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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력특집·인도의 모든 것

인도의 ‘글로벌 외교’

미국 주도의 쿼드에도, 중국 주도의 SCO에도 참가

글 : 유민호  퍼시픽21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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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디 총리, “미·인도 파트너십은 민주주의 미래에 대한 길조”
⊙ 미국, 국빈 방문한 모디 총리에게 최첨단 무기 제공 등 선물 안겨줘
⊙ 인도, 대면 회의 예정이던 뉴델리 ‘上海정상회의’를 온라인 회의로 개최… ‘중국의 아바타’이기를 거부
⊙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에도 러시아산 원유 수입 10배 늘리고, 러시아 주도의 군사훈련에 참여
⊙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 자임

劉敏鎬
1962년생.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일본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졸업(15기) / 딕 모리스 선거컨설팅 아시아 담당, 《조선일보》 《주간조선》 등에 기고 / 現 워싱턴 에너지컨설팅 퍼시픽21 디렉터 / 저서 《일본직설》(1·2), 《백악관의 달인들》(일본어), 《미슐랭 순례기》(중국어) 등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6월 22일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연설했다. 사진=AP/뉴시스
  “가까운 시일 내에 시진핑(習近平)과 회담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 6월 2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던진 말이다. ‘가까운 시일’은 11월 중순을 염두에 둔 말이다. 21개국 정상이 참가할,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샌프란시스코 총회가 미중 정상회담의 무대가 될 것이란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 말을 할 때 옆에는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 인도 총리가 있었다. 모디 총리는 6월 21일부터 미국을 국빈(國賓) 방문 중이었다.
 
  바이든 대통령과 모디 총리의 백악관 기자회견을 보면서 필자는 1972년 2월 21일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떠올렸다. 바이든의 얼굴 위로 베이징(北京)공항에서 저우언라이(周恩來) 중국 총리와 악수를 나누던 닉슨의 얼굴이 겹쳐졌다. 닉슨은 구(舊)소련에 대응하기 위한 ‘제3의 칼’로써 중국에 주목했다.
 
  닉슨의 베이징 방문 이후 반세기가 넘은 2023년 여름, 중국은 디커플링(Decoupling) 또는 디리스킹(Derisking) 대상 국가로 전락했다. 닉슨의 전격 방문을 통해 시작됐던 미중(美中) 밀월 관계는 시진핑의 등장과 함께 ‘완전히’ 사라졌다.
 
  그 증거가 6월 22일, 미국-인도 정상(頂上)의 기자회견이다. 인도는 1972년 닉슨 방문 당시의 중국에 비견될 만한 나라다. 당시 구소련에 맞선 새로운 대안이 중국이었다면, 2023년 중국에 맞설 미국의 대안은 인도라고 볼 수 있다.
 
  주목할 부분은 투명성이다. 닉슨의 중국 방문 시 미중회담 내용은 특급비밀, 그 자체였다. 구소련을 자극할 수 있는 미중의 생각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인도 정상의 생각은 백악관 기자회견을 통해 전 세계에 공표됐다.
 
 
  美, 인도에 최첨단 무인기 제공 약속
 
  모디 방문 때 발표된 미국-인도 공동성명서를 보자. 우주, 반도체, IT, 환경 등과 관련된 두 나라의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는데, 핵심은 군사 관련 부문이다. 크게 두 가지다.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이 인도에서 전투기 엔진을 공동 생산하고 관련 기술을 이전한다는 것과 인도에 최첨단 무인기(無人耭) MQ-9B를 수출한다는 약속이다. 전 세계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엄청난 약속이다.
 
  미국은 첨단무기 수출이나 기술 이전을 극도로 제한하는 나라다. 수백억 달러를 준다고 해도 팔지 않는다. 대만은 첨단 전투기, 한국은 원자력잠수함 구입을 원하고 있지만, 미국은 모른 척하고 있다. 그런 첨단 무기를 대만이나 한국에 팔았다가, 그 기술이 중국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두려워하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인도에 GE 전투기 엔진 공동 생산과 첨단 무인기 MQ-9B 제공을 약속한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도 엄청난 도박이다. 인도는 전통적으로 러시아와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나라로, 특히 군사무기 영역에서 모스크바와의 협력체제를 중시해 왔다. 그래서 미국도 그동안 군사 분야에서 인도를 멀리해 왔다.
 

  그럼에도 바이든 대통령은 인도에 지금까지 다른 나라에 제공하지 않았던 첨단 기술과 장비를 제공하기로 한 것이다. 특히 무인기 MQ-9B는 3년 전 이란 혁명수비대 사령관 카셈 술레이만 암살에 동원된 비행기의 업그레이드 모델이다. 항속거리가 8500km, 32시간 비행이 가능한 세계 최고의 정찰기로, 명중률 99.99% 미사일 공격도 가능한 공격용 무인기이기도 하다. 동맹국 한국과 일본도 MQ-9B 도입을 희망했지만, 미국은 이를 외면해 왔다.
 
  그럼 미국은 한국이나 대만, 일본보다 인도를 더 신뢰한다는 것일까? 인도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후 러시아산(産) 원유 수입량을 10배나 늘린 나라다. 만일 한국이나 일본이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늘린다면 어떻게 될까?
 
  바이든 대통령의 인도에 대한 자세는 신뢰나 불신 프레임에 따른 것이 아니다. 철저히 ‘현실’에 기반한 것이다. 숨이 넘어가는데, 약의 유효 기간이나 알레르기 여부를 따질 여유가 없다. 중국의 대만 침략이 초읽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은 인도를 상대로 초대형 도박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1972년 닉슨의 베이징 방문 당시 미국이 중국에 걸었던 기대는 지금 미국이 인도에 걸고 있는 기대에 비하면 ‘새발의 피’ 수준이다.
 
 
  모디, “미국은 가장 중요한 방위협력 상대”
 
  역사상 미국 의회에서 두 차례 연설을 한 외국 지도자는 단 두 명뿐이다. 한 명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고 다른 한 명은 바로 모디 인도 총리다. 모디 총리는 지난 2016년에 이어 지난 6월 방미 때에도 미국 의회에서 연설을 했다. 모디 총리도 6월 22일 미국 의회 연설을 통해 자신과 인도에 대한 미국의 기대에 화답했다.
 
  “미국은 가장 중요한 방위협력 상대다.… 권위주의와 대립이라는 어두운 구름이 인도-태평양에 드리워져 있다. 자유로 열린 포괄적 인도-태평양에 대한 비전을 믿는다.… 인도-미국의 협력 관계는 양국만이 아니라, 한층 더 큰 목적에 공헌할 것이다. 양국 간 파트너십은 민주주의의 미래에 대한 길조(吉兆)라 볼 수 있다….”
 
  ‘민주주의, 법, 자유, 인도-태평양’은 2023년 미국 외교관들이 가장 즐겨 사용하는 단어들이다. 이 단어들은 미국 외교의 키워드인 동시에, 중국이 가장 싫어하는 외교 어젠다이기도 하다. 모디 총리의 연설은 친미(親美)인 동시에 반중(反中)이다.
 
  모디 총리는 힌두교 절대주의자로서 이슬람에 대한 탄압도 서슴지 않는 인물이다. 이 때문에 미 의회 일부에서는 모디 총리에 대해 보이콧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은 물론 세계 미디어 대부분은 모디 총리를 록 스타처럼 대우했다. 미국에 체류하는 내내 모디는 글로벌 뉴스 메이커로 각광을 받았다.
 
 
  인도, 중국의 SCO 외교에 브레이크 걸어
 
7월 4일 상하이협력기구(SCO) 제23차 정상회의에서 연설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이 회의는 인도의 주장에 따라 화상회의로 열렸다. 사진=신화/뉴시스
  모디 총리는 말로만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미국의 기대에 부응했다. 7월 4일 뉴델리에서는 상하이(上海)협력기구(SCO) 정상회의가 열렸다. 2001년 중국·러시아·카자흐스탄 등 8개국을 멤버로 출범한 SCO는 시진핑이 가장 중시하는 정상급 국제회의다. 명칭에 ‘상하이’란 중국 지명을 달고 있는 SCO는 미국을 염두에 둔 중국 주도 국제회의다. 정치·경제·군사 모든 영역을 다룬다.
 
  공교롭게도 SCO 회의의 올해 주최국은 인도이다. 팬데믹 기간 중 SCO는 온라인 회의로만 진행됐다. 올해 회의는 당초 4년 만에 대면(對面) 정상회의로 열릴 예정이었다. 또한 올해부터 이란이 신규 멤버로 SCO에 가입하기로 되어 있었다. SCO의 맹주(盟主)를 자임하는 중국은 이란을 앞세워 한바탕 반미(反美) 행사를 연출하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회의가 시작되기 두 달 전인 5월 초, 인도가 갑자기 올해 회의도 대면이 아닌 온라인 회의로 진행한다고 일방통보를 했다.
 
  인도는 왜 이런 것일까? 인도는 표면적으로는 안전상 이유를 내세웠다. 하지만 실제로는 중국이 4년 만에 대면 회의로 열리는 SCO라는 무대에서 시진핑을 주인공으로 하는 화려한 외교 이벤트를 벌이려는 데 대해 인도가 브레이크를 건 것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미국과 인도가 입을 모아 ‘민주주의, 법, 자유, 인도-태평양’을 부르짖는 판에, 인도에서 열리는 SCO 정상회담에서 반미 이벤트를 연출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적절치 않다.
 
  대면 회의에서 온라인 회의로 대체되면서 금년도 SCO 회의는 식은 피자, 김 빠진 맥주보다도 못한 회의가 되어버렸다. 인도는 SCO에 참여하지만, 중국의 논리와 연출에 동원되는 ‘아바타’가 아니라는 것을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전 세계에 공표한 것이다. 이를 위해 인도가 SCO를 통해 모디 총리를 부각시킬 수 있는 정치적 효과를 포기했다는 것도 대단하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의 반응이다. 별다른 이의 없이 인도의 방침에 순응한 것이다. 한국에는 큰소리를 치지만, 인도를 적으로 돌릴 만한 용기도 자신감도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필자가 항상 강조하는 바이지만, 강하게 대할수록 애교를 떨고, 약하게 대할수록 타 넘고 뭉개려는 것이 ‘7세 어린이 수준’ 중국 외교다.
 
  하여튼 모디 총리의 결정 덕분에 7월 4일 열린 SCO 회의는, 글로벌 변방 뉴스로 처리되어버렸다. 미국 독립기념일을 맞아 모디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선물이라고 볼 수 있다.
 
 
  3억3000만 명의 神
 
  한국인이 보는 인도는 영원히 풀 수 없는 ‘킬러 문항’ 그 자체다. 애매하고도 다중적(多重的)이며 복합적인 나라다. 흔히 생각하는 인도의 이미지가 그렇듯, 인도는 뭔가 신성하고도 신기한 분위기로 채워져 있다. 3차원에 익숙한 인간에게 던져진 4차원 세계가 인도다. 필자는 이 같은 4차원 인도의 모습을 ‘인도 신비’라 표현하고 싶다.
 
  ‘인도 신비’의 출발점은 종교다. 사실상 국교(國敎)인 힌두교가 ‘인도 신비’의 핵심이다. 힌두교에서 숭배하는 신(神)의 수가 무려 3억3000만 명에 달한다. 원래 33명의 신이 핵심이지만, 인간의 눈에는 3억3000만 명의 유형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힌두교 원리에 의하면, 집에서 기르는 개에서부터, 방금 전 내가 길을 물어본 노인도 신이 될 수 있다. 주변 전부가 신이라 보면 된다.
 
  힌두교의 이런 모습을 생각하면, 모디 총리의 이슬람교 탄압도 이해할 수 있다. 다신교(多神敎) 국가이던 로마가 일신교(一神敎)인 기독교를 탄압했던 것과 비슷하다. 이슬람은 알라만 신으로 여길 뿐 다른 신은 전부 무시한다. 이는 힌두교의 원리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행위다.
 
  힌두교의 신은 서로 충돌하거나 모순되지 않는다. 3억3000만 명의 신 하나하나가 자기 영역과 법리를 갖고 있다. 인도인들에게는 ‘내가 믿는 신만 진짜고, 그 밖의 신은 가짜’라는 식의 세계관 자체가 없다. 잘난 신과 못난 신, 강한 신과 약한 신의 구별도 없다. 3억3000만 명의 신에 대한 인도인의 경외심은 전부 똑같다. 힌두교가 ‘평화의 종교’로 인정받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헤드 버블링’
 
  인도인을 만날 때 가장 먼저 접하게 되는 ‘인도 신비’는 ‘헤드 버블링(Head bobbling)’이다. ‘헤드 버블링’은 ‘머리를 흔들다’는 의미로, 인도인들의 세계관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인도인은 부정이나 긍정, 나아가 동의나 가능성에 관한 표현을 언어가 아니라 머리로 한다. 이탈리아 나폴리인들의 손을 통한 다양한 표현 방식과 비견된다.
 
  인도는 전 세계에서 머리를 흔들면서 자기 의사를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나라다. 입이나 혀가 아닌, 머리 그 자체가 대화 수단인 셈이다.
 
  인도인들의 ‘헤드 버블링’에서 한국인에게 익숙한, 아래위로 흔드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미묘한 각도로, 머리를 좌우로 흔드는 것이 ‘헤드 버블링’의 정석이다. 필자 생각으로는 ‘부정, 긍정, 동의 가능성’ 등에 관해 인도인들이 머리로 답할 경우 이를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외국인은 제로에 가까울 것 같다. 머리를 좌우로 흔들 때, 그것이 긍정이나 동의를 의미하는지, 30%의 가능성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아예 불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답을 얻어내기 어렵다. 인도인이 아닌 이상 이해 불가능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필자의 인도 체험은 두 차례의 장기 여행이 전부다. 코끼리 다리 만지는 격이지만, 그래도 주변 인도인 친구를 통해 나름 이해하려 노력한다. 인도인과의 우정은 오래간다. 한번 맺어질 경우 평생 간다고 보면 된다. 그 결과, 필자는 한국인이 아닌 인도 친구를 인생 상담역으로 대하고 있다.
 
  그동안 필자가 인도인들을 통해 본 바로는, 인도에는 ‘노(No)’라는 발상 자체가 없다. ‘예스(Yes), 노(No)’ 사이의 벽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노(No)’라는 개념이 미약하다. 사실 인도에는 ‘예스(Yes), 노(No)’로 나눠진 흑백(黑白) 세계관 자체가 없다. 인도인들을 통해 재삼재사 확인한 것이지만, 인도인들은 설령 “노(No)”라 해도 “예스(Yes)”라고 답한다. “아마 50% 정도 가능할 것, 어쩌면 그렇게 될 수도 있을 것, 신이 도와준다면 그런 결과가 될 것”이란 표현도 전부 ‘예스(Yes)’다. 흑백 세계관과 거리가 먼 인도는 21세기 글로벌 문명·문화의 키워드이자 대세로 떠오른 ‘다양성’의 대표주자이기도 하다.
 
 
  러시아 주도 군사훈련에도 참여
 
5월 20일 히로시마 G7 정상회담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왼쪽 두 번째),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왼쪽 세 번째),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등 쿼드 참가국 정상들은 별도의 정상회담을 가졌다. 사진=AP/뉴시스
  이러한 ‘인도 신비’는 국제정치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인도는 지구의 동과 서, 남과 북 모두에 속하는, 역설적으로 얘기하자면 동서남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묘한 나라다.
 
  일단 2021년부터 정상 간 회의로 격상된 4개국 안보 회담 쿼드(Quad)를 보자. 인도는 미국·일본·호주와 함께 쿼드 창립 국가다. 최근 군사훈련도 정례화하고 있지만, ‘자유롭고도 열린 인도-태평양’을 목적으로 하는 쿼드는 사실상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패권주의(覇權主義)에 맞서는 기구이다.
 
  흑백 세계관이 없는 나라답게, 인도는 ‘쿼드=반중전선(反中戰線)’이란 규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헤드 버블링’이 그러하듯, 모두 알고 있지만 굳이 언어로 명문화해서 상대를 궁지로 몰아세우지 않는다. 인도는 쿼드에는 참가하지만, 중국 주도하의 SCO에도 적극 참가하는 나라다. 인도 외교에는 시진핑이 즐겨 사용하는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 같은 조폭 수준의 극단적이고도 천박한 용어나 표현이 아예 없다.
 
  중국에 대해서뿐 아니다. 인도는 2022년 8월 초 ‘보스토크 2022’ 군사훈련에 참가했다. 러시아가 주도한 것으로, 중국과 벨라루스를 비롯한 러시아 우방 10여 개국이 참가한 대규모 훈련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한창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인도가 그런 훈련에 참여한 데 대해 반발했다. 인도는 4년마다 정례적으로 행하는 군사훈련일 뿐, 인도가 서방을 적(敵)으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 자임
 
  다른 나라가 인도를 불신하는 이유이기도 하지만, ‘인도 신비’는 ‘박쥐 외교’나 ‘양다리 전략’으로도 나타난다. 적인지 동지인지 구별하기조차 힘들다.
 
  예컨대 모디 총리는 지난 6월 말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만나 양국 간 파트너십을 강조했지만 사실 ‘중국’이란 단어를 언급하면서도 단 한 번도 반중(反中)을 강조하지는 않았다. 주어(主語)를 뺀 공동성명이 전부다. 미국이 보면 애매하게 보인다. 그러나 반대로 중국이 봐도 인도는 모호하다.
 
  SCO에 이어, 인도는 오는 9월 뉴델리에서 제18회 G20 정상회의도 주재한다. 온라인이 아닌, 직접 대면 회의다. G20은 선진국만이 아니라 러시아·중국 나아가 요즘 국제무대에서 뜨는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핵심국까지 참가하는 유엔의 압축판이다. 글로벌 사우스는 선진국인 글로벌 노스(Global North)의 반대편에 선, 개발도상국과 신흥국들을 의미한다. 글로벌 사우스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중국·러시아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무(無)이념·무진영 세계를 지향하고 있다.
 
  인도는 스스로 글로벌 사우스의 맏형임을 자임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가 중국에 빨려 들어가기 전에, 인도의 위상을 굳히려는 의도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배경하에 G20에 거는 인도의 정열은 대단하다. 무려 200개 이상의 크고 작은 부속 회의가 올해 G20 기간 중 열릴 예정이다. 미국이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은 당연하다.
 
  사실 G20은 공동성명은커녕, 제대로 된 결론 하나도 내기 어려운 조직이다. 서로 간의 입장차만 재확인하는 자리지만, 그래도 동서남북 공기를 읽고 이해할 수는 있다.
 
 
  중국을 대체할 나라
 
  이번 G20에서의 핵심은 우크라이나와 중국이다. 중국은 대만만이 아니라, 인도도 위협하는 나라다. 유혈 충돌까지 간 양국 간 국경분쟁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카슈미르 지역이 새로운 골칫덩어리로 부상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 자국(自國)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중국은 일대일로의 출발점인 파키스탄을 버릴 수가 없다. 카슈미르 문제와 관련해 중국은 파키스탄에 동조하면서 G20 불참 가능성을 흘리는 중이다. 그러나 인도로서는 글로벌 사우스 맏형 자리를 내놓을 수도 없다. 카슈미르를 이유로 한 중국의 불참 여부는 올해 G20을 읽는 핵심 키워드가 될 것이다.
 
  지난 6월 말 윤석열 대통령이 경제인 200명과 함께 베트남을 국빈 방문했다. 중국 경제가 추락하면서, 한국 기업 대부분이 베트남에 주력하는 느낌이다. 베트남을 중국을 대체할 국가로 여기는 것이 한국의 대세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7월 4일부터 일본 정부도 주요 기업 대표자 100여 명을 이끌고 ‘중국 대체국가’를 찾았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를 단장으로 한 이들의 목적지는 인도였다. 스가 전 총리는 한일의원연맹 일본 측 회장인 동시에, 일본-인도 우호친선단체인 일인협회(日印協會) 대표이기도 하다.
 

  중국 경제가 추락 기미를 보이면서, 한국은 베트남, 일본은 인도에 주력하는 형세다. 일본도 베트남에 힘을 쏟고 있지만, 주된 관심 대상은 인도다.
 
  미국은 어떨까? 미국에 베트남은 군사안보 협력 대상일 뿐, 미국 자본의 베트남 투자는 극히 드물다. 미국 자본의 중심은 인도로 향하고 있다. 미국은 군사안보만이 아니라, 인도와의 경제협력에도 올인하고 있다. 최근 아마존 닷컴이 2030년까지 260억 달러 직접 투자를 약속했듯이, 지금도 미국은 인도 최대 투자국이다. 미국은 인도 전체 투자의 10%를 차지하고 있다. 일본도 인도 전체 투자의 6%를 차지하는 등, 인도 진출을 적극화하고 있다.
 
  한국은 어떨까? 인도 전체 투자총액의 1%도 안 되는 저조한 상태다. 베트남과 달리, 인도에 대한 한국인의 관심은 너무도 미미하다. 한국에서 본 인도는 아직 멀고도 먼 나라다.
 
 
  ‘깡패 외교’ 하지 않는 나라
 
  인도는 동과 서, 남과 북 어디에 서 있는 나라인지 모호하다. 흑백논리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본다면 동서남북을 오가는, 근본도 없는 ‘박쥐 같은 존재’라 비난하기 십상이다.
 
  사실 인도 시대가 왔다고 하지만, 중국과 비교할 경우 인도는 너무도 이질적이다. 일 처리가 느리고, 투자 관련 법규도 지방마다 전부 다르다. 중국과 달리 단기간에 이윤을 내기 어려운 나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중국보다 우위에 설, 분명한 장점이 인도에는 존재한다. 인도 특유의 평화와 안정, 그리고 약속이다. 인도는 남을 지배하거나, 눈을 아래로 깔아 보는 식의 ‘깡패 외교’에 나선 적이 없다. 중국처럼 ‘100년 국치(國恥)’를 씻겠다면서 다른 나라에 역사청산이나 반성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반(反)스파이법을 만들어 외국인을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발상 자체도 없다. 대국(大國)답게 국제무대에서 일단 약속할 경우 반드시 지키는 신뢰할 만한 나라가 인도다.
 
  2023년 국제정치 나아가 경제의 뉴스 메이커는 인도와 모디 총리다.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란 중국의 협박이 일상화될수록, 초읽기에 들어선 대만 위기가 고조될수록, 인도와 모디 총리의 주가(株價)도 올라갈 것이다. ‘인도 신비’ 때문에 오랫동안 주저해 오던 미국과 서방도 ‘마침내’ 인도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 1992년 한중수교 직후 중국에 대한 열의가 불타올랐던 것처럼 인도에서도 그런 열의가 재현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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