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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만 총통 선거를 보며 생각난 어느 대만 외교관

글 : 배진영  월간조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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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대만 외교관이 있었다. 중국 산둥성 출신 화교의 후예로 경북에서 태어나 경북대학교를 졸업하고 모교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은 사람이었다. ‘타이베이(臺北)대표부’라는 간판을 내걸어야 하는 ‘나라 아닌 나라’의 외교관 노릇을 해야 하는 처지였지만 그는 참 열심이었다.
 
  어느 날 그에게 물어보았다.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랐는데, 어디를 고향으로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할 때 내가 염두에 둔 선택지는 한국과 대만이었다. 그런데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아버지가 태어난 산둥성을 고향으로 생각한다. 그다음이 한국, 그다음이 대만이다.”
 
  충격을 받았다. ‘대만의 국록(國祿)을 받는 외교관이 대만보다 중국을 더 가깝게 생각하다니…. 공무원들까지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면 대만이라는 나라가 과연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까?’
 
  그는 대만 독립을 추구하는 천수이볜의 민진당(민주진보당) 정권에 대해 비판적이었고, 국민당보다 더 친중적(親中的)인 쑹추위의 친민당(親民黨)을 지지했다. 정년 퇴임한 후 그는 대만이 아니라 중국으로 건너가 그곳의 지방대학에서 10여 년 가까이 강의를 하다가 대만으로 들어갔다.
 
  1월 11일의 대만 총통 선거에서 민진당 출신 차이잉원 현 총통이 한궈워 국민당 후보를 꺾고 압승했다. 홍콩 사태를 보면서 중국공산정권이 주장하는 ‘일국양제(一國兩制)’의 허구성을 대만인들이 뼈저리게 느낀 것이 차이잉원 압승의 요인이다. 차이잉원에게 투표한 한 대학생은 “중국과 잘 지내야 경제가 좋아진다고 하지만 그 전제로 민주나 자유 같은 가치를 양보하라는 것은 배부르게 먹되 숨을 쉬지 말라는 소리”라고 말했다. 대만에서는 이제 중국과의 관계에서 ‘핏줄’보다 자유·민주라는 ‘가치(價値)’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새로운 세대가 나타난 것이다. 아직도 ‘우리민족끼리’라는 주박(呪縛)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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