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이슬람 들여다보기

에르도안의 터키, 어디로 가나

2071년까지 터키를 이슬람국가로 되돌리는 것이 목표

글 : 박현도  명지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에르도안, 政敵인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을 쿠데타 배후세력으로 지목, 15만명 해고, 5만명 체포
⊙ 에르도안, 미국의 경제보복으로 리라화 폭락하자 국민들에게 “달러나 金을 리라로 바꿔 달라”고 호소
⊙ ‘경건한 세대’ 육성 내걸고 이슬람교육 강화…, 진화론도 안 가르쳐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대 이슬람학 석사 및 박사(수료), 이란 테헤란대 이슬람학 박사 / 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전문위원, 종교평화국제사업단 영문계간지 《Religion & Peace》 편집장 / 저서 《법으로 보는 이슬람과 중동》 《IS를 말한다》 등 공저 다수
지난 8월 27일 만지케르트전투 94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한 에르도안 대통령. 만지케르트전투 1000주년이 되는 2071년까지 터키를 이슬람화하는 것이 에르도안의 목표다. 사진=터키 정의개발당 트위터
  터키 리라화가 연초보다 달러 대비 40% 평가절하되면서 터키 경제가 휘청거리고 있다. 연초 1리라는 우리 돈으로 약 270~280원대였다. 터키 당국이 간첩 혐의로 미국인 앤드루 브런슨 목사를 체포한 후 2년 넘게 억류하며 미국의 석방 요구를 거절하자, 트럼프 대통령이 경제 보복에 나서면서 165원까지 급락했다. 지금은 170원대 전후를 오르내리고 있다. 나토(NATO) 회원국으로 미국의 우방이자 유럽방어의 최전선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닌 터키가 총체적 경제위기를 맞으면서 미국과 터키의 불협화음이 경제를 넘어 확산되어 그칠 기세가 보이지 않는다.
 
  제왕적 대통령이 된 레제프 에르도안은 현재 대체자가 없는 터키의 절대 권력자다. 2016년 쿠데타 미수사건 이래 대대적인 정적(政敵) 제거 작업이 진행되어 사실상 현재 터키에서 에르도안을 비판하는 목소리는 모기 소리만큼도 들을 수 없는 상태다. 15만명이 해직됐고, 5만명이 쿠데타 가담 혐의로 체포됐다. 문제는 해직자나 체포된 사람 대다수가 사실상 쿠데타 가담자가 아니라는 점이다.
 
 
  에르도안과 귈렌
 
2016년 7월 15일 군부 쿠데타 당시 에르도안의 쿠데타 저지 호소에 거리로 나온 시민들은 몸으로 쿠데타군을 막았다. 사진=터키 국회 홍보물 캡처
  에르도안은 자신의 정적이자 이슬람 지도자 펫훌라흐 귈렌의 현대 이슬람운동과 관련된 사람은 모두 쿠데타 음모 가담자로 여겨 직장에서 쫓아내거나 투옥했다. 귈렌은 한때 에르도안과 손을 잡은 적이 있지만, 에르도안과 달리 근본적으로 정치와는 거리가 먼 인물이다. 그는 현대사회에서 빛을 잃은 이슬람의 정신을 되살리고자 종교 간 대화와 공존을 내세우며 이슬람과 이웃 종교의 화해와 화합을 교육을 통해 전파하려고 한 종교지도자다.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을 가장 목소리 높여 비판하면서 테러의 원인을 외부가 아닌 무슬림 세계의 문제로 심각하게 지적하고 고민해 온, 실로 보기 드문 인물이다. 귈렌의 사상을 구현하기 위해 그를 따르는 독지가들이 재산을 희사하여 터키와 세계 여러 곳에 많은 학교가 들어섰는데 쿠데타가 불발로 돌아간 후 에르도안은 국내 귈렌 관련 사립학교를 모두 폐교했다.
 
  에르도안 정부는 귈렌과 귈렌 추종자들을 ‘펫훌라흐 테러조직(FETö, Fethullahç ı Terör Örgütü)’이라고 명명(命名)하면서 보이는 대로 투옥하고 있다. 에르도안의 귈렌 집착은 보기에 지나칠 정도다. 에르도안은 자신을 내몰려고 한 쿠데타의 배후에 귈렌이 있다고 확신한다. 귈렌을 따르는 추종자들이 터키 곳곳에서 암약하면서 쿠데타를 기도했다고 믿는다. 해외에도 귈렌의 사상에 동조하는 터키 무슬림들이 있는데 터키 정부는 이들을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명단을 각국 정부에 주면서 추방할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또 귈렌과 관련된 것으로 의심이 가는 인물은 여권 갱신을 해 주지 않고 반드시 터키 국내로 들어오게 만들어 입국 즉시 체포하는 꼼수도 발휘했다. 신생아 여권을 해외에서 발급하지 않고 부모가 반드시 터키에 입국하여 받도록 편법을 쓰면서까지 귈렌 추종자들을 색출하는 데 혈안이 됐다. 이에 따라 쿠데타 불발 이래 터키 정부의 탄압을 피해 거주하고 있는 나라로 망명, 귀화하는 터키인들의 수가 늘었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다.
 
  현재 펫훌라흐 귈렌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거주하고 있다. 에르도안은 어떻게 해서든지 귈렌을 터키로 불러들이려고 애쓰고 있다. 수차에 걸쳐 송환을 요구했으나 미국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브런슨 목사 사건
 
  그러던 중 브런슨 목사 사건이 터졌다. 브런슨 목사는 20년 이상 터키에서 거주하고 있는 미국인이다. 이즈미르에서 장로교 부활교회 목사로 일하고 있던 그는 2016년 4월 체류연장 신청을 했다. 10월 7일 경찰에 소환되자 브런슨 목사는 일상적인 비자 문제 협의인 줄 알고 출두했으나 즉시 체포됐다. 그는 변호사와 미국 영사 접견권마저 거부당한 채 구금됐다.
 
  법원의 공식기록에 따르면 브런슨 목사는 ‘무장 테러조직원’이다. 판사는 브런슨 목사가 2016년 7월 불발 쿠데타의 배후인 귈렌운동과 관련된 인물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터키 국영 아나돌루통신에 따르면 2017년 8월 24일 검찰은 브런슨 목사가 테러조직을 후원하고 정치·군사 스파이 행위를 했다는 증거를 제출했고, 2018년 3월 5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브런슨은 반정부 테러단체인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쿠데타 주도 세력인 귈렌운동을 지원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 오는 10월에 재개될 재판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대 35년을 감옥에서 살아야만 한다.
 
  브런슨 목사는 이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자신은 정치활동을 한 적이 없다는 것이다. 시리아 난민을 도왔을 뿐인데 터키 당국은 자신이 쿠르드노동자당을 지원한다고 하고, 교회를 세우자 귈렌운동가들의 도움을 받았다며 자신을 몰아세웠다고 하면서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브런슨 목사는 지난 7월 25일 1년9개월간 수감생활을 마치고 석방됐지만 가택연금(軟禁) 상태다. 터키 당국은 가택연금과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는 브런슨 목사와 미국 정부의 요구를 모두 거부했다. 삼권분립(三權分立)을 지키는 국가에서 행정부가 사법부의 판단에 개입할 수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적어도 2016년 쿠데타 불발 이후 터키에서 사법부는 독립적인 판단을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터키 정부의 브런슨 목사 석방 거부는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 중론(衆論)이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보복으로 맞섰다. 지난 8월 초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2배의 관세를 매겼다. 그 결과 터키 리라화의 가치가 급락했다. 물론 브런슨 목사 사건이 아니더라도 이미 터키의 경제 추락은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경제문제를 정치논리로 풀려는 에르도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8월 13일 대통령궁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회의에서 터키의 경제위기는 외세 탓이라고 주장했다. 사진=AP/뉴시스
  문제는 에르도안 정부의 대응이다. 세속의 일은 세속의 논리로 풀어야 하는데, 에르도안은 이슬람을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이용하기 좋아하는 정략적 습성을 리라화 추락 대응에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에르도안은 “여러분 베개 밑에 달러나 유로, 또는 금이 있다면 은행에 가서 리라로 바꿔 달라. 미국은 달러가, 우리에게는 국민과 알라가 있다”고 호소하면서 환율 위기를 이슬람에 기대어 돌파하고자 한다.
 
  애국심과 신앙심만으로 경제위기를 돌파할 수 있을는지는 회의적이다. 세계 17위 경제력을 지닌 나라의 지도자가 경제를 경제논리로 풀지 않고 신의 도움에 기댄다는 것은 아무리 보아도 비이성적(非理性的)이다.
 
  사실 에르도안의 이러한 행보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그는 터키를 2071년까지 새롭게 바꾸려고 한다. 1071년 알프 아르슬란(Alp Arslan)이 이끄는 셀주크튀르크가 아나톨리아 반도 동부 끝자락에 위치한 만지케르트(오늘날 말라즈기르트)에서 동로마 비잔틴 제국군을 무찌르고 오늘날 터키 정복의 교두보를 마련한 지 1000년이 되는 해까지 터키를 세속주의가 아닌 이슬람이 지배하는 나라로 만들겠다는 것이 에르도안의 야심이다.
 
  이를 위해 그는 ‘딘다르 비르 네실(Dindar bir nesil),’ 즉 ‘경건한 세대’를 양성하는 야심찬 계획을 시행 중이다. 학교 정규교육 과정에서 청소년들에게 이슬람교육을 강화하여 애국심과 신앙심을 고양하고 있다. 이러한 계획이 지속된다면 향후 젊은 세대는 이전 세대와는 달리 보다 더 종교적인 정체성(正體性)을 갖게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동시에 이러한 교육은 터키의 발전에 장애가 될 가능성 또한 크다. 종교적 이유 때문에 진화론(進化論)을 가르치지 않는 과학교육이 진행되는 현실은 좋은 예다. 진화론이 옳고 그름을 떠나 유일신교의 창조론 때문에 진화론 교육이 어렵다면 유사한 사례가 다른 주제에 대해서도 적용될 것이다. 이는 결국 창의적인 과학교육의 부재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터키의 발전을 가로막을 것임에 틀림없다.
 
 
  터키 역사상 3대 위인
 
  터키어를 쓰는 사람들이 이슬람 세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이슬람 세계에서 아랍어·페르시아어·터키어를 쓴 무슬림들은 이슬람 역사전통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크다. 아랍어는 유일신 알라의 계시를 담은 경전 《코란》의 언어이자, 이슬람에서 최후의 예언자로 존경하는 무함마드의 모어(母語)다. 아랍어는 이슬람 세계에서 예나 지금이나 그리고 앞으로도 가장 중요한 언어다. 페르시아어를 쓰는 사람들은 아랍인들의 지배를 받으면서 자신들의 종교였던 조로아스터교 신앙을 버리고 이슬람교로 개종(改宗)한 사람들이지만, 새롭게 찾은 믿음을 문화로 승화시켰다. 이슬람문화를 꽃피운 언어가 페르시아어다. 터키어를 쓰는 사람들은 아랍어·페르시아어 사용자들보다 늦게 이슬람 세계에 들어왔다. 그러나 이들은 중앙아시아에서 거칠 것 없이 오늘날 우리가 중동(中東)이라고 부르는 지역으로 들어와 이슬람 세계를 크게 확장했다.
 
  이들을 얕본 비잔틴 제국은 1071년 만지케르트에서 터키어를 쓰는 셀주크튀르크 무슬림들에게 패했다. 동방 그리스도교의 아나톨리아반도 동쪽 끝이 무슬림 손에 넘어간 역사적인 사건이다. 그리고 이로부터 382년 후인 1453년에 유서 깊은 제국의 수도 콘스탄티노플이 터키어를 쓰는 오스만튀르크 손에 함락됐다. 콘스탄티노플은 이스탄불로 이름을 바꾸었고, 그리스정교회 대신 이슬람이 제국의 종교가 됐다.
 
  되돌아보면 오늘날 터키를 만든 세 명의 위대한 인물은 1071년 만지케르트 전투의 승장(勝將) 알프 아르슬란, 1453년 콘스탄티노플 정복자 메흐메트 2세, 그리고 열강(列强)의 손에 가루처럼 날아갈 뻔한 터키를 온전하게 보존한 지도자 케말 파샤다.
 
  케말 파샤는 오스만제국의 패망에서 교훈을 얻어 이슬람이 아닌 세속주의에 바탕을 둔 새로운 터키공화국을 건립했다. 1922년 11월 1일 오스만제국의 술탄(황제)직을 폐지하고, 1923년 10월 29일 터키공화국을 선포했다. 이듬해 3월 3일에는 칼리파(이슬람의 최고종교지도자)제도를 폐지했다. 곧 이어 전통 무슬림 복장에 변화를 주고, 종교기관을 폐쇄했으며, 터키어를 아랍어문자 대신 라틴알파벳으로 표기했다. 전통적인 이름에도 변화를 주어 성(姓)을 쓰게 하고 스스로 아타튀르크(Atatürk·튀르크인의 아버지)라는 성을 채택했디. 여성의 참정권(參政權)을 완전히 보장하고 헌법에 세속주의 원칙을 확립했다.
 
 
  케말 파샤의 ‘모자 연설’
 
케말 퍄샤는 모자 등 복식 개혁을 포함해 서구화·세속화정책을 적극 추진했다.
  알프 아르슬란과 메흐메트 2세는 이슬람을 중요한 가치로 삼아 정치행위를 한 반면 케말 파샤는 과거의 유산을 버리고 이슬람을 개인의 신앙 영역으로 묶어 두었다. 이슬람을 공적인 행위에 결부시키는 것을 막고 터키를 세속주의 원칙에 입각한 국가로 유럽처럼 발전시키고자 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문명화된 삶이었다. 그는 훗날 ‘모자(帽子) 연설’로 알려진 대중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터키 민족은 문명인들입니다. 역사적으로나 본질적으로나 문명인들입니다. 그러나 저는 여러분의 형제요 친구요 아버지로서 문명화됐다고 자처하는 우리 터키 민족 구성원들이 지적(知的)으로도 문명화됐다는 것을 증명하고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각기 가정 내 생활에서 얼마나 문명화됐는지 보여주어야 합니다.”
 
  문명화 정도를 삶에서 보여주어야 한다고 강조한 케말 파샤는 청중들에게 “터키인의 복장이 민족적이고 문명화됐으며 보편적인지” 물었다. 그러자 청중들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는 다시 “한 민족이 적절한 복장을 갖춰 입지 않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느냐”고 하면서 “소중한 보석에 진흙을 바를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는 “진흙 안에 보석이 있으면 흙을 걷어내고 보석을 드러내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지금부터 옥스퍼드 신발이나 발목까지 오는 신발을 신을 것입니다. 바지·코트·셔츠· 타이·탈부착이 가능한 목깃·재킷을 입고 아주 자연스럽게 모자도 쓸 것입니다.”
 
  케말 파샤는 서양식 모자를 쓰면서 “이 모자를 쓰는 것이 옳지 않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저는 그들에게 당신들이야말로 정신이 나가고 어리석은 사람들이라고 할 것입니다”라며 연설을 마쳤다.
 
  이로써 1925년 11월 25일 터번을 대체했던 페즈(Fez)를 금지하고 서양식 모자 착용을 법제화했는데, 이유는 단순하다. 케말 파샤가 보기에 터키는 서구에 비해 비문명국이었기 때문이었다. 1926년 10월 대중연설에서 그는 “문명화된 세계가 우리보다 훨씬 앞서 있다”고 하면서 “따라잡는 수밖에 없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슬람력(曆) 대신 서양력, 금요일 휴일 대신 일요일을 채택했다. 코란 낭송과 예배 알림을 터키어로 할 것을 명령했다. 여성의 머리가리개 착용도 금지했다. 전통적인 터키의 생활양식이 문명화된 서구에 비해 뒤떨어졌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터키의 시계는 거꾸로 돌아간다
 
  터키보다 문명화된 서구를 따라잡으려는 케말 파샤의 비전 아래 터키는 지난 한 세기 동안 세속주의의 길을 걸으며 문명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 노력했다.
 
  에르도안은 이제 케말 파샤와는 다른 길로 터키를 이끌고 있다. 헌법을 고쳐 종래 상징적인 존재이던 대통령직에 제왕적 권력을 부여했다. 지난 7월 9일 대통령에 취임한 에르도안은 취임식에서 “법치, 민주세속 공화국, 케말 파샤의 원칙과 개혁에 충직하겠다”고 선서했다. 그러나 2003~2014년까지 총리로, 2014년부터 대통령으로 국가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그가 꿈꾸는 터키는 분명 케말 파샤의 터키와는 질적(質的)으로 다르다.
 
  에르도안에게서 앞선 서구 문명을 보면서 추격 의지를 불태우며 유럽처럼 발전하려 노력한 케말 파샤의 분투와 자각은 볼 수 없다. 에르도안은 ‘완전한 종교’인 이슬람을 신봉하는 터키가 뒤처져 있다고 보지 않는다. 그도 과거 방식대로 살 수는 없고 현실에 맞춰 종교 해석을 유연하게 적용하여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이슬람을 개혁한다는 뜻은 결코 아니라고 분명하게 말한다. ‘완전한 종교’를 개혁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신앙을 해석하는 것 같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일례로 에르도안의 여성관(女性觀)을 보면 갑갑하기 그지없다. ‘이슬람 가르침에 맞게 여성은 어머니가 되어야 하고, 어머니가 되기를 거부하고 집안에 있기를 꺼리는 여성은 제아무리 성공적인 직장생활을 한다고 하더라도 부족하고 불완전한 존재’라는 것이 에르도안의 생각이다. 에르도안은 “신(神)이, 남자가 여자를 때리고 편하게 해 주었기 때문에 여자들은 신께 감사해야 한다”고 한 누렛딘 을드즈를 시대착오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고 비판하긴 했다. 그러나 전통의 굴레에서 여성을 해방시키려고 노력한 케말 파샤의 진지함과 품격을 에르도안에게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하기야 이제 학교 교육 과정에서 케말 파샤의 세속주의 원칙 수업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니 두 사람을 굳이 비교하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리라. 리라화 평가절하는 가속되고, 케말 파샤의 원대한 ‘문명화 지향 비전 시계’는 되돌려지고 있다. 진정 터키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세속적 자유원칙에 따른 건전한 정치비판 대신 보수적인 자의적(恣意的) 이슬람 해석만 자유롭게 유통되는 터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조회 : 1989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1건
스팸방지 [필수입력] 그림의 영문, 숫자를 입력하세요.
  타도터키    (2018-10-04)     수정   삭제 찬성 : 4   반대 : 2
터키는 반드시 지구상에서 완전하게 말살되고 철저히 망해 사라져야할 족속이다. 이것은 분명하다. 반드시 그렇게 될것이다. 그리 되어야만 한다. 분발하라 터키, 속히 망하라! 응원한다!

201810

지난호
전자북
별책부록
프리미엄결제
  • 지난호
  • 전자북
  • 별책부록
  • 정기구독
  • 마음챙김 명상 클래스
  • 조선뉴스프레스 선정 초청작가 특별기획전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