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미네르바의 변호인 朴燦鍾前 의원 : 월간조선

인터넷상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글을 올리며 네티즌들로부터 ‘경제대통령’으로까지 추앙받았던 박대성씨가 지난 1월 10일 구속됐다.

박씨가 검찰에 구속된 이후에도 그 구속이 적합한 것인가를 놓고 정치권의 與野(여야)는 물론, 사회 각 분야에서 논란이 끊이질 않고 있다. 구속의 적합성 여부와 함께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인가, 다른 미네르바가 존재하는가”하는 문제도 논란거리다. 검찰에 구속되면서 밝혀진 박씨의 학력(2년제 대학 졸업)과 나이(30대), 경력(무직) 등 그동안 자신이 아고라에서 밝혔던 학력(해외 유학)과 나이(노인), 경력(외국 금융기관 근무)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구속영장을 신청하기 직전 검찰 관계자는 “미네르바를 사칭한 네티즌이 있을 수 있겠지만 세간에서 관심을 끈 미네르바의 글은 모두 체포된 박씨가 쓴 글이 확실하며 제2의 미네르바가 따로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씨 본인도 10일 구속 수감되기 직전 기자들의 “진짜 미네르바가 맞는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내가 쓴 것이 맞다. (검찰에서) 모든 사실을 이미 다 얘기했다.”

본인도 자신이 아고라에 미네르바라는 필명으로 이름을 썼던 사실을 시인했지만 이번에는 박씨가 구속된 지 이틀 후인 12일 아고라에 자신이 미네르바의 知人(지인)임을 자처하는 네티즌이 “(진짜) 미네르바님은 잘 지내시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위치까지야 알 수 없지만 아마 해외에 있을 가능성이 많다”는 글을 올렸다. 현재 검찰에 구속돼 있는 박씨는 가짜라는 주장인 것이다.

하나의 IP만 사용

박씨가 진짜 미네르바인가, 아닌가 하는 논란은 인터넷상에서도 현재 진행형으로 계속되고 있다. 이 논란을 박대성씨 측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을까. 현재 박씨의 변호를 맡고 있는 朴燦鍾(박찬종) 前(전) 의원을 만났다. 박 의원은 사태를 이렇게 정리했다.

“‘경제대통령’이라는 이름으로 세인의 주목을 받았던 미네르바를 진짜라고 한다면 구속된 박대성씨 외의 나머지는 가짜예요.”

―다른 미네르바가 없다는 말씀입니까.

“인터넷상에서 미네르바라는 이름을 특허 낸 것도 아닌데 누구든 그 이름을 쓸 수는 있겠죠. 아마 쓰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분명한 것은 아고라에 지속적으로 글을 올리면서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고비마다 경제상황을 예측해 네티즌들로부터 ‘경제대통령’이라는 소리를 듣는 사람은 지금 구속돼 있는 박대성씨라는 말이죠.”

이후 박 의원은 박대성씨를 ‘미네르바 박’이라고 지칭했다.

―그 글들이 박대성씨의 글이라는 증거는 어떤 겁니까.

“이번에 검찰이 아고라에 올린 글 중에서 미네르바 박의 글이라고 찾아낸 것은 2008년 4월부터 12월까지 쓴 280편의 글이에요. 또 이 글들이 네티즌들에게 큰 반향을 얻었던 것이고요. 이 글들은 미네르바 박이 사는 서울 창전동 주소지에 있는 하나뿐인 IP에서 나온 것들이에요. 검찰이 처음에 2개의 IP가 있다고 발표한 것은 미네르바 박이 이용하던 하나로텔레콤이 SK브로드밴드로 이름을 바꾼 것을 오인한 데서 비롯됐던 겁니다. 그 IP에서 세인의 관심을 끌었던 글들이 모두 나온 겁니다.”

―다른 사람이 그 IP를 공유할 가능성은 없습니까.

“제가 확인한 바로는 박대성씨의 집은 다른 사람들이 그곳을 들락거리면서 함께 작업하거나 할 수 있는 환경이 아닙니다.”

“<新東亞>에 기고한 적 없다”고 주장

‘민생민주국민회의’라는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서 미네르바 석방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박씨는 구속 수감되면서 “<新東亞>에 글을 쓴 게 본인이 맞나”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신동아와 접촉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미네르바의 <신동아> 12월호 기고와 관련한 박 의원의 답변도 박씨와 대동소이했다. 그의 말이다.

“나중에 읽어봤습니다. <신동아>에 기고한 미네르바는 앞서 말한 기준에서 가짭니다.”

―박대성씨는 그 글을 읽어 보았답니까.

“읽어본 것 같지는 않은데 검찰에서 조사받을 때 추궁을 당한 것 같아요. 저한테 미네르바 박이 하는 이야기는 자기는 그 글과 전혀 관계가 없고, 그 사실이 밝혀졌으면 좋겠다고 그러더군요. 그러면서 저한테 ‘알아서 해달라’고 하기에 지금은 검찰에서 조사를 하고 있으니까 그 문제에 대해서는 조금 더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박 의원은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司法(사법), 行政(행정) 양대 高試(고시)뿐만 아니라 공인회계사 시험에도 합격했다. 1998년 말부터 2000년 초까지 1년3개월간은 일본 게이오대학에 방문연구원으로 가서 경제를 공부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박찬종이 찾아낸 일본도 놀란 일본의 성공 벤처 이야기> 등의 일본 경제 관련 저술들을 내놓기도 했다. 지금도 그는 인터넷상에 한국 경제와 관련된 글들을 자주 올리고 있다. 또한 그는 경제 관련 기사나 사설은 빼놓지 않고 읽는다고 한다.

―박대성씨가 경제 공부에 관심을 두게 된 이유는 뭐라고 합니까.

“제가 공개한 1월 12일의 미네르바 박 면담록에도 그 내용이 있지만 1997년 IMF 때 막심한 피해를 입었답니다. 심지어 친구 부모님이 자살을 해서 그 친구와 친구동생이 어려움을 겪는 것을 본 후 ‘내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선제적 방어 차원에서 공부를 시작했다’고 그래요.”

―그의 경제적 지식이나 이론은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보였습니까.

“미네르바 박은 경제에 대해 저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아요. 구체적인 사실 관계도 그렇고, 통계도 많이 알아요. 지난 10년 동안 경제서적, 신문, 인터넷, 잡지 등을 통해 엄청난 역량을 축적한 것 같아요. 그런 것들이 네티즌들을 열광케 하는 경제 예측을 가능하게 했던 것으로 보입니다.”

전문가들은 늘 적중했나?

―인터넷 등 여기저기에 있는 각종 경제 관련 글들을 짜깁기한 것에 불과하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그런 이야기에 대해 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박사학위 논문은 짜깁기 아닌가요. 논문을 쓰면서 남의 이론이나 견해를 인용 안 하고 어떻게 씁니까. 차이가 있다면 인용 출처를 밝힌다는 것과 안 밝힌다는 것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죠.”

―꼭 짜깁기뿐만 아니라 리먼브러더스의 파산 같은 경우도 미네르바가 최초로 예언한 것이 아니었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경제 예측이 틀렸다는 데서 그런 지적이 나오는 것 아닙니까.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발생하고 세계경제가 급격하게 어려워질 당시 우리나라에서 내로라하는 경제전문가들 가운데 앞으로 우리 경제가 어떻게 될지를 자신 있게 얘기한 사람 없었어요. 다 막연하고 뜬구름 잡는 소리들이나 했지. 왜냐하면 그 상황은 경제학이라는 하나의 창구를 통해서는 절대로 들여다볼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이 30대 청년이 자기 나름대로 그동안 쌓아 온 경제적 지식과 직관을 가지고 경제 예측을 했던 겁니다. 거기에 네티즌들이 열광하게 된 것이고요. 이번에 미네르바의 학력이 밝혀지고 나이가 밝혀지니까, 2년제다, 경제학 전공을 안 했다, 무직이다 하면서 뭇매를 때리는데, 그렇게 말하는 언론과 전문가들은 늘 적중했습니까. 그건 그 사람에 대한 인격모독이에요.”

―그런데 왜 자신의 나이나 경력을 속였을까요?

“사이버 공간이라는 게 익명성이 있으니까 그랬을 것으로 봅니다. 저는 글쓰기에서 일종의 재미라고 할까, 하나의 양념 같은 재미로 봐 줄 수도 있다고 봐요. 자신이 글을 쓰면서 막 호응을 받기 시작할 때 그런 표현을 했잖아요. 자신의 IP는 계속 그대로 쓰면서 말이죠. 속일 의도로 글을 썼다면 IP도 바꿔서 했겠죠. 나중에 문제가 되면 ‘IP가 다르지 않으냐, 내가 쓴 글이 아니다’ 하면 되니까요.”

―자신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일종의 속임수였다는 생각은 안 드십니까.

“심리적으로 그런 노림수도 있었겠죠. 자기 경제 예측이 적중하니까 보람도 있었을 테고, 거기서 오는 재미도 있었을 겁니다. 물론 그런 대답을 박대성씨한테 들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제 생각이 그렇다는 겁니다. 보고 축적하고 정리하고 쓰는 것이 미네르바 박의 생활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그걸 관대하게 이해할 필요가 있어요.”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요.

“제가 물어봤는데, 전혀 사실무근입니다. 만약 미네르 박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실패했다면 검찰이 그 사실을 구속영장에 쓰지 않을 리 없잖아요.”

미네르바: “내가 뭘 잘못했냐”

―박대성씨는 자기 행위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본인의 심경을 한마디로 전하면 ‘내가 뭘 잘못했냐’는 겁니다. ‘인터넷 공간은 쌍방통신이 되고 하는 곳인데 내가 이런 주장을 하면 거기에 異見(이견)을 올리면 되는 것 아닌가. 내가 公益(공익)을 해할 목적이나 거대한 배후가 있어서 한 것도 아닌데 내가 무슨 잘못이냐’ 이런 입장이죠.”

―‘내가 연쇄살인범도 아니고’ 하는 불만을 이야기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불만이 아니고 답답함을 호소한 거죠. 연쇄살인범처럼 자신에게 수갑을 채우고 포승줄로 묶어 놓은 모습을 보면서 막막한 심정을 그렇게 표현한 거죠.”

―성격은 어떻습니까.

“내성적이면서 탐구심과 호기심이 많고 집중력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제 생각인데 우리 사회가 학벌사회다 보니까 본인은 2년제 대학을 나왔다는 콤플렉스도 있었을 겁니다. 외국에 가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면 공개적으로 언론매체에 기고도 하고 그럴 수 있을 텐데, 그런 게 안 되니까 갑갑하고 억울하다는 감정도 생길 수 있었을 겁니다. 성격이 너무 순한데 인터넷상에서는 과격한 언어를 사용하니까 일반인들이 놀라는 것 같아요. 하지만 사이버 세계의 특성을 알면 이해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봅니다.”

―친구들은 많습니까.

“내성적인 성격이라 친구가 많은 것 같지는 않아요. 서너 명 있는데 그 친구들조차 최근 5, 6개월은 못 만났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들은 박대성씨가 소심하고 착한 친구라고 그래요. 그 가운데 한 친구는 지금도 ‘그 유명한 미네르바가 대성이가 맞느냐’며 믿지 않으려고 할 정도예요.”

―가족들은 박씨가 미네르바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겁니까.

“전혀 몰랐다고 그럽니다. 가족들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미네르바 박의 어머니는 경기도에서 회사를 다니고 있고, 아버지는 조그마한 여관을 운영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여동생은 작년 12월 교회 자원봉사팀으로 외국에 갔다고 그래요. 기자들이 집으로 찾아오고 교회로도 찾아오고 심지어 여동생의 친구들까지 찾아다니니까 큰 부담을 느끼고 있어요. 구속 수감되던 날에는 집에 전화하면서 아버지한테 ‘곤욕치르시니까 절대 오시지 말라’고 하더군요.”

―미네르바와는 어떤 인연으로 무료 변론을 맡게 된 겁니까.

“어떤 언론에서는 제가 자청해서 무료 변론을 맡은 것으로 보도가 됐는데 사실과 달라요. 지난해 11월 정부가 국회에서 한 답변에서 미네르바를 수사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어요. 그때부터 저는 미네르바의 글을 보기 시작했어요. 그 글을 보고 나서 ‘미네르바의 붓을 꺾지 말라’는 등 미네르바 수사에 반대하는 글들을 대여섯 번 아고라에 올렸어요. 어떤 글은 7만명 이상이 보더군요. 그러다가 미네르바가 잡혀 들어가니까 주변에서 ‘글로 옹호하던 분이 직접 변호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권유해서 맡게 된 겁니다.”

“미네르바의 붓을 꺾지 말라”

―미네르바 현상이 왜 생겼다고 보십니까.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서 계속 경제는 나빠지는데도 국민들에게 신뢰를 주기는커녕 정부에 대한 신뢰도는 더 나빠졌어요. 그 접점에서 미네르바의 예측 몇 가지가 적중하니까 인터넷상에서 ‘와’ 하는 함성이 터진 거예요. 이명박 정부가 미네르바의 명성을 만들어준 겁니다.”

미네르바에 대한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月刊朝鮮으로 제보전화가 왔다. 미네르바라는 이름으로 <신동아> 2008년 12월호에 게재된 기고문과 관련된 내용이었다.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다”는 제보자는 “<신동아>에 기고한 인물은 미네르바라는 필명을 사용한 제3의 인물”이라며 “<신동아> 측은 2008년 12월호에 ‘미네르바 원고료’는 다른 사람을 통해 지급했다고 밝혔지만, 그 원고료를 받은 사람이 ‘미네르바’의 이름으로 글을 쓴 사람이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제보내용이 신빙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신동아>로부터 원고료를 받은 사람은 “실제 기고자가 누구냐”라는 질문에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