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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시론

중국의 비밀경찰서 논란과 외국대리인 등록법 필요성

기존 국가보안법 등으로는 중국의 영향력 공작 등 대처 못 해

글 : 윤민우  가천대 경찰안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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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재형 의원, 중국의 영향력 공작 등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발의
⊙ “어떤 조직과 개인도 모두 국가 정보공작 활동 도와야”(중국 국가정보법)
⊙ 미국, 외국요원등록법·음모법 등으로 중국 ‘비밀경찰서’ 관련자 처벌

윤민우
1972년생.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졸업, 미 인디애나주립대 범죄학과 석사, 샘휴스턴주립대 형사사법학대학 범죄학 전공 박사, 서울대 외교학과 국제정치학 박사 / 가천대 경찰정보학과 교수, 現 국가정보원 자문위원, 국군방첩사령부 자문위원 / 《폭력의 시대 국가안보의 실존적 변화와 테러리즘》 저술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을 받은 음식점 동방명주의 실질 지배인 왕하이쥔이 2022년 12월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방명주는 중국 비밀경찰서와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글로벌 미중 패권경쟁을 둘러싼 갈등이 갈수록 첨예해지는 가운데 중국의 이른바 ‘비밀경찰서’ 논란이 한국과 미국을 포함한 전 세계 국가에서 중대한 논란이 된 바 있다. 2023년 1월에 중국 정부가 미국에서 비밀경찰서를 운용하면서 미국 내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을 위협하는 활동을 해오다가 미국 사법(司法) 당국에 발각된 바 있다. 중국은 뉴욕시 맨해튼 차이나타운 한복판에 향우회 간판을 걸고 버젓이 중국 경찰들을 배치하여 비밀리에 중국의 해외도피사범 송환 작전인 ‘여우사냥’을 수행하였다. 이와 함께 가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이용해 미국 내에 있는 중국에 반대하거나 비우호적인 인사들을 위협하고 중국 공산당과 정부를 옹호하는 메시지를 적극적으로 전파해온 중국 정부에 의해 운영된 ‘912 특별 프로젝트팀’의 실체가 드러난 바 있다.
 
  이와 같은 중국의 비밀경찰서를 통한 해외 영향력 공작은 영국에서도 3곳이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되어 영국 정부에 의해 폐쇄되었다. 당시 국제인권단체 ‘세이프가드 디펜더스’에 의하면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 최소 53개국에서 중국이 비밀경찰서 102곳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한국에서도 국가정보원과 경찰 등 국내 보안 당국의 노력과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이러한 중국 비밀경찰서 운용의 구체적인 사례들이 드러났다. 2022년 12월 서울 잠실 한복판에서 중식당 ‘동방명주’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서 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최근 2023년 6월에도 국정원과 경찰 등은 중국이 제주시 중국인 밀집 지역에 있는 한 호텔에 비밀경찰서를 차려놓고 운용했던 것으로 의심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조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되었다. 이와 더불어 제주 한라산 기슭에 있는 한 고급 리조트에서도 중국이 비밀경찰서를 만들어 활용하려 했던 것으로 파악하고 관련 사안에 대해 국정원과 경찰이 실제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인 것으로 보도되었다. 해당 리조트는 중국인 왕 모 씨가 최고경영자로 있는 호텔 법인 소유로 알려졌다.
 
 
  중국의 超限戰에 대처할 법률 없어
 
  이러한 일련의 중국 비밀경찰서 의혹들과 관련된 국내에서 일어나는 위법적이고 위협적인 해외 정보기관의 공작 활동에 제동을 걸기 위해 2023년 6월 15일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해당 법안은 우리나라에서 외국 당사자를 위해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의 등록, 업무수행 등에 필요한 규정을 담았다. 이와 같은 입법안의 발의는 현행 국내 실정법으로는 이른바 영향력 공작 또는 초한전(超限戰·unrestricted warfare) 등으로 불리는 해외 국가들로부터의 은밀한 안보위협에 제대로 대응하고 처벌하기 어려운 상황에 대한 인식과 이에 대한 합리적인 대응방안으로 나온 것이다.
 

  사실상 한국은 중국과 같은 적대적인 외국으로부터의 스파이 활동이나 영향력 공작의 위협을 수사하고 처벌할 마땅한 법령이 없다. 우리에게 익숙한 국가보안법은 사실상 북한과 북한과 연계된 반국가 단체에만 적용된다. 테러방지법은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와 그 조직원 또는 관련자에 적용된다. 형법상 ‘외환(外患)의 죄’의 경우는 외국으로부터의 위협을 명시하고는 있지만 전쟁 상황을 상정하여 적국(敵國) 또는 적국과 관련되거나 전쟁 유발과 관련된 행위들을 한 자들을 처벌한다. 형법상 ‘내란(內亂)의 죄’는 주로 내국인에 대해 적용되는 법령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내 체류 중국인에 의한 비밀경찰서 활동이나 공자학원, 선거개입 등과 같은 각종 영향력 공작은 그 안보위협이 중대한데도 불구하고 사실상 마땅히 처벌할 법령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은 국가보안법의 적용 대상도 아니고, 테러방지법이나 ‘내란의 죄’의 적용 대상도 아니다. 비밀경찰서 운용 정도를 테러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내란선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도 어렵고 또 중국인은 내국인도 아니다. ‘외환의 죄’ 역시 중국과 전쟁 상황에 있지 않기 때문에 법령상 적국이라고 규정하기도 어렵고, 비밀경찰서 활동 정도를 전쟁을 유발하는 행위인 ‘전단(戰端)을 열게 하거나’ ‘대한민국에 항적(抗敵)’한 행위로 판단할 수도 없다.
 
 
  영향력 공작
 
중국의 영향력 공작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국내에서도 공자학원 추방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사진=공자학원추방운동본부
  이런 상황에 글로벌 및 동북아시아 지역 차원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격렬해짐에 따라, 해외 국가들을 대상으로 한 비밀경찰서와 선거개입 등의 영향력 공작과 첨단 과학기술 절도, 군사기밀 탈취, 정치적 우호 세력 구축 등을 위한 스파이 활동 등의 위협이 실질적인 국가안보의 위협으로 대두되었다.
 
  특히 과거의 전통적인 스파이 활동과는 결이 다른 영향력 공작의 위협은 오늘날 세계 각국에서 중요한 안보위협 사안이 되고 있다. ‘영향력 공작’은 ‘자국(自國)의 국익(國益), 전략목적, 또는 정책목표 실현 등을 위해 해외 타깃 국가의 정치·경제·사회·문화를 망라한 모든 분야에 영향력을 투사(投射)하여 자국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하고, 타국(他國) 여론을 움직이고, 비정통적 방식으로 자국의 힘을 행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과 나토에서는 이를 인지전(cognitive warfare)이라는 개념으로 발전시키고 있으며, EU에서는 용어를 상대적으로 순화하여 FIMI(Foreign Information Manipulation and Interference·해외정보조작개입)라는 개념으로 규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중국의 反간첩법
 
  이러한 흐름에 발맞추어 ‘비밀경찰서’ 활동 등의 도발을 자행해온 중국은 오히려 해외로부터의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는 ‘반(反)간첩법’을 2023년 7월 1일부터 개정, 시행했다. 이 법은 간첩행위의 정의와 법 적용 범위를 넓히고, 국가안보기관의 단속 권한을 확대한 것으로 국외기관, 조직, 개인이 중국의 국가안보를 해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 법은 ‘국가안보와 이익’의 범위가 구체적이지 않아 중국 당국이 간첩행위를 자의적(恣意的)으로 해석할 여지가 크다. 특히 1장 4조에서 ‘간첩행위’를 열거하고 있는데 여기서 ‘간첩조직’과 그 ‘대리인’의 정의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고 있으며, 간첩행위 리스트에 ‘다른 간첩 활동을 전개하는 일’을 명시하여 중국 보안 당국의 자의적 해석에 의해 거의 모든 ‘활동’이 간첩행위로 처벌받을 수 있게 했다. 또한 중국의 반간첩법은 간첩행위에 대해 기밀 정보뿐 아니라 국가안보와 국익 저해 등으로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는데, ‘안보’와 ‘국익’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광범위해 중국 당국이 의도할 경우 언제든 간첩죄로 엮을 수 있게 했다. 게다가 사안이 엄중할 경우 해당 법령에 따라 무기징역과 사형도 가능한데 이 역시 중국 당국의 자의적 판단에 따를 개연성이 크다.
 
  이 때문에 중국에 대한 스파이 활동 또는 영향력 공작과 전혀 관련이 없는 ‘탈북민 지원과 선교, 구출활동’ 등도 반간첩법으로 처벌받을 수 있게 됐다. 대만 정부는 중국의 반간첩법에 해당할 수 있는 7가지 위험행위들로 ① 학술교류나 정보 수집 ② 중국 기업 임직원이나 공산당 간부와의 친밀한 교류 ③ 항만시설이나 군사훈련 사진 촬영 ④ 민주주의나 자유에 관한 선전 ⑤ 중국에 주재하는 외국 기관과의 친밀한 교류 ⑥ 중국의 사회정세에 관한 정보수집 ⑦ 국경지대에서의 빈번한 왕래 등을 꼽았다.
 
  한편 이와는 별도로 중국은 자신들의 민간인들과 민간회사들을 해외 국가들에 대한 자신들의 스파이 공작과 영향력 공작에 프락시(proxy)로 적극 활용한다. 중국은 이를 아예 법령으로 규정하여 민간인들과 민간회사들에 국가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에 대한 협조 의무를 부여하였다. 예를 들면, 2017년 제정된 중국 국가정보법 7조에 따르면, “어떤 조직과 개인도 모두 관련법에 따라 국가의 정보공작 활동을 지지하고, 돕고, 협조해야 한다”, 같은 법 14조는 “정보기관 요원들은 유관기관과 조직, 공민에게 정보수집과 관련해 필요한 협조와 지지를 요청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편 같은 해인 2017년에 제정된 사이버안보법 28조는 “인터넷서비스 운영자는 공안기관과 국가안전기관에 접속기술과 암호해독 등의 기술지원과 협조를 마땅히 제공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중국 정보기관들은 언제든지 모든 중국 IT 기업의 보안구역에 진입하고 서버를 열람할 수 있으며, 서버와 장비들을 압수할 수 있다. 이처럼 중국의 법령들은 중국 정보기관과 공안기관들의 정보·수사 활동에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민간 부문의 협력과 조율을 법적으로 강제하고 있다.
 
 
 
외국요원 등록법과 음모법

 
  이처럼 오늘날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이 야기하는 중대한 국가안보 위협에 대해, 미국은 관련 법령들을 활용해 대응하고 있다. 속칭 FARA법으로 불리는 ‘외국요원 등록법(Foreign Agents Registration Act·FARA)’은 2012년 1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은 오랫동안 해외 마약 카르텔 조직과 마피아와 같은 미국 내 각종 폭력적 범죄단체들, 알카에다나 ISIS와 같은 해외테러 세력, 그리고 냉전(冷戰) 시기 소련 등 적대국가의 전통적 스파이 공작에 대응해 활용해 오던 음모법(conspiracy law)을 중국의 비밀경찰서 활동과 같은 비전통적 영향력 공작에 적용하였다.
 
  예를 들면, 미 FBI(연방수사국)는 중국의 비밀경찰서 활동 혐의 관련자들인 류 지안왕(Lu Jianwang)과 첸 진핑(Chen Jinping)에 대해 이와 같은 법령들을 적용하였다. 이 사건의 체포 영장 신청을 위한 FBI의 고소장 및 진술서는 두 개의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하나는 음모법 적용을 위해 음모가 발생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들을 제시하고 있고, 다른 하나는 이 음모와 관련되어 외국요원 등록법 등의 미 연방법의 위반이 발생했음을 적시(摘示)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음모법에 따라 음모행위 자체가 연방법 위반행위 그 자체와 별도로 처벌되며, 범죄행위의 본체를 구성하는 행위 역시 해당 사건에 적용된 외국요원 등록법과 사법방해죄(obstruction of justice) 등에 따라 각각 별도로 처벌된다.
 
  이 사건에서 적용된 음모법(18 USC § 371)은 “두 명 이상의 사람이 미국에 반하는 범죄를 저지르거나 미국 또는 미국의 기관을 사취(詐取)하기 위해 어떤 방식이나 목적으로 공모하고 그러한 사람 중 한 명 이상이 음모의 목적 달성에 영향을 미치는 어떠한 행위라도 하는 경우, 각각 1만 달러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두 가지 형벌 모두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이에 따르면, 음모죄가 성립되면 1만 달러 이하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벌금형과 징역형에 동시에 처해질 수 있다. 특히 이 음모법의 양형은 음모행위 과정 중에 해당되는 탈세, 서류위조, 간첩행위, 테러, 또는 범죄 등 불법행동의 예비 또는 실행, 범죄단체 구성 등과 같은 다른 관련 범죄들과 별도로 부과되는 것으로 만약 다른 형사법의 위반사항에 따른 양형(量刑)이 별도로 더해진다면 그 벌금이나 징역의 양형은 가중해서 더 증가할 수 있다. 또한 음모죄 성립 요건 역시 미국 국가나 미국 연방기관에 대한 어떤 종류의 범죄행위나 사기행위를 실행하기 위한 모의나 모의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어떤 종류의 실행도 모두 음모죄에 해당하는 것으로 정의된다. 해당 ‘비밀경찰서’ 사건에서는 두 피의자에게 이 음모법 위반 혐의가 적용되었다.
 
 
  외국요원들, 미 법무장관에게 사전 고지해야
 
  한편 이와는 별도로 해당 피의자들의 범죄의 본체에 대해서는 외국요원 등록법과 사법방해죄가 적용되었다. 이는 음모라는 과정을 거쳐 이들이 음모의 최종 목적이 되는 어떠한 범죄를 저질렀는지에 관련된 부분이다.
 
  먼저 사법방해죄와 관련해서, 피의자들은 고의(故意)로 문서와 다른 미 사법 당국의 수색·압수의 대상들을 변경하거나, 파괴하거나, 감추었고, 이 때문에 공식적인 미 연방법 집행 절차를 훼손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는 구체적으로 미 연방법 사법방해죄(18 USC Chapter 73) 관련 범죄행위에 해당한다.
 
  또한 해당 사건에서 음모 가담자들은 외국요원 등록법(18 USC § 951)에 따른 연방법을 위반한 것으로 고소장 및 진술서에 기재되었다. 이는 외국 정부의 대리인들을 규제하는 법률로 ‘비밀경찰서’ 사건과 같은 케이스에 안성맞춤으로 적용될 수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외국 정부의 요원들은 미 법무장관에 의해 설치된 법률과 규정에 따라 미 법무장관에게 사전고지(prior notification)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고지 의무 위반은 그 자체로 범죄구성 요건에 해당한다. 세부규정으로 외국요원 등록법은 미 법무장관에게 해당 통지 요건을 설정하는 규칙과 규정을 공포해야 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 또한 이 법은 외국 정부의 대리인의 법률적 개념을 정의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외국 정부의 대리인은 외국 정부나 공무원의 지시나 통제에 따라 미국 내에서 활동하는 데 동의하는 개인으로 정의된다. 이 때문에 외국 정부의 대리인 범위에 민간인들도 포함된다.
 
 
  최재형 의원, ‘외국대리인 등록법률안’ 제안
 
최재형 의원. 사진=최재형 의원 페이스북
  국민의힘 최재형 의원이 이번에 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앞서 자세히 언급한 미국은 물론 호주, 싱가포르 등의 다른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에서는 이미 존재하는 법률이다. 또한 최근 잇따른 중국의 비밀경찰서 위협에 대응하여 캐나다와 영국 등도 현재 비슷한 법률들을 제정하는 과정에 있다. 이러한 오늘날의 중국의 해외 영향력 공작 위협 증대와 반간첩법 시행 움직임, 해외 주요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이 자신들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기울이고 있는 입법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이번 최재형 의원의 법률안 발의는 매우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번에 발의된 해당 법률안은 미국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는 속칭 외국요원 등록법(FARA법)으로 불리는 ‘연방법 18 USC § 951-외국정부의 대리인(Agents of foreign governments)’과 거의 같다. 아마도 미국 연방법을 벤치마킹한 것으로 보인다.
 
  이번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제1조는 단지 법률안의 목적을 설명하고 있다. 따라서 법률안의 실질적 내용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제2조에서 ‘외국당사자’와 ‘외국대리인’에 대한 법적 개념 정의를 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d)와 같다. 법률안 제3조는 외국대리인의 법무부 장관에 대한 사전 등록 의무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a)에 해당한다. 법률안 제6조 제1항 및 제2항, 제9조, 제10조 제1항, 제10조 제3항, 제12조 등은 법무부 장관의 외국대리인 관련 관리감독 법적 권한과 의무에 대해 제시하고 있는데 이는 미 연방법 18 USC § 951(b)에 비견된다.
 
외국대리인 등록법안 주요 내용
 
  가. 이 법은 대한민국에서 외국당사자를 위하여 활동하는 외국대리인을 등록하도록 함으로써 외국대리인 활동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제고하고, 국가의 안전보장 및 민주적 의사형성 과정 왜곡 방지를 목적으로 함(안 제1조).
 
  나. “외국당사자”라 함은 외국정부, 외국정당, 외국인, 외국법에 따라 설립된 법인 그 밖의 외국 국적을 가진 사람이 포함된 단체를 말하며, “외국대리인”이라 함은 외국당사자의 대리인·대표·피고용인 등의 자격으로 외국당사자의 직접 또는 간접적인 명령·지시·통제를 받거나 자금 지원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외국당사자를 위하여 정치적 활동·정책자문·홍보자문·모금 등의 활동을 하는 개인·법인 또는 단체를 말함(안 제2조).
 
  다. 외국대리인이 되려는 사람은 외국대리인의 성명, 외국당사자의 성명, 외국당사자로부터 수령한 금품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기재한 등록서류를 제출하는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법무부 장관에게 등록하여야 함(안 제3조).
 
  라. 법무부 장관은 등록서류 및 보충서류에 허위사실을 기재하는 경우에는 외국대리인 등록을 취소할 수 있고, 외국대리인이 이 법에 규정하고 있는 소정의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 의무를 이행할 때까지 외국대리인에게 업무정지를 명할 수 있음(안 제6조 제1항 및 제2항).
 
  마.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에 대한 관련 자료의 제출은 직접 전달, 우편 및 전자매체를 통하여 전달할 수 있고, 이 경우 48시간 이내에 사본 2부를 법무부 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함(안 9조).
 
  바. 외국대리인은 그의 활동에 따른 회계장부 및 활동기록을 해당 연도의 말일까지 외국대리인의 주된 사무소에 비치하여야 하고, 그 다음 연도 1월 1일부터 3년간 이를 보존하여야 함(안 제10조 제1항).
 
  사.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에는 외국대리인에게 회계장부와 그 밖의 활동기록을 제출할 것을 요구할 수 있음(안 제10조 제3항).
 
  아. 법무부 장관은 외국대리인이 제출한 등록서류, 보충서류와 그 첨부서류, 인쇄물 등 관련 증빙자료를 국회, 중앙행정기관 등에 제공할 수 있음(안 제11조).
 
  자. 법무부 장관은 필요한 경우 등록서류·보충서류·장부 및 그 기록의 사실여부, 그 밖에 이 법의 준수여부를 소속공무원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관계기관에 외국대리인의 사무실에 출입하여 조사하게 할 수 있음(안 제12조).
 
  차. 이 법을 위반하여 등록을 하지 아니하고 외국대리인 활동을 하는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이를 병과할 수 있음(안 제15조).
 
  미국보다 인권 침해 소지 적어
 
  한편 최재형 의원안과 미국의 FARA법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도 있다. 예를 들면, 미국의 경우 18 USC § 951(b)에서 ‘법무장관에게 해당 통지 요건을 설정하는 규칙과 규정을 공포해야 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한다’라고 하여 법무장관에게 포괄적인 권한을 위임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은 구체적으로 각 조와 항에서 세세히 규정하고 있다. 이는 오히려 법무부 장관의 권한과 책임을 입법으로 통제함으로써 법무부 장관의 권한남용의 개연성과 불필요한 인권침해 소지를 더 줄인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처벌규정의 경우, 최재형 의원안은 제15조에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으며, 이를 병과(竝科)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역시 미 연방법 18 USC § 951(a) 규정과 유사하나 미국은 10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은 5년 이하의 징역을 규정하고 있어 미 연방법보다 더 관대한 편이다.
 

  이 밖에 최재형 의원안은 미 연방법과 마찬가지로 외국대리인 등록 의무 면제 규정을 제5조에서 나열하고 있다. 이 역시 미 연방법의 경우는 외국대리인 등록 의무 예외규정의 적용범위가 최재형 의원안에 비해 좁고 예외규정에서 제외되어 등록 의무가 부과되는 예외규정의 예외규정까지 두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의 경우 예외규정의 예외규정은 법률안에 담겨 있지 않아 한국 법률안이 등록 의무 예외규정에 해당하는 범위가 더 넓다. 따라서 최재형 의원안이 상대적으로 미국의 외국요원 등록법에 비해 더 관대하고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소지를 더 최소화한 법률안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미 연방법과 최재형 의원안에서 관찰되는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법무부 장관의 다른 부처 수장(首長)들과의 관계에 관한 규정이다. 미 연방법의 경우 18 USC § 951(c)에서 법무장관에게 즉시 국무장관에게 관련 사안을 통지할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데 반해, 최재형 의원안의 경우 제11조 ②에서 외교부 장관과 국가정보원장이 요청 시에 법무부 장관에게 즉시 제공 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점에서 다소 차이가 있다. 하지만 미 연방법의 경우에 법무장관의 국무장관에 대한 통지 의무 위반 시 법적 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어 법무장관에게 재량권(裁量權)을 사실상 부여하고 있다. 이러한 사안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볼 때 미 연방법과 최재형 의원의 이와 같은 차이가 크게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안보 위해 반드시 필요
 
  결론적으로, 이미 시행되고 있는 미 연방법 규정과 최근 발의된 최재형 의원의 법률안을 비교분석해 볼 때,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법이 정부의 권한남용이나 외국대리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와 관련된 문제를 과도하게 야기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 연방법과 비교해 볼 때 이번에 제기된 법률안은 더 세심하게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불필요한 시비를 야기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였으며, 처벌 역시 더 약하다. 따라서 이와 관련된 법률안에 대한 비판이나 반대가 법적, 윤리적, 국가안보적 정당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만약 그러한 비판 또는 반대 주장이 힘을 얻으려면 미 연방법 18 USC § 951에 대해서도 동일한 비판과 반대가 가해져야 한다.
 
  더불어 최근 대폭 개정되어 2023년 7월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중국의 반간첩법은 한국 법률안이나 미 연방법 등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권한남용과 인권침해의 여지가 크다. 최재형 의원안에 대한 비판이 정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중국의 ‘반간첩법’에 대해서도 진정성 있는 비판이 가해져야 한다.
 
  미 사법 당국이 미국 내 중국 비밀경찰서 혐의에 대한 정당하고 효과적인 법 집행을 할 수 있게 된 배경에는 18 USC § 951이 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 이와 같은 법률이 존재하지 않아 같은 중국 비밀경찰서 혐의에 대해서 효과적인 수사나 처벌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는 미국이 외국의 영향력 공작으로부터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패를 보유하고 있는 데 반해 한국은 같은 위협에 대해 자국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효과적인 방어수단이 없이 그대로 노출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번 최재형 의원이 대표발의한 ‘외국대리인 등록에 관한 법률안’은 국가안보와 국민안전을 위해 시의적절한 것으로 판단된다.
 
 
  EU, ‘해외정보조작개입’ 대응 강화
 
  오늘날 중국·북한 등의 해외 적대국가로부터 야기되는 스파이 활동과 영향력 공작의 위협은 일반인들이 통상적으로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심각하고 위협적이다. 이에 이 글에서 자세히 살펴본 미국뿐만 아니라 영국, EU, 스웨덴 등 자유민주주의 동맹국들은 하나같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고 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예를 들면 EU의 경우에도 중국·러시아 등의 해외정보조작개입 위협에 대한 대응체계와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는 국방부 산하 심리안보국(Psychological Security Agency)을 중심으로 해외로부터의 영향력 공작과 허위조작정보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글로벌 및 지역적 안보환경에서 한국은 여전히 빈약하게 무장되어 있다. 이번 최재형 의원 대표발의안은 ‘영향력 공작’과 ‘스파이 전쟁’이라는 새로운 비전통적 안보위협에 맞서 우리 국가에 반드시 필요한 방패(shield)를 하나 들려준다는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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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달기 1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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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osh    (2023-09-13) 찬성 : 3   반대 : 0
최의원! 도통 조용하여 어디 갔나 했는데, 이런 법률 대표 발의했군요. 발효되기를 기대하며,

다른 일로도 매스컴 좀 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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