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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속으로

서울 지하철 파업을 보는 MZ노조의 목소리

“출근도 안 하면서 인력난? 우린 컵라면으로 때우며 일한다”

글 : 김광주  월간조선 기자  kj96100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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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년 전 무리한 정규직 전환, 인력 감축으로 돌아왔다
⊙ “20~30년 다닐 회사, 미래 없다고 퇴사하는 노조원 많아”
⊙ “이수진 의원님, 국감에서 할 말 많았는데 왜 막았습니까”
⊙ “폭언·폭행은 일상, 칼 든 괴한이 덤빌 때 혼자 있었다”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이 경고 파업에 돌입한 11월 9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이 퇴근길에 오른 시민들로 붐비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장을 다니다가 어떤 역(驛)에선 노동조합 간부 직원이 나와 있어야 하는 날인데 여직원 혼자 1인 근무하는 경우도 봤어요. 신당역 살인 사건도 있었잖아요. 그런 범죄에 노출되었을 때 직원들은 어떡하라고 출근조차 하지 않는 겁니까.”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파업 소식에 젊은 직원들이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사측(社側)의 인력 감축에 반발하는 기존 노조를 향해 “파업할 자격이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교통공사에서 양대 노총(민주노총, 한국노총) 소속 노조 간부들 가운데 일부가 무단결근을 반복한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젊은 직원들이 주축이 되어 출범한 ‘올바른노동조합(위원장 송시영)’은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다며 사측이 직원을 줄일 명분을 스스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10월 서울역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만난 송시영 위원장은 “인력난의 속사정을 얼마 전 국정감사에서 밝히고 싶었다”고 말했다.
 
  앞서 서울교통공사는 ‘2023년 임금 및 단체교섭’을 통해 2026년까지 직원 2212명을 감축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이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으로 구성된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연합교섭단은 10월 18일 총파업 계획을 밝혔다. 11월 9일부터 이틀간 경고 파업을 시작했지만 이날 한국노총이 불참을 선언하면서 민주노총 소속 노조만 파업에 나섰다.
 
 
  “서울교통공사 관련 참고인 안 받겠다”
 
《월간조선》과 인터뷰를 하고 있는 서울교통공사 ‘올바른노조’ 송시영 위원장.
  이와 관련해 송 위원장은 국회에서 연락이 왔다고 한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실에서 송 위원장에게 국정감사 참고인으로 출석할 수 있겠냐고 물었다고 한다. 송 위원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회사의 인력 부족 문제와 그 속사정을 알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회 출석을 불과 일주일 앞두고 가로막혔다.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이 반대했다는 후문이다.
 
  환노위 소속 모(某) 의원실 관계자는 10월 1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국감) 참고인 채택과 관련한 부분은 간사를 맡은 의원과 보좌관이 긴밀하게 조율한다”고 말했다.
 
  같은 달 23일, 또 다른 관계자는 송 위원장의 참고인 채택이 불발된 데 대해 이렇게 말했다.
 
  “들은 얘기로는, 이수진 의원실에서 송 위원장만 콕 찍어서 반대하진 않았어요. ‘서울교통공사 관련 참고인은 안 받겠다’고 했죠. 이유는 노노(勞勞) 갈등으로 비칠 수 있다는 거였어요.”
 
  사실 확인을 위해 10월 26일 이수진 의원의 개인 이메일로 송 위원장의 참고인 채택을 반대했냐고 물었지만 읽었다는 표시만 뜰 뿐, 답변은 오지 않았다. 같은 날 이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사실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다음 날 온라인 메신저를 통해 이 의원에게 같은 질문을 보냈지만 마찬가지로 읽었다는 표시만 떴다. 11월 9일 오후에 세 시간 간격을 두고 이 의원과 통화를 시도했으나 곧바로 “회의 중이라 통화가 어렵다”는 문자 메시지만 돌아왔다.
 
 
  “과거 노동운동을 하셨던 분인데…”
 
  송 위원장은 “국감에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는데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 국감에 나갈 계획이었습니까.
 
  “국회의원실에서 먼저 연락이 왔어요. 원래 국정감사에 참고인으로 채택이 된 걸로 알고 있었어요.”
 
  ― 어떤 연락을 받았습니까.
 
  “의원실에서 처음 저에게 접촉해서는 이랬어요. 저희 회사 내부에서 노조 간부들이 회사에 아예 안 나오고도 임금을 받는 범법 행위가 있는데, 여기에 대해 알고 있느냐는 거였어요.”
 

  ― 이수진 의원이 채택을 거부했다는데요.
 
  “국감에 나가기 일주일 전에 (채택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간사 간의 조율이 잘 안 됐다는 얘길 들었는데, 사실 저는 이해가 되지 않아요. 왜냐하면 이건 정치적인, 정파적인 얘기가 아니잖아요. 이 부분에 대해선 여야(與野) 할 것 없이 바로잡아야 하는 게 상식 아닌가요. 이걸 알리려고 하는데 특정 정당에서 거부할 이유가 있을까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 의원님은 과거 한국노총에서 노동운동을 하셨던 분인데, 그분이 거절할 이유가 있는지 자세한 내막을 알고 싶어요. 아직도 믿기질 않습니다.”
 
  ― 노노 갈등이 우려돼 채택을 거부했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저희 회사가 민주노총 강성 사업장이긴 해요. 같은 사업장 안에서 노조끼리 다툼이 있긴 하죠. 사이도 좋지 않고요. 그래도 협력할 건 해요. 실제로 한 적도 있고요. 하지만 이번 국감 문제는 노노 갈등과 관련이 없죠.”
 
 
  “타임 오프 악용, 출근조차 하지 않아”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의 경고 파업 이틀째인 11월 10일 오전 서울 동작구 사당역 승강장에 파업 관련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 국감에서 못 한 말을 해주시죠.
 
  “기존 노조의 간부들이 출근을 안 해서 생긴 일들은 정말 여러 가지가 있어요. 낱낱이 말하고 싶었어요. 노조 활동을 하라고 근로시간 면제(타임 오프제)를 해주는 건데, 기존 노조는 이걸 악용해 출근조차 안 했어요. 외근 시 복귀를 전제하는 ‘회행 제도’를 악용해 어디 놀러 가는 경우도 있었고요. 이러면 현장에 있는 직원들이 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요. 휴가는 꿈도 못 꾸고요.”
 
  ― 안전 문제도 있겠네요.
 
  “당연하죠. 투입돼야 할 인력이 없으니 다른 데서 끌어오고, 또 끌어오고 그러면 공백이 생기고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는 거예요. 서울교통공사가 관리하는 역의 60~70%가 두 명이 근무하는 구조예요. 그럼 한 명이 휴가라도 가면 1인 근무를 하게 되는데, 식사조차 할 수 있겠습니까? 인원이 없어 나가지도 못하고 그냥 컵라면으로 때우는 거예요. 주취자가 역 직원을 폭행하는 건 일상이고 역사(驛舍)를 순회하다가 괴한으로부터 폭행을 당하기도 하고 안전은 정말 말할 것도 없어요. 저도 서울역에서 근무해 잘 알지만 야간 근무 때 폭언, 폭행은 정말 일상입니다. 역 안에서 범죄가 일어나기도 하고 아무 이유 없이 맞고, 욕 듣고. 인력이 부족하면 이럴 때 더 위험하죠. 그리고 신당역 살인 사건의 유가족분들이 말씀하신 게, 인원이 두 명밖에 없었다는 거예요.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어요. 어떤 사람이 칼을 들고 저를 위협하는 거예요. 그때 저는 혼자 있었어요. 어떻게 합니까. 그 상황에 혼자라면 전화로 신고를 할 수도 없는데. 그때 무슨 용기가 났는지 모르겠는데 제가 제압해서 경찰에 인계했습니다.”
 
  ―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하단 건가요?
 
  “물론이죠. 어지간한 상황에선 ‘내가 참지 뭐’ 하고 넘겨버리고 속앓이를 해요. 사실 이런 일들이 너무 많으면 보고도 안 하게 돼요. 그럼 통계로 잘 잡히지도 않고요. 밥 먹는 걸 일기장에 쓰지 않듯이,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분이 참 많아요.”
 
  ― 직원들 불만이 많겠는데요.
 
  “저희 노조원들이 자꾸 퇴사를 해요. 올바른노조 총원은 2000명대인데, 일주일에도 몇 명씩 퇴사자들이 나와요. 회사에 미래가 없다, 답이 없다고 느끼는 거예요. 저희는 계속 노조원들이 늘어나는 추세였는데, 그만큼 또 퇴사자들이 나와서 정체기(停滯期)입니다.”
 
  ― 그래도 공기업 아닌가요.
 
  “저희 연봉이 7000만원이다, 이런 보도가 나오는데 그건 25년 정도 다녀야 그 정도 받습니다. 회사 임직원 대부분이 고령이기도 하고요. 공기업이라서 ‘신(神)의 직장’이라고 하는데, 저는 한 달에 200만원 남짓한 급여를 받아요. 월급 200만원 받는 신 봤습니까.”
 
 
  “박원순 시장 때의 포퓰리즘 때문”
 
감사원이 2019년 9월 공개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 일부.
  ― 사측에선 왜 인력을 줄이나요.
 
  “박원순 시장 때의 포퓰리즘 때문이죠.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무리하게 감행한 탓이 커요.”
 
  앞서 감사원은 2019년 9월 서울교통공사 등 5개 기관에 대한 〈비정규직의 채용 및 정규직 전환 등 관리 실태〉 감사 보고서를 냈다. 이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이 재임했던 2017년 8월 30일 서울시는 서울시장 방침 제173호에 따라 서울교통공사 등 산하기관 무기(無期) 계약직의 일반직 전환 정책 시행 방안을 수립 및 시달(示達)했다. 이에 따라 서울교통공사는 이듬해 3월 1일 무기 계약직 1285명 전원을 일절 평가 절차도 없이 일반직으로 신규 채용했다. 이 가운데 192명은 서울교통공사 재직자의 4촌 이내 친인척 관계인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원은 “당초 기간제 등으로 불공정하게 채용되었다가 무기 계약직으로 전환된 직원을 일반직 전환 대상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마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전환 비용을 자체 재원으로 충당하도록 하면서도 해당 기관의 재정 부담 규모 및 자체 조달 가능 여부 등은 검토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시행했다”고 했다. 올바른노조는 당시에도 사측의 재정 위기로 인한 기존 직원 구조조정 압박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은 “(서울시가) 무리하게 일반직 전환 업무를 추진하게 되는 원인을 제공했다”고 결론 내렸다.
 
  올바른노조의 지적에 대해 서울교통공사노조는 10월 26일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공사의 연도별 순손실 표를 근거로 들었다. 이들은 “2016년부터 2022년까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매년 5000억~6000억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했다”며 “2020년(1조1137억원 적자)과 2021년(9644억원 적자) 팬데믹의 영향으로 적자 규모가 커졌다”고 주장했다. 또 서울시와 공사가 밝힌 인력 감축의 배경에 ‘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은 없었다고도 했다.
 
 
  이발사까지 정규직 전환
 
  이에 올바른노조는 “인건비 표도 아니고, 연도별 순손실 표로 눈 속이기를 하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손실금은 외부 요인이지, 공사 조직적 내부 요인은 엄연히 서울교통공사노조가 주도한 채용 비리 문제”라고 재반박했다. 올바른노조는 백호(白虎·59) 서울교통공사 사장이 ‘이데일리’와 했던 인터뷰를 근거로 “무기 계약직을 일반직으로 전환하여 생긴 문제가 인력 조정의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10월 25일 보도된 해당 기사에 따르면 백 사장은 인력 조정에 대해 “역사 내 전구 등 설비 교체나 직영 식당 등 후생 지원, 전동차 냉방기 정비 등 안전과 관련 없는 인력을 자회사로 넘겨 관리하는 경영 합리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이때 백 사장은 “우리 공사엔 이발하는 직원이 있다”며 “이발은 자영업인데 전임 정부 때 이분들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 어쨌거나 회사 사정은 안 좋네요.
 
  “그렇죠. 근데 저희가 인력을 많이 뽑아달라는 건 아니거든요. 업무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는 최소한의 인력은 있어야 하는데 지금 상황이 그렇지 못하고요. 그리고 그 원인이 박원순 전 시장 때 했던 무리한 정규직 전환입니다. 조직이 비효율화된 거죠. 거기에 기존 노조 간부들의 일탈 행위가 더해진 거예요.”
 
  ― 노조 활동 하는 데 드는 시간이 아깝진 않나요.
 
  “저는 이 회사에서 퇴직할 때까지 20~30년을 더 일해야 해요. 열심히 일해서 회사를 발전시켜나가야 할 의무도 있고요. 그런데 노동자에 대한 권익 보호와 임금, 처우 개선, 환경을 개선하는 데 앞장서야 할 노조가 정치적인 구호나 직원들을 속이는 행위를 일삼는다면 저는 앞으로 제 20~30년을 맡길 수 없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휴일에 놀고 싶지, 노조 활동 하고 싶겠습니까. 바쁘고. 욕만 먹고. 돈이 되는 것도,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요. 하지만 저는 이 잘못된 관행을 끊기 위해 누군가는 나서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는 후회 없습니다. 다른 노조원들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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