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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포커스

미국 하원 통과한 2016년 국방수권법안에 숨은 뜻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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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라는 문구 중 왜 ‘글로벌’이란 표현에 주목하지 않을까
⊙ 중동~한국 간 에너지 수송라인(Sea line)에 대한 한국의 책임인 듯… 중동석유 의존율 80%인
    한국에 에너지 수송라인은 生死의 문제
⊙ 일본은 미일동맹2.0, 중국은 一帶一路 구상 통해 에너지 수송라인 확보 노력
⊙ 美, 한미정상회담서 한국에 “Sea line 無賃 승차 더 이상 안 된다” 통보하고 싶었을 것

劉敏鎬
⊙ 54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Pacific, Inc’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작년 5월 16일 소말리아로 출항하는 문무대왕함. 미국의 중동정책 변화에 따라 한국은 해상수송로를 지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15일, 미(美)연방하원은 2016년도 국방수권법안(National Defense Authorization Act for Fiscal Year 2016)을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6120억 달러의 국방예산을 중심으로 하면서, 하원이 요구하는 군사 관련 각종 정책법안을 담고 있다. 상원에서 통과할 법안과의 절충을 통해 올가을 2016년도 최종 국방수권법안을 만들 예정이다.
 
  이 법안의 하원 통과 당시 한국의 언론은 국방수권법안의 핵심을 두 가지 측면에서 분석했다. 첫째는 미 하원이 이 법안에서 북한을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현재의 북한이 테러 국가는 아니지만, 테러를 지원하는 나라로서 경제·군사적 제재를 받는다는 의미다. 둘째는 미 하원이 박근혜(朴槿惠) 대통령의 드레스덴선언(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을 지지하고, 한미동맹도 한층 더 강화하자는 입장을 국방수권법안에 삽입했다는 점이다.
 
  한국 언론의 국방수권법안 관련 보도를 접하면서 필자의 마음은 착잡했다. 세상 돌아가는 것과 동떨어진 골목대장, 우물 안 개구리식 분석이기 때문이다. 한국인 입맛에 맞게 보도했을 뿐, 미국이 이 법안을 통해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관심이나 연구가 보이지 않았다.
 
  미국이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한 것은 뉴스도 아니다. 왜 북한을 테러 당사국이 아니라 테러 지원국으로 규정하는 데 그쳤는지에 대한 심층분석이라면 뉴스가 될 수 있겠지만, 그 같은 기사는 하나도 없었다. 드레스덴선언 지지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메르스 때문에 연기)에 앞선 ‘립 서비스’ 정도라고 보면 된다.
 
 
  美하원이 제시한 韓美동맹의 새 청사진
 
  하원이 통과시킨 국방수권법안 중 한국 관련 내용의 핵심은 한미(韓美)동맹의 근본적·질적(質的) 변화에 있다. 보다 업그레이드된 양국 간의 동맹관계에 관한 내용이 2016년 국방수권법안 속에 ‘끼어’ 들어가 있다. 하원이 법안 통과 직전에 추가로 삽입한 조항인, ‘한미동맹 강화에 관한 연방의회의 인식(Sense of Congress on opportunities to enhance the United States Alliance with the Republic of Korea)’이 그것이다.
 
  이 조항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보다 강화된 양국동맹의 미래”라고 선언하고 있다. 여기서 키워드는 ‘글로벌’이라는 단어다. 기존의 한미동맹은 한반도 유사시에 대비한 동맹이다. 유럽·중동·아프리카와 같은 미군의 작전 지역에 한미동맹을 활용하는 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하원이 추가한 조항은 한미동맹이 그 같은 기존의 동맹 개념을 넘어서서 문자 그대로 21세기판 글로벌 동맹으로 발전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다.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이라크 파병에서 보듯 한국은 동맹국인 미국의 전쟁에 부분적으로 참여해 왔다. 그러나 그 같은 전쟁 참가는 ‘동맹국 지원’이라는 차원에서 특별하고 한시적(限時的)인 조치일 뿐, 한미동맹에 기초한 의무사항은 아니다.
 
  국방수권법안 속의 ‘한미동맹의 미래’는 한반도 전선(戰線)만이 아니라, 글로벌 차원의 협력을 전제로 한 것이다. 쉽게 말해 지난해부터 가속화되고 있는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같은 개념을 한미동맹에도 도입하자는 것이 하원의 생각이다. 2016년 국방수권법안은 바로 그 같은 입장을 처음으로 명문화한 것이다. 그것은 워싱턴이 요청하는 한미동맹의 청사진이다.
 
 
  미국이 朴槿惠 대통령을 초청한 이유
 
작년 4월 25일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후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메르스로 인해 미뤄졌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가까운 시일 내에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의 2013년 5월 초 워싱턴 방문 때, 양국 정상(頂上)은 화기애애한 만남을 가졌다. 2년이 지난 2015년 여름, 그 같은 따뜻한 분위기는 어제의 기억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한미동맹 강화, 북핵(北核)공동대응이란 관점에서의 양국 간 결의가 돋보이기는 하지만, 뭔가 달라졌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은 미국 측의 초청에 따른 이벤트였다. 이미 지난 4월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워싱턴을 다녀갔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도 오는 9월 이후 워싱턴을 국빈(國賓)방문할 예정이다. 더불어 인도네시아 등 다른 아시아권 정상의 워싱턴 방문도 추진되고 있다.
 
  미국의 박근혜 대통령 초청은 미국의 대(對)아시아 정책의 일환이라는 얘기다. 한국 측과 의견을 나누기보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의 메시지를 한국에 전하기 위해 초청한 것이다.
 
  오바마가 박 대통령을 만나 전할 메시지는 한국인에게 듣기 좋은 ‘감언이설(甘言利說)’에 그치지 않을 것이다. 우정 어린 몸짓, 품위 있는 얘기와 더불어, 미국이 구상하는 세계관에 기초한, 새로운 ‘방침과 정책’을 제시할 것이다. 아니, 제시라기보다는 “우린 이 길로 가기로 결정했다. 한국은 거기에 맞추기 바란다”는 입장의 통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겁쟁이 카우보이’ 미국
 
  모두가 인정하듯, 21세기 미국은 냉전(冷戰) 당시의 ‘절대상전(上典)’과 다르다. 미국이 세계 최강의 슈퍼파워인 것은 분명하지만, ‘총을 쏘지 않는 카우보이’로 바뀐 지 오래다.
 
  시리아 사태와 IS를 대하는 미국의 자세를 보면 ‘겁쟁이 카우보이’의 실상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 아사드 대통령을 쫓아내기 위해 반군(叛軍)을 지원했다. 그러나 반군을 돕기 위한 미군의 공습(空襲)은 실행 직전에 취소됐다. 우방국이던 영국의 의회가 공습 참가를 거부하자, 오바마도 갑자기 공습 여부 결정을 미국 의회에 떠넘겼다. 오바마 단독으로 공습 여부를 결정할 경우, 자신의 이미지 훼손은 물론, 미국 혼자 욕을 얻어먹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결국 의회의 반대로 미국의 시리아 반군 지원 공습은 무산됐다.
 
  그 과정에서 수니파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들이 반(反)아사드 투쟁의 선두에 서게 됐다. 이들이 현재 IS의 핵심이다. 이들은 미국의 지원을 기대하지 말고 직접 수니파 국가를 세워 아사드와 싸우자는 세력들이다. 결국 오바마와 미 의회의 우유부단한 카우보이 행보가 IS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현재 IS는 시리아만이 아니라, 이라크까지 전복시킬 수 있는 세력으로 성장했다. 오바마가 보여줄 수 있는 대응은 잘해야 공습이다. 지상군 파견은 처음부터 논외(論外)의 대상이다. 카우보이가 총을 쏘기를 거부하는 상태에서, IS의 확장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다.
 
  겁쟁이 카우보이는 자신과 고통을 나눌 친구를 필요로 한다. 냉전 때처럼 미국에 의한 일방적 선언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어떤 정책과 방침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통보할까?
 
 
  자위대는 정말 한반도 진출 원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안보 문제다. 미국은 지난 4월 말 아베의 의회 연설을 통해 가시화된 미일동맹2.0의 후속조치를 한국에 통보할 것이다.
 
  미일동맹2.0은 보는 각도에 따라 여러 가지 분석이 가능하다. 한반도 유사시 자위대 파견 문제는 한국이 가장 신경을 쓰는 문제다. 북한이 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과 더불어 미일동맹을 적극 활용하자는 것이 미국의 생각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일본의 기뢰 설치와 제거작업 능력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잘 활용하면 한반도 유사시 북한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해상 진출을 저지하는 데 매우 유용할 것이다. 자위대 군화가 한반도 안까지 들어온다는 데 대해 반감이 있겠지만, 사실 일본을 밀어넣는 것은 미국이다. 해상자위대의 작전을 통해 유사시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고 미군의 피해를 줄이고 싶기 때문이다.
 
  일본은 한반도 유사시 자국민 구출을 위한 관여에는 적극 찬성이다. 그러나 한반도 전쟁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에는 내심 부정적이다. ‘자위대 한반도 진입 시 한국 정부 허락 필요’라는 뉴스가 이어지고 있지만, 사실 그 반대의 상황도 가정해 볼 수 있다. 한국이 필요로 하지만 거꾸로 자위대가 한반도 진입을 거부하는 상황이다. 아직 그 같은 얘기는 표면화되고 있지는 않다. 필자의 관측이지만, ‘아주 가까운 시일 내’에 자위대의 한반도 진입에 반대하는 논리와 근거가 일본에서 등장할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은 미일동맹2.0을 어떤 식으로 해석할까? 미일동맹2.0을 적극 추진한 가장 큰 목적은 무엇일까? 군사력 팽창을 노리는 일본 우익의 환상 때문일까?
 
  우선 미일동맹2.0은 중국이 호시탐탐 노리는 센카쿠(尖閣) 열도를 지키기 위한 ‘보험’이다. 보다 거시적으로 보면, 중국의 군사력 팽창에 맞설 21세기 일본의 안전보장 구도에 해당한다.
 
  그러나 대중(對中) 안보정책 차원에서 미일동맹2.0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잊기 쉬운 것이 하나 있다. 경제적 관점에서 본 미일동맹2.0이다. 미일동맹 2.0은 일본 경제의 사활이 걸린 문제에 대응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에너지 수송라인, 즉 시라인(Sea Line)의 문제다. 1만2000km에 달하는 중동과 도쿄(東京) 사이 바다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이 미일동맹2.0이 갖는 경제적 관점의 핵심이다. 시라인은 중동과 인도양, 남중국해, 동중국해, 한반도 전체를 망라하는 경제에 기초한 전술전략적 개념이다.
 
  에너지 수송라인을 대하는 한국의 자세는 일본과 크게 다르다. 한국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수송라인에 대해 관심이 없다. 문제가 생긴다 해도 지금까지 그러했듯이, 누군가에 의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이라 믿는 듯하다.
 
  일본은 어떨까? 한국이 보면 과대망상증이라고 할 만큼의 위기의식 속에 빠져 있다. 지난 5월 3일 NHK 일요토론에서 자민당 부총재 고무라 마사히코(高村正彦)가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한 내용을 살펴보자.
 
  “호르무즈 해협에서 석유가 공급되지 못해 국내에서 등유도 없어지고, 혹한지에서 동사자(凍死者)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에서 국민의 (정부4에 대한) 권리가 철저히 무시된다는 의미라 볼 수 있다.”
 
  고무라의 발언은 “왜 중동까지 가서 기뢰제거 작업을 해야만 하는가”라는 야당 측의 반발에 대한 답변이다. 중동 유사시를 가정해 해상자위대, 나아가 육상자위대의 파견도 당연하다는 논리다.
 
 
  긴장이 고조되는 호르무즈 해협
 
중동의 요충 호르무즈 해협.
  호르무즈 해협은 미일동맹2.0과 더불어 일본 신문·방송에 자주 등장하는 지명이다. 구글 검색창에 들어가 일본어로 ‘호르무즈 해협(ホルムズ海峡)’을 넣으면 총 34만9000건 정도가 나온다. 한국어 구글은 4만5500건이다(2015년 6월 10일 기준). 호르무즈 해협이 신문·방송의 키워드로 등장한 이유는 간단하다. 호르무즈 해협이 차단될 경우 일본으로의 석유 수송이 전면 중단되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아라비아반도 동쪽에 위치한, 아라비아해와 오만해를 연결하는 폭 33km의 좁은 바다다.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북쪽의 이란, 남쪽의 오만과 아랍에미리트(UAE)를 끼고 있는 수심 85m의 요충지로, 전(全) 세계 석유 수송의 대동맥이다. 하루 평균 1700만 배럴의 석유를 실은 초대형 유조선들이 통과한다. 사우디아라비아만이 아니라, 이라크·쿠웨이트·이란 석유의 해상수출로이기도 하다. 일본의 경우, 석유 총수입량의 80% 정도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매일 약 10척, 1년간 3400척의 초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해 일본으로 들어간다.
 
  호르무즈 해협은 지난 4월 말 이후 세계 뉴스의 키워드로 부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 내전에 개입한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정부군을, 이란은 후티 반군을 지원하고 있다. 예멘 내전은 호르무즈 해협을 사이에 둔 수니파(사우디아라비아)와 시아파(이란) 간의 대리전(代理戰)이다.
 
  이란은 같은 시아파인 후티 반군 지원에 나서면서 자국령 호르무즈 해협의 해상봉쇄에 들어갔다. 사우디아라비아와 가까운 수니파 국가의 선박도 나포했다. 이 과정에서 이란은 덴마크 상선도 나포했다.
 
  그러자 미국은 즉각 항공모함을 보내 이란의 해상봉쇄를 차단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상선에 대한 안전 확보에 나선 것이다. 미국의 관여로 현재 이란의 호르무즈 해상봉쇄는 한풀 꺾인 상태다. 그러나 이란은 자국의 낡은 함선을 동원한 성전(聖戰)을 다짐하고 있다. 예멘 내전이 언제 어떤 방향으로 언제까지 갈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2015년 초여름의 호르무즈 해협은 태풍의 눈이다.
 
  호르무즈 해협에 위협이 되는 것은 미국과 이란 간의 대치만은 아니다. IS와 같은 극단주의자들의 영향력이 중동 전체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민당 부총재 고무라의 발언은 이 같은 상황에서 나온 것이다. 장차 호르무즈 해협에서 미국이 전쟁에 휘말릴 때, 일본은 미일동맹2.0에 따른 의무 때문만이 아니라, 에너지 수송라인 확보를 위해서도 현지에 가서 작전을 행할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無賃승차는 끝났다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중동석유는 한국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한국의 중동석유 의존도는 전체 석유 수입량의 82.2%에 달한다(2015년 1월 기준, 석유공사 통계). 일본과 거의 비슷한 비율이다. 1일 기준으로, 한일 양국의 석유 총수입량을 보면 일본이 455만 배럴, 한국이 246만 배럴에 달한다. 석유 수입 1위국인 미국 888만 배럴, 2위인 중국의 657만 배럴에 이어 일본이 3위다. 한국은 4위인 인도 283만 배럴에 이어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산술적으로 볼 때 호르무즈를 통과하는 한국행(行) 초대형 유조선의 수는 일본의 반 정도다. 하루 5척, 1년에 약 1800척 정도의 초대형 유조선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에너지 문제는 국가안전보장에 직결되는 최상 최고의 이슈다.
 
  미일동맹2.0의 후속조치와 관련해 오바마가 한국에 통보할 방침의 핵심내용은 지금까지 한국이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온, 호르무즈 해협에서 한국에 이르는 1만2000km에 달하는 에너지 수송라인의 안전망 개편 방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그동안 미군이 도맡아왔던 중동석유 안전보장체제에 변화가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의 얘기를 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왜 한국이 중동전선에 개입해야 하느냐?”고 되물을 수도 있다.
 
  미국의 반응은 어떨까? 특별히 한국에 자신의 입장을 강요하지는 않을 듯하다. 한국의 불참을 너그러이 이해한다는 말이 아니다. 중동석유 안전보장체제에 참가할지 여부는 한국 스스로가 처리할 문제라는 의미다. 바꿔 말하자면, “만약 중동에서 전쟁이 터지면 한국 에너지 수송에 한한 안전망 확보는 한국 스스로가 알아서 하라!”라는 식의 해석이 가능하다. 분명한 것은 지금까지 한국이 당연시해 온 무임승차(Free ride)는 더 이상 없다는 통보다. 보험도 없이 공짜로 차를 탈 경우, 사고가 나면 100% 본인 책임이다.
 
 
  셰일 에너지 개발로 美에너지 정책 변화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의 셰일광구. 셰일 에너지 개발은 미국의 중동정책에 변화를 가져왔다.
  21세기 들어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일까? 보는 시각에 따라, 전문 영역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있을 것이다. 국제정치학자라면 어떻게 말할까? 중국 부상, 과격파 이슬람 대두, 미국·쿠바 수교, 북한·이란 핵개발 등의 얘기가 나오겠지만, 크게 보면 국지적인 얘기에 불과하다.
 
  핵심은 에너지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셰일 석유와 가스 개발에 따른 에너지 판도의 변화가 21세기에 나타난 가장 큰 국제정치학적 변화다. 에너지는 18세기 산업혁명 이후 줄곧 세계사를 움직이는 키워드였다. 에너지 확보를 위한 전쟁과 평화의 순환이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역사다. 이란과 북한의 핵개발, 아프리카·남미·중동으로 확산되는 중국세(勢), 1941년 미국을 상대로 진주만 공격을 벌인 일본, 알자스 로렌 지방의 석탄과 철강을 둘러싼 독일과 프랑스의 알력과 이후의 제1차 세계대전 등이 그 예이다.
 
  ‘에너지원을 얼마나 안정적으로, 그리고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라는 문제가 강국(强國)이나 선진국에 오를 수 있는 기본조건이다.
 
  셰일 에너지는 불과 3~4년 전부터 주목받기 시작한 새로운 자원이지만, 등장과 함께 곧바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계속되어 온 에너지 판도를 근본적으로 바꾸었다. 셰일 에너지 개발에 힘입어 미국은 2013년을 기점으로 석유수출기구(OPEC)의 석유 생산량을 능가하게 되었다. 덕분에 그동안 다른 나라에 의존해 왔던 미국의 에너지 정책이 급속히 변화했다.
 
 
  ‘중동 없이 살 수 있는 나라 미국’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의 1일 석유 총수입량은 888만 배럴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동에 대한 석유 의존도는 2015년 기준으로 약 20%인 대략 170만 배럴 정도다. 한국은 전체 수입량 246만 배럴의 80%인 200만 배럴 정도를 중동에서 수입한다. 미국이 수입하는 석유는 대부분 멕시코를 비롯한 중남미에서 들여오는 것이다.
 
  셰일 에너지 개발은 미국의 해외 석유 의존도를 한층 낮추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 석유가격이 내려가고 있다고 하지만, 미국 내 셰일 에너지 개발은 한층 더 강화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미국은 북극해 유전개발을 공식화했다. 중동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급추락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아무리 늦어도 2040년이면 미국은 더 이상 중동에서 석유를 수입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040년 이후 중동 없이 살 수 있는 나라가 미국이다.
 
  미국의 중동석유 의존도가 급락하면서 미국은 중동 정책을 전면 재(再)검토하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쓸데없이 중동 문제에 끼어들어 원한을 살 만한 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와 오바마의 반목은 유명하다. 두 사람의 불편한 관계는 개인적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이란 핵개발이나 이스라엘 내 아랍인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강압정책 때문도 아니다. 보다 근본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 변화 때문이다.
 
 
  美, 사우디와의 상호방위조약에 미온적
 
1945년 2월 14일 프랭클린 루스벨트와 압둘 아지즈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의 정상회담. 미국의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지면서 양국 간 동맹관계가 흔들리고 있다.
  전통적 우방인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의 관계에서도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5월 11일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국왕은 오바마와의 회동을 공식 거부했다. 만나기 이틀 전에 이뤄진 일방적 취소다. 이란 문제를 둘러싼 갈등, 그리고 미국이 사우디와 상호방위조약 체결을 시행하지 않는 데 대한 반발이다.
 
  사우디는 전 세계에서 석유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나라다. 매장량은 전 세계 25.2%로 중동 전체 석유의 40% 정도를 보유하고 있다. 1970년대 제1차, 제2차 석유위기 당시, 유가(油價)를 좌지우지한 OPEC의 맏형이기도 하다.
 
  그토록 중요한 나라지만, 오바마는 사우디의 미래를 확실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의회가 사우디를 비롯한 중동국가와의 방위조약 체결을 승인하지 않을 것이란 이유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는 오바마 나아가 미국의 중동 정책 변화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앞으로 미국의 중동 손떼기 전략은 한층 더 가속화될 것이다. 중동에 대한 이해관계가 줄어든 상태에서 남의 나라 문제에 끼어들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테러가 일어나든, 사우디 왕조가 바뀌든 상관없다. 미국이 창조해 낸 ‘신(神)의 나라’, 이스라엘조차 예외가 될 수 없다.
 
  지난 6월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아베의 종전(終戰) 70주년 담화에 고노(河野)담화 계승을 명문화하라고 요구했다. 같은 날 아베는 집단적 자위권에 의한 미군 지원 작전범위를 호르무즈 해협과 같은 중동만이 아닌, 인도양까지 확대한다고 확언했다. 1999년 당시 오부치 게이조(小渕恵三) 총리가 “중동, 인도양 나아가 지구의 반대쪽의 영역은 (자위대의) 작전범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한 것을 정면으로 뒤집은 발언이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변화지만, 일본 신문·방송은 아무런 이의를 달지 않은 채 넘어갔다.
 
  아베 발언 다음날인 6월 3일에는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東亞太) 차관보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한국이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말했다. 아베와 러셀에 이어 6월 6일, 나카타니 겐(中谷元) 방위성 장관이 “남중국해는 미일동맹 집단적 자위권에 따른 작전영역에 들어간다”고 말했다. 중국을 겨냥한 날카로운 화살을 쏜 셈이다.
 
  아베와 나카타니의 발언을 종합하면, 일본은 이미 호르무즈 해협-인도양-남중국해를 전선으로 잡고 구체적인 행동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태다.
 
  중동석유에 대한 미국의 의존도가 급감하는 상황은 중동석유에 의존하는 모든 나라에 영향을 줄 것이다. 인도네시아 대통령의 워싱턴 방문이 언급되는 것도 그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전체 석유 수입량의 80%를 중동에서 수입하는 한국으로서는 미군의 힘이 빠져나간 에너지 수송라인의 안전을 보장하려면 ‘직접’ 나서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란의 덴마크 선박 억류에서 보듯, 한국행 유조선이 이슬람 과격분자에 의해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차비를 내지 않는 한, 미국에 손을 벌릴 수 없는 상황이 이미 시작된 것이다.
 
 
  중국의 新실크로드
 
  안전한 에너지 수송라인 확보 문제는 중국의 팽창 정책에 대한 대응방안이기도 하다. 잘 알려져 있듯이 ‘신(新)실크로드’ 구상은 2015년 중국이 힘을 쏟고 있는 최대 현안이다. 시진핑은 신실크로드의 개념을 4가지 차원으로 압축해 설명한다. 첫째, 관련국과의 기초 인프라 연결 강화. 둘째, 육로를 통한 실크로드와 해양 실크로드 구축. 셋째, 주변 지역을 기본으로 한 자유무역지대 구축 가속. 넷째, 역내 경제 일체화.
 
  네 가지 사항을 보면 경제·무역·금융 등 실크로드 권내의 경제협력을 강화하자는 것이 핵심이다. 중국이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아시아 인프라 투자은행(AIIB)은 신실크로드 구상을 보장할 자금창구다. 언뜻 들으면, 신실크로드는 낭만적으로까지 느껴진다.
 
  그 모든 미사여구(美辭麗句)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일본은 신실크로드를 에너지 확보를 위한 중국의 육상·해상 팽창 내지 안보전략으로 본다. 중동의 석유를 비롯해 러시아와 아프리카의 에너지와 자원을 안전하게 확보하기 위한 시라인(Sea line)과 랜드라인(Land line)으로 보는 것이다.
 
  현재 중국이 구축(構築)하고 있는 남사군도 내의 각종 인공섬은 에너지 수송라인 확보를 위한 불침(不沈) 항공모함이다. 인공섬 주변해역은 일본과 한국 유조선의 시라인에 해당된다. 마음만 먹으면 중국은 이곳을 근거지로 시라인을 유린할 수 있다.
 
  중국의 신실크로드는 최근 1~2년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 아니다. 이미 21세기 들어서면서 나타난 중국의 국가전략으로, 미얀마·수단·모잠비크·예멘 등 세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중국이 통 큰 투자를 하는 이유
 
  중국이 14억 달러를 투자한 스리랑카 콜롬보항 개발은 좋은 예다. 지난해 9월 시진핑이 직접 방문해 협약을 체결했다. 개발지의 3분의 1은 중국이 보유한다는 조건이다.
 
  스리랑카는 인도 오른쪽 바로 밑에 위치한 섬나라다. 중국과 경쟁관계에 있는 인도를 견제하는 한편, 중동발 에너지 수송라인의 중간기착지로서 스리랑카를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은 다른 나라와 군사동맹을 맺지 않는 나라다. 원조라는 이름으로 항만건설 등을 지원한 뒤, 그 일부에 대한 이용권을 획득, 이렇게 취득한 시설을 경제적으로는 물론 군사적으로도 활용한다.
 
  이를 위해 중국은 엄청난 지원을 퍼붓는다. 지난 4월 21일, ‘일대일로(一帶一路)’라는 타이틀로 이뤄진 파키스탄에 대한 경제지원을 보자. 시진핑이 파키스탄을 직접 방문해, 무려 46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호르무즈에서 중국의 티베트, 신장(新疆)으로 연결되는 석유파이프의 통과를 조건으로 한 경제지원이다.
 
  아프가니스탄 전쟁 당시 미국이 파키스탄에 제공한 경제지원 총액은 50억 달러 정도다. 그런 돈의 10배를 한순간에 쓰는 나라가 중국이다. 신실크로드 구상하의 지원이라고는 하지만, 중동석유 확보를 위한 에너지 전략으로 보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中, 중동 문제에 예민
 
작년 7월 4일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내외와 함께 한국가구박물관을 돌아보는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사랑은 각별하다.
  미국과 달리 중국의 대(對)중동 석유의존도는 앞으로 한층 심각해질 전망이다. 중동정세에 예민하게 대처할 수밖에 없는 나라가 중국이다. 중동 문제에 대한 관심은 결국 군사적 기능을 동반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의 군사력은 날이 갈수록 팽창하지만, 미국의 중동에 대한 관여는 상대적으로 줄어들게 된다. 그 빈틈을 메워주는 것이 일본이다. 한국도 일본과 비슷한 역할을 맡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나아가고 있다. 예정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을 방문했을 경우, 그는 아마도 미국 정부로부터 이와 관련한 기본적인 브리핑을 들었을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관심과 애정은 각별하다. 올해 신년에는 중국인만을 위한 신년메시지를 만들어 중국어로 새해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전 세계에서 중국 단 한 나라만을 위해 신년인사를 띄우는 지도자는 박 대통령이 유일할 듯하다.
 
  중국 사랑에 남다른 한국인이라면, “신실크로드가 왜 한국에 해(害)를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거꾸로, “‘겁쟁이 카우보이’를 대신해 떠오르는 태양 중국에 가서 1만2000km 시라인을 함께 구축하자”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을 듯하다.
 
  미국은 한국에서 불고 있는 ‘기묘한’ 분위기를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한국에 특별히 강요를 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무임승차는 더 이상 어렵다”는 식의 원론적 메시지만을 전할 것이다.
 
  만약 차비를 낼 의향이 있다면 “어떤 식으로 지불할 것인가”라는 문제가 대두할 것이다. 돈·사람·물건·정보 중 어떤 부담을 져야 할지에 관한 문제는 시라인을 대하는 현실인식과 한국 외교 역량에 관계될 것이다.
 
  한국이 차비를 낸다고 할 때 한미동맹은 글로벌을 무대로 한 한미동맹2.0으로 나아갈 것이다. 미국 하원의 국방수권법안 속의 내용과 일치한다. 한미동맹2.0은 결국 미일동맹2.0과 연계될 것이다. 북한을 억제하는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호르무즈에서 한반도에 이르는 1만2000km 전체에 대한 한국의 역할을 미국은 기대할 것이다.
 
 
  여전히 과거사에 매달리는 한국 외교
 
  미일동맹2.0은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그것도 아주 빠른 속도로 한반도에 밀려오고 있다. 아베는 미일동맹2.0에 관한 각론 분야의 법안 통과를 가속화하고 있다. 대세는 아베 생각대로 흘러가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호르무즈 해협을 무대로 한 미일 군사작전이 상시적이 될 것이다. 일본은 입이 아니라, 발로 뛰고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은 해상봉쇄나 에너지 수송라인 차단을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일본은 태평양전쟁 당시 처절한 해상봉쇄를 경험했다. 그 때문에 일본은 군함과 보급선 등 해상수송 선박의 95%를 잃었다. 전쟁 말기에는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했다. 식량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해상보급선이 차단되어서였다. 일본은 보급로이자 에너지 수송라인인 시라인 확보가 국가의 생사를 좌우하는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직도 대(對)일본 한국 외교의 절대과제는 과거사나 독도 문제다. 중동에서 미국이 손을 떼는 2040년 이후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나 시라인의 안전에 대한 고민은 어디에도 없다. 일본이 한국 외교의 전부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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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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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삼    (2015-06-23) 찬성 : 60   반대 : 72
정말 휼륭한 분석과 식견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정도는 되어야 전문가임)

20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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