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은 모바일이 大勢
⊙ “폭탄주로 시작한 한국 IT기업은 이미 철수”
⊙ 일본 진출 한국기업들의 現地化는 진행형
⊙ “폭탄주로 시작한 한국 IT기업은 이미 철수”
⊙ 일본 진출 한국기업들의 現地化는 진행형
- 일본 도쿄의 대표적 전자 상가인 아키하바라.
“모바일(mobile·휴대용 단말기)에 저력이 있는 나라가 일본입니다. PC(personal computer·소형컴퓨터)에서 모바일로 전환(轉換)하지 않으면 비전이 없습니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는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 유명세를 탔던 한국 메신저 앱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주)카카오는 지난해 7월 일본 현지에 ‘카카오재팬’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사진 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스토리’를 출시하며 모바일 SNS 시장에 진출했다. SNS와 모바일을 함께 잡으려는 전략은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추진되고 있다.
도쿄 시부야 근처에 위치한 현지 법인에서 5월 초에 만난 박차진 카카오재팬 사장은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일본 모바일 시장의 저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일본이 모바일 강국임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라인 PC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경쟁 우위(優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바일은 다릅니다. PC에 주력하고 있을 당시 일본은 피처폰의 전성기였습니다. 카메라 성능은 물론이고 내부메모리 용량,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 처리 속도 등이 한국보다 빨랐습니다. 피처폰에서부터 모바일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한국은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다음부터 SNS 등 모바일 서비스가 본격화됐지만 일본은 피처폰으로도 SNS를 이용했습니다.”
SNS가 향후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은 엄청나다. 한양대 공과대학 조병완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SNS는 인터넷상에서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Web2.0의 기술적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은 서비스입니다. 경제행위의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특정 목적을 위해 경제행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네트워크(인맥)를 구축하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기존 조직, 경계를 초월한 네트워크의 정보소통으로 새로운 형태의 정치, 경제, 행정,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고객의 지역, 성별, 연령, 정치적 성향, 취미 등에 따라 실시간·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져서 이를 관리하는 기법을 통해 거대한 지식 콘텐츠 상품이 떠오를 것입니다.”
조 교수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SNS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도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며 “금융계 최초로 기업 공식 트위터를 개설한 IBK 기업은행, 매주 화·목요일에 각종 이벤트를 공지하는 미스터피자, 트위터·기업블로그·페이스북을 론칭해 SNS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KT 등이 그 사례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SNS가 만들어내는 소통의 공간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소통 공간과 국가·지역·취향·문화가 비슷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나눠진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가 전자라면 국가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카카오(kakao), 일본 믹시(mixi), 중국 웨이보(weibo)는 후자이다. 페이스북, 트위터와는 달리 한국의 SNS 기업은 현지화가 중요하다.
“폭탄주로 시작한 기업 짐 싼 지 오래”
카카오뿐만 아니라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경험을 바탕으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한 지오시스(Giosis) G마켓 역시 2010년 6월 일본 법인을 설립했다. 네이버((주)NHN)가 2000년에 일본에 진출해 온라인 게임에서 나름 자리를 잡는 등 한국 IT기업의 일본 진출은 뿌리가 깊다. 그러나 그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도쿄에서 10년 넘게 한국 기업을 상대로 경영 자문을 했던 컨설턴트는 과거를 회상(回想)하며 이렇게 말한다.
“폭탄주로 시작했던 한국 기업들은 이미 짐 싸서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IT기업들은 보통 20억원 정도를 가지고 와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2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본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 IT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 목적은 수익과 기술력 축적 두 가지가 목적이다. 세계 시장 진출 전의 ‘테스팅 마켓’이라는 측면도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일본 시장에 3년 안에 점 하나 찍으면(교두보를 마련하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일본 대형 전자매장에서 한국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넘기 힘든 장벽이 있는 일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IT기업들은 거대한 투명 벽을 넘어 일본 시장에 교두보(橋頭堡)를 마련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모바일 기술과 SNS 서비스 운용 경험은 큰 자산이다.
“모바일이 대세”
사용자 참여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SNS를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 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소통)의 도구가 SNS이다. 모바일(휴대폰)은 PC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강조된다. 태생적으로 전화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방법과 유형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모바일 SNS사업은 다양한 소비자의 소통 욕구를 파악해 대중이 원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업종이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업 (주)카카오는 지난해 7월 일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서 사용자 증가추세가 가장 빠른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각광받는 K-POP(한국대중가요) 스타들의 다양한 소식과 콘텐츠를 제공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한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류를 해외 진출에 이용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박차진 카카오재팬 사장은 한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카카오의 경우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한류를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 기획자들이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을 보면 감탄을 합니다. 일본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가꿔나가는 형식이라면 한국은 완벽한 완성품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처음에는 좋지만 금세 식상할 수 있습니다. 한류를 지속시키려면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은 문화콘텐츠 소비가 굉장히 빠릅니다. 대체재를 빨리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은 고스톱, 일본은 파친코”
박 사장은 일본 시장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IT기업이 일본 지사를 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일본 말고는 없습니다. 특히 게임 비즈니스가 그렇습니다. 중국은 원래 규제가 심해서 로열티 방식밖에는 안 됩니다. 일본은 음반 CD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나라입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제도적으로 힘들어요.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입니다. 일본에서 공짜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언어만 바꿔서 일본에 가져가면 안 팔립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고스톱, 포커 게임을 일본에 가져간다고 성공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마작, 파친코를 해야 합니다. 차별화, 현지화가 중요해요.”
―카카오재팬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일본의 대학생들을 만나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카톡·KakaoTalk)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충격을 받았어요. 학생들에게 카톡 서비스를 친구들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굳이 카톡을 쓸 필요가 없다며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카톡은 한국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쓰는 어플(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하게 생각할 때 (한국에서 성공한) 카톡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성공방식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봅니다. 다행히 카카오는 깨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을 설명해 주세요.
“‘현지모델은 현지에서 찾아라’는 방식입니다. 한국 카카오와 일본 카카오는 다릅니다. 일본은 무료 전화 기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료 전화 관련해 반발이 있는데, 일본은 무료 전화가 중심입니다. 카카오톡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료’ 문자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돈 내고 사용하던 것이 무료이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문자 문화가 없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통신사가 다르면 문자를 보낼 수 없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예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모바일 이메일을 이용합니다.”
―한국은 무료 전화(m-VoIP) 서비스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요?
“무료 전화 때문에 통신사 음성 서비스 매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뻥(거짓)이라고 봅니다.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이익이지요. 아직까지 걸어다니면서 전화를 할 정도의 품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 와이파이(Wi-Fi)에서 무료 전화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데이터 트래픽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을 유도해 (통신사의) 전체 매출을 늘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니 실패의 교훈
IT기업은 기술혁신을 중요시 여긴다. 그러다 보면 업계에 기술 중심·우위의 사고가 팽배해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소니(Sony) 실패의 교훈은 깊이 생각해 볼 만하다. 온라인 콘텐츠 비즈니스의 원조는 소니이다. 흔히 e북(전자책) 등 온라인 콘텐츠 유통을 아이북스(iBooks), 킨들(kindle)로 유명한 애플, 아마존 등이 시작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2004년 일본의 소니가 세계 최초로 전자잉크 방식의 기기를 내놓았다. 박 사장의 설명이다.
“소니가 세계 최초로 e북을 만들었습니다. 제품을 만든 후에 일본에 있는 출판사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출판 시장이 열렸으니, 콘텐츠를 달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튠보다도 빠른 시도였습니다. 당시는 소니가 불패의 신화를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출판업계에 재고(在庫)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 놀라운 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업자들은 소니를 통하지 않으면 출판을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또 일본은 인쇄업이 엄청납니다. 이런 시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결국 콘텐츠 확보에 실패한 소니는 쫄딱 망했습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IT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기술만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위험하다.
일본 IT산업을 이야기할 때 라쿠텐(Rakuten)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내에서는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도로 알려진 기업이다. 일본 온라인 업계는 라쿠텐과 야후 재팬이 양분하고 있다. 한국의 G마켓처럼 라쿠텐은 일본 인터넷 세상에 그들의 경제권(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수많은 업체가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비(非)전문가가 만들어서 대박
라쿠텐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쇼핑몰을 만든 사람이 IT 비(非)전문가였다는 점이다. 1997년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위해 사업체 이름을 라쿠텐 이치바(樂天市場)로 결정하고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경영진은 공교롭게도 IT 문외한(門外漢)이었다.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는 상학명문 히토쓰바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니혼코교 은행에서 M&A를 담당하던 금융인이었다. 미키타니는 창업 멤버인 혼조 신노스케에게 시스템 개발을 맡겼다. 혼조는 몇 권의 시스템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전문가로부터 일주일간 집중 교육을 받은 후 개발을 시작했다. IT 문외한이 시스템을 만든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 자신이 비전문가였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자 측면이 아닌 소비자(이용자)의 시점에서 쇼핑몰을 만들었다. 결국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상점’이 생겨나게 됐다.
승부는 영업에서 났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던 그 시절, 중소 상인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이해시키는 작업은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는 난제(難題)였다. 라쿠텐은 영업사원들은 전국을 구역별로 나눠서 직접 업주들을 방문해 컴퓨터 사용법부터 설명했다. 1997년은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던 시기였다. 극도의 불황을 극복하고 라쿠텐은 서서히 점포 수를 늘려나갔다. 결국 2009년 일본 인터넷의 절대 강자였던 1위 기업 야후 재팬을 매출 규모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도쿄 시나가와에 위치한 라쿠텐 본사를 5월 초에 방문한 기자는 회사의 글로벌 환경이 신선했다. 회사 공식 언어는 영어였고, 모든 문서와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M&A도 시작했다. 국제판매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유창모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5개국으로 진출했습니다. 현지 회사를 M&A하거나 법인을 새로 세우기도 합니다. 최근 입사자들의 토익 평균이 800점을 넘었습니다. 한국은 만점자도 많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해외 귀국자녀들의 입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라쿠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가격을 중요시하지만 일본은 가격보다 어디서 상품을 사느냐를 중요시합니다. 고객 충성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신발을 하나 사더라도 판매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해 봅니다. 그래서 신용카드, 은행, 골프, 경마장 등 계열사를 만들어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건설해 충성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지화에 골몰하는 한국계 IT기업
일본에 진출해 라쿠텐과 경쟁하고 있는 한국의 G마켓도 일본 현지화에 고민하고 있다. 도쿄 지오시스(Giosis) G마켓 재팬 지사에서 만난 김재돈 이사는 일본 모바일 시장의 특징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국은 전자상거래가 PC에서 많이 이뤄진다면 일본은 휴대폰에서 많이 이뤄집니다. 일반 피처폰에서도 이전부터 가능했습니다. 일본은 모바일 상거래의 역사가 깊습니다. 또 성향면에서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PC보다 휴대폰이 좀 더 개인화에 맞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이 중요하지만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무조건 모바일화시킨다고 성공하지 않습니다. 저희 나름의 색깔과 현지화를 통해 성공하려 합니다.”
누구나 현지화를 이야기하지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지화이다. 김 이사는 현지화와 일본 시장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일본 마켓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에 비해 텍스트(문자) 기반입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사진보다 설명을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판매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장사라면 일본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 판매자들은 내 것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관심을 갖지만 일본은 브랜드를 관리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하고 이것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도 신중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클레임(불만)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강도가 강합니다. 집요할 정도입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하는 것은 힘들다는데 전략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신뢰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상품을 많이 팔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꼭 일본에서 1등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의미 있는 업체가 되어 아시아 전체 1등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한국의 IT기업이 일본에서 참패를 했습니다.
“처음에 진출할 때부터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왜 실패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에 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성과를 얻으려면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막연한 성공은 없습니다.”
일본 IT산업의 신(神)으로 불리는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0년 6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한 신(新) 30년 비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상장회사이므로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만을 위해 달리는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보혁명(Information Revolution)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정보 테크놀로지는 만남을 낳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국경, 연령, 인종, 언어, 시간, 공간도 초월하는 힘입니다.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만들겠다는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사장은 성공을 위한 5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는 늘 개선, 늘 전진, 둘째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 셋째는 가설-실행-검증-구조화, 넷째는 고객 만족의 최대화, 다섯째는 스피드!! 스피드!! 스피드!!.”
성공하는 일본 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철학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술이 필요(必要)조건이라면 기업철학은 충분(充分)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기술뿐 아니라 철학까지 배워서 이들을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후원=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에 있는 지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피해 상황을 신속하게 알려 유명세를 탔던 한국 메신저 앱 ‘카카오톡’으로 유명한 (주)카카오는 지난해 7월 일본 현지에 ‘카카오재팬’을 설립하고 본격적인 해외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카카오는 지난 3월 사진 기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카카오스토리’를 출시하며 모바일 SNS 시장에 진출했다. SNS와 모바일을 함께 잡으려는 전략은 일본에서도 동일하게 추진되고 있다.
도쿄 시부야 근처에 위치한 현지 법인에서 5월 초에 만난 박차진 카카오재팬 사장은 “PC온라인에서 모바일로 변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일본 모바일 시장의 저력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박 사장은 일본이 모바일 강국임을 강조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온라인 PC 시장에서는 한국이 압도적으로 경쟁 우위(優位)에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바일은 다릅니다. PC에 주력하고 있을 당시 일본은 피처폰의 전성기였습니다. 카메라 성능은 물론이고 내부메모리 용량, CPU(Central Processing Unit·중앙처리장치) 처리 속도 등이 한국보다 빨랐습니다. 피처폰에서부터 모바일 기술을 축적했습니다. 한국은 스마트폰으로 넘어온 다음부터 SNS 등 모바일 서비스가 본격화됐지만 일본은 피처폰으로도 SNS를 이용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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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차진 카카오재팬 사장. |
“SNS는 인터넷상에서 쌍방향으로 정보를 주고받고 공유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Web2.0의 기술적 개념을 그대로 이어받은 서비스입니다. 경제행위의 주체인 생산자와 소비자는 특정 목적을 위해 경제행위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네트워크(인맥)를 구축하거나 기존 인맥과의 관계를 강화시킬 것입니다. 기존 조직, 경계를 초월한 네트워크의 정보소통으로 새로운 형태의 정치, 경제, 행정, 문화가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고객의 지역, 성별, 연령, 정치적 성향, 취미 등에 따라 실시간·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져서 이를 관리하는 기법을 통해 거대한 지식 콘텐츠 상품이 떠오를 것입니다.”
조 교수는 “스마트폰의 빠른 보급으로 SNS 사용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고, 기업도 이를 적극 이용하고 있다”며 “금융계 최초로 기업 공식 트위터를 개설한 IBK 기업은행, 매주 화·목요일에 각종 이벤트를 공지하는 미스터피자, 트위터·기업블로그·페이스북을 론칭해 SNS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KT 등이 그 사례이다”고 덧붙였다.
현재 SNS가 만들어내는 소통의 공간은 전 세계에서 통하는 글로벌 소통 공간과 국가·지역·취향·문화가 비슷한 사람들이 참여하는 공간으로 나눠진다. 전 세계에서 동일한 형태로 이용되고 있는 페이스북(facebook), 트위터(twitter)가 전자라면 국가별로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의 카카오(kakao), 일본 믹시(mixi), 중국 웨이보(weibo)는 후자이다. 페이스북, 트위터와는 달리 한국의 SNS 기업은 현지화가 중요하다.
“폭탄주로 시작한 기업 짐 싼 지 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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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생활의 필수 스마트폰 어플이 된 긴급지진 속보 어플 ‘유레쿠루’. |
도쿄에서 10년 넘게 한국 기업을 상대로 경영 자문을 했던 컨설턴트는 과거를 회상(回想)하며 이렇게 말한다.
“폭탄주로 시작했던 한국 기업들은 이미 짐 싸서 돌아갔습니다. 한국의 IT기업들은 보통 20억원 정도를 가지고 와서 사업을 시작하는데 2년을 버티지 못하는 경우가 태반이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봤습니다. 일본에 대해 깊이 있게 이해하려 하지 않고 한국식으로 접근했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 IT기업들의 일본 시장 진출 목적은 수익과 기술력 축적 두 가지가 목적이다. 세계 시장 진출 전의 ‘테스팅 마켓’이라는 측면도 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은 공통적으로 “일본 시장에 3년 안에 점 하나 찍으면(교두보를 마련하면) 성공하는 것”이라고 토로한다. 실제 일본 대형 전자매장에서 한국 제품을 찾기는 쉽지 않다. 눈에 보이지 않는 넘기 힘든 장벽이 있는 일본 시장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한국의 IT기업들은 거대한 투명 벽을 넘어 일본 시장에 교두보(橋頭堡)를 마련하기 위해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들에게 한국의 모바일 기술과 SNS 서비스 운용 경험은 큰 자산이다.
“모바일이 대세”
사용자 참여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SNS를 ‘사용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공유, 그리고 인맥 확대 등을 통해 사회적 관계를 생성하고 강화시켜 주는 온라인 플랫폼’이라고 정의한다. 결국 커뮤니케이션(소통)의 도구가 SNS이다. 모바일(휴대폰)은 PC에 비해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강조된다. 태생적으로 전화는 의사소통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소통의 방법과 유형은 복잡하고 다양하다. 모바일 SNS사업은 다양한 소비자의 소통 욕구를 파악해 대중이 원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업종이다.
모바일 커뮤니케이션 기업 (주)카카오는 지난해 7월 일본법인을 설립하며 “해외 시장 개척의 전초기지로서 사용자 증가추세가 가장 빠른 일본에 법인을 설립했다”며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각광받는 K-POP(한국대중가요) 스타들의 다양한 소식과 콘텐츠를 제공해 글로벌 모바일 플랫폼으로 인정받겠다”고 말했다.
한류가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한류를 해외 진출에 이용하려는 시도 역시 계속되고 있다. 현장에서 뛰고 있는 박차진 카카오재팬 사장은 한류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카카오의 경우 일본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이라고 인식합니다. 그래서 한류를 적극 이용하고 있습니다. 한류가 세계로 퍼져나가는 것을 보면 한국 콘텐츠가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일본 기획자들이 소녀시대 같은 걸그룹을 보면 감탄을 합니다. 일본은 (불완전한 상태에서) 가꿔나가는 형식이라면 한국은 완벽한 완성품 같은 느낌입니다. 그러나 이 때문에 처음에는 좋지만 금세 식상할 수 있습니다. 한류를 지속시키려면 깊게 생각해야 합니다. 일본은 문화콘텐츠 소비가 굉장히 빠릅니다. 대체재를 빨리 만들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국은 고스톱, 일본은 파친코”
박 사장은 일본 시장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 IT기업이 일본 지사를 세우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한국과 유사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사업을 했을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나라가 별로 없습니다. 일본 말고는 없습니다. 특히 게임 비즈니스가 그렇습니다. 중국은 원래 규제가 심해서 로열티 방식밖에는 안 됩니다. 일본은 음반 CD가 세계에서 제일 잘 팔리는 나라입니다. 불법 다운로드가 제도적으로 힘들어요. 소프트웨어 개발자 입장에서는 좋은 조건입니다. 일본에서 공짜서비스가 만들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게임을 언어만 바꿔서 일본에 가져가면 안 팔립니다. 한국에서 성공한 고스톱, 포커 게임을 일본에 가져간다고 성공하지 않습니다. 일본에서는 마작, 파친코를 해야 합니다. 차별화, 현지화가 중요해요.”
―카카오재팬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작년에 일본의 대학생들을 만나서 메신저 서비스 카카오톡(카톡·KakaoTalk)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충격을 받았어요. 학생들에게 카톡 서비스를 친구들에게 추천하겠느냐고 물었는데, 굳이 카톡을 쓸 필요가 없다며 추천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습니다. 카톡은 한국과 관련된 사람들이 주로 쓰는 어플(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에 불과했습니다. 그래서 글로벌하게 생각할 때 (한국에서 성공한) 카톡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기존의 성공방식을 버려야 살 수 있다고 봅니다. 다행히 카카오는 깨는 문화를 가지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방식을 설명해 주세요.
“‘현지모델은 현지에서 찾아라’는 방식입니다. 한국 카카오와 일본 카카오는 다릅니다. 일본은 무료 전화 기능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무료 전화 관련해 반발이 있는데, 일본은 무료 전화가 중심입니다. 카카오톡이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무료’ 문자 서비스였기 때문입니다. 돈 내고 사용하던 것이 무료이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일본은 문자 문화가 없습니다. 일본은 한국과 달리 통신사가 다르면 문자를 보낼 수 없고, 문자를 보내는 것을 예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대신에 모바일 이메일을 이용합니다.”
―한국은 무료 전화(m-VoIP) 서비스 때문에 이동통신사와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일본의 상황은 어떤가요?
“무료 전화 때문에 통신사 음성 서비스 매출이 줄어든다는 주장은 뻥(거짓)이라고 봅니다. 대세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오히려 모두에게 이익이지요. 아직까지 걸어다니면서 전화를 할 정도의 품질이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대부분 와이파이(Wi-Fi)에서 무료 전화를 사용합니다. 때문에 데이터 트래픽이 크지 않습니다. 오히려 소비자들의 데이터 사용을 유도해 (통신사의) 전체 매출을 늘리는 측면이 있습니다.”
소니 실패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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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대표적 인터넷 쇼핑몰 라쿠텐. |
“소니가 세계 최초로 e북을 만들었습니다. 제품을 만든 후에 일본에 있는 출판사들을 모아놓고 새로운 출판 시장이 열렸으니, 콘텐츠를 달라고 했습니다. 애플의 아이튠보다도 빠른 시도였습니다. 당시는 소니가 불패의 신화를 쓰던 시절이었습니다. 출판업계에 재고(在庫)라는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 놀라운 시도였습니다. 처음에는 동참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출판업자들은 소니를 통하지 않으면 출판을 하지 못하게 되지 않을까 우려했습니다. 또 일본은 인쇄업이 엄청납니다. 이런 시장이 무너지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결국 콘텐츠 확보에 실패한 소니는 쫄딱 망했습니다.”
비즈니스는 결국 사람 사이의 관계를 통해 이뤄진다. IT산업 역시 다르지 않다. 일본에서 기술만으로 성공하겠다는 생각은 그래서 위험하다.
일본 IT산업을 이야기할 때 라쿠텐(Rakuten)을 빼놓을 수 없다. 한국 내에서는 프로야구팀을 운영하고 있다는 정도로 알려진 기업이다. 일본 온라인 업계는 라쿠텐과 야후 재팬이 양분하고 있다. 한국의 G마켓처럼 라쿠텐은 일본 인터넷 세상에 그들의 경제권(인터넷 쇼핑몰)을 구축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 역시 수많은 업체가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도전했지만 대부분 문을 닫았다.
비(非)전문가가 만들어서 대박
라쿠텐의 성공 요인 중 하나가 쇼핑몰을 만든 사람이 IT 비(非)전문가였다는 점이다. 1997년 인터넷 쇼핑몰 사업을 위해 사업체 이름을 라쿠텐 이치바(樂天市場)로 결정하고 시스템 개발에 나선 경영진은 공교롭게도 IT 문외한(門外漢)이었다. 창업자 미키타니 히로시는 상학명문 히토쓰바시 대학을 졸업한 후에 니혼코교 은행에서 M&A를 담당하던 금융인이었다. 미키타니는 창업 멤버인 혼조 신노스케에게 시스템 개발을 맡겼다. 혼조는 몇 권의 시스템 관련 서적을 독파하고 전문가로부터 일주일간 집중 교육을 받은 후 개발을 시작했다. IT 문외한이 시스템을 만든 것은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었다. 그 자신이 비전문가였기 때문에 프로그램 개발자 측면이 아닌 소비자(이용자)의 시점에서 쇼핑몰을 만들었다. 결국 ‘누구나 쉽게 이용할 수 있는 인터넷 상점’이 생겨나게 됐다.
승부는 영업에서 났다. 컴퓨터를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사람이 없던 그 시절, 중소 상인에게 온라인 쇼핑몰을 이해시키는 작업은 엄청난 어려움이 따르는 난제(難題)였다. 라쿠텐은 영업사원들은 전국을 구역별로 나눠서 직접 업주들을 방문해 컴퓨터 사용법부터 설명했다. 1997년은 일본의 버블이 붕괴되던 시기였다. 극도의 불황을 극복하고 라쿠텐은 서서히 점포 수를 늘려나갔다. 결국 2009년 일본 인터넷의 절대 강자였던 1위 기업 야후 재팬을 매출 규모에서 앞서기 시작했다.
도쿄 시나가와에 위치한 라쿠텐 본사를 5월 초에 방문한 기자는 회사의 글로벌 환경이 신선했다. 회사 공식 언어는 영어였고, 모든 문서와 회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었다. 세계 시장 공략을 위한 공격적인 M&A도 시작했다. 국제판매부에서 일하는 한국인 유창모씨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15개국으로 진출했습니다. 현지 회사를 M&A하거나 법인을 새로 세우기도 합니다. 최근 입사자들의 토익 평균이 800점을 넘었습니다. 한국은 만점자도 많다고 하는데 일본에서는 상당히 높은 수준입니다. 해외 귀국자녀들의 입사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어서 전 세계 어디에서도 라쿠텐에서 물건을 살 수 있도록 할 예정입니다. 한국은 가격을 중요시하지만 일본은 가격보다 어디서 상품을 사느냐를 중요시합니다. 고객 충성도가 다릅니다. 예를 들어 신발을 하나 사더라도 판매자의 홈페이지에 들어가서 내용을 확인해 봅니다. 그래서 신용카드, 은행, 골프, 경마장 등 계열사를 만들어 하나의 경제 공동체를 건설해 충성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현지화에 골몰하는 한국계 IT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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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오시스(Giosis) G마켓재팬 김재돈 이사. |
“한국은 전자상거래가 PC에서 많이 이뤄진다면 일본은 휴대폰에서 많이 이뤄집니다. 일반 피처폰에서도 이전부터 가능했습니다. 일본은 모바일 상거래의 역사가 깊습니다. 또 성향면에서 개인화되어 있습니다. PC보다 휴대폰이 좀 더 개인화에 맞는 것 같습니다. 모바일이 중요하지만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고 봅니다. 무조건 모바일화시킨다고 성공하지 않습니다. 저희 나름의 색깔과 현지화를 통해 성공하려 합니다.”
누구나 현지화를 이야기하지만 만만치 않은 것이 현지화이다. 김 이사는 현지화와 일본 시장의 특징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일본 마켓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한국에 비해 텍스트(문자) 기반입니다.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사진보다 설명을 하는 내용이 많습니다.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판매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장사라면 일본은 사업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한국에서 판매자들은 내 것이 얼마나 팔렸는지에 관심을 갖지만 일본은 브랜드를 관리하고 고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방안을 고민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매하고 이것을 업으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물건을 사는 소비자들도 신중합니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상품을 구입한 소비자의 클레임(불만) 수가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일단 발생하면 강도가 강합니다. 집요할 정도입니다.”
―한국 기업이 일본에서 성공하는 것은 힘들다는데 전략은 무엇인가요?
“저희가 고객에게 줄 수 있는 신뢰는 돈을 많이 들이지 않고 상품을 많이 팔리도록 하는 것입니다. 저희는 꼭 일본에서 1등을 하려 하지 않습니다.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의미 있는 업체가 되어 아시아 전체 1등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많은 한국의 IT기업이 일본에서 참패를 했습니다.
“처음에 진출할 때부터 만만치 않은 시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두려워할 것은 없지만 왜 실패했는지 살펴볼 필요는 있다고 봅니다. 일본에서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다른 시장에 비해 시간이 많이 필요합니다. 일본에서 한국과 같은 성과를 얻으려면 두 배의 노력을 해야 합니다. 막연한 성공은 없습니다.”
일본 IT산업의 신(神)으로 불리는 손 마사요시(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2010년 6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발표한 신(新) 30년 비전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소프트뱅크는 상장회사이므로 수익을 올려야 합니다. 이것은 현실입니다. 그러나 현실만을 위해 달리는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정보혁명(Information Revolution)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정보 테크놀로지는 만남을 낳고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힘이 있습니다. 국경, 연령, 인종, 언어, 시간, 공간도 초월하는 힘입니다. 정보혁명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할 것입니다.”
세계 최고의 인터넷 서비스 회사를 만들겠다는 라쿠텐의 미키타니 히로시 사장은 성공을 위한 5가지 조건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는 늘 개선, 늘 전진, 둘째는 철저한 프로페셔널리즘, 셋째는 가설-실행-검증-구조화, 넷째는 고객 만족의 최대화, 다섯째는 스피드!! 스피드!! 스피드!!.”
성공하는 일본 기업은 기술뿐만 아니라 철학까지 가지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기술이 필요(必要)조건이라면 기업철학은 충분(充分)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고 있는 한국의 기업들이 기술뿐 아니라 철학까지 배워서 이들을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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