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실사이버대 특집] 예비 신입생들에게 ② : 월간조선

여기저기 고쳐가며 무병장수를 꿈꾸는 트랜스 휴먼의 시대가 도래했다지만, 현대인의 정신은 늘 깜박인다. 남부터미널에 내려서 택시를 타고 기사님께 “전설의 고향 가주세요!” 하면 기사님이 알아서 ‘예술의전당’으로 데려다준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이가 들어가며 정신도 깜박이고 몸도 느려지며, 지난 세월은 주마등같이 지나가고 나는 불 꺼진 가로등처럼 서 있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열정은 식고 즐거움이 없고 맛있는 게 줄어드는 나이에 접어들면서, 오래 살면 무엇 하나 푸념을 하고도 으레 모이면 아픈 얘기를 나누고 흩어지면 병원에 가는 불혹이 넘은 또래들은 저녁 6시에 어김없이 TV 앞에 앉아 〈동물의 왕국〉을 보곤 한다.

TV를 한참 보다 보면 참으로 놀랍지 않은가. 사자가 먹이를 향해 달리면 나의 시선도 따라 달리고 나의 심장이 사자인 양 벌렁거리며 사자처럼 손을 들어 마치 당장 눈앞의 먹이를 낚아채듯 손을 후린다. 어디 TV만이랴. 우리는 뒷산 아름다움에도 크게 소리를 내며 감탄하고, 아쉬움에는 무릎까지 치며 답답해하며 억울함이나 비뚤어진 기류에는 더 크게 소리를 높인다. 심장이야 더디 뛴다지만, 어디 심정이야 그러하던가! 달렸던 기억을 가진 자들의 기억은 여전히 몸 안에서 꿈틀거린다.

그 심정을 부여잡고 조용필이 돌아왔다. 태어난 지 3개월 만에 한국전이 나고 25세에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데뷔한 청년은 환갑에 우리에게 ‘Hello’라고 말하고 일흔둘에 낸 스무 번째 앨범에서 마치 스물의 심장으로 새로이 달리라고 재촉하는 듯하다. 노래를 듣다 보면 으르렁거리는 스무 살이 세상에 첫발을 내디디며 대지를 달리듯, 마음에 바람이 불어 들고 심장이 솟구치며 이내 머리에는 청춘이 들어앉는다. 마치 우리에게 달리자고 권하는 것 같고, 새로운 벌판으로 나서자고 손을 내미는 것 같다. 내가 지금도 뛰고 싶고 새로운 시작만을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훤히 안다는 듯 눈을 또렷이 뜨고 목소리로 우리에게 손짓하는 듯하다. 그렇게 우리는 그의 노래를 들으며 세렝게티를 상상하고 함께 마음의 대지를 달린다.

다시 한 번 세렝게티 달릴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

이제 누구도 우리에게 이래라저래라 하지 않는 어른의 나이가 되었기에, 주어진 것으로 살았던 젊음의 시간을 넘어 나만의 시간과 세월을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고 조각해야 하는 시기를 맞게 되었다. 그러나 넓은 벌판을 상상할 때 심장이 벌렁거린다면 당신은 아직 달려야 하는 자이다. 아프리카의 들녘이 아니라 새로운 공부로, 새로운 배움으로, 새로운 공동체로 뛰어들어 같이 호흡하고 같이 새로운 땀을 흘려야 하는 자이다.

그 배움이 무엇이건 ‘펼쳐진 세렝게티처럼 넓은 세상에 꿈을 던지고 그곳을 향해 뛰어가 보자’. 바람을 거슬러 달렸던 기억을 가진 사람, 젊음의 기억이 있는 사람, 새로움이 오기만 하면 손발을 움직여 기억의 몸짓을 하는 그 사람이라면, 다시 한 번 세렝게티를 달릴 때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누군가 경기장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조용필이 노래로 부르는 그 공간, 나만의 세렝게티를 찾아 나서야 한다. 달라진 시대 21세기의 대지를 지식과 경험으로 달리도록 새로운 배움의 공간을 향해 눈을 돌릴 때가 되었다.

한 해의 마감은 반드시 새해의 시작으로 이어진다. 날마다 새로운 생명으로 눈뜨고, 삶에 감사하며, 성장을 넘어 성숙을 바라보고자 하는 이들이라면 사십에 새 노래를, 오십에 새 꿈을, 육십에 새 계획을, 칠십 이후에 새로운 인생의 꿈을 실현해보자. 지식과 경험을 통해 점차 증가하는 결정적 지능의 주인, 성공과 성취의 기억, 극복의 역사를 가진 당신에게 새로운 해는 인생 세렝게티를 달리는 해가 되길 바란다. 새해에 새 꿈을 꾸고, 새해에 새로운 배움의 세계를 달리기를 권한다. 인생의 새 세렝게티를 기꺼이 질주해보자!⊙