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18대 국회 最多選 ‘미스터 쓴소리’ 趙舜衡 의원 : 월간조선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잇단 도발로 한반도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던 지난 6월 9일. 국회도서관 의원열람실에서 제18대 국회 현역의원 가운데 7選(선)으로 最多選(최다선)인 자유선진당 趙舜衡(조순형·74) 의원을 만났다.

하늘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단정하게 맨 조순형 의원은 TV나 사진 속에서 보아 왔던 이미지와는 전연 딴판이었다. 對政府(대정부) 질문 때 부리부리한 눈을 부릅뜨고 관료들을 매몰차게 몰아치며 쓴소리를 하던 모습과는 달리 그저 평범하고 차분한 ‘老紳士(노신사)’ 이미지였다.

조 의원은 멋쩍게 웃으며 “난 인터뷰할 만한 사람이 아닌데…”라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인터뷰에 들어가자 그는 ‘미스터 쓴소리’란 별칭답게 쓴소리를 마구 쏟아냈다.

趙(조) 의원은 지난 5월 “2007년 韓美(한미) 국방장관 회담에서 합의한 戰時(전시)작전통제권(이하 전작권) 전환은 절차상 違憲(위헌) 소지가 있다”는 정부의 공식 견해를 받아내 화제가 된 바 있다.

전작권 전환의 違憲 소지

―법제처에 전작권 전환에 대해 위헌 여부를 해석해 달라고 요청하신 이유는 뭡니까.

“17대 국회 때 한나라당 黃震夏(황진하) 의원 주도로 전작권 전환에 반대하는 의원 모임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함께 활동했습니다. 전작권 전환과 그에 따른 한미연합사 해체는 우리나라 국가안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면밀한 검토 없이, 헌법상 절차를 무시하고 추진됐습니다. 최근 재향군인회나 성우회 등 보수단체들이 1000만명 서명운동을 벌이고, 지난 6월 4일 보고대회를 했어요. 국무회의 심의나 국회 동의 문제를 생각했고, 정부의 공식 입장을 들어봐야 할 것 같아서 법제처장에게 질문서를 보냈죠.”

―李石淵(이석연) 법제처장은 “군사에 관한 중대한 사안의 경우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면서도 “한미 양국 간 전작권 전환 합의는 외국과의 ‘조약’이 아니기 때문에 헌법 60조 국회 동의 규정 위반에는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는데요.

“국무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은 것에 대해 법제처가 확인했는데 尹光雄(윤광웅) 당시 국방부장관이 (2006년 8월 11일 제34회 국무회의에서 전작권 전환에 대해) 口頭(구두) 보고는 했대요. 그런데 그 사실조차 회의록에 기록으로 남아있지 않아 확인되지 않는답니다. (국무회의) 안건으로 심의가 안된 것이 분명해 헌법 89조 제6호와 13호에 따라 위헌 소지가 있다는 답변이 왔어요.”

조 의원의 말은 거침이 없었다.

“국회 동의 문제와 관련해서 저는 비록 명칭은 조약이 아니지만, 전작권 전환이 국가와 국민에게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끼친다는 점을 지적했어요. 국방부가 전작권 전환을 추진하면서 국군의 단독전투 능력을 보강하기 위해 국방개혁 2020을 추진하는 데 621조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국가의 안전보장이나 중대한 재정적 부담을 주는 조약에 대해서는 국회가 동의권을 갖습니다. 1999년 4월 29일 憲裁(헌재)는 ‘명칭이 협정 등 조약이 아니더라도 국가에 재정적 부담을 지우는 내용이 포함되면 국회의 동의를 요하는 조약으로 취급돼야 한다’고 판시했어요.”

국방부는 전작권을 전환하더라도 별도의 비용이 추가로 발생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방중기계획에 소요되는 151조원이나 국방개혁 2020 계획에 소요되는 621조원의 재정은 한국군의 현대화와 작전능력 향상을 위한 비용으로, 전작권 전환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민주당은 국가 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국회를 박차고 광장으로 뛰쳐나갔다. 지난 6월 9일 서울광장에서 농성 중인 민주당 의원과 당원들.

전작권 문제에 대해 청와대가 너무 소극적

이 같은 국방부의 주장에 조 의원은 “전혀 동의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했다.

“법제처는 국회 동의 여부는 차후 여러 가지 요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답했어요. 법제처장도 상당히 고심한 것 같습니다. 前(전) 정부에서 시작된 일이지만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데 ‘위헌 소지가 있다’면 파장이 클 것이라 생각해서 청와대에 보고했답니다. 청와대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전작권 전환 반대 운동이 격렬하게 일어나 한미 간 쟁점으로 떠오른 상황에서 정상회담에 부담을 주지 않을까 우려하는 눈치입니다.”

―6월 16일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 문제는 의제로 상정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안보 전문가들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 문제가 반드시 의제로 상정돼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안보상황이 과거와는 질적으로 달라졌어요. 합의 자체를 무효화하자는 게 아니라 전작권 전환의 조건과 시기를 재검토하자는 겁니다. 2012년 4월로 못 박지 말고, 한반도의 안보상황을 매년 점검하면서 한국군의 단독전투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추진하자는 거죠. 이명박 대통령도 대선후보 시절 전작권 전환 재협상을 선거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어요. 정상회담에서 성의를 다해 미국에 요청한다면 의제로 채택되고 논의할 계기를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청와대가 왜 이렇게 소극적인지 모르겠어요.”

―얼마 전 육군 3군사령관 출신인 徐鍾杓(서종표) 의원도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기 위해 원점에서 한미 양국이 다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작권 전환 시기를 늦추는 데 동의하는 의원들이 많습니까.

“17대 국회 때는 한나라당 의원들 위주로 110~120여 명 정도가 전작권 전환 반대 모임에 참여했죠. 18대 국회에서는 모임이 이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한나라당은 당론으로까지는 아니지만 최고위원회에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를 청와대에 요청했다고 하더군요. 민주당에서도 서종표 의원 말고도 꽤 있을 것으로 봅니다. 자유선진당은 대변인 성명도 여러 번 냈지만 전작권 전환을 연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李相熹 국방장관 임명은 큰 실수

미국은 북한 핵위협에 대한 핵우산 제공을 거듭 약속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의 2차 핵실험으로 핵주권론이 힘을 얻고 있다. 키리졸브 훈련에 참가한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존 스테니스호.

조 의원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의 핵우산 제공 약속을 명문화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실험 등을 계기로 핵우산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 이전부터 계속된 약속인데 막연히 정치·외교적 修辭(수사)가 아니라 이를 구체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핵우산 제공 명문화에 뒤따르는 것이 전작권 전환과 한미연합사 해체 문제가 될 겁니다. 핵우산 제공과 연관시키면 전작권 전환 재검토도 논의할 수 있다고 봐요.”

─李相熹(이상희) 국방장관은 盧武鉉(노무현) 정권에서 합참의장을 맡아 전작권 전환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인물입니다. 정권이 바뀌었다 해서 전작권 전환 재검토가 실제로 가능할까요.

“국방장관이 자신의 말을 번복해 전작권 전환 재검토나 연기를 꺼낼 입장이 못 된다고 하더군요. 결국 이명박 대통령의 국방장관 人選(인선)이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전작권 문제는 국방부에서 가장 중요한 현안 중 하나인데 전 정부에서 전작권 전환을 주도적으로 추진했던 인사를 국방 책임자로 지정한 것은 인사를 잘못한 거죠.”

―미국 정부도 전작권 전환 문제를 재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는데, 과연 우리 뜻대로 재조정이 가능하겠습니까.

“한미 양국 정부의 합의이기 때문에 미국의 공식적 입장은 재검토 불가가 맞습니다. 그러나 미국의 안보 전문가들이나 한미연합사령관, 미국의 군 지휘관 등도 대부분 전작권 전환이 졸속으로 추진됐고, 한반도 안보상황에 비춰 잘못됐다는 견해인 것 같습니다. 전작권 전환과 관련, 한미 간 매년 양국 국방장관이 참석하는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한반도 안보상황을 점검, 평가하도록 하는 합의가 있습니다. 이는 전작권 전환에 합의는 하되 급격한 변화나 사정이 있으면 검토한다는 내용입니다. 이것에 근거해 문제를 제기할 수 있죠.”

핵 주권론에 찬성

이상희 국방부장관(왼쪽)과 현인택 통일부장관.

조 의원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것은 이미 기정사실화가 됐다”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한미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1994년 제네바합의 이후) 15년여 6자회담 등을 통해 북한을 설득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포기시키는 것이 불가능한 단계에 와 있어요. 지금까지는 재래식 무기 경쟁이었고, 오히려 남한이 압도적으로 우세하단 평가도 있었지만 이제 북한의 핵무기 보유로 인해 (군사력 균형은) 붕괴됐습니다. 임진왜란 때 왜군이 조총을 들고 왔는데 조선군은 창과 칼로 싸워서 한 달도 안돼 서울을 빼앗기지 않았습니까.”

―북한의 핵무장 현실화에 맞서기 위해 우리도 핵을 갖자는 ‘핵 主權論(주권론)’이 부상하고 있습니다.

“자유선진당의 朴宣映(박선영) 대변인이 직설적으로 핵 주권론을 제기했습니다. 원론적으로 찬성합니다. 우리가 핵무장을 할 명분이나 내외 안보상황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한국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가입해 있고, 그동안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국제사회에 약속했습니다. 한미원자력협정도 체결했고, 국제원자력기구에도 가입해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핵무장을 주장하면 일본과 대만에도 빌미를 줄 수 있습니다. 미국이나 중국 등 주변 핵보유국이 단연 반대할 것은 틀림없습니다.”

조 의원은 “원론적으로는 (핵무장에) 동의하지만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그 代案(대안)으로 4가지가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1991년 남북한이 체결한 한반도 비핵화선언의 폐기를 선언해야 합니다. 비핵화선언이 사실상 무효화됐으니 폐기 선언을 하고 안보전략을 새로 검토해야 합니다.”

조 의원은 두 번째 대안으로 “한반도에 전술핵무기 재배치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했다.

“1991년까지 한반도에는 미국의 핵무기가 배치돼 있었습니다만, 남북이 비핵화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핵무기를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에 미국도 동의해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했습니다. 2006년 1차 북핵실험 때 미국에서 핵무기 재배치 논의가 있었더군요. 전술핵무기 재배치가 핵우산을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명문화하는 하나의 방도가 되지 않겠습니까.”

이 위기에 한나라당은 계파 싸움이나 하고…

미국은 전작권 전환 이후에도 한국에 대한 지원은 변함없이 확고할 것이며 전작권 전환은 계획대로 2012년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미합동 군사훈련인 키리졸브 훈련 모습.

조 의원은 핵무장의 세 번째 대안으로 전작권 전환의 재검토를, 네 번째 대안으로 북한에 대한 지원 재검토를 꼽으며 이렇게 말했다.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300만명이 餓死(아사)하는 경제상황에서 어떻게 핵무기를 개발했는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한 번 발사하는 데 수억 달러가 드는데, 남한의 원조도 결국 일조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죠. 우리가 북한을 지원하는 방안도 재검토해야 합니다.”

―전술핵무기 재배치는 주변국의 반발로 쉽지 않을 텐데요.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도 예민하게 반응할 겁니다. 중국은 (북한의 2차 핵실험을) 강경하게 규탄하고 비난하다가 안보리 제재 논의 과정에서 한 발 빼는 모습이었습니다. 한미 양국 정부가 핵무기 재배치까지 검토하면 중국도 영향을 받지 않겠습니까.”

조 의원은 “정부가 핵 주권론을 제기하기 어렵겠지만 정치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활발히 논의해야 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가의 安危(안위)를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이 문제에 대해 찬성이든 반대든 적극적인 논의가 있어야 합니다. 냉철하게 보면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불량국가에 핵무기가 유출되지 않게 봉쇄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 아닌가 합니다. 미국은 한국 정치권에서 핵 주권론이 나온다는 것에 대해 신경 쓰는 것 같습니다. 중국이나 일본도 주목하고 있을 겁니다. 한국과 일본, 대만까지 핵무장을 하겠다고 나오면 걷잡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질 겁니다.”

조 의원은 국가안보 위기상황에서도 연일 가열되는 여야의 政爭(정쟁)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토해냈다.

“북핵 문제로 국가가 위기에 빠졌는데 한나라당은 계파 싸움이나 하면서 쇄신안 갖고 하루종일 회의했다죠. 민주당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정국을 계속 되풀이하고 있어요. 제대로 된 나라의 국회라면 ‘국가의 안위가 걸린 문제다, 그래서 핵무장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이 나와야 합니다. 비핵화선언, 전술핵무기 문제,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등에 대해 얘기하고 결론을 발표하면 외신들도 중요시할 것 아닙니까. 그런데 그런 얘기가 전혀 없어요.”

북한의 잇단 도발은 권력승계와 관련

조 의원의 서릿발 같은 비판이 계속됐다.

“핵 주권론을 반대해도 좋습니다. 반대논리라도 활발히 펴야 그런 내용을 등에 업고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 정부를 상대할 수 있을 것 아닙니까. 2차대전 끝나고 소련과의 냉전시대가 시작돼 북대서양조약이 체결됐죠. 그때 미국은 소련이 유럽을 공격하면 미 본토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미국의 핵우산으로 응징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은 프랑스나 영국은 막상 소련이 공격을 했을 때 미국이 과연 핵공격을 하겠는가 의심했습니다. 도저히 미국에만 의존할 수 없다 해서 이를 명분으로 핵무장을 하게 됩니다. 지금 미국은 북핵에 대응해 핵우산 제공을 약속하지만, 막상 북한이 남침을 감행하고 핵무기를 사용한다고 위협하면 정말 핵공격을 하겠습니까. 그것에만 의존할 수는 없죠.”

―북한의 잇단 도발 의도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제가 남북문제 전문가는 아니지만 김정일의 권력승계를 위한 내부체제 결속, 주민통제 등과 연관이 있습니다. 북한은 핵개발과 보유가 정권 유지에 필수적인 수단이 됐습니다. 북한 내부적으로는 핵실험이나 로켓 발사 등을 ‘사회주의 혁명의 성과요, 업적’이라고 선전·선동하면서 주민들을 세뇌시키는 거죠. 2012년을 ‘강성대국’ 완성의 해라고 한다는데 권력승계와 상당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과 북한의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미·북 관계를 어떻게 예상하십니까.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후보 때 부시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비판하고 직접 대화에 나서겠다고 했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강경기조를 상당 기간 유지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북한은 금융제재 등 안보리 제재가 전보다 엄중해지고 있는 만큼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대화에 나올 것으로 봅니다.”

―金大中(김대중) 전 대통령은 한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잇단 도발이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제스처이며 내부 선전용”이란 표현을 했는데요.

“그분의 의견은 존중합니다만 어떤 근거로 그런 말씀을 하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등은 오바마 행정부의 관심을 끌기 위한 단순한 제스처가 아니라, 실제로 군사적 도발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개성공단 철수 각오해야

북한은 지난 6월 11일 개성공단 북한 직원의 월급 4배, 토지 임대료 31배를 요구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야당 등은 현재의 남북 관계 경색이 이명박 정권의 ‘비핵·개방 3000’ 정책 등 대북 강경 노선 때문이라고 합니다.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남북 관계의 현실이나 북한이 핵개발을 꾸준히 했다는 상황 등으로 볼 때 너무 안이한, 현실성 없는 정책이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이 강경 일변도여서 남북 관계가 악화됐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대북정책은 너무 일방적인 지원에 치우쳤어요.”

―햇볕정책이나 노무현 정권의 포용정책은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북한을 개방시켜서 국제사회로 이끌어 내고, 남북 화해·협력을 증진하겠다는 햇볕정책의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일정 부분 기여도 했고요. 그러나 햇볕정책은 일방적으로 북한의 의도에 끌려 다녔어요. 대북 지원 역시 일방적으로 주는 것이어서 상호주의 원칙이 전혀 적용되지 않았어요. 북한은 일방적이고 무조건적인 지원에 익숙해졌는데 하루아침에 상호주의로 돌아가자니까 남북 관계가 악화될 수밖에 없죠. 대북정책은 뚜렷한 원칙과 일관성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의 남북 관계 악화는 대북 관계를 바로잡고, 특히 상호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우리가 참고 견뎌야 합니다.”

―김대중·노무현 정권이 10년 동안 북한에 지원한 금액이 14조원에 이릅니다. 10년 동안의 ‘퍼주기식’ 지원이 북한의 핵개발을 도왔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달러를 현금으로 주면 군사비로 轉用(전용)될 위험이 있죠. 정보계통의 주장에 따르면 군사비로 사용됐다고 합니다. 국제사회에서도 그렇게 보고 있는 것 같고요.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도 한때 북한의 군비증강이나 핵개발에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냐는 문제가 제기됐었죠. 대북지원을 재검토하라는 것은 군사비로 전용되는 것을 경계하라는 것입니다.”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을 계속할 필요가 있을까요.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은 남북화해와 경제협력의 상징으로, 현 정부도 이를 유지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원칙을 세워야 합니다. 기업활동의 자유나 남측 사람들의 신변보장, 여러 합의사항 등을 이행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폐기한다면 거기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대아산 직원 억류나 금강산 관광객 사살에 대해서 정부가 단호하게 입장을 표했어야죠. 억류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개성공단을 철수하겠다고 해야 합니다. 최후의 수단으로 개성공단 철수까지 각오하고, 강력히 대처해야 합니다.”

金正日에 인질로 잡혀 있는 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서 우리 국민의 안전 문제는 사업 시작 전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입니다.

“그렇습니다. 합의사항을 지키지 않는 공산주의자들에 대해서는 원칙을 갖고 강경하게 대처해야 합니다. 1976년 판문점에서 도끼 만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한미 양국은 무력으로 황해도 沙里院(사리원)까지 진격하는 작전을 세웠답니다.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청와대 집무실에 군화와 철모까지 준비했답니다. 결국 김일성이 유감을 표명하고, 사과했죠. 한미 양국이 전쟁을 불사하겠다고 하니까 굴복했습니다. 북한은 그런 각오와 결의로 대처해야지 그러지 않으면 계속 끌려다닙니다.”

조 의원은 “북한은 정상적인 국가가 아니다”라며 이렇게 말했다.

“핵보유국은 핵무기에 대한 통제와 관리가 엄격합니다. 그러나 북한은 김정일이 최고 결정권자인 독재국가입니다. 김정일이 건강도 좋지 않고, 정신이 언제 흐릿해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핵무기를 어떻게 통제·관리하는지 안심할 수 없습니다. 결국 대한민국 국민은 김정일의 자비심에 의존해 하루하루 무사히 지나가기를 바라는 인질상태가 된 거죠.”

―이런 상황에서도 민주당 등은 6·15와 10·4 공동선언을 이행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화해·협력, 평화적 공조 등 남북 정상회담의 취지는 존중해야죠.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의 10·4 선언 중 경제협력 부문은 근거나 현실성이 없는 계획입니다. 재원조달 방법조차 없어요. 그런 것까지 이행할 수는 없죠. 무조건 6·15와 10·4 선언을 이행하자고 하는 건 무책임한 처사입니다. 북한의 주장에 동조하는 것밖에 안됩니다.”

―과거 새천년국민회의와 새천년민주당에서 국회의원과 당 대표 등 重役(중역)을 역임하셨는데, 어느 정도 책임을 통감하십니까.

“저도 당 소속이었으니까 책임이 있겠죠. 그런데 저는 책임 있는 자리에 있지 못했어요. 당 대표도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이) 분당되고 나서 잠깐 했죠. 시일이 지난 후에야 여러 가지가 잘못됐다는 것이 드러났는데, 일방적인 퍼주기식 지원 등 포용정책이 너무 과하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했습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인연

조 의원은 원칙을 중시하고 타협을 모르는 성격 탓에 ‘미스터 쓴소리’ ‘원칙주의자’라 불린다.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도 쓴소리를 했고,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의 선거대책위원장을 지냈지만 대선 후엔 노 전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2004년 3월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고, 탄핵 역풍 속에서 치러진 17대 총선에서는 대구에서 출마했으나 낙선, 2006년 7월 치러진 재·보궐 선거에서 서울 성북乙(을)에 출마해 당선됐다. 조 의원은 당선 후 “탄핵의 정당성을 국민으로부터 인정받았다”고 말했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에 감회가 남다르실 것 같은데요.

“노무현 대통령과는 1990년 3당 합당 당시 李基澤(이기택)·朴燦鍾(박찬종)·洪思德(홍사덕) 의원 등과 함께 꼬마민주당을 창당해서 활동했어요. 그 당시에는 상당히 장래가 촉망되는 유능한 정치인으로 알았는데…. 참 아쉽게 생각합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으로 박연차 게이트 수사가 흐지부지되는 느낌입니다.

“수사를 시작한 자세와 각오로 제대로 수사해야죠. 검찰 책임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거기에 흔들리지 말고, 검찰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직 대통령을 비롯해 모든 권력형 비리, 부정부패 척결을 검찰이 하지 않으면 누가 하겠습니까.”

―현재 임시국회조차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책임이 크지만 국회의장 책임도 있다고 봅니다. 8·10·12월을 제외한 매월 짝수월 1일에 국회를 개회하는 것은 의무조항입니다. 국회 개회 날짜까지 결정해 둔 것은 과거에도 여야 대립이 극심해 국회가 열리지 않으니까 그에 대한 반성으로 규정한 것입니다. 그런데 국회법을 지킬 생각도 않고, 그런 조항이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아요. 이런 조항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려야 할 책임이 의장한테 있는 것 아닙니까. 의장이 수수방관하는 것 같아요.”

조 의원은 자신이 국회의장이라면 다음과 같이 하겠다고 말했다.

“우선 본회의를 열고 의장석에 나가 앉아 있는 겁니다. 그러면 몇 사람이라도 뜻이 있는 사람들이 올 것 아닙니까. 무슨 일이 있든 6월 1일 개회하는 거죠. 사람들이 안 오면 일단 유회를 선포하고, 그 다음날 또 하고, 한 달이라도 계속해야죠. 그러면 언론에 보도되고, 국민들도 그런 상황을 지켜볼 것 아닙니까. 그러면 黨(당)도 뭔가를 깨닫고 분발하겠죠. 국회법에 의장이 운영위원회와 협의를 하되, 협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의장이 결정한다고 돼 있어요. 물론 당장은 효과가 없을지도 모르고, 혼자 쇼하는 것 같기도 하겠죠. 그러나 의장이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내가 국회의장이라면…

조 의원은 “예전에는 국회를 열고 싸웠는데, 이제는 국회를 열지도 않고 국회 여는 문제로 싸우니 국제사회에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개탄하며 이렇게 말했다.

“의장이 몸을 던져 양당 원내대표 불러서 자꾸 회담도 해야 합니다. 이런 국회법을 국민에게 널리 알려야 여론도 일어나죠.”

조 의원은 18대 국회 현역 의원 가운데 최다선 의원이다. 1981년 11대 국회의원 선거 때 서울 성북甲乙(갑을)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뒤 12·14·15·16·17대 의원을 역임했다. 지난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오랫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유선진당에 입당해 비례대표로 당선됐다.

―현역 의원 중에선 7선으로 최다선이신데 국회의장에 대한 욕심은 없으십니까.

“꼭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기회가 주어지면 하고 싶죠. 현재 소수당에 있어서 그럴 기회가 없어요.”

―노 전 대통령의 몰락은 결국 일가족이 연루된 뇌물수수 혐의입니다. 정치인들이 뇌물 문제를 일거에 해결하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현재의 정치자금법이 너무 비현실적이고 가혹하다는 사람도 있는데 저는 반대입니다. 정치자금법을 철저히 지켜도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쓰면 한이 없지만, 안 쓰면 안 쓰는 대로 할 수 있습니다. 돈을 안 써서 선거에 떨어지면 그냥 떨어지는 게 낫지. 저는 임기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스스로 타이릅니다. 그렇기 때문에 신념과 원칙에 어긋나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돈이나 공천 등에 연연하지 않으면 소신껏 정치를 할 수 있어요.”

끝으로 “다음엔 지역구로 출마할 것이냐”고 묻자, 조 의원은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한다니까요”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