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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분석

바이든 일변도의 대미외교, 이대로 괜찮나?

한미동맹 강화 긍정적… 트럼프 재집권도 대비해야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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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당선되면 한미동맹 파탄… 美 의회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는 전략 구축해야”(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 “정권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고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대통령의 ‘밀사’를 둬야”(김형곤 교수)
⊙ “트럼프는 주한미군 철수 주장하는 인물… 재집권하면 ‘보복 정치’ 가능성”(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 “미국 정권이 바뀌어도 동맹관계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도록, 미국이 우릴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야”(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
⊙ “트럼프가 주한미군 철수시킨다면, 핵무장이나 핵무장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랜 B’를 마련해놓아야”(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
⊙ “누가 되든 미국의 세계 정책은 큰 변화 없을 것… 중요한 건 우리 정부가 지금의 외교 정책 기조를 끝까지 유지해나가야”(강규형 위원장)
⊙ 박정희 대통령, ‘이미 끝난 사람’이라며 닉슨 홀대했다가, 닉슨 당선 후 곤욕 치러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6일 미국 워싱턴DC의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으로부터 가수 돈 맥클린의 사인이 담긴 통기타를 선물받았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돈 맥클린의 ‘American Pie’를 열창했다. 사진=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8월 18일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리는 한미일(韓美日) 정상회의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벌써 8번째 만남이다. 윤 정부 출범이 1년 3개월이 막 지났다는 것을 감안하면 윤 대통령은 2개월에 1번꼴로 바이든 대통령과 만난 셈이다. 커다란 성과도 있었다. 지난 4월 한미(韓美)정상회담에서 우리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냈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한미동맹을 글로벌 가치동맹으로 격상시켰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7월 26일(현지시각) 한국전쟁 정전협정 체결 70주년 기념 포고문에서 “한미동맹이 계속해서 세계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도록 함께 노력하자”면서 “한미동맹의 가치는 여전히 한반도에서 함께하는 수천 명의 한미 장병들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그들은 우리가 공유하는 힘의 원천이고, 한미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 그리고 전 세계의 평화, 안정, 번영의 핵심축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튿날인 27일 윤 대통령도 유엔군 참전의 날 및 정전(停戰)협정 7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과 연대(連帶)하고 한미동맹을 핵심축으로 하여 인도·태평양 지역뿐 아니라 전 세계의 자유, 평화, 번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그런데 변수(變數)가 떠올랐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 전(前) 대통령의 지지율이 꾸준히 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두 사람의 지지도는 비등한 수준으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8월 1일 미국의 여론조사 기관 인사이드어드밴티지(inside advantage)의 조사 결과 바이든 대통령은 45%의 지지율을 얻어 트럼프 전 대통령에 불과 1% 앞선 차이를 보였다. 7월 넷째 주 시행된 《뉴욕타임스》와 시에나의 공동 여론조사에서는 두 후보가 43%의 지지율로 동률을 이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김정은이 2019년 6월 30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에서 만나 53분간 회담을 가졌다. 사진=AP/뉴시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예측 불가능한 발언과 행보는 한국을 비롯한 여러 동맹국을 위기로 몰아세웠다. 2018년 6월 싱가포르 미북(美北)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을 ‘전쟁 게임(War Game)’으로 지칭하며 “도발적이고 돈도 많이 드는 한미연합훈련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2019년 2월 하노이 미북정상회담을 앞두고는 김정은을 “내 친구”라고 부르며 친밀감을 과시하기도 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럭비공 외교’를 떠올려보면, 그의 재집권에 대비해 지금부터 물밑 외교를 펼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일본을 비롯한 세계 주요국들은 벌써부터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을 대비하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 주워싱턴특파원을 지낸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은 “2016년 트럼프가 당선됐을 때 가장 먼저 찾아간 우방국 정상이 바로 아베 신조 당시 총리였다”며 “일본은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자가 되어도 문제가 없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는 G7국가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직 외교관과 언론인 그리고 국제정치 학자 등 전문가 10명에게 윤석열 정부의 대미(對美)외교 전략에 관해 물어봤다.
 
 
  “전반적으로 對美외교 방향 잘 잡고 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 사진=뉴시스
  먼저, 이들 전문가는 윤 정부의 대미외교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전직 외교관 대부분은 합격점을 줬다. 주일 대사를 지낸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이렇게 평가했다.
 
  “전체적인 외교 방향 설정을 잘하고 있다. 포스트 탈냉전(脫冷戰) 시대에 접어든 지금, 윤석열 정부는 국익(國益)과 국가 정체성(正體性) 그리고 자유대한민국의 가치에 따른 한미동맹 강화 노선을 분명히 설정했다. 문재인 정권 5년 동안 한미동맹은 많은 내상(內傷)을 입었다. 윤 정권 들어 그 내상을 치유하고 제대로 된 한미동맹의 방향을 설정했다는 점에 높은 평가를 하고 싶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도 “윤 정부의 대미외교는 굉장히 성공적”이라면서 “대한민국 건국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미동맹은 우리의 번영에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윤 대통령은 문재인 정권이 훼손한 한미동맹을 제자리로 돌려놓겠다고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재춘 전 주러시아 대사도 “윤 정부의 대미외교에 100점을 넘어 120점을 주고 싶다. 지난 문재인 정부 5년간 한미동맹은 무력화(無力化)됐고, 한일 관계 또한 최악으로 치달았다. 이 때문에 느슨하게나마 유지되던 한·미·일 삼각 안보 체계도 작동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 정부는 출범 1년 3개월 만에 한미동맹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았고, 나아가 이를 한 걸음 더 발전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진단했다.
 
  외교관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수석을 지냈던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전반적으로 대미외교 방향을 잘 잡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전략적 모호성 자체는 필요”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 사진=조선DB
  그렇다면 국제정치학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냉전사(冷戰史) 전문가인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외교 기조를 잘 잡고 있다. 문재인 정권의 ‘대중 굴종 외교’ ‘대북 굴종 외교’에서 탈피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합격점 그 이상을 주고 싶다”고 평가했다.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윤 정부의 외교는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역대 보수 정권의 외교·안보·국방 정책 자문 역할을 맡은 국제정치학계의 원로다. 이 이사장은 “바뀌어가는 국제 질서 속에서 자유민주주의라는 대한민국의 가치를 분명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미동맹 강화는 신냉전의 최전선에서 우리의 살길을 모색하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사 전공인 이주천 전 원광대 사학과 교수 역시 “대미외교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북핵 위기, 미중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같은 위기 속에서 한미동맹을 강화했기 때문”이라면서 “이뿐만 아니라 한일 관계를 잘 풀어내고 있는 것도 우리 안보 강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진단했다.
 
  다소 신중한 견해를 내놓은 학자들도 있었다. 미국 대통령학 전문가인 김형곤 건양대 브리꼴레르학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윤 정부의 외교 정책을 ‘친미(親美)’라고 부르면 안 된다. 문재인 정부가 보여준 일방적인 친중(親中) 노선에 균형추를 맞춘다고 보는 것이 옳다. 외교란 자국의 실리가 우선이다. 우리는 미국과 친하게 지내면서도 우리만의 거래를 해야 한다. 특히, 경제 논리로 봤을 때 우리는 중국과의 외교를 포기할 수 없다. 미국 편, 중국 편을 갈라놓고 외교를 하면 절대 안 된다. 한 국가에 ‘올인’하는 외교 전략은 그야말로 ‘0점 외교’다. 앞으로 윤 정부는 이런 균형 외교에 대한 고민을 계속해야 한다.”
 

  미국 정치 및 정치커뮤니케이션 전문가인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는 “문재인 정부가 취한 지나친 전략적 모호성에서 나아가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기여하는 방향은 맞다고 본다”면서도 “그렇지만 전략적 모호성 자체는 외교 전략에서 필요한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도 “문재인 정부가 남북 관계를 최우선시하며 방치됐던 한미동맹이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무엇보다 지난 4월 윤 대통령의 방미를 통해 양국의 대통령이 언제든지 통화할 수 있는 관계가 된 것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면서도 “여전히 한미동맹은 미일동맹과 비교할 때 같은 반열에 있다고 하기 어렵다. 미일동맹은 이제 동북아는 물론 전 지구 차원으로 확대됐으며 우주에서의 협력도 논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한·미·일 협력 필요성 몰라”
 
김형곤 건양대 브리꼴레르학부 교수. 사진=뉴시스
  바이든 정부와 트럼프 정부의 외교 정책은 어떤 점에서 차이를 보일까?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바이든 대통령은 국제사회 속에서 미국의 역할과 사명을 우선시한다. 국제 평화 질서의 리더 역할을 자처하는 셈이다. 손해를 조금 보더라도 ‘One World Community of Democracy(세계 민주주의 공동체)’를 추구한다. 그런데 문제는 미국 내 백인 하층민이다. 이들은 ‘우리가 굶고 있는데 왜 우리 대신 세계를 챙기고 있느냐’는 불만을 품고 있다. 그 반대급부에서 트럼프가 외친 ‘America First’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는 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끌었다”고 설명했다.
 
  김형곤 건양대 교수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스타일을 이렇게 비교했다.
 
  “바이든 정부와 미국 민주당은 이른바 ‘세침떼기’ 스타일이다. 국가 간 문제가 생기면 우여곡절은 있을지라도 단절하지 않고 끝까지 유지한다. 반면, 트럼프는 ‘너랑 친구 안 할 거야’라고 대놓고 말한다. 자신감이 넘친다. ‘우리는 세계 최강 미국이야. 그러니 감히 덤벼들지 마’ 이런 식이다. 또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섹셔널리즘(sectionalism·지역주의)’을 따른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미국 우선주의는 결국 미국의 이익에 손해 되는 것은 하지 않겠다는 의미다”라고 분석했다.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는 “트럼프와 미국 공화당은 고립주의를 추구하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재집권하게 되면 우크라이나 전쟁도 서둘러 끝내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하원 논설위원은 “바이든은 한미동맹의 역사와 그 의의를 잘 알고 있는 반면 트럼프에게 동맹은 액세서리에 불과하다”면서 “바이든은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잘 알고, 이를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는 한·미·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알지 못한다”고 우려했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는 바이든과 트럼프의 외교 전략을 이렇게 평가했다.
 
  “트럼프는 일관된 외교 노선이 없어 처음엔 친중파, 나중엔 매슈 포틴저 등 매파에 휘둘렸다. 정교한 중국 전략이 부재했다. 반면, 바이든 정부는 아주 정교한 디리스킹(de-risking)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본다. 물론 허점도 많지만, 민주당도 백악관의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따르는 국면이다.”
 
 
 
“트럼프 재집권해도 큰 변화 없을 것”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 사진=뉴시스
  바이든 현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 중 누가 다음 대통령직에 오르더라도 미국의 외교 정책은 비슷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이렇게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 인물이다. 트럼프 정부가 보여준 ‘예측 불가능성’이 우리 정부에 위협으로 다가올 것이다. 또 이익 중심의 외교나 동맹 경시 외교 등도 우리에겐 불리한 점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재집권한다고 해서 미국이라는 나라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김석우 전 통일부 차관도 “미중 패권 다툼이 그 어느 때보다 첨예하게 대립한 이 시점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더라도 지금의 미국의 외교 정책에는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춘 전 주러시아 대사도 “트럼프 전 대통령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로 대표되는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취했다”면서도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이제는 이 정책을 수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지금의 국제 질서를 보면 세계 각국이 ‘가치 연대’를 중심으로 모이고 있다. 가치 연대가 말은 쉽지만 지난 70~80년간 탁상공론에 그쳤었다. 요즘처럼 각국이 가치 연대를 통해 협력하는 때가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도 지금의 국제 질서에 역행하는 정책을 취하긴 어려울 것이다.”
 
  강규형 위원장은 “트럼프의 외교 정책은 경제 정책과 결부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큰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기 때문에 이것을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강 위원장은 “바이든 정부도 세부 내용에서만 차이가 있지, 이런 기조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다. 결국 두 대통령 모두 미국 국익 중심 외교를 펼친다”고 말했다.
 
 
  “트럼프, 당선되면 ‘복수의 정치’ 할 것”
 
이재춘 전 주러시아 대사. 사진=뉴시스
  이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내년 미국 대선에서 누가 대통령이 될지 속단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신각수 전 외교부 차관은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보복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외교 정책에서도 예외는 없어서 ‘Anything but Biden’식이 되리라고 본다. 우리에겐 상당히 위험하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바이든 정부 때 한미 관계를 더욱 튼튼히 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도 “트럼프가 당선되면 ‘복수의 정치’를 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한미 관계도 예외 없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또 미국 대선을 바라보는 일본의 속내도 분석했다.
 
  “트럼프 재임 당시 미국과 일본의 관계가 굉장히 좋았다. 미일 양국 정상이 골프도 함께 치지 않았나. 트럼프도 친일 행보를 보였었다. 따라서 일본은 트럼프의 재집권을 내심 바라고 있을 것이다.”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도 “누가 당선될지 판단하긴 어렵다”면서 “한미 관계를 생각하면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앞으로 미국 경제가 어려워지면 트럼프의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강규형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은 “미국 내 여론조사를 보면 트럼프의 지지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다”면서 “지난 2020년 대선 때도 코로나19 문제만 아니었으면 트럼프가 승리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다만 “내년 대선에 트럼프가 당선되든 바이든이 당선되든 미국의 리더십이 다소 노쇠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내년 11월 3일 미국 대선일을 기준으로 바이든 대통령은 만 81세, 트럼프 전 대통령은 78세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도 “트럼프는 기소와 재판 등 변수가 많아 당장 예측하긴 어렵다”면서도 “대선은 중도층을 어떻게 잡느냐 하는 승부인데, 논리적 계산으로는 트럼프가 이기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바이든의 재선에 조금 더 무게를 뒀다. 이어 안 교수는 “만약 트럼프가 당선된다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광기(狂氣)를 부릴 것”이라면서 “이렇게 되면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위험하고 곤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도 “속단하긴 이르다. 미국도 한국처럼 좌우 대립이 극심한 상태다. 또 트럼프에게는 사법 리스크가 존재하기 때문에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가 지지층을 결집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퇴임 후 이미 4차례나 기소됐다. 2023년 4월 ‘성추문 입막음 돈 지급’ 관련 기업문서 조작, 6월 정부 기밀 문건 불법 반출, 8월 대선 결과를 뒤집으려 개입한 혐의 등이다. 그러나 트럼프에게 적용될 수 있는 출마 제약 규정은 없다. 미국 헌법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충족해야 할 조건으로 ▲미국 출생 시민권자 ▲35세 이상 ▲14년 이상 미국 거주 등 3가지만 규정하고 있다.
 
 
  ‘민간 교류’ ‘의원 외교’ 강화해야
 
  과거 우리나라는 미국의 정권 변화에 대비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다. 1966년 9월 1박 2일 일정으로 방한한 닉슨 전 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의 악연(惡緣)이 바로 그것이다. 닉슨은 1960년 대선에서 존 F. 케네디에게 지고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도 패배했다. 모든 언론이 “이제 닉슨은 끝났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동원 당시 외무부 장관은 박 대통령에게 “사람 팔자 알 수 없습니다. 지금 그를 후대(厚待)한다면 결코 우리를 잊지 못할 겁니다”라고 말하며 만찬을 권했다. 박 대통령은 “그 사람은 이미 끝난 사람인데”라며 만남을 거부했다. 그러던 닉슨이 1968년 대통령에 당선된다. 그리고 1970년 닉슨 독트린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이듬해 주한미군 7사단 2만 명이 한국에서 철수했고, 박정희 정권과 미국의 마찰은 극으로 치달았다.
 
  전문가들 역시 이 역사를 거론했다. 그러면서 미국의 정권 변화에 대비해 지금부터 치밀한 외교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하원 논설위원은 “앞으로 윤석열 정부는 무엇보다 한미상호안보조약을 개정해 유사시 미군이 자동 개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현재는 ‘헌법조치’에 따라 개입하게 돼 있어 이를 시대적 상황에 맞춰서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원자력 협정도 미일원자력 협정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김형곤 건양대 교수는 “정권 변화에 대비해 우리의 이익을 대변하고 상황을 설명해줄 수 있는 대통령의 ‘밀사’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민간 차원의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중·일 인문학 포럼과 같은 교류가 확대돼야 외교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주천 전 원광대 교수도 “의원 외교를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트럼프 측근의 공화당 의원들과 지속적으로 접촉하며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에 보조를 맞춰야 한다. 또 기독교계·학계·시민단체 등이 나서 민간 차원의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 미국 정치는 여론이 굉장히 중요하다. 미국 내에 한국에 우호적인 여론을 구축해 우리 외교 정책의 지렛대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일본, 호주, 동남아 등과 협력해 대미국 공동 협상력을 키워야 한다. 특히 중국에서 빠지는 반도체, 배터리 공장들을 공동으로 유치해 외교 덩치를 키워야 한다.”
 
  안병진 경희대 교수도 “주(州) 의회와 연방 의회를 비롯한 미국 국내외 추세를 날마다 꼼꼼하게 분석해야 한다”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준비하고 미국 내 정치인, 기업 인사들과도 폭넓은 네트워크를 구축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이 우릴 필요로 하게 만들어야”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전 외교안보수석). 사진=뉴시스
  한미동맹을 강화하되 우리 스스로도 국방력과 경제력을 키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미국의 정권이 바뀌어도 동맹 관계를 함부로 건드릴 수 없을 만큼 이를 굳건히 해놔야 한다. 다시 말해 미국이 우릴 필요로 하게끔 만들어야 한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자유민주주의라는 국가 정체성을 확고히 다지고,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 반도체, 전자 공학 등 기술 개발에 투자해 기술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도 “스스로 강해지는 방법을 택해야 한다”면서 “트럼프가 재집권 뒤 한미동맹이 흔들리더라도 안보를 지킬 수 있는 독자적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의회를 상대로 외교전을 벌이는 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트럼프가 당선되면 한미동맹은 파탄 날 것이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동맹을 부정하며 미국의 돈을 받아먹는 ‘흡혈귀’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다만 의회 내에는 한미동맹을 지지하는 세력이 있고, 주한미군 철수에 들어가는 비용도 의회가 결정하기 때문에 의회를 상대로 하는 외교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이하원 논설위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철수를 추진하거나 이를 ‘바기닝 칩(Bargaining chip·협상카드)’으로 삼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만약 트럼프에 의해 주한미군 철수가 이뤄진다면 한국은 즉각 핵무장이나 핵무장에 준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플랜 B’를 마련해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자외교’ 적극 동참해야
 
  이재춘 전 러시아 대사와 이상우 신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다자(多者)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재춘 전 대사는 “가치 연대에 따른 외교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일본, 인도·태평양, NATO 등과 협력하며 ‘자유’ ‘법치’ ‘인권’ 중심의 협력 체계를 굳건히 해놔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우 이사장은 “다자외교에 적극 동참해 전 세계 여러 국가와 다양한 관계를 만들어놔야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일본의 전략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일본은 다자외교, 다자동맹에 힘을 쏟고 있다. 국제사회 곳곳에서 영향력을 키워놓으면 아무리 트럼프라고 해도 이를 함부로 훼손할 수 없을 것이다.”
 
  한편, 강규형 위원장은 “트럼프 맞춤형 외교 전략을 따로 마련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 위원장은 “민주당이든 공화당이든 미국의 외교 정책의 기조는 같다. 예컨대 바이든 정부가 출범하면서 친중 행보를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로 흘렀다. 따라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든 바이든이 재선에 성공하든 미국의 세계 정책은 큰 변화가 없을 것이다. 중요한 건 우리 정부가 지금의 외교 정책 기조를 끝까지 유지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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