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립준비청년들, 정보 부족으로 사회 적응에 실패, “불쌍한 시선 멈춰달라”
⊙ “일부 보육시설 원장 아이들 폭행”… 정신치료까지 받아
⊙ “보육시설에서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길러지고 있어”
⊙ 청년재단, ‘청년 다다름’ 프로그램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만 18~34세 청년 도와
⊙ “일부 보육시설 원장 아이들 폭행”… 정신치료까지 받아
⊙ “보육시설에서 말 잘 듣는 사람으로 길러지고 있어”
⊙ 청년재단, ‘청년 다다름’ 프로그램 통해 사각지대에 놓인 만 18~34세 청년 도와
- 사진=조선DB
작년 8월 18일 광주광역시의 한 대학에서 A씨가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엿새 뒤인 24일 B씨도 뒤를 따랐다. 두 사람에게는 공통점이 있다. 두 사람 모두 자립준비청년이다. 보육원에서 나와 자립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광주에서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다. 자립준비청년은 만 18세 이후 아동복지시설 등에서 퇴소한, 보호 종료 5년 이내의 청년을 말한다.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보육시설을 떠난 뒤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명 중 1명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250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공식적인 보호 종료 후 사회에 나온다. 정부는 보호 종료 후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사회 출발을 위해 자립정착금을 지원해준다. 정착금은 2021년 9월까지 500만원이었지만, 이후 800만~1000만원까지 인상됐다.
또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도 지급된다. 수당은 보호 종료로부터 5년간 매월 40만원씩 지급된다. 주거의 경우 공공임대 연간 2000호를 우선 공급하고 전세임대주택을 만 22세 이하 무상지원으로 지원한다. 이 밖에도 의료지원, 교육, 일자리,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자립지원 전담요원 턱없이 부족 1명이 500명 상대
그러나 지원제도가 만들어진 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다. 정부는 광주에서 2명의 자립지원청년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고 나서야 제도 개선에 나섰다. 하지만 지원 자체가 본인 스스로 해당 부처에 신청해야 받을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제도를 아는 청년들만 받을 수 있다.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지원을 받는 청년들은 계속 받는 구조인 반면 모르는 친구들은 누락이 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주우진 회장도 보육원 출신의 자립준비청년이다. 주 회장이 3세 되던 해 부모님의 이혼으로 보육원 생활을 하게 됐다. 이후 만 18세가 되면서 퇴소했다. 주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2021년 또래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자립준비청년협회’를 만들었다. 다음은 주 회장과의 대화다. 입대(入隊) 하루 전에 만났다.
― 일부 청년들은 왜 못 받는 거죠.
“우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작된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고아’라는 표현을 써오다 지난 정부부터 저희에게 관심이 생기면서 ‘보호 종료 아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가 생긴 지도 2년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최근 들어 갑자기 관심이 생기고, 지원이 늘어난 건데, 이런 상황이어서 아직 정보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 정보를 모른다는 건 어떤 의미죠.
“주거나 교육, 일자리 등등 이런 것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물론 전국 시설들에 자립지원 전담요원이 있지만, 대부분 사회복지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분들이라 잘 몰라요. 그리고 전담요원 부족으로 1명당 자립준비청년 400~500명을 상대해야 하니 감당하기 어렵죠.”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만난 자립준비청년 모두가 정보 부족으로 사회에 첫발을 뗀 뒤 막막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청년도 많아”
2017년에 보육시설을 나온 김우진씨는 누구 하나 자립 관련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혼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적응해갔다.
조금만 노력해도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왜 등한시하는 것일까. 김씨는 “보육원에서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립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도 시간 보내기에 급급할 뿐 제대로 된 강의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데 보육시설이다 보니 쓰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하루 1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보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주변 도움 없이 또는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도 있다.
최상규 선한울타리 대표는 “정보가 부족하기보다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아동권리보장원(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소재)에서 카톡이나 메신저로 정보를 보내주거나 ‘자립정보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생겨서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데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활용하지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주거나 재정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칩시다. 정보를 알고 신청서를 작성해 신청하는 것은 자기 능력이고, 힘이죠. 그런데 시설 아이들에겐 거기까지 당도할 능력이 없어요.”
― 스스로 해결할 역량이 떨어진다는 얘기군요.
“아동 양육시설이 따지고 보면 장기 수용시설입니다. 작은 사회주의 국가 같은 곳이죠. 가만히 있으면 배급 주듯이 급식 주고 먹고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생력이 많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을 받기 위해 신청하려면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하는데 이런 것을 쓸 역량 자체가 부족합니다.”
‘선한울타리’는 적정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주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어른으로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력서에 자기소개 한두 줄만 써
자립준비청년 지원 활동을 해온 전문가 A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이 청년들은 보육시설에 있으면서 말 잘 듣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말을 잘 들으면 칭찬을 받기 때문”이라면서 “또 똑같은 식사, 물건 등 주는 것을 받아 쓰다 보니 자기 주체성이 결여된다”고 말했다.
― 자립하기가 정말 어렵군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교에 가게 되면 대부분 적응을 못 해요. 경계성 지능 장애로 인해 아이큐가 80도 안 되는 청년들도 많아요.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친구들 같은 경우는 정보가 있어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어려워하죠.”
― 그런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보통, 회사에 들어가려면 이력서와 자소서를 써야 해요. 보통 친구들 같으면 한 줄이라도 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데 지능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한두 줄이 전부입니다. 이런 서류를 내면 결과는 뻔해요. 넣는 회사마다 떨어집니다.”
― 안타깝네요.
“이런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엔 의학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요. 선천성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 때문에 생긴 장애이기 때문이죠.”
자립준비청년 홍성주씨는 지난 1월 그동안 자신이 생활했던 보육시설 원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홍씨는 태어나 몸이 좋지 않아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제주 모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그곳에서 심장 수술을 2차례나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홍씨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권했다. 의사의 권유로 경기도의 모 보육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경기도 ○○시로 올라와 수술을 3차례나 더 받았다. 의사들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보육시설, 아동학대, 성추행, 고문, 노동착취 저질러”
이런 홍씨가 2021년 4월 친구들과 다퉜다는 이유로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소년보호 재판에서 보호처분 9호(6개월)를 선고받았고, 4개월 소년원 생활 후 퇴원했다. 원래대로라면 퇴원 이후 다른 보육시설로 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됐다. ○○시가 멋대로 보호 종료 처리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홍씨는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 모두를 받지 못하게 됐다.
소년원에서 나온 그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시설인 경기도 의왕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작년 말까지 생활했다. 지금도 당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소년원을 나올 때까지의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억울했어요. 별거 아닌 일로 제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분했어요. 그런데 제 억울함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어른이 없었어요. 보육시설 원장이라는 사람이 저를 경찰에 신고했고, 소년원으로 보내려고 온갖 모략을 다 썼어요. 과거에는 원장이 아이들을 폭행하고 제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까지 했어요.”
보육시설 원장은 아이들에게는 후견인이다. 하지만 홍씨가 생활했던 보육시설의 원장은 걸핏하면 아이들을 폭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은 곧 법이라고 했다. 마치 자신을 신처럼 받들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원장의 강압과 폭행에 못 이겨 홍씨의 친구는 2021년 6월 아동폭행 혐의로 원장을 고소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친구가 그해 12월 같은 혐의로 원장을 신고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2년째 수사 중이다. 수사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 화가 난 홍씨는 지난 1월 자신도 원장에게 당했던 일을 폭로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시설도 좋고 원장과 교사들이 훌륭한 보육시설도 많다. 반대로 정말 없어져야 할 곳도 있다”면서 “정말 아동학대, 성추행, 고문, 노동착취 등의 만행을 저지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시설이 전부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하는 것”이라며 “저도 그런 시설을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안 됐다.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 문 닫을 테니 정부 당신들이 아이들 100명, 200명 다 데려다 관리해’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삼익(가명)씨는 늦게 귀가했다고 야구 방망이로 사정없이 맞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많이 맞지 않은 편이고 다른 친구들은 수없이 맞았어요. 나중에는 보육교사들이 아니라 보육시설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군기를 잡는다면서 때리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원장이 때리라고 시켰다고 해요.”
“우리 불쌍하지 않아요”
지난해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작년 8월 광주에서 두 명의 학생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기업과 개인 등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검색창에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치면 각종 지원단체와 후원 관련 뉴스들이 도배된다.
이런 관심에 대해 기쁘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불쌍하게 여기는 시선들로 인해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우진 회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제도 개선도 좋지만, 국민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캠페인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너무 동정심에 기반을 둔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자립해서 잘된 사람은 환경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사회가 그런 노력들을 인정하지 않고 뭔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도움을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친구들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자립을 못 했던 거고, 자립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거지, 충분히 기회가 주어지면 오히려 일반 청년들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잘 이겨냅니다.”
김우진씨는 사회의 관심에 대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걱정이 된다. 자립준비청년이 불쌍하다는 틀이 생길까 봐서다”면서 “우리 불쌍하지 않다. 일반인들처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성공하면 대단하고, 자립준비청년이 성공하면 많이 노력했음에도 불쌍하다는 시선이 있다”고 했다.
홍성주씨는 “요즘 뉴스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놓인다”면서 “우리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국가에서도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 앞으로 사회에 나오게 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률상 만 15~34세까지를 청년으로 지칭한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 지원 기준은 만 24세까지다. 그렇다면 25~34세 자립준비청년들은 모두 자립을 했을까.
우리 주위엔 취업하지 못하고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4세 이하지만 지원제도 밖에 놓인 안타까운 청년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청년재단(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소재)이 나섰다. 청년재단은 ‘청년 다다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9~34세까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돕고 있다.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단체가 나서준다면…”
청년재단의 다다름 사업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자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 19~34세 이하 자립준비, 가족 돌봄, 취업 애로 청년을 발굴해 심층상담을 통해 개인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지원을 개인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으로 설계하고, 개인 밀착형 관리를 통해 안정적인 사회 진입 지원을 하고 있다.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원래 만 19세에서 작년 24세로 상향됐다”면서 “청년기본법에는 34세까지다. 그러면 24세에서 34세까지 청년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청년들을 다다름 사업을 통해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정부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일일이 챙기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단체가 나서준다면 우리 사회에서 낙오되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자립준비청년들이 보육시설을 떠난 뒤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4명 중 1명은 연락조차 닿지 않는 보호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매년 2500여 명의 자립준비청년이 공식적인 보호 종료 후 사회에 나온다. 정부는 보호 종료 후 홀로 서야 하는 자립준비청년의 안정적인 사회 출발을 위해 자립정착금을 지원해준다. 정착금은 2021년 9월까지 500만원이었지만, 이후 800만~1000만원까지 인상됐다.
또 자립준비청년 자립수당도 지급된다. 수당은 보호 종료로부터 5년간 매월 40만원씩 지급된다. 주거의 경우 공공임대 연간 2000호를 우선 공급하고 전세임대주택을 만 22세 이하 무상지원으로 지원한다. 이 밖에도 의료지원, 교육, 일자리,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자립준비청년들을 위한 다양한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다.
자립지원 전담요원 턱없이 부족 1명이 500명 상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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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장이 자립준비청년들의 애환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
주우진 자립준비청년협회 회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지원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면서 “지원을 늘려나가고 있다고 하지만 지원을 받는 청년들은 계속 받는 구조인 반면 모르는 친구들은 누락이 되면서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지 않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주우진 회장도 보육원 출신의 자립준비청년이다. 주 회장이 3세 되던 해 부모님의 이혼으로 보육원 생활을 하게 됐다. 이후 만 18세가 되면서 퇴소했다. 주 회장은 10여 년 전부터 자립을 준비하는 후배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러다 2021년 또래 자립준비청년들과 함께 ‘자립준비청년협회’를 만들었다. 다음은 주 회장과의 대화다. 입대(入隊) 하루 전에 만났다.
― 일부 청년들은 왜 못 받는 거죠.
“우선 정부의 체계적인 지원이 시작된 것이 불과 1년도 되지 않습니다. 얼마 전까지 ‘고아’라는 표현을 써오다 지난 정부부터 저희에게 관심이 생기면서 ‘보호 종료 아동’으로 바뀌었습니다. 자립준비청년이라는 단어가 생긴 지도 2년이 안 됩니다. 다시 말해 최근 들어 갑자기 관심이 생기고, 지원이 늘어난 건데, 이런 상황이어서 아직 정보를 모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 정보를 모른다는 건 어떤 의미죠.
“주거나 교육, 일자리 등등 이런 것들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하는지 모르는 겁니다. 물론 전국 시설들에 자립지원 전담요원이 있지만, 대부분 사회복지나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던 분들이라 잘 몰라요. 그리고 전담요원 부족으로 1명당 자립준비청년 400~500명을 상대해야 하니 감당하기 어렵죠.”
기자가 취재를 하면서 만난 자립준비청년 모두가 정보 부족으로 사회에 첫발을 뗀 뒤 막막했다고 하소연했다.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지는 청년도 많아”
2017년에 보육시설을 나온 김우진씨는 누구 하나 자립 관련 정보를 주는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혼자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면서 적응해갔다.
조금만 노력해도 관련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는데 왜 등한시하는 것일까. 김씨는 “보육원에서도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자립과 관련한 강의를 진행한다”면서 “하지만 대부분 잘 들으려 하지 않고, 강의를 하는 선생님들도 시간 보내기에 급급할 뿐 제대로 된 강의는 하지 않는다”고 했다. 또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데 보육시설이다 보니 쓰는 시간이 한정되어 있다. 인터넷도 마찬가지다. 하루 1시간 정도밖에 사용하지 못한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누구 하나 알려주는 사람이 없으면 모를 수밖에 없다”고 했다.
물론 자립준비청년들이 정보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맞다. 하지만 정보 부족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도 있다. 주변 도움 없이 또는 어느 정도의 도움을 받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는 청년들도 있다.
최상규 선한울타리 대표는 “정보가 부족하기보다 정보 접근 능력이 떨어진다고 보는 게 맞다”면서 “아동권리보장원(서울시 종로구 삼봉로 소재)에서 카톡이나 메신저로 정보를 보내주거나 ‘자립정보온’이라는 애플리케이션이 생겨서 정보가 많이 올라오는데 아이들이 이런 것들을 활용하지를 못하고 있다”고 했다. 계속된 그의 말이다.
“주거나 재정에 대한 정보가 있다고 칩시다. 정보를 알고 신청서를 작성해 신청하는 것은 자기 능력이고, 힘이죠. 그런데 시설 아이들에겐 거기까지 당도할 능력이 없어요.”
― 스스로 해결할 역량이 떨어진다는 얘기군요.
“아동 양육시설이 따지고 보면 장기 수용시설입니다. 작은 사회주의 국가 같은 곳이죠. 가만히 있으면 배급 주듯이 급식 주고 먹고 하다 보니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자생력이 많이 부족해요. 그러다 보니 어떤 것을 받기 위해 신청하려면 자기소개서도 써야 하고 하는데 이런 것을 쓸 역량 자체가 부족합니다.”
‘선한울타리’는 적정한 경제적, 정서적 지원이 없이 사회로 내몰리는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고자 만들어진 단체다. 주로 자립준비청년(보호종료아동)들의 주거 문제를 해결하는 데 힘쓰고 있다. 이 밖에도 어른으로서 자립준비청년들이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력서에 자기소개 한두 줄만 써
자립준비청년 지원 활동을 해온 전문가 A씨도 비슷한 의견을 내놓았다. 그는 “이 청년들은 보육시설에 있으면서 말 잘 듣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왔다. 말을 잘 들으면 칭찬을 받기 때문”이라면서 “또 똑같은 식사, 물건 등 주는 것을 받아 쓰다 보니 자기 주체성이 결여된다”고 말했다.
― 자립하기가 정말 어렵군요.
“자기가 뭘 하고 싶은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대학교에 가게 되면 대부분 적응을 못 해요. 경계성 지능 장애로 인해 아이큐가 80도 안 되는 청년들도 많아요.
경계성 지능 장애를 가진 친구들 같은 경우는 정보가 있어도 쉽사리 접근하지 못하고 어려워하죠.”
― 그런 친구들은 어떻게 도와야 하나요.
“제가 현장에서 경험한 일입니다. 보통, 회사에 들어가려면 이력서와 자소서를 써야 해요. 보통 친구들 같으면 한 줄이라도 더 자신을 드러내려고 하는데 지능 장애를 가진 친구들은 한두 줄이 전부입니다. 이런 서류를 내면 결과는 뻔해요. 넣는 회사마다 떨어집니다.”
― 안타깝네요.
“이런 친구들이 생각보다 많고 그렇다고 방치할 수는 없잖아요. 요즘엔 의학적으로 치료가 가능하다고 해요. 선천성이 아니라 자라온 환경 때문에 생긴 장애이기 때문이죠.”
자립준비청년 홍성주씨는 지난 1월 그동안 자신이 생활했던 보육시설 원장을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했다. 홍씨는 태어나 몸이 좋지 않아서 보육원으로 보내졌다. 제주 모 보육원에서 생활하던 그는 그곳에서 심장 수술을 2차례나 받았지만, 호전되지 않았다.
담당 의사는 홍씨가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치료받기를 권했다. 의사의 권유로 경기도의 모 보육원으로 자리를 옮겼으며, 경기도 ○○시로 올라와 수술을 3차례나 더 받았다. 의사들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고 말한다.
“일부 보육시설, 아동학대, 성추행, 고문, 노동착취 저질러”
이런 홍씨가 2021년 4월 친구들과 다퉜다는 이유로 소년원으로 보내졌다. 소년보호 재판에서 보호처분 9호(6개월)를 선고받았고, 4개월 소년원 생활 후 퇴원했다. 원래대로라면 퇴원 이후 다른 보육시설로 가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그렇게 안 됐다. ○○시가 멋대로 보호 종료 처리를 해버렸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홍씨는 자립정착금과 자립수당 모두를 받지 못하게 됐다.
소년원에서 나온 그는 법무부가 관리하는 시설인 경기도 의왕청소년자립생활관에서 작년 말까지 생활했다. 지금도 당시 수사를 받을 때부터 소년원을 나올 때까지의 기억이 생생하다.
“정말 억울했어요. 별거 아닌 일로 제가 재판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너무 분했어요. 그런데 제 억울함을 누구 하나 들어주는 어른이 없었어요. 보육시설 원장이라는 사람이 저를 경찰에 신고했고, 소년원으로 보내려고 온갖 모략을 다 썼어요. 과거에는 원장이 아이들을 폭행하고 제게 정신과 치료를 받게까지 했어요.”
보육시설 원장은 아이들에게는 후견인이다. 하지만 홍씨가 생활했던 보육시설의 원장은 걸핏하면 아이들을 폭행했다. 그리고 자신의 말은 곧 법이라고 했다. 마치 자신을 신처럼 받들라고 강요했다는 것이다.
원장의 강압과 폭행에 못 이겨 홍씨의 친구는 2021년 6월 아동폭행 혐의로 원장을 고소했다. 그리고 그 뒤로 다른 친구가 그해 12월 같은 혐의로 원장을 신고했다. 하지만 해당 사건은 2년째 수사 중이다. 수사가 계속 미뤄지는 상황에 화가 난 홍씨는 지난 1월 자신도 원장에게 당했던 일을 폭로했다.
조윤환 고아권익연대 대표는 “시설도 좋고 원장과 교사들이 훌륭한 보육시설도 많다. 반대로 정말 없어져야 할 곳도 있다”면서 “정말 아동학대, 성추행, 고문, 노동착취 등의 만행을 저지르는 곳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는 시설이 전부다. 그러니까 아이들을 인질로 삼고 온갖 더러운 짓을 다 하는 것”이라며 “저도 그런 시설을 없애려고 노력했지만 안 됐다.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면 ‘우리 문 닫을 테니 정부 당신들이 아이들 100명, 200명 다 데려다 관리해’라는 식으로 나온다”고 말했다.
보육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김삼익(가명)씨는 늦게 귀가했다고 야구 방망이로 사정없이 맞았던 기억을 떠올렸다.
“저는 많이 맞지 않은 편이고 다른 친구들은 수없이 맞았어요. 나중에는 보육교사들이 아니라 보육시설에서 제일 나이 많은 아이가 군기를 잡는다면서 때리더군요. 그런데 알고 보니 원장이 때리라고 시켰다고 해요.”
“우리 불쌍하지 않아요”
지난해부터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뜨겁다. 작년 8월 광주에서 두 명의 학생이 유명을 달리한 이후 기업과 개인 등 전국 각지에서 도움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이로 인해 인터넷 검색창에 ‘자립준비청년’이라고 치면 각종 지원단체와 후원 관련 뉴스들이 도배된다.
이런 관심에 대해 기쁘긴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불쌍하게 여기는 시선들로 인해 불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주우진 회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제도 개선도 좋지만, 국민적인 인식을 전환할 수 있는 캠페인도 같이 이뤄져야 한다”면서 “현재는 너무 동정심에 기반을 둔 마케팅이 주를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정말 자립해서 잘된 사람은 환경 탓하지 않고 열심히 살았는데, 사회가 그런 노력들을 인정하지 않고 뭔가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자립준비청년들에 대한 도움을 불쌍해서 돕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투자의 개념으로 인식시켜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친구들이 기회가 없었기 때문에 자립을 못 했던 거고, 자립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거지, 충분히 기회가 주어지면 오히려 일반 청년들보다 어려운 환경에서 잘 이겨냅니다.”
김우진씨는 사회의 관심에 대해 “좋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끔 걱정이 된다. 자립준비청년이 불쌍하다는 틀이 생길까 봐서다”면서 “우리 불쌍하지 않다. 일반인들처럼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반 사람들이 성공하면 대단하고, 자립준비청년이 성공하면 많이 노력했음에도 불쌍하다는 시선이 있다”고 했다.
홍성주씨는 “요즘 뉴스에서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마음이 놓인다”면서 “우리 이야기가 많이 알려져 국가에서도 잘못된 제도를 개선해 앞으로 사회에 나오게 될 청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법률상 만 15~34세까지를 청년으로 지칭한다. 하지만 자립준비청년 지원 기준은 만 24세까지다. 그렇다면 25~34세 자립준비청년들은 모두 자립을 했을까.
우리 주위엔 취업하지 못하고 지원이 필요한 청년이 아직도 많다. 하지만 지원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심지어 24세 이하지만 지원제도 밖에 놓인 안타까운 청년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 자립준비청년들을 돕기 위해 청년재단(서울 종로구 청계천로 소재)이 나섰다. 청년재단은 ‘청년 다다름’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19~34세까지 지원의 사각지대에 있는 청년들을 돕고 있다.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단체가 나서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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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 사진=청년재단 |
박주희 청년재단 사무총장은 “자립준비청년에 대한 정부의 정책이 원래 만 19세에서 작년 24세로 상향됐다”면서 “청년기본법에는 34세까지다. 그러면 24세에서 34세까지 청년들은 지원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이런 청년들을 다다름 사업을 통해 도와주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 사무총장은 “정부가 자립준비청년에 대해 일일이 챙기면 좋겠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면서 “정부가 챙기지 못하는 부분을 민간단체가 나서준다면 우리 사회에서 낙오되는 청년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