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포커스

‘일본 부활 프로젝트’ 아베노믹스의 정치경제학

경기회복 후 改憲까지 밀어붙일 것

  • 글 : 유민호 퍼시픽21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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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의 잇단 强性발언은 경기회복으로 인한 자신감의 반영
⊙ ‌아베 취임 후 석 달 동안 株價 40% 상승, 엔화가치 20% 떨어져, 올 7월까지 주가는 70% 상승하고
    엔화는 4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
⊙ “韓日간 민주주의 가치 共有” 강조는 한국보다 미국 향한 것

劉敏鎬
⊙ 52세.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일본 마쓰시타 정경숙 15기.
⊙ SBS 보도국 기자, 일본 경제산업성 연구소(RIETI) 연구원.
⊙ 現 워싱턴 프로그램 디렉터, 딕 모리스 선거컨설턴트 아시아 담당 소장.
“내가 다시 돌아왔다. 그리고 일본도 다시 돌아왔다.(I am back and so shall Japan be.)”
 
  지난 2월 22일, 워싱턴 브레인의 중심인 K스트리트 1800번 1층 회의실에서 터져 나온 ‘선언(宣言)’이다. 주인공은 일본 총리 아베 신조(安倍晉三). 오바마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끝낸 지 3시간 만에 열린,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포럼에서의 기조연설 모두(冒頭)발언이다. 이는 “일본이 2류 국가로 전락하는 게 아닌가”라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副)장관의 우려에 대한 아베의 답변이기도 했다.
 
  지난 2월 아베는 2007년 4월에 이어 두 번째로 워싱턴을 방문했다. 당시 아베 총리는 공화당의 부시 대통령과 만났었다. 이후 6년이 흐른 뒤 아베는 민주당의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 것이다. 아베는 오바마 대통령이 집권 2기에 들어선 후 워싱턴을 찾은 첫 번째 외국 정상(頂上)이었다.
 
  워싱턴의 아시아 전문가 대부분이 참가한 CSIS 포럼에서 아베는 자신뿐 아니라 일본도 원래 자리로 돌아오게 될 것이라고 공언(公言)했다.
 
  이날 포럼의 타이틀은 ‘일본이 돌아왔다(Japan is Back)’였다. ‘일본을 원래 제자리로 되돌려 놓겠다(日本を取りす)’고 했던 지난해 자민당 선거 슬로건을 떠올리게 하는 말이다. 영어로 행한 아베의 연설은 시종일관 자신만만했다. 연설 도중에 지지자의 함성소리가 들렸고, 박수도 끊이지 않았다. 선거기간 중의 군중연설을 연상케 했다. 그동안 워싱턴을 찾았던 그 어떤 일본 정치가도 보여주지 못했던 열기가 회의장에 넘쳤다.
 
 
  ‘should’와 ‘must’
 
지난 2월 방미 당시 월라드호텔에서 열린 리셉션에 참석한 아베 총리.
  이날 연설에서 아베는 세 가지 원칙 아래서 자신이 구상하는 일본 부활의 기본구도를 잡아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일본이 표면화하기를 꺼렸던 이슈들을 한꺼번에 풀어 놓았다.
 
  “첫 번째로 말하고 싶은 것은, ‘미래의 일본이 어디를 목표로 하면서 나아가야만 하는가(Where Japan should stand in the future)’ 하는 것이다. ‘일본이 할 수 있을지(Whether Japan could do)’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아니다. ‘일본이 앞으로 무엇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만 하는가(What Japan must continue to do)’라는 부분이 나의 관심사이다.
 
  둘째는 일본은 해상권(海上權)과 같은,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글로벌 차원의 공동이익의 수호자 역할을 계속해야만 할 것이다.
 
  셋째, 일본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역 내 국가들, 다시 말해 한국이나 호주와 같은 나라들과 협력해서 일해야만 할 것이다.”
 
  다소 철학적인 느낌까지 주는 연설이었지만, 아베는 이 연설 속에 나타난 ‘기본 3원칙’을 통해 일본이 나아가려는 방향을 워싱턴에 분명히 알렸다. 필자가 보기에 연설문 속에 나타난 가장 핵심적인 단어는 명사나 형용사가 아닌 동사 2개, 즉 ‘should’와 ‘must’이다. 즉 그가 내세운 것은 선택이 아니라 당위(當爲)이자 의무이다. ‘상황에 맞추면서 할 수 있는 일만을 행하겠다’는 ‘수동적’ 자세가 아니다. 방향(Where)과 목표(What)을 정해 놓고, 군소리 없이 앞으로 밀어붙이는 ‘적극적’ 대응이다. 한국을 비롯한 주변국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미국의 의견조차도 무시하면서 나아가겠다는 의미이다. 상황과 능력의 범주 안에서 고르거나, 전례(前例)가 없다고 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다. 설령 능력의 범주를 넘어선다 하더라도 일본을 지키기 위해 강행하겠다는 생각이다.
 
  아베의 이처럼 결연한 의지는 북한의 핵(核)개발과, 센카쿠열도(尖閣·중국명 釣魚島)를 둘러싼 중국과의 군사적 마찰을 배경으로 한다. 이러한 문제는 ‘should’와 ‘must’ 없이는 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의미이다.
 
 
  아베와 다나카
 
  필자는 아베의 공격적·적극적·의무적 방침을 들으면서 섬뜩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could’는 그래도 대화의 여지가 있다. 그러나 ‘should’와 ‘must’는 일방통행이다. 아베의 연설은 전후(戰後) 파벌정치의 대부(代父)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 전 총리를 연상케 한다.
 
  다나카 전 총리는 1972년 9월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중·일(中日) 국교정상화를 성사시킨 인물이다. 1972년 2월 21일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닉슨 쇼크’ 이후 일본은 미국을 견제하고, 구원(舊怨)을 없앤다는 차원에서 중·일 국교정상화로 길을 틀었다. 닉슨이 일본과 사전(事前) 협의 없이 베이징을 방문했던 것처럼 다나카도 미국과 사전 논의 없이 베이징으로 날아갔다. 놀랍게도 다나카의 방중(訪中) 후 일본과 중국은 곧바로 외교관계를 맺었다. 미국은 ‘닉슨 쇼크’ 후 7년이 지난 1979년에 이르러서야 중국과 국교를 정상화했다. 시작은 늦어도 마음만 먹으면 단숨에 해치우는 것이 일본외교의 저력(底力)이다.
 
  다나카는 내친김에 소련과 평화조약도 맺으려 했지만 록히드사건으로 실각(失脚)했다. 다나카는 이 사건으로 법정에까지 섰다. 일본인들은 록히드사건이 일어난 것은 미(美) 정보기관이 정보를 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미국을 물 먹이고 독자적으로 일본외교를 구축하려다가 제거됐다는 것이다.
 
  ‘should’와 ‘must’를 앞세운 아베의 기본 자세는 ‘닉슨 쇼크’에 맞서 독자노선을 추구했던 다나카와 비교할 수 있다. 즉 미국에 의지하고 기다리기보다, 일본 스스로 길을 찾아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잃어버린 20년’(?)
 
  아베가 등장하면서 그동안 침묵 속에 있던 일본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일본은 현재 정치·경제·국민 모두가 하나로 뭉쳐 정해진 시간표에 따라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에 대해 반대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도 없다. 장관 임명동의안 문제로 출발부터 삐걱거리는 한국의 새 정부와는 너무도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국에 전해지는 일본 관련 뉴스는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소식들로 메워져 있다. 그러나 지금 일본은 전(全)세계 그 어떤 나라보다도 희망에 차 있고, 미래에 대한 계획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항상 강조하지만 과거에 일본은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이겼고, 진주만 기습공격 이후 3년8개월간 미국을 상대로 전쟁을 벌였던 나라이다. 결코 한순간에 가라앉을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일본과 관련해 ‘잃어버린 20년’이라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 하지만 내막을 살펴보면, 버블경제 당시의 황금기에 비교한 한탄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일본은 지금 숨고르기를 하고 있을 뿐, 국민소득·실업률·해외자산·해외투자란 측면에서 볼 때 미국을 제외한 그 어떤 나라도 넘보기 힘든 상대이다. 일본의 실체에 무심한 사람일수록 한국산 휴대폰 하나로 세상을 가늠하는 경향이 있다.
 
  1991년 일본에서 355ml 코카콜라 한 병의 가격은 90엔이었다. 한국보다 거의 세 배 가까이 비쌌다. 22년이 흐른 지금, 크기를 줄여 255ml 한 병에 120엔에 팔고 있다. 한국에서는 같은 크기의 제품을 1200원선에 팔고 있다. 잃어버린 시간은 꺼진 버블을 정상적으로 돌리는 데 걸린 시간이라 보면 된다. 따라서 현재 일용품의 경우 한·일 간의 가격 차이는 거의 사라진 상태이다. 이미 부분적으로 나타나고 있지만 엔저(低)가 심해질 경우, 한국의 일용품이 일본보다 더 비싸질 것이다. 그 같은 상황하에서 아베가 등장한 것이다.
 
 
  70%의 지지율 자랑
 
미국에서 발행되는 중국어 신문들은 지난 2월 미국을 방문한 아베 총리의 발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should’와 ‘must’를 앞세운 아베의 강성(强性)기조는 일본국민들에게도 먹히고 있다. 아베에 대해 비판적인 《아사히(朝日)신문》이 밝힌 2월 중순 여론조사를 보자. 취임 한 달이 지난 1월보다 8%가 높아진 62%이다. 같은 기간 교도(共同)통신은 아베가 72.8%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신당(新黨) 바람이 불었던 1993년 호소카와 모리히로(細川護熙), ‘극장정치’의 대명사인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총리가 보여줬던 경이적인 지지율에 근접한 수준이다.
 
  교도통신은 중국 해군에 의한 레이더 조준문제와, 북한 핵실험에 대응한 아베의 확실하고 단호한 자세가 지지율을 한층 더 높인 이유라고 말한다. 아베는 레이더 조준문제가 발생하자, 중국 측에 재발방지 약속과 중국정부의 공식적 사과를 요구했다. 막후에서 조용히 문제를 해결하려던 예전의 일본 지도자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아베가 주도하는 일본의 미래플랜은 크게 보아 경제·정치·군사·외교라는 차원으로 나눠 설명할 수 있다. 경제는 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한국에서는 아베를 ‘21세기판 일본 제국주의의 화신(化身)’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 역사왜곡과 군사적 팽창에 주력하는 시대착오적인 인물로 규정한다. 일견 옳은 것처럼 보이지만 틀린 분석이다. 아베는 경제를 통해 일본인의 마음을 살리는 데 주력하는 대중(大衆)정치인이다. 《월간조선》 3월호에 실린 ‘일본의 보수정치에 대한 이색 분석’에서도 밝혔지만, 아베는 정치적 슬로건을 앞세우면서 내셔널리즘으로 나가는 식의 정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는 대중이 원하는 것을 실현시켜 주고, 가려워하는 곳을 긁어 주면서 정치적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반일(反日)’ 하나로 대중의 마음을 살 수 있다. 일본은 다르다. 역사, 독도(獨島), 중국의 위협, 군사이슈만으로는 대중을 통제할 수 없다. 핵심은 돈이다. 경기진작을 통해 활발하고 건강한 일본을 만들어 내자는 것이 대중의 바람이다. 아베가 중시하는 최대 이슈는 바로 경제이다.
 
  일본 국민들이 아베를 지지하고 있는 것은 ‘노(No)라고 말하기 시작한’ 일본 총리의 쿨(cool)한 모습 때문만은 아니다. 70%에 달하는 높은 지지는 아베의 경제정책에 대한 지지다. 이른바 민간투자·경기부양·엔저(円低)를 특징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하루가 다르게 긍정적으로 나타나면서 아베에 대한 고공(高空) 지지율이 이어지고 있다. 중국에 사죄를 요구하는 아베의 배짱은 바로 경제를 살리고 있다는 자신감의 또 다른 표현이다.
 
  한국에서도 보도하고 있듯이 현재 일본 시장은 1980년대 중반의 버블경제를 연상케 할 정도로 과열(過熱) 현상이 재현되고 있다. 중의원(衆議院) 해산과 총선 발표가 있던 지난해 11월 14일 일본 주식시장의 닛케이지수는 8661.05엔이었다. 아베가 취임한 지 3개월도 채 안 된 3월 6일, 닛케이지수는 11932.27엔이다. 3월 6일 하루 동안에만도 248.82엔이 올랐다. 주식시장만을 두고 본다면, 아베가 들어서면서 거의 40% 가까이 성장한 셈이다. 현대경제에서 3개월 만에 주식시장을 40% 정도 끌어올린다는 것은 경제원론적 시각에서 본다면 거의 기적에 가깝다. 3개월 전에 100엔 투자했을 경우, 평균해서 40엔 가까이 벌어들였다는 의미이다. 아베가 주창해 만들어 낸 기적에 대해 일본국민 모두가 박수를 치면서 따라가는 것은 당연하다. 아베노믹스에 대해 부정적인 토를 달았다가는 찬물을 끼얹는 훼방꾼이라고 비난받는다.
 
 
  도요타, 지난 3개월간 영업이익 450% 상승
 
  엔저정책은 수출대국 일본의 주식시장을 달구는 가장 큰 이유이다. 아베가 총리에 취임할 당시 1달러당 79엔대이던 환율은 3월 6일 현재 94.07엔대로 떨어졌다. 석 달도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무려 20% 가까이 추락한 것이다. 수출경쟁력도 20% 높아진 셈이다. 일본기업의 수출이 질적(質的) 양적(量的)으로 급등하고 있다.
 
  일본 수출기업들을 통해 아베노믹스의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자. 먼저 맏형에 해당하는 도요타자동차의 경우, 엔이 계속 추락하면서 수익은 수직으로 상승하고 있다. 도요타가 상정한 수출자동차의 환율은 1달러당 79엔이다. 3월 6일 기준 1달러당 94엔대이니까, 15엔의 환차익(換差益)이 떨어진다. 도요타 본사가 지난 1월 말 1달러당 81엔대로 보고 계산한 영업이익은 2012년 회계기간 전체를 통틀어 90억 달러에 달한다. 일본의 회계기간은 4월 1일부터 익년(翌年) 3월 31일까지다. 따라서 2012년 회계 결산은 2013년 3월 말이다. 도요타는 달러당 1엔이 떨어질 경우 약 4억 달러의 영업이익이 생긴다고 한다. 원래 잡은 수익 81엔이 94엔까지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52억 달러(13엔×4억달러)의 추가 이익이 발생한다. 2012년 한 해 동안 도요타가 벌어들인 영업이익이 140억 달러에 달한다는 의미이다. 지난해 도요타의 1년간 영업이익은 30억 달러가 조금 넘었다. 아베노믹스가 시작된 지 3개월 만에 영업이익 450% 신장을 기록할 전망이다.
 
  도요타에 있어 2012년은 3·11동일본 대지진과 중국의 반일데모 후유증을 극복한 해이기도 하다. 판매대수 면에서 제너럴모터스(GM)와 폭스바겐에 이어 세계 3위로 밀렸던 도요타가 다시 세계정상에 올랐다. 2012년 한 해 동안 팔린 자동차는 무려 974만대에 달한다. 이 중 70% 정도가 외국에서 팔렸다. 엔저로 인해 주문량이 폭주하면서, 당분간 도요타의 판매 대수와 순이익은 그 어떤 자동차 업체도 넘보지 못할 듯하다.
 
 
  ‘아베 거품’에 대한 우려도 있어
 
  지난 1월 31일, 일본 다이와(大和) 연구소는 일본 톱200 기업의 2012년 순이익을 1년 전과 비교할 때, 평균해서 14% 정도 올라갈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의 경우 1년 전에 비해 순이익이 16%나 감소한 마이너스 성장으로 마감했다. 순이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출주력 기업들의 주가도 연일 고공행진이다. 내리막길에 접어들었던 캐논의 주가는 12월 이후 2월 중순까지 무려 40%나 올랐다. 올해 캐논의 순이익이 14%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한 것이다. 같은 기간, 소니와 파나소닉이 50%, 혼다자동차도 35% 정도 주가가 올랐다. 일본정부는 이러한 활황을 바탕으로 2013년 명목 경제성장률을 2.7%, 실질 경제성장률을 2.5%로 설정했다. 1% 미만의 성장률을 지속하던 일본 입장에서 보면 엄청난 성장인 셈이다.
 
  너무 갑자기 달아오르면서 일본경제의 미래에 대한 우려와 질시의 시선도 적지 않다. 2월 초부터 일본 경제전문가 사이에서 시작한 ‘아베 거품(安倍バブル)’ 논의가 그것이다. ‘아베노믹스’가 긍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 데 비해, ‘아베 거품’은 일본을 추락시킨 1980년대 버블경제를 빗댄 부정적인 용어로 사용된다. 버블은 언젠가 꺼지고 터진다. 아직은 ‘아베노믹스’에 대한 박수소리가 높지만, 경제활황이 계속되면 ‘아베 거품’에 대한 우려도 높아질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가지 걱정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오는 7월까지는 경제활황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7월은 일본을 ‘should’와 ‘must’로 무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정치행사, 즉 참의원 선거가 실시된다. 이 선거에서는 242석의 참의원 가운데 절반을 교체한다.
 
  이번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가 개헌(改憲)정족수를 확보한다면, 이는 아베가 생각하는 ‘일본 부활’을 확고히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중의원에서는 아베의 자민당과 제3당인 일본 유신회가 힘을 합칠 경우 개헌을 위한 3분의 2 정족수를 이미 확보해 둔 상태이다. 중의원을 통과한 개헌안을 확정짓기 위해서는 참의원 의석 3분의 2 지지가 필요하다.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의 자민당에 대한 지지가 압도적이다. 아베노믹스는 바로 7월 참의원 선거 승리를 위한 당근이라고 볼 수 있다. 엔저를 통한 경기활황이 7월까지 이어지는 한, 참의원 선거 승리는 따놓은 당상이다.
 
 
  全 세계 뭉칫돈 일본으로 몰려들어
 
  7월까지 엔은 어느 정도까지 떨어지고, 일본 주식시장은 어디까지 올라갈 것인가. 일본 언론과 《월스트리트 저널》을 비롯한 거의 모든 외국의 경제지들은 주기적으로 엔과 주식시장의 정점(頂點)을 전망하고 있다. 시각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환율은 1달러당 100~110엔선, 주식시장은 닛케이지수 14000~15000선으로 전망하고 있다.
 
  환율은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의 기간, 즉 일본인이 일시에 외국관광에 나서는 황금연휴 시즌에 잠깐 상승세를 타다가 이후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할 때, 오는 7월의 엔은 40% 떨어지고, 주식시장은 70% 가까이 성장하게 된다는 의미이다.
 
  미국경제의 회복 여부는 엔저와 관련된 중요한 변수(變數)다. 미국경기가 회복되면 달러 수요가 급증한다. 상대적으로 엔이 더 떨어지게 된다는 얘기다. 일본 주식시장도 더불어 활황에 들어간다. 사실 3월 초부터 미국 주식시장이 상승세로 돌아서면서 엔저의 속도도 한층 빨라지고 있다.
 
  전반적으로 일본경제의 전망은 좋아 보인다.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 쇼크 이후 계속되고 있는 경제불황 속에서 외국을 떠돌던 전 세계의 돈이 일본으로 몰려들고 있다. 엔저를 만들어 내는 주역은 사실 일본인이 아니라 외국 투자기관들이다. 주식시장에 돈을 대는 주역도 외국 투자기관들이다. 전 세계의 뭉칫돈이 갈 곳이 없어지면서 일본을 무대로 한 투자와 환거래가 활발해지게 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과의 관계이다. 임금인상 등으로 인해 중국의 경쟁력이 낮아지면서 외국 투자기관들의 탈(脫)중국이 본격화하고 있다. 애플은 조립라인의 일부를 미국 내로 돌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정보통신기술(IT) 제품 공장인 선전(深圳 )의 팍스콘(富士康)은 올들어 처음으로 신입노동자를 뽑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공장설립 이래 최초의 일이다. 한 세대 이상 이어진 중국 성장신화가 하강세로 접어드는 순간, 일본경제가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의 미래 플랜은 7월의 참의원 선거에 이어, 가을의 재정개혁 스케줄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 모두가 주저했던 고양이에게 방울을 다는 재정정책, 즉 소비세 인상이 그것이다. 지난해 6월 당시 여당이던 민주당과 자민당, 공명당 모두 ‘2014년 4월에 8%, 2015년 10월에 10% 인상’에 합의하고 관련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바람에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전 총리는 “소비세를 절대 올리지 않겠다”고 했던 자신의 약속을 저버린 ‘공약(空約)’ 정치인으로 낙인 찍혔다. 소비세 인상문제는 작년 말 중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대패(大敗)한 원인 중 하나이다.
 
  아베는 집권당이 소비세 인상을 시행 집행한다는 3당 간의 약속에 따라 내년도 소비세 인상을 떠맡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일반적으로 세금을 올리자고 할 때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러나 경제가 활황일 때는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다. 국민들 주머니가 두둑해지면, 세금을 통해 국가재정을 튼튼히 하자는 데 대해서도 너그러워질 수 있다. 순이익이 급증하고 있는 기업들도 소비세 인상을 반대할 명분이 없어진다. 올 가을 아베는 자신의 성과물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면서 8%로 잡은 제1차 소비세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
 
  아베 플랜에서의 하이라이트는 올 겨울부터 본격화할 개헌문제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아베는 선거공약으로 개헌을 내세웠다. 자위대(自衛隊)를 국방군(國防軍)으로 바꾸고, 동맹국이 공격을 당할 경우 제3국을 공격할 수 있는 집단적 자위권을 헌법에 명문화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 이후에는 선제(先制)공격을 부정하는 헌법 9조, 이른바 평화헌법 규정도 바꾸려 하고 있다. 호전적(好戰的)인 적(敵)이 공격할 때까지 기다릴 것이 아니라 예방 차원에서 사전(事前)에 적을 공격할 수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아베 등 개헌추진 세력은 개헌 발의 요건을 참의원, 중의원의 3분의 2에서 과반수(過半數)로 낮추는 것도 추진하고 있다.
 
 
  ‘민주주의 價値 共有’ 강조하는 아베의 속내
 
  아베와 일본국민들이 하나씩 구체화해 가는 미래플랜은 한국 입장에서 볼 때 독(毒)이 될 수도 약(藥)이 될 수도 있다. 아베는 CSIS 연설에 “한국, 호주와 협력해서 일해야만 한다”고 선언했다. 아베는 그 이유로 두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지역 내 국가들’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6일 한·일 정상 간의 첫 번째 전화통화에서 아베는 CSIS에서 행한 내용과 거의 똑같은 말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전했다. “일·한(日韓) 양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법의 지배와 같은 보편적인 가치관을 공유(共有)하고 있고, 책임과 이익을 함께 나누는 중요한 이웃이다.”
 
  자유민주주의 법의 지배는 미국의 가치인 동시에, 중국이 무시하고 짓밟는 가치이다. 언제부턴가 아베는 자유민주주의 그리고 법을 통한 주변국과의 가치관 공유를 강조하고 있다. 중국을 겨냥한 발언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아베의 생각에 대해 간단히 답하기가 어렵다. 만약 긍정한다면 중국과 등을 지게 되고, 거꾸로 반대한다면 미국의 가치관을 부정하게 된다. 필자가 보기에 아베가 민주주의를 간판으로 내세우는 것은 한국으로부터 동의를 받기위해서라기보다 미국을 향해 자신의 입장을 전하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 같다. 설사 역사·영토 문제 등으로 한·일 양국 관계가 뒤틀어진다 해도 아베는 미국의 가치관을 앵무새처럼 되새기면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아베의 ‘민주주의 우방론’은 한국을 절실히 필요로 한다는 의미라기보다, 한국의 반응 여부에 상관없이 미국을 염두에 둔 단순한 ‘수사(修辭)’라고 보아야 한다.
 
  미국은 한·일 간의 역사문제나 영토문제에 끼어들 생각이 전혀 없다. 잘못 관여했다가는 어느 한쪽을 적으로 만들게 된다. 한국·일본 두 나라는 모두 미국의 동맹국이다. 미국으로서는 양국 모두와 좋은 관계를 가져야 한다.
 
 
  敵인가, 친구인가
 
  한국은 오랜 기간 동안 수많은 희생을 치르면서 오늘의 민주주의를 이룩한 반면, 일본은 맥아더 장군이 만든 평화헌법에 의해 하루아침에 민주주의 국가로 둔갑했다. 민주주의에 관한 열망과 실현 과정을 보면, 일본은 한국의 상대가 될 수가 없다. 이제 와서 ‘자유민주주의 가치의 전도사’로 행세하고 있는 아베가 교활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이곳저곳 눈치보면서 자신의 위상조차 잊고 있는 한국의 모습도 안쓰럽다.
 
  전 세계 모든 경제권이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사이 일본은 ‘글로벌 경제의 히어로’로 화려하게 재등장했다. 엔저, 주식활황, 참의원 선거, 소비세 인상 단행, 헌법개정으로 이어지는 일본 부활의 스케줄은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씩 구체화되고 있다.
 
  필자는 일본 부활이 한국에 부정적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기 나름이다. 역사가 증명하듯, 일본은 친구인 동시에 적이다. 적을 친구로 삼을 경우 어느 정도의 손해를 감수해야만 할 것이다. 그러나 친구를 적으로 돌리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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