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8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에 유치단장으로 참여, 그 후 7년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차장(1981년 1월~1988년 2월)을 맡아 서울올림픽 뒷바라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0년 10월~2003년 6월)을 맡아 ‘세계 4강’ 달성.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세계 7위로,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 기록.
⊙ 대한체육회장 당선 후 포상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국가대표 선수 일당 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
⊙ 체육회장 취임식을 태릉 선수촌에서 하고, 2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살아
⊙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현장으로 가라’”
⊙ 역도의 장미란 선수를 가장 높이 평가
⊙ “열악한 선수촌 시설과 투자에도 이 정도 성적 나오는 것은 기적”
⊙ 대한체육회장 당선 후 포상금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국가대표 선수 일당 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인상
⊙ 체육회장 취임식을 태릉 선수촌에서 하고, 2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살아
⊙ “최선의 해결책을 찾으려면 ‘현장으로 가라’”
⊙ 역도의 장미란 선수를 가장 높이 평가
⊙ “열악한 선수촌 시설과 투자에도 이 정도 성적 나오는 것은 기적”
李衍澤(이연택·72) 대한체육회장이 약속 장소인 서울 도심의 호텔 중식당에 나타난 것은 약속시간을 정확히 한 시간 넘긴 시점이었다. 비서가 다급한 목소리로 “조계사 행사에 참여했다가 출발이 늦어지고 있다”며 10분 간격으로 전화를 했다.
그래도 한 시간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이 회장이 들어와서 “너무 결례를 했다”며 손을 잡았다. 短軀(단구)의 그는 평행봉으로 단련한 어깨가 단단해 보였다. 이 회장은 자리에 앉으면서 늦은 사연을 설명했다. 9월 9일 오전 서울 종로의 조계사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 佛子(불자) 선수단 환영식’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관 총무원장이 초청한 임원과 선수 53명에게 금으로 된 조그만 목탁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100만원이 든 봉투는 메달을 못 딴 선수 20여명에게만 나눠줬어요. 제가 깜짝 놀랐어요. 메달 못 받은 사람을 포상하는 행사는 아마 이게 처음일 거예요. 행사 초반에 인사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노 메달리스트’들을 포상하는 뜻 깊은 자리라 일어설 수가 없더군요. 조계사에서 점심 공양까지 준비해 놓아서 더 늦어졌습니다.”
―어떤 선수들이 ‘봉투’를 받았습니까.
“카누에 혼자 출전해 47명 중에 46등을 한 이순자 선수, 여자 기계체조에 혼자 나섰던 조현주 선수, 근대5종경기의 윤초롱 선수…. 꼴찌에게 박수를 보낼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의미 있는 행사였어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이 이제 세계 스포츠의 1부 리그에 당당히 진입했다”고 선언했죠.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G7’의 관문을 통과해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딴 13개의 금메달이 9개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일본은 금메달이 8개인데 4개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유도 4개, 수영과 여자 레슬링에서 각각 2개, 소프트볼에서 1개. 우리가 금메달을 딴 종목은 일본의 배가 넘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격투경기’인 권투와 레슬링에서는 금메달이 안 나왔습니다. ‘1부 리그’ 진입에 수반되는 현상이라 봐야 할까요.
“권투는 백종섭 선수하고 이옥성 선수가 메달권에 들어 있었어요. 이옥성 선수는 대진운이 나빠서 실패했고, 백종섭 선수는 8강전을 앞두고 기관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서, 생명이 위험해 다음 시합에 못 나가게 했습니다.”
한국 스포츠계의 대표 CEO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린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산 증인이다.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8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에 유치실무 책임총괄자로 참여했다. 그 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차장(1981년 1월~1988년 2월)과 올림픽을 총괄하는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을 맡아 서울올림픽 개최를 실무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이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0년 10월~2003년 6월)을 맡아 축구장 10개를 새로 짓고, 히딩크 감독 영입을 지원해 ‘세계 4강’을 달성했다. 한국은 이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서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바덴바덴에 함께 갔던 愼鏞碩(신용석) 아시아올림픽 평의회(OCA) 부회장은 이연택 회장을 ‘한국 스포츠의 대표 CEO’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 획을 그을 만한 88서울올림픽 유치와 성공적 개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의 막후에 이연택 회장이 있습니다. 이 회장이 88올림픽 유치단장을 맡았을 때,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믿은 아무도 없었어요. 이 회장은 정부와 경제계, 스포츠계를 통합 조정하면서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통합과 조정의 達人(달인)’인 그가 없었다면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회장 취임식을 태릉선수촌에서 한 이유
베이징올림픽은 이연택이 대한체육회장으로 맞은 두 번째 올림픽이다. 34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아테네올림픽을, 36대 회장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치렀다. 그는 전임 金正吉(김정길) 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참가, 지난 5월 26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김정길씨의 잔여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난다.
―체육회장 취임식을 태릉선수촌에서 하고, 2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 준비했던 취임식을 취소시키고, 태릉 선수촌에서 했어요.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경기단체장들이 나를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해 준 이유가 뭐겠습니까? 제가 88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아테네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걸 믿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달라’는 요청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선수촌에 매일 출근했습니다”
―선수들의 전지훈련까지 따라다녔다고 하더군요.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면 현장에 나가야 합니다. 문제점만 파악되면 해답은 어렵지 않게 나와요.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게 가장 빠르게 정확한 대책을 세우는 길입니다 제가 국무총리실에서 행정조정관으로 여러 부처의 상반된 견해와 이해관계, 갈등을 파악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을 20여년간 했습니다. 거기서 배운 게 ‘현장으로 가라’는 철학입니다.”
―베이징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찾아낸 대책엔 어떤 것이었습니까.
“저는 아테네올림픽부터 과학적인 훈련을 많이 도입시켰습니다. 기본 체력훈련을 할 때도 스포츠과학과 스포츠의학이 접목될 수 있도록 했어요.”
―메달을 따는 선수와 감독들에 대한 포상도 대폭 늘렸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에 선수와 지도자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게 뭘까, 고민을 했습니다. 기량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의지와 사기가 중요하거든요. 금메달을 따면 러시아는 5억원 상당, 그리스는 1억7000만원 정도를 줘요. 포상금을 안 주던 나라들까지 포상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아테네올림픽 때 포상금이 2000만원이었으니까 250% 올린 셈이죠. 그동안 소홀했던 감독과 코치들에 대한 포상금은 아테네올림픽 때의 4배로 올렸어요. 그러니까 선수단 사이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분위기가 잡혔습니다.”
―88 서울올림픽을 치를 때의 선수들과 꼭 20년이 지난 후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88 올림픽을 준비할 때는 무거운 사명감 때문에 분위기가 비장했죠. ‘헝그리 정신’이 있었고. 지금은 달라요. 선수들이 여유가 있고, 정서적으로 발랄합니다. 한 여자 탁구선수가 손톱에 꽃무늬 매니큐어를 칠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선수들이 스포츠를 저렇게 즐기면서 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함이 없어요. 스포츠는 선수 개개인의 무한한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고독한 영역입니다.”
―8월 25일 귀국보고회 자리에서 “바로 이 자리에서 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한자리에 매몰돼 우리 태릉선수촌의 대표선수들이 적막하고 쓸쓸한 가운데 구슬땀을 흘렸다”고 했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촛불시위’를 정면 반박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촛불시위 때문에 선수촌이 적막하고 쓸쓸했습니까.
격려금 12억원 대 7000만원
“아주 썰렁했어요. 한 감독이 ‘올해가 올림픽이 있는 해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그 얘길 듣고 이에리사 선수촌장에게 ‘지난번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하고 난 후와 이번에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선수촌을 다녀가고 난 후 같은 기간 동안 격려 성금이 얼마나 되나 뽑아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12억원 대 7000만원이에요. 아 손님이 없어서 이렇게 적막했구나, 확인을 했어요. 한 기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썰렁한 태릉선수촌’이라는 기사를 썼어요. 그 기사를 보시고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선수촌을 찾아오셨어요.”
―새 정부 사람들이 스포츠의 위력, 스포츠가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몰라서 그랬겠죠.
“아니에요. 촛불시위에 혼이 빠졌던 거예요. 태릉선수촌에 오겠다던 장관들이 다 취소를 했어요. 촛불의 위력이 그렇게 대단했어요. 하지만 촛불시위를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취임사에 ‘촛불시위에 우리 사회가 매몰됐다. 국가의 여러 중요한 일들이 파묻혀 소홀히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어요. 우리 직원들은 ‘회장님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인터넷에서 두들겨 맞습니다’고 말렸어요. 그런데 내가 고집해서 취임사에서 그 얘기를 했어요.”
촛불 발언의 앞과 뒤
―귀국보고회에서 처음 한 얘기가 아니고 취임사에서 한 얘기군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촛불 하나에 나라가 온통 쏠려서 되겠냐’ 하는 말을 여러 군데서 했어요.”
―결과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이 나라를 정신없이 흔들던 ‘촛불’을 끄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저야 베이징에 가 있었으니까 촛불이 꺼졌는지, 더 살아났는지 몰랐죠.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촛불 이야기를 한 것으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이 나이에 정권에 아부할 처지는 아니잖아요?”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88서울올림픽 때 이명박 대통령께서 수영연맹 회장을 맡으셔서 자주 만났죠.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準(준)체육인’입니다. 수영연맹 회장을 14년 하고, 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까지 지냈으니까요. 태릉선수촌을 두 번이나 다녀가시고, 베이징 선수촌에 찾아와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태극기를 잠깐 거꾸로 들고 흔들긴 했지만 운동장에서 열심히 응원하셨잖아요.”
―올림픽이 마무리될 무렵, ‘대한체육회가 5共(공)식 카 퍼레이드를 하려고 박태환 선수같이 조기 귀국을 원하는 선수들을 묶어 놓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죠.
“베이징으로 올 때 서울광장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결단식을 하고 싶었는데 장소 확보가 안돼요. ‘돌아올 때는 국민들의 환영 속에 해단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리 얘기하면 ‘건방 떤다’고 할까봐 얘기를 안했습니다. 목표 달성이 확실해져서 베이징 출발 1주일 전에 국내에 ‘환영회를 준비하라’고 전화를 했어요. 정부와 교통통제를 협의하고, 장소를 대여해야 하니까요. 일부 언론에서 ‘관제 귀국행사를 한다’고 매도하니까, 정부에서는 ‘하지 말라’는 입장이었어요. 제가 ‘이건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대한체육회와 민간이 하는 거다’라면서 밀어붙였어요.”
―‘메달리스트를 선수촌에 反(반)연금 상태로 묶어 놓는다’는 보도는 박태환 선수 때문에 흘러나왔죠.
“박태환 선수 쪽에서 자유형 1500m 경기를 이틀 앞두고 ‘서울에 갔다오면 안 되겠냐’고 해서 제가 호통을 쳤어요.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갈 때 ‘올림픽 기간 중에 상업행위를 하지 않는다. 위반 시에는 메달을 회수한다’고 서약서를 씁니다.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기간에 광고를 찍고, 그게 나갔으면 메달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체재비를 줄이려고 시합이 끝난 선수들을 먼저 들여보냈잖아요. 선진국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단이 한꺼번에 전세기를 타고 들어가요. 제가 이번에 ‘돈 때문에 선수들을 서둘러 귀국시킬 것은 없지 않느냐. 시합 끝난 선수들은 이웃 나라 선수와 교류하면서 견문을 넓혀라. 가족들 오라고 해서 관광도 좀 해라’고 지시를 했어요. 인권유린 하면서 붙들어 놓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죠.”
기업들의 후원
―베이징 올림픽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종목이나 선수는?
“박태환 선수의 수영 금메달은 기본종목에서 처음 금메달 땄다는 큰 의미가 있죠. ‘동양인 체력으로 수영 자유형은 안 된다’는 패러다임을 깼어요. 저는 장미란 선수를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비인기 종목인 역도에서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기록을 다섯 번 경신했다는 것은 엄청난 기록입니다. 16년 만에 금메달을 딴 사격, 16년 패권을 차지한 양궁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죠. 현대家(가)의 3대인 鄭周永(정주영) 鄭夢九(정몽구) 鄭義宣(정의선) 회장이 양궁협회를 맡고 있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입니다. 삼성 李健熙(이건희) 회장이 레슬링, 육상 같은 비인기 종목에 보여주는 열정’은 참 고마운 일이죠.”
―올림픽 막판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인 야구를 빼놓을 수 없겠죠.
“물론이죠. 안 보이는 곳에서 힘을 보태준 분을 한 분 소개하자면 두산의 朴容晟(박용성) 회장입니다. 야구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과 코치가 다 프로야구 두산 소속입니다. 국내에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이 올림픽에 나가서 별로 성적이 안 좋습니다. 소속 팀 성적을 올려야 성과급이 나오고 몸값이 나오니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요.
야구는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떨어져 출전을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제가 박용성 회장한테 부탁을 했어요. ‘구단주가 격려 전화를 좀 자주 해달라’ 두산이 7연패로 부진할 때인데, 박 회장이 김경문 감독에게 ‘국내경기는 신경 쓰지 말고 올림픽에 전력투구하라’고 격려를 했어요. 야구 경기 때마다 그라운드에 나왔고요.”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 건설된 태릉선수촌에 대해 ‘엘리트 체육의 요람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됩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 선수촌 없는 나라가 있습니까?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선수촌이 적은 편이에요. 미국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해발 1700m 고지에 대규모 선수촌을 갖고 있어요. 뉴욕과 서부 쪽에 세 군데 선수촌을 더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트레이닝 센터가 10여개, 영국은 선수촌이 여섯 군데, 프랑스는 세 군데입니다.”
―다들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선수촌을 운영하고 있군요.
“태릉선수촌 폐지는 몰라서 하는 소리”
“스위스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가 60년 전에 산 속에 호텔 같은 트레이닝 센터를 지었어요. 제가 그곳을 가봤습니다. 일본은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떨어지니까 4000억원을 들여서 첨단 체육과학 연구센터를 지었습니다. 선수 500명이 머무를 숙소까지 지었어요. 이곳에는 저산소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우리 태릉선수촌은 몸으로 때우는 처지입니다.”
―‘구시대의 엘리트 체육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좀 있군요.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소리예요. 이런 시설과 투자 속에 이런 메달 나온다는 것은 기적이에요. 인구 460만의 싱가포르에 선수촌이 있고, 한해 체육예산이 우리의 3배가 넘는 3600억원이 넘어요. 우리는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내팽개쳐 놓잖아요.”
―태릉선수촌에 대한 지원이 그렇게 형편이 없나요.
“제가 2002년 7월 34대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다음날 태릉선수촌에서 퇴촌 데모가 났어요. ‘국가대표 그만두겠다’고 결의하고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태릉을 떠났어요.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쫓아가 봤어요.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하다, 시설과 처우가 엉망이라며 17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었어요. 그때 선수 하루 일당이 5000원이에요. 막노동 하루 일당이 5만원은 하지 않습니까. 선수들이 막노동하는 것보다 몇 배 힘들게 훈련해요. 일주일에 닷새 운동하고 2만5000원 들고 주말에 외출 나가면 친구하고 커피 한잔 먹기 힘들어요. 제가 ‘두달 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선수와 감독들을 불러들였어요.”
―그래서 17개항을 다 해결했습니까.
“다 해결했어요. 선수 일당은 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5배 올리고, 감독들 월급은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어요.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두배 세배 올려줘야 해요. 제가 월드컵을 준비할 때 축구선수들 하루 일당이 10만원씩이었어요. 5000원 일당을 받는 선수들이 너무 불쌍해서 예산 당국에 가서 좀 거세게 싸웠어요. 이번에 태릉선수촌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제 얘기를 잘 따라준 건 ‘이연택 회장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준 양반’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예요.”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7위 성적을 내면서 국민들이 ‘우리 경제도 10위권 안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12위로 밀렸다가 아테네에서 9위를 해서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번에는 9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한국 스포츠가 우리의 경제력보다 앞서가고 있어요. 저는 우리 스포츠가 역사발전의 기수 역할을 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을 보면 불쌍합니다. 중ㆍ고등학생들이 체육시간 없이 공부만 하고, 방과 후 체육활동을 할 짬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은 예외 없이 중·고등학교마다 축구부 야구부 수영부 핸드볼부가 있어서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즐깁니다. 대한체육회가 학교 체육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체육시간이 줄거나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면서 학교체육이 고사되고, 학생체력은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선진국하고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거죠. 서구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룰을 지키고,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걸 배워요. 우리가 심각하게 다뤄야 할 숙제입니다.”
스포츠 외교에서 과욕은 금물
―이에리사 촌장이 지난 9월 1일 물러났습니다. 개인적으로 IOC 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우리가 KOC(대한올림픽 위원회) 몫의 IOC 위원을 하나 더 따낼 여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인구 13억 중국의 IOC 위원이 두 명입니다. 우리가 한때 이건희 박용성 金雲龍(김운용) 세 명의 IOC 위원을 배출했기 때문에 ‘세 명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과욕’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세계 205개국 가운데 IOC 위원을 배출한 나라가 76개국에 불과합니다. IOC 위원의 정원은 115명입니다. 이 중 70명이 개인자격, 15명이 국가올림픽위원회, 15명이 국제경기연맹, 15명이 선수위원입니다. IOC는 카테고리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 IOC 위원을 분산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이건희 위원에다 문대성 선수위원이 있어 IOC 위원이 2명입니다. 세계태권도연맹의 趙正源(조정원) 회장이 국제경기연맹 몫으로 IOC 위원 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이게 성공하면 3명으로 다시 늘게 됩니다.”
―스포츠 외교 역량강화를 위해선 IOC위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IOC 위원이 한 명일 때 우리가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IOC 위원이 3명이나 있을 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어요. 중국과 일본이 2명이란 사실을 감안해야죠. 과욕을 내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 스포츠 외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스포츠 외교에 문제가 있으니까, KOC를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일각에서 ‘KOC는 엘리트 스포츠를 총괄하고, 체육회는 생활스포츠를 맡는 게 효율적이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와 경쟁하는 선진국들은 다 일체형입니다. 독일은 ‘독일 올림픽 체육연맹’입니다. 독일올림픽위원회와 독일체육회 두개를 통합했어요. 프랑스도 1970년대 이전에 두개였는데 통합해서 하나로 합쳤어요. ‘프랑스 스포츠 올림픽위원회’입니다. 우리도 ‘대한올림픽체육회’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국회에 입법안을 냈는데 몇몇 국회의원과 학자들이 반대해서 깨져 버렸어요. 세계추세를 거슬러서는 안 됩니다.”
―2012년에 대구 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강원도의 평창이 3수에 나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노리고, 부산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각 자치단체들이 제각각 국제대회를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국제경기 유치가 난맥을 이뤄, 대외적으로 ‘한국은 과욕을 부리고 통제가 잘 안 되는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있어요. 평창이 거듭 실패하는 이유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 때문에 올림픽 유치 나서
이연택 회장은 1979년 국무총리행정조정실에서 서울시 등 행정부처 조정관으로 처음 서울올림픽 유치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1981년 9월 30일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88년 올림픽을 당연히 가져갈 것으로 믿었던 일본의 나고야는 ‘52 대 27’로 패배했다. 한국 스포츠외교의 막판 뒤집기 한판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88올림픽은 전경련이 주도해서 경제인이 유치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연택 회장은 “곳곳에 내가 얽혀 있어서 그동안 얘기하기가 곤란했다”면서, 88올림픽 유치 秘話(비화)를 털어놓았다.
―88서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을 세 사람만 꼽자면 누구입니까.
“일단 朴正熙(박정희) 대통령과 朴鐘圭(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을 꼽아야겠죠. 그 다음은 정주영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이죠. 세계 사격선수권대회가 1978년 9월 태릉에서 있었어요. 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이 세계 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해서 선수촌으로 워커힐 아파트 짓고 태릉선수촌 사격장을 지어 대회를 잘 치렀습니다. 대회에 왔던 중남미의 IOC 위원들이 ‘대한민국이 올림픽도 하면 잘하겠다’고 덕담을 한 게 서울올림픽 유치의 씨앗이 된 겁니다.”
박종규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88올림픽 유치를 건의했고,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崔圭夏(최규하) 총리를 거쳐 이연택 행정조정관에게 떨어졌다. 체육정책심의원회의 논의를 거친 후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서울시가 1979년 10월 IOC에 1988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면서, 올림픽 유치 신청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1980년 말 IOC에서 KOC로 전문이 한 통 왔습니다. ‘1981년 9월에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어요. 유치 신청을 해놓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까 IOC는 이상했던 거예요. 당시 일본의 IOC 위원이 ‘기오카’였는데 IOC 부위원장으로 파워가 막강했어요. 88올림픽 유치전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어요. 우리나라 金澤壽(김택수) IOC 위원이 ‘무슨 망신당하려고 그래. 그만둬’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경제부처들, 서울올림픽 반대
―꺼진 불씨를 누가 살린 겁니까.
“문교부 체육국장이 총리실 제1 행정조정관인 제게 그 문제를 들고 왔어요. ‘바덴바덴에 전시관을 임대하고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서울시가 절대 못 내겠다고 한다’고 얘기를 해요. 全斗煥(전두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적극 추진 입장이었지만, 서울시는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했습니다. 문교부로서는 총리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서 추진한 일이니 마음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서 저한테 들고 온 거예요. 1급 행정조정관인 제가 실무 검토를 보니까 도저히 88올림픽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면 접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1986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신청해 놓았는데 이게 평양으로 갈 판이었어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장 셰이크 파하드(1982~1990 재임)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박종규 대한체육회장과 경쟁관계였어요. 서울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막으려고 평양을 끌어들였어요. 접수 마감날이 지났는데 총회 결의로 북한의 유치신청을 받아들였어요. 총회에서 3분의 2가 넘는 나라가 평양의 유치 신청을 지지했습니다. OCA 회장이 평양을 세번 방문하면서 서울은 한번도 안 왔어요.”
―88올림픽 유치와 86아시안게임 유치가 묶여 있었던 건가요.
“올림픽은 1981년 9월 30일에 결정되고, 아시안게임은 그해 12월 2일에 결정될 예정이었어요. 우리가 유치했던 1970년 아시안게임을 벌금 물고 반납한 적이 있잖아요. 88올림픽을 포기하고, ‘1986년 아시안게임을 꼭 하겠다’고 얘기하면 누가 믿겠어요.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지지해 주겠습니까. 안 그래도 우리가 미운 털이 박혀서 아시안게임이 평양으로 가는 판인데. 실무 책임자로서 저는 ‘88올림픽 유치는 할 때까지 하고, 그 과정에서 86아시안게임을 반드시 따내야 한다’고 보고했어요. 88올림픽은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그런 기조였어요.”
―당시 경제부처에서 반대가 심했죠.
“내가 경제관료였더라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때 캐나다가 몬트리올 올림픽을 하고 나서 적자로 고생이 막심했어요. 경제관료들은 ‘올림픽 하면 적자 난다’, ‘지금 마이너스 성장하는데 적자 사업을 왜 하냐’고 했죠. 하지만 저는 행정관료니까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밀릴 수는 없다’고 반발했어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란을 하다가, ‘그러면 일본하고 한번 협상을 해봐라’고 결정이 나서 일본과 협상을 했어요.”
일본과 비밀협상 벌여
―일본과 뭘 협상했습니까.
“‘88올림픽을 일본에 주고, 대신 아시안게임 유치에서 일본의 지원을 받자’는 아이디어였죠. 일본이 우리 속사정을 다 들여다보는데 그런 떳떳지 못한 뒷거래를 하겠어요. 일본은 88올림픽 유치 게임은 다 끝난 거라고 생각을 드러냈어요. 그때 일본은 ‘한국이 88올림픽은 포기하는 구나’ 그런 느낌을 가졌을 겁니다.”
퇴로가 차단된 전두환 정부는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고 총력 대응체제로 나섰다. ‘88올림픽은 전경련이 주도해서 경제인들이 유치했다’는 정주영씨의 설명은 유치전 후반부를 얘기한 것이다.
“유치활동을 벌인 8개월 중 초반 중반 6개월까지는 노출을 안 시키고, ‘두더지 작전’을 했어요. 올림픽이 민간 국제운동이니까 정부가 끝까지 갈 수는 없었습니다. 민간유치위원회를 만들면서 정주영 회장을 위원장으로 모셨고, 저 역시 대한체육회 타이틀을 가지고 움직였어요. 盧泰愚(노태우) 당시 정무장관이 초·중반 단계에서 적극 참여했습니다.”
유치단의 제일 큰 고민은 IOC 위원들을 직접 대면 접촉하고 설득할 만한 스포츠 외교력이 태부족이라는 사실이었다.
“IOC 위원을 알 만한 사람이 몇명 안 돼요. 김택수 IOC 위원,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유치과정에서 IOC 위원들을 많이 접촉한 박종규 대한체육회장, 李源京(이원경) 전 외무장관, 외무부 고문을 오래 지낸 ‘월터 정’, 50여개국을 돌면서 세계 사격선수권 대회 유치를 지원했던 愼鏞碩(신용석) 조선일보 파리특파원까지 다 찾아 모셨어요. 외무부는 외교공관을 통해 IOC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접촉했어요. 현대의 정주영 회장, 金宇中(김우중) 회장, 趙重勳(조중훈) 회장, 한양건설 裵鍾烈(배종렬) 회장, 동아건설 崔元碩(최원석) 회장 같은 재계인사들이 역할분담을 해 주었습니다.”
―이 회장께서는 유치단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나요.
“정부와 민간, 체육회 3자가 각자 뛰는 데 그걸 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게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었어요. 南美(남미)의 한 대사는 그 나라 IOC 위원을 만나라고 했더니, 휴양지에 가 있는 IOC 위원을 비행기 타고 가서 만났어요. IOC 위원이 ‘여기까지 대사가 찾아오다니 당신 열성이 좋아서 코리아 지지하겠다’고 했어요. ‘올 코트 프레싱’으로 官民(관민)이 다 뛴 거예요. 정주영 조중훈 회장 같은 분들이 자기 일 이상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정몽준씨는 아버지 모시고 다니며 열심히 했습니다. ‘내가 유치했다’고 자부할 만도 하죠.”
‘경제관료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오기
호남 출신의 힘없는 1급 공무원이 서울올림픽 유치에 총대를 메고 일을 성사시켰지만, 경제부처 쪽에서는 ‘총리실 이연택 조정관이 골치 아픈 일을 저질렀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예산이 한 푼 없어서 겨울에 추운 중앙청 돌집에서 스토브를 켜고 밤일을 해서 서울올림픽 마스터플랜을 만들었어요. 목표가 ‘흑자 올림픽’이었어요. 처음에 2500억원 흑자를 내겠다고 보고했다가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냐’고 발발이 있어서 500억원 흑자로 조정을 했어요. 그것도 안 믿어서 나중에는 ‘적자 없는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표현으로 물러섰어요. ‘서울올림픽에서 흑자를 내서 경제관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오기가 9년을 버티는 힘이 됐어요.”
이 회장은 세계를 감동시킨 서울올림픽 성공의 효과를 제대로 못 챙긴 것을 아쉬워했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다음날 5공 청문회가 시작됐어요. 세계에 나가면 다들 ‘서울올림픽’ 얘기를 하는데, 우리는 국내 정치에 쓸려 가서 ‘언제 올림픽을 했나’ 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어요. 사골탕처럼 세 번은 우려먹을 수 있는 소재를 살리지 못했어요. 한국문화, 한국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경제적인 파급 효과… 다방면으로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죠.”
―70대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이는데 어떤 운동을 하십니까.
“닥치는 대로 운동을 합니다. 골프, 테니스를 많이 했고. 철봉·평행봉 체조를 좋아합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마음관리가 중요해요. 마음을 비우고 일에 열중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건강에 도움이 돼요.”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납니다. 다시 도전하는 겁니까.
“체육회장 자리가 도전해서 쟁취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자리든 우리 체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래도 한 시간은 좀 심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에 이 회장이 들어와서 “너무 결례를 했다”며 손을 잡았다. 短軀(단구)의 그는 평행봉으로 단련한 어깨가 단단해 보였다. 이 회장은 자리에 앉으면서 늦은 사연을 설명했다. 9월 9일 오전 서울 종로의 조계사에서 열린 ‘2008 베이징올림픽 출전 佛子(불자) 선수단 환영식’ 때문이었다고 했다.
“지관 총무원장이 초청한 임원과 선수 53명에게 금으로 된 조그만 목탁을 하나씩 선물했습니다. 그런데 100만원이 든 봉투는 메달을 못 딴 선수 20여명에게만 나눠줬어요. 제가 깜짝 놀랐어요. 메달 못 받은 사람을 포상하는 행사는 아마 이게 처음일 거예요. 행사 초반에 인사만 하고 나올 생각이었는데, ‘노 메달리스트’들을 포상하는 뜻 깊은 자리라 일어설 수가 없더군요. 조계사에서 점심 공양까지 준비해 놓아서 더 늦어졌습니다.”
―어떤 선수들이 ‘봉투’를 받았습니까.
“카누에 혼자 출전해 47명 중에 46등을 한 이순자 선수, 여자 기계체조에 혼자 나섰던 조현주 선수, 근대5종경기의 윤초롱 선수…. 꼴찌에게 박수를 보낼 만큼 우리 사회가 성숙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참 의미 있는 행사였어요.”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한국이 이제 세계 스포츠의 1부 리그에 당당히 진입했다”고 선언했죠.
“한국이 스포츠 선진국으로 들어가는 ‘G7’의 관문을 통과해 세계 스포츠 10대 강국을 넘어 스포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딴 13개의 금메달이 9개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일본은 금메달이 8개인데 4개 종목에서 나왔습니다. 유도 4개, 수영과 여자 레슬링에서 각각 2개, 소프트볼에서 1개. 우리가 금메달을 딴 종목은 일본의 배가 넘습니다.”
―우리가 전통적으로 강했던 ‘격투경기’인 권투와 레슬링에서는 금메달이 안 나왔습니다. ‘1부 리그’ 진입에 수반되는 현상이라 봐야 할까요.
“권투는 백종섭 선수하고 이옥성 선수가 메달권에 들어 있었어요. 이옥성 선수는 대진운이 나빠서 실패했고, 백종섭 선수는 8강전을 앞두고 기관지가 파열되는 부상을 입어서, 생명이 위험해 다음 시합에 못 나가게 했습니다.”
한국 스포츠계의 대표 CEO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한 한국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밥상을 차린 이연택 대한체육회장은 한국 스포츠 외교의 산 증인이다. 1981년 9월 독일 바덴바덴에서 열린 88올림픽 개최지 결정을 위한 IOC 총회에 유치실무 책임총괄자로 참여했다. 그 후 서울올림픽 조직위원회 사무차장(1981년 1월~1988년 2월)과 올림픽을 총괄하는 청와대 행정수석비서관을 맡아 서울올림픽 개최를 실무적으로 뒷바라지했다.
이 회장은 2002년 한일월드컵대회 조직위원회 공동위원장(2000년 10월~2003년 6월)을 맡아 축구장 10개를 새로 짓고, 히딩크 감독 영입을 지원해 ‘세계 4강’을 달성했다. 한국은 이번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세계 7위에 올랐다. 역대 올림픽 최고 성적이다. 서울 올림픽 유치를 위해 바덴바덴에 함께 갔던 愼鏞碩(신용석) 아시아올림픽 평의회(OCA) 부회장은 이연택 회장을 ‘한국 스포츠의 대표 CEO’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 현대사에 획을 그을 만한 88서울올림픽 유치와 성공적 개최, 2002년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의 막후에 이연택 회장이 있습니다. 이 회장이 88올림픽 유치단장을 맡았을 때, 그것이 가능하리라고 믿은 아무도 없었어요. 이 회장은 정부와 경제계, 스포츠계를 통합 조정하면서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어 냈습니다. ‘통합과 조정의 達人(달인)’인 그가 없었다면 서울올림픽과 한일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는 아마 힘들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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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이징 올림픽 코리아하우스에서 김정행 선수단장(우측) 및 이승국 지원단장과 함께 기자회견 중인 이연택 회장(가운데). |
회장 취임식을 태릉선수촌에서 한 이유
베이징올림픽은 이연택이 대한체육회장으로 맞은 두 번째 올림픽이다. 34대 대한체육회장으로 아테네올림픽을, 36대 회장으로 베이징올림픽을 치렀다. 그는 전임 金正吉(김정길) 회장의 사임으로 공석이 된 대한체육회장 선거에 참가, 지난 5월 26일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됐다. 김정길씨의 잔여 임기는 내년 2월에 끝난다.
―체육회장 취임식을 태릉선수촌에서 하고, 2개월 동안 선수촌에서 살다시피 했다고 들었습니다.
“다른 곳에 준비했던 취임식을 취소시키고, 태릉 선수촌에서 했어요. 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은 시기에 경기단체장들이 나를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해 준 이유가 뭐겠습니까? 제가 88서울올림픽, 한일월드컵, 아테네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낸 걸 믿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해 베이징올림픽을 잘 치러 달라’는 요청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선수촌에 매일 출근했습니다”
―선수들의 전지훈련까지 따라다녔다고 하더군요.
“정확하게 상황을 파악하려면 현장에 나가야 합니다. 문제점만 파악되면 해답은 어렵지 않게 나와요. 현장에서 동고동락하는 게 가장 빠르게 정확한 대책을 세우는 길입니다 제가 국무총리실에서 행정조정관으로 여러 부처의 상반된 견해와 이해관계, 갈등을 파악해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일을 20여년간 했습니다. 거기서 배운 게 ‘현장으로 가라’는 철학입니다.”
―베이징에서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 찾아낸 대책엔 어떤 것이었습니까.
“저는 아테네올림픽부터 과학적인 훈련을 많이 도입시켰습니다. 기본 체력훈련을 할 때도 스포츠과학과 스포츠의학이 접목될 수 있도록 했어요.”
―메달을 따는 선수와 감독들에 대한 포상도 대폭 늘렸다고 하더군요.
“짧은 시간에 선수와 지도자들의 동기를 유발시키는 게 뭘까, 고민을 했습니다. 기량이 중요하지만 그만큼 의지와 사기가 중요하거든요. 금메달을 따면 러시아는 5억원 상당, 그리스는 1억7000만원 정도를 줘요. 포상금을 안 주던 나라들까지 포상금제도를 도입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메달을 딴 선수들에게 500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아테네올림픽 때 포상금이 2000만원이었으니까 250% 올린 셈이죠. 그동안 소홀했던 감독과 코치들에 대한 포상금은 아테네올림픽 때의 4배로 올렸어요. 그러니까 선수단 사이에 ‘최선을 다해 보자’는 분위기가 잡혔습니다.”
―88 서울올림픽을 치를 때의 선수들과 꼭 20년이 지난 후 태릉선수촌에서 만난 선수들 사이에 차이점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88 올림픽을 준비할 때는 무거운 사명감 때문에 분위기가 비장했죠. ‘헝그리 정신’이 있었고. 지금은 달라요. 선수들이 여유가 있고, 정서적으로 발랄합니다. 한 여자 탁구선수가 손톱에 꽃무늬 매니큐어를 칠한 걸 보고 깜짝 놀랐어요. 우리 선수들이 스포츠를 저렇게 즐기면서 하는구나 하는 사실을 알았죠.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변함이 없어요. 스포츠는 선수 개개인의 무한한 인내와 노력을 요구하는 고독한 영역입니다.”
―8월 25일 귀국보고회 자리에서 “바로 이 자리에서 촛불시위로 온 나라가 한자리에 매몰돼 우리 태릉선수촌의 대표선수들이 적막하고 쓸쓸한 가운데 구슬땀을 흘렸다”고 했죠. 온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촛불시위’를 정면 반박해서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정말 촛불시위 때문에 선수촌이 적막하고 쓸쓸했습니까.
격려금 12억원 대 7000만원
“아주 썰렁했어요. 한 감독이 ‘올해가 올림픽이 있는 해인지 모르겠다’고 해요. 그 얘길 듣고 이에리사 선수촌장에게 ‘지난번 아테네올림픽을 앞두고 盧武鉉(노무현) 대통령이 태릉선수촌을 방문하고 난 후와 이번에 李明博(이명박) 대통령이 선수촌을 다녀가고 난 후 같은 기간 동안 격려 성금이 얼마나 되나 뽑아 보라’고 했어요. 그랬더니 12억원 대 7000만원이에요. 아 손님이 없어서 이렇게 적막했구나, 확인을 했어요. 한 기자에게 그 얘기를 했더니 ‘썰렁한 태릉선수촌’이라는 기사를 썼어요. 그 기사를 보시고 이명박 대통령이 다시 한번 선수촌을 찾아오셨어요.”
―새 정부 사람들이 스포츠의 위력, 스포츠가 국민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몰라서 그랬겠죠.
“아니에요. 촛불시위에 혼이 빠졌던 거예요. 태릉선수촌에 오겠다던 장관들이 다 취소를 했어요. 촛불의 위력이 그렇게 대단했어요. 하지만 촛불시위를 보면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취임사에 ‘촛불시위에 우리 사회가 매몰됐다. 국가의 여러 중요한 일들이 파묻혀 소홀히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했어요. 우리 직원들은 ‘회장님 제발 그런 말 하지 마십시오. 잘못하면 인터넷에서 두들겨 맞습니다’고 말렸어요. 그런데 내가 고집해서 취임사에서 그 얘기를 했어요.”
촛불 발언의 앞과 뒤
―귀국보고회에서 처음 한 얘기가 아니고 취임사에서 한 얘기군요.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하고 나서 ‘촛불 하나에 나라가 온통 쏠려서 되겠냐’ 하는 말을 여러 군데서 했어요.”
―결과적으로 베이징올림픽이 나라를 정신없이 흔들던 ‘촛불’을 끄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습니다.
“저야 베이징에 가 있었으니까 촛불이 꺼졌는지, 더 살아났는지 몰랐죠. 어떤 사람들은 내가 무슨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촛불 이야기를 한 것으로 몰아붙이는데, 내가 이 나이에 정권에 아부할 처지는 아니잖아요?”
―이명박 대통령과는 어떤 인연이 있습니까.
“88서울올림픽 때 이명박 대통령께서 수영연맹 회장을 맡으셔서 자주 만났죠. 이명박 대통령은 어떻게 보면 ‘準(준)체육인’입니다. 수영연맹 회장을 14년 하고, 국제수영연맹 집행위원까지 지냈으니까요. 태릉선수촌을 두 번이나 다녀가시고, 베이징 선수촌에 찾아와서 선수단을 격려하고, 태극기를 잠깐 거꾸로 들고 흔들긴 했지만 운동장에서 열심히 응원하셨잖아요.”
―올림픽이 마무리될 무렵, ‘대한체육회가 5共(공)식 카 퍼레이드를 하려고 박태환 선수같이 조기 귀국을 원하는 선수들을 묶어 놓고 있다’는 논란이 일었죠.
“베이징으로 올 때 서울광장이나 세종문화회관에서 결단식을 하고 싶었는데 장소 확보가 안돼요. ‘돌아올 때는 국민들의 환영 속에 해단식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미리 얘기하면 ‘건방 떤다’고 할까봐 얘기를 안했습니다. 목표 달성이 확실해져서 베이징 출발 1주일 전에 국내에 ‘환영회를 준비하라’고 전화를 했어요. 정부와 교통통제를 협의하고, 장소를 대여해야 하니까요. 일부 언론에서 ‘관제 귀국행사를 한다’고 매도하니까, 정부에서는 ‘하지 말라’는 입장이었어요. 제가 ‘이건 정부가 하는 게 아니라, 대한체육회와 민간이 하는 거다’라면서 밀어붙였어요.”
―‘메달리스트를 선수촌에 反(반)연금 상태로 묶어 놓는다’는 보도는 박태환 선수 때문에 흘러나왔죠.
“박태환 선수 쪽에서 자유형 1500m 경기를 이틀 앞두고 ‘서울에 갔다오면 안 되겠냐’고 해서 제가 호통을 쳤어요. 선수들이 선수촌에 들어갈 때 ‘올림픽 기간 중에 상업행위를 하지 않는다. 위반 시에는 메달을 회수한다’고 서약서를 씁니다. 박태환 선수가 올림픽 기간에 광고를 찍고, 그게 나갔으면 메달을 박탈당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우리가 과거에 체재비를 줄이려고 시합이 끝난 선수들을 먼저 들여보냈잖아요. 선진국들은 올림픽이 끝나고 선수단이 한꺼번에 전세기를 타고 들어가요. 제가 이번에 ‘돈 때문에 선수들을 서둘러 귀국시킬 것은 없지 않느냐. 시합 끝난 선수들은 이웃 나라 선수와 교류하면서 견문을 넓혀라. 가족들 오라고 해서 관광도 좀 해라’고 지시를 했어요. 인권유린 하면서 붙들어 놓았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소리죠.”
기업들의 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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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베이징 올림픽대회 선수촌에서 금메달리스트 박태환(수영)과 장미란(역도) 선수와 함께한 이연택 회장. |
“박태환 선수의 수영 금메달은 기본종목에서 처음 금메달 땄다는 큰 의미가 있죠. ‘동양인 체력으로 수영 자유형은 안 된다’는 패러다임을 깼어요. 저는 장미란 선수를 가장 높이 평가합니다. 비인기 종목인 역도에서 체력과 인내의 한계를 뛰어넘어 세계 기록을 다섯 번 경신했다는 것은 엄청난 기록입니다. 16년 만에 금메달을 딴 사격, 16년 패권을 차지한 양궁을 얘기하지 않을 수 없죠. 현대家(가)의 3대인 鄭周永(정주영) 鄭夢九(정몽구) 鄭義宣(정의선) 회장이 양궁협회를 맡고 있는 것은 기네스북에 오를 일입니다. 삼성 李健熙(이건희) 회장이 레슬링, 육상 같은 비인기 종목에 보여주는 열정’은 참 고마운 일이죠.”
―올림픽 막판에 국민들의 사기를 높인 야구를 빼놓을 수 없겠죠.
“물론이죠. 안 보이는 곳에서 힘을 보태준 분을 한 분 소개하자면 두산의 朴容晟(박용성) 회장입니다. 야구 대표팀의 김경문 감독과 코치가 다 프로야구 두산 소속입니다. 국내에 프로 리그가 있는 종목이 올림픽에 나가서 별로 성적이 안 좋습니다. 소속 팀 성적을 올려야 성과급이 나오고 몸값이 나오니까, 올림픽에 대한 관심이 떨어져요.
야구는 아테네올림픽 예선에서 떨어져 출전을 못하는 수모를 겪었습니다. 제가 박용성 회장한테 부탁을 했어요. ‘구단주가 격려 전화를 좀 자주 해달라’ 두산이 7연패로 부진할 때인데, 박 회장이 김경문 감독에게 ‘국내경기는 신경 쓰지 말고 올림픽에 전력투구하라’고 격려를 했어요. 야구 경기 때마다 그라운드에 나왔고요.”
―朴正熙(박정희) 대통령 시절 건설된 태릉선수촌에 대해 ‘엘리트 체육의 요람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이 심심치 않게 제기됩니다.
“선진국 어느 나라에 선수촌 없는 나라가 있습니까? 잘 몰라서 그런 얘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는 선수촌이 적은 편이에요. 미국은 콜로라도 스프링스의 해발 1700m 고지에 대규모 선수촌을 갖고 있어요. 뉴욕과 서부 쪽에 세 군데 선수촌을 더 갖고 있습니다. 중국은 트레이닝 센터가 10여개, 영국은 선수촌이 여섯 군데, 프랑스는 세 군데입니다.”
―다들 국가대표 선수들을 위한 선수촌을 운영하고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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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아테네 올림픽대회 때 이건희 IOC위원과 함께 한 이연택 회장(왼쪽). |
“태릉선수촌 폐지는 몰라서 하는 소리”
“스위스같이 인구가 적은 나라가 60년 전에 산 속에 호텔 같은 트레이닝 센터를 지었어요. 제가 그곳을 가봤습니다. 일본은 최근 국제대회 성적이 떨어지니까 4000억원을 들여서 첨단 체육과학 연구센터를 지었습니다. 선수 500명이 머무를 숙소까지 지었어요. 이곳에는 저산소 상태를 만들 수 있는 시설이 있습니다. 우리 태릉선수촌은 몸으로 때우는 처지입니다.”
―‘구시대의 엘리트 체육시설에 과도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좀 있군요.
“반대하는 사람들이 그냥 하는 소리예요. 이런 시설과 투자 속에 이런 메달 나온다는 것은 기적이에요. 인구 460만의 싱가포르에 선수촌이 있고, 한해 체육예산이 우리의 3배가 넘는 3600억원이 넘어요. 우리는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내팽개쳐 놓잖아요.”
―태릉선수촌에 대한 지원이 그렇게 형편이 없나요.
“제가 2002년 7월 34대 대한체육회장에 취임한 다음날 태릉선수촌에서 퇴촌 데모가 났어요. ‘국가대표 그만두겠다’고 결의하고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태릉을 떠났어요. 나는 영문도 모르고 쫓아가 봤어요. 먹는 것이 너무 부실하다, 시설과 처우가 엉망이라며 17개항의 요구조건을 내걸었어요. 그때 선수 하루 일당이 5000원이에요. 막노동 하루 일당이 5만원은 하지 않습니까. 선수들이 막노동하는 것보다 몇 배 힘들게 훈련해요. 일주일에 닷새 운동하고 2만5000원 들고 주말에 외출 나가면 친구하고 커피 한잔 먹기 힘들어요. 제가 ‘두달 안에 해결하겠다’고 약속하고, 선수와 감독들을 불러들였어요.”
―그래서 17개항을 다 해결했습니까.
“다 해결했어요. 선수 일당은 5000원에서 2만5000원으로 5배 올리고, 감독들 월급은 15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올렸어요. 그래도 다른 직업에 비하면 형편없는 수준입니다. 두배 세배 올려줘야 해요. 제가 월드컵을 준비할 때 축구선수들 하루 일당이 10만원씩이었어요. 5000원 일당을 받는 선수들이 너무 불쌍해서 예산 당국에 가서 좀 거세게 싸웠어요. 이번에 태릉선수촌의 선수들과 감독들이 제 얘기를 잘 따라준 건 ‘이연택 회장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 준 양반’이라는 믿음이 있어서예요.”
―베이징올림픽에서 세계 7위 성적을 내면서 국민들이 ‘우리 경제도 10위권 안에 충분히 진입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시드니올림픽에서 12위로 밀렸다가 아테네에서 9위를 해서 10위권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이번에는 9위에서 7위로 올라섰고. 한국 스포츠가 우리의 경제력보다 앞서가고 있어요. 저는 우리 스포츠가 역사발전의 기수 역할을 하면서 국민에게 희망을 줬다고 생각합니다.”
―요즈음 우리 아이들을 보면 불쌍합니다. 중ㆍ고등학생들이 체육시간 없이 공부만 하고, 방과 후 체육활동을 할 짬이 없습니다. 미국이나 유럽 나라들은 예외 없이 중·고등학교마다 축구부 야구부 수영부 핸드볼부가 있어서 아이들이 체육활동을 즐깁니다. 대한체육회가 학교 체육을 살리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하지 않겠습니까.
“체육시간이 줄거나 필수에서 선택으로 바뀌면서 학교체육이 고사되고, 학생체력은 떨어져가고 있습니다. 선진국하고는 완전히 거꾸로 가는 거죠. 서구 선진국에서는 아이들이 스포츠를 통해 룰을 지키고, 조직을 위해 헌신하는 걸 배워요. 우리가 심각하게 다뤄야 할 숙제입니다.”
스포츠 외교에서 과욕은 금물
―이에리사 촌장이 지난 9월 1일 물러났습니다. 개인적으로 IOC 위원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을 피력했습니다. 우리가 KOC(대한올림픽 위원회) 몫의 IOC 위원을 하나 더 따낼 여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인구 13억 중국의 IOC 위원이 두 명입니다. 우리가 한때 이건희 박용성 金雲龍(김운용) 세 명의 IOC 위원을 배출했기 때문에 ‘세 명은 돼야 한다’는 생각이 퍼져 있는데,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는 ‘과욕’으로 비치고 있습니다.
세계 205개국 가운데 IOC 위원을 배출한 나라가 76개국에 불과합니다. IOC 위원의 정원은 115명입니다. 이 중 70명이 개인자격, 15명이 국가올림픽위원회, 15명이 국제경기연맹, 15명이 선수위원입니다. IOC는 카테고리에 관계없이 가능한 한 많은 나라에 IOC 위원을 분산시키겠다는 입장입니다. 우리는 이건희 위원에다 문대성 선수위원이 있어 IOC 위원이 2명입니다. 세계태권도연맹의 趙正源(조정원) 회장이 국제경기연맹 몫으로 IOC 위원 신청을 해놓은 상태여서 이게 성공하면 3명으로 다시 늘게 됩니다.”
―스포츠 외교 역량강화를 위해선 IOC위원이 많을수록 좋은 것 아닙니까.
“IOC 위원이 한 명일 때 우리가 88서울올림픽 유치에 성공했습니다. IOC 위원이 3명이나 있을 때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에 실패했어요. 중국과 일본이 2명이란 사실을 감안해야죠. 과욕을 내면 안 됩니다. 지금 우리 스포츠 외교에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스포츠 외교에 문제가 있으니까, KOC를 대한체육회에서 분리해야 한다’는 얘기를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정부 일각에서 ‘KOC는 엘리트 스포츠를 총괄하고, 체육회는 생활스포츠를 맡는 게 효율적이다’는 주장이 일고 있습니다.
“우리와 경쟁하는 선진국들은 다 일체형입니다. 독일은 ‘독일 올림픽 체육연맹’입니다. 독일올림픽위원회와 독일체육회 두개를 통합했어요. 프랑스도 1970년대 이전에 두개였는데 통합해서 하나로 합쳤어요. ‘프랑스 스포츠 올림픽위원회’입니다. 우리도 ‘대한올림픽체육회’로 만들려고 했습니다. 국회에 입법안을 냈는데 몇몇 국회의원과 학자들이 반대해서 깨져 버렸어요. 세계추세를 거슬러서는 안 됩니다.”
―2012년에 대구 육상선수권대회가 열리고 2014년에는 인천 아시안게임이 열립니다. 강원도의 평창이 3수에 나서 2018년 동계올림픽을 노리고, 부산은 2020년 하계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닙니까.
“각 자치단체들이 제각각 국제대회를 유치해 지역발전을 꾀하겠다고 나서고 있습니다. 국제경기 유치가 난맥을 이뤄, 대외적으로 ‘한국은 과욕을 부리고 통제가 잘 안 되는 나라’라는 인상을 주고 있어요. 평창이 거듭 실패하는 이유는 밖이 아니라 안에 있습니다.”
북한과의 체제경쟁 때문에 올림픽 유치 나서
이연택 회장은 1979년 국무총리행정조정실에서 서울시 등 행정부처 조정관으로 처음 서울올림픽 유치와 인연을 맺었다. 그리고 1981년 9월 30일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88년 올림픽을 당연히 가져갈 것으로 믿었던 일본의 나고야는 ‘52 대 27’로 패배했다. 한국 스포츠외교의 막판 뒤집기 한판승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작고한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자신의 자서전 <이 땅에 태어나서>에서 ‘88올림픽은 전경련이 주도해서 경제인이 유치했다’고 했다. 그 이야기는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이연택 회장은 “곳곳에 내가 얽혀 있어서 그동안 얘기하기가 곤란했다”면서, 88올림픽 유치 秘話(비화)를 털어놓았다.
―88서울올림픽 유치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사람을 세 사람만 꼽자면 누구입니까.
“일단 朴正熙(박정희) 대통령과 朴鐘圭(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을 꼽아야겠죠. 그 다음은 정주영 회장 노태우 전 대통령 이죠. 세계 사격선수권대회가 1978년 9월 태릉에서 있었어요. 박종규 대한체육회장이 세계 사격선수권대회를 유치해서 선수촌으로 워커힐 아파트 짓고 태릉선수촌 사격장을 지어 대회를 잘 치렀습니다. 대회에 왔던 중남미의 IOC 위원들이 ‘대한민국이 올림픽도 하면 잘하겠다’고 덕담을 한 게 서울올림픽 유치의 씨앗이 된 겁니다.”
박종규 회장이 박정희 대통령에게 88올림픽 유치를 건의했고,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가 崔圭夏(최규하) 총리를 거쳐 이연택 행정조정관에게 떨어졌다. 체육정책심의원회의 논의를 거친 후 박정희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서울시가 1979년 10월 IOC에 1988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신청했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이 시해되면서, 올림픽 유치 신청은 사실상 없었던 일이 돼 버렸다.
“1980년 말 IOC에서 KOC로 전문이 한 통 왔습니다. ‘1981년 9월에 1988년 올림픽 개최지를 결정하는 IOC 총회가 독일의 바덴바덴에서 열린다’는 내용이었어요. 유치 신청을 해놓고 아무런 움직임이 없으니까 IOC는 이상했던 거예요. 당시 일본의 IOC 위원이 ‘기오카’였는데 IOC 부위원장으로 파워가 막강했어요. 88올림픽 유치전은 이미 끝난 상황이었어요. 우리나라 金澤壽(김택수) IOC 위원이 ‘무슨 망신당하려고 그래. 그만둬’ 라고 할 정도였으니까요.”
경제부처들, 서울올림픽 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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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사마란치 IOC종신명예회장과 함께. |
“문교부 체육국장이 총리실 제1 행정조정관인 제게 그 문제를 들고 왔어요. ‘바덴바덴에 전시관을 임대하고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한데 서울시가 절대 못 내겠다고 한다’고 얘기를 해요. 全斗煥(전두환)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정부는 적극 추진 입장이었지만, 서울시는 도저히 할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했습니다. 문교부로서는 총리와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서 추진한 일이니 마음대로 포기할 수가 없어서 저한테 들고 온 거예요. 1급 행정조정관인 제가 실무 검토를 보니까 도저히 88올림픽을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유치 가능성이 희박하면 접어도 되는 것 아닌가요.
“우리가 1986년 아시안게임 유치를 신청해 놓았는데 이게 평양으로 갈 판이었어요. OCA(아시아올림픽평의회) 의장 셰이크 파하드(1982~1990 재임)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박종규 대한체육회장과 경쟁관계였어요. 서울의 아시안게임 유치를 막으려고 평양을 끌어들였어요. 접수 마감날이 지났는데 총회 결의로 북한의 유치신청을 받아들였어요. 총회에서 3분의 2가 넘는 나라가 평양의 유치 신청을 지지했습니다. OCA 회장이 평양을 세번 방문하면서 서울은 한번도 안 왔어요.”
―88올림픽 유치와 86아시안게임 유치가 묶여 있었던 건가요.
“올림픽은 1981년 9월 30일에 결정되고, 아시안게임은 그해 12월 2일에 결정될 예정이었어요. 우리가 유치했던 1970년 아시안게임을 벌금 물고 반납한 적이 있잖아요. 88올림픽을 포기하고, ‘1986년 아시안게임을 꼭 하겠다’고 얘기하면 누가 믿겠어요. 어느 나라가 대한민국을 지지해 주겠습니까. 안 그래도 우리가 미운 털이 박혀서 아시안게임이 평양으로 가는 판인데. 실무 책임자로서 저는 ‘88올림픽 유치는 할 때까지 하고, 그 과정에서 86아시안게임을 반드시 따내야 한다’고 보고했어요. 88올림픽은 되면 좋고, 안 되면 할 수 없고, 그런 기조였어요.”
―당시 경제부처에서 반대가 심했죠.
“내가 경제관료였더라도 반대했을 거예요. 그때 캐나다가 몬트리올 올림픽을 하고 나서 적자로 고생이 막심했어요. 경제관료들은 ‘올림픽 하면 적자 난다’, ‘지금 마이너스 성장하는데 적자 사업을 왜 하냐’고 했죠. 하지만 저는 행정관료니까 ‘북한과의 체제경쟁에서 밀릴 수는 없다’고 반발했어요. 관계장관회의에서 논란을 하다가, ‘그러면 일본하고 한번 협상을 해봐라’고 결정이 나서 일본과 협상을 했어요.”
일본과 비밀협상 벌여
―일본과 뭘 협상했습니까.
“‘88올림픽을 일본에 주고, 대신 아시안게임 유치에서 일본의 지원을 받자’는 아이디어였죠. 일본이 우리 속사정을 다 들여다보는데 그런 떳떳지 못한 뒷거래를 하겠어요. 일본은 88올림픽 유치 게임은 다 끝난 거라고 생각을 드러냈어요. 그때 일본은 ‘한국이 88올림픽은 포기하는 구나’ 그런 느낌을 가졌을 겁니다.”
퇴로가 차단된 전두환 정부는 서울올림픽 유치를 위한 ‘태스크포스 팀’을 만들고 총력 대응체제로 나섰다. ‘88올림픽은 전경련이 주도해서 경제인들이 유치했다’는 정주영씨의 설명은 유치전 후반부를 얘기한 것이다.
“유치활동을 벌인 8개월 중 초반 중반 6개월까지는 노출을 안 시키고, ‘두더지 작전’을 했어요. 올림픽이 민간 국제운동이니까 정부가 끝까지 갈 수는 없었습니다. 민간유치위원회를 만들면서 정주영 회장을 위원장으로 모셨고, 저 역시 대한체육회 타이틀을 가지고 움직였어요. 盧泰愚(노태우) 당시 정무장관이 초·중반 단계에서 적극 참여했습니다.”
유치단의 제일 큰 고민은 IOC 위원들을 직접 대면 접촉하고 설득할 만한 스포츠 외교력이 태부족이라는 사실이었다.
“IOC 위원을 알 만한 사람이 몇명 안 돼요. 김택수 IOC 위원,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유치과정에서 IOC 위원들을 많이 접촉한 박종규 대한체육회장, 李源京(이원경) 전 외무장관, 외무부 고문을 오래 지낸 ‘월터 정’, 50여개국을 돌면서 세계 사격선수권 대회 유치를 지원했던 愼鏞碩(신용석) 조선일보 파리특파원까지 다 찾아 모셨어요. 외무부는 외교공관을 통해 IOC 위원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접촉했어요. 현대의 정주영 회장, 金宇中(김우중) 회장, 趙重勳(조중훈) 회장, 한양건설 裵鍾烈(배종렬) 회장, 동아건설 崔元碩(최원석) 회장 같은 재계인사들이 역할분담을 해 주었습니다.”
―이 회장께서는 유치단장으로서 어떤 일을 했나요.
“정부와 민간, 체육회 3자가 각자 뛰는 데 그걸 조정하는 역할을 했습니다. 그게 바덴바덴의 기적을 만들었어요. 南美(남미)의 한 대사는 그 나라 IOC 위원을 만나라고 했더니, 휴양지에 가 있는 IOC 위원을 비행기 타고 가서 만났어요. IOC 위원이 ‘여기까지 대사가 찾아오다니 당신 열성이 좋아서 코리아 지지하겠다’고 했어요. ‘올 코트 프레싱’으로 官民(관민)이 다 뛴 거예요. 정주영 조중훈 회장 같은 분들이 자기 일 이상으로 열심히 뛰었습니다. 정몽준씨는 아버지 모시고 다니며 열심히 했습니다. ‘내가 유치했다’고 자부할 만도 하죠.”
‘경제관료들 코를 납작하게 해주겠다’는 오기
호남 출신의 힘없는 1급 공무원이 서울올림픽 유치에 총대를 메고 일을 성사시켰지만, 경제부처 쪽에서는 ‘총리실 이연택 조정관이 골치 아픈 일을 저질렀다’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예산이 한 푼 없어서 겨울에 추운 중앙청 돌집에서 스토브를 켜고 밤일을 해서 서울올림픽 마스터플랜을 만들었어요. 목표가 ‘흑자 올림픽’이었어요. 처음에 2500억원 흑자를 내겠다고 보고했다가 ‘그게 실현 가능성이 있냐’고 발발이 있어서 500억원 흑자로 조정을 했어요. 그것도 안 믿어서 나중에는 ‘적자 없는 올림픽을 준비하겠다’는 표현으로 물러섰어요. ‘서울올림픽에서 흑자를 내서 경제관료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겠다’는 오기가 9년을 버티는 힘이 됐어요.”
이 회장은 세계를 감동시킨 서울올림픽 성공의 효과를 제대로 못 챙긴 것을 아쉬워했다.
“서울올림픽이 끝난 다음날 5공 청문회가 시작됐어요. 세계에 나가면 다들 ‘서울올림픽’ 얘기를 하는데, 우리는 국내 정치에 쓸려 가서 ‘언제 올림픽을 했나’ 하는 분위기가 돼 버렸어요. 사골탕처럼 세 번은 우려먹을 수 있는 소재를 살리지 못했어요. 한국문화, 한국학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 경제적인 파급 효과… 다방면으로 살릴 수 있었는데. 아쉽죠.”
―70대라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건강해 보이는데 어떤 운동을 하십니까.
“닥치는 대로 운동을 합니다. 골프, 테니스를 많이 했고. 철봉·평행봉 체조를 좋아합니다. 운동도 운동이지만 마음관리가 중요해요. 마음을 비우고 일에 열중하면 잡념이 없어지고 건강에 도움이 돼요.”
―전임 회장의 잔여임기가 내년 2월에 끝납니다. 다시 도전하는 겁니까.
“체육회장 자리가 도전해서 쟁취하는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습니다. 어떤 자리든 우리 체육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면,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