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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시진핑이 東北으로 간 까닭은?

글 : 이장훈  국제문제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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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東北 지역은 과거 중국의 산업중심지였으나, 현재는 성장률 중국 최하위권
⊙ 시진핑, 조선족자치주 첫 방문, 창지투 개발 강조
⊙ 지린-훈춘 고속철도 개통, 新두만강대교 건설, 훈춘 국제관광구 등 진행 중
⊙ 中, 훈춘·나진항 통해 東海로 해군력 진출 가능… 美의 허를 찌를 수 있어

李長勳
⊙ 58세. 서울대 영문과 졸업.
⊙ 공군사관학교 영어교관, 《한국일보》 국제부 차장, 《주간한국》 편집장 역임.
⊙ 저서: 《홍군 VS 청군-미국과 중국의 21세기 아시아 패권 쟁탈전》
    《네오콘-팍스 아메리카나의 전사들》 《유러화의 출범과 21세기 유럽합중국》
    《유럽의 문화도시》 《러시아 곰은 웅담이 없다》 등.
중국 두만강 하류 팡촨(防川) 용호각에서 바라본 러시아·중국의 접경지역. 멀리 산너머로 동해가 보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주석 취임 이후 처음으로 동북(東北·중국에서는 ‘둥베이’라고 함) 지역을 방문했다. 시 주석은 지난 7월 16〜18일 옌볜(延邊)조선족자치주와 지린(吉林)성 일대를 둘러본 데 이어 불과 9일 만에 이례적으로 지난 7월 27일 랴오닝(遼寧)성 성도인 선양(瀋陽)을 찾았다.
 
  시 주석의 동북 지역 방문은 일견 국가 최고지도자의 통상적인 지방순시라고 말할 수 있다. 과거에도 중국 국가주석은 민생행보 차원에서 지방을 시찰하며 경제시설과 소수민족 거주지 등을 종종 찾았다. 하지만 미국과 함께 주요 2개국(G2) 반열에 올라 국제질서를 양분하고 있는 중국 최고지도자의 동선(動線)은 이제는 지방순시 이상의 의미를 지닐 수밖에 없다.
 
  행정구역상으로 지린성, 랴오닝성, 헤이룽장(黑龍江)성의 3개 성(省)과 옌볜조선족자치주가 있는 중국의 동북 지역은 북한, 러시아와 인접한 곳이다. 과거 만주(滿洲)라고 불렸던 중국 이 지역은 지정(地政)·지경(地經)학적으로 전략요충지이다.
 
  이 지역은 과거 여진족이 주로 살던 곳이다. 여진족은 17세기에 청(淸)나라를 세웠고 중국을 통치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일본이 이 지역에 진출했고, 1931년 만주사변에서 승리하면서 이 지역에 괴뢰정권인 ‘만주국(滿洲國)’을 세우고 식민지로 만들었다. 이 때문에 중국에선 이 지역을 ‘만주’라고 부르는 것을 금기시하면서 ‘둥베이(東北)’라고 부르고 있다. 일본은 이 지역을 중국 본토와 소련 침공을 위한 군사기지로 만들기 위해 중화학공업 시설을 대거 건설했다.
 
  이 지역은 1949년 중국에 편입됐다. 동북 3성의 면적은 78만9000km²로 중국 전체의 8.2%, 총 인구는 1억800만명으로 중국 전체의 8.3%를 차지하고 있다.
 
 
  東北의 쇠퇴 원인
 
  “동북의 부흥은 돌을 산 정상으로 밀고 올라가는 것(滾石上山)과 같다. 앞으로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2016~2020년) 기간 중 국가의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18일 지린성 성도인 창춘(長春)을 방문해 동북 3성 지도자들과의 좌담회에서 발언한 내용이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동북 3성 개발 계획의 어려움을 토로하면서도 앞으로 계속 동북 3성의 개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동북 지역은 지난 10년간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지만 최근 들어 경제적으로 상당한 난관에 봉착했다. 과거 중국의 대표적인 공업기지였던 동북 3성은 1990년대 계획경제가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구조적 어려움을 겪으며 동부 연해(沿海) 지역에 비해 낙후한 지역으로 전락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부는 2003년부터 동북진흥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그 결과 지난 10년간 동북 3성은 연평균 두 자리 수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천문학적인 재정투입을 지원받은 동북진흥정책은 철강, 석탄, 전력, 석유화학 등 중화학공업에 투자가 과도하게 쏠렸고 이 때문에 최근 중국 경제의 성장 둔화 국면에서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지역이 됐다.
 
  동북 3성 경제위기의 또 다른 요인으로는 지리적 약점도 있다. 남쪽으로는 폐쇄 국가인 북한과 국경을 마주하고 있고, 북쪽으로는 러시아와 몽골의 낙후 지역에 접해 있어 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 동북 3성의 가장 큰 무역 상대국은 일본이었지만, 2012년 중·일(中日) 관계가 악화된 이후 일본의 투자는 급격히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투자도 역시 감소세를 보여 왔다. 또 급속한 노령화(老齡化)와 인구의 외부 유출도 동북 지역 경제성장의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東北 3省 경제성장률, 중국 최하위권
 
지난 7월 16일 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자치주를 방문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옌지인민경기장에서 관계자들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5.8%, 6.5%, 5.6%로 국가 평균 경제성장률(7.4%)에 미달하는 등 중국 31개 성·자치구·직할시 가운데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의 올 1분기 성장률도 1.9%, 5.8%, 4.8%로 역시 바닥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죽하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도 지난 4월 9일 창춘을 방문해 “동북의 경제성장률은 내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면서 “동북 지역 경제구조는 확실히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리 총리는 “동북 지역 경제구조는 헤이룽장성에 있는 다칭(大慶) 유전과 지린성에 있는 이치(一汽) 자동차가 한 번 재채기를 하면 모두 감기에 걸리는 지경”이라고 지적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시 주석의 방문은 동북 지역 발전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시 주석과 공산당 지도부는 현재 제13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청사진을 어떻게 짜느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중국 공산당 지도부는 오는 10월 열리는 제18기 중앙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5중전회)에서 제13차 5개년 경제개발 계획의 기본방침을 심의 책정할 예정이다. 13차 5개년 계획은 경기 둔화세가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경제성장에 관한 목표 등을 어떻게 설정할지가 최대 관심사다. 13차 5개년 계획은 내년 봄 개막하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정식 승인을 받는다. 이런 일정을 앞두고 시 주석은 동북 지역을 방문해 13차 5개년 계획에서 추진할 정책 등을 사전 점검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주목할 점은 시 주석의 동북 지역 일정에서 첫 방문한 곳이 옌볜조선족자치주라는 것이다. 시 주석의 옌볜조선족자치주 방문은 2013년 주석 취임 이래 처음일 뿐만 아니라 장쩌민(江澤民) 국가주석이 1995년 방문한 이래 20년 만이다.
 
  중국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시 주석이 지난 3월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리징하오(李景浩) 옌볜조선족자치주 주장으로부터 방문 초청을 받았다면서 당시 시 주석이 초청을 수락했고 이번 방문은 그 약속을 지킨 것이라고 보도했다. 시 주석은 당시 리 주장에게 “창바이산(長白山·백두산의 중국 명칭)은 겨울에도 여행할 수 있느냐, 케이블카는 설치돼 있느냐”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시 주석의 방문은 신화통신 보도 내용과는 달리 다목적 포석이 있는 듯하다. 시 주석은 7월 16일 오전 전용기편으로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주도인 옌지(延吉)시 공항에 내린 후 가장 먼저 옌볜박물관을 찾아 조선족의 전통 풍습과 역사 등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옌지는 두만강에서 40여km 떨어진 곳이다.
 
  시 주석은 김휘(金輝) 관장에게 조선족의 난방 방식인 온돌에 대해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고, 옌볜에서 중국어와 조선족 언어(한국말) 두 가지로 ‘쌍어(雙語)’교육을 하는 데 대해서는 “대단히 훌륭하다”고 평가했다. 중국 최고지도자가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이중언어(bilingual)교육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은 상당히 의미심장하다. 중국 정부는 분리 독립 움직임을 보여 온 신장(新彊)위구르자치구와 시짱(西藏·티베트)자치구에선 언어, 문화, 전통 등을 말살하고 자국(自國)에 동화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해 왔다.
 
 
  시진핑, 양반다리 하고 앉아 대화
 
  시 주석은 이어 같은 날 오후에는 하이란(海蘭) 강변에 위치한 허룽(和龍)시 둥청(東城)진 광둥(光東)촌 등을 찾아 농촌실태 등을 점검했다. 시 주석은 옌볜의 최대 쌀 생산기지로 꼽히는 이곳에서 “여기서 생산된 쌀은 주로 어디로 팔려 나가느냐” “잘 팔리느냐. 요즘에는 식량도 브랜드가 있어야 잘 팔린다. 올해 풍작을 기원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시 주석은 광둥촌의 한 조선족 가옥을 방문, 신발을 벗고 방안에 들어가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마을 사람들과 얘기를 나눴다. 중국인들은 신발을 신고 방에 들어가는 구조로 되어 있는 방에서 침대와 의자 생활을 하기 때문에 양반다리를 틀고 앉는 법을 모른다. 그런데도 시 주석은 매우 평안한 모습으로 무릎을 꺾고 다리를 포개 앉았다. 관영 CCTV는 시 주석이 소수민족인 조선족 농민들과 격의 없이 이야기를 나누는 친민(親民)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보도했다.
 
  조선족 마을을 처음 방문한 시 주석은 조선족이 아직 외부 화장실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농업현대화가 진전됨에 따라 화장실도 혁명이 필요하다”면서 “농촌에서 위생적인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시 주석은 이어 “기본적인 공공서비스가 농촌과 빈곤 지역에 집중돼야 한다”면서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리는 상태) 사회에 어느 소수(少數)민족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옌볜 방문은 무엇보다 소수민족의 일체화를 위한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국가이며, 14억 인구에서 한족(漢族)은 12억3000만명으로 인구의 91.5%를 차지하고 있다. 한족을 제외한 55개 소수민족은 중국 인구의 약 8.5%에 불과하지만 이들의 영토는 중국의 64%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중국 정부의 최우선 과제는 소수민족들을 중화민족에 동화시키는 것이다.
 
 
  北·中 관계 개선 움직임
 
  조선족은 우리나라와 같은 핏줄인 중국 국적의 한민족(韓民族)을 말한다. 조선족이 중국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살기 시작한 것은 대략 1860년대로 추정된다. 당시 조선족은 7만여 명에 달했다. 1900년에는 22만명으로 늘었고 이후 일제(日帝) 강점기에는 170만명이나 됐다. 해방 후 79만명은 한반도로 돌아왔다. 1953년 중국 정부의 인구센서스 조사를 보면 조선족은 112만명으로 기록됐다. 이후 조선족 인구는 지속적으로 늘어나 2007년 276만명에 달했다. 하지만 2010년엔 183만으로 줄어들었다. 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외화 벌이 등으로 우리나라와 미국 등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조선족은 중국의 55개 소수민족 중에서 인구 면에서 13번째인데, 대부분 동북 3성에 살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1952년 지린성 동부에 옌볜조선족자치주를 만들고 조선족들을 거주하도록 했다. 옌볜조선족 자치주는 주도인 옌지를 비롯해 투먼(圖們), 둔화(敦化), 룽징(龍井), 훈춘(琿春), 허룽 등 6개 현급 시와 안투(安圖)현과 왕칭(汪淸)현 등 2개 현으로 구성됐고 면적은 43474km²이다.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인구는 지난해 말 현재 227만명이고 이 가운데 조선족은 35.12%인 79만9000여 명이다.
 
  시 주석의 옌볜 방문은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겨냥한 행보라고 볼 수도 있다. 북·중(北中) 관계는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친중파(親中派)였던 장성택 처형 등으로 2년 넘게 고위급 교류가 중단된 상태이다. 북·중 무역도 계속 줄어들어 왔다. 올해 1~5월 북한의 대중(對中) 수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3% 줄었고, 대중 수입은 14.3% 감소했다. 북한은 무역의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해 왔다.
 
  특히 이 지역은 북·중·러의 경계지역으로 투먼과 훈춘 등을 통해 접경무역이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 때문에 시 주석은 이 지역을 발판 삼아 북한·중국·러시아 3국을 잇는 동북진흥 계획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선스순(沈世順) 중국 국제문제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전협력 연구부 주임은 “시 주석의 옌볜 방문은 중국 정부가 북한에 대해 한편으로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여전히 북·중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시 주석은 오는 9월 3일 베이징에서 열릴 예정인 ‘중국 인민 항일 전쟁 및 반(反)파시스트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김정은을 초청한 상태다. 일각에선 김정은이 열병식에 참석할 경우 북·중 관계가 해빙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북한도 중국과의 관계개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김정은은 지난 7월 27일 정전협정 62주년을 기념해 평안남도 회창군에 있는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에 본인 명의의 화환을 보냈다. 김정은이 화환을 보낸 것은 2013년 7월 이후 처음이다.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은 6·25전쟁에 참전한 중공군 전사자들의 유해가 안장된 곳으로, 중국을 건국한 마오쩌둥(毛澤東)의 아들 마오안잉(毛岸英)도 이곳에 묻혀 있다.
 
 
  창지투 개발 통해 태평양 진출 시도
 
중국은 창지투 개발을 통해 동해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시 주석이 “창지투(長吉圖) 개방 선도구를 설치한 것은 중앙(당과 정부)의 중요한 조치”라며 “국경 지역을 개방해 동북아 국제협력을 확대하는 것은 동북 지역 진흥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시 주석은 “창지투 개방 선도구가 동북 지역 대외개방의 모범구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창지투는 창춘(長春), 지린, 투먼(圖門)의 앞 글자를 딴 말이다. 중국 정부는 그동안 창춘-지린-투먼을 연결하는 대규모 두만강 유역 개발 프로젝트인 ‘창지투 개방 선도구’ 개발 계획을 적극 추진해 왔다.
 
  창지투 개발 계획 내용을 보면 오는 2020년까지 2800억 위안을 투입해 이 지역을 첨단산업기지이자 동북아 물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지역을 교두보로 우리나라와 러시아, 나아가 일본까지 교역을 확대함으로써 동북아의 물류 주도권을 잡고, 태평양으로 진출하겠다는 구상이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항을 10년간 임차해 동해 진출의 발판으로 삼았다.
  중국이 창지투 개발 계획을 성공시키려면 북한과의 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항구가 없는 이 지역의 특성상 동해를 통해 태평양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북한의 항구를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북한의 나진항 1호 부두 사용권을 10년간 임차했다. 겨울에도 얼지 않는 부동항인 나진항은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창지투 개발 계획의 연결 고리가 될 수 있다. 중국 지린성은 지난 4월 발표한 ‘지린성동부녹색전환발전구역총계획’에서 북한 항구를 적극적으로 개발해 이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는 북한의 나진항까지 도로와 철도를 연결해 육·해 복합운송을 활성화시킬 경우 자국의 남방과 한국, 일본 등을 오가는 항로 개설을 본격화하고 낙후한 동북 지역을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해 왔다. 중국 정부는 이와 함께 북한과 러시아 항구를 통해 동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새로운 북극해 항로 개척에 나설 계획도 추진해 왔다.
 
 
  중국의 ‘借港出海’전략
 
  중국의 동해 진출은 오랜 숙원이다. 청나라는 러시아제국과 1859년 아이훈조약, 1860년 베이징조약을 체결함으로써 두만강 하류 지역 100km²를 상실했다. 1886년 ‘중·러 훈춘 동계약(東界約)’이 체결돼 중국 선박의 출해권(出海權)을 일시적으로 인정받아 훈춘과 동해의 원산, 부산, 니가타, 나가사키로 연결되는 항구 도시 간 무역이 활발해지기도 했다. 1938년 일본군이 두만강 하구를 막자 중국의 동해 진출은 다시 봉쇄됐다.
 
  제2차 대전이 끝나고 공산당이 본토를 차지한 이후 중국 정부는 그동안 북한과 소련을 향해 줄기차게 동해 출해권을 요구했다. 이른바 항구를 건설해 바다로 나아간다는 ‘건항출해(建港出海)’ 전략이었다. 하지만 소련은 북한을, 북한은 소련을 핑계 삼아 사실상 중국의 출해권을 거부했다.
 
  중국은 1993년부터 건항출해 전략에서 ‘차항출해(借港出海)’ 전략으로 전환했다. 항구를 빌려 동해로 나가겠다는 것이다. 결국 중국이 확보하려는 것은 훈춘-나진항 루트이다. 중국은 두만강 하구와 인접한 나진항을 동북 3성이 태평양으로 뻗어 갈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로 주목해 왔다. 나진항은 1921년 문을 열었다. 일본은 괴뢰국인 만주국을 세운 이후 지금의 창춘과 투먼을 연결하는 철도노선을 한반도의 북단까지 연장하는 계획을 세웠고, 철도의 끝 지점 항구를 나진으로 결정했다. 이후 일본은 만주철도회사를 앞세워 나진을 전략적인 항구로 개발했다. 나진항은 한반도종단철도(TKR), 시베리아횡단철도(TSR), 만주횡단철도(TMR) 등이 만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훈춘에 ‘超국경 국제관광구’ 개발
 
중국이 超국경 국제관광구로 개발하려는 훈춘시의 모습. 한자, 러시아 키릴문자, 한글로 된 간판들이 눈길을 끈다.
  이 때문에 중국은 훈춘과 나진을 연결하려고 애쓰고 있다. 훈춘은 나진과 러시아의 하산을 잇는 3국 경제협력 벨트의 꼭짓점에 해당하는 곳이다. 중국 정부는 오는 10월 지린-훈춘 고속철도를 개통할 예정이다. 총연장 360km인 이 고속철은 시속 250km로 지린-자오허(蛟河), 둔화, 안투, 옌지, 투먼, 훈춘 등 옌볜조선족자치주의 주요 도시를 지난다. 이 고속철을 개통하면 기존 철도는 화물열차 운행 위주로 전환돼 해당 노선의 화물수송 능력이 획기적으로 향상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고속철은 또 창바이산, 쑹화(松花)호, 기산(奇山), 라파(拉法)산 등 동북 지역의 주요 명승지를 지난다.
 
  중국은 지린-훈춘 고속철도 건설에 416억 위안(7조3000억원)을 투입했다. 중국 정부는 2012년 훈춘국제합작시범구를 설립하고 그동안 본격적인 개발 사업을 추진해 왔다. 훈춘국제합작시범구는 중국의 변경 도시들 가운데 유일하게 국가급 경제특구로 지정됐다. 2020년까지 조성할 시범구는 90km² 면적에 국제산업합작구역, 국경무역합작구역, 북·중 훈춘경제합작구역, 중·러 훈춘경제합작구역 등 4개 구역으로 구성됐다.
 
  훈춘은 또 천혜의 관광자원을 갖고 있어 국제 관광도시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은 지난 2월 30km² 규모의 ‘초(超)국경 국제관광구’를 개발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훈춘 일대를 중심으로 북한 나선시 두만강동과 러시아 연해주 하산구에서 각각 10km² 토지를 편입해 온천 호텔과 골프장을 포함한 관광·레저·오락 시설을 종합적으로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이 계획이 실현될 경우 북·중·러는 물론이고 외국인 관광객도 별도 비자 없이(무비자) 이곳을 방문해 3국 문화와 자연을 체험하고, 골프와 면세점 쇼핑 등을 할 수 있게 된다. 북·중·러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팡촨(防川)의 전망대에는 국제관광구 개발에 대한 계획을 담은 안내판도 설치돼 있다.
 
 
  훈춘-블라디보스토크 高速鐵 추진
 
중국과 북한을 잇는 기존의 두만강대교(왼쪽)와 나란히 신두만강대교를 건설 중이다.
  중국은 두만강을 건너는 국경 다리 8개를 새로 건설하고, 취안허(圈河)와 나진을 잇는 도로를 정비해 나진항을 활용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특히 현재 새로운 국경다리인 신두만강대교 건설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중조(中朝) 변경 취안허통상구 대교’라는 명칭의 이 다리를 연내 개통할 예정이다. 공사비 1억6800만 위안(300억원)이 들어간 이 다리는 창지투 프로젝트와 북·중·러 접경 지역에 위치한 훈춘, 북한 나진항을 잇는 주요 접점이다. 새 다리는 기존 두만강대교의 상류 30m 지점에 평행해 들어서며 총길이 630m, 왕복 4차선 규모에 차량통행 속도 시속 60km로 설계했다.
 
  중국은 러시아와 합작으로 훈춘-블라디보스토크 간 고속철도 건설도 추진 중이다. 두 지역의 거리는 180km이지만 도로 사정이 안 좋아 현재 차로 5시간이 걸린다. 고속철도가 개통되면 한 시간 남짓이면 오갈 수 있게 된다. 지린성은 러시아 최대 항만운영 기업인 슈마그룹과 연해주 하산구 자루비노항 개발 사업을 공동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훈춘-자루비노-부산을 연결하는 신규 항로를 이미 개설해 정기 컨테이너선이 오가고 있다.
 
 
  16집단군에 전투태세 확립 지시
 
  훈춘은 중국의 입장에서 볼 때 군사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하다. 훈춘은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해 중국이 군사력을 투입할 수 있는 가장 최적지 중 한 곳이다. 훈춘은 또 러시아의 군사력을 견제할 수 있는 적절한 지역이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18일 창춘에 주둔한 선양군구 소속 제16집단군을 찾아 “앞서 가는 사상, 훈련을 통한 전쟁 대비, 솔선수범 자세 등으로 새로운 형세와 임무에 맞춘 부대 관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특히 시 주석은 “제16집단군은 홍군(紅軍·인민해방군의 전신)의 혈맥을 잇는 전통 있는 부대”라면서 전투태세 확립을 지시했다.
 
  선양군구는 한반도에서 급변사태가 발생할 경우 가장 먼저 출동하는 부대들이 모여 있다. 선양군구 예하에는 제16집단군, 제39집단군, 제40집단군이 있다. 이들 3개 집단군은 6·25전쟁 당시 한반도를 침공했던 부대들이다. 이들 3개 집단군은 북·중 접경을 담당하고 있어 북한 급변사태 발생 등 한반도 유사시 가장 먼저 출동한다.
 
  러시아는 2010년 연해주 하산에서 대규모 북한 난민 유입에 대비한 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었다. 러시아도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비하고 있는 만큼, 중국은 러시아의 움직임을 견제할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상호 협력할 수도 있다.
 
  가장 중요한 점은 중국이 훈춘을 통해 나진항까지 군사력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국이 앞으로 나진항을 통해 자국 동북 지역 자원과 화물을 남부 산업 지역으로 운반하면서 수송로 보호를 명분으로 동해에 해군력을 상주시킬 가능성도 있다. 미국과 중국이 남중국해와 동중국해를 둘러싸고 팽팽하게 맞서는 와중에서 중국 해군 함대가 나진항을 통해 동해로 진출할 경우, 미국으로 볼 때 배후의 허를 찔리는 셈이다. 일본으로서도 자국의 바다라고 주장하는 동해에서 중국 해군 함대가 출몰한다면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러시아 태평양함대의 모항(母港)은 블라디보스토크이다.
 
  이런 전략적 구도를 볼 때 훈춘은 중국 해군력의 동해 진출 배후기지가 될 수 있다. 때문에 훈춘은 중국이 구상하는 ‘두만강 대계(大計)’의 중심지라고 볼 수 있다.
 
 
  一帶一路계획과 연계
 
  시 주석은 자신이 강력하게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계획과 동북 3성을 연결해 동북 진흥의 계기로 삼으려는 의도도 보였다. 시 주석이 지난 7월 17일 오전 창춘에서 중국 국영 고속철회사 중처(中車)도 방문해 열차조립공장 등을 둘러본 것도 이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진찬룽(金燦榮) 런민대 국제관계학원 부원장은 “동북 3성과 러시아·몽골·북한을 아우르는 육상 실크로드는 동북지역과 주변국들을 모두 아우르는 광의의 개념”이라고 밝혔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시 주석이 지난 7월 27일 선양을 방문한 것도 상당한 함의가 있다. 시 주석의 선양 방문은 2013년 8월 28〜31일에 이어 1년 11개월 만이다. 당시 시 주석은 항공모함 랴오닝호에 승선하고, 군부대를 시찰했다.
 
  시 주석은 이번 방문에서 리밍(黎明)항공엔진사와 화천(華晨)BMW를 찾아가 업무 현황을 보고받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리밍항공엔진사는 1954년 설립돼 중국의 제1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1955~1960년) 기간 중 156개 국가 중점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중국에서 처음으로 터보제트엔진을 만든 주요 엔진제작 업체다. 화천BMW는 2003년 5월 독일 BMW와 중국 화천자동차지주회사가 만든 합자회사로 세계적인 명품차 BMW를 제조·판매하면서 주소지와 생산 공장을 선양에 두고 있다.
 
  시 주석의 선양 방문은 우리나라와도 관련이 있다. 시 주석은 “랴오닝성이 추진 중인 대외개방을 더욱 적극적으로 하라”면서 “일대일로 계획과 관련해 잉커우(營口) 자유무역시범구 사업에 차질이 없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항구도시인 잉커우는 최근 중국 최대의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와 협정을 맺고 잉커우항무(港務)회사를 통해 전국적인 첫 번째 화물 플랫폼(운영체제)을 운영하기로 했다. 잉커우는 지난해 물동량 3억3000t, 컨테이너 561만1000TEU를 처리하는 등 중국에서 8위, 전 세계에서 12위를 기록했다. 잉커우는 앞으로 일대일로 계획과 연계해 러시아·몽골로 이어지는 물류 운송의 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북 지역 제2의 항만도시이자 랴오닝성의 대표 관문도시 중 하나인 잉커우는 최근 한·중 FTA 시범지역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東北 省·市들, 한국과 經協에 관심
 
중국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新압록강대교는 원래 작년 상반기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나, 北·中 관계 악화로 현재 중단한 상태다.
  랴오닝성은 연내 발효할 한·중 FTA를 계기로 본격적으로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선양시 대외경제무역국은 “한·중 FTA가 발효되면 양국 무역은 해상운수 위주로 진행될 것이므로 서해와 보하이(渤海)만의 항구도시가 이익을 보게 된다”고 밝혔다. 선양시에 따르면 지난해 랴오닝성에 진출한 한국 기업은 4419개로 64억7800만 달러를 투자해 전체 2위를 차지했다.
 
  랴오닝성은 인천·대전·성남·부산 등 우리나라 우호 도시들과의 교류를 강화하고 각종 산업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 항구도시인 다롄(大連)과 잉커우를 우리나라와의 무역 화물창고·물류배송·중계무역 거점으로 구축하며 선양에 한국 제품 중심 유통단지를 만들어 농수산품·화장품·의류·식품 등을 취급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국경도시인 단둥(丹東)시도 한·중 FTA 발효를 계기로 한국과 연결되는 중국 동북3성의 교두보로 만들겠다는 전략을 밝혔다. 압록강 하구에 위치한 인구 250만명의 단둥은 철도와 도로를 통해 북한 신의주와 오가는 화물량이 북·중 교역총량의 70~80%에 달하는 최대 교역거점이다. 서해로 통하는 항만을 갖춘 단둥시는 한·중 FTA를 계기로 우리나라와의 상품과 서비스 교역이 대폭 증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이달 말에는 선양과 단둥을 연결하는 총연장 205km의 고속철도가 개통된다. 단둥은 오는 10월 말에는 중국 동북 최대 항만도시인 다롄과도 고속철도로 연결돼 낙후한 국경도시에서 한반도와 맞닿은 허브도시로 탈바꿈할 것으로 예상된다.
 
  동북 지역에서 북한과 접경하고 있는 도시들은 그동안 ‘친북(親北)’ 성향을 보여 왔지만,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면서 우리나라와의 경제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태도 변화는 시 주석이 북한과의 맹목적인 ‘혈맹’이 아닌 정상적인 국가관계를 강조해 온 지침에 따른 것이다. 중국 국무원 산하 발전연구센터 세계발전연구소 볜샤오춘(卞曉春) 상무부소장은 “북한이 최근 시장을 개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만 여전히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고 관련 정책과 법규도 마련되지 않았다”면서 “북한에 대한 투자가 위험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東北은 중국의 미래 성장동력
 
  시 주석의 동북 지역 행보를 보면 중국 정부가 앞으로 동북아 시대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중국은 남북한의 통일, 러시아의 극동 개발 전략, 일본의 동해 진출 전략에 맞서려면 자국의 동북 지역 개발을 적극 추진하는 것이 경제적 우위를 선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치·외교적으로도 유리하다고 생각해 왔다.
 
  일본이 과거 제국주의 시절 동북 지역을 점령했던 것도 이 지역이 지경·지정학적 전략 요충지이기 때문이었다. 중국도 동북 3성을 미래의 성장동력으로 삼고 앞으로 동북아 시대를 맞아 자국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적극 개발에 나선 것이다. 동북 지역을 향한 시 주석의 심모원려(深謀遠慮)가 그 어느 때보다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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