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빈 라덴 사살한 ‘실 팀 식스(SEAL Team Six)’, 1980년 이란인질 구출작전 실패 후 창설,
위장명칭 ‘해군 특수전개발단’
⊙ 전체 병력 2500명, 최정예 6팀은 300명 내외
⊙ 아프간戰에서 CIA와 활약, ‘아나콘다 작전’ 등 수행
주성민
⊙ 53세. 군사전문 저널리스트.
⊙ 저서: 《소총수와 디지털 솔저》 《지중해의 문어구이》 .
위장명칭 ‘해군 특수전개발단’
⊙ 전체 병력 2500명, 최정예 6팀은 300명 내외
⊙ 아프간戰에서 CIA와 활약, ‘아나콘다 작전’ 등 수행
주성민
⊙ 53세. 군사전문 저널리스트.
⊙ 저서: 《소총수와 디지털 솔저》 《지중해의 문어구이》 .
미군 특수부대원들을 태운 수송기가 사막의 어두운 밤하늘을 뚫고 나타났다. 이란의 방공망을 피해 날아온 6대의 C-130 허큘리스가 착륙지점으로 접근해 갔다.
“데저트 원(Desert One)으로 랜딩한다.”
선도기 조종사가 기수를 낮추며 말했다. 수송기들은 이란 중부 카비르(Kavir) 사막의 메마른 땅위로 내려앉았다. 아군(我軍)과 합류할 지점 데저트 원에 착륙하자 수송기의 뒷문이 열리며 무장한 군인들이 튀어나와 사주(四周)경계에 나섰다. 이들은 미군 최정예인 대(對)테러부대 델타포스 소속이다.
아군 헬리콥터가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나자 델타 지휘관 찰스 벡위드 대령(Col. Beckwith)은 몇 번이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타고 갈 헬기가 없으면 델타부대가 작전을 시작할 수 없다. “시 스탈리언이 너무 늦는군.” 10분이 더 지나자 대령은 초조해졌다.
이란에서 팔레비 국왕이 실각한 후인 1979년 11월 초, 과격파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했다. 전(全) 세계 미(美) 대사관의 경비는 해병대가 책임지고 있다. 해병대원들은 최루탄을 쏘며 막았지만 방어에 실패했고, 대학생들은 외교관 6명과 직원들을 인질로 사로잡고 대사관에 폭탄을 설치했다.
실패로 끝난 이란인질 구출작전
미국의 카터 행정부는 ‘정치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접촉을 원했으나 그들은 냉담했다. 결국 백악관 비상대책회의의 마지막 선택은 ‘군사적 해결’이었다. 합참 지휘부는 벡위드 대령을 책임자로 세워 구출작전을 계획했다. 해결사 역할은 델타포스였고 그린베레와 레인저부대가 서포트를 맡았다. 군사적 해결은 신속해야 했으나, 우유부단하던 대통령 카터는 거의 반년이 지난 1980년 4월이 되어서야 작전을 허가했다.
4월 25일 밤 12시, 공수된 델타부대는 카비르 사막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美) 항공모함 니미츠(USS Nimitz)에서 발진한 RH-53D ‘시 스탈리언’ 헬리콥터 8대가 예정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마침내 밤 12시50분이 되어서야 헬기들이 나타났으나 6대뿐이었다. 오는 도중 모래바람 속에서 문제가 생겨 한 대는 돌아가고 한 대는 사막에 불시착한 것이다.
문제가 다시 생겼다. 헬기 한 대가 또 고장을 일으켜 남은 5대로는 작전수행이 불가능했다. 타격대는 델타 93명과 그린베레 15명을 포함, 모두 108명인 데다 데려와야 할 인질이 52명이었다. 작전이 취소되자 대원들은 급히 움직였다. 철수를 서두르던 시 스탈리언의 해병 조종사가 실수로 허큘리스 수송기와 충돌했다. RH-53D는 해병대가 운용하는 헬기다. 헬기와 수송기가 폭발해 공군과 해병 조종사와 승무원까지 8명이 화염에 휩싸였다. 구출작전은 시작도 못해 보고 사망자만 남긴 채 무참히 종료되었다.
작전의 실패로 카터 행정부와 합참은 망신을 당했으며, 인질들은 444일이 지난 1981년 1월이 되어서야 풀려났다.
對테러부대 6팀의 창설
이 사건 이후 미 해군은 델타포스에 비견할 대테러부대를 구상했다. 당시 해군 특수부대 중 네이비실(Navy SEALs)은 1팀과 2팀이 있었다. 대원은 두 개의 팀에서 선발되었고, 새로운 팀은 대테러 임무를 위해 엘리트 중의 엘리트로 구성되어 혹독하게 훈련을 받았다. 팀은 존재에 대해 극도의 보안을 유지하며 1980년 10월 창설되었다. 이들의 이름은 ‘실 팀 식스(SEAL Team Six)’.
6팀의 존재는 상당 기간 극비였고, 현재 ‘해군 특수전개발단(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이란 명칭으로 위장하고 있다. 6팀은 군(軍)에서 ‘딥그루’로 통한다. 위장 명칭인 해군 개발단(Development Group)을 줄여 딥그루(DevGru)로 부르는 것이다. 6팀의 훈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네이비실에서 수년간 복무한 대원들도 절반은 탈락할 만큼 힘들다. 따라서 6팀의 전력(戰力)은 육군의 델타포스와 쌍벽을 이루는 대테러 정예부대다.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로 1962년 창설된 네이비실은 미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에 기지를 둔 2개의 팀으로 시작되었다. 네이비실이 되려면 ‘버드(BUD·Basic Underwater Demolition·수중폭파 기본훈련)’로 통하는 1차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각 부대에서 선발해 합격한 군인들만 1차 관문인 수중폭파 기본훈련을 시작하지만 갈수록 훈련강도는 높아진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들어온 그들이지만 80% 내외는 중도에 하차한다.
네이비실 현역장교 스티브 존슨은 훈련소 경험을 이렇게 토로한다.
“지옥 주(Hell Week)로 부르는 6일 동안, 일요일 아침부터 금요일까지 끔찍한 훈련을 받으며 잠은 1시간반만 잤다.”
그는 부대에서 최고로 통하는 지원자 129명과 함께 버드 훈련에 들어갔다. 수개월이 지나자 100여 명이 중도에 포기했고, 7개월 후 남은 사람은 불과 15명이었다. 스티브 존슨은 사병으로 복무하다 네이비실이 되었고 장교로 진급했다. 이들은 비밀작전을 수행하기에 안전을 이유로 신분을 공개할 수 없어 가명(假名)을 쓴다.
교관들은 부적절한 병사를 찾아내 가차 없이 탈락시키기로 악명(惡名) 높다. 무능한 병사는 작전수행 중 죽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시킬 수 있다. 교관은 병기(兵器) 관리도 엄격하다. 훈련병의 칼은 늘 파란 날이 서 있어야 하며, 무뎌진 날을 방치했다간 교관이 칼날을 돌로 내리쳐 쇠막대로 만들어 버린다. 쇳덩이가 된 칼을 갈아 날을 세우려면 잠도 못자고 몇 시간은 갈아야 한다.
장교와 사병이 함께 훈련
네이비실은 장교와 사병(士兵)이 같은 훈련소에서 같이 트레이닝받는다. 이 때문에 실 팀(SEAL Team)은 타(他)부대가 따라갈 수 없는 각별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네이비실 사관은 팀의 보호자다. 리더는 일관적이고 신뢰성이 있어야 하며 유연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한다.
작전에 들어가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적지(敵地)에 침투해 적의 화기(火器)에서 화약 냄새가 바람에 묻어 오면 소름이 끼치면서 자동소총은 안전장치를 풀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걸게 된다. 리더는 팀을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한다. 만일 정보가 부족해도, 지금 가진 정보만으로 즉각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 해군의 사관들은 결정적인 행동을 재빨리 취하도록 훈련받는다. 네이비실 사관에게 유연성은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며, 오직 목표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다.
미 해군 특전사령부 휘하에는 5개 특전단이 있다.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 코로나도 해군기지의 제1특전단에 네이비실 1·3·5·7팀이 있고, 역시 서부의 제11특전단에 17·18팀이 있다. 동부 해안 버지니아주 리틀 크릭 해군기지의 제2특전단에는 2·4·8·10팀이 있다. 이와 별도로 ‘특수전개발단’이 최고 비밀부대 6팀이다.
실 1개 팀은 300여 명이고 중령이 지휘한다. 보통의 경우 작전에 동원되는 병력은 2개 소대 16명이며, 2명의 사관과 14명의 부사관(副士官) 및 병사로 구성된다. 각 소대는 군수, 항공, 잠수, 통신, 정보, 공학 분과로 나누어져 있다. 네이비실의 전체 병력은 대략 2500여 명으로 알려지며, 최정예인 6팀은 300명 내외다.
매번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네이비실은 급료도 높지만 위험수당도 꽤 많다. 10년차 정도가 되면 급료 외에도 연간 9만 달러(1억원)에 가까운 수당을 받는다. 실 팀 기지에는 벽에 붙은 A4 용지 전단을 흔히 볼 수 있다. 진급한 대원이 급료가 늘었다고 한턱내겠다는 내용이다.
“도와준 덕분에 진급했으니 고맙다. 주말에 바 레이븐에 모여라. 맥주 몇 박스쯤은 아낌없이 쏘겠다.”
네이비실은 특전사령부(US Special Operation Command)가 지휘 통제한다. 플로리다 맥딜 공군기지에 본부를 둔 특전사는 육군과 해군 공군의 특수부대를 총지휘하며, 국방부가 아닌 의회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유일한 사령부다.
CIA, 9·11 이후 살인면허 획득
미군 경(輕)보병부대인 10산악사단 2여단 병력을 태운 헬기들이 아프간의 험악한 산악지대 위로 비행해 갔다. 아프간 동부 샤이코트 산맥에 은신한 알카에다를 공격하는 아나콘다 작전(Operation Anaconda)이 시작되었다.
헬기들이 산속의 평지 끝에 있는 투입지점으로 향했다. 미군들은 정해진 지점에서 매복했다가 특수부대가 공격을 개시하면 알카에다의 퇴각로를 봉쇄해 궤멸시키는 것이 임무였다. 헬기에서 미군들이 내리는 순간 포탄이 수없이 날아들었다.
“박격포다!”
이미 매복해 있던 알카에다 전사(戰士)들은 공격지점까지 계산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미군들은 헬기에서 굴러 떨어졌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포탄 속에 살아남으려고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작전을 계획한 중부군사령부는 적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병력을 보내 단위부대 하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9·11 테러에 당한 이후, 미국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은 누구든 죽이기로 결정했다. 9월 15일, 대통령 부시는 CIA 국장 조지 테닛과 대테러센터(CTC) 소장 카퍼 블랙을 캠프 데이비드로 호출했다. 부시는 블랙에게 빈 라덴의 목을 요구했다. 테닛 국장은 부시에게 라덴을 제거할 권한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틀 후 17일, 부시는 라덴과 그의 부하들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1급 기밀 명령서’에 서명해 CIA에 보냈다. 비밀 팀을 구성해, 필요하다면 외교적 관례나 국제법을 무시하고, 체포하거나 죽이기 위한 작전을 실시하도록 명확한 권한을 부여했다. 부시는 CIA와 파트너들에게 ‘살인면허’를 주었다.
조지 테닛은 자신의 회고록 《폭풍의 한가운데서》(At the center of the storm)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는 CIA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많은 권한을 요청했고 획득했다.”
아나콘다 작전
CTC는 CIA의 심장에 해당된다. 블랙은 특수공작국 작전장교 게리 슈런에게 라덴의 목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해군사관학교 출신인 슈런은 아프간 지역 전문가이며 군의 중장(中將)에 해당되는 고급간부였다.
9월 27일, 슈런은 CIA 특수공작국 비밀팀과 아프간으로 날아갔다. 팀은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요원 8명이었고, 300만 달러 이상의 현찰을 가져갔다. 비밀팀은 아프간 군벌 지도자들과 영향력 있는 민간 지도자들을 달러로 매수해 라덴의 정보를 얻으려 했다. 누구든 라덴의 정보를 가져오면 그들은 가방에 달러를 채워 줬다. 아프간 군벌(軍閥)과 민간 지도자들은 앞 다투어 정보를 가져와 달러를 가져갔다. CIA는 아프간 전쟁 초기에 7000만 달러를 풀었으나 라덴은 구경도 못했다.
해가 바뀌어 2002년 2월이 되도록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갯속이었고,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을 피해 아프간 깊은 산속에 은신해 있었다. 블랙은 부시에게 라덴의 목을 약속했으나 상황은 별 진전이 없었다.
그해 2월, 중부군 지휘부는 ‘아나콘다 작전’으로 아프간 동부 산속의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지상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중부군은 이 작전에 10산악사단과 해병대, 해군 네이비실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병대는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린 이 따위 작전은 시작하지 않겠다.”
중부군은 해병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없어 그들을 제외시켰다. 이번엔 네이비실이 걸고 넘어졌다.
“공중지원이 없다면 우린 참가할 수 없다.”
중부군은 공중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막판에 공군은 의도적으로 배제당했다. 중부군 고급장교들이 만든 아나콘다 작전은 ‘지상군의 기습공격’이 핵심이고,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사전(事前)폭격을 거부했다. 2002년 3월, 작전은 시작되었으나 적의 화력을 무력화(無力化)시킬 공중폭격은 없었다. 이 때문에 헬기 조종사와 무수한 소총수들이 무차별 매복공격을 당했다.
작전실패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었고, 빈약한 정보력의 대가로 무고한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후 보병부대는 새로 편성되었고, 공군은 폭격을 시작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은신처를 파괴하는 것으로 2주간의 작전은 끝났다. 정보가 부족해 중부군은 곤욕을 치렀으나 실패를 덮느라 급급했다.
퓰리처를 수상한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 시모어 허시는 자신의 저서 <지휘계통(Chain of Command)>에서, ‘육군은 아나콘다 작전을 성공작으로 포장하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중부군은 언론에 “작전에 성공해 700명의 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대부분은 산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신했고, 발견된 사망자는 10구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CIA의 인간사냥
2003년 11월, 부시 행정부는 아프간과 이라크 주둔 특수부대의 비밀활동을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중부군 사령관 타미 프랭크스가 물러나고, 후임 사령관 존 아비자이드 대장(大將)은 극비작전을 위해 비밀부대를 만들었다. 특수부대원들로 조직된 ‘121 기동부대(Task Force 121)’였다.
그해 11월에 조직된 TF-121은 네이비실과 델타포스가 주력이며 160특수작전항공단이 공중지원을 맡았고, 지휘관은 라일 쾨닉 공군 준장(准將)이었다. TF-121은 빈 라덴을 추적하며, 알카에다와 탈레반 요원들을 찾아 죽이는 일이 임무였다.
미국이 테러와 전쟁을 벌이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 주변에는 미군 전방 작전기지들이 있다. 모래주머니와 진흙 철조망으로 급조된 기지는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으나 CIA 기지다. 이곳의 모든 작전은 CIA가 주도하고 있으며, 기지 대장은 CIA 고급요원인 작전관(Case Officer)이다.
CIA가 주도하는 작전에 네이비실과 델타부대가 타격의 핵심이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CIA 준(準)군사조직의 요원들과 CIA와 계약된 민간인들이다. 준군사 요원의 대부분은 델타부대원 출신이며, 소수(少數)이지만 네이비실도 있다. 이들은 군 복무 중 모집되어 CIA에서 일하며, 군의 이력서에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1급의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CIA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군에서처럼 쓸데없는 간섭 따위는 안 받는 데다, 필요한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고, 급료도 군과 비교가 안될 만큼 많아서다. TF-121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서 작전하며, 알카에다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160특수작전항공단의 고속 기동헬기를 타고 기습해 사냥한다.
드디어 빈 라덴 사살
이듬해 2004년 봄이 되자 TF-121의 지휘관이 교체되었다. 네이비실 팀 리더 출신이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근무하던 윌리엄 맥레이븐 해군 소장(Maj Gen. McRaven)이 새 지휘관으로 왔다.
미 정보당국은 2004년 이후부터 빈 라덴의 추적에 실패하고 있었다. CIA 특수공작국은 국가안보국(NSA)의 세계적인 도청망을 통해 빈 라덴 조직을 추적해 왔다. 국립정찰국(NRO)의 스파이위성을 통해 위성전화와 휴대폰을 24시간 도청하는 것이다. NRO는 ‘국가도청업체’로 통한다.
CIA가 알카에다의 하부 ‘말단조직원’을 찾아내면 행동대원들이 위협해 압박한다. 겁에 질린 ‘말단’이 바로 윗선과 접선하려고 전화하면 모든 목소리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누구와 전화하는지 알아낸다. CIA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음성과 신원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CIA는 이런 식으로 빈 라덴과 연결된 사람을 추적했으나, 2004년 이후에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골탕을 먹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CIA는 빈 라덴과 연결하는 고리를 다시 찾아내면서 소재가 파악되었다. CIA 국장 리언 패네타는 오마바 대통령으로부터 사살작전을 승인받자 아프간 바그람 기지의 합동특전사령관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바그람의 특전사령관은 오래전 네이비실에서 대테러작전을 수행해 왔고, 2008년 이후 아프간에서 비밀작전을 총지휘해 온 인물이다.
그는 오랜 숙적에게 기습부대를 보냈다. 지난 5월 1일, 79명의 네이비실 대원들은 4대의 160 특수작전항공단 헬기를 타고 날아가 빈 라덴을 사살한 후 기습작전을 종료했다. 바그람에서 기습부대를 지휘한 사람은 TF-121을 이끌던 맥레이븐 해군 중장(Lieut Gen. McRaven)이었다. 그는 특전사령관 진급이 결정되어 조만간 별 4개를 달게 될 것이다.
영웅 마이클 머피 중위
탈레반의 악명 높은 리더이며 빈 라덴의 측근인 아마드 샤는 미군 비밀부대가 제거해야 할 중요한 목표였다.
2005년 6월, CIA가 아마드 샤의 위치를 파악해 냈다. 정보를 넘겨받은 바그람 기지는 4명의 특수부대원을 정찰대로 보냈다. 6월 27일 밤, 네이비실 10팀 마이클 머피 중위와 러트렐 병장, 디츠 상병, 엑슬슨 상병이 MH-47 헬기를 타고 이륙해 파키스탄 국경지역으로 날아갔다.
목표지점에 도착한 대원들은 수 시간 이동 끝에 적절한 위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해가 뜰 무렵에 산에 나무하러 온 3명의 마을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다. 정찰대는 이들을 사로잡았으나 상황은 심각했다. 임무수행을 위해 이들을 죽일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살려 보낼 것인가. 자신들의 임무를 위해선 죽여야 할 테지만 상대는 민간인이라 고민 끝에 돌려보냈다. 풀어준 지 1 시간쯤 지나 걱정하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AK-47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유탄발사기(RPG)로 무장한 탈레반 전사들이 총을 쏘며 밀려들었다.
정찰임무차 출동한 네이비실은 중화기를 가져오지 않아 M-4 소총과 MK-12 저격소총, 베레타 권총 등 개인화기가 전부였다. 네이비실은 병력과 화력에서 탈레반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퇴각하며 무전기로 바그람을 호출했으나 산의 험한 지형 탓에 연결되지 않았다. 치열한 총격전이 계속되며 머피 중위와 상병 한 사람이 총상을 입었다. 압도적 숫자인 100여 명의 탈레반은 그들을 3면에서 포위해 가며 끝없이 총을 쏘고 로켓탄을 발사했다. 네이비실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 순간 머피 중위는 마지막 시도로 위성전화를 들고 뛰었다. 이미 그는 총상으로 상당량의 피를 쏟은 상태였다.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들었으나 그는 평지로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마침내 전화가 바그람과 연결되자 다급히 소리쳤다.
“공격받고 있다. 부하들이 죽어 간다. 지원을 바란다.”
구조대 출동
그가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는 사이 총알이 또 날아와 등에 박혔다. 등과 배에 총을 맞은 그는 간신히 부하들에게 돌아왔으나 그 사이 상병 둘은 총격에 사망한 후였다. 소총을 집어든 중위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러트렐 병장과 반격을 계속했다. 가망 없는 전투는 2시간이나 계속되다 중위마저 전사했다.
바그람에서 구조부대가 긴급 출동했다. 네이비실 10팀 지휘관 크리스텐슨 소령은 대원들을 이끌고 헬기에 올랐고, 160 특수작전항공단 대원들이 동행했다. 특전대원들을 태운 6대의 헬기와 근접지원을 맡은 아파치 공격헬기 2대가 이륙했다. 8대의 헬기는 전속력으로 날아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병력을 재빨리 내려놓기 위해 MH-47D 특수전 헬기가 지상으로 접근했다.
순간 텔레반이 RPG로 발사한 로켓탄이 날아왔다. 로켓탄은 기체를 명중시켜 타격했고 통제력을 잃은 헬기는 공중에서 사정없이 뒤흔들렸다. 헬기에는 8명의 10팀 대원들과 160 특전단 대원 8명이 타고 있었다. 조종불능에 빠져 제멋대로 회전하던 헬기는 깊은 계곡으로 추락, 폭발해 특수부대원 16명이 순식간에 사망했다.
적지의 아군 구조는 이만큼 힘들다. 미군은 아군이 적에게 당하면 생존자를 구하려고 반드시 구조부대를 보낸다. 탈레반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장으로 날아온 구조 헬기는 매복공격의 쉬운 표적이 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또 구조부대를 보내면 똑같이 당하게 된다. 적을 유인해 더 큰 규모로 매복공격을 하는 건 소련군을 상대로 싸우던 무자헤딘의 1980년대 전술이다.
동료들이 모두 죽고 혼자가 된 러트렐 병장은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탈레반을 피해 도주했다. 다행히 그는 민간인의 도움으로 마을에서 은신처를 확보했다. 병장은 간략한 구조요청 편지를 썼고, 며칠 후 미 해병대 기지로 전달되었다.
구조를 위해 다시 비상이 걸리고 그린베레가 출동했으나, 탈레반도 정보를 입수하고 은신처가 있는 마을로 몰려왔다. 그린베레는 항공지원을 요청했다. 지상의 아군을 근접지원하려고 AC-130 스펙터 공격기들이 날아왔다.
“오프라, 여기는 슬레이어 원이다. 지금 청소해 주기를 원하는가?” 스펙터 기장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지상을 호출했다. 그린베레 근접 항공지원병이 대답했다. “슬레이어 원, 여기는 오프라. 빨리 처리해 주면 고맙겠다.”
공중을 선회하며 정밀타격에 들어간 스펙터에게서 거대한 휴대용 전기톱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6연장 개틀링 기관포가 돌아가며 스펙터는 25밀리 탄과 40밀리 탄을 탈레반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그 틈을 타 AH-64 아파치의 호위 속에 구조헬기가 착륙해 네이비실 대원을 구출할 수 있었다.
‘마이클 머피艦’
헬기가 신속하게 이륙하자 병장은 구조요원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엄지손가락을 쳐들어 보였다. PJ로 통하는 공군의 구조전문가 ‘파라레스큐 점퍼’가 웃으며 말했다. “집까지 바로 데려다줄까?”
정찰대 리더 머피 중위는 대위로 진급되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혔다. 그는 부하들을 살리려고 총상을 입고도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었고, 미 의회는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1년 5월 7일, 미국 메인주 배스 해군조선소에서 최신형 구축함 이지스(Aegis)의 명명식이 열렸다. 미 해군의 62번째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 Class) 이지스함에 이름을 붙이는 날, 머피 대위의 어머니가 명예롭게 초청되었다. 네이비실 출신이며 특전사령관인 에릭 올슨 해군 대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녀는 군함으로 다가갔다. 미 해군의 오랜 전통에 따라 그녀는 샴페인 병을 뱃머리에 부딪쳐 깨뜨렸고, 이지스함은 ‘마이클 머피함(USS Michael Murphy)’으로 명명되었다. 이날은 용감했던 네이비실 대원 머피 대위의 생일이었다.⊙
“데저트 원(Desert One)으로 랜딩한다.”
선도기 조종사가 기수를 낮추며 말했다. 수송기들은 이란 중부 카비르(Kavir) 사막의 메마른 땅위로 내려앉았다. 아군(我軍)과 합류할 지점 데저트 원에 착륙하자 수송기의 뒷문이 열리며 무장한 군인들이 튀어나와 사주(四周)경계에 나섰다. 이들은 미군 최정예인 대(對)테러부대 델타포스 소속이다.
아군 헬리콥터가 도착해야 할 시간이 지나자 델타 지휘관 찰스 벡위드 대령(Col. Beckwith)은 몇 번이나 시계를 들여다보았다. 타고 갈 헬기가 없으면 델타부대가 작전을 시작할 수 없다. “시 스탈리언이 너무 늦는군.” 10분이 더 지나자 대령은 초조해졌다.
이란에서 팔레비 국왕이 실각한 후인 1979년 11월 초, 과격파 이란 대학생들이 테헤란 주재 미국 대사관에 난입했다. 전(全) 세계 미(美) 대사관의 경비는 해병대가 책임지고 있다. 해병대원들은 최루탄을 쏘며 막았지만 방어에 실패했고, 대학생들은 외교관 6명과 직원들을 인질로 사로잡고 대사관에 폭탄을 설치했다.
실패로 끝난 이란인질 구출작전
미국의 카터 행정부는 ‘정치적 해결’을 위해 이란과 접촉을 원했으나 그들은 냉담했다. 결국 백악관 비상대책회의의 마지막 선택은 ‘군사적 해결’이었다. 합참 지휘부는 벡위드 대령을 책임자로 세워 구출작전을 계획했다. 해결사 역할은 델타포스였고 그린베레와 레인저부대가 서포트를 맡았다. 군사적 해결은 신속해야 했으나, 우유부단하던 대통령 카터는 거의 반년이 지난 1980년 4월이 되어서야 작전을 허가했다.4월 25일 밤 12시, 공수된 델타부대는 카비르 사막에 도착했다. 그러나 미(美) 항공모함 니미츠(USS Nimitz)에서 발진한 RH-53D ‘시 스탈리언’ 헬리콥터 8대가 예정시간이 넘도록 소식이 없었다. 마침내 밤 12시50분이 되어서야 헬기들이 나타났으나 6대뿐이었다. 오는 도중 모래바람 속에서 문제가 생겨 한 대는 돌아가고 한 대는 사막에 불시착한 것이다.
문제가 다시 생겼다. 헬기 한 대가 또 고장을 일으켜 남은 5대로는 작전수행이 불가능했다. 타격대는 델타 93명과 그린베레 15명을 포함, 모두 108명인 데다 데려와야 할 인질이 52명이었다. 작전이 취소되자 대원들은 급히 움직였다. 철수를 서두르던 시 스탈리언의 해병 조종사가 실수로 허큘리스 수송기와 충돌했다. RH-53D는 해병대가 운용하는 헬기다. 헬기와 수송기가 폭발해 공군과 해병 조종사와 승무원까지 8명이 화염에 휩싸였다. 구출작전은 시작도 못해 보고 사망자만 남긴 채 무참히 종료되었다.
작전의 실패로 카터 행정부와 합참은 망신을 당했으며, 인질들은 444일이 지난 1981년 1월이 되어서야 풀려났다.
對테러부대 6팀의 창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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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딥그루’라고 불리는 ‘실 팀6’의 로고. |
6팀의 존재는 상당 기간 극비였고, 현재 ‘해군 특수전개발단(Naval Special Warfare Development Group)’이란 명칭으로 위장하고 있다. 6팀은 군(軍)에서 ‘딥그루’로 통한다. 위장 명칭인 해군 개발단(Development Group)을 줄여 딥그루(DevGru)로 부르는 것이다. 6팀의 훈련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 네이비실에서 수년간 복무한 대원들도 절반은 탈락할 만큼 힘들다. 따라서 6팀의 전력(戰力)은 육군의 델타포스와 쌍벽을 이루는 대테러 정예부대다.
케네디 대통령의 지시로 1962년 창설된 네이비실은 미 동부 해안과 서부 해안에 기지를 둔 2개의 팀으로 시작되었다. 네이비실이 되려면 ‘버드(BUD·Basic Underwater Demolition·수중폭파 기본훈련)’로 통하는 1차 관문부터 통과해야 한다. 각 부대에서 선발해 합격한 군인들만 1차 관문인 수중폭파 기본훈련을 시작하지만 갈수록 훈련강도는 높아진다. 절대 포기하지 않겠다고 맹세하고 들어온 그들이지만 80% 내외는 중도에 하차한다.
네이비실 현역장교 스티브 존슨은 훈련소 경험을 이렇게 토로한다.
“지옥 주(Hell Week)로 부르는 6일 동안, 일요일 아침부터 금요일까지 끔찍한 훈련을 받으며 잠은 1시간반만 잤다.”
그는 부대에서 최고로 통하는 지원자 129명과 함께 버드 훈련에 들어갔다. 수개월이 지나자 100여 명이 중도에 포기했고, 7개월 후 남은 사람은 불과 15명이었다. 스티브 존슨은 사병으로 복무하다 네이비실이 되었고 장교로 진급했다. 이들은 비밀작전을 수행하기에 안전을 이유로 신분을 공개할 수 없어 가명(假名)을 쓴다.
교관들은 부적절한 병사를 찾아내 가차 없이 탈락시키기로 악명(惡名) 높다. 무능한 병사는 작전수행 중 죽을 수도 있지만, 다른 사람의 목숨까지 희생시킬 수 있다. 교관은 병기(兵器) 관리도 엄격하다. 훈련병의 칼은 늘 파란 날이 서 있어야 하며, 무뎌진 날을 방치했다간 교관이 칼날을 돌로 내리쳐 쇠막대로 만들어 버린다. 쇳덩이가 된 칼을 갈아 날을 세우려면 잠도 못자고 몇 시간은 갈아야 한다.
장교와 사병이 함께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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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이비실은 장교와 사병이 함께 훈련을 받아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한다. |
작전에 들어가면 모든 가능성을 고려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 적지(敵地)에 침투해 적의 화기(火器)에서 화약 냄새가 바람에 묻어 오면 소름이 끼치면서 자동소총은 안전장치를 풀고 손가락은 방아쇠에 걸게 된다. 리더는 팀을 끝까지 이끌고 가야 한다. 만일 정보가 부족해도, 지금 가진 정보만으로 즉각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미 해군의 사관들은 결정적인 행동을 재빨리 취하도록 훈련받는다. 네이비실 사관에게 유연성은 가장 중요한 자질 중 하나이며, 오직 목표는 전투에서 이기는 것이다.
미 해군 특전사령부 휘하에는 5개 특전단이 있다. 서부 해안 캘리포니아 코로나도 해군기지의 제1특전단에 네이비실 1·3·5·7팀이 있고, 역시 서부의 제11특전단에 17·18팀이 있다. 동부 해안 버지니아주 리틀 크릭 해군기지의 제2특전단에는 2·4·8·10팀이 있다. 이와 별도로 ‘특수전개발단’이 최고 비밀부대 6팀이다.
실 1개 팀은 300여 명이고 중령이 지휘한다. 보통의 경우 작전에 동원되는 병력은 2개 소대 16명이며, 2명의 사관과 14명의 부사관(副士官) 및 병사로 구성된다. 각 소대는 군수, 항공, 잠수, 통신, 정보, 공학 분과로 나누어져 있다. 네이비실의 전체 병력은 대략 2500여 명으로 알려지며, 최정예인 6팀은 300명 내외다.
매번 극단적인 상황 속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네이비실은 급료도 높지만 위험수당도 꽤 많다. 10년차 정도가 되면 급료 외에도 연간 9만 달러(1억원)에 가까운 수당을 받는다. 실 팀 기지에는 벽에 붙은 A4 용지 전단을 흔히 볼 수 있다. 진급한 대원이 급료가 늘었다고 한턱내겠다는 내용이다.
“도와준 덕분에 진급했으니 고맙다. 주말에 바 레이븐에 모여라. 맥주 몇 박스쯤은 아낌없이 쏘겠다.”
네이비실은 특전사령부(US Special Operation Command)가 지휘 통제한다. 플로리다 맥딜 공군기지에 본부를 둔 특전사는 육군과 해군 공군의 특수부대를 총지휘하며, 국방부가 아닌 의회에서 예산을 지원받는 유일한 사령부다.
CIA, 9·11 이후 살인면허 획득
미군 경(輕)보병부대인 10산악사단 2여단 병력을 태운 헬기들이 아프간의 험악한 산악지대 위로 비행해 갔다. 아프간 동부 샤이코트 산맥에 은신한 알카에다를 공격하는 아나콘다 작전(Operation Anaconda)이 시작되었다.
헬기들이 산속의 평지 끝에 있는 투입지점으로 향했다. 미군들은 정해진 지점에서 매복했다가 특수부대가 공격을 개시하면 알카에다의 퇴각로를 봉쇄해 궤멸시키는 것이 임무였다. 헬기에서 미군들이 내리는 순간 포탄이 수없이 날아들었다.
“박격포다!”
이미 매복해 있던 알카에다 전사(戰士)들은 공격지점까지 계산해 집중포화를 퍼부었다. 미군들은 헬기에서 굴러 떨어졌고, 쉴 새 없이 날아드는 포탄 속에 살아남으려고 비명을 지르며 흩어졌다. 작전을 계획한 중부군사령부는 적에 대한 충분한 정보도 없이 병력을 보내 단위부대 하나를 만신창이로 만들었다.
9·11 테러에 당한 이후, 미국은 자신들의 안전을 위협하는 적은 누구든 죽이기로 결정했다. 9월 15일, 대통령 부시는 CIA 국장 조지 테닛과 대테러센터(CTC) 소장 카퍼 블랙을 캠프 데이비드로 호출했다. 부시는 블랙에게 빈 라덴의 목을 요구했다. 테닛 국장은 부시에게 라덴을 제거할 권한을 확대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틀 후 17일, 부시는 라덴과 그의 부하들을 죽이라고 지시하는 ‘1급 기밀 명령서’에 서명해 CIA에 보냈다. 비밀 팀을 구성해, 필요하다면 외교적 관례나 국제법을 무시하고, 체포하거나 죽이기 위한 작전을 실시하도록 명확한 권한을 부여했다. 부시는 CIA와 파트너들에게 ‘살인면허’를 주었다.
조지 테닛은 자신의 회고록 《폭풍의 한가운데서》(At the center of the storm)에서 이렇게 쓰고 있다.
“우리는 CIA 역사상 일찍이 없었던 많은 권한을 요청했고 획득했다.”
아나콘다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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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 중인 네이비실 대원들. |
9월 27일, 슈런은 CIA 특수공작국 비밀팀과 아프간으로 날아갔다. 팀은 경력 20년 이상의 베테랑 요원 8명이었고, 300만 달러 이상의 현찰을 가져갔다. 비밀팀은 아프간 군벌 지도자들과 영향력 있는 민간 지도자들을 달러로 매수해 라덴의 정보를 얻으려 했다. 누구든 라덴의 정보를 가져오면 그들은 가방에 달러를 채워 줬다. 아프간 군벌(軍閥)과 민간 지도자들은 앞 다투어 정보를 가져와 달러를 가져갔다. CIA는 아프간 전쟁 초기에 7000만 달러를 풀었으나 라덴은 구경도 못했다.
해가 바뀌어 2002년 2월이 되도록 빈 라덴의 행방은 여전히 안갯속이었고, 탈레반은 미군의 공격을 피해 아프간 깊은 산속에 은신해 있었다. 블랙은 부시에게 라덴의 목을 약속했으나 상황은 별 진전이 없었다.
그해 2월, 중부군 지휘부는 ‘아나콘다 작전’으로 아프간 동부 산속의 알카에다와 탈레반을 지상공격하기로 결정했다. 중부군은 이 작전에 10산악사단과 해병대, 해군 네이비실을 동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해병대는 적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사실에 강력하게 반발했다.
“우린 이 따위 작전은 시작하지 않겠다.”
중부군은 해병대의 반발을 잠재울 수 없어 그들을 제외시켰다. 이번엔 네이비실이 걸고 넘어졌다.
“공중지원이 없다면 우린 참가할 수 없다.”
중부군은 공중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막판에 공군은 의도적으로 배제당했다. 중부군 고급장교들이 만든 아나콘다 작전은 ‘지상군의 기습공격’이 핵심이고,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사전(事前)폭격을 거부했다. 2002년 3월, 작전은 시작되었으나 적의 화력을 무력화(無力化)시킬 공중폭격은 없었다. 이 때문에 헬기 조종사와 무수한 소총수들이 무차별 매복공격을 당했다.
작전실패의 가장 큰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었고, 빈약한 정보력의 대가로 무고한 군인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후 보병부대는 새로 편성되었고, 공군은 폭격을 시작해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은신처를 파괴하는 것으로 2주간의 작전은 끝났다. 정보가 부족해 중부군은 곤욕을 치렀으나 실패를 덮느라 급급했다.
퓰리처를 수상한 탐사보도 전문 저널리스트 시모어 허시는 자신의 저서 <지휘계통(Chain of Command)>에서, ‘육군은 아나콘다 작전을 성공작으로 포장하려고 온갖 힘을 다했다’고 기록해 놓았다.
중부군은 언론에 “작전에 성공해 700명의 적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알카에다와 탈레반의 대부분은 산을 넘어 파키스탄으로 피신했고, 발견된 사망자는 10구 정도였다’고 보도했다.
CIA의 인간사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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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중폭파 기본훈련(버드)을 받고 있는 네이비실 대원들. |
그해 11월에 조직된 TF-121은 네이비실과 델타포스가 주력이며 160특수작전항공단이 공중지원을 맡았고, 지휘관은 라일 쾨닉 공군 준장(准將)이었다. TF-121은 빈 라덴을 추적하며, 알카에다와 탈레반 요원들을 찾아 죽이는 일이 임무였다.
미국이 테러와 전쟁을 벌이는 파키스탄과 아프간 국경 주변에는 미군 전방 작전기지들이 있다. 모래주머니와 진흙 철조망으로 급조된 기지는 미군들이 주둔하고 있으나 CIA 기지다. 이곳의 모든 작전은 CIA가 주도하고 있으며, 기지 대장은 CIA 고급요원인 작전관(Case Officer)이다.
CIA가 주도하는 작전에 네이비실과 델타부대가 타격의 핵심이지만 그들이 전부는 아니다. CIA 준(準)군사조직의 요원들과 CIA와 계약된 민간인들이다. 준군사 요원의 대부분은 델타부대원 출신이며, 소수(少數)이지만 네이비실도 있다. 이들은 군 복무 중 모집되어 CIA에서 일하며, 군의 이력서에는 절대 드러나지 않는 1급의 비밀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미군 특수부대원들은 CIA에서 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다. 군에서처럼 쓸데없는 간섭 따위는 안 받는 데다, 필요한 건 뭐든 다 가질 수 있고, 급료도 군과 비교가 안될 만큼 많아서다. TF-121은 국경을 넘어 파키스탄에서 작전하며, 알카에다가 있는 것으로 의심되면 160특수작전항공단의 고속 기동헬기를 타고 기습해 사냥한다.
드디어 빈 라덴 사살
이듬해 2004년 봄이 되자 TF-121의 지휘관이 교체되었다. 네이비실 팀 리더 출신이며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근무하던 윌리엄 맥레이븐 해군 소장(Maj Gen. McRaven)이 새 지휘관으로 왔다.
미 정보당국은 2004년 이후부터 빈 라덴의 추적에 실패하고 있었다. CIA 특수공작국은 국가안보국(NSA)의 세계적인 도청망을 통해 빈 라덴 조직을 추적해 왔다. 국립정찰국(NRO)의 스파이위성을 통해 위성전화와 휴대폰을 24시간 도청하는 것이다. NRO는 ‘국가도청업체’로 통한다.
CIA가 알카에다의 하부 ‘말단조직원’을 찾아내면 행동대원들이 위협해 압박한다. 겁에 질린 ‘말단’이 바로 윗선과 접선하려고 전화하면 모든 목소리를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누구와 전화하는지 알아낸다. CIA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알카에다 조직원들의 음성과 신원을 파악하는 일에 주력해 왔다. CIA는 이런 식으로 빈 라덴과 연결된 사람을 추적했으나, 2004년 이후에는 연결고리가 끊어져 골탕을 먹고 있었다.
그로부터 수년이 지나 CIA는 빈 라덴과 연결하는 고리를 다시 찾아내면서 소재가 파악되었다. CIA 국장 리언 패네타는 오마바 대통령으로부터 사살작전을 승인받자 아프간 바그람 기지의 합동특전사령관에게 작전을 지시했다. 바그람의 특전사령관은 오래전 네이비실에서 대테러작전을 수행해 왔고, 2008년 이후 아프간에서 비밀작전을 총지휘해 온 인물이다.
그는 오랜 숙적에게 기습부대를 보냈다. 지난 5월 1일, 79명의 네이비실 대원들은 4대의 160 특수작전항공단 헬기를 타고 날아가 빈 라덴을 사살한 후 기습작전을 종료했다. 바그람에서 기습부대를 지휘한 사람은 TF-121을 이끌던 맥레이븐 해군 중장(Lieut Gen. McRaven)이었다. 그는 특전사령관 진급이 결정되어 조만간 별 4개를 달게 될 것이다.
영웅 마이클 머피 중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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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나콘다 작전 중 전우들을 구하고 전사한 머피 중위. |
2005년 6월, CIA가 아마드 샤의 위치를 파악해 냈다. 정보를 넘겨받은 바그람 기지는 4명의 특수부대원을 정찰대로 보냈다. 6월 27일 밤, 네이비실 10팀 마이클 머피 중위와 러트렐 병장, 디츠 상병, 엑슬슨 상병이 MH-47 헬기를 타고 이륙해 파키스탄 국경지역으로 날아갔다.
목표지점에 도착한 대원들은 수 시간 이동 끝에 적절한 위치를 확보했다. 하지만 해가 뜰 무렵에 산에 나무하러 온 3명의 마을 사람에게 들키고 말았다. 정찰대는 이들을 사로잡았으나 상황은 심각했다. 임무수행을 위해 이들을 죽일 것인가, 입장을 바꾸어 살려 보낼 것인가. 자신들의 임무를 위해선 죽여야 할 테지만 상대는 민간인이라 고민 끝에 돌려보냈다. 풀어준 지 1 시간쯤 지나 걱정하던 일은 현실이 되었다. AK-47 자동소총과 로켓추진 유탄발사기(RPG)로 무장한 탈레반 전사들이 총을 쏘며 밀려들었다.
정찰임무차 출동한 네이비실은 중화기를 가져오지 않아 M-4 소총과 MK-12 저격소총, 베레타 권총 등 개인화기가 전부였다. 네이비실은 병력과 화력에서 탈레반과 비교가 되지 않았다. 그들은 퇴각하며 무전기로 바그람을 호출했으나 산의 험한 지형 탓에 연결되지 않았다. 치열한 총격전이 계속되며 머피 중위와 상병 한 사람이 총상을 입었다. 압도적 숫자인 100여 명의 탈레반은 그들을 3면에서 포위해 가며 끝없이 총을 쏘고 로켓탄을 발사했다. 네이비실은 처음부터 이길 수 없는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한 순간 머피 중위는 마지막 시도로 위성전화를 들고 뛰었다. 이미 그는 총상으로 상당량의 피를 쏟은 상태였다. 총알이 빗발치듯 날아들었으나 그는 평지로 전력을 다해 질주했다. 마침내 전화가 바그람과 연결되자 다급히 소리쳤다.
“공격받고 있다. 부하들이 죽어 간다. 지원을 바란다.”
구조대 출동
그가 전화기에 대고 울부짖는 사이 총알이 또 날아와 등에 박혔다. 등과 배에 총을 맞은 그는 간신히 부하들에게 돌아왔으나 그 사이 상병 둘은 총격에 사망한 후였다. 소총을 집어든 중위는 피투성이가 된 채로 러트렐 병장과 반격을 계속했다. 가망 없는 전투는 2시간이나 계속되다 중위마저 전사했다.
바그람에서 구조부대가 긴급 출동했다. 네이비실 10팀 지휘관 크리스텐슨 소령은 대원들을 이끌고 헬기에 올랐고, 160 특수작전항공단 대원들이 동행했다. 특전대원들을 태운 6대의 헬기와 근접지원을 맡은 아파치 공격헬기 2대가 이륙했다. 8대의 헬기는 전속력으로 날아 목표지점에 도달했다. 병력을 재빨리 내려놓기 위해 MH-47D 특수전 헬기가 지상으로 접근했다.
순간 텔레반이 RPG로 발사한 로켓탄이 날아왔다. 로켓탄은 기체를 명중시켜 타격했고 통제력을 잃은 헬기는 공중에서 사정없이 뒤흔들렸다. 헬기에는 8명의 10팀 대원들과 160 특전단 대원 8명이 타고 있었다. 조종불능에 빠져 제멋대로 회전하던 헬기는 깊은 계곡으로 추락, 폭발해 특수부대원 16명이 순식간에 사망했다.
적지의 아군 구조는 이만큼 힘들다. 미군은 아군이 적에게 당하면 생존자를 구하려고 반드시 구조부대를 보낸다. 탈레반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다. 현장으로 날아온 구조 헬기는 매복공격의 쉬운 표적이 되고, 그들을 구하기 위해 또 구조부대를 보내면 똑같이 당하게 된다. 적을 유인해 더 큰 규모로 매복공격을 하는 건 소련군을 상대로 싸우던 무자헤딘의 1980년대 전술이다.
동료들이 모두 죽고 혼자가 된 러트렐 병장은 다리에 총상을 입고도 탈레반을 피해 도주했다. 다행히 그는 민간인의 도움으로 마을에서 은신처를 확보했다. 병장은 간략한 구조요청 편지를 썼고, 며칠 후 미 해병대 기지로 전달되었다.
구조를 위해 다시 비상이 걸리고 그린베레가 출동했으나, 탈레반도 정보를 입수하고 은신처가 있는 마을로 몰려왔다. 그린베레는 항공지원을 요청했다. 지상의 아군을 근접지원하려고 AC-130 스펙터 공격기들이 날아왔다.
“오프라, 여기는 슬레이어 원이다. 지금 청소해 주기를 원하는가?” 스펙터 기장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은 단조로운 목소리로 지상을 호출했다. 그린베레 근접 항공지원병이 대답했다. “슬레이어 원, 여기는 오프라. 빨리 처리해 주면 고맙겠다.”
공중을 선회하며 정밀타격에 들어간 스펙터에게서 거대한 휴대용 전기톱이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6연장 개틀링 기관포가 돌아가며 스펙터는 25밀리 탄과 40밀리 탄을 탈레반의 머리 위로 쏟아부었다. 그 틈을 타 AH-64 아파치의 호위 속에 구조헬기가 착륙해 네이비실 대원을 구출할 수 있었다.
‘마이클 머피艦’
헬기가 신속하게 이륙하자 병장은 구조요원에게 고맙다는 표시로 엄지손가락을 쳐들어 보였다. PJ로 통하는 공군의 구조전문가 ‘파라레스큐 점퍼’가 웃으며 말했다. “집까지 바로 데려다줄까?”
정찰대 리더 머피 중위는 대위로 진급되어 알링턴 국립묘지에 묻혔다. 그는 부하들을 살리려고 총상을 입고도 불굴의 용기를 보여주었고, 미 의회는 최고의 훈장인 ‘명예훈장(Medal of Honor)’을 추서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2011년 5월 7일, 미국 메인주 배스 해군조선소에서 최신형 구축함 이지스(Aegis)의 명명식이 열렸다. 미 해군의 62번째 알레이버크급(Arleigh Burke Class) 이지스함에 이름을 붙이는 날, 머피 대위의 어머니가 명예롭게 초청되었다. 네이비실 출신이며 특전사령관인 에릭 올슨 해군 대장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그녀는 군함으로 다가갔다. 미 해군의 오랜 전통에 따라 그녀는 샴페인 병을 뱃머리에 부딪쳐 깨뜨렸고, 이지스함은 ‘마이클 머피함(USS Michael Murphy)’으로 명명되었다. 이날은 용감했던 네이비실 대원 머피 대위의 생일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