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유총연맹을 젊고 참신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겠다”
⊙ 행정안전부,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함께 ‘3대 新국민운동’ 추진
⊙ 李在五 의원 조기 귀국 반대
⊙ 李相得 의원이 발 치수보다 훨씬 큰 신을 신는 이유
朴昌達
⊙ 1946년 경북 포항 출생.
⊙ 포항중·계성고 졸업. 한국외국어대 독어과 졸업. 영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용인대 명예 정치학 박사.
⊙ 15, 16대,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지원단 부단장.
취재지원 : 이무늬 月刊朝鮮 인턴기자
⊙ 행정안전부, 새마을운동중앙회와 함께 ‘3대 新국민운동’ 추진
⊙ 李在五 의원 조기 귀국 반대
⊙ 李相得 의원이 발 치수보다 훨씬 큰 신을 신는 이유
朴昌達
⊙ 1946년 경북 포항 출생.
⊙ 포항중·계성고 졸업. 한국외국어대 독어과 졸업. 영남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용인대 명예 정치학 박사.
⊙ 15, 16대, 17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지원단 부단장.
취재지원 : 이무늬 月刊朝鮮 인턴기자
朴昌達(박창달) 前(전) 의원이 지난 3월 19일 한국자유총연맹 11대 총재에 취임했다. 1954년 반공연맹으로 출발한 자유총연맹은 전국 16개 시도지회, 232개 지부를 거느린 회원 65만명의 거대 이념운동 단체다.
박 총재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외곽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며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의 前身(전신)은 한나라당 대의원 중심조직인 ‘한국의 힘’이다. ‘한국의 힘’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대의원 표를 결집시킴으로써 당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 대통령의 포항중학교 후배인 박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또 다른 腹心(복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포항 출신인 李相得(이상득) 의원, 崔時仲(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李春植(이춘식) 의원과 함께 ‘실세 포항 4인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5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지난해 8월 15일 복권됐다.
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총재 취임식에 축하전문을 보내 박 총재의 총재 취임을 축하했다. 이날은 200만 회원을 거느린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에 李在昌(이재창) 전 의원이 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이재창 회장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다.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날 행정안전부와 ‘3대 新(신)국민운동’을 확산시키는 내용을 담은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민운동 실천 협약서’를 체결했다.
‘3대 신국민운동’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주창한 국민운동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일류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새로운 국민운동이 요구되고 있다”며 공동체운동, 국민의식 선진화운동, 녹색생활운동을 제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3대 신국민운동’에 회원 65만명의 자유총연맹과 200만명의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참여하자, 일각에서는 “친 이명박계의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대 新국민운동
―자유총연맹 총재직은 언제 어느 시점에 누구로부터 제의를 받으셨습니까.
“자유총연맹 총재는 임명직이 아니고 선출직입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선거를 합니다. 대의원들이 봤을 때, ‘이런 시기에 연맹의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데는 현재 정부와 가깝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자유총연맹 총재 취임식이 열린 3월 19일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두 단체는 이날 행정안전부와 ‘3대 신국민운동’과 관련된 협약도 맺었는데 사전에 일정을 맞춘 겁니까.
“자유총연맹 내부 규정에 언제까지 선관위를 구성하고, 언제까지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 규정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새마을운동 중앙회장 취임식이 언제인지 몰랐습니다.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이죠.”
―취임식 날 행정안전부와 협약을 맺음으로써 자유총연맹이 정권의 친위조직 역할을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유총연맹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가 보위에 앞장서는 조직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부 정책이 잘못 홍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인식시켜 주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정부가 안정되고, 국가가 잘돼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선 나쁜 일이 아니면 적극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총연맹이 정권의 친위조직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 아닙니까.
“일단 나라가 안정돼야 합니다. 나라가 안정이 되려면 정책이 올바르게 알려져야 합니다. 국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정부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부기관이 국민들에게 사용하는 용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용어를 이해 못하면 동참을 안 합니다.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용어가 어려우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겁니다.”
―金大中(김대중), 盧武鉉(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자유총연맹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볼 때 지난 10년 동안 거의 활동이 없었다고 봅니다.”
취임식 축하 화환 대신 쌀 받아
―‘극우’라는 자유총연맹의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 겁니까.
“사실 다른 보수단체들은 재향군인회처럼 특정 대상을 구성원으로 한 단체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단체와 운동은 같은 목적으로 하더라도 방법은 차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맹은 국민에게 수구, 꼴통 보수라는 이미지가 많습니다.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총연맹을 젊고 참신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영입해서 회원을 100만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입니까.
“지금 자유총연맹 직원이 40명 정도 됩니다. 과거에는 120명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많이 줄었습니다. 젊은 대학생들은 자유총연맹이 뭘 하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직원을 뽑을 때 젊은 대학생들을 공개 모집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젊은 청년들이 자유총연맹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젊은이들에게 앞으로의 운동방향에 대해 많은 자문을 구하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겁니다. 그렇게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다 보면 회원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겁니다.”
―자유총연맹은 지역조직과 중앙의 일체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선 지방조직들이 중앙에 대해 신뢰를 해야 합니다. 지방조직에서는 중앙조직이 수익사업이나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수익사업을 통해서 조금 잉여가 있다면 지방조직으로도 그 수익의 일부를 보낼 겁니다. 그래서 지원을 정례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취임식 때 화환 대신 쌀을 받았다면서요?
“네. 제가 얼마 전에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그때 좁은 공간에 놓여 있는 조화들을 보면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취임식에는 화환 대신 쌀을 받아서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던 겁니다. 그날 쌀 300가마가 들어왔는데, 곧바로 중구청으로 보냈습니다. 중구청에서는 그 쌀을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일”
―지난해 복권 후 국정원장 등 정부요직 개편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는데요.
“작년 8월 15일 복권 이후에 본의 아니게 정무수석, 특임장관, 무슨 비서실장, 국정원장, 대구시장 후보 이런 직책들과 관련해 제 이름이 자꾸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그 직에 계신 분들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분들 보시기에는 박창달이 스스로 말을 만든 것은 아닌가,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에 자유총연맹 총재로 선출된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이것이 내 할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등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직전 총재였던 權正達(권정달)씨는 자유총연맹 총재와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사장을 겸임했다. 권씨는 지난해 말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었다.
―전임 총재는 한전산업개발 사장도 겸임했는데요.
“자유총연맹 일만 해도 굉장히 많아요. 현재로서는 자유총연맹 일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한전산업개발은 사장을 비롯해서 임원들 임명이 다 끝났습니다. 잘할 거예요. 우리는 그분들이 장사 잘해서 수익 올려서 주면 그것을 가지고 활동하면 되는 거고요. 괜히 경영도 모르는 사람이 회사를 맡아서 하다 보면 사고 나게 마련이죠.”
―최근에 임명된 한전산업개발 임원 가운데는 전임 총재 시절 자유총연맹 이사를 했던 분도 있던데요.
“그분은 오래 전부터 자유총연맹에 관여했지만 전임 총재 문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반듯한 분입니다. 저는 권정달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자유총연맹은 수입이 거의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정부 보조도 없었고요. 그런 과정 속에서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자유총연맹 총재로 정치인들이 왔지만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분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측근이라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실세라는 단어는 거부합니다. 제 고향이 포항입니다. 대통령이 학교 선배이십니다. 측근이라는 것은 고향이 가깝고 선배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당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조직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이 조직에서 저를 필요로 했던 것 같습니다.”
‘實勢 4인방’이 아니라 측근
―자유총연맹이 골프연습장까지 자회사로 둔 것은 문제 아닙니까.
“수익사업이었는데, 그것도 제가 정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중에는 골재 채취 회사도 있던데요.
“전임 총재께서는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익사업을 한 거죠. 그런데 와서 보니까 수익을 못 올렸습니다. 그것도 잘하면 괜찮다 싶은데, 그래서 새로운 대표를 보낼 겁니다. 흐트러진 사람들 정리를 하고, 다시 조사해서 조직을 바르게 세우고 있습니다.”
―같은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까.
“깊은 인연은 서울시장으로 계실 때 맺었죠. 그전에 현대그룹에 계실 땐 선배로서 만났었고요.”
―이른바 ‘포항 실세 4인방’으로 불리는데요.
“그것은 언론에서 만든 말인데요. 4인방으로 불리는 그분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수고를 하신 분들이죠.”
―‘4인방’은 자주 만나십니까.
“요새는 자주 못 봅니다.”
―대통령은요.
“자주는 못 뵙죠. 자주 봐서도 안되고요. 바쁘신데 찾아가면 뭐합니까.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은 뒤에서 묵묵하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미처 못 챙기는 부분을 찾아서 돕는 것이 측근들이 할 일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창업공신으로서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지난 1년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싶습니까.
“사실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께 표를 줄 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경제가 잘될 것이다, 안정이 될 것이다, 기대했는데 대통령 당선 이후 촛불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 다음에 경제문제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內憂外患(내우외환)이 왔습니다. 이젠 조금씩 나아진다는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국민들이 초심에서 도와주셨듯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같은 큰 공약을 취소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 아닙니까.
“공약도 중요하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됐을 겁니다. 경제가 안정이 돼 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죠. 제가 볼 때 대운하 건설은 아니더라도 4대강 살리기는 필요합니다. 앞으로 물 문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물 문제로 접근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李在五 조기 귀국 반대한 이유
박 총재는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 당시 미국에 체류 중이던 李在五(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을 만났다. 그 자리에서 박 총재는 이 전 의원에게 “투사형, 트러블 메이커 같은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는 충고를 했다고 한다. 지난해 12월 이 전 의원의 귀국 문제를 놓고 여권에서 논란이 벌어졌을 때 박 총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 전 의원의 귀국을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전 의원은 지난 3월 말 귀국했다.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했는데요.
“지난 연말에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을 반대한 것은 이 전 의원 본인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조기 귀국을 하면 그분이 딱히 할 역할이 없었습니다. 그분에게도 목표가 있겠지만, 아직 그 목표를 위해 뛸 때가 아닙니다. 개각 정국에서 본인의 역할이 별로 없는데도 신문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당사자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4월 재·보궐선거가 있는데 제가 볼 때 이 전 의원이 관여를 못합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일찍 들어와 있으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 의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것처럼 몰아갑니다. 그러면 또 친박이니 뭐 이런 데서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차라리 역할이 별로 없으니 늦게 들어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들어와야죠. 그분은 외국에 나가서 고생 많이 했어요. 조그만 집에서 직접 밥해 먹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안타깝더군요.”
―박 총재께서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외국으로 나가 있은 일이 있는데 同病相憐(동병상련)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당시에 선거법 관련으로 집행유예 중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오해를 받아 잘못되면 제 주변에 큰 누를 끼칠 것 같아서 해외로 나갔던 거죠. 이재오 의원은 한나라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나간 것이고요.”
―지난해 鄭斗彦(정두언) 의원이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비판하는 등 親(친)이 내부에서 파워게임 양상의 갈등이 있었는데요.
“정권 초기에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은 다 해소됐습니다.”
親李끼리의 갈등 다 해소됐다
―대통령의 측근이란 사람들이 나라를 잘되게 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私心(사심)이 들어간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외부에 안 좋게 비쳐지는 것 아닙니까.
“제가 볼 때 대통령 주위에 계시는 분들은 사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면 정리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는 忠臣(충신)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들어보셨습니까.
“국민에게 비쳐지는 이미지는 별로일지 몰라도 다 대통령을 위해 일합니다.”
―현재의 청와대 참모진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참모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울시장의 일은 일정 부분에 국한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일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지 않습니까. 서울시장 시절의 상황과 대통령으로서 맞는 상황을 비교할 수는 없는 거죠.”
―이상득 의원은 발 치수보다 훨씬 큰 신발을 신는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요즘은 모르겠는데 과거에는 항상 신을 크게 신고 다니셨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난 뒤 남보다 먼저 계산하려고 치수보다 큰 신발을 신는 거죠. 우리가 보면 답답할 정도로 조심을 많이 하시는데, 툭하면 그분 이름을 나쁜 쪽으로 들먹이는 게 안타깝습니다.”⊙
박 총재는 지난 2007년 대통령 선거에서 외곽조직인 ‘국민성공실천연합’을 이끌며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의 당선을 도왔다. ‘국민성공실천연합’의 前身(전신)은 한나라당 대의원 중심조직인 ‘한국의 힘’이다. ‘한국의 힘’은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대의원 표를 결집시킴으로써 당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
이 대통령의 포항중학교 후배인 박 총재는 ‘이명박 대통령의 또 다른 腹心(복심)’으로 불리기도 한다. 같은 포항 출신인 李相得(이상득) 의원, 崔時仲(최시중)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李春植(이춘식) 의원과 함께 ‘실세 포항 4인방’으로 불리기도 한다. 2005년 선거법 위반으로 의원직을 상실한 후 지난해 8월 15일 복권됐다.
이 대통령은 자유총연맹 총재 취임식에 축하전문을 보내 박 총재의 총재 취임을 축하했다. 이날은 200만 회원을 거느린 새마을운동중앙회 회장에 李在昌(이재창) 전 의원이 취임한 날이기도 했다. 이재창 회장 역시 이 대통령의 측근 인사다.
자유총연맹과 새마을운동중앙회는 이날 행정안전부와 ‘3대 新(신)국민운동’을 확산시키는 내용을 담은 ‘국민통합과 경제살리기를 위한 국민운동 실천 협약서’를 체결했다.
‘3대 신국민운동’은 이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열린 전국새마을지도자대회에서 주창한 국민운동이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당면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선진 일류국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선 새로운 국민운동이 요구되고 있다”며 공동체운동, 국민의식 선진화운동, 녹색생활운동을 제시한 바 있다.
행정안전부가 지원하는 ‘3대 신국민운동’에 회원 65만명의 자유총연맹과 200만명의 새마을운동중앙회가 참여하자, 일각에서는 “친 이명박계의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3대 新국민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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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 1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관에서 열린 박 총재 취임식. |
“자유총연맹 총재는 임명직이 아니고 선출직입니다. 전국 대의원이 모여 선거를 합니다. 대의원들이 봤을 때, ‘이런 시기에 연맹의 이미지를 재정립하는 데는 현재 정부와 가깝게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자유총연맹 총재 취임식이 열린 3월 19일에는 새마을운동중앙회장 취임식이 있었습니다. 두 단체는 이날 행정안전부와 ‘3대 신국민운동’과 관련된 협약도 맺었는데 사전에 일정을 맞춘 겁니까.
“자유총연맹 내부 규정에 언제까지 선관위를 구성하고, 언제까지 총재를 선출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 규정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겁니다. 저는 새마을운동 중앙회장 취임식이 언제인지 몰랐습니다. 공교롭게 그렇게 된 것이죠.”
―취임식 날 행정안전부와 협약을 맺음으로써 자유총연맹이 정권의 친위조직 역할을 하겠다고 대외적으로 천명한 것 아니냐, 하는 비판이 있습니다.
“자유총연맹은 특정 정당이 아니라 국가 보위에 앞장서는 조직입니다. 때에 따라서는 정부 정책이 잘못 홍보될 수 있습니다. 이것을 국민들에게 올바르게 인식시켜 주는 일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정부가 안정되고, 국가가 잘돼야 한다는 목적의식이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선 나쁜 일이 아니면 적극 도와줄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자유총연맹이 정권의 친위조직이라는 의심을 받는 것 아닙니까.
“일단 나라가 안정돼야 합니다. 나라가 안정이 되려면 정책이 올바르게 알려져야 합니다. 국민들이 함께 하지 않으면 정부는 성공할 수 없습니다. 정부기관이 국민들에게 사용하는 용어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국민들이 용어를 이해 못하면 동참을 안 합니다. 정부가 사용하는 용어는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용어가 어려우면 자신과 관련이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게 마련입니다. 그런 부분들을 우리가 나서서 국민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겠다는 겁니다.”
―金大中(김대중), 盧武鉉(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자유총연맹의 활동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제가 볼 때 지난 10년 동안 거의 활동이 없었다고 봅니다.”
취임식 축하 화환 대신 쌀 받아
―‘극우’라는 자유총연맹의 이미지를 어떻게 불식시킬 겁니까.
“사실 다른 보수단체들은 재향군인회처럼 특정 대상을 구성원으로 한 단체가 많습니다. 저는 그런 단체와 운동은 같은 목적으로 하더라도 방법은 차별화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연맹은 국민에게 수구, 꼴통 보수라는 이미지가 많습니다. 이제는 그런 이미지를 불식시켜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유총연맹을 젊고 참신하고 역동적인 조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젊은 세대를 영입해서 회원을 100만명 규모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구체적인 복안은 무엇입니까.
“지금 자유총연맹 직원이 40명 정도 됩니다. 과거에는 120명이었습니다. 10년 동안 많이 줄었습니다. 젊은 대학생들은 자유총연맹이 뭘 하는지 모릅니다. 앞으로 직원을 뽑을 때 젊은 대학생들을 공개 모집할 생각입니다. 그래야 젊은 청년들이 자유총연맹에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젊은이들에게 앞으로의 운동방향에 대해 많은 자문을 구하고, 대학생들에게 장학금도 지급할 겁니다. 그렇게 젊은이들에게 다가가다 보면 회원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겁니다.”
―자유총연맹은 지역조직과 중앙의 일체감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우선 지방조직들이 중앙에 대해 신뢰를 해야 합니다. 지방조직에서는 중앙조직이 수익사업이나 하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이 신뢰입니다. 수익사업을 통해서 조금 잉여가 있다면 지방조직으로도 그 수익의 일부를 보낼 겁니다. 그래서 지원을 정례화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취임식 때 화환 대신 쌀을 받았다면서요?
“네. 제가 얼마 전에 모친상을 당했습니다. 그때 좁은 공간에 놓여 있는 조화들을 보면서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취임식에는 화환 대신 쌀을 받아서 불우이웃돕기에 사용하기로 했던 겁니다. 그날 쌀 300가마가 들어왔는데, 곧바로 중구청으로 보냈습니다. 중구청에서는 그 쌀을 독거노인 등 불우이웃에게 나눠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것이 내가 할 일”
―지난해 복권 후 국정원장 등 정부요직 개편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렸는데요.
“작년 8월 15일 복권 이후에 본의 아니게 정무수석, 특임장관, 무슨 비서실장, 국정원장, 대구시장 후보 이런 직책들과 관련해 제 이름이 자꾸 나왔습니다. 저는 지금 그 직에 계신 분들께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그분들 보시기에는 박창달이 스스로 말을 만든 것은 아닌가, 이렇게 오해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에 자유총연맹 총재로 선출된 것을 보람 있게 생각합니다. 이것이 내 할 일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유총연맹은 한전산업개발 등의 자회사를 갖고 있다. 직전 총재였던 權正達(권정달)씨는 자유총연맹 총재와 자회사인 한전산업개발 사장을 겸임했다. 권씨는 지난해 말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구속됐었다.
―전임 총재는 한전산업개발 사장도 겸임했는데요.
“자유총연맹 일만 해도 굉장히 많아요. 현재로서는 자유총연맹 일에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한전산업개발은 사장을 비롯해서 임원들 임명이 다 끝났습니다. 잘할 거예요. 우리는 그분들이 장사 잘해서 수익 올려서 주면 그것을 가지고 활동하면 되는 거고요. 괜히 경영도 모르는 사람이 회사를 맡아서 하다 보면 사고 나게 마련이죠.”
―최근에 임명된 한전산업개발 임원 가운데는 전임 총재 시절 자유총연맹 이사를 했던 분도 있던데요.
“그분은 오래 전부터 자유총연맹에 관여했지만 전임 총재 문제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사리 판단이 분명하고 반듯한 분입니다. 저는 권정달씨의 행위에 대해서는 좋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실 자유총연맹은 수입이 거의 없었습니다. 10년 동안 정부 보조도 없었고요. 그런 과정 속에서 하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나, 그렇게 생각합니다.”
―과거에도 자유총연맹 총재로 정치인들이 왔지만 정권의 실세로 불리는 분이 온 것은 처음인 것 같은데요. 그래서 “재집권을 위한 포석”이라는 말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
“저는 측근이라고 하는 것은 괜찮지만 실세라는 단어는 거부합니다. 제 고향이 포항입니다. 대통령이 학교 선배이십니다. 측근이라는 것은 고향이 가깝고 선배이기 때문에 그렇게 부를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지금까지 정당인의 길을 걸어오면서 조직 구성원들 간의 화합과 발전을 위해 앞장서서 일을 많이 했습니다.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이 조직에서 저를 필요로 했던 것 같습니다.”
‘實勢 4인방’이 아니라 측근
―자유총연맹이 골프연습장까지 자회사로 둔 것은 문제 아닙니까.
“수익사업이었는데, 그것도 제가 정리를 하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자회사 중에는 골재 채취 회사도 있던데요.
“전임 총재께서는 어떤 목적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수익사업을 한 거죠. 그런데 와서 보니까 수익을 못 올렸습니다. 그것도 잘하면 괜찮다 싶은데, 그래서 새로운 대표를 보낼 겁니다. 흐트러진 사람들 정리를 하고, 다시 조사해서 조직을 바르게 세우고 있습니다.”
―같은 고향인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려서부터 알고 지낸 사이입니까.
“깊은 인연은 서울시장으로 계실 때 맺었죠. 그전에 현대그룹에 계실 땐 선배로서 만났었고요.”
―이른바 ‘포항 실세 4인방’으로 불리는데요.
“그것은 언론에서 만든 말인데요. 4인방으로 불리는 그분들은 이명박 대통령을 탄생시키는 과정에서 많은 수고를 하신 분들이죠.”
―‘4인방’은 자주 만나십니까.
“요새는 자주 못 봅니다.”
―대통령은요.
“자주는 못 뵙죠. 자주 봐서도 안되고요. 바쁘신데 찾아가면 뭐합니까.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은 뒤에서 묵묵하게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해야 합니다. 대통령이 미처 못 챙기는 부분을 찾아서 돕는 것이 측근들이 할 일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창업공신으로서 이명박 정권 출범 후 지난 1년여를 어떻게 평가하고 싶습니까.
“사실 우리 국민들이 이명박 대통령께 표를 줄 땐 많은 기대를 했습니다. 경제가 잘될 것이다, 안정이 될 것이다, 기대했는데 대통령 당선 이후 촛불시위가 벌어졌습니다. 그 다음에 경제문제가 굉장히 어려워졌습니다. 그래서 內憂外患(내우외환)이 왔습니다. 이젠 조금씩 나아진다는 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을 가져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입니다. 국민들이 초심에서 도와주셨듯이 조금만 도와주시면 틀림없이 성공할 수 있다고 봐요.”
―이 대통령이 한반도 대운하 같은 큰 공약을 취소한 것은 국민과의 약속을 어긴 것 아닙니까.
“공약도 중요하지만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한반도 대운하를 강행한다면 국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됐을 겁니다. 경제가 안정이 돼 있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죠. 제가 볼 때 대운하 건설은 아니더라도 4대강 살리기는 필요합니다. 앞으로 물 문제가 굉장히 중요합니다. 처음부터 물 문제로 접근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李在五 조기 귀국 반대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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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9월 미국을 방문, 이재오 전 의원을 만난 박 총재. |
―이재오 전 의원이 귀국했는데요.
“지난 연말에 이 전 의원의 조기 귀국을 반대한 것은 이 전 의원 본인을 위해서였습니다. 그때 조기 귀국을 하면 그분이 딱히 할 역할이 없었습니다. 그분에게도 목표가 있겠지만, 아직 그 목표를 위해 뛸 때가 아닙니다. 개각 정국에서 본인의 역할이 별로 없는데도 신문에 이름이 오르락내리락 합니다. 당사자로서는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어요. 4월 재·보궐선거가 있는데 제가 볼 때 이 전 의원이 관여를 못합니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이 일찍 들어와 있으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 의원이 선거에 관여하는 것처럼 몰아갑니다. 그러면 또 친박이니 뭐 이런 데서 신경을 곤두세웁니다. 차라리 역할이 별로 없으니 늦게 들어오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죠. 하지만 이제는 들어와야죠. 그분은 외국에 나가서 고생 많이 했어요. 조그만 집에서 직접 밥해 먹고 자전거 타고 다니는 것을 봤는데 안타깝더군요.”
―박 총재께서도 한나라당 대통령후보 경선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외국으로 나가 있은 일이 있는데 同病相憐(동병상련)을 느끼지는 않았습니까.
“저는 당시에 선거법 관련으로 집행유예 중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제가 오해를 받아 잘못되면 제 주변에 큰 누를 끼칠 것 같아서 해외로 나갔던 거죠. 이재오 의원은 한나라당과 대통령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나간 것이고요.”
―지난해 鄭斗彦(정두언) 의원이 이상득 의원과 박영준 국무총리실 국무차장을 비판하는 등 親(친)이 내부에서 파워게임 양상의 갈등이 있었는데요.
“정권 초기에는 갈등이 생기게 마련인데, 지금은 다 해소됐습니다.”
親李끼리의 갈등 다 해소됐다
―대통령의 측근이란 사람들이 나라를 잘되게 하기 위한 경쟁이 아니라 私心(사심)이 들어간 경쟁을 벌였기 때문에 외부에 안 좋게 비쳐지는 것 아닙니까.
“제가 볼 때 대통령 주위에 계시는 분들은 사심을 버려야 합니다. 그런 부분이 있다고 하면 정리해야 합니다.”
―이명박 정부에는 忠臣(충신)이 없다는 말도 있는데 들어보셨습니까.
“국민에게 비쳐지는 이미지는 별로일지 몰라도 다 대통령을 위해 일합니다.”
―현재의 청와대 참모진이 이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참모진보다 못하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울시장의 일은 일정 부분에 국한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통령의 일은 포괄적이고 광범위하지 않습니까. 서울시장 시절의 상황과 대통령으로서 맞는 상황을 비교할 수는 없는 거죠.”
―이상득 의원은 발 치수보다 훨씬 큰 신발을 신는다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습니까.
“요즘은 모르겠는데 과거에는 항상 신을 크게 신고 다니셨어요. 식당에서 밥 먹고 난 뒤 남보다 먼저 계산하려고 치수보다 큰 신발을 신는 거죠. 우리가 보면 답답할 정도로 조심을 많이 하시는데, 툭하면 그분 이름을 나쁜 쪽으로 들먹이는 게 안타깝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