 인천공항이 처음인데 민간기업과 비교할 때 어떤 점이 힘듭니까.

“노조가 없는 기업에서 일해서인지 적절한 勞使(노사)관계를 만드는 게 가장 어렵더군요. 노조와 마음을 터놓고 얘기하니 문제가 풀렸어요. 작년 연말 노사가 합의해 공기업 중 최초로 임금을 동결했고, 올해 초에는 100여 명의 인력도 줄였어요. 노조와 합심해 사내복지기금 재원을 활용, 120명의 저소득층에게 일자리도 만들어줬어요.”

―취임 당시 전문경영인의 눈에 인천공항은 어떻게 비쳤습니까.

“공기업이니까 관료적일 것이라는 생각을 했는데 역시 그런 부분이 있었어요. 작년 6월 탑승동을 만드는 2단계 프로젝트를 몇 년 만에 끝냈는데 직원들이 많이 지쳐 있었어요. ‘스스로 움직이는 조직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죠. 조직이 신바람 나게 움직이는 것만큼 생산성을 높이는 방법은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했습니까.

“서로 인사하고 웃는 분위기를 만들었어요. 불필요한 프로토콜도 없앴지요. 식사나 술자리가 있을 때 사장 자리가 따로 있고, 본부장 자리가 따로 있는 거예요. 심지어 제가 승용차에 오를 때 운전기사가 문까지 열어주더군요. 형식적인 문화를 다 없앴지요.”

―GE에는 그런 문화가 없습니까.

“당연히 없지요.”

공항 귀빈실의 진풍경

―이 사장은 항공사나 공항 운영 경험은 全無(전무)한데 적응에 어렵지는 않았습니까.

“어떤 기업이든 비즈니스나 매니지먼트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아요. 세부적인 업무는 조직 內(내) 전문가에게 맡기면 돼요. GE에 있을 때도 그랬죠. 제품을 잘 아는 사람이 누구냐, 서비스를 가장 잘하는 사람이 누구냐를 판단해 필요한 위치에 사람을 앉히면 됩니다. 모르는 사람이 아는 체하면 조직은 성공하지 못해요.

저는 직장 생활 절반을 GE에서 보냈는데 외국기업의 분위기는 이렇습니다. 예를 들어 그룹 회장이 사장에게 ‘그 일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라고 물을 때 사장이 잘 모르면 ‘담당팀장이 잘 아니까 그를 불러 들어보죠’라고 해요. 다시 말해 사장이 구체적인 사안을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모르는 일을 모른다고 하는 게 부끄러운 일도 아니고요. 한국의 경우 그룹 회장이 사장에게 어떤 일을 물을 때 답변을 못하면 그 사장은 완전히 찍히죠. 公(공)조직도 마찬가지고요. 한국이 글로벌化(화)되려면 이런 부분이 개선되어야 해요.”

이 사장은 “우리 사회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공항 귀빈실 문화도 하루빨리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가끔 귀빈실에 가는데 ‘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나’ 하는 생각이 울컥울컥 솟아요. 일부 유력인사에 한정된 얘기입니다만, 외국을 오갈 때 한심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눈도장을 찍으려고 서울에서 한 시간이 넘게 걸리는 이곳까지 와서는 ‘잘 다녀오십시오’ ‘잘 다녀오셨습니까’라고 인사해요. 어떤 유력인사가 새벽 4시에 공항에 도착했는데 그 사람에게 마중 인사한다고 수십 명이 잠을 설쳐가며 새벽에 나온 일도 있어요. 대단하죠. 나오는 사람도 문제지만, 그 유력인사가 더 문제입니다. 말로는 ‘나오지 마라’ 하고선 아랫사람이 안 보이면 ‘누구는 안 보이네’ 하는 식입니다. 이것은 인력 낭비, 시간 낭비, 비용 낭비입니다.”

이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뭔가 다른 공기업’, ‘뭔가 다른 인천공항’을 만들기 위해 조직구조와 시스템을 바꾸고 있다. 그는 GE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쓸 사람이 부하직원을 채용’하는 잡 포스팅(Job Posting)제도를 도입했다. 성과와 책임주의를 원칙으로 조직 규모를 20% 가량 줄였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기 위해 간부 인사청문회도 실시하고 있다.

570여 개 기관, 3만5000여 명이 24시간 근무

이 사장은 강력한 윤리경영 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원 스트라이크제’를 도입했다. 직원이 능력부족으로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만회의 기회를 주지만, 비리행위를 저지를 경우 단 한 번의 기회도 주지 않는 것이다. “비윤리적인 기업은 지속 가능할 수 없고, 비윤리적인 직원은 조직에 반드시 害(해)가 된다”는 그의 신념에서 나온 제도다.

이 사장은 글로벌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직원 교육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조직 내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해 ‘같은 색깔의 피가 흐르는 조직 만들기’ 운동도 펴고 있다.

―새로 도입한 제도는 잘되고 있습니까.

“그럼요. 끊임없이 시스템을 바꾸고 문화를 바꾸는 것이 조직 발전의 원동력이죠. 특히 인사시스템이 중요해요. 외국 기업은 부서장이 직접 데리고 쓸 사람을 고르고, 키우고, 책임지지요. 저는 주요 부서의 본부장과 실장들만 직접 선임합니다. 본부장은 처장들을 임명하고, 처장은 팀장을, 팀장은 팀원을 선발해요. 공정한 룰을 만들어 투명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면 조직은 반드시 성공해요.”

―공항은 ‘작은 정부’라고 할 만큼 다양한 기관이 상주하고 있습니다. 기관별 의견조율은 어떻게 합니까.

“인천공항에는 입점 기업까지 포함해 570여 개 기관, 3만5000여 명의 종사자가 24시간 순환근무해요. 복잡한 일이 안 일어날 수가 없지요. 문제를 풀기 위해 매주 화요일 상주기관 책임자들이 모여서 주요 안건을 논의하고 실무적인 사항은 실무자 협의회에서 처리합니다.

신종인플루엔자 발생 직후 검역이 강화되자 여행객들이 많은 불편을 겪었어요. 기관장 모임에서 개선방안을 논의했고, 제가 인천공항 책임자로서 보건복지가족부 장관에게 ‘새로운 조치를 취해달라’고 건의했지요. 결과는 좋았습니다.”

―최근 중국과 일본이 自國(자국) 공항을 동북아 허브공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자칫 인천공항이 샌드위치 상태가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규모 면에서는 그럴 가능성이 없지 않아요. 연간 여객수용 능력을 비교할 때 중국 베이징공항은 8200만명, 푸둥공항은 6000만명입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은 7000만명이죠. 이들 공항은 인천공항의 최대 수용능력인 4400만명을 훨씬 앞서고 있어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올해 가을부터 3단계 건설사업이 시작돼요. 2015년까지 약 4조원의 예산을 들여 제2여객터미널과 화물터미널을 만드는 사업이죠. 이게 완성되면 인천공항의 연간 여객수용능력은 6200만명, 화물 580만t으로 늘어나요.”

인천공항을 벤치마킹하기 위해 지금까지 전 세계 4000여 명의 공항 관계자가 방문했다. 이채욱 사장이 지난 7월 인천공항을 찾은 일본 오사카 부지사와 간사이 공항장에 관련 시설을 설명하고 있다.

지리적 위치, 換乘 시스템이 강점

―중국, 일본 공항과 비교할 때 인천공항의 강점은 뭡니까.

“우리 공항이 지리적으로 유리해요.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비행시간 3시간 이내에 인구 100만명 이상의 도시 60여 개가 있어요. 항공수요가 풍부한 셈이죠. 더구나 우리 공항은 환승시스템이 아주 잘돼 있어요. 전 세계 170개 도시와 연결하는 다양한 노선망이 구축돼 있어요. 예를 들어 중국 승객이 미국에 갈 때 베이징공항을 경유하면 23시간이 걸리는데 인천공항을 통하면 18시간밖에 안 걸려요.”

이채욱 사장은 인천공항의 수입을 높이는 방안으로 ‘환승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사장으로 온 후 돈 버는 방법을 찾아보니 환승이 눈에 보였어요. 환승객은 향후 큰 수입원이 될 겁니다. 환승마케팅을 꾸준히 편 결과 작년 15%에 불과한 환승률이 최근 20%에 달했습니다. 현재 인천공항은 공짜로 환승할 수 있어요. 외국 공항은 환승료를 받지요. 우리 공항은 더 많은 환승객을 유치한 후 돈을 받을 생각입니다. 작년 기준으로 환승객이 대략 500만명 정도 되는데 1인당 1만원만 받아도 500억원입니다. 1000만명이면 1000억원이죠. 작년 인천공항 순수익이 1534억원인데 지금 당장 환승료를 받아도 500억원 이상을 거뜬히 벌 수 있습니다.”

―중국과 일본 공항도 환승시스템을 바꾸려 하지 않을까요.

“중국, 일본 공항들은 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힘들어요. 쉽게 말해 부산에 사는 사람이 김해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내려 여행용 가방을 찾은 후 인천공항으로 와서 출국 수속을 밟아 외국으로 나가는 것과 같은 구조로 돼 있어요. 우리로서는 다행이죠.”

해외 공항사업에도 진출

인천공항에 설치된 공항정보 단말기.

―인천공항 내에 다양한 문화공간을 만든 이유도 환승객을 유치하기 위한 일환입니까.

“공항은 편리하고, 안전하고, 빨라야 합니다. 세계 공항이 서로 경쟁하다 보니 대부분의 공항이 비슷해져요. 그렇다면 어떤 분야에서 달라야 할까요. 공항에는 그 나라만의 문화, 예술 향기가 흘러야 해요. 저는 이 점에 주목하고 있어요. 공항 면세점 내 가장 목이 좋은 곳에 한국 전통문화 체험공간을 만든 것도 이 때문입니다. 인천공항을 유심히 살펴보면 연중 내내 음악 공연, 미술품 전시회가 열립니다.”

―공항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이 또 있습니까.

“여의도 면적의 18배나 되는 우리 공항에는 개발되지 않은 땅이 아주 많아요. 그곳에 이른바 ‘에어시티’를 건설할 계획입니다. 3대 사업이 국가사업으로 이미 반영됐어요. 공항을 중심으로 주변으로 아시아 패션중심 센터인 ‘패션 아일랜드’, 동북아 관광객을 위한 복합위락도시 ‘판타지월드’, 국제 수상레저 휴양지인 ‘워터파크’를 만드는 겁니다.”

인천공항은 공항 건설과 운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해외 공항사업에도 진출하고 있다. 지난 2월 인천공항은 3150만 달러 규모의 이라크 아르빌공항 운영사업권을 따냈다. 향후 5년간 정보통신·기계설비·전력·항행시설·구조소방·운영관리 등 6개 분야에 전문가 31명을 파견해 공항운영을 지원한다. 이채욱 사장은 “필리핀 마닐라공항 관리운영사업, 러시아 하바로프스크공항 현대화사업, 리비아 트리폴리공항 정보통신사업, 인도공항 민영화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관계 공항과 협의 중”이라고 했다.

―국내공항을 운영·관리하는 한국공항공사와는 어떻게 협조합니까.

“사업영역이 다르지만 여러 면에서 서로 돕고 있어요. 최근 한국공항공사가 국내기술로 항행안전장비를 개발했는데, 우리 공항이 필요할 경우 적극 도입할 예정입니다.”

―작년 3000만명이 인천공항을 통해 한국을 드나들었습니다. 국가의 관문을 책임지는 사람으로서 국가브랜드를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정치와 시위문화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어요. 국회나 사업장에서 볼썽사나운 장면이 해외 언론에 보도되면 국가브랜드 가치는 여지없이 떨어져요. 저는 직원들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해요. ‘우리의 판단과 행동이 과연 우리 회사를 위한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 본 후 확신이 들 때 판단하고 행동하라’고요. 국가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의 판단과 행동이 과연 국가를 위한 것인지를 심사숙고해 주길 바랍니다.”

워런 버핏을 존경

―이 사장께서는 국내외에서 전문경영인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존경하는 경영인은 누구입니까.

“GE에 근무할 때 당시 78세의 워런 버핏을 만났습니다. 그가 ‘나의 은퇴 시기는 죽고 난 뒤 5년 후’라고 하더군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열정과 의욕에 반했어요. 검소한 생활과 아무 조건 없이 350억 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을 기부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고객에 대한 남다른 경영철학을 잊을 수 없어요. 그는 두 가지 원칙을 갖고 있는데 첫 번째 원칙은 ‘절대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이고, 두 번째 원칙은 ‘첫 번째 원칙을 절대 잊지 말라’입니다.

저는 인천공항 사장으로서 이 원칙을 실천하려고 애를 씁니다. 인천공항에서 영업하는 항공사나 일반 업체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몇 가지 조치를 취했어요. 착륙료와 토지 사용료, 건물 임대료, 주차료 등을 낮췄어요.”

―인천공항 입장에서는 수입감소 요인이 됐을 텐데요.

“전체 금액을 따져보니 1300억원이 줄더군요. 수익은 감소하겠지만 관련 업체의 파급효과를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GE에 근무할 때 외부 강연을 많이 했는데 요즘도 자주 합니까.

“주로 공무원이나 공기업 관계자들 대상으로 강연을 해요.”

―어떤 내용으로 합니까.

“우리나라 공기업은 ‘神(신)의 직장’, ‘방만한 경영’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해요. 전혀 부인할 수는 없지만 민간기업 못지않은 훌륭한 공기업이 있고, 잘만 하면 세계적인 기업도 될 수 있다고 강조하죠. 요즘 저의 강연제목은 ‘뭔가 다른 인천공항, 무엇이 다른가’입니다. 인천공항은 조만간 GE와 같은 글로벌 기업이 될 것이라 확신해요.”

―인천공항을 어떤 공항으로 만들 생각입니까.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러워하는 공항, 전 세계인이 가장 가보고 싶은 공항, 세계 모든 공항이 가장 벤치마킹하고 싶은 공항으로 만들고 싶어요. 올해부터 시작되는 3단계 사업이 잘 출발할 수 있도록 초석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해요. 공항을 만들면 최소 30년은 사용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돈이 들더라도 세계 최고 디자인을 자랑하는 일류 공항으로 만들고자 해요.”

하늘에서 본 인천공항.

절대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쳐서는 안된다

―몇 년 전 이 사장께서 출간한 <백만불짜리 열정>은 직장인들에게 베스트셀러였습니다.

“매는 먹잇감으로 참새를 잡을 때나 큰 새를 잡을 때나 똑같이 집중합니다. 每事(매사)에 열정을 갖고 살자는 뜻에서 쓴 책입니다. 작은 일이든 큰 일이든 항상 최선을 다해야 발전해요. ‘내가 이까짓 일을 해야 하나’라고 생각하면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해요. 그까짓 일도 못하는 사람이 무슨 큰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작은 일을 열정을 다해 성공적으로 완수했을 때 비로소 큰일이 주어지는 것이 사회의 이치입니다.”

―어린 시절의 꿈이 시골 면서기였던 것으로 압니다. 지방대학을 졸업한 후 삼성에 입사해 초고속 승진을 했고, GE그룹 계열사의 최고경영자까지 올랐는데 스스로 생각하는 경영철학은 뭡니까.

“다섯 가지를 들 수 있어요. 첫째, 성장입니다. 성장하지 않는 기업은 죽은 기업이나 마찬가지죠. 둘째, 성과 창출입니다. 성과를 창출하지 못하는 기업은 고객에게 불신 당하고 결국 직원들의 미래도 없어요. 셋째, 인재양성입니다. 우수한 인재가 모이지 않고 길러내지 못하는 기업은 영혼이 없는 기계장치에 불과합니다. 넷째, 윤리실천입니다. 모든 기업활동에는 정직과 신뢰가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한철 장사에 만족하는 기업은 오래가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사회책임입니다. 사회적 책임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은 스스로 신뢰를 갉아먹는 조직에 지나지 않습니다.”

이채욱 사장은 “인생도 경영과 마찬가지”라며 성공하는 삶의 조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첫째, 성장하는 삶이어야 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경험은 많아지지만 삶의 깊이와 폭이 커지지 않는다면 인생은 정체됩니다. 둘째, 성과가 있는 삶이어야 해요. 삶의 한 획을 긋는 순간마다 인생의 지혜가 늘어나야 해요. 셋째, 다른 사람을 아끼고 키우는 삶이어야 합니다. 그것만큼 보람 있는 인생이 어디 있겠습니까. 넷째, 윤리적인 삶을 영위하는 사람은 빛나는 인생을 보냈다고 말할 수 있지요. 끝으로 사회에 봉사하는 삶은 알찬 인생의 소유자가 될 것입니다.”⊙

사진 : 서경리

▣ 수치로 보는 인천국제공항(2008년 기준)

·전체부지: 5606만㎡(여의도 면적 18배)

·활주로: 3본(4000m급 1본·3750m급 2본·A380기 등 초대형 항공기 동시 이착륙 가능)

·여객계류장: 309만㎡, 화물계류장 116만㎡(여객기 173대·화물기 57대 동시 주기 가능)

·여객터미널: 50만㎡(게이트 44개소·연면적 축구장 60개 규모), 탑승동 17만㎡

·교통센터: 25만㎡(차량 4758대 주차 가능)

·항행안전시설: 관제탑·레이더·각종 항공등화

·공항 수용능력: 운항 41만 회·여객 4400만명·화물 450만t

·취항 항공사: 70개, 전 세계 60개국 170개 도시 연결

·여객기 운항횟수: 약 21만 회(국제선 20만6000회·국내선 4000회)

·1일 평균 여객기 운항횟수: 약 600회

·연간 공항 이용 여객 수: 약 3000만명(국제선 2960만명·국내선 40만명)

·1일 평균 공항 여객 수: 약 8만명

·연간 항공화물량: 약 250만t(국제선 243만t)

·1일 평균 항공화물량: 약 6600t

▣ 인천국제공항 연혁

·1992년 부지공사 착공

·1996년 여객터미널 공사 착공

·2001년 인천국제공항 개항(건설기간 100개월·건설비용 5조6000억원·건설인력 연 1389만명)

·2003년 아시아 최초 CAT-lllb 운영

·2005년 누적 여객 1억명 달성

·2006년 자유무역지역 개장(DHL·AMB·KWE 등 세계적 물류기업 입주), 누적 화물 1000만t 돌파

·2007년 무인탑승수속 개시, 무사고 운항 100만 회 달성

·2008년 2단계 그랜드 오픈, 자동출입국심사 서비스 개시

·2009년 2월 해외사업 최초 진출(이라크 아르빌공항 운영지원사업 3150만 달러 규모)

·2009년 3월 누적 여객 2억명 달성, 7만 시간 무중단 운영 달성

·2009년 4월 국제공항협의회(ACI) 주관 공항서비스평가(ASQ) 4년 연속 세계 1위

·2009년 8월 영국 스카이트랙스社 주관 2009년도 세계 최우수공항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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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 李采郁 인천국제공항공사 사장

인천공항은 세계 항공업계의 ‘그랜드 슬래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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