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가기 메뉴
메인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현장 속으로

노인 대상 성매매 벌어지는 종로3가

“오빠, 3만원에 가자”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목록
  • 프린트
  • 스크랩
  • 글자 크게
  • 글자 작게
⊙ “먹고살려면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
⊙ “젊었을 때부터 그것만 하던 분들이라 몸에 밴 분들이 많아”
⊙ “중국 여자(조선족)들도 많아. 어림잡아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아”
이 여성들은 주로 혼자 다니는 중년 남성에게 슬쩍 다가가 말을 건넸다.
  나이가 들었다고 호정출입(戶庭出入)만 하던 시대는 지났다. 2023년 올해 대한민국 고령(만 65세 이상) 인구는 950만 명에 이르렀다. 그리고 내년이면 이 인구는 1000만 명으로 늘어난다.
 
  서울 종로의 탑골공원은 위 지표를 가늠할 수 있는 좋은 표본이다. 이곳은 서울은 물론 의정부와 수원, 부천 등 수도권 각지에서 모여든 노인들로 매일 북새통을 이룬다. 그런데 이곳을 중심으로 노인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식이 10여 년 전부터 보도됐다. 중년 여성들이 중년 남성에게 다가가 일정 금액에 성을 거래하고 있다는 것이 보도의 요지였다. 이들은 남성에게 박카스를 한 병씩 건네며 접근한다고 해서 ‘박카스 아줌마’라고 불린다. 이재용 감독의 영화 〈죽여주는 여자〉(2016)에서 배우 윤여정이 분(扮)한 역할이 바로 이 박카스 아줌마 ‘소영’이다.
 
  2020년 서울경찰청은 이들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서울경찰청은 남녀 각 15명씩 총 30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조선일보》 7월 26일 자). 그러나 인근 상인들은 “단속은 잠깐이지,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고 입을 모은다. 왜 그럴까? 기자는 2월 25일부터 약 일주일간 종로3가 일대를 탐사하며 2023년 판(版) ‘죽여주는 여자’의 실태를 취재했다.
 
 
  사람 안 보이니 팔짱 스르륵
 
  2월 25일 오후 탑골공원을 찾았다. 노인들은 삼삼오오 모여 권커니잣거니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다. 공원 한쪽에는 바둑과 장기 대국에 여념이 없는 노인들도 많았다. 대국 한 판이 끝나기를 기다려 이들에게 박카스 아줌마에 관해 물었다. 이들은 “술 마시고 취기가 일면 그 아줌마들 만나러 가는 친구들이 있어. 그 아줌마들 요새도 많아”라고 답했다.
 
  송해 거리에서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A씨에게 박카스 아줌마에 관해 물었다. A씨는 내부 사정까지는 알지 못한다면서도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성매매하는 분들은 생활고에 시달리는 분들도 있지만, 젊었을 때부터 그것만 하던 분들이라 몸에 밴 분들이 많아요. 미아리나 청량리같이 (성매매로) 유명했던 곳이 없어지니까 갈 데가 없잖아요. 그래서 여기로 몰렸지. 할아버지들이 많으니까. 그분들 종로3가 1번 출구 쪽에 많이 있어요.”
 

  어떤 경위로 접선이 이루어지느냐고 물어보았다.
 
  “여성들이 먼저 말을 걸어요. 단골 할아버지들도 있는 것 같아요. 성매매로 만났지만, 마음이 맞으면 종로3가 이곳저곳을 다니며 데이트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분들은 워낙 경계심이 강해 인터뷰하기는 쉽지 않을 거예요.”
 
  땅거미가 내려앉은 종로3가. 오가는 인파 틈으로 곱게 차려입은 중년의 여성을 찾아볼 수 있었다. 진한 화장, 커다란 장신구, 크로스 백과 구두까지 이 여성의 착장은 말로만 듣던 박카스 아줌마의 그것과 일치했다. 여성은 지나가는 중년 남성을 불러 세우고서 자연스럽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모종의 거래’가 끝나자 둘은 3~4m의 거리를 사이에 두고 종로3가 길섶을 따라 걸어갔다. 둘은 송해 거리 쪽으로 방향을 튼 뒤 탑골공원 후문에 맞닿은 후미진 골목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여성은 주변을 살펴 사람이 많지 않다는 것을 확인하더니 스르륵 남성의 팔짱을 꼈다. 이들은 이내 낙원상가 옆 여관 골목으로 종적을 감췄다.
 
 
  “각자 구역 정해놓고 움직여”
 
종로3가역 출구 부근에서 만난 ‘박카스 아줌마’. 보통 한 구역에 3~4명씩 모여 있는 경우가 많다.
  2월 27일 아침 다시 종로3가를 찾았다. A씨가 일러준 대로 1번 출구 앞에 가보니 곱게 차려입은 60~70대로 보이는 여성들이 모여 있었다. 그중 몇몇은 플라스틱 의자까지 가져와 그 위에 걸터앉아 있었다. 근방에서 30년간 금은방을 운영했다는 B씨에게 저 여성들이 박카스 아줌마가 맞는지 물었다. B씨는 “맞다. 저분들이 바로 박카스 아줌마”라며 고개를 끄덕였다. B씨는 “저분들은 각자 구역을 정해놓고 움직인다”며 “남성과 거래가 성사되면 주변 여관으로 향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여성들이 주변 여관 주인들과도 잘 아는 사이인 것 같다고도 했다.
 
  여성들은 주로 역 주변에서 혼자 걷는 중년 남성을 붙잡고 “오빠, 3만원에 가자”고 ‘호객행위’를 벌였다. 대부분의 남성은 이들의 손길을 뿌리치고 걸어갔다. 그러자 여성은 이들의 뒤꽁무니에 대고 “저런 것도 남자라고 ×를 달고 다녀?”라며 한 바가지 욕을 쏟아냈다.
 
  두 남녀가 ‘눈이 맞는’ 모습도 포착할 수 있었다. 둘은 먼저 ATM 기기로 이동해 현금을 인출한 뒤 느릿느릿 골목 안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기자는 일정 거리를 둔 채 이들의 발걸음을 뒤쫓았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L’ 모텔. 이들의 입실이 끝나기를 기다려 모텔로 따라 들어갔다.
 
  모텔 주인에게 노인 성매매에 대해 아느냐고 묻자 주인은 “평생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지만 그런 소리는 처음 듣는다”며 서둘러 기자를 밖으로 내쫓았다.
 
  종로3가역 근처에서 40년간 가판 가게를 운영하는 C씨 부부. 이들은 박카스 아줌마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이 사람들 중에 중국 여자(조선족)들도 많아. 어림잡아 절반 이상은 되는 것 같아. 그 사람들 대부분은 한국 국적을 취득했을 거야. 한국 남자랑 결혼해서 한국 국적을 따고 이혼하고는 이렇게 불법으로 먹고살지. 저 뒤쪽 피카디리 근처로 한번 가봐. 거기에 그 사람들 많아.”
 
  부부가 알려준 곳으로 가보니 한 여성이 붉은색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있었다. 1번 출구 앞에 모여 있는 여성들과 비슷한 차림새였다. 기자는 이 여성에게 다가가 말을 건넸다. 그러나 여성은 기자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나는 외국인이라 몰라요”라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떠났다. 분명한 조선족 말씨였다.
 
  이후 며칠 더 종로3가로 나가 이 여성들과 접촉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기자를 경계하며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겼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한 끝에 어렵사리 한 여성과 인터뷰를 할 수 있었다. 다음은 이 여성과의 일문일답.
 
 
  “(나이는) 일흔, 여기 나온 지 몇십 년 됐다”
 
인터뷰를 마친 ‘박카스 아줌마’는 기자에게 자신의 명함을 건넸다.
  ― 지금 나이는 몇이고 언제부터 여기 나오기 시작했나.
 
  “일흔이다. 여기(종로3가) 나온 지는 몇십 년 됐다.”
 
  ― 보통 몇 시에 나오나. 온종일 일하면 얼마나 버나.
 
  “아침 8시부터 저녁 6시까지 요새는 많이 벌면 3만원, 2만원이다. 여관 대실비로 1만원을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이마저도 공치는 날이 대부분이다.”
 
  ― 어디서 어떻게 거주하고 있나.
 
  “마포에서 살고 있다.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짜리 원룸이다.”
 
  ― 월세는 어떻게 충당하나.
 
  “매달 25일에 노인연금이 30만원 정도 나온다. 여기 나와 20만원이라도 벌면 월세는 얼추 낼 수 있다.”
 

  ― 여기서 활동하는 여성은 몇 명이나 되나.
 
  “한 30~40명 된다. 노원, 파주, 동두천 등 사는 곳은 제각각이다.”
 
  ― 가족은 있나.
 
  “남편은 젊었을 때 죽었고 딸 하나와 손자 두 명이 있다. 주말에 가끔 만난다. 딸은 내가 여기 나오는 걸 모른다.”
 
  이 여성은 요즘에는 따로 박카스 같은 음료는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신 뜨거운 물을 보온병에 담아와 남성들에게 믹스 커피를 타준다고 했다. 종로3가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성매매를 하는 조선족 여성들이 많다고도 했다. 무엇이 가장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무료 식권’과 ‘선크림’을 꼽았다. 탑골공원 근처에 무료 급식소가 있는 것은 아느냐고 묻자 “거기서 먹으려면 아침 일찍부터 기다려야 해서 힘들다”고 답했다. 인근 여성회관에서 한 달에 한 번꼴로 봉사활동을 나와 전열기구와 간식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 여성은 “그것만으로는 턱없이 모자란다”며 “먹고살려면 이렇게라도 돈을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재범률 높아
 
  검찰이 발간한 《2022 범죄분석》에 따르면 2021년 65세 이상 고령자의 ‘성매매알선등행위의처벌에관한법률’ 위반 입건 건수는 모두 232건이었다. 2019년 511건, 2020년 294건에 비하면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은 수치다. 성매매는 주로 사적 접근을 통해 이루어지는 범죄이다 보니 실제 발생 건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높은 재범률 또한 문제로 지적된다. 2019년 511건의 입건 건수 가운데 337건이 재범이었고, 이 중 178건이 동종 범죄 재범이었다. 2020년은 전체 294건의 입건 사례 중 187건이 재범이었다. 이 중 101건이 동종 범죄 재범이었다. 2021년에는 전체 232건 중 161건이 재범이었다. 이 중 87건이 동종 범죄 재범이었다. 이들은 주로 ‘생활비 마련’을 범행 동기로 밝혔다. 따라서 처벌된다 하더라도 먹고살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에 다시금 성매매에 기웃거릴 수밖에 없다.
 
  오윤성 순천향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노인 성매매를 근절하기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오 교수는 “노인 성매매는 대부분 생계형 범죄이기 때문에 법적 처벌을 강화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런 경우 남성이나 여성 모두 뚜렷한 죄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노인들의 성적 욕구를 국가가 나서서 제어하기보단 사회복지학적 접근이 병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범죄는 사회 구조와 연관이 깊다”며 “증가하는 노인 인구에 비례해 노인 범죄 또한 노인이 피해자에서 가해자로 바뀌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공공부조시스템의 적극 개입·정책적 노력·건강한 성문화 조성
 
  그렇다면 사회복지 전문가는 노인 성매매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최유미 부산디지털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노인 성매매 예방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최 교수는 노혼(老婚) 및 이성(異性)교제 장려 정책, 복지용구서비스를 통한 노인 성 관련용품의 개발과 판매, 지역사회 내 노인 성 관련 의료기관 확보 및 체계적인 의료 시스템 구축 등을 구체적인 예방 방안으로 꼽았다.
 
  종로3가에서 노인 전용 콜라텍을 운영하는 최모(70)씨는 나이가 들수록 사회적 교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씨는 “많은 노인이 집에 틀어박혀 지내는 경우가 많다”며 “이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과 모일 수 있는 장소가 많이 마련되어 외로움이 해소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곳에서 만난 이모(79)씨는 “여기 나와 온종일 춤도 추고 친구들과 어울리다 보면 몸도 마음도 건강해지는 것 같다”며 “동네 주변에도 이런 문화시설이 많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Copyright ⓒ 조선뉴스프레스 - 월간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NewsRoom 인기기사
Magazine 인기기사
댓글달기 0건
댓글달기는 로그인 하신 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