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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 르포

페루 리마의 맛집은…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 등 ‘세계 톱 10’에 이름 올려

글 : 류종수  연세대 보건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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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마에서만 300여 명이 넘는 한국 젊은이들이 페루의 퓨전 요리를 배우고 있다”(조영준 주 페루 한국대사)
⊙ “500년 전에 유럽인들이 황금을 찾아 페루에 몰려왔다면, 지금은 페루의 음식을 찾아 몰려와”(마투테 주한 페루대사)
⊙ 다양한 식재료 풍부… 감자는 1000종, 옥수수는 300종 넘어
페루는 세계의 음식문화를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페루 수도 리마 ‘산이시드로 시장’의 모습. 청과상 진열대에 카카오 열매가 놓여 있다. 사진=조선DB
  불행하게도 페루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자가 인구 대비 세계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페루 인구 3350만 가운데 약 26만 명이 코로나19로 사망했다. 인구 5000만 명의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은 2만9420명이다(2022년 11월 8일 현재).
 
  페루에서 코로나19 참사가 일어난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지역 봉쇄나 사회적 거리 두기가 효과를 보지 못했다. 하루하루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농민들, 매일 노동하는 빈민들이 재래시장에서 물물교환으로 식료품을 확보했다.
 
  지역 의료시설들에서 일하는 의료진조차 개인 보호장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검사시설이 취약해 신속하게 감염자를 격리할 수 있는 역량이 없었다.
 
  마투테 주한 페루대사에게서 페루의 딱한 사정을 전해 듣고 도와줄 방도가 없을까를 고심했다.
 

  나는 지난 8월 27일 미국국제원조처(USAID)가 발주하는 ‘페루의 코비드19 검사역량 강화사업’을 수주했다. 규모는 100만 달러(한화 15억원)다. 페루 현지에서 페루 정부가 70만 달러를 사용하고, 서울의과학연구소(SCL)가 30만 달러(한화 4억5000만원)를 사용한다.
 
  국내에서도 정부 발주 사업을 따내는 것은 무척 까다롭다. 한국의 의료기관이 미국 정부의 공공 발주 사업을 공개 입찰로 따낸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생각된다.
 
  내가 남미개발은행(IDB)과 진행하고 있는 ‘남미 국가 코비드19 검사역량 개발사업’을 알게 된 미국 정부 측에서 페루 사업 수주에 응하라고 자료를 보내온 게 응찰한 계기였다.
 
 
  6박 7일의 코로나19 출장
 
류종수 교수와 이혁민·이동현 연세대 교수, 김용우 서울의과학연구 전무 등이 해발 3000미터에 위치한 아야쿠쵸 주의 보건국을 방문했다.
  나는 10월 16일 아침 6시10분 페루 리마에 도착했다. 인천공항을 출발해 미국 뉴욕을 잠시 들러 총 30시간이 걸린 고단한 여정이었다. 6박 7일간의 이번 출장은 나의 네 번째 페루 방문이었다. 페루 현지 조사를 함께 나간 분들은 다음과 같다.
 
  이혁민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진단검사과 교수. 이 교수는 2년간 대한진단 검사의학회의 코비드19 대응팀장을 맡아 코비드 팬데믹과의 전쟁에 참여했다.
 
  김용우 서울의과학연구소 전무. 김 전무는 매일 하루에 8만 건의 코비드19 PCR 검사를 소화해내는 검진 분야의 35년 경력 베테랑이다.
 
  이동현 연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나와 함께 남미-필리핀 보건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네팔 출신의 프라카쉬 서울의과학연구소 연구원은 이번 페루 사업의 총무다.
 
  미국국제원조처(USAID)가 서울의과학연구소를 페루 사업의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서울의과학연구소의 탁월한 역량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국제적으로 기술과 품질관리의 수준을 인정받았다는 얘기다.
 
  서울의과학연구소는 하루 8만 건의 PCR 검사를 판별한다. 이 외에 국내 6000여 개의 의료기관이 의뢰하는 하루 23만 건의 병리 테스트를 수행한다. 미국병리학회(CAP)의 인증을 한국 최초로 받았다.
 
  조영준 페루 주재 한국대사는 이렇게 해석했다. 조 대사는 외교부 서기관 시절 한국의 국제무상원조(ODA) 정책개발을 담당했다.
 
  “대한민국의 진단 검사 의학이 페루가 직면한 전염병 대응 문제에 답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페루 국립보건연구원의 감염병 대응 전문가들에 대한 팬데믹 검사와 관리 교육을 한국 의료기관이 수행하는 것은 대단한 의미가 있습니다. 한국의 의료 수준이 세계적 수준임을 미국국제원조처가 인정한 셈입니다.”
 
 
  감자 종류만 1000종이 넘어
 
  6박 7일간의 ‘빡센’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8개의 페루 지역 보건소의 진단검사 역량을 조사하고, 5개의 병원과 페루 국립보건연구소의 의료진을 두루 만났다.
 
  이후 여러 일정이 있었는데 구체적인 사업 이야기들은 너무 전문적이라 이만 줄이고 대신 페루 리마에서 경험한 멋진 식당과 음식이 인상 깊어 이를 전하려고 한다.
 
  페루 리마에는 세계 최고 레스토랑 ‘톱 10’에 오르내리는 식당이 서너 개 있다. 믿기 어렵겠지만, 사실이다.
 
  페루에서 재배하는 감자의 종류는 1000종이 넘는다. 현란한 색깔의 옥수수는 300종 이상이다.
 
  페루의 서쪽 바다가 태평양이다. 페루에는 광대한 사막과 산맥, 아마존 정글, 비옥한 농지들이 뒤섞여 있다. 다양한 식재료들이 생산되고 있고, 가격도 상당히 저렴하다.
 
  잉카의 전통 음식, 식민 종주국이었던 스페인 요리, 일본 요리가 창조적으로 혼합돼 있다. 남미에 일본 요리까지? 일본 국적을 가졌던 후지모리가 대통령이던 시절 일본 레스토랑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
 
  지금 페루는 세계의 음식문화를 이끌고 있다. 수도 리마의 부촌인 태평양 해안 지역이나 다국적 기업과 외국 기관들이 자리한 리마 도심에는 미슐랭 별을 단 레스토랑들이 즐비하다.
 
  “리마에서만 300여 명이 넘는 한국 젊은이들이 페루의 퓨전 요리를 배우고 있다.”
 
  조영준 주(駐) 페루 한국대사의 설명이다. 서울 한남동 페루대사관저에서 페루 음식을 요리하고 있는 주방장 역시 한국 청년이다. 페루에서 5년 동안 유학하며 요리를 배웠다고 한다.
 
 
  “가격은 서울 고급 식당의 절반”
 
  마투테 주한 페루대사는 이렇게 얘기했다.
 
  “500년 전에 유럽인들이 황금을 찾아 페루에 몰려왔다면, 지금은 세계인들이 황금보다 더 매력적인 보물을 찾아 페루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바로 페루의 음식 때문이죠. 리마와 쿠스코의 맛집들은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가격은 서울 고급 식당의 절반도 되지 않아요. 아마존 정글과 태평양에서 나오는 건강한 식재료, 절제된 열대 양념. 요리사들의 창조성이 빚어내는 천상의 맛을 보려면 페루로 가십시오. 절대 실망하지 않을 겁니다. 보증합니다.”
 
  마투테 주한 페루대사가 ‘리마에 가면 꼭 들르라’며 적어준 리마의 식당들은 3주 전에도 예약이 어려운 곳이었다. 마투테 대사가 추천한 식당들은 ‘센트럴(Central),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Astrid y Gaston), 오쏘(Osso), 마이도(Maido), 아마즈(Amaz), 라파엘(Rafael), 라 마르 세비체리아(La Mar Cevicheria)였다.
 
  이번 리마 출장에서는 58개국의 외국 대사관, 21개 은행의 본사, 유명 정치인들과 예술가들의 자택들이 모여 있는 ‘산 이시드로’ 지역의 하얏트 호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900만이 거주하는 페루의 수도 리마는 43개 행정구역이 있다.
 
  미라프로레스의 남부에 위치한 바랑코 지역은 페루의 유명 예술가와 디자이너, 사진 작가들이 모여 산다. 골목과 길거리에 그림과 낙서가 어울려 있어 페루에서 가장 로맨틱하고 보헤미안적인 정서가 물씬 느껴지는 지역이다. 지난 3번의 출장 때 식사했던 미라프로레스 지역의 식당 2개와 바랑코 지역의 유명 맛집 2개, 이번 출장에서 시식한 가성비 높은 ‘산 이시드로’ 지역의 맛집을 소개한다.
 
 
 
피스코 사워의 나라

 
마타 레스토랑의 화려한 음식들.
  마타 레스토랑(Mayta Restaurant): 2008년 이태리와 스페인에서 미슐랭 별을 받은 주방장이 리마로 와서 문을 연 식당이다. 페루의 전통 음식들을 이태리와 스페인의 다양한 요리에 융합시켰다. 페루 전통 스타일이 강하게 보존돼 있는 요리들을 선보인다.
 
  원재료가 지닌 색감들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그 색깔들을 조화시킨 시각적 효과가 화려했다. 감자와 옥수수를 메인 재료로 한 작은 요리들이 담백하고 가벼운 식감을 줘서 인상이 깊었다. 이 집의 피스코 사워(Pisco Sour)는 반드시 식전주로 마셔야 한다.
 
  피스코는 포도로 만든 페루 전통 술이다. 35도에서 45도 사이의 알코올 도수를 가진 국민주이다.
 
  피스코 사워는 레몬즙과 계란 흰자를 얼음에 넣고, 셰이크로 흔든 후 쓴 맛이 나는 칵테일 비터를 서너 방울 떨어뜨려 만든다.
 
  페루와 칠레가 서로 피스코 사워의 원조국이라고 싸우고 있다. 두 나라의 피스코 사워 제조에는 차이가 있다. 페루식은 계란 흰자를 사용하고, 칠레식은 계란 흰자를 쓰지 않는다. 페루식은 레몬주스를 섞고, 칠레식은 라임주스를 섞는다.
 
  페루식은 칵테일의 풍미를 높이려고 칵테일 비터를 서너 방울 넣지만, 칠레식은 칵테일 비터를 넣지 않는다.
 
  마이도(Maido): 일본어 ‘매번’을 뜻하며 ‘매번 찾아줘 감사하다’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다. 페루에는 19세기 말부터 이민 온 일본인 이민자들이 10만 명 이상 거주하고 있다. 1990년부터 10년간 장기 집권한 후지모리 대통령 시절 일본 경제의 영향력이 컸고, 일본 음식점들이 크게 늘어났다.
 
  나는 이곳에서 세 번 식사를 했다. 마이도의 주방장 ‘미쓰하라 쓰마라’는 일본 이민 3세대다. 미국과 일본에서 요리를 공부한 그의 음식은 일본식 혹은 페루식이라는 테두리로 가두기 어렵다. 자기만의 창조적인 영역을 개척한 요리의 대가다.
 
 
  구워낸 커다란 맛조개는 한국 것의 두 배
 
마이도 레스토랑의 인기 음식들.
  세계 최고 식당 랭킹에서 40위권 안에 포진하는 이 집의 대표 애피타이저는 성게알 요리다. 성게알을 먹고 나서 레스토랑이 추천하는 코스 요리를 먹는 게, 미쓰하라 주방장의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한국에서 먹는 활어회의 쫀득한 식감이나,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매운탕이나 김치·깍두기는 없다. 미쓰하라가 만들어낸 미묘한 맛을 느껴보면 좋을 듯하다.
 
  칼라(CALA): 미국 맨해튼 중심부에서 석양의 아름다움과 넓은 허드슨강의 평화스러움을 만끽하면서, 배 위에서 생선류와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유엔본부 가까이에 있는 ‘워터 클럽’이 그곳이다. 맨해튼에서 30년 가까이 일했던 나는, 그 시절 일주일에 적어도 한 번 이상 ‘워터 클럽’에서 점심이나 저녁 식사를 했다.
 
  칼라에서 식사하면서 ‘워터 클럽’이 생각났다. 리마에 내 사무실이 있었다면, 칼라는 일주일에 두세 번 찾는 단골식당이 됐을 것이다. 식당 인테리어가 담백하면서 고상했다. 바다 풍경을 안고 있는 이 식당에서 바라본 석양은 환상 그 자체였다.
 
  이번 출장에서는 저녁 시간에 두 번 찾았다. 2층 테라스는 석양이 지는 시간에 칵테일을 한잔하면서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기에 좋았다. 리마의 예술가들이 왜 바랑코 지역에 몰려 사는지 이유를 짐작게 했다. ‘이 테라스에서 음식을 먹으면 어떤 음식이 맛이 없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구워낸 커다란 맛조개는 한국 것의 두 배 크기였다. 일행은 구운 가리비를 안주로 ‘피스코 사워’ 한 잔을 단숨에 비워냈다. 구운 문어와 생선 요리들은 생동감이 넘치는 맛이다.
 

  LA73 Paradero Gourmet: 값비싼 참치의 맛은 서울이나 도쿄나 리마나 비슷하다. 하지만 중급 정도 참치의 맛과 신선도, 가성비는 리마가 월등하다. LA73의 ‘참치 타르타르’를 천천히 음미하면 바다의 싱그러움이 느껴진다. 구운 문어와 게살이 들어 있는 ‘라비올리’는 이 집이 아니면 맛보기 어려운 요리다.
 
  디저트로 나오는 ‘추로스(일종의 밀가루 튀김)’와 초콜릿을 입힌 작은 도넛은 저절로 감탄이 나오게 한다.
 
  같은 재료로 이렇게 변화무쌍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는 이유는, 식재료가 풍부하고, 저렴하고, 싱싱해서가 아닐까 싶다.
 
 
  세계 10대 식당 중 하나
 
탄타 레스토랑의 다양한 음식들.
  탄타(TANTA): 페루 음식의 거장인 가스통 아쿠리오 주방장이 운영하는, 세계 10대 식당에 이름을 올린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Astrid y Gaston)’이 숙소 근처에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찾아갔다. 식당 영업을 시작하는 낮 12시 직전에 혹시 테이블이 있을까 찾아갔지만, 테이블은 종일 만석이었다.
 
  그곳 직원이 바로 근처에 탄타(TANTA)라는 자매식당이 있음을 알려줬다. 우리 일행은 신속하게 걸어서 5분쯤 걸리는 탄타에 도착했다.
 
  다행히 우리 일행 4명이 앉을 테이블이 있었다. 좋은 식당은 발품을 팔아야 찾을 수 있다.
 
  페루 식당에서는 마땅히 피스코 사워 한잔으로 시작해야 한다. 상큼한 맛이 식욕을 자극한다. 탄타는 가스통의 체인점이다. ‘아스트리드 이 가스통’에 못지않은 음식의 질과 저렴한 가격으로 손님들을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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