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고의 직접적 원인 “조류 및 공항 입지”
⊙ 사망자 증가 원인은 “콘크리트 구조물”
⊙ “특별한 조류 이동 있을 때, 항공고시보 발령 없어”
⊙ 사망자 증가 원인은 “콘크리트 구조물”
⊙ “특별한 조류 이동 있을 때, 항공고시보 발령 없어”
- 제주항공 참사 여객기. 사진=국토부
“철새 이동 등 특별한 조류 이동이 예측 또는 감지될 때에는 공항당국 등 관련 기관에서 규정상 NOTAM(항공고시보·航空告示報)을 미리 발령해야 하는데 국내에서는 NOTAM에 포함한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고 일상적인 기상정보(ATIS)에 조류활동(Bird Activity) 관련 내용만 추가하고 있습니다.”
지난 12월 29일 오전 9시3분경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현직 LCC(저비용 항공사) 기장 A씨는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조류(鳥類) 및 공항 입지’라고 분석했다. 사망자가 늘어난 데 대해선 ‘콘크리트 구조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인 보잉사(Boeing社) B737–800 기종을 십수 년째 운항해 온 A 기장은 이 기종에 대해서만큼은 손꼽히는 베테랑이다. 1월 7일 A 기장과 연락이 닿았다.
‘7C2216’ 편명으로 태국 방콕을 출발해 전남 무안에 도착 예정이었던 참사 여객기(등록 부호 HL8088)는 승객 175명과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 6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무안공항 01번 방향 활주로 착륙을 허가받았지만 조류와 충돌해 복행(復行)한 사고 여객기는 반대편 19번 방향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하지만 활주로를 넘어 착륙 유도용 로컬라이저(방위각)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해 폭발했다. 둔덕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돼 있었다. 결국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는 1월 2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전국 13개 공항에 대한 항행안전시설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국제공항, 사천공항엔 콘크리트 기초대가 있었으며 제주국제공항엔 H형 철골 구조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과 그 기초대에 대해서는 무안공항을 포함하여 총 7개 공항, 9개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방위각 시설은 1월 중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연내 개선 완료를 목표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 기장에게 물었다.
― 이번 참사 이전에 콘크리트 둔덕의 존재를 알았던 주변 조종사들이 있나요.
“콘크리트가 있었음을 알고 있던 조종사는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 콘크리트 둔덕이 있다고 알려진 국내 공항들을 이착륙할 때 기장님들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인가요.
“평상시 비행에서 오버런(over run·활주로 이탈) 걱정 때문에 불안해할 여유는 없습니다.”
“항공고시보에 특별한 조류 이동 안 나와”
― 무안공항 인근에 철새 도래지가 다수 존재하고 조류 충돌 발생률이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데다가 참사 당일 조류 퇴치반 근무 인원도 한 명밖에 없었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타(他) 공항 대비 조류 감시 및 퇴치 인원이 적었던 것은 맞지만, 해당 인원은 사실상 공항 담장 내 범위만 관할하고 있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철새 이동 등 특별한 조류 이동이 예측 또는 감지될 때에는 공항당국 등 관련 기관에서 규정상 NOTAM을 미리 발령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NOTAM에 이를 포함한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고 일상적인 기상정보(ATIS)에 조류 활동 관련 내용만 추가하고 있습니다.”
― 사고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받고 있나요.
“모든 조종사는 다수의 형태의 비정상 상황을 가정하여 연 2회 정기적인 시뮬레이터(simulator·모의 재현) 훈련을 이수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고 때문에 만들어진 훈련이 아니라 항시 버드 스트라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훈련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 어떤 상황과 조건으로 진행했는지, 그 결과를 통해 이번 사고 여객기의 착륙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을까요.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테니, 그전까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맞지 않을 듯합니다. 아무리 상황을 고려해도 당시 상황을 100% 재현하거나 작은 개입 요소까지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실제 비행 상태에서는 바람, 기상 조건 등 작은 부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게 비행입니다. 그리고 특히, 아무리 경력이 많은 전현직 기장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B737 기종으로 비행을 하고 있지 않다면 모르거나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는 엔진에 들어갔는데 바퀴가 안 나온 이유
―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에서의 엔진 고장(engine failure) 및 이로 인한 유압 손상이 흔한 일인지도 궁금합니다.
“큰 새나 새떼가 (엔진으로) 유입되면 앞쪽 엔진 블레이드가 조금이라도 파손되고, 그렇게 파손된 금속 조각은 또 다른 위험물이 되어 다음 단계 블레이드를 파손시킵니다. 피라미드식 도미노 현상처럼 그 규모가 커져 뒤쪽 블레이드 단계에 가면 수많은 금속 조각이 (엔진 내부를) 타격하게 되니, 단순히 엔진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기체에) 심한 대미지(손상)를 입게 됩니다. 유압은 별도의 시스템이지만 이를 구동하는 기본 파워는 엔진이 돌아가면서 작동되는 제너레이터(generator·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입니다. 만일, 엔진이 손상 없이 깔끔하게 멈춘 상태라면 보조동력장치(APU)를 작동(1분 소요)하여 거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유압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만약 엔진이 대미지를 입어 크게 파손되었을 경우 유압 라인까지 손상을 입어 누출, 즉 새어나가 버렸다면 유압으로 랜딩기어(바퀴 전개) 작동은 불가합니다.”
―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까지 조종실 위쪽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조종을 하는 모습인지 아니면 천장 패널을 조작하는 모습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단계에서 기장은 왼손으로는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것이고, 오른손은 리버서(reverser·역추진 기능)를 작동시키고 있었을 수도 있고 왼손과 함께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속 팔은 각도상 아마 우측에 앉은 부기장의 것으로, 앞쪽 패널을 잡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타기’ 우려
― 이번 참사를 두고 저비용 항공사들의 정비 체계가 미흡하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시각이 원인 규명을 위한 적절한 시각이라고 볼 수 있나요.
“큰 참사를 계기로 항공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의 접근으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만, 자칫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조류 및 공항 입지’ 또는 사망자 증가의 원인인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물타기식(式) 여타 문제점 제시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지난해 1월 모(某) 저비용 항공사 기장이 기체 결함을 이유로 비행을 거부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 재조명되는데,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의 정비 여건과 안전 의식이 부족한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 말을 아끼겠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10일까지 사고 기종(B737-800)을 보유한 국내 항공사 6곳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 결과, (한국) 국적 항공사는 전반적으로 운항·정비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항공사에서 비행 전후 점검 주기 초과, 결함 해소 절차 미준수, 승객 탑승 개시 절차 미준수 등 규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지난 12월 29일 오전 9시3분경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에 대해 현직 LCC(저비용 항공사) 기장 A씨는 참사의 직접적인 원인이 ‘조류(鳥類) 및 공항 입지’라고 분석했다. 사망자가 늘어난 데 대해선 ‘콘크리트 구조물’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참사 여객기와 동일한 기종인 보잉사(Boeing社) B737–800 기종을 십수 년째 운항해 온 A 기장은 이 기종에 대해서만큼은 손꼽히는 베테랑이다. 1월 7일 A 기장과 연락이 닿았다.
‘7C2216’ 편명으로 태국 방콕을 출발해 전남 무안에 도착 예정이었던 참사 여객기(등록 부호 HL8088)는 승객 175명과 조종사를 포함한 승무원 6명이 탑승한 상태였다. 무안공항 01번 방향 활주로 착륙을 허가받았지만 조류와 충돌해 복행(復行)한 사고 여객기는 반대편 19번 방향 활주로에 동체 착륙했다. 하지만 활주로를 넘어 착륙 유도용 로컬라이저(방위각)가 설치된 둔덕과 충돌해 폭발했다. 둔덕엔 콘크리트 구조물이 매립돼 있었다. 결국 객실 승무원 2명을 제외한 탑승자 전원이 사망했다.
국토교통부는 1월 2일부터 같은 달 8일까지 전국 13개 공항에 대한 항행안전시설 특별점검을 실시했다. 그 결과 광주공항, 여수공항, 포항경주공항, 무안국제공항에 콘크리트 둔덕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해국제공항, 사천공항엔 콘크리트 기초대가 있었으며 제주국제공항엔 H형 철골 구조가 설치돼 있었다. 국토부는 “방위각 시설과 그 기초대에 대해서는 무안공항을 포함하여 총 7개 공항, 9개 시설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 “방위각 시설은 1월 중 개선 방안을 마련하여 연내 개선 완료를 목표로 적극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 기장에게 물었다.
― 이번 참사 이전에 콘크리트 둔덕의 존재를 알았던 주변 조종사들이 있나요.
“콘크리트가 있었음을 알고 있던 조종사는 한 번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 콘크리트 둔덕이 있다고 알려진 국내 공항들을 이착륙할 때 기장님들의 긴장이 높아진 상황인가요.
“평상시 비행에서 오버런(over run·활주로 이탈) 걱정 때문에 불안해할 여유는 없습니다.”
“항공고시보에 특별한 조류 이동 안 나와”
― 무안공항 인근에 철새 도래지가 다수 존재하고 조류 충돌 발생률이 전국 14개 공항 중 가장 높은데다가 참사 당일 조류 퇴치반 근무 인원도 한 명밖에 없었다고 알려졌는데, 이번 참사의 주된 원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을까요.
“타(他) 공항 대비 조류 감시 및 퇴치 인원이 적었던 것은 맞지만, 해당 인원은 사실상 공항 담장 내 범위만 관할하고 있어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철새 이동 등 특별한 조류 이동이 예측 또는 감지될 때에는 공항당국 등 관련 기관에서 규정상 NOTAM을 미리 발령해야 하는데, 국내에서 NOTAM에 이를 포함한 사례는 거의 본 적이 없고 일상적인 기상정보(ATIS)에 조류 활동 관련 내용만 추가하고 있습니다.”
― 사고 이후 버드 스트라이크 상황을 가정한 모의 훈련을 받고 있나요.
“모든 조종사는 다수의 형태의 비정상 상황을 가정하여 연 2회 정기적인 시뮬레이터(simulator·모의 재현) 훈련을 이수해야 합니다. 특별히 이번 사고 때문에 만들어진 훈련이 아니라 항시 버드 스트라이크를 포함한 다양한 훈련을 이수하고 있습니다.”
― 어떤 상황과 조건으로 진행했는지, 그 결과를 통해 이번 사고 여객기의 착륙을 여러 각도에서 분석할 수 있을까요.
“사고 조사 결과가 나올 테니, 그전까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맞지 않을 듯합니다. 아무리 상황을 고려해도 당시 상황을 100% 재현하거나 작은 개입 요소까지 반영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실제 비행 상태에서는 바람, 기상 조건 등 작은 부분에 따라서도 달라지는 게 비행입니다. 그리고 특히, 아무리 경력이 많은 전현직 기장이라고 하더라도 현재 B737 기종으로 비행을 하고 있지 않다면 모르거나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많습니다.”
새는 엔진에 들어갔는데 바퀴가 안 나온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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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사 이전 사고기의 모습. 사진=국토부 |
“큰 새나 새떼가 (엔진으로) 유입되면 앞쪽 엔진 블레이드가 조금이라도 파손되고, 그렇게 파손된 금속 조각은 또 다른 위험물이 되어 다음 단계 블레이드를 파손시킵니다. 피라미드식 도미노 현상처럼 그 규모가 커져 뒤쪽 블레이드 단계에 가면 수많은 금속 조각이 (엔진 내부를) 타격하게 되니, 단순히 엔진이 꺼지는 것이 아니라 (기체에) 심한 대미지(손상)를 입게 됩니다. 유압은 별도의 시스템이지만 이를 구동하는 기본 파워는 엔진이 돌아가면서 작동되는 제너레이터(generator·발전기)에서 나오는 전력입니다. 만일, 엔진이 손상 없이 깔끔하게 멈춘 상태라면 보조동력장치(APU)를 작동(1분 소요)하여 거기서 나오는 전력으로 유압을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만약 엔진이 대미지를 입어 크게 파손되었을 경우 유압 라인까지 손상을 입어 누출, 즉 새어나가 버렸다면 유압으로 랜딩기어(바퀴 전개) 작동은 불가합니다.”
― 조종사들이 사고 직전까지 조종실 위쪽에 손을 대고 있는 모습이 포착됐는데,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 조종을 하는 모습인지 아니면 천장 패널을 조작하는 모습인지 알 수 있을까요.
“그 단계에서 기장은 왼손으로는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것이고, 오른손은 리버서(reverser·역추진 기능)를 작동시키고 있었을 수도 있고 왼손과 함께 조종간을 잡고 있었을 수도 있습니다. 사진 속 팔은 각도상 아마 우측에 앉은 부기장의 것으로, 앞쪽 패널을 잡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물타기’ 우려
― 이번 참사를 두고 저비용 항공사들의 정비 체계가 미흡하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는데, 이러한 시각이 원인 규명을 위한 적절한 시각이라고 볼 수 있나요.
“큰 참사를 계기로 항공 산업 전반에 걸친 문제점과 개선 방안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의 접근으로서는 환영할 일입니다만, 자칫 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조류 및 공항 입지’ 또는 사망자 증가의 원인인 ‘콘크리트 구조물’에 대한 물타기식(式) 여타 문제점 제시로 변질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 지난해 1월 모(某) 저비용 항공사 기장이 기체 결함을 이유로 비행을 거부했다가 중징계를 받은 사건이 재조명되는데, 실제로 국내 항공사들의 정비 여건과 안전 의식이 부족한가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조종사들 사이에서도 이견이 있는 부분이라 말을 아끼겠습니다.”
국토부는 지난 12월 30일부터 1월 10일까지 사고 기종(B737-800)을 보유한 국내 항공사 6곳에 대한 특별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국토부는 “이번 점검 결과, (한국) 국적 항공사는 전반적으로 운항·정비 규정을 준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일부 항공사에서 비행 전후 점검 주기 초과, 결함 해소 절차 미준수, 승객 탑승 개시 절차 미준수 등 규정 위반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