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나를 설득시켜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싫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어요.”
-고(故) 오요안나씨 유서 중
⊙ 작년 9월 극단적 선택… 뒤늦게 논란 되자 MBC, “‘MBC 흔들기’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우려”
⊙ 2022년 3월 아침 뉴스 날씨 방송 맡으면서 괴롭힘 시작
⊙ “나 지금 심장 쪽이 아픈 수준인데, 이걸 계속 버티라고?”
⊙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 캐스터들, 조만간 입장 표명 예정
⊙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적용 여부 논란… 프리랜서에도 근로자성 인정한 판례 많아
⊙ “MBC, 비정규직·프리랜서·소수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가 끊이지 않는 곳”(제3노조)
나를 설득시켜도 이해받지 못하는 것도 싫고,
내가 사랑하는 일을 마음껏 사랑만 할 수 없는 게 싫어요.”
-고(故) 오요안나씨 유서 중
⊙ 작년 9월 극단적 선택… 뒤늦게 논란 되자 MBC, “‘MBC 흔들기’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우려”
⊙ 2022년 3월 아침 뉴스 날씨 방송 맡으면서 괴롭힘 시작
⊙ “나 지금 심장 쪽이 아픈 수준인데, 이걸 계속 버티라고?”
⊙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 캐스터들, 조만간 입장 표명 예정
⊙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 적용 여부 논란… 프리랜서에도 근로자성 인정한 판례 많아
⊙ “MBC, 비정규직·프리랜서·소수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가 끊이지 않는 곳”(제3노조)
- MBC 기상 캐스터로 일한 고(故) 오요안나씨.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MBC 기상 캐스터 오요안나씨가 2024년 9월 15일 사망했다는 사실이 3개월이 지난 12월 10일 뒤늦게 알려졌다. 유족은 처음에는 사인(死因)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이후 “직장내 괴롭힘 피해와 관련해 고인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밝혔다.
오요안나씨는 2021년 5월 MBC 기상 캐스터 공채를 통해 입사했으며, 지각이 잦았던 A 기상 캐스터를 대신하여 2022년 3월부터 ‘뉴스투데이’(아침 뉴스)의 날씨 방송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대기해야 했으며, 오씨와 동기를 제외한 단체 채팅방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는 2022년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MBC 대표로 출연했으나, A 기상 캐스터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네가 거기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또한 퇴근한 고인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당시 오씨는 지인과의 연락에서 “나 지금 심장 쪽이 아픈 수준인데, 이걸 계속 버티라고? 진짜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아”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2022년 4월 이후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존감 훼손’ ‘억울함과 힘듦’ ‘선배들의 비난’ 등의 내용을 기록했다.
2024년 8월 1일, 오씨는 기상재난파트 국장과 대본을 검토하던 중 B 기상 캐스터의 예보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이에 A 기상 캐스터는 “(오씨가) 선후배에 대한 개념이나 태도가 다른 구성원들과 많이 다르다”며 지적했고, B 기상 캐스터 역시 “기본도 안 되어 있는 후배를 상대하기 너무 힘들다”고 비꼬는 등의 괴롭힘을 이어갔다.
내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충 토로
생전 오요안나씨는 MBC 아나운서, 작가, 프로그램 PD 등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충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이틀 후인 2024년 9월 17일, 기상팀 내 동료는 “보고 싶다. 아직도 안 믿긴다” “언니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다 아는데, 아무 말도 못 하는 내가 너무 힘들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MBC는 2025년 1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없었다”면서, ‘이를 MBC 흔들기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유족들은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 요청은 하지 않겠다. 회사가 스스로 조사하고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1월 31일,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월 3일, 고용노동부는 MBC에 자체 조사를 지시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문수 장관은 “젊은 청년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경찰서도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직장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MBC는 2월 5일부터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조사에 나섰다. MBC 제3노조(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와 별개)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 캐스터들이 조만간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며, 오씨의 유가족들은 그에 따른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회사는 즉시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업무 배제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이러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오요안나씨가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만큼 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강모 노무사는 “프리랜서는 일반적으로 ‘자유계약자’로, 특정 고용 관계 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면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프리랜서 계약이라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직장내(內) 괴롭힘’이 아니라 ‘직장 간(間) 괴롭힘’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직장 간 괴롭힘’의 의미에 대해 강 노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을 크게 독립노동과 종속노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장내’라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사용자 관계의 종속노동이고, 그런 종속노동 관계를 보호하는 법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러나 오요안나씨는 프리랜서, 즉 전통적인 종속노동이 아니라 독립노동에 속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프리랜서도 실제 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로 판단 가능”
그러나 프리랜서들도 정규직과 유사한 근무 조건과 환경에서 일한다면 동등한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강 노무사는 “계약의 형식이 아닌 실질적 관계를 봤을 때, 업무 지시를 받고 출퇴근 의무가 있으며 취업 규칙을 따르는 등의 ‘사용-종속 관계’가 있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대건 노무사(인재홀딩스노동연구소)도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쓰여 있더라도 오씨가 회사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출퇴근 의무를 가졌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노동법은 ‘실질주의’ 원칙을 따른다. 단순히 계약의 형식, 즉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명시되어 있는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근무 조건과 업무 형태가 중요하다. 회사가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업무 수행에 있어 자유로운 결정권이 없었다면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다.”
MBC의 ‘프리랜서’ 계약서, 문제 소지는?
김대건 노무사는 “MBC가 오씨를 프리랜서로 단정 짓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직장내 괴롭힘 조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만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오씨를 프리랜서로 규정한 MBC가 자체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시행할 경우 오씨가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경우 회사 내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노동부를 통한 신고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정규직 직원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면, 회사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김 노무사는 “근로자로 인정되면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까지 자살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은 사례는 없지만, 노동부는 자살도 중대재해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기업의 대표이사도 징역·금고·벌금형 등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도 직장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김 노무사는 “프리랜서도 회사 내부에서 활동하는 만큼,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규직처럼 관련자에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프리랜서도 많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계약의 시작과 종료를 조정하는 방식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노무사는 기존 근로기준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가칭 ‘일하는사람 기본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하는사람 기본법’은 기존 법제도상의 사용자-근로자 개념 및 관계에 포함되기 어려워 근로자 보호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프리랜서 등의 직업군을 보호하기 위해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2024년 5월 29일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강 노무사는 ‘일하는사람 기본법’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법이지만, 프리랜서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요안나씨 사건처럼 인격권 침해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논의 중인 ‘노동약자 보호법’ 등이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리랜서의 노동 환경과 법적 보호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판례, “프리랜서도 근로자일 수 있다”
법원도 방송업계의 계약상 프리랜서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 프리랜서라는 명칭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고 실질적인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판례는 대구지방법원 판결(2015가합204803)이다. C방송국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D씨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해당 아나운서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춰 근무했고, 회사 행사에도 별도 보수 없이 참여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로 인정했다. 계약서상 프리랜서라고 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무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 판례는 서울고등법원 판결(2010나76230)이다. 방송제작사에서 미술팀 프리랜서로 근무한 E씨가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이다. 법원은 E씨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했고, 근무 장소와 시간이 제작사에 의해 지정되었으며,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적용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특히 “방송업계 특성상,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업무 수행 방식이 종속적이라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세 번째 판례는 서울행정법원 판결(2021구합8)이다. 방송국에서 기상 캐스터, 뉴스 앵커, 취재기자 등의 업무를 수행한 F씨가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F씨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취재 활동 역시 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진행된 점’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또한 “방송국이 근무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외부 활동 시 사전 보고를 요구하는 등 종속성이 강하다”며 방송국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프리랜서라도 ▲지휘·감독 여부 ▲출퇴근 시간 ▲고정 보수 ▲독립적 사업 운영 가능성 여부 ▲전속성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법원이 오요안나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면, MBC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 및 특별법 제정 주장 나와
MBC는 비정규직 및 소수 노조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 기상 캐스터 3명 일방적 해고, 2020년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의 부당해고 인정, 2022년 방송작가 부당해고 판결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월 10일 제3노조는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특별근로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특정 사업장이나 기업에서 발생한 노동법 위반 사례나 근로자의 권익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감독 외에 특별히 실시하는 조사다.
한편 MBC가 사망 이후 부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를 ‘MBC 흔들기’로 규정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제3노조는 “MBC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소수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업계의 프리랜서 계약 및 도급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근로계약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MBC의 불합리한 근로 환경과 부당노동행위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MBC는 사전적 예방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을 ‘MBC를 흔드는 준동 세력’으로 치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오요안나씨는 2021년 5월 MBC 기상 캐스터 공채를 통해 입사했으며, 지각이 잦았던 A 기상 캐스터를 대신하여 2022년 3월부터 ‘뉴스투데이’(아침 뉴스)의 날씨 방송을 맡았다. 그러나 이때부터 직장내 괴롭힘이 시작됐다. 방송이 끝난 후에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씩 대기해야 했으며, 오씨와 동기를 제외한 단체 채팅방에서 비난을 받았다.
그는 2022년 tvN ‘유퀴즈온더블록’에 MBC 대표로 출연했으나, A 기상 캐스터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네가 거기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냐”고 비난했다. 또한 퇴근한 고인을 다시 회사로 불러들이기도 했다. 당시 오씨는 지인과의 연락에서 “나 지금 심장 쪽이 아픈 수준인데, 이걸 계속 버티라고? 진짜 이러다 내가 죽을 것 같아”라며 극심한 고통을 호소했다. 2022년 4월 이후 그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상담을 받으며 ‘자존감 훼손’ ‘억울함과 힘듦’ ‘선배들의 비난’ 등의 내용을 기록했다.
2024년 8월 1일, 오씨는 기상재난파트 국장과 대본을 검토하던 중 B 기상 캐스터의 예보 오류를 발견하고 이를 단체 채팅방에 공유했다. 이에 A 기상 캐스터는 “(오씨가) 선후배에 대한 개념이나 태도가 다른 구성원들과 많이 다르다”며 지적했고, B 기상 캐스터 역시 “기본도 안 되어 있는 후배를 상대하기 너무 힘들다”고 비꼬는 등의 괴롭힘을 이어갔다.
내부 직원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충 토로
생전 오요안나씨는 MBC 아나운서, 작가, 프로그램 PD 등 지인들에게 지속적으로 고충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사망 이틀 후인 2024년 9월 17일, 기상팀 내 동료는 “보고 싶다. 아직도 안 믿긴다” “언니를 힘들게 했던 사람들을 다 아는데, 아무 말도 못 하는 내가 너무 힘들다”라며 애도를 표했다.
사건이 뒤늦게 알려지자 MBC는 2025년 1월 28일 입장문을 통해 “고인이 담당 부서나 관리 책임자에게 고충을 알린 적이 없었다”면서, ‘이를 MBC 흔들기로 이용하려는 세력’에 대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에 유족들은 “추가적인 사실 관계 확인 요청은 하지 않겠다. 회사가 스스로 조사하고 사과 방송을 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1월 31일, 유족들은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2월 3일, 고용노동부는 MBC에 자체 조사를 지시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김문수 장관은 “젊은 청년이 안타깝게 사망한 사건인 만큼 철저한 진상 규명을 하고, 법 위반이 확인될 경우 엄정하게 조치하라”고 지시했다. 같은 날 서울 마포경찰서도 국민신문고 민원을 접수해 직장내 괴롭힘 여부에 대한 내사에 착수했다. MBC는 2월 5일부터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고 첫 회의를 열어 조사에 나섰다. MBC 제3노조(언노련 산하 MBC본부노조와 별개)에 따르면 가해자로 지목된 기상 캐스터들이 조만간 입장 표명을 할 예정이며, 오씨의 유가족들은 그에 따른 대응을 준비 중이라고 한다.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직장내 괴롭힘을 신고하면 회사는 즉시 조사를 진행해야 하며, 가해자에게는 징계나 업무 배제 등의 조치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는 이러한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이에 오요안나씨가 프리랜서로 활동했던 만큼 그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수 있는지 여부가 쟁점이 되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상 프리랜서는 근로자가 아니어서 직장내 괴롭힘 방지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강모 노무사는 “프리랜서는 일반적으로 ‘자유계약자’로, 특정 고용 관계 없이 자신의 능력에 따라 일하는 사람을 의미한다”면서 “원칙적으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가 아니면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을 받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인 프리랜서 계약이라면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직장내(內) 괴롭힘’이 아니라 ‘직장 간(間) 괴롭힘’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직장 간 괴롭힘’의 의미에 대해 강 노무사는 이렇게 설명했다.
“노동을 크게 독립노동과 종속노동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장내’라는 것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사용자 관계의 종속노동이고, 그런 종속노동 관계를 보호하는 법이 근로기준법이다. 그러나 오요안나씨는 프리랜서, 즉 전통적인 종속노동이 아니라 독립노동에 속하기 때문에, 형식적으로는 직장내 괴롭힘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프리랜서도 실제 업무 형태에 따라 근로자로 판단 가능”
![]() |
인재홀딩스노동연구소 김대건 노무사. |
김대건 노무사(인재홀딩스노동연구소)도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쓰여 있더라도 오씨가 회사의 업무 지휘·감독을 받으며 출퇴근 의무를 가졌다면,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 노동법은 ‘실질주의’ 원칙을 따른다. 단순히 계약의 형식, 즉 계약서에 ‘프리랜서’라고 명시되어 있는지와 상관없이 실질적인 근무 조건과 업무 형태가 중요하다. 회사가 업무를 지휘·감독하고, 출퇴근 시간이 정해져 있으며, 업무 수행에 있어 자유로운 결정권이 없었다면 ‘근로자’로 판단될 수 있다.”
MBC의 ‘프리랜서’ 계약서, 문제 소지는?
![]() |
고(故) 오요안나씨의 MBC 출입증. 사진=오요안나 인스타그램 |
“직장내 괴롭힘 조사는 원칙적으로 근로자만 신청할 수 있다. 그런데 오씨를 프리랜서로 규정한 MBC가 자체적으로 직장내 괴롭힘 조사를 시행할 경우 오씨가 근로자임을 인정하는 모순이 생긴다. 이런 경우 회사 내부 조사를 진행하지 않고, 노동부를 통한 신고 절차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만약 정규직 직원이 같은 피해를 입었다면, 회사는 어떤 처벌을 받을까? 김 노무사는 “근로자로 인정되면 산업안전보건법,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등이 적용될 수 있다”면서 “직장내 괴롭힘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산업재해 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안전한 근무 환경을 조성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회사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더 나아가 중대재해처벌법도 적용될 수 있다고 보았다.
“현재까지 자살 사건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은 사례는 없지만, 노동부는 자살도 중대재해로 인정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만약 법원이 이를 인정하면, 기업의 대표이사도 징역·금고·벌금형 등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렇다면 프리랜서도 직장내 괴롭힘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 김 노무사는 “프리랜서도 회사 내부에서 활동하는 만큼, 자체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괴롭힘 여부를 조사하는 절차를 마련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정규직처럼 관련자에 징계를 부과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프리랜서도 많은 경우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될 가능성이 있어, 계약의 시작과 종료를 조정하는 방식의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 노무사는 기존 근로기준법이 보호하지 못하는 프리랜서,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가칭 ‘일하는사람 기본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단순히 직장내 괴롭힘 여부를 따지는 것보다,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 노동자들의 인격권을 보호할 수 있는 법적 장치 마련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일하는사람 기본법’은 기존 법제도상의 사용자-근로자 개념 및 관계에 포함되기 어려워 근로자 보호 제도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되는 경우가 많은 프리랜서 등의 직업군을 보호하기 위해 제21대 국회에서 논의된 바 있으나, 2024년 5월 29일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됐다. 강 노무사는 ‘일하는사람 기본법’의 필요성을 이렇게 말했다.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은 근로자의 인격권 보호를 위한 법이지만, 프리랜서는 보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요안나씨 사건처럼 인격권 침해가 극단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정부가 논의 중인 ‘노동약자 보호법’ 등이 프리랜서와 특수고용노동자까지 포함하도록 개정될 필요가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리랜서의 노동 환경과 법적 보호 장치를 정비해야 한다.”
판례, “프리랜서도 근로자일 수 있다”
법원도 방송업계의 계약상 프리랜서라도 실질적으로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았다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일관되게 판단해 왔다. 프리랜서라는 명칭만으로 근로자성을 부인할 수 없고 실질적인 근무 형태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판례는 대구지방법원 판결(2015가합204803)이다. C방송국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일했던 D씨가 근로자 지위를 인정해 달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해당 아나운서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춰 근무했고, 회사 행사에도 별도 보수 없이 참여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로 인정했다. 계약서상 프리랜서라고 되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근무했다면 근로자로 봐야 한다는 판단이다.
두 번째 판례는 서울고등법원 판결(2010나76230)이다. 방송제작사에서 미술팀 프리랜서로 근무한 E씨가 제기한 해고 무효 소송이다. 법원은 E씨가 ‘사용자의 지휘·감독을 받으며 업무를 수행했고, 근무 장소와 시간이 제작사에 의해 지정되었으며, 취업규칙과 복무규정이 적용된 점’ 등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특히 “방송업계 특성상, 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업무 수행 방식이 종속적이라면 근로자로 볼 수 있다”고 판시했다.
세 번째 판례는 서울행정법원 판결(2021구합8)이다. 방송국에서 기상 캐스터, 뉴스 앵커, 취재기자 등의 업무를 수행한 F씨가 계약 해지가 부당해고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법원은 F씨가 ‘정규직 아나운서와 동일한 업무를 수행했고, 취재 활동 역시 팀장의 지휘·감독을 받아 진행된 점’을 근거로 근로자성을 인정했다. 또한 “방송국이 근무 장소와 시간을 정하고, 외부 활동 시 사전 보고를 요구하는 등 종속성이 강하다”며 방송국의 계약 해지는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프리랜서라도 ▲지휘·감독 여부 ▲출퇴근 시간 ▲고정 보수 ▲독립적 사업 운영 가능성 여부 ▲전속성 등을 기준으로 근로자 여부를 판단한다. 만약 법원이 오요안나씨의 근로자성을 인정한다면, MBC는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및 산업안전보건법 상의 책임을 질 가능성이 있다.
청문회 및 특별법 제정 주장 나와
MBC는 비정규직 및 소수 노조원에 대한 부당한 대우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아왔다. 2018년 기상 캐스터 3명 일방적 해고, 2020년 계약직 아나운서 9명의 부당해고 인정, 2022년 방송작가 부당해고 판결 등 노동법 위반 사례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2월 10일 제3노조는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과 관련해 서울서부지방노동청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했다. 특별근로감독은 고용노동부가 특정 사업장이나 기업에서 발생한 노동법 위반 사례나 근로자의 권익 침해가 의심되는 경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기적인 감독 외에 특별히 실시하는 조사다.
한편 MBC가 사망 이후 부고를 발표하지 않고, 이를 ‘MBC 흔들기’로 규정한 점에 대해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제3노조는 “MBC는 비정규직, 프리랜서, 소수 노조원에 대한 차별과 부당한 처우가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방송업계의 프리랜서 계약 및 도급 계약에 대한 전수조사와 근로계약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특별근로감독을 통해 MBC의 불합리한 근로 환경과 부당노동행위가 명확히 밝혀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같은 날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도 오요안나씨 사망 사건 진상 규명을 위한 청문회 개최 및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김 의원은 “직장내 괴롭힘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로 더 이상 이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고, “MBC는 사전적 예방 노력을 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문제를 제기하는 국민을 ‘MBC를 흔드는 준동 세력’으로 치부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