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中의 불법어로와 쓰레기로 신음하는 대청도 : 월간조선

꽃게 조업 기간(4월 1일~6월 30일)을 맞아 우리 해역에서 불법으로 조업을 일삼는 중국 어선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해양 경찰은 3월 한 달 동안 북방한계선(NLL) 인근에서 불법으로 조업한 중국 어선이 하루 평균 79척이라고 발표했다. 지난달의 58척과 비교할 때 확연히 불어난 수치다. 재판부는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에 억 단위의 벌금을 물리고 있지만, 이들의 행태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본격적으로 꽃게가 잡히기 시작하는 4월 중순이면 서해 5도(백령·대청·소청·대연평·소연평) 인근을 활보하는 중국 어선의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더욱이, 지난해부터 중국이 자국 수역 내 무등록 어선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면서 우리 어민과 해경·해군은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들이 자연스레 우리 해역으로 넘어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해경은 NLL 근방 해역에 함정을 집중적으로 배치해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을 원천봉쇄하겠다고 밝혔다. 대청도를 찾아 사흘간 머물며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에 관한 어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월 29일 대청도를 방문했다. 섬의 가장 큰 항구인 선진포항은 그물을 손질하고 선박을 점검하는 어민들로 가득했다. 주민의 80%가 어업에 종사하는 대청도에서 꽃게 조업 기간은 일 년 중 가장 바쁜 시기다. 기자는 대청도 어민회장이자 만복호 선장인 배복봉씨와 만나 꽃게 조업 현장에 동행했다.

레이더 위의 점선과 실선들

출항을 앞둔 만복호의 선장실. 레이더 화면에는 어장을 나눈 선들이 표시돼 있다.

3월 30일 새벽 5시 해무(海霧)를 헤치며 만복호가 출항했다. 기자와 배복봉 선장을 포함해 모두 5명의 선원이 만복호에 탑승했다. 이날은 꽃게 금어기 해제를 앞두고 미리 설치해둔 그물을 점검하는 날. 배 선장은 “어제가 소조(小潮), 즉 물살이 바뀌기 시작하는 때”라면서 “며칠 전 설치해둔 그물이 엉킬 우려가 있어 오늘 거둬들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항해가 시작되자 선장실에 설치된 무전기가 ‘찌익~’ 소리를 내며 쉴 새 없이 울렸다. 만복호를 포함한 서해 5도 조업선들과 화물선들이 옹진군의 어업 지도선 및 해군, 해경과 수시로 교신을 주고받는 소리였다. 이들은 항해 목적과 도착 예정지, 주변 시정(視程) 등을 지도선과 해군, 해경에게 수시로 보고했다. 날이 밝아오면서 서서히 해무가 걷혀가는 대청도 어장과는 달리 백령도 조업선들은 “시정은 한 1마일 정도 나오는 것 같습니다”라는 교신을 보내왔다.

레이더 화면 위로는 점선과 실선 등 여러 선이 어지럽게 표시돼 있었다. 이 선들이 무엇을 의미하냐고 묻자 배 선장은 “조업이 허가된 어장을 구획별로 나눈 선”이라면서 “서해 5도 해역은 각 섬의 배들이 조업할 수 있는 구역이 정해져 있다”고 설명했다. 배 선장은 “대청도에서 꽃게잡이 허가를 받은 배는 총 9척인데, ‘B 어장’과 ‘D 어장’에서만 조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 5도 어장들은 A, B, C, D, 연평 어장 등으로 구분돼 있다. 그중 B 어장과 D 어장은 소청도 남서쪽에서부터 시작해 어로한계선(북위 37도 25분)까지 맞닿아 있다.

이날 만복호가 향한 곳은 B 어장. 10노트(약 18km/h)의 속도로 1시간 반을 달려 B 어장에 도착했다. 그물이 설치된 곳에 이르자 배 선장은 “이까리(‘닻’을 의미하는 일본어) 올리고 크레인 돌려!”라고 외쳤다. 그러자 선원 한 명이 쇠고리가 달린 기다란 장대로 그물을 건져 올리기 시작했다. 나머지 선원들은 그물 끝에 달린 밧줄을 이어받아 배에 설치된 크레인에 연결했다. 크레인이 돌아가기 시작하자 50m는 족히 넘어 보이는 붉은색 그물이 바다로부터 끌려 나왔다. 선원들은 그물을 포개 갑판에 실었다. 그물이 배에 실리자 배 선장은 다시 “이까리 내려!” 하고 소리쳤다. 선원들은 그물을 거둬들인 곳에 노란 부표를 단 닻을 내렸다. 배 선장은 “항구에 도착해 그물을 손질하고 이틀 뒤 이곳에 투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만복호는 그물을 설치해둔 4곳을 찾아 같은 작업을 반복했다.

“우리 어민은 야간 조업 금지”

만복호의 선원들이 그물을 끌어올리고 있다. 그물 하나를 끌어올리는 데 30분가량 소요됐다.

대청도 꽃게는 B 어장과 D 어장의 수온이 오르는 4월 중순에서 5월 초부터 많이 잡힌다고 한다. 만복호 선원 김종완씨는 “그때가 되면 NLL로부터 수십 km 떨어진 이곳까지 중국 어선이 출몰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들은 낮에는 NLL 북쪽에서 조업하다가 밤이 되면 우리 해역 쪽으로 몰래 넘어온다”면서 “야간 조업이 금지된 우리 어민들은 넋을 놓고 당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씨의 말대로 서해 5도 어민들은 안보 문제를 이유로 지정된 어장에서만 조업이 가능하다. 어장이 NLL과 가깝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일출 전 30분부터 일몰 후 30분까지 제한된 시간에만 고기잡이가 허용된다.

배 선장은 우리 어민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잘 따르는 것과 달리 중국 어선들에 원리, 원칙 따위는 없다고 했다. 배 선장은 “우리 해경과 해군의 단속으로부터 빠르게 도망가기 위해 이들은 레이더와 엔진도 성능 좋은 모델로 개조한다”면서 “단속에 걸리면 흉기를 휘두르는 등 난폭하게 저항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3월 27일 서해 5도 특별감시단은 소청도 남서쪽 100km 지점에서 중국 어선 2척을 11km가량 추격한 끝에 오후 8시경 나포했다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중국 선장은 우리 해경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배 선장은 “중국 어선들은 이른바 ‘저인망 쌍끌이 방식(대형 그물을 이용해 바다 밑을 긁어내며 조업하는 방식)’으로 꽃게를 모조리 쓸어간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금어기도 지키지 않고 마구잡이로 조업해 행여나 꽃게 씨가 마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푸념했다. 배 선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대청도 항구까지 중국 어선이 출몰하곤 했다. 특히 지난 정부는 중국 어선 단속에 손을 놓고 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실제로 지난해 홍문표 국민의힘 의원이 해양수산부와 해경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년 한 해 동안 해경이 나포한 중국 어선은 160척이었다. 그러나 2019년에 들어서는 겨우 18척밖에 되지 않았다. 같은 기간 해경으로부터 퇴거 조치를 받은 건수는 2017년 2796척에서 2019년 2만997척으로 7.5배 이상 증가했다. 중국 어선이 우리 해역에서 불법 조업을 하더라도 나포되는 대신 경고받는 것에만 그쳤다는 뜻이다. 다만, 배 선장은 “현 정부 들어 해경이 중국 어선에 강경히 대응하고 있는 것은 다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중국 어선이 한번 왔다 가면 그 지역은 당분간 조업이 불가능할 정도로 황폐화된다”며 “연쇄적 피해로 이어지는 만큼 국고로 들어가는 벌금을 서해 5도 어민들을 돕는 데 써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외에서 온 쓰레기의 96%가 중국에서 온 것

선원들은 대수롭지 않게 그물에 걸린 중국산 쓰레기를 꺼내 치웠다.

대청도의 문제는 비단 중국 어선의 불법 조업뿐만이 아니다. 중국산 쓰레기가 대청도 해안을 뒤덮고 있는 것도 주민들의 골칫거리다. 3월 30일 오후 대청도 남서쪽에 자리한 서풍받이를 찾았다. 서풍받이는 수직절벽으로 이루어진 지역으로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지질학적, 고고학적 가치가 우수한 곳이다. 서풍받이는 또 마을로 부는 거센 해풍을 막아주는 까닭에 ‘섬의 수호신’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나 기자가 방문한 서풍받이는 발걸음을 내딛기 힘들 만큼 쓰레기로 빼곡했다. 대부분 한자 상표가 붙은 플라스틱 생수병과 음료수병 그리고 폐어구들이었다. 서풍받이 지질공원에서 해설사로 일하는 남형주씨는 “명색이 국가지질공원인데 쓰레기로 가득한 것은 아쉬운 일”이라면서 “민·관·군이 합동해 쓰레기 수거 작업을 벌이고는 있지만 이곳은 쓰레기를 거둬가는 선박이 접근하기 어려워 방치되다시피 했다”고 말했다.

독바위 해변에서 발견한 중국산 음료수병. 주민들은 행여나 대청도가 ‘쓰레기 섬’으로 불리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었다.

서풍받이 바로 옆 광난두 해변과 독바위 해변도 상황은 비슷했다. 중국산 쓰레기와 녹슨 드럼통이 해변에 나뒹굴고 있었다. 기자가 광난두 해변을 살펴보는 동안 스티로폼을 비롯해 부표, 노끈 등 각종 쓰레기들이 해변으로 떠밀려오고 있었다.

옹진군은 매년 10억원가량의 예산을 편성해 서해 5도를 포함한 군내 도서 지역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군이 이 지역에서 수거한 해안쓰레기는 2021년 850톤, 2022년 900톤이었다. 지난 2020~2021년 해양환경공단이 백령도 해안에서 총 6차례 실시한 ‘국가 해안 쓰레기 모니터링’ 사업에 따르면 이곳에서 수거된 해양쓰레기 51.4kg 중 해외에서 기인(起因)한 쓰레기는 44.6kg으로 무려 86.8%에 달했다. 공단은 수거한 해외 기인 쓰레기 중 무려 96%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천시와 옹진군은 공공 일자리 사업을 만들어 서해 5도의 해양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그러나 도보로 접근이 가능한 일부 구역에서만 작업이 이루어져 한계가 있다. 또 쓰레기가 집적된 곳 가운데 몇몇 구역은 군사 지역과 겹쳐 군부대의 협조가 절실한 상황이다.

한편, 중국산 쓰레기는 이날 아침 조업 현장에서도 발견됐다. 만복호 선원들이 끌어올린 그물 안에는 중국산 라면 봉지와 과자 포장지가 가득했다. 선원들은 “(중국산 쓰레기가) 하도 많아서 이제는 별일도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대청도의 한 식당에서 주민들을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주민들은 “중국 어선들이 우리 해역으로 조업하러 올 때 쓰레기를 싣고 와 바다에 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또 “왜 남이 버린 쓰레기로 우리가 고통을 받아야 하냐”며 하소연했다. 이어 “이 바다는 대청도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라면서 “우리 정부가 중국에 목소리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옹진군, 어구 손상 피해 지원

중국 어선들이 서해 5도 어민들이 설치한 어구를 파손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중국 어선들의 저인망 쌍끌이 조업 방식 탓에 어장에 설치해놓은 어구가 훼손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이곳 어민들의 설명이다. 이로 인해 지난 2020년 서해 5도 어민들은 약 1억5000만원 규모의 어구 손상 피해를 입었다. 2015년 개정된 ‘서해 5도 지원 특별법’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서해 5도에 거주하는 어업인이 불특정국가의 선박으로 인한 어구 손괴 등으로 피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지원대책을 강구할 수 있다’는 조항을 담고 있지만, 정부의 보상이 의무가 아닌 까닭에 주민들의 불만은 해결되지 않고 있었다.

이 때문에 옹진군은 지난해 10월 ‘옹진군 불특정국가의 선박으로 인한 어구 손괴 등 피해 지원에 관한 조례 시행규칙’을 만들어 피해 어민들을 돕고 있다. 중국을 포함한 외국 선박에 의해 어구가 손상됐을 경우, 피해 어민은 피해신고서를 작성해 관할 면장에게 신고하면 된다. 면장이 이를 확인해 군(郡)에 보고하면 합동조사반이 피해 규모를 조사해 지원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옹진군청 수산과 관계자는 “조례 제정 이후 아직까지 군에 접수된 어구 손상 피해 사례는 없다”면서 “피해 사례가 접수되면 어민들이 그에 상응하는 지원금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