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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노무현 사건 당시 소위 진보언론을 보니…

“청렴성만큼은 믿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가슴엔 대못을 박았다”

글 : 김세윤  월간조선 기자  gasout@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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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경향신문》
⊙ “떳떳하게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만이라도 살려줘야”《한겨레》
⊙ 노무현 사망하자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이라며 ‘정치검찰 책임론’ 제기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찰 수사를 받을 당시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언론 등은 사설과 만평, 속보 등을 통해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냈다.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은 회고록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을 죽음으로 몰고 간 큰 책임이 이른바 진보언론의 저주에 가까운 비판에도 있다”면서 “노 전 대통령이 개인 홈페이지 ‘사람세상’에서 수사내용을 ‘셀프 중계’한 후부터 검찰에 출석해 수사를 받고 돌아간 직후까지 계속해서 그에 대한 언론의 비판이 쏟아졌는데, 특히 《미디어오늘》 《한겨레》 《경향》 등 이른바 진보언론의 강도가 훨씬 셌다”고 주장했다. 정말 그랬을까? 당시 소위 진보언론들의 사설들을 찾아보았다.
 
 
  《한겨레》, “기만당한 국민의 분노만 자극할 뿐”
 
  2009년 4월 8일 《한겨레》는 “노 전 대통령, 국민 가슴에 대못 박았다”라는 제목의 사설을 냈다.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미니홈피에 사과문을 게재한 직후였다. 《한겨레》는 “그의 시인은 오히려 국민을 참담한 심정에 빠뜨렸다. 자존심에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입혔다. 무모할 정도로 저돌적이었지만, 청렴성만큼은 믿고 싶어 했던 사람들의 가슴엔 대못을 박았다”면서 “기만당한 국민의 분노만 자극할 뿐”이라고 지적했다.
 
  《한겨레》는 “형은 ‘돈 먹는 하마’에 ‘막가는 브로커’로 확인됐다. 자신도 비록 차용증을 썼다지만 파렴치한 기업인으로부터 돈을 빌려 썼고, 부인 역시 그로부터 돈을 받아 썼다. 그의 오른팔 왼팔 하는 측근들도 지저분한 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이미 실형을 살았다. 이제 더 지킬 것도 없는 셈이다”라면서 “떳떳하게 진실을 고백함으로써 국민의 자존심만이라도 살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주문했다.
 
  《한겨레》는 “사실 부인이 수억원을 빌렸다고 한 것도 의심스럽다. 퇴임 당시 그의 재산은 9억원이 넘었다. 그 정도는 갚을 수 있었다”면서 “더는 그처럼 불행한 대통령이 나오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모든 것을 당장 털어놓기 바란다”고 질타했다.
 

  《경향신문》도 4월 9일 “노 전 대통령은 먼저 국민에게 진상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노 전 대통령의 부인 권양숙 여사가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한 직후였다.
 
  《경향신문》은 “사상 처음으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나란히 사법처리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면서 “그런데 노 전 대통령이 직접 썼다는 사과문을 보면 아직도 일말의 미련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모든 것을 사실대로 털어놓고 책임을 지겠다는 식의 각오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박 회장에게서 돈을 받은 이유가 ‘미처 갚지 못한 빚 때문’이라고 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재임 중에는 급여를 거의 다 저축하고 퇴임 후에는 관련 법률에 의해 연금을 받는 대통령 부부가 무슨 연유로 그런 거액의 빚을 지게 됐다는 것인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경향신문》, ‘굿바이 노무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 소환을 이틀 앞둔 2009년 4월 28일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 소환 장면을 생중계하기 위해 모인 언론사들의 취재차량이 가득 차 있다. 사진=조선DB
  며칠 뒤인 4월 16일 《경향신문》에는 “굿바이 노무현”이라는 다소 거친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부인 권양숙 여사(4월 11일)와 아들 건호씨(4월 12일)가 각각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은 이후다.
 
  이 사설은 먼저 “누가 돈 달라 했고, 누가 돈을 썼는지 지금 알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지시하고 전달하고 받은 이들은 모두 노무현의 가족이라는 점이다. 남편·부인·형·아들·조카. 그리고 그들을 돕는 가족과 다름없는 사람들, 그들이 한 일이다. 노무현 패밀리가 한 일이다”라고 직격했다. 이 사설은 “노무현은 범죄와 도덕적 결함의 차이, 남편과 아내의 차이, 알았다와 몰랐다의 차이를 구별하는 데 필사적이다”라면서 “그러나 그런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참여정부의 실정으로 서민들이 가난해지는 동안 노무현 패밀리는 부자가 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고 비난했다.
 
  “재벌 개혁을 다짐하고는 삼성에 국정을 의탁하고, 특권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고는 스스로 특권층이 되고, 시장 개혁 대신 시장 만능의 우상을 퍼뜨림으로써 노무현을 통해 세상의 낡은 질서를 바꾸려 했던 그 열정을 싸늘한 냉소로 바꾸어놓고, 절망 속에 빠진 서민을 버려두고 자기들은 옥상으로 피신해 헬기 타고 안전지대로 탈출하려 했다는 사실은 조금도 변하지 않는다.”
 
  이 사설에는 노무현 정권의 도덕적 파산으로 인해 이른바 ‘민주화 운동 세력’이 느끼는 위기의식도 잘 나타나 있다.
 
  “민주화 운동을 배경으로 집권한 그는 민주화 운동의 인적·정신적 자원을 다 소진했다. 민주화 운동의 원로부터 386까지 모조리 발언권을 잃었다. 그를 위해 일한 지식인들은 신뢰와 평판을 잃었다. 민주주의든 진보든 개혁이든 노무현이 함부로 쓰다 버리는 바람에 그런 것들은 이제 흘러간 유행가처럼 되었다. 낡고 따분하고 믿을 수 없는 것이 되었다. 그 이름으로는 다시 시민들의 열정을 불러 모을 수가 없게 되었다. 노무현이 다 태워버린 재 속에는 불씨조차 남은 게 없다. 노무현 정권의 재앙은 5년의 실패를 넘는다. 다음 5년은 물론, 또 다음 5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은 재앙의 시작이었다고 해야 옳다. 이제 그가 역사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이란 자신이 뿌린 환멸의 씨앗을 모두 거두어 장엄한 낙조 속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한겨레》, “법적 책임은 당연”
 
  4월 30일 노 전 대통령은 서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됐다. 다음 날 《한겨레》에 “피의자 노무현”이라는 제목의 사설이 실렸다. 사설은 노 전 대통령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 사설은 “당사자인 노 전 대통령은 면목이 없고 실망시켜 죄송하다고 말했지만, 국민의 실망은 그 이상이다”라면서 “희망과 기대로 정치를 바로 세울 힘과 자신감을 찾는 일은 이제 그로 인해 더 어려워졌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질책했다. 사설은 “그는 자신의 법적 책임을 대부분 부인해왔다”면서 “돈을 준 쪽이 노 전 대통령을 보고 줬다고 하고 가족이나 측근이 별 죄의식 없이 돈을 받았다면, 그렇게 되도록 만든 노 전 대통령에게 잘못이 없을 수 없다. 당사자들이야 서로 가족 같은 사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이런저런 이권과 편의가 오가는 비리 구조였을 뿐이다. 노 전 대통령에겐 법적 혐의 말고도 개혁을 말하면서 이런 구태에 안주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사설은 “그의 혐의가 확인된다면 그에 맞는 법적 책임을 지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면서도 “그러나 그의 잘못이 대놓고 직접 수천억원의 비자금을 챙겼던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잘못과 동일시될 순 없다. 검찰도 자식이나 아내가 받은 돈을 노 전 대통령이 몰랐을 리 있겠느냐는 정황만으로 법적 책임을 추궁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5월 14일 《경향신문》은 “‘전직 대통령의 아들’ 멍에 때문이라니”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들의 미국 뉴욕 집을 마련하기 위해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40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비판했다. 사설은 “돈의 실체를 둘러싼 논란과 별개로 노 전 대통령 측이 밝힌 경위는 절망감마저 안겨준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의 부인이 무슨 연유인지 모르지만 아들의 ‘정치적 망명’이라도 꾀했다는 말인가. 후속 설명도 가관이다” “검찰과 국민을 상대로 숨바꼭질하는 듯한 전직 대통령의 모습이 안쓰럽기조차 하다”고 질타한 후 “뉴욕 집에 대한 새로운 의혹과 노 전 대통령 측 대응을 보노라니 ‘그래도 전직 대통령인데…’ 하는 기대마저 허물어져 가는 듯하다. 이러고도 자신은 몰랐다는 말만 되풀이할 셈인가”라고 물었다.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한겨레》)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극단적 선택으로 생을 마감했다. 그동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압박해왔던 소위 진보언론들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필봉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5월 25일 《한겨레》는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보냈다.
 

  이 사설은 먼저 노 전 대통령의 유서에 나오는 “나로 말미암아 여러 사람이 받은 고통이 너무 크다. 앞으로 받을 고통도 헤아릴 수가 없다”는 말을 소개한 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유서에 나오는 이 두 줄에서 그가 퇴임 뒤에 겪어야 했던 압박과 고통이 얼마나 심했는지를 헤아려 볼 수 있다”고 했다. 사설은 “비리가 먼저 있고 징벌이 뒤따르는 것이 상례이지만, 박씨 사건은 철저하게 그 반대 방향으로 진행됐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면서 “‘노무현 제압하기’라는 목표를 정해놓고 권력기관이 일제히 나서 십자포화를 날리는 식으로 사태가 전개된 것이다. 시중에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이라는 평가가 파다한 것도 국세청과 검찰 등 권력기관이 박씨 사건과 관련해 벌인 ‘이상한’ 행태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박씨 사건에는 이른바 3대 권력기관으로 불리는 검찰, 국세청, 국가정보원이 모두 관여했다”면서 “이명박 정권 들어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권력기관의 사유화 현상으로 볼 때, 이들 기관의 움직임이 이 대통령을 비롯한 정권 핵심부의 뜻과 무관하지 않았으리라는 것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겨레》는 “이런 점에서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죄보다 사람을 미워한’ 현 정권이 만들어낸 최대의 비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면서 “권력기관을 앞세운 정치보복은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을 계기로 이 땅에서 영원히 추방해야 할 과제”라고 주장했다.
 
 
  ‘정치검찰 책임론’ 무겁게 받아들여야(《경향신문》)
 
  《경향신문》도 5월 26일 “‘정치검찰 책임론’ 무겁게 받아들여야”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며 노 전 대통령 죽음의 책임을 검찰로 돌렸다. 《경향신문》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관련해 검찰의 책임론이 확산되고 있다”면서 “검찰의 수사가 마구잡이 식으로 진행되면서 노 전 대통령의 심신을 파탄지경에 이르게 하고, 결국 막다른 선택으로 몰고 갔다는 것이다. 노 전 대통령도 검찰의 여론몰이식 수사에 불만을 토로해 왔기에 이는 더욱 설득력을 얻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검찰이 박연차 게이트를 수사하면서 과연 추호의 정치적 고려도 없이 중립적으로 검찰권을 행사했는지에는 의문이 든다”면서 “중대한 사안을 놓고 검찰은 큰 원칙과 틀을 세워놓기보다는 일반 형사범 수사하듯 그때그때 임기응변식으로 진행한 인상이 짙다”고 비판했다. 《경향신문》은 “노 전 대통령을 검찰에 소환한 뒤 3주일이나 끌면서 사법적 처리를 지연한 것도 수사 상식에 어긋난다. 이 기간 노 전 대통령은 형사처벌보다 더 가혹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면서 “노 전 대통령 수사와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책임론을 검찰은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처음부터 정치보복 냄새 진동했던 노무현 사건’에 즈음해 자기들도 ‘형사처벌보다 더 가혹한 비난’을 가했고, ‘현 정권에 의한 정치적 타살’에 일조했다는 데 대한 자성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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