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화제의 인물

‘한국사 일타 강사’에서 ‘아스팔트 보수’로 변신한 전한길

“나라가 붕괴되면 직장도 가정도, 자유도 없다”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있는데, 좌파 진영이 극좌로 갔기 때문에 제가 극우로 보이는 것”
⊙ “東西 통합 강조한 노무현… 지금 민주당은 완전히 변질됐다”
⊙ “경찰들도 내 제자… 국회의원이 어떻게 경찰들한테 ‘총을 맞더라도 (대통령을) 끌어내라’ 하나”
⊙ ‘부정선거 확신’ 또는 ‘조사는 해보자’ 중 어느 쪽이냐는 물음에 “난 후자”
⊙ “서부지법 난입한 이들은 폭도… 성남시의회 난입했던 이재명, 美 대사관저 난입했던 정청래가 할 소리는 아니다”

全裕錧
1970년생. 경북대 졸업 / EBS방송강사, 메가스터디강사, 포스코·삼성·하나은행 등 초청강사 / 저서 《창피함을 무릅쓰고 쓴 나의 실패기》 《네 인생 우습지 않다》
사진=조준우
  극우(極右). 사전적 의미는 ‘극단적으로 보수주의적이거나 국수주의적인 성향. 또는 그 성향을 가진 사람이나 세력’이다. 어디부터가 극단인지는 정의하기 나름이겠지만, 아직 법적 절차가 진행 중인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전제하는 시각에선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이들 전체가 도매금으로 ‘극우’다.
 
  대표적으로 표적이 된 인물이 있다. ‘전한길’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공무원 시험 한국사 과목 유명 강사다. 본명은 전유관(全裕錧·55). 그에게 극우가 무엇인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극단적인 우파로서 폭력성을 지녀야 하지 않습니까. 수구(守舊) 성향도 있어야 하고요.”
 
  ― 선생님은 극우입니까.
 
  “전한길은 진보였거든요. ‘노사모’(노무현 전 대통령 팬클럽) 출신이기도 하고요. 저는 그 자리에 그대로 가만히 있는데, 지금의 좌파 진영이 극좌로 갔기 때문에 저들이 보기에 제가 극우인 거죠.”
 
  2월 5일, 서울 광화문의 한 식당에서 전씨를 만났다. 그는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서 유튜브와 거리 집회 연설 등을 통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왔다. 더불어민주당과 좌파 성향 매체들에서는 그를 ‘부정선거 주장, 폭력 선동, 계엄 옹호, 편향된 사관(史觀)’ 등의 말로 비난하면서 그를 극우 선동가로 몰고 있다. 그는 내란 선동으로 고발까지 당했다. 그를 만나 자신에 대한 비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지금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명확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었다.
 
  한때 학원 사업 실패로 전 재산을 날리고 빚만 25억원에 달했던 그는 10년 동안 신용불량자 생활을 이어갔다. 이후 재기에 성공, 지난해에만 60억원을 벌고 세금으로 27억5000만원을 납부했다. 수능 강의 12년, 공무원 시험 강의 14년, 도합 26년을 학생들과 마주해 온 전씨는 스스로에 대해 “늘 학생들을 가르치다 보니 마인드도 20~30대”라고 했다. 무엇이 잘나가던 학원 강사를 격분하게 하고, 이슈의 중심에 서게 했을까?
 
  이날 만난 전씨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사비로 고용한 경호원 네 명을 대동하고 마스크를 쓴 채 조심스럽게 약속 장소로 찾아왔다.
 
 
  “총은 니가 맞아라!”
 
1월 7일 국회 법사위에서 이성윤 민주당 의원(오른쪽)이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대통령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가지고 덤비면 가슴을 열고 쏘라고 하라. 그런 결기로 가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전한길씨가 폭발하게 된 결정적인 장면이 있다. 지난 1월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윤석열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을 앞두고 이성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 법사위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질의 중 한 말이다.
 
  “경호처 직원들이 총을 가지고 덤빈다? 화기(사용)의 위험이 있다? 불상사의 위험이 있다고요? 가슴을 열고 쏘라고 하십시오. 그런 결기로 가야 됩니다.”
 
  이성윤 의원은 “박지원 의원이 말한 것처럼, 이번에 체포·구속을 못하면 관(棺)을 들고 나오겠다는 심정으로 결기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을 수갑 채워 나올 때까지, 끝까지 가슴에 총을 맞더라도 (체포)하고 오라. 국민들이 바라는 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한길씨는 그때 얘기를 하며 분노를 참지 못했다.
 
  “그 사람은 절대 국회의원을 하면 안 돼요. 자기들이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라고 매일 그 지× 하잖아. 아니, 국민의 대표가 어떻게 경찰들한테 ‘총을 맞더라도 (대통령을) 끌어내라’고 하느냐고요.”
 

  ― 공무원 시험 강사로서 그 말이 더 충격적으로 느껴졌겠네요.
 
  “내 제자들이잖아! 경찰들 중에도 내 제자들이 엄청 많단 말이에요. 그때 제가 완전히 학을 뗐어요. 이놈들은, 그 당(민주당)은 국민? 안중에도 없어.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가 있어요, 예? 총 맞더라도 끌어내라? 총은 니가 맞아라!”
 
 
  ‘세상이 어지러워야 충신을 알아보고, 집이 기울어야 良妻를 그리워한다’
 
2월 8일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대구광역시 동대구역 광장에서 열린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조선DB
  ― 윤 대통령을 지지하게 된 계기는 무엇입니까?
 
  “제가 역사를 가르치다 보니까 ‘세란식충신(世亂識忠臣)’이니 ‘가빈사양처(家貧思良妻)’니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하거든요. 어려운 상황에 처해야 누가 진짜고 가짜인지 드러나게 된다는 거죠. 윤 대통령은 공수처의 체포 과정에서 ‘우리 국민 한 사람도 다치게 할 수 없다’면서 스스로 끌려갔어요. 그걸 보고 참 지도자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역사에 그 반대 일이 많았잖아요. 지도자라는 사람이 나라가 어렵거나 힘들 때 자기만 살겠다고 부하들 죽든 말든 다 잊잖아요. 그때 결심했어요. ‘이 정도로 국민을 생각하는 지도자를 우리가 몰라봤다, 미안한 생각도 들어서 무조건 윤 대통령을 살려내야 되겠다’고요.”
 
  ― ‘세이브코리아’라는 단체가 여는 윤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엔 어쩌다 나가게 된 겁니까?
 
  “제가 세이브코리아 집회에 나가게 된 건 어이없는 일이죠.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 관련 의혹이 얼마나 많습니까. 1200건 이상의 부정, 비리. 제가 선관위에 대해서 비판했잖아요. 그런데 민주당이 저를 고발했어요. 그래서 저는 ‘이건 아니다’ 싶어서, 가뜩이나 민주당이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걸 봤고 자기들을 비판하면 무조건 극우라고 하잖아요, 가만히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죠. 저야 돈 있고 유명하니까 괜찮지만, 힘없는 20대, 30대 젊은이들 많잖아요. 꿈이 있는 나이들인데. 민주당이 자기들 비판한다고 표현의 자유를 틀어막으면 민주주의의 근간을 깬다고 생각해서 저라도 나서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마침 저는 그때 혼자고 소속 단체도 없었으니까, 아는 목사님께서 세이브코리아 집회를 하고 있기에 가게 된 거예요.”
 
  ― 손현보 목사요?
 
  “네, 손현보 목사님. 그래서 제가 거기에 가게 된 거예요. 가도 되느냐고 (손 목사에게) 여쭤봤더니 ‘오케이’라고 하셔서 가게 된 겁니다.”
 
 
  “현장에서 투표·개표·집계 다 하자”
 
  ― 부정선거를 언급한 데 대해, 선관위에 재직 중인 제자들 반응은 어땠나요?
 
  “선관위에 제 제자들 많거든요. (반응은) 나뉘죠. 밑에 제자들은 부정 의혹과는 관련이 없잖아요. 왜냐하면, 실무진이거든요. 제자들 중에서도 일부는 ‘우리가 투표일에 얼마나 고생하는데 저렇게 말하시지?’라고 하기도 해요. 선거 당일에 많은 공무원들이 투표소에 가서 고생하는 거, 저도 알아요. 개표장에 다 모여서 수작업으로 보는데 거기서 무슨 부정이 있을 수 있냐는 거죠. 우리 집사람도 공무원이라서 개표 작업 하러 가요. 그 개표 과정을 제가 모르겠어요? 제가 지향하는 건, 대만처럼 이동 없이 현장에서 투표·개표·집계까지 전부 다 하자는 거예요. 그리고 사전선거는 당일 투표처럼 모든 사람들이 참관하지 않잖아요. 그것에 대해선 투명성을 확신할 수 없다는 거예요. 해킹을 통한 전산 조작이 있을 수도 있겠다는 거죠.”
 
  ― 이 부분을 좀 확실히 하겠습니다. 선생님은 부정선거가 있다고 확신하는 건가요, 아니면 의혹이 있으니 조사를 해보자는 쪽인가요?
 
  “저는 후자예요. 의혹이 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말하면 또 어떤 사람들은 ‘봐라, 지금까지 부정선거에 관한 소송이 많았는데 한 건도 밝혀진 게 없고 다 패소했다’고 하죠. 그런데 부정선거 의혹으로 소송을 제기하면 피고소인이 중앙선관위 위원장인데, 중앙선관위 위원장은 대법관이 겸직하잖아요. 지방 선관위 위원장도 판사들이 맡아요. 심판이 선수로 뛰고 있는 것과 똑같은 거예요. 이 부분은 다음에 개헌을 통해 바꿔야 해요.”
 
  기자는 지난 12월 9일 국가정보원에 ‘부정선거 이슈와 관련해 국정원이 대통령실에 직접 올린 첩보나 단서가 있었는지’를 물었다. 이에 국정원은 “선관위의 보안 점검 요청에 따라 2023년 7월부터 9월 기간 선관위,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합동으로 보안 점검을 실시했다”며 “합동 보안 점검에서 다수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고 선관위에 시정 권고 조치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전산 조작 등에 대한 기록을 발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폭도? 이재명과 정청래는?”
 
  일각에선 전한길씨의 폭력 선동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전씨는 지난 1월 19일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법원으로 난입한 이들을 일단 ‘폭도’라고 표현했다.
 
  발언 일부만 똑 떼놓고 보면 논란이 생길 만도 했다. 같은 달 25일, 그는 유튜브 채널을 통해 “20~30대 젊은 세대들이 (왜) 법원 안으로 난입하게 되었을까”라며 “공수처와 서부지법 판사들의 꼼수, 원칙의 어긋남 이런 것들에 대해서 절차적인 반칙이 일어나니까 많은 청년 세대들은 분노하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1일 부산역 광장에서 열린 집회에선 윤 대통령 탄핵심판에 참여하고 있는 헌법재판관들 일부를 둘러싼 논란을 열거하며 “문형배, 정정미, 정계선, 이미선 재판관이 회피 신청이나 자진 사퇴를 하지 않을 경우에 모든 국민들은 이러한 불의한 재판관들의 심판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이 헌재를 휩쓸 것이고, 그 모든 책임은 불의한 재판관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해명을 들어봤다.
 
  ― 서부지법 난입 사태에 대해 확실하게 한마디 해주시죠.
 
  “언론에선 제가 서부지법 폭도들을 편든다고 하잖아요. 하지만 제가 유튜브에서 호소한 내용은 그들을 편든 게 아니었어요. 저는 한 번도 그들을 편든 적이 없습니다. 지지하지도 않습니다. 저는 무조건 폭력을 반대하며 법치주의를 존중합니다.
 
  제가 화가 난 건,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그렇고, 정청래 의원이 국회에서 이들이 ‘폭도’라는 말을 계속 한다는 거였어요. 왜냐하면, ‘죄 없는 자가 돌로 치라’는 말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들을 폭도라고 하는 건 몰라도 이재명 대표와 정청래 의원만큼은 그들을 ‘폭도’라고 할 자격이 없다는 거예요. 이재명 대표는 2004년 성남시의회에 난입한 일로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았는데, 본인도 그럼 폭도인 거죠. 더 심각한 건 정청래 의원이에요. 1989년에 사제 폭탄과 쇠방망이를 들고 미국 대사관으로 넘어가 관저 응접실 유리문을 깼어요. 대사관 직원을 인질로 잡고 불까지 지르려 했어요. 정청래도 그때 20대였어요. 지금 잡혀간 서부지법 ‘폭도’들도 20~30대죠.
 
  나는 ‘심하게 가담한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가벼운 정도로 단순 가담한 사람에 대해선 선처를 베푸는 게 어른의 자세가 아니냐’고 말했는데, 이 말을 잘라내서 ‘전한길이 폭도들을 풀어주라고 했다’고 언론에서 프레임을 만들어요. 제가 한 말은 이들을 그냥 풀어주자는 말과 다르잖아요.”
 
  ― ‘국민들이 헌재를 휩쓸 것’이라고 말한 부분은?
 
  “그것 때문에 고발을 당했는데, ‘휩쓴다’는 건 국민들이 분위기를 휩쓸 것이라는 뜻이었어요. 전 국민이 헌재를 향해서 ‘나가라, 나가라’라고 말하는 게 휩쓰는 거죠. 헌재에 탄핵 반대 분위기의 회오리바람이 불도록 하겠다는 거예요. 국민들이 집회를 통해 직접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거죠.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박 대통령 지지율이 8%, 5% 이렇게 된 상황에서 헌법재판관 전원이 탄핵을 인용(認容)했는데,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60%가 넘으면 헌재가 과연 인용할 수 있을까요? 헌재는 대한민국의 주인인 국민의 뜻을 거부할 순 없죠.”
 
 
  “뭘 보도하든, 언론 자유 지켜져야”
 
  논란은 또 있었다. 전한길씨는 1월 30일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 신문 잘 보라”며 광고란이 비어 있는 《스카이데일리》를 꺼내들었다.
 
  “민주당에서 광고주를 불러서 협박을 한 겁니다. 이 신문사에서는 차라리 그럴 바엔 백지 광고를 내자, 이렇게 지금 백지 광고가 나온 게 현실입니다. 언제 이랬는지 우리, 역사 시간에 배우지 않습니까. 1974년 《동아일보》가 유신 독재에 저항해 백지 광고를 냈던 이후로 저는 이걸 처음 봤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 전라도 분들, 보고 계십니까? 전한길도 광주 망월동에 여러 번 갔습니다. 광주 시민 여러분께, 민주화운동 한 덕분에 대한민국 이렇게 민주화가 앞당겨졌다고, 그분들의 희생을 잊지 않겠다고 저는 다짐하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침묵하십니까?”
 
  ― 《스카이데일리》 백지 광고를 과거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에 비견하며 광주 시민들에게 호소했는데, 이 매체가 ‘5·18 북한 개입설’을 주장하기 때문에 적절치 않은 언사였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5·18이든 뭘 보도하든 간에, 그건 언론의 자유잖아요.”
 
  ― 별개의 문제라는 말인가요?
 
  “별개의 문제죠, 그건. 저는 전혀 별개의 문제라고 봐요. 입맛에 따라 보도를 재단(裁斷)하면 언론사들은 다 눈치를 봐야 하잖아요.”
 
  ― 언론이 뭘 주장하든….
 
  “그렇죠, 반대도 할 수 있는 거고. 그게 자유민주주의의 근간 아닙니까.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라고 할 때 ‘언론의 자유’가 그런 거죠. 지금도 마찬가지로, 정부의 입맛에 안 맞는다고 해서 이래라저래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홍범도 흉상 철거는 불필요한 논쟁”
 
  ‘극우’로 몰리다 보니, 전한길씨가 ‘뉴라이트’ 아니냐는 의구심도 고개를 들고 있다. 전씨가 ‘식민지 근대화론(論)’과 같은 친일 사관(史觀)을 가진 건 아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移轉) 논란이 불거졌을 당시 “우리는 팩트만 공부하면 된다”며 한동안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은 점이 재조명되고 있다. 전씨의 시각, 그중에서도 윤석열 정부 사관에 대한 평가를 들어봤다.
 
  ― 홍범도 장군에 대해서 높이 평가했죠.
 
  “네, 그럼요.”
 
  ― 윤석열 정부 들어서 역사 논쟁이 재점화됐는데, 윤 정부의 사관에 대해 어떻게 평가합니까?
 
  “홍범도 장군에 대한 것부터 시작됐죠. 육군사관학교에 있는 흉상을 철거할지 말지에 대해서요. 극단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홍범도 장군이 활동한 일제강점기 때 우리의 주적(主敵)은 누구였죠? 공산주의가 아니라 일본, 일제였어요. 독립운동가들 사이에서도 외교 노선, 무장 투쟁 노선, 좌파 노선, 우파 노선 등 많았어요. 사회주의자인 독립운동가도 많았고요. 일제강점기 말, 1940년대 이후는 미국과 소련도 같은 연합군이었을 때입니다. 김일성같이 극단적인 사회주의로 간 건 제외해야죠. 이런 사람을 좋게 평가할 순 없죠.
 
  다만, 홍범도 장군은 광복 이후에 우리나라에 해악을 끼친 게 없어요. 그분은 독립운동을 한 뒤로 카자흐스탄으로 가서 돌아가셨어요. 그래서 홍범도 장군이 레닌에게 총도 받았다고 하지만 그걸 가지고 그분을 빨갱이, 나쁜 사람이라고 하는 건 지나치다고 봐요. 역사책에 나오듯 홍범도 장군은 봉오동 전투를 승리로 이끌었고, 공이 크지 않습니까. (문재인 정부 때) 카자흐스탄에 있는 홍범도 장군의 유해도 모셔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건 높이 평가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왕 육군사관학교 안에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을 굳이 철거해 가면서 논쟁을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고 봐요. 불필요한 논쟁이고, 저는 그런 게 싫어요.”
 
 
  “독립운동과 6·25 참전, 둘 다 존중해야”
 
  ― 역사교육계에서도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역사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는데, 역사학계는 진보 쪽이 많아요. 왜냐하면 우리가 일제 식민 지배를 받고 잔재가 청산되지 못했죠. 이승만 정부에서 반민법(반민족행위처벌법)을 만들었는데 청산을 못 하다보니 친일을 했던 사람들은 부자나 주류가 되고, 독립운동을 했던 사람들은 자식 교육도 못 시켜서 가난해졌어요. 그래서 친일 했던 사람이 주류 세력이 됐다는 반발심이 크고, 학생들에게도 이러한 부분을 많이 강조하죠.”
 
  ― 그렇게들 가르치죠.
 
  “그런데 순국선열 안에도 두 그룹이 있어요. 독립운동을 하신 분들, 그리고 6·25전쟁과 월남전에 참전한 분들이 있어요. 학계에서는 독립운동의 공을 훨씬 더 크게 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래서 6·25전쟁 때 공산화를 막아낸 분들에 대해선 공(功)을 좀 낮추는 경향이 있어요. 북한이 같은 민족이자 통일의 대상이고,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통일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그런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우리 현대사에 대해 ‘친일 했던 사람이 득세하는’ 부끄러운 역사가 됐다고 가르치는 사람들이 많아요.”
 

  ― 이상하게 꼬인 건가요.
 
  “그렇죠, 꼬인 거죠. 원래 민족주의자가 보수가 되는데, 우리는 약간 혼동이 있죠. 시대정신에 따라 역사가 달리 평가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래요. 학생들을 가르칠 때 ‘우리는 부끄러운 역사를 가졌다’고 하면서 자괴감이 들게 만드는데, 이젠 그걸 넘어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우리나라 역사학계에서는 계속 프레임을 짜서 가지고 가려고 해요. 친일을 했던 사람은 공산당과 맞서 싸운 공이 있어도 나쁘게 평가하는 거죠. 하지만 이분들의 공이 없었으면 우리나라가 공산화됐을 것이기 때문에 인정할 건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 독립운동가와 6·25 참전 용사, 둘의 우열을 나눌 수 없다는 취지인 거죠.
 
  “네, 그렇죠. 공산화를 막아낸 분들이 과거 친일을 했더라도 시대에 따라서 세운 공에 대해선 독립운동을 한 분들과 마찬가지로 양쪽 다 존중해야죠. 저는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제 21세기도 벌써 25년이 지났어요. 곧 한 세대가 지나가잖아요. 이 시점에서 우리가 이 프레임을 20~30대 젊은이들에게 넘기는 건 반대해요. 독재와 산업화, 그리고 민주화 이후 시대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이런 프레임을 뛰어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프레임에 갇힌 역사학계 바꾸고 싶어”
 
  ― 대표적으로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죠.
 
  “이승만은 악(惡)이다, 반(反)헌법적 인사다, 이렇게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저는 이번에 이걸 정확하게 이슈화시켜서 역사학계를 바꾸고 싶어요. ‘이승만이 훌륭하다고 하면 극우’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웃기는 소리에요. 그건 무지(無知)한 거예요. 역사를 매도하는 짓이에요. 교과서, 교재에 나온 그대로 알려드릴게요. 이승만은 단 한 번도 친일 한 적이 없습니다. 이승만은 철저하게 독립운동가고 반공주의자예요. 이승만을 분단주의자로 매도하는데, 분단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도 북한 공산당과 대화가 안 통하잖아요. 이승만은 공산당의 본질을 꿰뚫고 있었어요. 먼 훗날 북한 공산당이 없어지고 평화통일이 된다면 재평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지금까지는 이승만의 선견지명을 높이 평가하는 게 맞죠.
 
  그리고 또 이승만을 높이 평가해야 하는 게, 여성들에게 참정권을 줬어요. 그건 정말 높이 평가해야 해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이승만에게 감사해야 해요. 이승만은 공산화를 막아냈고, 주한미군을 주둔(한미상호방위조약)시켰고, 농지개혁을 했어요. 대한민국 국력의 토대를 만든 게 이승만 대통령이에요.”
 
  ― 3·15 부정선거로 인해 4·19혁명이 일어났고, 헌법 전문(前文)에도 ‘불의에 항거한 4·19 민주이념’이라는 문구가 있지 않나요.
 
  “1차 발췌개헌, 2차 사사오입 개헌, 3·15 부정선거까지 갔죠. 그 부분에 대해서도 의견이 긍정과 부정으로 나뉘어요.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이승만이 물러나면 나라가 엉망진창이 될 거라고 보는 거고, 부정적으로 보는 입장에선 장기 집권을 하기 위해 개헌을 했다고 평가하는 거죠. 또한 4·19혁명을 계승한다는 헌법 정신에도 어긋납니다. 다만,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의 당선을 위한 게 아니었어요. 왜냐하면 당시 상대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 박사가 수술을 받으러 미국에 갔다가 돌아가셨어요. 상대 후보가 없기 때문에 이승만은 자동 당선될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이기붕을 부통령으로 당선시키기 위해 밑에 사람들이 (부정선거를) 한 거예요.
 
  아무튼, 이승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20~30대 세대들에게 ‘이러한 공과(功過)가 있으니 너희들이 평가해 봐라’라고 맡겨야죠. 이승만에 대해 독재자라고 하면 박수 쳐 주고, 건국 대통령이라고 하거나 훌륭한 사람이라고 하면 극우라고 비난해 버리는 역사학계의 극단적이고 유물론적인 프레임은 이제 넘어서야 해요.”
 
 
  “노무현재단에 매월 회비 낸다”
 

  전씨는 이분법을 기피했다. 그는 “역사적 인물에 대한 평가는 시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YS(김영삼)와 DJ(김대중)는 일평생 독재에 맞서 민주화를 위해 애쓴 분들이에요. 영국은 200년 만에 민주화가 됐어요. 우리는 40년 만에 됐죠. 이에 대해 YS와 DJ의 공이 크다고 봐요. 그러나 대북 햇볕정책은 성과가 없으니 현재로서는 실패한 정책이죠. 노무현 대통령도 진보 세력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지만 우회전을 했어요. 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한미FTA를 체결해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가 무역 흑자를 보고 있어요.”
 
  ― 젊었을 때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습니까?
 
  “제가 90학번인데요, 1990년 3당 통합 때 시위에 나갔어요. 원칙에 어긋나기 때문이었죠. 그때도 3당 통합 반대하고 꼬마민주당에 남았던 노무현을 좋아했어요.”
 
  ― 심정적으로 노무현을 지지했나요, 아니면 실제 ‘노사모’ 조직에 이름을 얹고 활동한 건가요?
 
  “오래전 일이라 제 이름이 올라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고, 저는 지금도 노무현재단 회원입니다. 매월 회비를 내고 있고요.”
 
  ― ‘노사모’ 출신이라면 기본적으로 민주당계 정당에 호감이 있는 거 아닙니까.
 
  “전한길은 원래 진보 쪽이고 노사모였는데, 문재인 정부 때 진보에서 돌아섰어요. 제가 돌아섰다기보다는 문재인 정부가 잘못한 게 많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은 동서(東西) 통합을 강조했는데, 문재인 정부는 갈라치기를 했어요. 표를 얻기 위해서요. 어느 지역에 노인이 많은지, 젊은이가 많은지를 보고 숫자가 많은 쪽으로 편을 들었고, 집 있는 자와 없는 자를 또 갈라치기 했죠. 제가 수업 시간에 자주 하는 이야기가, 지도자로서 가장 근본적인 덕목은 국민 통합이라고 했어요. 거꾸로 말하면, 최악은 갈라치기 하는 지도자거든요. 문재인 때 그걸 절실히 깨달았어요. 남녀 갈등, 세대 갈등, 노사 갈등, 지역 갈등까지.
 
  문재인은 노무현과 달라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근무한 비서관 중에 아는 사람이 있어요. 당시 그 친구가 말하길, ‘국정 운영이 너무 엉망’이라면서 ‘큰일 났다’는 거예요. 전문성이 없는 사람들이 들어왔다고요. 아마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조기 선거를 치른 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준비 절차 없이 급작스럽게 청와대 조직이 꾸려졌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 그럼 지금 전한길의 사상은 어느 쪽입니까?
 
  “합리적인 보수주의자예요. 자유라는 가치, 가정이라는 가치, 자유시장경제, 복지사회, 이런 가장 보편적인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게 보수주의라고 생각해요.”
 
 
  “그들과 나, 누가 진짜 ‘노사모’인가”
 
  ― 소신을 밝히면서 논란이 되자 수강생들이 공무원 시험을 두 달 앞두고 강의에 집중해 줬으면 좋겠다는 반응도 있고, 수강생이 줄고 있다는 얘기도 나오는데요.
 
  “그렇습니다. 이렇게 고도의 이간질을 한다고 봐요. 저는 지금도 수업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학생들 외면한 게 아니에요. 처음에는 학생들이 저를 이해하지 못해서 ‘역사만 가르치지 왜 정치적 발언을 하느냐’고 제 인터넷 카페를 탈퇴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젠 학생들도 제 마음을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 연봉 60억원에 달하는 기득권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이런 행동에 나설 때 큰 결심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그렇죠. 그런데 나라가 먼저겠어요, 직장이 먼저겠어요? 나라가 붕괴되면 직장도 없고 가정도 없어요. 자유도 없고요. 그래서 나라를 먼저 살려놔야 직장도 있고 돈도 벌 수 있지 않겠어요? 저는 그게 더 우선이에요.”
 
  ― 국가적 위기야 크고 작은 일들이 늘 있어왔는데, 지금이 가장 큰 위기라고 느끼는 건가요?
 
  “그렇죠. 이재명은 이번 설에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두고 ‘이미 9부 능선을 넘었다’고 했어요. 이건 90%가 그들에 의해 장악됐다는 얘기잖아요. 또 이런 말 하면 노사모 분들이 발끈할 것 같은데, 보세요, 노무현 전 대통령 사위인 곽상언 의원이 지금 더불어민주당에 있어요. 김민석 의원과 같은 당이죠. 그 김민석 의원이 무슨 말을 했는지 아세요? 16대 대선에서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가 단일화 협상을 했을 때 ‘노무현은 내 손으로 죽인다’고 했어요. 곽상언 의원에게 답변을 듣고 싶어요. 장인어른을 죽이겠다고 한 김민석과 같은 당에 있는 이유가 뭐냐고. 저는 노무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했고, 동서 통합을 강조한 ‘노무현 정신’을 계승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전한길과 김민석 중에서 누가 ‘노무현 정신’을 따르고, 누가 진짜 ‘노사모’입니까?”⊙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

Lo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