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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를 둘러싼 중동의 냉전

글 : 박현도  명지대 중동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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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 GCC 국가들, 작년 6월 카타르와 단교
⊙ 카타르의 무슬림형제단 비호, 알자지라 방송의 걸프 왕정국가들 비판, 친(親)이란 외교 등이 빌미
⊙ 카타르에 공군기지 둔 미국은 고민 중…, 터키·이란은 카타르 지지

박현도
1966년생. 서강대 종교학과 졸업, 캐나다 맥길대 이슬람학 석사 및 박사(수료), 이란 테헤란대 이슬람학 박사 / 현 명지대 중동문제연구소 인문한국 연구교수, 이화여대 겸임교수, 외교부 정책자문위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동연구회전문위원, 종교평화국제사업단 영문계간지 《Religion & Peace》 편집장 / 《법으로 보는 이슬람과 중동》 《IS를 말한다》 등 공저 다수 저술
친(親)이란 노선으로 중동 왕정국가들 사이에서 고립된 카타르의 수도 도하.
  “참을 만큼 참았다!”
 
  2017년 6월 5일 GCC(걸프협력회의) 회원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이 비(非)회원국인 이집트와 함께 최후통첩도 없이 전격적으로 카타르와 외교관계를 단절하면서 내뱉은 분노의 소리다. 사우디아라비아 등은 이와 함께 국경폐쇄, 영공(領空) 통과 차단 조치까지 취했다. 카타르에 대한 단교 조치나 외교관계 격하에 동참한 나라는 걸프 지역을 넘어 현재 10개국 이상이다. 단교를 주도한 국가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다. 사우디아라비아 외무장관은 반(反) 카타르 감정을 이렇게 표현했다.
 
  “우리는 참을 만큼 참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만일 카타르가 걸프의 일원이 되려면 그에 맞게 행동해야 한다. 해악을 끼치는 일을 그만두어야 한다. 우리는 오래 기다릴 준비가 되어 있다. 서두르지 않는다. 그러나 예전의 상태로 돌아갈 수는 없다.”
 
  GCC 회원국의 단일대오가 무너지고 있다. GCC는 1979년 소련의 아프가니스탄 침공, 이란의 이슬람혁명, 1980년 이란-이라크 전쟁 등 중동에 휘몰아친 급격한 정세 변화에 대응하고자 1981년 걸프 연안 국가들이 ‘아랍, 이슬람, 왕정’이라는 공통분모를 기반으로 뭉쳐 만든 기구다. 그 GCC가 카타르 단교 사태를 기점으로 사실상 와해됐다.
 
  사태 직후인 작년 12월 쿠웨이트에서 개최된 GCC 정상회담에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정상은 참석하지 않았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GCC와 별도로 양국 간 새로운 정치경제협력을 결성했다고 공표했다. 이들은 중재에 나선 쿠웨이트의 노력을 존중할 의도도, GCC 안정을 꾀할 마음도 없다는 것이 명백해졌다.
 
 
  카타르, 2014년에도 주변국들과 마찰 빚어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
  사실 카타르를 둘러싼 갈등은 지난 2014년 3월에도 있었다. 카타르가 무슬림형제단을 계속 지원하고, 이집트 출신인 무슬림형제단의 사상적 지도자 유수프 알카라다위(Yusuf al-Qaradawi, 1926년생)의 망명을 허용한 데다가, 카타르의 알자지라 아랍어 방송이 “아랍에미리트가 이슬람 통치에 반대하는 나라”라고 비판한 것이 문제가 됐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은 주(駐)카타르 자국(自國) 대사를 모두 소환하는 강경조치를 취했다. 이들 국가는 카타르가 GCC 회원국의 내정에 간섭하면서 회원국의 안보를 저해하고 있다면서 강력히 항의했다. 카타르가 자세를 낮추고 성난 이웃 왕정국과 화해하면서 일단락되긴 했지만, 불화의 불씨는 완전히 꺼지지 않았다.
 
  사실 2017년 카타르 단교 사태는 결국 2014년 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바로 카타르의 외교노선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의 외교 방향과 일치하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특히 이들 국가가 가장 문제시하는 이란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하고 하마스, 무슬림형제단 등 ‘테러집단’으로 규정한 단체들을 지원하고 포용하는 정책이 눈엣가시였다.
 
  단교를 주도한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와 이에 맞서는 카타르가 보는 단교의 원인은 사뭇 다르다. 반카타르 진영의 주장에 따르면, 2015년 12월 왕족을 포함하여 26명의 카타르 국민이 이라크 남부로 매사냥을 나갔다가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시아민병대에 16개월째 인질로 잡혀 있었는데, 이들을 구하기 위해 카타르가 무려 10억 달러에 달하는 몸값을 지불했다고 한다. 이 중 7억 달러는 이란이 받아 시아민병대에 일부 나누어 준 후 상당액을 챙겼고, 3억 달러는 알카에다 전사를 비롯하여 이슬람극단주의 전사들 손에 들어갔다는 것이다.
 
  알카에다 연계 무장집단에 돈이 들어간 사실은 차치하고라도 이란과 척을 지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 입장에서는 카타르가 이란에 이로운 거래를 했다는 사실에 격노했다. 더욱이 카타르 국영방송사 보도에 따르면 카타르 국왕이 “이란에 적대적인 정책을 취하는 것은 현명하지 못한 처사”라면서 이란, 하마스, 헤즈볼라, 이스라엘을 높이 평가하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리에 오래 있을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카타르와 UAE의 갈등
 
셰이크 모함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
  카타르 정부는 이러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고 해커가 웹사이트에 침입하여 조작한 것이라고 극력 부인했다. 한편 단교 7개월째인 지난 1월 국내 방송에서 카타르 외무장관은 “아랍에미리트가 송환을 요구한 반정부 인사를 카타르 정부가 인도하지 않았기에 단교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르면 어느 아랍에미리트 반정부 인사 부부가 2013년 아랍에미리트를 떠나 카타르에 들어왔다가 남편은 영국으로 떠났고, 부인만 가족문제로 카타르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런데 부인의 여권이 만기가 되어 연장을 시도했으나 아랍에미리트 측에서 여권 연장을 거부하고, 셰이크 모함메드 빈 자예드 알 나흐얀(Shaykh Mohammed bin Zayed Al Nahyan, 1961년생) 아부다비 왕세제가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Shaykh Tamim bin Hamad Al Thani, 1980년생) 카타르 국왕에게 특사(特使)를 보내 문제의 여인을 아랍에미리트로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그러나 카타르는 범죄를 저지르지도 않은 사람을 송환하는 것은 국제법과 카타르 헌법에 위배된다는 이유를 들어 신병 인도 요구를 거부했다. 아랍에미리트 측에서 단교 두 달 전부터 반 카타르 공세를 취하기 시작하면서 송환이 이루어지면 그치겠다고 제안까지 했다는 것이다. 그래도 카타르가 꿈쩍하지 않자 아랍에미리트는 사우디아라비아에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여 도움을 구했고, 이에 당시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였던 무함마드 빈 나이프가 문제의 여성의 신병을 인도하면 더 이상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카타르 측에 조언까지 했다고 한다.
 
  도대체 이 여성이 누구인지 밝히지는 않았지만, 카타르 외무장관이 직접 방송에 나와 단교의 원인을 밝힌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13개 조의 요구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 사니 카타르 국왕.
  이처럼 양측이 제시하는 단교의 이유는 사뭇 다르다. 하지만 반카타르 진영이 단교 철회의 조건으로 카타르에 내건 요구사항은 상당히 구체적이고, 독립국가의 주권을 침해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단교 단행 직후 쿠웨이트가 중재에 나섰다. 처음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가 카타르에 요구하는 내용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 불분명했다. 이른바 요구조항이 구체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때는 단교 17일째인 6월 22일이다.
 
  그런데 가르가시(Gargash)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은 요구조항이 공개된 데 대해 “카타르가 유치한 일을 했다”면서 “중재에 흠집을 내려는 시도이거나 냉랭한 정책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단교 철회를 위해 카타르가 10일 안에 해야 한다고 못 박은 13가지 요구사항을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이란과 외교관계 격하, 외교공관 폐쇄, 이란 혁명수비대 관계자 추방, 군사 및 정보협력 단절. 이란과 무역통상은 GCC 안보를 저해하지 않도록 미국과 국제제재를 따를 것.
 
  2. 터키 군사기지를 폐쇄하고 터키와 군사협력 중단.
 
  3. 무슬림형제단, IS, 알카에다, 파티흐 알샴(Fatih al-Sham), 헤즈볼라 등 테러단체와 관계 절단.
 
  4.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바레인, 미국 및 여러 국가가 테러리스트로 지정한 개인, 그룹, 또는 조직에 대한 모든 지원을 끊을 것.
 
  5.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바레인 국적의 테러리스트, 도망자, 수배자를 본국으로 인도하고 재산을 동결하며, 이들의 주거, 동향, 재무상황 정보를 제공할 것.
 
  6. 알자지라 방송과 관련 방송을 폐쇄할 것.
 
  7. 주권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바레인 국적의 수배자에게 시민권을 부여하지 말며, 이들 국가의 법을 위배하여 부여한 시민권은 박탈할 것.
 
  8. 최근 카타르 정책 때문에 발생한 인명 손실과 여타 재정 손실을 보상할 것. 액수는 카타르와 협의하에 결정될 것임.
 
  9. 2014년 사우디아라비아와 협의한 대로 카타르의 군사정책, 정치, 사회정책, 경제정책을 걸프 및 아랍국가의 정책과 일치시킬 것.
 
  10.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바레인 내 정치적 반대파들과 접촉을 끊고, 반대파들을 접촉하고 지원한 과거 상세기록을 넘기고, 이들의 개인신상정보와 카타르의 지원사항을 제출할 것.
 
  11. 아랍21, 라스드(Rassd), 알아라비 알자디드(Al Araby Al Jadeed), 메카멜린(Mekameleen), 미들이스트아이(Middle East Eye) 등 카타르가 직간접적으로 후원한 모든 언론매체를 폐쇄할 것.
 
  12. 이 모든 요구조건 리스트가 제출된 지 10일 안에 충족하지 못하면 무효임.
 
  13. 요구사항에 동의한 첫해에는 매달, 두 번째 해에는 분기마다, 이후 10년 동안은 매해 감사받을 것에 동의할 것.

 
 
  무슬림형제단에 대한 입장 차이
 
작년 6월 6일 쿠웨이트의 알 사바 국왕(왼쪽)은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살만 국왕과 카타르 국교단절 사태를 논의했다. 사진=뉴시스
  카타르의 주권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는 굴욕적인 조건으로 가득 찬 13개 항에 카타르가 동의할 리는 만무했다. 카타르 정부가 이를 거부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반카타르 4개국이 이집트 카이로에서 합의한 6가지 원칙을 다시 내세웠다.
 
  1. 여하한 형태의 극단주의와 테러에 맞서 싸우고 재정후원이나 도피처를 제공하지 않을 것.
 
  2. 증오와 폭력을 퍼뜨리고, 선동하고, 증폭하거나 정당화하는 모든 선전과 여하한 형태의 표현을 금할 것.
 
  3. 아랍국가들을 위하여 GCC 틀 안에서 2013년 리야드 합의, 2014년 추가 합의 및 실행체제를 온전히 준수할 것.
 
  4. 2017년 5월 리야드에서 열린 아랍-이슬람-미국 정상회담 결과를 준수할 것.
 
  5. 내정에 간섭하지 않고 불법조직을 지원하지 않을 것.
 
  6. 모든 형태의 극단주의와 테러를 국제평화와 안보 위협으로 간주하고 맞서 싸워 국제공동체 소속 국가로서 책임을 다할 것.

 
  13개 조항이 황제가 제후를 나무라는 논조라면, 6개 조항은 이보다 훨씬 부드럽고 누그러진 느낌을 준다. 그러나 그 내용은 카타르가 테러단체를 지원하고, 이웃 국가의 정정(政情)을 불안하게 만드는 원흉(元兇)이라는 인상을 강하게 풍긴다. 반카타르 진영 국가들이 말하는 테러단체란 무슬림형제단이 주축이다. 카타르는 무슬림형제단을 대체로 합리적인 무슬림 단체로 보고 있다. 물론 자국 내에서 반정부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잘 관리하면서 말이다.
 
  그런데 무슬림형제단을 보는 반카타르 진영 국가들의 입장은 강경하다. 일례로 ‘아랍의 봄’ 직후 선출된 무슬림형제단 출신 모르시 대통령을 시시가 이끄는 군대가 쿠데타로 제거한 이집트의 눈에 무슬림형제단을 감싸고 도는 카타르가 곱게 보일 리 만무하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역시 자신들의 왕정을 제대로 된 무슬림 권력으로 보지 않는 무슬림형제단을 용인할 수 없다.
 
  게다가 2013년과 2014년 이른바 리야드 합의에서 테러를 지원하는 59명의 개인과 12개의 단체를 명시하고 카타르가 이들을 후원하거나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다는 불만이 팽배한 상태였다. 2014년 대사 소환을 야기한 알카라다위도 바로 59명의 개인 명단에 올라 있다. 그래서 위 3항에서 2013년과 2014년에 한 합의를 지키라고 카타르에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알자지라에 대한 불만
 
중동 왕정에 대한 비판적 보도에 앞장서 온 알자지라 방송.
  그런데 카타르가 이웃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고 있다는 것은 무슨 말일까? 그것은 바로 알자지라 방송의 파괴력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중동의 CNN, BBC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언론이 알자지라 방송인데, 중동 내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성역 없이 보도하다 보니 권위주의 왕정국의 심사가 무척 불편하다.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알자지라 방송은 카타르 왕정에 대해서는 침묵하면서도 이웃 걸프 왕정국가, 특히 왕실 관련 사건이나 사고는 매의 눈으로 매섭게 보도하니 ‘공적(公敵)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알카라다위 같은 무슬림 지도자들이 이들 왕실을 비판하는 목소리를 여과 없이 보도하니 알자지라는 이란과 함께 순니 걸프 왕정의 안전을 위협하는 2대 불순분자다.
 
  사실 1만1521km2의 면적을 지닌 카타르는 우리나라 경기도만 한 크기로, 인구도 264만1169명에 불과한 소국이다. 이 중 카타르 시민권자는 약 4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작은 나라는 자원부국으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국가 중 하나다. 2017년 7월 세계은행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6년 1인당 국민소득은 7만5660달러로 세계 11위(우리나라 2만7600달러, 45위), 구매력평가기준상 1인당 국민소득은 12만5000달러로 세계 2위다(우리나라 3만5790달러, 49위).
 
  카타르는 세계에서 가장 큰 가스전을 페르시아만에서 이란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달리 이란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소국이 살아남기 위해 스위스처럼 자리매김을 하겠다는 것이 카타르의 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서로 다른 생각을 지닌 다양한 단체나 인물들에게 카타르는 좋은 안식처였다. 그러다 보니 이웃 국가들의 심경을 건드렸다. 특히 걸프 지역 큰형 노릇을 해온 사우디아라비아 입장에서는 카타르가 ‘돈 좀 벌었다고 이제 말을 안 듣는’ 버르장머리 없는 동생으로 보일 것이다.
 
  1971년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카타르를 이끈 사니 가문은 원래 사우디아라비아 왕실과 같은 사우디아라비아 중부 나즈드 지역 출신으로 와하비 사상의 계승자를 자처해 왔다. 수도 도하에 2011년 새로 건설한 모스크를 이맘 무함마드 이븐 압드 알와합 모스크로 명명했을 정도다. 그런데 외교단절 사태가 발생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 내 와합 후손들은 카타르 정부에 모스크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종교를 두고도 사우디아라비아와 불편한 관계다.
 
 
  중동의 냉전
 
  공교롭게도 카타르 단교 사태는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직후 불거졌다. 트럼프는 “중동 방문 중 나는 더 이상 극단주의 후원은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자들은 카타르를 가리켰다. 보시오!”라는 트윗을 남겨 반카타르 진영과 미국 사이에 사전 조율이 이루어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샀다. 결국 미 국무부에서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노력하면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도 미국이 카타르 알우데이드(al-Udeid)에 중동 최대의 공군기지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각에서는 미국이 극단주의자들과 싸우는데 그들에게 피란처와 자금을 지원하는 카타르를 버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대체 불가능한 곳이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미국이 현재 이란에 최대의 압박을 가하면서 핵을 완전하게 포기하게 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카타르를 버리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다. 오히려 카타르는 미국과 관계를 더 좋게 하기 위해 더 노력하고 있다.
 
  단교 사태 후 카타르는 오히려 이란과 더 가까워졌다. 이웃 국가가 하늘 길을 막자 카타르 항공은 이란 영공을 통해 날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를 통해 들어오던 식료품이 중단되자 이란이 배로 실어다 주고 있다. 자리프 이란 외무장관은 “이웃은 영원하다. 지리는 바꿀 수 없다. 강요는 결코 해결책이 아니다”라고 반카타르 진영의 압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터키는 카타르에 군대까지 파견하여 왕궁을 수호했다. 카타르 정부가 공식적으로 부인하긴 했지만, 터키군이 카타르 왕실 전복 기도 쿠데타를 막았다는 설(說)도 있다. 터키 군사기지 폐쇄나 터키와 군사협력이 중단될 기미조차 없다. 친(親)무슬림형제단 에르도안 터키 정부는 카타르의 든든한 후견자로 자리 잡았다.
 
  이제 GCC는 사실상 사망 선고를 받았다. 이제 걸프 지역은 반카타르 진영과 카타르의 ‘신(新)냉전 시대’로 급속히 접어들고 있다. 아울러 이 지역과 경제교류가 활발한 우리의 고민도 깊어갈 수밖에 없다. 카타르에서 우리가 수입하는 가스는 연간 총수입량의 3분의 1에 달한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는 늘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 주는 적극적인 우방국이다. 차가운 전쟁에서 우리의 국익을 극대화할 지혜와 인내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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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찬동    (2018-02-27)     수정   삭제 찬성 : 14   반대 : 15
좋은 글 감사합니다^^

20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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