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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광화문 태극기부대는 정말 극우인가?

‘극우’ 낙인찍기는 레닌식 용어 혼란 전술

글 : 이종배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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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족주의·인종차별주의·군국주의 실현하고자 폭력 정당화하는 세력이 극우
⊙ 박근혜 탄핵 당시 태극기부대, 절반 이상이 중산층·대학 졸업 이상
⊙ “대한민국에 극우는 없고, 극좌 NL 운동권은 있다”(류근일)
⊙ “좌파가 시위하면 시민이고, 우파가 시위하면 극우냐”
⊙ 언론은 민노총의 경찰 폭행, 경찰 차량 파괴, 화염병 투척, 쇠구슬 새총 발사해도 ‘극좌’라고 한 적 있나
⊙ 극우라는 부정적 낙인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더 쉽게 배제하거나 무시할 수 있어

이종배
1963년생. 부산대 사회학과 졸업, 부산대 대학원 사회학과정 / 국가정보원 분석관·판단관·수사처장 역임. 現 한국통합전략연구원 연구실장
2월 8일 대구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 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극우’로 낙인찍힌 전한길 씨 등이 참석했다. 사진=뉴스1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가 말했듯이, 언어는 사람들의 사고(思考)와 세계관을 결정한다. 즉, 우리가 언어를 사용하여 생각을 명확히 하고 서로 교환하지만, 그 언어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식을 결정짓는다.
 
  요즈음 ‘극우(極右)’라는 말이 흔히 들린다. 극우 인물, 극우 단체, 극우 정당 하는 식이다. 때로는 같은 정당 안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상대를 극우라고 부른다. 논쟁이 심해지면 상대의 논리를 외면하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경향도 있다. 이 단어는 2024년 7월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 후보와 8월 고용노동부장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도 뜨거운 쟁점이었다.
 
  일반적으로 극우는 배타적 민족주의와 인종차별주의, 그리고 군국주의(軍國主義)를 포함한다. 상대방을 극우라고 비난하는 사람은 자신의 이념적 성향이 무엇인지 밝히기를 꺼린다. 무난하게 보이도록 중도(中道) 성향이라고 얼버무린다. 그래서 사람들의 상황 판단을 흐리게 한다. 이는 사회적 비난과 차별을 두려워하는 레드 콤플렉스 때문이기도 하지만, 용어 혼란 전술 측면에서도 원인을 찾을 수 있다. 레닌은 “혁명에 성공하려면 용어를 혼란시켜야 한다. 적(敵)에게는 가능한 한 부정적인 용어를 구사하여 비판해야 선전 선동에 유리하다”고 했다.
 
  극우 낙인이 찍힌 대표 사례를 들라 하면 광화문 ‘태극기부대’다. 사실 언론과 지식인, 정치인마저 극우라는 용어의 적용 범위를 너무 확장하는 경향이 있다. 극우라는 말을 이렇게 남용하면 사회적 논의의 질을 떨어뜨리고 정치적 신뢰를 약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그러므로 이 용어를 사용할 때 신중해야 하며, 의미와 맥락을 정확히 이해해야 한다.
 
 
  보수–진보 구분으로는 한계
 
  사회학자 허버트 스펜서는 “모든 사회는 자연과 유사하게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며 발전한다”고 했다. 사회도 생물 유기체처럼 진화한다는 뜻인데, 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서로 다르다. 점진적 변화와 발전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급진적 변화로 새로운 질서를 세우려는 사람들이 있다. 전자(前者)를 보수주의자, 후자(後者)를 진보주의자라고 부른다.
 
  그런데 보수와 진보라는 구분에는 한계가 있다. 현대 사회는 정치와 경제를 비롯한 많은 영역으로 이루어져 있고, 각 영역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종교적 병역 거부와 개고기 식용 판매 금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를 바라보는 의견 사이에 일관성을 유지하기 어렵다. 그리고 새로운 질서를 요구하던 사람도 새 질서와 함께 시간이 지나면 유지하려는 입장으로 변한다. 보수와 진보의 개념은 상대적이고 유동적이어서 공간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시장경제 체제를 지지하는 사람의 경우, 남한에서는 보수주의자로 볼 수 있지만 북한에서는 진보주의자로 볼 수 있다. 만일 북한 김정은은 어떤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보수주의자라고 해야 할지, 진보주의자라고 해야 할지 곤혹스러운 질문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보다 ‘우파와 좌파’가 더 바람직한 표현이다.
 

  첫째, 글로벌 정치적 흐름과 비교할 때 더 유용한 분석 틀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국가에서 정치적 이념을 우파와 좌파로 구분하고 있다.
 
  둘째, 복잡한 정치 사회적 상황 때문에 더 설득력이 있다. 현대 사회는 보수와 진보로만 구분할 수 있을 만큼 단순하지 않다.
 
  셋째, 정책적 연관성 때문에 유용하다. 우파는 개인의 자유와 시장경제를 중시하고, 좌파는 사회적 평등과 계획경제를 지지한다. 이러한 차이는 각 이념의 지지 기반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극우와 극좌는 모두 폭력을 정당화
 
  극우와 극좌의 의미를 명료하게 정의하기는 쉽지 않다. 극좌라는 말은 1917년 러시아 볼셰비키 혁명 때도 주목받지 못하다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비(非)공산 사회에서 테러와 무장 게릴라와 같은 극단적 수단을 사용하는 사회주의 혁명 세력들이 등장하면서 널리 사용했다. 극우라는 말은 20세기 초 파시즘과 나치즘이 등장하면서 생겼다. 처음에는 주로 사회주의 세력들이 이들을 우파와 같은 부류로 치부하려는 선전 책략에서 극우라고 불렀고, 차츰 일반화했다. 이러한 극우와 극좌는 모두 폭력을 정당화했다. 극우는 종종 민족주의나 인종 차별적 폭력을, 극좌는 혁명과 계급투쟁 폭력을 정당화했다. 그리고 비타협적 일당 독재를 하면서 대중을 통제하고자 강력한 선전 도구로 여론 조작을 했다.
 
  그러면 우리 사회에 극우는 존재하는가? 민족주의, 인종차별주의, 군국주의 가치를 실현하고자 폭력을 정당화하는 세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이는 우리 사회의 특수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문화적으로 가족 공동체 중심의 윤리관이 강하고, 높은 국민 교육 수준과 함께 산업화와 민주화에 따라 시민사회가 활성화되었고, 오랫동안 온건한 양당(兩黨) 중심의 정치 시스템이 발전했기 때문에 극단적 폭력성이 자리 잡지 못했다.
 
  하지만 북한의 집요한 대남(對南) 공작이 상당 부분 성공하여 극좌 세력이 존재하고 있다. 1968년 통일혁명당(통혁당)은 북한 지령에 따라 민중 봉기를 준비해 왔다. 간첩 김종태는 통혁당 전모를 실토하지 않아 잔당(殘黨)들이 훗날 활동하도록 했다. 1992년 남한조선노동당의 여간첩 이선실은 10년 동안 민중 봉기를 준비해 왔다. 1999년 민족민주혁명당(민혁당)도 민중 봉기를 준비해 왔다. 민혁당 산하 경기남부위원회 위원장 이석기는 훗날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신분으로 사제 폭탄 제조와 LNG기지 폭파, 전화국 파괴, 코레일 철도 마비를 포함한 내란 폭동을 선동했다. 2011년 왕재산 간첩단은 방송국 장악과 군(軍)부대, 석유 저장 시설, 공업단지 폭파 계획을 준비해 왔다. 2023년 창원 간첩단, 제주 간첩단, 민노총 간첩도 민중 봉기를 준비해 왔다. 이들이 받은 북한 지령에는 “윤석열 역도놈의 퇴진을 요구하는 제2의 촛불국민대항쟁을 일으키는 데 목표를 두고…” “우리가 요구하는 정권 전취는 반드시 전민항쟁과 같은 폭력적 방법으로 해결하여야…”가 있었다.
 
 
  태극기부대, 수도권 중산층 중심
 
태극기와 성조기를 든 태극기부대는 2016~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 때 본격적으로 출현했다. 사진=조선DB
  ‘태극기부대’는 주로 광화문 집회에 태극기를 들고 모이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2016년 10월, 촛불 집회에 대응하여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모여 시작했다. 그래서 초창기 언론에서는 맞불집회라고 부르다가, 탄핵 찬성 집회에서 촛불을 드는 행태와 달리 태극기를 들고 있어 태극기 집회라고 불렀고, 시민들도 자신을 태극기부대라고 불렀다. 이처럼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집회에 참여한 시민들의 공동체적 의식 속에서 만들어진 용어다.
 
  태극기부대를 설명하는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다. ‘돈 받고 동원된 가난한 극우 집단’이라는 평가가 있어, 《조선일보》가 확인에 나선 적이 있다. 2018년 8월 집회 참가자 중 3037명의 답변을 분석한 결과는 중산층 49.8%, 서민층 41.8% 상류층 4.4%, 빈곤층 4%였다. 대학 졸업 이상이 59.5%였다. 집회 참여 이유는 ‘대한민국 체제 수호’ 86.1%, ‘박근혜 대통령 복권(復權)’ 70.6%, ‘문재인 정부 정책 반대’ 52.7%였고, 자발적으로 모였다고 했다. 《조선일보》 보도 내용은 2018년 12월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교수의 연구에서도 사실로 확인했다.
 
  필자도 2024년 10월, 태극기집회(2016~2021년) 참가자 52명에게 설문과 면담 조사를 했다. 모두 수도권에 거주하는 고학력 중산층이었고, 태극기집회에서 쇠파이프, 쇠구슬 새총, 화염병을 이용한 폭력을 본 적이 없다고 응답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여모(60·여)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해 참여했고, 선진국형 시위 문화를 보았다”고 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이모(64) 건축사는 “폭력을 조장하는 촛불 집회와 달리 태극기 집회는 질서정연했다”고 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전직 공무원 정모(66)씨는 “좌파에 반대해 참여했다. 2019년 10월 3일 광화문에서 서울역까지 가득 메웠지만 안전하게 진행했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주부 전모(58)씨는 “2019년 조국(曺國) 사태에 분노해 참여했고, 좌파로부터 나라를 구하고자 기도했다”고 했다. 경기도에 사는 이모(61·여) 기자는 “2016년 집회 초기부터 보아왔는데, 사람들이 자리에서 일어날 때 주변을 깨끗이 치웠고, ‘지키자, 질서! 경찰과 부딪치지 말자!’라면서 행진했다”고 했다.
 
 
  대한민국 체제 수호가 목표
 
  경기도에 사는 이모(62) 교수는 “2019년 개천절에 대규모 시위 인파가 모여 조국의 위선적 행태에 크게 분노하고 있었지만, 놀라울 만큼 질서를 지켰다”고 응답했다. 필자의 조사는 비록 소규모 비확률 표집으로 일반화하는 데 한계는 있지만, 앞에서 언급한 《조선일보》 보도를 뒷받침하는 유의미한 결과를 얻었다.
 
  태극기 집회에서는 우파 대통령 탄핵의 부당성과 위법성에 반대한다. 전광훈 목사는 2024년 5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은 장○○의 거짓 증언 때문이다”, 전한길 강사는 2025년 1월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와 수사에서 공정과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이승만 대통령은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마련한 건국 대통령, 박정희 대통령은 한강의 기적을 이룬 근대화 대통령이라고 평가한다. 손현보 목사는 2025년 1월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고, 박정희 대통령이 나라를 크게 경제적으로 부흥시켰다”고 했다.
 
  한미동맹을 굳건히 할 것과 자유 통일을 추구한다. 신혜식 ‘신의한수’ 대표는 2023년 7월 “한미동맹은 자유와 번영의 상징이다”, 헌법학자인 김학성 전 강원대 교수는 2024년 9월 “헌법이 명령한 자유민주적 평화통일의 반대 세력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전교조와 민노총의 주체사상파를 비판한다. 전광훈 목사는 2021년 6월 “독일이 만든 반(反)나치법처럼 반(反)주사파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했다.
 
  이러한 주장의 배경에는 자유민주주의, 법치주의, 반공주의, 그리고 기독교 정신이 있다. 이는 국가의 이념 형성과 사회적 가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고, 대다수 국민이 받아들이는 보편적 가치다.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기본 이념으로 선언하고 있으며, 반공주의는 건국 과정에서 국가 정체성(正體性)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기독교는 근대화와 민주화 과정에서 인권과 자유 개념을 부각하는 데 기여했다.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 존중
 
한국기자협회 등으로 구성된 언론현업단체원들은 1월 20일 서부지법 사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뉴시스
  태극기부대의 행동 특징은 자발적으로 태극기를 들고 참여하며, 민주적 의사 표현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동안 6070세대 중심이었다가, 작년 12·3 비상계엄 이후에는 2030 청년 세대의 참여가 많아지고 있다. 이들은 태극기와 함께 성조기, 심지어 이스라엘 국기도 흔든다. 자유민주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連帶)를 중요시하여 일본에도 그다지 적대적이지 않아 배타적 민족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참고로 김일성은 1969년 간첩 양성 기관에서, ‘남한 정권은 미국과 일본에 의해 유지되고 있는데, 사람의 머리에 쓰는 갓이 2개의 끈 중 하나만 잘라도 날아가듯이, 미국 또는 일본과 관계를 깨뜨려야 한다’는 ‘갓끈 전술’을 주장했다.
 
  태극기부대는 또 SNS를 통한 공론(公論) 활동에 적극적이다. 자신의 주장을 신속히 퍼뜨릴 수 있고, 지지자를 모으고 결속력을 강화하는 데 유용하기 때문이다.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는 즉각적 반응과 논의가 가능하고,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은 기성 언론에 실망한 이들에게 매력적이다.
 
  이들은 평화적 집회를 선호한다. 다만, 2025년 1월 19일 새벽 3시, 수사기관과 법원에 불신이 쌓인 상태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소식이 들리자 형평성을 잃었다는 이유로 대통령 지지자들이 크게 반발하며 서울서부지방법원 현판을 부수고 건물에 무단 진입했고, 일부 시민들은 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찾아다녔다. 이를 두고 판사 출신의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은 “정당화될 수 없지만, 초래한 원인도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한 청년이 “부당한 권력에 저항하고자,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다시 시민으로 거듭나고자 담벼락을 침범했습니다”라는 글을 인터넷에 올리자 조회수 100만을 넘었다.
 
  그동안 태극기부대가 평화적 집회를 해왔기에, 비록 한 번의 불행한 사건이 있었지만 그 전반적 성격을 고려할 때 단순히 극우 집단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 민노총이 경찰을 쇠파이프로 폭행하고 경찰 차량을 파괴하고 화염병을 던지고 살상력을 갖춘 쇠구슬 새총을 쏘는 폭력을 일삼아도, 언론은 여전히 시민단체나 노동단체라고 한다. 그들을 두고 ‘극좌’라고 하는 경우는 보지 못했다. 그래서 청년들은 “좌파가 시위하면 시민이고, 우파가 시위하면 극우냐”라고 외친다. 형평성을 잃은 이중적 잣대는 설득력이 없다.
 
 
  새로운 우파 집회 문화의 태동
 
  태극기 집회는 촛불 집회의 대척점(對蹠點)에 있다. 촛불 집회가 2000년 이후 활발했는데,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2014년 세월호 사건, 2016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시위를 계기로 광화문에서 열렸다. 촛불 세력에는 친북(親北) 반미(反美) 성향이 강한 인물들도 있었다.
 
  태극기 집회를 시작하면서 변화가 왔다.
 
  첫째, 광화문의 주인이 바뀌었다. 침묵하던 우파에게 정치 참여를 독려하고, 우파의 목소리와 가치관을 대변하는 스피커 역할을 한 영향이다.
 
  둘째, 우파의 새로운 집회 문화를 만들었다. 그동안 일회성이나 단발성 집회를 해왔던 데 반해, 자발적으로 모여 8년 이상 지속하고 있다. 이는 인적 자원이 풍부한 기독교인이 운동 주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셋째, 우파 시민들의 연대 의식이 높아졌다. 태극기를 들고 노래 부르거나 구호를 외치는 과정에서 태극기는 국민 정서와 연결하는 강력한 상징이 된다. 시민들은 태극기의 상징성을 연결고리로 하여 서로 지지 격려하며 애국심을 더 깊이 느끼고 있다. 그리하여 태극기 집회는 단순한 정치적 집회를 넘어서, 침묵하던 다수를 광장으로 불러내어 정치적 참여와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다.
 
 
  이승만·박정희 높이 평가하면 극우?
 
  2017년 제3시대그리스도연구소 K씨와 2018년 루터대학교 L씨는 태극기 집회를 ‘극우’라고 했다. 이들은 논문에서 “개신교 계열 극우 NGO 단체 활동가들이 참석하고 있다” “동성애(同性愛)나 이슬람, 종북(從北)에 강한 혐오를 드러내며 가짜뉴스에 앞장선다” “이들의 중심에 에스더기도운동본부가 있다” “태극기는 국가주의와 반공을 결합하는 의미의 상징물로 활용되어 왔다. 반공 포로 시위, 북한 도발 규탄 관제 데모가 대표적이며, 이는 박근혜 정부에서 다시 부상(浮上)한다”고 했다.
 
  그러나 에스더기도운동은 성경적 가치관을 따르며, 개신교 내부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는다. 이 단체 대표 이용희 교수와 손현보 목사의 제안으로, 2024년 10월 27일 광화문광장~서울광장~서울역 광장과 여의도 일대에서 100만 명 이상이 모여 동성애 반대 집회를 열었다. 그리고 사회 현상을 보는 종교적 해석이 가짜뉴스인가? 반공 시민이 태극기를 들면 극우가 되는가?
 
  2024년 성균관대학교 H씨는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극우 사회집단’으로 보았다. 그는 논문에서 “이승만과 박정희의 국정 철학을 높이 사고 반공주의를 이념으로 삼는다는 데서 잠재적 극우 정당 지지 세력과 가장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애국과 민족주의를 핵심 이슈로 한다는 데에서도 유럽의 극우 정당 지지자들과 비교할 수 있다”고 했다. ‘극우 성향’을 측정하기 위해 ‘정치 이념을 일반적으로 진보와 보수로 구분합니다. 0부터 10까지 눈금 중 ○○님께서는 어디에 속한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묻고, 8 이상으로 답한 응답자를 극우라고 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국민 다수가 존경하는 이승만 대통령과 박정희 대통령을 극우로 깎아내리고, 반공과 애국을 일탈(逸脫)행위인 양 보며, 기독교 선민(選民)사상과 민족주의를 같은 부류로 취급하는 것이다. 극우 성향을 실증적으로 측정하려 한 시도는 긍정적이나, 보수 성향이 강한 응답자를 극우와 동일시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논거를 고려하고, 극우의 개념을 ‘불평등성 이데올로기(인종, 민족 차별주의)와 폭력성에 바탕을 두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입장과 행동’이라 정의한 독일 헌법재판소 판례에 비추어 볼 때, 태극기부대를 극우로 규정하기 어렵다. 양동안 전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좌익은 그들에 강하게 반대하는 세력에게 극우라는 딱지를 붙이는데, 이는 좌익의 용어 전술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018년 10월 “태극기부대가 폭력 시위를 일삼는 것도 아닌데 극우로 낙인찍고 배제하는 것은 반민주적”이라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2020년 8월 “극우란 국가주의, 전체주의, 인종차별주의자들을 이르는 말인데, 태극기부대를 극우 세력으로 몰아가면서 국민으로부터 고립시키려는 정치적 음모는 참으로 영악하다”고 했다.
 
 
  낙인찍기는 사회적 배척으로 이어져
 
민노총은 2019년 5월 22일 경찰의 민노총 수사를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하면서, 자신들을 비판하는 이들을 ‘극우 세력’이라고 지칭했다. 사진=뉴시스
  ‘낙인(烙印) 이론’에 따르면, 낙인을 받은 개인이나 집단은 사회에서 차별받거나 소외될 수 있고, 이에 따라 사회적 지위나 기회를 잃게 된다. 사회학자 하워드 베커는 1963년 “사람들이 규칙을 어겼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로 규칙을 어긴 사실과는 차이가 있다”면서 “규칙을 지켰으나 타인들이 규칙 위반자로 간주하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그 사람은 억울한 일탈자가 된다”고 했다.
 
  ‘침묵의 나선(螺旋) 이론’은 사회적 고립을 두려워하는 사람들이 환경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설명한다. 사회심리학자 엘리자베스 노엘레노이만은 1972년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 사회적으로 우세하고 다수(多數)의견에 속한다고 인지하면 자신 있게 겉으로 표명하지만, 소수(少數)의견에 불과하다고 인지하면 스스로 침묵한다”는 가설(假說)을 제시했다. 침묵하는 이유는 “주류 여론에서 이탈함으로써 직면할 사회적 소외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했다.
 
  ‘너희는 극우다’라는 프레이밍이 만들어지면 사회적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할 수 있다. 낙인받은 개인이나 집단이 레이블을 내면화하고 정체성에 일치하는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낙인찍기는 상대를 부정적으로 묘사해 무력화(無力化)하는 데 악용할 수 있다. 낙인을 레닌의 용어 혼란 전술 측면에서 시도하면, 언어와 개념을 조작해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키고 반감(反感)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극우라는 부정적 낙인으로 정치적 반대 세력을 더 쉽게 배제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낙인찍기의 결과는 대중의 지지 상실과 사회적 배척으로 이어진다. 자신이 사회적으로 비난받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인식함으로써 점차 목소리를 감추고 침묵하는 경향이 있다. 그리하여 정치적 연대나 연합이 필요한 상황에서 정치적 고립을 겪는다. 낙인이 지워지지 않으면 그 구성원과 대중들은 활동에 두려움을 느껴 참여를 꺼린다. 낙인 대응 과정에서 견해 차이로 내부 갈등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는 집단 결속력을 약화하고 활동의 지속성을 방해한다.
 
 
  강성 우파, 배타적 민족주의나 폭력 정당화하지 않아
 
  정치인이나 소셜미디어에서 영향력 있는 인물이 낙인을 주도하면, 더 많이 확산한다. 사람들은 플랫폼에서 비슷한 의견을 가진 사람끼리 선택적으로 교류함으로써 정보의 편향이 발생하고, 극단적 시각을 강화하고 다른 의견에 대한 이해를 저해한다. 특히 젊은 세대에 영향이 크다. 이들은 정체성과 가치관을 형성하는 시기에 있고, 소셜미디어와 인터넷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태극기부대가 정치적 낙인에도 불구하고 폭력성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낙인을 해석하고 내면화하는 과정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대다수 사람이 극우의 의미를 단순히 ‘강성 우파’로 인식한다고 볼 수 있다. 그리하여 발언 수위는 높아지지만, 배타적 민족주의나 폭력을 정당화하지는 않는다. 이는 낙인 이론에서 ‘사람들의 의미 해석’을 중요시하는 주장과도 일치한다.
 

  류근일 뉴데일리 고문은 “대한민국에는 극우는 없고, 극좌 NL 운동권은 있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 사회 현실은 정반대다. 극우로 낙인찍힌 사람이나 단체들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는데, 좌파와 극좌 인물들은 진보라는 가면으로 자신을 가리고 있다.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는 “상식을 말하면 극우가 된다. 나를 극우라 하는 것은 그 사람이 극좌에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기막힌 현실을 보며 필자는 ‘태극기부대는 정말 극우인가’라고 묻고,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존중하고 있어 극우가 아니다’라는 결론을 얻었다. 이로부터 몇 가지 희망적 제안을 한다.
 
 
  正名운동
 
  첫째, 공론(公論)의 장(場)을 마련해 사회적 합의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우리 사회에 관용(tolerance)이 필요하다. 극단 세력에는 경계를 분명히 하되, 합리적이고 평화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세력이라면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이럴 때 좌파는 ‘진보’라는 가면을 벗고, 우파는 ‘보수’라는 멍에를 벗을 수 있다.
 
  둘째, 가치중립적 이념 평가 척도를 만들어 정치적 낙인찍기를 견제해야 한다. 2022년 4월 베를린 사회과학센터의 매니페스토 프로젝트의 이념 평가 척도를 활용한 결과, 극우로 알려진 프랑스 국민연합(RN)의 지도자 마린 르펜은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보다 더 좌파적으로 나타난 사실이 있다.
 
  셋째, 포괄적 교육 자료와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학교와 지역사회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다양한 이념적 관점을 이해하고 객관적으로 사고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미디어 문해력 교육을 강화해, 사람들이 정보의 출처와 편향을 인식하고 보다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넷째, 언론의 책임 있는 보도를 촉구한다. 미디어가 편향된 용어 사용을 지양하고 사실 기반의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디어 감시와 책임을 강화하는 방안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편파적 보도를 지양하도록 언론사에 책임을 부여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다섯째, 태극기부대의 자강(自强)도 필요하다. 낙인을 거부하고, 부정적 정체성을 갖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고립을 가져오는 일탈행위를 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긍정적 이미지와 이념을 보강하고, 대중과 소통으로 신뢰를 확대하면서, 뜻을 같이하는 단체와 연대 협력으로 입지를 강화해야 한다.
 
  글을 마치면서, 공자(孔子)의 정명(正名)을 다시 생각한다. “반드시 이름을 바로 해야 한다. 이름이 바르지 못하면 언어가 순리대로 통하지 않고, 언어가 순리대로 통하지 못하면 그 어떤 일도 성사되지 않는다(必也正名乎 名不正則言不順 言不順則事不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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