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 낮아져 세계경제에 미치는 영향 적을 듯
⊙ 한국의 對日부품·소재 수입의존도 25% 달해 불똥 우려
⊙ 일본 투자자금은 4월 이후 다시 돌아올 듯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한국의 對日부품·소재 수입의존도 25% 달해 불똥 우려
⊙ 일본 투자자금은 4월 이후 다시 돌아올 듯
崔聖煥
⊙ 55세.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美 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석·박사.
⊙ 한국은행 조사부·워싱턴사무소 과장, 《조선일보》 경제전문기자 역임.
現 고려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 저서: 《최성환의 지청구 경제학》 《얼굴 없는 대통령》 《직장인을 위한 생존경제학》.
- 후쿠시마 원전(原電) 가동중단으로 인한 전력(電力)공급 차질은 일본은 물론 세계경제에 타격을 줄 수도 있다.
3월 11일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발생한 대지진(大地震)은 일본 경제와 글로벌 경제에 대지진을 일으킬 것인가?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간신히 벗어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리비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라는 큰 불확실성을 안고 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惡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지진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피해복구와 재건과정을 생각하면 역설적(逆說的)이게도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엔화의 경우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 가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등 글로벌 자금 및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자금의 일본 귀환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일본이 미국 국채(國債)를 대량으로 매도한다면 국제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해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다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과 원전(原電) 피해도 심각해질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최종 피해액 2000억 달러 넘어설 것
이번 일본의 대지진은 진도 9.0의 초대형 지진도 지진이지만 이어진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동해안의 광범위한 지역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고베 대지진보다 피해는 더 클 수도 있다.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액은 1000억~14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었다.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액은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3월 14일 현재까지는 1000억~1500억 달러로 고베 대지진과 엇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피해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최종 피해액은 2000억 달러 안팎이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00억 달러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GDP는 5조700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진의 피해액이 2000억 달러라면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가 된다. 이와 함께 이번 지진이 일본의 GDP 성장률을 1~2%포인트 정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해액 절대규모에 비해 성장률 하락폭이 작은 것은 피해를 입은 동북지역에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동북지역의 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 생산액이 일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피해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겠지만 5~8%대로 보고 있다. 동북지역이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산업시설이 적어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원전(原電)시설의 파괴와 그에 따른 전력수급(電力需給)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진으로 동북지역에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화재로 냉각장치 파손이 발생했던 미야기현의 오나가와 원전까지 가동을 중단할 경우 동북지역은 물론 도쿄가 속해 있는 간토(關東)지방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북지역의 원자력 발전용량은 일본 내 원전 발전용량의 23%, 총전력생산용량의 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66% 수준인 일본 내 원전가동률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일정부분 차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미 3월 14일부터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기업과 가정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하는 ‘윤번정전(輪番停電)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전력공급의 차질은 일본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도쿄를 포함한 간토지방은 거의 모든 대기업의 본사가 있을 뿐 아니라 게이힌(京浜) 공업지대와 게이요(京葉) 공업지대 등 일본 최대의 공업지대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전력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되거나 강력한 여진이 간토지방에서 발생하게 되면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소재 및 기계 공급라인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등 부품 및 소재산업에서 일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조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15.1%(2010년 기준)이지만 일본 부품·소재 수입의존도는 25%에 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품·소재·기계산업 시설 피해 적어
향후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피해복구에 전력(全力)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부채(負債)의 GDP 대비 비중이 220%를 넘어 고베 대지진 때의 92.4%(1995년)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재정투입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재정 및 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더 늘려야 재건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본의 성장률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고베 대지진 때도 성장률이 전년 0.9%에서 1.9%(1995년)로 높아졌고 다음 해인 1996년에는 2.6%로 더 높아졌었다. 고베 대지진의 경우 조선·제철·자동차·전기기기·제당 등이 발달한 한신 공업지대와 일본 내 3위의 무역항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은 반면 이번에는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도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지진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과 부품·소재 및 기계부문 등 산업시설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다.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던 1995년 일본의 GDP는 5조3000억 달러로 전 세계 GDP(29조7000억 달러)의 17.7%를 차지하고 있었던 반면, 올해 일본의 GDP는 5조7000억 달러(이하 IMF 전망)로 전 세계 GDP(65조4000억 달러)의 8.7%로 낮아졌다. 더욱이 일본의 수입(輸入)이 7300억 달러에 불과한 데다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다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특히 부품·소재 및 기계산업 시설의 피해가 적어 전 세계 생산라인에 미치는 영향도 피해액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할 것이다.
피해액 규모가 고베 대지진 때의 14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커지더라도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서 0.3%로 낮아진다. 글로벌 증시 역시 지진발생 다음 날 다우지수가 상승한 것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 대지진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전력공급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국내 물가 파급력 크지 않을 것
일본의 대지진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또 다른 영향으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긴축기조의 완화 가능성과 국제 원유(原油)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인도·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들과 우리나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金利)를 인상하는 등 긴축기조를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의 여파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긴축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양적(量的)완화 중단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4월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할 확률이 높다.
국제 원유가격은 일본 대지진 뉴스가 나온 직후 일본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일본이 세계 원유 순수입 물량의 17~18%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유시장은 앞으로도 리비아 사태 및 확산여부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물론 일본은 우리 수출의 6.0%, 수입의 15.1%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주요 부품과 소재 및 기계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피해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동북지역의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부품 및 소재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일정 재고(在庫)를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별로는 경쟁사의 설비가동 중단으로 정유·화학·자동차·철강·반도체 산업의 반사이익(反射利益)이 예상되는 반면 후판(厚板)가격의 인상이 예상되는 조선(造船),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항공과 관광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산업 또는 업체별 주가도 단기적으로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재건속도가 빨라질 경우 지진효과는 곧 바로 희석될 것이다.
한편 안 그래도 뛰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생태와 갈치, 고등어 등의 수입에 차질을 빚고 소스류와 과자, 사케 등도 물량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수입선 대체 등으로 곧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본 정유(精油)시설 파괴에 따른 나프타 공급 축소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부품·소재 및 기계 가격도 공급부족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진복구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원자재 가격 등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데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일정부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물가에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금리상승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가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엔화, 중·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것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환율(換率)이다. 먼저 엔화 환율은 단기적으로 하락, 즉 엔화의 강세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다 재건자금의 유입 등 해외투자자금의 일본 송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부진 지속에다 재정악화 등에 따라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엔화는 지진발생 이후 3개월 후까지는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약세로 돌아서서 1년 후에는 지진 이전 수준보다 더 약세로 돌아섰었다.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은행은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제로금리여서 더 내릴 금리가 없으므로 돈을 더 풀 것이라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엔화 부채 축소 및 유동성 확보 등 엔화 강세에 대비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 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인가?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고 있지만 4월 이후에 다시 되돌아오는 예년의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과 엔화의 흐름에 따라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變數)는 아무래도 원화 환율의 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일본 대지진이라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원/달러)이 상승세(원화 약세)를 보일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고조로 불거졌을 때(2010년 5월)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일단 글로벌 불확실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 및 우리 경제의 상대적 호조에 따라 환율이 하락세(원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일본 대지진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이어 가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루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원화 환율의 추가적 하락의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금융위기로부터 간신히 벗어나고 있는 일본 경제에 상당한 타격을 미칠 뿐 아니라, 리비아 사태와 유럽 재정위기라는 큰 불확실성을 안고 가고 있는 글로벌 경제에 또 하나의 악재(惡材)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대지진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향후 피해복구와 재건과정을 생각하면 역설적(逆說的)이게도 경기부양 효과가 더 클 수도 있다. 또한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파급력도 상당히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글로벌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다. 다만 엔화의 경우 단기적으로 강세를 이어 가면서 달러 약세를 부추기는 등 글로벌 자금 및 외환시장에서는 엔화 자금의 일본 귀환에 따른 파급효과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예를 들어 일본이 미국 국채(國債)를 대량으로 매도한다면 국제 금융시장과 글로벌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훨씬 커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피해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는 데다 추가 지진 발생 가능성과 원전(原電) 피해도 심각해질 수 있어 앞으로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다.
최종 피해액 2000억 달러 넘어설 것
이번 일본의 대지진은 진도 9.0의 초대형 지진도 지진이지만 이어진 초대형 쓰나미가 일본 동해안의 광범위한 지역을 강타했다는 점에서 고베 대지진보다 피해는 더 클 수도 있다. 고베 대지진 당시 피해액은 1000억~14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되었다. 이번 지진에 따른 피해액은 아직 제대로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3월 14일 현재까지는 1000억~1500억 달러로 고베 대지진과 엇비슷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피해액이 계속 늘어나고 있어서 최종 피해액은 2000억 달러 안팎이거나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2000억 달러가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어느 정도인가?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에 따르면 올해 일본의 GDP는 5조7000억 달러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이번 지진의 피해액이 2000억 달러라면 일본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가 된다. 이와 함께 이번 지진이 일본의 GDP 성장률을 1~2%포인트 정도 낮추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피해액 절대규모에 비해 성장률 하락폭이 작은 것은 피해를 입은 동북지역에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동북지역의 제조업 출하액과 부가가치 생산액이 일본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피해범위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차이가 나기는 하겠지만 5~8%대로 보고 있다. 동북지역이 지진과 쓰나미로 초토화되기는 했지만 상대적으로 산업시설이 적어 일본 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작을 것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원전(原電)시설의 파괴와 그에 따른 전력수급(電力需給)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지진으로 동북지역에 있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가 파괴되면서 방사능이 유출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화재로 냉각장치 파손이 발생했던 미야기현의 오나가와 원전까지 가동을 중단할 경우 동북지역은 물론 도쿄가 속해 있는 간토(關東)지방까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동북지역의 원자력 발전용량은 일본 내 원전 발전용량의 23%, 총전력생산용량의 7%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66% 수준인 일본 내 원전가동률을 높인다고 하더라도 일정부분 차질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도쿄전력은 이미 3월 14일부터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기업과 가정을 대상으로 순차적으로 전력공급을 중단하는 ‘윤번정전(輪番停電)을 시행하기 시작했다.
전력공급의 차질은 일본을 넘어 글로벌 경제에도 큰 충격파를 가져올 것이다. 특히 도쿄를 포함한 간토지방은 거의 모든 대기업의 본사가 있을 뿐 아니라 게이힌(京浜) 공업지대와 게이요(京葉) 공업지대 등 일본 최대의 공업지대가 위치해 있다.
따라서 전력공급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게 되거나 강력한 여진이 간토지방에서 발생하게 되면 일본이 전 세계적으로 공급하는 부품·소재 및 기계 공급라인에 차질이 빚어지게 될 것이다. 최악의 경우 중국 등 부품 및 소재산업에서 일본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이 조업을 중단하게 되는 경우도 상정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일본 수입의존도는 15.1%(2010년 기준)이지만 일본 부품·소재 수입의존도는 25%에 달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이 같은 최악의 사태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부품·소재·기계산업 시설 피해 적어
향후 일본 정부와 민간 기업들은 피해복구에 전력(全力)을 기울일 것이다. 정부부채(負債)의 GDP 대비 비중이 220%를 넘어 고베 대지진 때의 92.4%(1995년)를 크게 상회하고 있지만, 재정투입을 더 늘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부재정 및 부채에 대한 우려가 더 커지더라도 단기적으로 재정적자를 더 늘려야 재건사업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일본의 성장률은 예상보다 더 높아질 수도 있다. 고베 대지진 때도 성장률이 전년 0.9%에서 1.9%(1995년)로 높아졌고 다음 해인 1996년에는 2.6%로 더 높아졌었다. 고베 대지진의 경우 조선·제철·자동차·전기기기·제당 등이 발달한 한신 공업지대와 일본 내 3위의 무역항이 집중적으로 피해를 입은 반면 이번에는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점에서도 추가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의 대지진이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볼 수 있는 근거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일본 경제가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낮아졌다는 점과 부품·소재 및 기계부문 등 산업시설의 피해가 적었다는 점이다. 고베 대지진이 발생했던 1995년 일본의 GDP는 5조3000억 달러로 전 세계 GDP(29조7000억 달러)의 17.7%를 차지하고 있었던 반면, 올해 일본의 GDP는 5조7000억 달러(이하 IMF 전망)로 전 세계 GDP(65조4000억 달러)의 8.7%로 낮아졌다. 더욱이 일본의 수입(輸入)이 7300억 달러에 불과한 데다 지속적으로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있어서 다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특히 부품·소재 및 기계산업 시설의 피해가 적어 전 세계 생산라인에 미치는 영향도 피해액 규모에 비해서는 미미할 것이다.
피해액 규모가 고베 대지진 때의 1400억 달러에서 2000억 달러로 커지더라도 전 세계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5%에서 0.3%로 낮아진다. 글로벌 증시 역시 지진발생 다음 날 다우지수가 상승한 것에서 보는 것처럼 일본 대지진의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언급한 대로 전력공급에서 차질을 빚게 될 경우 글로벌 경제 및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국내 물가 파급력 크지 않을 것
일본의 대지진이 글로벌 경제에 미칠 또 다른 영향으로는 최근 이어지고 있는 긴축기조의 완화 가능성과 국제 원유(原油)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중국과 인도·태국 등 아시아 신흥시장국들과 우리나라는 작년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면서 금리(金利)를 인상하는 등 긴축기조를 바짝 조이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본 대지진의 여파 등을 고려해 이 같은 긴축기조에 브레이크가 걸리게 될 것이다. 또한 미국의 양적(量的)완화 중단 및 유럽중앙은행(ECB)의 4월 금리인상 가능성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당분간 상황을 지켜보자는 쪽으로 선회할 확률이 높다.
국제 원유가격은 일본 대지진 뉴스가 나온 직후 일본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락세를 보였다. 물론 일본이 세계 원유 순수입 물량의 17~18% 정도를 차지하고 있지만 지진으로 인해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원유시장은 앞으로도 리비아 사태 및 확산여부에 더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일본의 대지진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역시 제한적일 것이다. 물론 일본은 우리 수출의 6.0%, 수입의 15.1%를 차지하고 있는 데다 주요 부품과 소재 및 기계의 일본 의존도가 높다는 점에서 일정 부분 피해가 있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대로 동북지역의 산업시설이 상대적으로 적을 뿐 아니라 부품 및 소재의 경우 국내 기업들이 일정 재고(在庫)를 보유하고 있어 피해가 크지는 않을 것이다. 산업별로는 경쟁사의 설비가동 중단으로 정유·화학·자동차·철강·반도체 산업의 반사이익(反射利益)이 예상되는 반면 후판(厚板)가격의 인상이 예상되는 조선(造船), 관광객 감소가 예상되는 항공과 관광업은 부정적인 영향을 받을 것이다. 이에 따라 각 산업 또는 업체별 주가도 단기적으로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재건속도가 빨라질 경우 지진효과는 곧 바로 희석될 것이다.
한편 안 그래도 뛰고 있는 국내 물가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지만 파급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생태와 갈치, 고등어 등의 수입에 차질을 빚고 소스류와 과자, 사케 등도 물량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지만 수입선 대체 등으로 곧 정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일본 정유(精油)시설 파괴에 따른 나프타 공급 축소로 나프타 등 석유화학제품 가격이 상승하고 일부 부품·소재 및 기계 가격도 공급부족으로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또한 지진복구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원자재 가격 등에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아지는 데 따른 수입물가 상승은 일정부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확률이 낮기는 하지만 물가에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커질 경우 금리상승과 맞물리면서 우리 경제가 성장률은 낮아지고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진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다.
엔화, 중·장기적으로는 약세로 돌아설 것
마지막으로 짚고 넘어갈 부분은 환율(換率)이다. 먼저 엔화 환율은 단기적으로 하락, 즉 엔화의 강세가 예상된다. 무엇보다 안전자산 선호 현상에다 재건자금의 유입 등 해외투자자금의 일본 송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일본 경제의 부진 지속에다 재정악화 등에 따라 엔화는 약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고베 대지진 당시에도 엔화는 지진발생 이후 3개월 후까지는 강세를 보였지만 이후 약세로 돌아서서 1년 후에는 지진 이전 수준보다 더 약세로 돌아섰었다. 고베 대지진 당시 일본은행은 금리를 0.75%포인트 인하했지만 이번에는 제로금리여서 더 내릴 금리가 없으므로 돈을 더 풀 것이라는 점도 엔화 약세를 부추길 것이다.
따라서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엔화 부채 축소 및 유동성 확보 등 엔화 강세에 대비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엔화 약세에 따른 수출경쟁력 약화와 수익성 악화 등에도 대비해야 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일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것인가?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는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3월 결산을 앞두고 자금이 일부 빠져나가고 있지만 4월 이후에 다시 되돌아오는 예년의 흐름에서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 경제의 불확실성과 엔화의 흐름에 따라 가장 주목해야 할 변수(變數)는 아무래도 원화 환율의 동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일단 일본 대지진이라는 글로벌 불확실성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기적으로 환율(원/달러)이 상승세(원화 약세)를 보일 것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최고조로 불거졌을 때(2010년 5월)와 비교할 정도는 아니겠지만 일단 글로벌 불확실성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지속 및 우리 경제의 상대적 호조에 따라 환율이 하락세(원화 강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일본 대지진으로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양적완화를 이어 가는 가운데 금리인상을 내년 이후로 미루면서 달러 약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도 원화 환율의 추가적 하락의 근거를 제공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