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문사 중견기자 4명이 매일 뉴스·기사·SNS·직접발언 가운데 두 건 선정해 검증,
검증판정문 작성자와 자료 조사자, 편집자 실명 공개(www.Politifact.com)
⊙ 30년 경력의 大記者 글렌 케슬러가 칼럼 형식으로 검증, 조회수 80만~100만
(《워싱턴 포스트》 ‘진실을 검증하는 자(The Fact Checker)’)
⊙ 전문 검증자, 대학생 팔로우 등 10여 명이 검증, 웹사이트에 공개
(펜실베이니아대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진실 검증 시스템 Factcheck.org)
張源宰
⊙ 46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英런던대 RHUL 비교연극사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사)시민영상문화기구 이사장 역임. 現 (사)인터넷문화협회 회장.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한국 근대극 운동과 언론의 역할관계 연구》
《유럽축구에 길을 묻다-한국축구 산업화 방안》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등.
검증판정문 작성자와 자료 조사자, 편집자 실명 공개(www.Politifact.com)
⊙ 30년 경력의 大記者 글렌 케슬러가 칼럼 형식으로 검증, 조회수 80만~100만
(《워싱턴 포스트》 ‘진실을 검증하는 자(The Fact Checker)’)
⊙ 전문 검증자, 대학생 팔로우 등 10여 명이 검증, 웹사이트에 공개
(펜실베이니아대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진실 검증 시스템 Factcheck.org)
張源宰
⊙ 46세.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졸업. 英런던대 RHUL 비교연극사 박사.
⊙ 숭실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 경기영어마을 사무총장,
(사)시민영상문화기구 이사장 역임. 現 (사)인터넷문화협회 회장.
⊙ 저서: 《끝나지 않은 축구 이야기》 《한국 근대극 운동과 언론의 역할관계 연구》
《유럽축구에 길을 묻다-한국축구 산업화 방안》 《Irish Influence on Korean Theatre》 등.
대통령 선거가 ‘사실’이 아니라 ‘소문’에 의해 승패(勝敗)가 갈린다면? 그런데 선거가 끝난 후, 그 소문이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진다면? 게다가 ‘사실이 아닌 소문’이 상대 후보에 의해 조직적으로 생산·유통된 결과라면?
오는 11월 대선(大選)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가(政街)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신 화두(話頭)다. 민주주의의 근간 가운데 하나가 선거라고 한다면, ‘사실이 아닌 소문’의 조직적 유통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유, 평등, 비밀, 직접 선거의 원칙은 정치적 소비자들인 유권자들이 정치적 상품인 후보들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일은 이러한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왜곡 선전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공정’한 선거가 아니다. 승자는 떳떳하지 않고 패자는 승복할 수 없다. 그래서 문제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그리스 도시국가의 도편투표(陶片投票) 때부터 내려온 인류사(人類史)의 오랜 관행이다. 유사 이래, 직접선거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중상모략이 난무해 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사회는 새삼스럽게 이 문제에 칼날을 들이대는가. 2012년 대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위력이 사상 최고조에 다다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핵심은 인터넷, 좀 더 범위를 좁히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상의 개인 매체인 SNS다.
신문 열독률, 10년 사이 반으로 줄어
도대체 인터넷은 얼마나 위력적인가. 대중적 영향력이라는 잣대로 살피자면, SNS는 이미 20여 년 전 주요 언론매체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신하거나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그 자체가 거대한 권력인 것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통계를 놓고 분석을 해보자.
G20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종이 신문의 열독률은 지난 10년 사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2년 82.1%이던 열독률이 2011년 44.6%로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결과다. 방송의 경우, 매체의 중심이 ‘정보 전달’보다는 ‘오락’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역시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론 형성에 관한 신문사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둘째, 신문사가 공급하는 정보도 종이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가 전문가 집단에서 일반인으로 이동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기성 언론의 시장 적응력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리다. 뉴스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적어도 ‘속도’라는 면에서는. 물론 속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1860~1861)을 월(月) 단위로 집필했다. 잡지 형태로 연재발표를 한 뒤, 독자들의 반응을 접수하여 다음 회를 이어갔다. 이 작품에 대한 당대 독자들의 반응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진행되는, 실시간 쌍방향 응대(real time inter-active) 소설’이었다. 그들에게는 ‘한 달’이 곧 ‘순간(瞬間)’이었던 셈이다.
요즈음 독자들에게 주간지는 물론, 일간지도 ‘느린 매체’다. 실시간 반응에 익숙해진 뉴스 소비자들은 단 10초도 참아주지 않는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데스크의 사실 확인을 거쳐 하루 단위로 뉴스를 공급하는 종이 신문은 ‘속도’에 관한 한 SNS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생활환경 자체가 민주적으로 변모했다는 사실도 기존 매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자는, ‘선택되어 체계적으로 훈련받았으며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는’ 소수(少數)의 전문가였다.
지금은 기자들만이 뉴스 메이커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현대사회는 일반인이 각종 기기를 통해 글과 사진과 심지어는 동영상까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다. 별도의 고가(高價) 고급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한 독과점(獨寡占)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 뉴스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일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언론사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곧바로 연결되는 시대. 이러한 상황에선, 그동안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던 인기인, 정치인의 자잘한 일상이 모두 뉴스가 된다. 뉴스조차 ‘다(多)품종 소량생산’의 트렌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일반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지 않으냐고? 동의한다. 일반인이 올린 게시물이 사실과 부합하느냐의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중은 전통적 언론도 사실보도와 여론 선도(先導) 양 편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매체 자체가 일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기존 언론사들이 사실과 진실을 보도한다고 인정하지만, 보도 아이템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정파성(政派性)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뉴스를 중계해 주는 온라인 검색엔진인 포털들 역시 ‘편집’과 ‘취사선택’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개인’은 물론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 역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대중은 생각한다.
맥도널드, SNS 담당 직제 신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SNS는 전통적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만족을 바탕으로 생겨난 대체재다. 페이스북·블로그·팟캐스트·트위터 등은 이미 여론을 형성하고 유통하는 주요한 통로이다.
인터넷은 특정세대와 기계친화적 사용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며, 따라서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만큼 왜곡된(bias) 의견이라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지만, ‘첨단’이며 ‘목소리가 크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역동성(力動性)이 인터넷 신화(神話)를 증폭시킨다. 개인이 뉴스의 생산·유통에 뛰어들 여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요즈음은 주요 언론이 아예 SNS를 인용하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실시간 정보 ‘공유(共有)’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학자들은 대의정치(代議政治), 광장정치(廣場政治), 지하정치(地下政治)를 현대 정치의 대표적인 양태로 손꼽는다. 언론이 매개가 되어 취재원(取材源)으로부터 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대의정치식 언론환경이라면, SNS는 광장정치식 직접민주주의와 혁명을 꿈꾸는 지하정치의 속성을 동시에 내포한 매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대두한다. 일단 퍼져나가면 피해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선거의 경우라면 결과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정한 거짓 소문 때문에 패했다는 걸 입증하기도 어렵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정치공세로 비칠 수 있다. 이것이 문제다.
맥도널드는 최근 CSO(Chief SNS Officer) 직제를 신설했다. SNS 대응을 총괄하고 CEO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보(直報)하는 중역이다.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치인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이러한 조직과 인력을 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발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진실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다.
‘진실’과 ‘새빨간 거짓말’ 사이
대표적인 사이트로는 www.Politifact.com이 있다. 2007년 11월에 서비스를 시작한 이 사이트의 운영주체는 언론사다. 보다 엄밀히 말하면, 언론사 내의 독립기구다. 《탬파베이 타임스》라는 신문사의 워싱턴 지국(支局) 중견기자 네 명이 전담요원이다. 진실 검증 작동 체계는 다음과 같다.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가장 논란이 된 뉴스, 기사, SNS, 직접발언 가운데 두 건을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템 ▲기자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아이템, 그리고 ▲실제로 검증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회의가 끝나면, 네 명 각자가 취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오후 2시에 검증 내용을 1차로 점검하고, 4시에 2차 회의를 통해 최종 판정을 내린 후 그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공지한다. 발표 기준 시각은 매일 오후 5시 이전이다. 검증 결과는 Fox-TV 뉴스를 통해서도 서비스한다. 판정은 여섯 단계로 나눠진다.
첫째, 진실(True). 발언 자체도 정확하고 중요사항의 누락도 없는 경우다.
둘째, 상당부분 진실(Mostly True). 정확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해명이나 보충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절반의 진실(Half True). 부분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세부사항을 누락했거나 맥락에서 벗어난 경우다.
넷째, 상당부분 허위(Mostly False). 겉보기에는 사실처럼 보이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지만 결정적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ignore) 듣는 이에게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경우다.
다섯째, 허위(False). 글자 그대로, 정확하지 않고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발언을 말한다.
여섯째,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가지고 펼치는 황당한 주장.
검증 결과뿐 아니라 검증 과정, 검증에 동원한 모든 자료를 함께 공개한다는 것이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주지사의 ‘새빨간 거짓말’
예를 들어보자. 2012년 7월 10일자 www.Politifact.com 웹에 걸려 있던 내용 중 ‘새빨간 거짓말’ 판정을 받은 항목이 있다. 릭 스콧(Rick Scott) 플로리다 주지사의 말로, “20인 이하의 영세사업자는 앞으로는 사업을 계속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추진하는) 의료보험 가입의무법에 따라, 모든 종업원의 보험료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A company with “20 employees” could go “out of business” because of health care law requirements to buy insurance)”라는 발언이다. www.Politifact.com이 적시한 이 발언 시각과 발표매체는 6월 29일 금요일 그레타 밴 서스트른(Greta Van Susteren)과의 Fox TV 인터뷰, 방송일은 7월 2일 월요일 오후 8시07분이다. 발언 주제는 의료보장과 중소기업이다.
검증자들은 먼저 스콧 주지사가 2009년 정계(政界)에 입문할 당시부터 오바마와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 발언이 그가 영세사업자로부터 직접 들은 하소연을 전달하는 식으로 말한 내용이라고 서술한다. 아울러, 그가 이전에 했던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소개한다. 발언의 경위와 검증 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검증자들이 스콧 주지사의 발언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판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전업 고용자 수가 50인 이하인 사업장은 종업원 보험 가입 의무가 없으며, 따라서 고용자 의무보험 미가입 시 벌금이 적용되는 대상도 5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에 한한다는 점. 영세사업자에게는 스콧이 묘사한 것 같은 벌금이 없을뿐더러, 종업원들의 의료보험료를 고용주가 부담하는 경우에는 세금환급을 받는다는 점 등이다. 검증단은 스콧이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조항을 영세사업자에게 적용한 것이라며, 법조문의 기본적인 사항만 숙지했더라도 이러한 착오는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판단근거 자료로는 의료보험가입의무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미 하원의원 도서관 요약자료, 정부 사이트의 ‘영세사업자와 의료보험가입의무법’ 설명항목, 《탬파베이 타임스》의 6월 29일자 블로그 ‘설령 대법원이 판결하더라도 오바마식 의료보험의 법제화를 막을 생각이다-스콧 주지사의 제안’, Fox TV와의 인터뷰 비디오 원자료 등이다. 검증판정문의 작성자와 자료 조사자, 편집자를 일일이 실명으로 밝혀놓은 점도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www.Politifact.com은 여기서 한걸음을 더 나아간다. 플로리다 출신 사업가, 2010년 11월 2일 제45대 플로리다 주지사 당선, 2011년 1월 4일 취임이라는 스콧 주지사의 경력을 간단히 소개하고, 이 사이트에서 그동안 검증한 스콧 주지사의 발언 판정을 통계로 밝혀놓았다. 2012년 7월 10일 현재, 진실(True)이 11건(15%), 상당부분 진실(Mostly True)이 21건(29%), 절반의 진실(Half True)이 14건(19%), 상당부분 허위(Mostly False)가 8건(11%), 허위(False)가 15건(21%),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이 4건(5%)으로 나와 있는데, ‘누적’을 통해 주요 정치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이 사이트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피노키오 숫자로 거짓 정도 표시
또 다른 검증기구로는 《워싱턴 포스트》가 운영하는 ‘진실을 검증하는 자(The Fact Checker)’라는 칼럼이 있다.
이 시스템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주로 살피고, 온라인상의 논쟁은 다루지 않는다. 단, 주요 정치인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는 정치인 본인의 발언으로 간주하여 검증 대상에 포함시킨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이 칼럼은 독자들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영속화’의 길로 진화했다.
30여 년간 국무부를 출입한 대기자(大記者)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가 단독으로 검증 대상을 정하고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데, 재미있게도 피노키오 그림을 검증 평가 도구로 사용한다. 피노키오는 하나부터 넷까지 부여되는데, 숫자가 많을수록 거짓에 가깝다는 뜻이다. 피노키오 하나는 사실의 일부 누락, 둘은 사실의 중대한 누락이다. 셋은 중요한 사실의 오류이자 명백한 모순, 넷은 글자 그대로 거짓말인 경우에 부여하는 숫자다. 발표 수단은 온라인, 오프라인 동시 게재 고정 칼럼이다.
‘개인칼럼’이기는 하지만, 케슬러 본인이 정치적 이슈를 오랜 시간 다뤄온 전문가라는 점, 복지, 경제, 환경, 의료 등 본인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발언을 검증할 때는 신문사 내부의 전문기자들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이 칼럼은 개인의 신뢰성을 넘어서는 상당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매일 평균 온라인 접속자가 80만~100만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 신문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다.
롬니 공격한 오바마 트위터 내용 검증
‘진실을 검증하는 자’의 2012년 7월 9일 주제는 오바마의 트위터였다. 오바마는 7월 3일 “사실: 롬니는 2010, 2011 2년간 4250만 달러의 소득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세금은 15% 이하로 냈다. 중산층 대다수의 세율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다(FACT: In 2010 and 2011, Romney paid less than 15% in taxes on $42.5 million in incomemuch less than what many middle-class families pay)@BarackObama”라는 트위터를 날렸다.
케슬러는 자신이 오바마 트위터의 애독자라고 밝히고,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하는 것이 아니며 선거 운동원들이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고 전제한다. 다만, 이번 트위터와 같이, ‘사실’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경우 오히려 상당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증자를 들이댄다.
핵심논점은 이것이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인 롬니가 엄청나게 부자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가 과연 ‘대다수의’ 중산층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정도의 세금만을 납부했는가?
칼럼은 먼저 롬니의 수입명세서와 세금납부액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그의 소득이 2010년, 2011년의 경우 각각 2000만 달러를 약간 상회했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소득의 대부분이 금융소득과 배당금이었으며 롬니의 담세율(擔稅率)도 오바마의 지적대로 15%를 넘지 않았다고 말한다.
케슬러는 바로 다음 문장부터 진실을 추적한다. 롬니의 담세율이 낮은 것은 그가 소득 가운데 14%를 기부하여 세금 감면을 받았기 때문이며, 오바마 대통령 역시 소득의 14%를 기부하고 있다고 밝힌다. 세금납부액에 상응하는 기부금을 내는 경우 소득면제 규정이 적용되어 세율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수치를 들어가며 꼼꼼히 증명한다.
이 칼럼은 미 국세청의 항목별 면세규정, 소득세 체계 등을 설명한 뒤 롬니에게 부과된 세율이 중산층 대다수의 세율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한다. 상위 20~40% 구간의 평균세율은 12.9%, 40~60% 구간은 9.2%, 60~80% 구간은 1.3%인데, 롬니가 부담한 세율은 2010년의 경우 13.9%, 2011년의 경우 15.4%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케슬러가 오바마의 이 트위터에 내린 결정은 피노키오 세 개다.
대학 연구소의 검증 시스템
미국에서는 이 밖에도 대학의 연구소, 시민단체가 운영하는 검증기구들이 다양하게 존재한다.
대표적인 기구가 펜실베이니아대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진실 검증 시스템 Factcheck.org다. 특정 언론사와 관계를 맺지 않는 독립적인 검증기구임을 자임하는 이 사이트에서는 전문 검증자, 대학생 팔로우 등 10여 명의 인력이 평균 1일 1건의 메시지를 검증하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는데, 이들이 주로 검증하는 대상은 연쇄이메일(chain e-mail: 대량 연쇄발송이 가능한 이-메일 시스템)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전사자(戰死者)의 장례식장에서 가족에게 국기를 건넬 때 하는 “미 합중국 대통령을 대신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군(軍)에 지시.’(연쇄 이메일)
- 사실이 아님. 미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의식(儀式)의 어떤 부분도 바뀐 것이 없음.
● ‘컬럼비아대 동문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수업에 참가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 사실이 아님. 적어도 한 사람의 클래스메이트는 오바마 대통령을 자세하게 기억함. 컬럼비아대 동창회는 오바마 동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함.
● ‘위스콘신주의 워커 주지사가 고용자 임금은 동결한 반면 자신의 임금은 인상.’(블로그)
- 사실이 아님. 주 정부의 부실한 공식자료를 잘못 해석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공개적으로 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에 비밀리에 서명.’(연쇄 이메일)
- 기존의 법률을 수정한 보안 서비스와 관련된 법안에 서명했을 뿐.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의 몇몇 섬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논의를 진행 중.’
- 실제 지명이 거론된 섬들은 시베리아 인근에 위치한 섬들로, 본래 러시아 영토임. 역사적으로 미국이 점유권을 주장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음.
●‘오바마 대통령이 (월남전 당시 공개적으로 월맹군을 지지한 여배우) 제인 폰다에게 금세기 최고의 여성 가운데 하나라며 존경을 표한 적이 있음.’
- 사실이 아님. 그 말을 한 사람과 시각, 장소는 11년 전 ABC뉴스에서 바바라 월터스.
SNS검증 단체 출범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거짓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된다. 사실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IT강국 코리아는 온라인상의 정보유통 확산 속도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거짓 정보가 횡행하는 일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7월 21일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은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트위터 리트윗 상위 순위에 오른 메시지를 수집하고,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정한 후 그 결과를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다. 거짓 정보의 경우, 해당 화면을 캡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기록으로 보존할 것이다.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은 청년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진실(truth)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fact)은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확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땅에서 유통되는 거짓 정보의 총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사를 비롯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별도의 검증기구를 설치·운영하기를 소망한다. 거짓 정보를 토대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에 이만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검증 작업이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거짓을 바로잡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널리 알리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밀고 가는 작업일 터이다. 무엇보다도, 진실은 거짓보다 힘이 센 법이다.⊙
오는 11월 대선(大選)을 앞두고 있는 미국 정가(政街)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최신 화두(話頭)다. 민주주의의 근간 가운데 하나가 선거라고 한다면, ‘사실이 아닌 소문’의 조직적 유통은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위에 다름 아니다. 자유, 평등, 비밀, 직접 선거의 원칙은 정치적 소비자들인 유권자들이 정치적 상품인 후보들에 대한 자유로운 정보 접근이 가능하다는 전제를 바탕에 깔고 있다.
거짓 정보를 유통하는 일은 이러한 원칙에 대한 정면 도전이다. 왜곡 선전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것은 더 이상 ‘공정’한 선거가 아니다. 승자는 떳떳하지 않고 패자는 승복할 수 없다. 그래서 문제다.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은 그리스 도시국가의 도편투표(陶片投票) 때부터 내려온 인류사(人類史)의 오랜 관행이다. 유사 이래, 직접선거가 있는 곳에서는 언제나 중상모략이 난무해 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왜 미국 사회는 새삼스럽게 이 문제에 칼날을 들이대는가. 2012년 대선에서 네거티브 캠페인의 위력이 사상 최고조에 다다를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사태의 핵심은 인터넷, 좀 더 범위를 좁히면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인터넷상의 개인 매체인 SNS다.
신문 열독률, 10년 사이 반으로 줄어
도대체 인터넷은 얼마나 위력적인가. 대중적 영향력이라는 잣대로 살피자면, SNS는 이미 20여 년 전 주요 언론매체가 수행하던 기능을 대신하거나 넘어섰다고 말할 수 있다. 이미 그 자체가 거대한 권력인 것이다. 결코 과장이 아니다. 통계를 놓고 분석을 해보자.
G20 국가를 기준으로 하면, 종이 신문의 열독률은 지난 10년 사이 절반 정도로 줄어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2002년 82.1%이던 열독률이 2011년 44.6%로 감소했다고 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연구결과다. 방송의 경우, 매체의 중심이 ‘정보 전달’보다는 ‘오락’ 쪽으로 이동하는 것이 최근의 추세다. 역시 정치적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수치가 의미하는 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여론 형성에 관한 신문사의 영향력이 현저히 감소했다.
둘째, 신문사가 공급하는 정보도 종이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전달되는 경우가 많다.
셋째, 뉴스를 생산하는 주체가 전문가 집단에서 일반인으로 이동했다.
이 말은 무슨 뜻인가. 기성 언론의 시장 적응력에 균열이 발생했다는 소리다. 뉴스의 생산과 유통이라는 측면에서, 신문과 방송은 인터넷의 경쟁상대가 되지 못한다. 적어도 ‘속도’라는 면에서는. 물론 속도는 상대적인 개념이다. 찰스 디킨스는 소설 《위대한 유산(Great Expectations)》(1860~1861)을 월(月) 단위로 집필했다. 잡지 형태로 연재발표를 한 뒤, 독자들의 반응을 접수하여 다음 회를 이어갔다. 이 작품에 대한 당대 독자들의 반응은 ‘정신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빨리 진행되는, 실시간 쌍방향 응대(real time inter-active) 소설’이었다. 그들에게는 ‘한 달’이 곧 ‘순간(瞬間)’이었던 셈이다.
요즈음 독자들에게 주간지는 물론, 일간지도 ‘느린 매체’다. 실시간 반응에 익숙해진 뉴스 소비자들은 단 10초도 참아주지 않는다.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고, 데스크의 사실 확인을 거쳐 하루 단위로 뉴스를 공급하는 종이 신문은 ‘속도’에 관한 한 SNS의 경쟁상대가 되지 않는다.
생활환경 자체가 민주적으로 변모했다는 사실도 기존 매체들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기자는, ‘선택되어 체계적으로 훈련받았으며 자신의 글에 책임을 지는’ 소수(少數)의 전문가였다.
지금은 기자들만이 뉴스 메이커에 접근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다. 현대사회는 일반인이 각종 기기를 통해 글과 사진과 심지어는 동영상까지 실시간으로 전 세계에 전송할 수 있는 시대다. 별도의 고가(高價) 고급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들에 의한 독과점(獨寡占)이 무너졌다는 이야기다.
이런 상황에서, 일반인이 뉴스의 생산과 소비의 주체가 되는 일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언론사라는 매개체를 통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곧바로 연결되는 시대. 이러한 상황에선, 그동안 뉴스거리조차 되지 못했던 인기인, 정치인의 자잘한 일상이 모두 뉴스가 된다. 뉴스조차 ‘다(多)품종 소량생산’의 트렌드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일반인 기자에 대한 사회적 신뢰가 없지 않으냐고? 동의한다. 일반인이 올린 게시물이 사실과 부합하느냐의 문제는 온라인상에서 늘 논란의 대상이다.
하지만 대중은 전통적 언론도 사실보도와 여론 선도(先導) 양 편에서 모두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독자들은 매체 자체가 일정한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기존 언론사들이 사실과 진실을 보도한다고 인정하지만, 보도 아이템을 취사선택하는 과정에서 얼마든지 정파성(政派性)을 드러낼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언론사들의 뉴스를 중계해 주는 온라인 검색엔진인 포털들 역시 ‘편집’과 ‘취사선택’의 논란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개인’은 물론이고,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회사’ 역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대중은 생각한다.
맥도널드, SNS 담당 직제 신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게 마련이다. SNS는 전통적 언론에 대한 대중의 불만족을 바탕으로 생겨난 대체재다. 페이스북·블로그·팟캐스트·트위터 등은 이미 여론을 형성하고 유통하는 주요한 통로이다.
인터넷은 특정세대와 기계친화적 사용자들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환경이며, 따라서 인터넷상의 여론은 그만큼 왜곡된(bias) 의견이라는 것이 실체적 진실이지만, ‘첨단’이며 ‘목소리가 크고’, ‘실시간으로 반응’하는 역동성(力動性)이 인터넷 신화(神話)를 증폭시킨다. 개인이 뉴스의 생산·유통에 뛰어들 여지가 그만큼 늘어난 것이다.
요즈음은 주요 언론이 아예 SNS를 인용하여 보도 프로그램을 만들기도 한다. 글자 그대로, 실시간 정보 ‘공유(共有)’를 하고 있는 셈이다. 정치학자들은 대의정치(代議政治), 광장정치(廣場政治), 지하정치(地下政治)를 현대 정치의 대표적인 양태로 손꼽는다. 언론이 매개가 되어 취재원(取材源)으로부터 뉴스를 생산하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 주는 것이 대의정치식 언론환경이라면, SNS는 광장정치식 직접민주주의와 혁명을 꿈꾸는 지하정치의 속성을 동시에 내포한 매체라고 말할 수 있을 듯하다.
바로 이 지점에서, ‘사회적 책임’의 문제가 대두한다. 일단 퍼져나가면 피해복구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고, 선거의 경우라면 결과를 되돌리는 것이 불가능하다. 특정한 거짓 소문 때문에 패했다는 걸 입증하기도 어렵고, 재선거를 요구하는 것 자체가 정치공세로 비칠 수 있다. 이것이 문제다.
맥도널드는 최근 CSO(Chief SNS Officer) 직제를 신설했다. SNS 대응을 총괄하고 CEO에게 상황을 실시간으로 직보(直報)하는 중역이다. 기업이라면 몰라도, 정치인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이러한 조직과 인력을 꾸리기란 쉬운 일이 아닐 터이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정치인의 발언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진실 검증 시스템이 작동한다.
‘진실’과 ‘새빨간 거짓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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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의 온라인 진실 검증사이트 www.Politi fact.com. 정치인들의 발언의 진실성 여부를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보인다. |
매일 아침 회의를 통해 가장 논란이 된 뉴스, 기사, SNS, 직접발언 가운데 두 건을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국민들이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템 ▲기자들이 정치적으로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아이템, 그리고 ▲실제로 검증이 가능한 아이템이다.
회의가 끝나면, 네 명 각자가 취재를 통해 사실 여부를 확인한다. 오후 2시에 검증 내용을 1차로 점검하고, 4시에 2차 회의를 통해 최종 판정을 내린 후 그 결과를 홈페이지를 통해 바로 공지한다. 발표 기준 시각은 매일 오후 5시 이전이다. 검증 결과는 Fox-TV 뉴스를 통해서도 서비스한다. 판정은 여섯 단계로 나눠진다.
첫째, 진실(True). 발언 자체도 정확하고 중요사항의 누락도 없는 경우다.
둘째, 상당부분 진실(Mostly True). 정확한 발언이기는 하지만 해명이나 보충설명이 필요한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셋째, 절반의 진실(Half True). 부분적으로 사실이기는 하지만, 중요한 세부사항을 누락했거나 맥락에서 벗어난 경우다.
넷째, 상당부분 허위(Mostly False). 겉보기에는 사실처럼 보이며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를 갖췄지만 결정적 사실을 언급하지 않아(ignore) 듣는 이에게 전혀 다른 인상을 주는 경우다.
다섯째, 허위(False). 글자 그대로, 정확하지 않고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은 발언을 말한다.
여섯째,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 정확하지 않은 근거를 가지고 펼치는 황당한 주장.
검증 결과뿐 아니라 검증 과정, 검증에 동원한 모든 자료를 함께 공개한다는 것이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주지사의 ‘새빨간 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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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마 대통령의 의료보험 개혁을 비판하는 발언을 했다가 www. Politifact.com 으로부터 ‘새빨간 거짓말’ 판정을 받은 릭 스콧 플로리다 주지사. |
검증자들은 먼저 스콧 주지사가 2009년 정계(政界)에 입문할 당시부터 오바마와 대척점(對蹠點)에 서 있었다고 평가하고, 이 발언이 그가 영세사업자로부터 직접 들은 하소연을 전달하는 식으로 말한 내용이라고 서술한다. 아울러, 그가 이전에 했던 비슷한 맥락의 발언을 소개한다. 발언의 경위와 검증 과정에서 일어날지 모르는 오해의 소지를 차단하고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다.
검증자들이 스콧 주지사의 발언이 ‘새빨간 거짓말’이라고 판정한 근거는 다음과 같다. 전업 고용자 수가 50인 이하인 사업장은 종업원 보험 가입 의무가 없으며, 따라서 고용자 의무보험 미가입 시 벌금이 적용되는 대상도 50인 이상을 고용한 기업에 한한다는 점. 영세사업자에게는 스콧이 묘사한 것 같은 벌금이 없을뿐더러, 종업원들의 의료보험료를 고용주가 부담하는 경우에는 세금환급을 받는다는 점 등이다. 검증단은 스콧이 대기업에 적용되는 법조항을 영세사업자에게 적용한 것이라며, 법조문의 기본적인 사항만 숙지했더라도 이러한 착오는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을 내린다.
판단근거 자료로는 의료보험가입의무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 미 하원의원 도서관 요약자료, 정부 사이트의 ‘영세사업자와 의료보험가입의무법’ 설명항목, 《탬파베이 타임스》의 6월 29일자 블로그 ‘설령 대법원이 판결하더라도 오바마식 의료보험의 법제화를 막을 생각이다-스콧 주지사의 제안’, Fox TV와의 인터뷰 비디오 원자료 등이다. 검증판정문의 작성자와 자료 조사자, 편집자를 일일이 실명으로 밝혀놓은 점도 이 사이트의 특징이다.
www.Politifact.com은 여기서 한걸음을 더 나아간다. 플로리다 출신 사업가, 2010년 11월 2일 제45대 플로리다 주지사 당선, 2011년 1월 4일 취임이라는 스콧 주지사의 경력을 간단히 소개하고, 이 사이트에서 그동안 검증한 스콧 주지사의 발언 판정을 통계로 밝혀놓았다. 2012년 7월 10일 현재, 진실(True)이 11건(15%), 상당부분 진실(Mostly True)이 21건(29%), 절반의 진실(Half True)이 14건(19%), 상당부분 허위(Mostly False)가 8건(11%), 허위(False)가 15건(21%), 새빨간 거짓말(Pants on Fire)이 4건(5%)으로 나와 있는데, ‘누적’을 통해 주요 정치인의 성향을 파악하는 것도 이 사이트가 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피노키오 숫자로 거짓 정도 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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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포스트》 칼럼 ‘진실을 검증하는 자(The Fact Checker)’. 왼쪽 상단에 피노키오 그림이 보인다. |
이 시스템은 정치인들의 발언을 주로 살피고, 온라인상의 논쟁은 다루지 않는다. 단, 주요 정치인의 블로그, 페이스북, 트위터는 정치인 본인의 발언으로 간주하여 검증 대상에 포함시킨다. 2008년 대통령 선거 당시 한시적으로 운영되던 이 칼럼은 독자들의 인기가 급증하면서 ‘영속화’의 길로 진화했다.
30여 년간 국무부를 출입한 대기자(大記者)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가 단독으로 검증 대상을 정하고 검증 결과를 발표하는데, 재미있게도 피노키오 그림을 검증 평가 도구로 사용한다. 피노키오는 하나부터 넷까지 부여되는데, 숫자가 많을수록 거짓에 가깝다는 뜻이다. 피노키오 하나는 사실의 일부 누락, 둘은 사실의 중대한 누락이다. 셋은 중요한 사실의 오류이자 명백한 모순, 넷은 글자 그대로 거짓말인 경우에 부여하는 숫자다. 발표 수단은 온라인, 오프라인 동시 게재 고정 칼럼이다.
‘개인칼럼’이기는 하지만, 케슬러 본인이 정치적 이슈를 오랜 시간 다뤄온 전문가라는 점, 복지, 경제, 환경, 의료 등 본인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분야의 발언을 검증할 때는 신문사 내부의 전문기자들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이 칼럼은 개인의 신뢰성을 넘어서는 상당한 공신력을 확보하고 있다. 매일 평균 온라인 접속자가 80만~100만이라는 사실이 그 증거다. 우리나라 신문들이 참고할 수 있는 모델이다.
롬니 공격한 오바마 트위터 내용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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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워싱턴 포스트》 칼럼 ‘진실을 검증하는 자(The Fact Checker)’의 필자 글렌 케슬러. |
케슬러는 자신이 오바마 트위터의 애독자라고 밝히고, 대통령이 직접 트위터를 하는 것이 아니며 선거 운동원들이 하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라고 전제한다. 다만, 이번 트위터와 같이, ‘사실’임을 유난히 강조하는 경우 오히려 상당한 의문이 생기는 것이 사실이라며 검증자를 들이댄다.
핵심논점은 이것이다.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 가운데 하나인 롬니가 엄청나게 부자인 것은 틀림이 없지만, 그가 과연 ‘대다수의’ 중산층에 비해 ‘상당히 낮은’ 정도의 세금만을 납부했는가?
칼럼은 먼저 롬니의 수입명세서와 세금납부액을 토대로 조사한 결과 그의 소득이 2010년, 2011년의 경우 각각 2000만 달러를 약간 상회했다고 인정한다. 그리고 소득의 대부분이 금융소득과 배당금이었으며 롬니의 담세율(擔稅率)도 오바마의 지적대로 15%를 넘지 않았다고 말한다.
케슬러는 바로 다음 문장부터 진실을 추적한다. 롬니의 담세율이 낮은 것은 그가 소득 가운데 14%를 기부하여 세금 감면을 받았기 때문이며, 오바마 대통령 역시 소득의 14%를 기부하고 있다고 밝힌다. 세금납부액에 상응하는 기부금을 내는 경우 소득면제 규정이 적용되어 세율이 낮아진다는 사실도 수치를 들어가며 꼼꼼히 증명한다.
이 칼럼은 미 국세청의 항목별 면세규정, 소득세 체계 등을 설명한 뒤 롬니에게 부과된 세율이 중산층 대다수의 세율보다 상당히 낮은 수치라는 것도 사실이 아니라고 검증한다. 상위 20~40% 구간의 평균세율은 12.9%, 40~60% 구간은 9.2%, 60~80% 구간은 1.3%인데, 롬니가 부담한 세율은 2010년의 경우 13.9%, 2011년의 경우 15.4%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케슬러가 오바마의 이 트위터에 내린 결정은 피노키오 세 개다.
대학 연구소의 검증 시스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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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펜실베이니아대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진실 검증 시스템 Factcheck.org의 홈페이지. |
대표적인 기구가 펜실베이니아대 애넨버그 공공정책센터의 진실 검증 시스템 Factcheck.org다. 특정 언론사와 관계를 맺지 않는 독립적인 검증기구임을 자임하는 이 사이트에서는 전문 검증자, 대학생 팔로우 등 10여 명의 인력이 평균 1일 1건의 메시지를 검증하고 이를 웹사이트에 공개하는데, 이들이 주로 검증하는 대상은 연쇄이메일(chain e-mail: 대량 연쇄발송이 가능한 이-메일 시스템)이다.
● ‘오바마 대통령이 전사자(戰死者)의 장례식장에서 가족에게 국기를 건넬 때 하는 “미 합중국 대통령을 대신하여”라는 문구를 삭제하라고 군(軍)에 지시.’(연쇄 이메일)
- 사실이 아님. 미 국방부 대변인에 따르면, 의식(儀式)의 어떤 부분도 바뀐 것이 없음.
● ‘컬럼비아대 동문 중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실제 수업에 참가했다고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다.’
- 사실이 아님. 적어도 한 사람의 클래스메이트는 오바마 대통령을 자세하게 기억함. 컬럼비아대 동창회는 오바마 동문을 자랑스럽게 생각함.
● ‘위스콘신주의 워커 주지사가 고용자 임금은 동결한 반면 자신의 임금은 인상.’(블로그)
- 사실이 아님. 주 정부의 부실한 공식자료를 잘못 해석한 결과.
●‘오바마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 질문을 공개적으로 하는 행위를 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에 비밀리에 서명.’(연쇄 이메일)
- 기존의 법률을 수정한 보안 서비스와 관련된 법안에 서명했을 뿐.
●‘오바마 대통령이 알래스카의 몇몇 섬을 러시아에 양도하는 논의를 진행 중.’
- 실제 지명이 거론된 섬들은 시베리아 인근에 위치한 섬들로, 본래 러시아 영토임. 역사적으로 미국이 점유권을 주장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음.
●‘오바마 대통령이 (월남전 당시 공개적으로 월맹군을 지지한 여배우) 제인 폰다에게 금세기 최고의 여성 가운데 하나라며 존경을 표한 적이 있음.’
- 사실이 아님. 그 말을 한 사람과 시각, 장소는 11년 전 ABC뉴스에서 바바라 월터스.
SNS검증 단체 출범
우리나라도 미국과 마찬가지로 거짓 정보가 실시간으로 유통된다. 사실은 사정이 더 좋지 않다. IT강국 코리아는 온라인상의 정보유통 확산 속도가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인 나라다. 거짓 정보가 횡행하는 일은 그 자체로 바람직하지 않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7월 21일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이라는 단체가 출범했다.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은 매일 모니터링을 통해 트위터 리트윗 상위 순위에 오른 메시지를 수집하고, 내용의 진위 여부를 판정한 후 그 결과를 트위터와 홈페이지에 공시할 예정이다. 거짓 정보의 경우, 해당 화면을 캡처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기록으로 보존할 것이다.
‘SNS 바른 소리와 사람들’은 청년 자원봉사자들을 중심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진실(truth)을 규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객관적 사실(fact)은 공개된 자료만으로도 얼마든지 확인이 가능하다. ‘사실확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 땅에서 유통되는 거짓 정보의 총량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예가 아니더라도, 우리나라에서도 언론사를 비롯한 공신력 있는 기관이 별도의 검증기구를 설치·운영하기를 소망한다. 거짓 정보를 토대로 정치적, 사회적,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는 세력의 영향력을 감소시키기에 이만한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검증 작업이 정치인들의 행태를 바꾸지는 못하겠지만, 거짓을 바로잡고 진실이 무엇인지를 널리 알리는 일은 그 자체로 우리 사회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밀고 가는 작업일 터이다. 무엇보다도, 진실은 거짓보다 힘이 센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