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전문가 긴급 인터뷰] 南柱洪 경기대 교수 : 월간조선

요즘 북한의 행보를 보면 영 종잡을 수 없다. 연초까지만 해도 ‘전면대결’을 선언하고 李明博(이명박) 대통령을 향해 원색적 비난을 퍼붓고, 개성공단 통행을 막고, 개성공단 근로자를 억류하고, 미사일 발사와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하던 북한이다.

그러다 지난 7월 빌 클린턴 전 美(미) 대통령이 방북해 억류된 여기자 두 명을 구출해 간 후로는 억류했던 개성공단 근로자와 동해상에서 越線(월선)한 연안호를 석방했다. 올 추석에는 그동안 중단됐던 이산가족상봉이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그런 유화 분위기도 잠깐이었다. 북한은 지난 9월 4일 우라늄 농축 성공 사실 발표, 9월 6일엔 임진강 水系(수계)의 황강댐을 무단 放流(방류), 6명의 우리 국민 목숨을 앗아갔다. 水攻(수공)까지는 아닐지 몰라도, ‘未必的故意(미필적 고의)’는 충분히 의심할 수 있는 행위다.

냉온탕을 오가는 북한의 행태는 어디서 비롯된 것이며, 그 의도는 무엇인가? 이에 대한 해답을 얻기 위해 對北(대북) 안보전문가인 南柱洪(남주홍) 경기대 교수를 만났다.

남 교수는 “이번 임진강 무단 방류 사건에는 의도성이 있다”고 말했다.

“단순사고라고 보기에는 증거가 불충분합니다. 또 그 정도의 水量(수량)을 한꺼번에 쏟아냈을 때 예상되는 피해를 북한이 몰랐다고 하는 것도 이상합니다. 더욱이 남북 사이에 그 정도 의사교류를 할 수 있는 채널이 있는데, 안 했다는 것은 의도성이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근래 북한의 행태를 보면, 강경책이면 강경책, 온건책이면 온건책을 유지하면서 거기에 대해 어느 정도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는 진득함이 없어진 것 아닌가 싶습니다.

“북한의 행태 중 과거와 다른 점이 하나 있습니다. 과거에는 계산된 수순으로 일을 저질러 왔습니다. 적어도 金正日(김정일) 臥病(와병) 이전까지는 그런 경향이 많았어요. 지금도 그 기본 틀은 남아 있지만, 우발적 행동의 가능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시간은 북측에 유리하지 않다”

김정일 와병 이후 북한의 지휘명령체계는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들이 제기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첫째는 핵 카드의 효용성이 점차 한계에 직면하고 있다는 강박관념입니다. 즉 자신들이 핵카드를 사용한 대가만큼 국제사회가 안 따라와 준다는 것이죠. 국제사회의 對北(대북)제재가 이를 말해주고 있습니다.

두 번째, ‘시간이 북측에 유리하지 않다’는 초조감입니다. 대북제재가 강화되니까 김정일 통치자금 내지 비자금의 고갈 등 극심한 재정난이 있을 것 아닙니까.

셋째는 김정일의 건강악화와 후계체제의 불확실성입니다. 여기에 인민경제 파탄의 심화 등이 복합적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남 교수는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이 아직까지는 톱-다운으로 이루어지는 것 같기는 한데, 내놓은 내용이 도발적이고 일관성이 없다”고 말했다.

“예를 들면, 북한이 오바마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면 핵실험을 해서는 안되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정부와 대화를 하고 싶다면, 우리 정부를 매도하고 대통령을 모욕하면서 전면대결 선언을 하거나 해서는 안되죠. 그러더니 갑자기 태도를 180도 바꾸었습니다. 이런 현상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라고 보기에는 상호 모순된 점이 많습니다.”

―과거에도 우리나라에 새 정권이 들어서면 한동안 긴장국면으로 가다가 대화에 응한 적이 있지 않습니까.

“물론 새 정부가 들어선 후 한동안 길들이기를 하는 일은 있었죠. 하지만 이번에는 그 정도가 너무 심했어요. 언행이 극과 극을 치달았습니다. 이는 그만큼 북한 지휘명령체계의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는 뜻입니다. 黨·政·軍(당·정·군)의 사기가 옛날 같지 않다는 말이기도 하죠.”

유효한 카드는 ‘善意의 무시전략’

―북한 내부의 의사결정체계가 고장이 났건 말건 그것은 그쪽 사정이고, 그들이 말로든 행동이든 난리를 치면 그 대가를 치르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들이 도발적 행동을 했다고 해서 똑같은 방법으로 맞받아치는 것은 곤란하지만, 단호한 의지와 결의를 과시할 필요는 있습니다.”

남 교수는 “이번에 임진강 무단방류 사태가 난 후 통일부 대변인이나 정부 대변인이 즉각 북한의 사과와 진상규명,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이 말로 얘기한다고 알아듣겠습니까.

“남북관계가 敵(적)이자 동시에 동족이라는 특수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 어느 정도의 시행착오는 불가피합니다. 즉 남북관계는 상당한 상호교화작용(mutually educating process)을 겪어야 게임의 룰이 정착되고, 게임의 룰이 정착돼야 양측의 행동양태가 예측가능한 패턴으로 가는 것입니다.

지금까지는 이것이 햇볕정책으로 왜곡되어 일방적으로 북에 끌려만 다녔습니다. 이제라도 늦지 않으니, 양측이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를 만들 때의 정신으로 돌아가면 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식으로 하지 않더라도, ‘시간이 누구의 편인가 한번 보자’면서 느긋하게 원칙을 고수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입니다. ‘善意(선의)의 무시’ 전략이죠. 지금까지 이명박 정부는 그런 측면에서 잘해 왔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북한이 말을 알아듣게 하려면 정밀타격무기나 전략무기를 갖고 “여차하면 우리도 너희를 두들길 수 있다. 까불면 김정일을 비롯해 북한 지도부를 순식간에 몰살시킬 수 있다”라는 의지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金泰榮(김태영) 국방장관 내정자가 합참의장이 됐을 때, ‘유사시 先制的(선제적)인 自衛(자위)타격을 할 수 있다’고 한 적이 있죠. 그건 軍(군) 지휘관으로서 당연한 얘깁니다. 적의 미사일이 날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얻어맞은 후에 반격하겠다는 것은 자살행위니까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고 韓美(한미)동맹이 복원되면서, 대통령이 전력증강사업(사실 이 용어는 적절치 않다. 선진국들은 전력증강사업이란 용어 대신 자위력 개선, 방위력 정비 등의 용어로 순화시켜서 사용한다), 특히 정밀타격무기나 전략무기 도입, 정보능력 확충 등에 대해 비판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닙니까.

이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의 안보자문교수인 남 교수는 강하게 부인했다.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방비의 효율성 提高(제고) 측면에서 군사력 건설의 내용을 철저하게 再(재)점검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습니다.”

정밀 타격무기체계 갖춰야

북핵 위협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벙커버스터 등 정밀타격무기 확보가 필요하다.

―예산 문제로 인해 ‘국방개혁 2020’의 걸음이 늦어지고 있는 것은 사실 아닙니까.

“경제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 정부에서 무리하게 계획을 짜서 그렇습니다. 지난 몇 년간 경제가 성장을 못 하니까 국방예산이 줄어들고, 그만큼 전력증강에 차질이 생기는 것입니다.”

―전력증강사업이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에서 2012년 戰作權(전작권) 환수와 연합사 해체를 그대로 수용하는 것이 옳다고 보십니까.

“양국이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원칙은 지켜야겠죠. 하지만 ‘국방개혁 2020’이 계획대로 진행되는지 여부, 북핵문제, 북한급변사태 등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그 타이밍이나 구체적인 방법론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

남 교수는 “개인적인 견해로는 연합사는 당분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남북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한국군의 자위력이 적정 수준에 이를 때까지 연합사 체제는 유지되어야 합니다. 통일 후에도 독일군이 여전히 NATO의 미군사령관의 지휘를 받아들이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지 잘 살펴봐야 합니다.”

―‘북핵문제 해결’이라고 하셨는데, 북한이 과연 핵을 포기하겠습니까.

“북한은 인도·파키스탄의 경우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받으면서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 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단순한 군사력 건설이 아니라, 국력건설(Nation-Building)의 상징이자 실체입니다. 저들 식 표현대로라면 ‘강성대국 건설’의 알파요 오메가죠.

북한은 2012년까지 강성대국을 건설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불과 2년여 후입니다. 과연 북한이 그때까지 협상에 의해 핵을 포기할까요. 우리가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최악의 경우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남 교수는 “북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개방으로 이끄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의 대응방법에는 직접전략과 간접전략이 있습니다. 직접전략은 맞대응하는 것을 말합니다. 일부에서 말하는 핵자주권 확보 같은 것인데, 이것은 대단히 위험한 얘기입니다. 간접전략은 북한의 문을 여는 것입니다. 북한에 개방을 하더라도 북한체제의 안정성이 흔들리지는 않는다, 즉 우리가 북한을 흡수하지는 않는다는 믿음을 주면서 남아공·우크라이나·리비아 모델(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을 대가로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에 따라 북한을 개방으로 유도해야 합니다.”

―그게 말처럼 쉽게 되겠습니까.

“물론 어렵지만 정책과 전략은 분명히 목표지향적이어야 합니다. 그것이 위기관리의 기본입니다.”

北, 정권과 체제의 변동 가능성 높아져

북핵문제가 해결되고 한국군이 자위력을 갖출 때까지 연합사는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은 戰時증원훈련 중인 미군 병사들.

―우리가 핵무장을 안 하더라도 그에 준하는 타격력은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합니다. 합동직격탄(JDAM)이나 벙커버스터, 포파이 미사일 등 북한을 정밀타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를 갖춰야 합니다. PAC-3(패트리어트3)와 탄도미사일 사거리 확보도 필요합니다. 지금 우리의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300km에 묶여 있는데, 이를 1000km까지 늘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핵무장을 못 할 바에야 우리가 북한 핵시설을 강타할 수 있는 자위적인 무기는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남 교수는 “북한의 개혁개방을 유도할 수 있는 각종 간접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지, 북한의 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간이 우리편이다? 쉽게 공감할 수 없는 얘기였다. 일반적으로 남북한 혹은 美北(미북) 간 대화패턴을 보면 시간은 오히려 북한의 편이 아니었던가. 남 교수는 “과거에는 그랬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고 했다.

“지금 북한은 정권과 체제의 변동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최고지도자가 후계체제를 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입니다. 인민경제도 오래전부터 파탄상황이고요. 둘째, 국제환경이 달라졌습니다. 안보는 항상 국제환경을 봐야 합니다. 지금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이 아니고 ‘6자회담 속의 중국’입니다. 러시아도 마찬가지입니다. 오바마의 미국이 북한에 직접대화를 제안했는데, 양자회담이 이루어질 경우 북핵과 인권문제에서 우리보다 훨씬 강경한 태도를 취할 것입니다. 셋째, 대한민국에 만만치 않은 右派(우파)정부가 들어섰습니다. 때문에 과거와는 상황이 완전히 다릅니다.”

북한의 명목상 권력서열 2위인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은 지난 9월 10일 일본 교도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는 (후계자 문제가) 논의되고 있지 않다”면서, 작년 여름 김정일 와병 이후 심심찮게 흘러나오던 ‘김정운(김정은) 후계설’을 부정했다.

―북한의 후계체제는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북한의 후계체제는 그들만의 잔치로, 오직 그들만이 아는 것입니다. 때문에 지나친 억측은 삼가야 합니다. 우리 입장에서는 김정철이 되든 김정운이 되든 별 의미가 없습니다. ‘과연 김정일 이후의 북한 체제가 어떤 식으로 변할 것인가’에 분석의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일본 언론에서 나오는 것처럼 ‘(후계자는) 김정운이 맞다’, ‘김정일이 어디가 아프다’ 식으로 나가면 정책이 에피소드 중심으로 흘러가기 쉽습니다. ”

“남북관계 현실 직시해야”

남주홍 교수는 “우리가 북한과 대화와 협력을 할 경우 중요한 것은 무슨 대화를 하고 어떤 협력을 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선 안보대화가 先行(선행)되어야 합니다. 군사적 대치 상황과 북한의 핵공갈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非(비)안보분야의 교류협력이 얼마나 가능하겠습니까. 협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까지 북한은 남북대화에서 자기들 체제의 유지와 정권의 안정에 필요한 것만을 요구해 왔습니다. 이제 바로잡아야 합니다. 줄 것은 주되, 할 말은 해야 합니다.”

―안보대화는 상호간에 상당한 수준의 신뢰관계가 구축된 다음에야 가능한 것 아니겠습니까.

“우리가 ‘冷戰(냉전)’이라는 개념을 잘 이해해야 합니다. 우리 현실에서 냉전은 좁은 의미에서 사상대결을 하고 이념적으로 대치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니라, 넓은 의미로 신경전과 심리전, 선전선동전과 전략정보전 등을 총칭합니다. 지금도 미국과 중국, 미국과 러시아는 이런 종류의 ‘냉전’을 다 수행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냉전이란 전쟁행위를 제외한 ‘국가 간 무한경쟁상태’를 뜻합니다. 이것이 국제정치의 엄연한 현실입니다. 따라서 일방적으로 ‘냉전적 사고방식을 버리자’고 주장하는 것은 이런 현실을 부정하는 얘깁니다. 우리는 남북 간에 대화와 협력을 하더라도, 이런 현실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대화하고 교류협력하자는 것입니다. 현실을 직시하는 자만이 미래를 꿈꿀 수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